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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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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사람이 결혼한 이후, 매일 식사 전 기도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 '그리고, 제가 사랑했던 분이 행복하길 빕니다' 라는 한 문장을 추가하고 있다.

 

그 이후 한참 동안 그 말을 입에 담을 때마다 가슴 한 가운데 커다란 칼이 박힌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지금도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통증은 좀 나아졌다. 시간이 더 많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운동이나 가자.

 

 

"브라보스 제일검은 도망치지 않아." -시리오 포렐

And

http://www.sflib.com/257852

 

에바와 함께!

 

And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11&document_srl=4761810

 

특별히 강조된 송영선 의원에 주목. 과아연 새머리당의 진히로인!!!

And

어제까진 괜찮다 오늘 몸살 기운이 급격히 심해져서.. 병원 진료 예정도 취소하고서 종일 뻗어 있다가 악몽을 꿨다. 한 때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에 대한 꿈이었다. 내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막 화내려던 참에 깼다. 그 꿈 속에서 그 사람은 화해하길 바란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아마도 정말로 그럴 리는 없다. 절교한지도 몇 년이나 지났고, 그 사람은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바로 그 사람이 원했던 거다.

 

그런 꿈을 꾼 건.... 어쩌면 내 쪽에서 마음 깊은 데서는 그 사람과의 화해를 바라고 있되, 그 사람이 먼저 사과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다.

 

그 때 일은,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고... 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러니 그 사람에게 굳이 해코지 같은 걸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을 용서할 마음도 전혀 없다.

 

 

아 망할 오늘 플레이 있었는데 잠들어 버렸네.... 죄송하다고 문자라도 돌려야겠다... 

 

그 사람 꿈을 꾸니 치가 떨리고 정신이 확 드는 게,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몸살 기운도 전부 달아난 것 같다. 아주 좋다. 씨발!!!!!!!!!!!!!!!!!!!!!!!!!!!!!!!!!!!!!!!!!!!!!!!!!!!!!!!!!!!!!!!!!!!!!!!

 

+

 

내가 한 때 더 없이 간절하게 바랐던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 되었다. 난 다르게 사는 법을 모르겠다. 괜찮다, 그런 삶도 있는 거다. ....라고 보통 때는 생각하고 지내는데.... 가끔은 아주 ㅈ같다. 썅... 개피곤하네 오늘.

 

And

 

And

올 여름은 유독 멘붕 지수가 높은 듯. 낮에는 내내 선풍기 틀어놓고 뻗어서 어버버하고 있다가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좀 정신이 든다....

 

저녁 때 어머니와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캠핑 도구 파는 거 보고 '텐트 가방 들고 혼자서 인근 야산에라도 피서를 갔다 올까' 망상하다가... 써야 할 소설이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난 아마 안 될 거야....

 

지금 쓰고 있는 거 모레 내지 글피까지 마무리하고, 17일에 봉급이 들어오고, 월말까지 좀비 문학상 공모전에 낼 거 처리해 놓고... 월 말에나 좀 시간을 내볼까... ㅇ<-<

And

옛 기억들이 어지러이 춤춘다. 내 머리 속에서, 내 마음 속에서.

 

친구 하나는 결혼해서 얼마 전에 아이를 낳았다. 축하할 일이다. 분명 행복할 테고, 행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나면, 나는 나 혼자서 견뎌야만 할 내 문제들을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그 친구와는 거리를 두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 같다.

 

다른 친구 하나는 최근 졸업 논문을 완성하고 구직 활동 중이다. 내가 귀찮게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만으로 충분히 바쁘고 피곤할 것이다. 그 친구한테 너무 자주 한심한 꼴을 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마 그 친구는 나를 받아줄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 친구와도, 거리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스스로가... 피곤에 지쳐 퇴근한 주인 발치에 달라 붙으면서 놀아달라고 조르는 철 없는 강아지가 된 듯한 느낌. 자신의 나약함과 한심함에 치를 떨면서도, 고독과 우울을 견디지 못한 끝에 결국 나 자신을 위한 명예도 친구를 위한 신의도 무너뜨렸다는 느낌.

 

 

그 날의 절망은 너무나도 뚜렷하다. 4년 전 그 날. 그리고 그 절망은, 상대방에 대한 원망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서 기인하는 바가 훨씬 더 컸다.

 

난, 두 번 다시 그 날의 절망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난, 强者로 살다 죽을 것이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어쩌면 엄청 머리가 나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겁스 헌터들의 밤 캠페인 하나를 끝냈는데, 같이 플레이하시는 C님이 '옆에서 보기에 garleng님 캐릭터는 보통 상식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공리적 영웅(?) 같은 판단을 하는 걸로 보여 비약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에 무한세계 캠페인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셨다.

 

일단 스스로 그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감정에 치우치는 걸 자제하고 가능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나는 감정적인 인간인 것 같고, 억누르던 감정이 임계점에 이르거나 상황이 내 가치관에 비춰 봤을 때 크게 글러먹었다고 여기면 감정이나 직관에 의거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그러한 성향이 내 캐릭터에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 자체는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해서 '옳은 판단'이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나는 비록 소시민으로서나마 내가 옳다고 여기고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고 싶다. 하지만 그 둘이 늘 충돌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굳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나름 이성과 감정, '맞는 것과 옳은 것' '틀린 것과 그른 것'을 잘 구분해 가며 타협안을 찾아 별 문제 없이 사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나만 그거 가지고 시간 들여가며 고민하고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종종 실패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정말로 머리가 나쁜 건가-_-

 

자랑처럼 늘어놓을 일은 절대 아니지만... 나도 꽤나 험난한 어린 시절을 거쳤고, 대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는 아는 거 같은데.

And

http://djuna.cine21.com/xe/board/4365878

 

독일 헌법 제1조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모든 공권력의 의무이다.

 

쿠바 헌법 제1조 
쿠바는 자주 사회주의에 의한 독립을 누리는 노동자의 국가로, 
정치적 자유의 향유,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복지, 인류의 일치단결을 위하여, 통일된 민주 공화국의 형태로 공익과 공공으로써 조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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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이 가장 마음에 든다. 

And

난 사람을 대함에 있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는 말을 꽤나 자주 듣는 편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좀 더 활발하게 스스로를 어필해 봐라'라는 조언도 같이 따라온다.

 

그리고 난 그게 꽤나 불만스럽다.

 

재작년에 다리를 다쳐 한 달 정도 입원한 적이 있다. 같은 병실을 쓰던 어르신네들이 몇 분 있었는데, 대개들 성격 좋고 쾌활한 편이었지만 다들 나이도 제법 있으신 분들이고 해서 말을 걸거나 해도 그냥 적당히 네네 하기만 하고 별 대화는 없었다.

 

하루는 낮잠을 자다 깼는데 일어나기 귀찮아서 그냥 누워 있었는데 그 어르신네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젊은 친구는 점잖구만." "너무 말이 없네요." "잘 돌아다니지도 않고 앉아서 책만 읽던데." " 저러다 보면 살이 찌죠." "보니까 저 친구 어머니도 되게 먹는 걸 즐기더라고요. 늘 도시락 싸와서 이거저거 먹이고." "지금이야 젊으니 괜찮지만 나중에 나이들어 고생할텐데."

 

....아니 그거야 제가 알아서 할 문제거든요. 그리고 사람 외모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거 무례한 거거든요. 손윗사람한테 지켜야 할 예의도 있지만 자기보다 연배가 낮은 사람한테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도 있거든요? 

 

"별로 이야기도 잘 안하고... 한 달 가까이 한 병실 쓰는데 저러면 안 답답한가?" "원래 성격이 그런가 보죠." "내가 저런 친구들 좀 알아요. 별로 말주변도 없고 하다 보니 그게 관성이 되는 거에요. 이야기를 잘 안하니 뭔가 불만이 생겨도 속에 담아두고 있다가 터뜨리죠."

 

어익후, 님 통찰력 존내 쩌네효? 님 저 아심? 아무렴 50~60 먹은 어르신들 상대로 따박따박 말대답할까요 그러면?

 

살짝 짜증나긴 했지만 하루 종일 병실에 박혀 있자니 지루해서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내가 말수가 적고 말주변이 없는 거 자체는 사실이기도 하고. 그리고 얼마 뒤, 병실에 설치된 TV를 보다가 뉴스에서 이명박이 나왔다(4대강 관련 뉴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걸 보고서 "좀 고집이 있는 거만 빼면 진짜 좋은 대통령인데." "그러게 말이예요, 게다가 교회 장로님이잖아요. 우리랑 같은 종교라고요." "대통령이라면 강단이 있어야지 암." 하는 거 보고 어이가 안드로메다 행 급행열차를 탔다-_-

 

뭐 그걸 계기로 'ㅅㅂ 얼른 나아서 여길 나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 존내 재활 훈련해서는 예정보다 좀 일찍 퇴원하게 되었으니 그건 감사해야 하려나.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 들여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례하고 오지랖 쩌는 걸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난 말주변이 별로 없고, 여러 사람 앞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확실히 내 약점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성격 자체에는 별로 불만이 없다. 어차피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법이고, 그 사람들이 내 마음에 안 든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사람을 대함에 있어 자기 스탠스를 확실히 해 두는 게 낫다. 그래서 난 작년에 학교 다닐 때 괴이한 소리를 늘어놓던 교수와 강의 도중에 싸우고는 결국 그 수업 거부한 거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나온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들 전부를 싸잡아 깔 마음은 없다. 예외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봐서 대체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개인차는 있을 망정 나름의 인간적인 결점과 미점을 골고루 갖고 있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나보다 더 훌륭한 면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상황에서는 대체로 그 사람들의 부정적인 부분 내지 전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면모가 강하게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사람 복이 없는 것이지, 그 사람들 대부분이 '사악하고 생각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내게 있어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일들이다.

 

내 인간불신 경향은 거기서 비롯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긴 한데...

 

And

고민하고 있던 문제 하나가 해결됐다.

 

뭐... 그 녀석도 나름 계산이 서서&정말 괜찮으니까 그런 말을 한 거겠지. 이래저래 좀 다른 생각도 들긴 하지만.... 아마도 피해망상의 수준으로 발전할락 말락 하는 내 인간불신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그 녀석도 조교님도 그런 의도를 갖고 있던 건 아닐 것이다.

 

한 가지 문제는 일단 해결 됐고... 이제 남은 건 정식 취직 문제&그리고 소설 문제 뿐이구나. 전자 쪽의 전망이 영 좋지 않긴 한데.

 

오후에 약속 있던 다른 후배놈 하나와도 만나서 적당히 노닥거렸고, 돌아오는 길에 기차도 제깍 제깍 왔고... 최근 들어 드물게 '오늘 일진 괜찮았다'는 느낌이 든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꼴이 나진 않겠지 설마_- 

And

쓸데 없는 꿈을 꿨다.

 

그런 꿈을 꾸면... ...인정한다, 그 꿈 속에서의 나는 기뻐하고 있다. 피상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나 역시도 人間으로 살 수 있다는, 이제는 거의 포기했지만 아직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떨치지 못한 희망이 실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꿈에서 깰 때마다 그건 아마 절대로 현실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때마다 지독하게 우울하다.

 

한 잔 하고 싶은데... 아침부터 마실 수야 없지, 망할.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서 일이나 하자.

And

봉급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좀 더 많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래도 이걸 그냥 내가 받아 챙기는 건 마음이 켕긴다, 나 대신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그 후배한테 주는 쪽이 옳은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돈이 들어온 걸 보니 좀 마음이 흔들리긴 한다. 젠장 나란 놈은 아무래도 역시 성자보다는 속물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ㅋ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상담이라도 했으면 싶기도 한데... 그럴 만한 상대가 여의치 않구나. 뭐, 어쩔 수 없지.

 

아주 많은 것들이 하찮게 여겨진다.

And

을 꿨다.

 

얼마 전에, 취한 채로 헛된 희망에 휘둘리고 싶지 않으니 그런 종류의 '악몽'은 꾸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었다. 조금 훌쩍거리기도 했던 것 같다. 그 기도가 가닿은 모양인지, 이번에는 '행복한 꿈'이 아니라 '싸우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 싸움은 내가 원했던 대의와 신념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나보다도 강한 그 누군가에게 결국 굴복해서는 나보다 약한 타인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그 좌절과 울분을 푸는 것이었다.

 

 

머리 속이 멍하고 우울하다. 고작해야 꿈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가슴이 먹먹하다. 많이.

 

10년 쯤 전에는 이런 것 때문에 고민하거나 슬퍼하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먹어갈수록 어째 더 나약해지는 느낌이다. ...남들 앞에서 찌질대지만 않으면 됐지 뭐.

 

+

 

'어떤 이유로 인해 마음을 닫고 있던 사람이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뀐다'는 식의 이야기가 픽션에서 많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이 내성적인 성격보다 긍정적이고 옳은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잘 안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도, 최소한 그 당시에는 나름 진심으로 나를 대했을 것이다.

 

진심과 선의는 중요한 거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무력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무력함은 결국 스스로를 욕보인다. 당시의 내 상황이 약간 특수한 경우긴 했고,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난다는 법도 없긴 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지쳤다. 

And

소설은 잘 써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쓰게 된 가장 직접적인 동기가 된 일과 관련하여, 그리고 아마 지금쯤 잘 지내고 있을 친구와 관련하여... 그 친구가 오해를 하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두렵다.

 

인정한다. 나는 약간 걱정하는 정도 수준을 지나서, 그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친구라고 여긴 상대가 있었다. 그 사람이 친구라서 고맙고 기쁘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전부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 되 버렸던 그 날의 절망을 아직 기억한다.

 

그 일이 또 반복되지 않을까, 지금 그것이 두렵다.

 

+

 

일단 다 쓰고 나서 공개 여부를 고민해보는 쪽이 나을 듯해 재개. 하지만 완성 못했다-_- 쯧 모임 쪽에 뭐라고 둘러대지... 이번 달에는 꼭 완성해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어쩐다... 

 

+

 

대충 넘어갔다. 다른 공모전들도 슬슬 준비해야 할텐데.... 이걸 마무리해놓지 않으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지 싶다. 공개 여부야 나중에 결정한다 해도 역시 최대한 빨리 완성을 보긴 봐야 할 것 같다.

 

냉정해지자. 나한테 있어 그 친구가 아무리 절실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문제다. 그 친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이제 막 아이도 태어났겠다 그 친구는 나한테까지 신경을 쓸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친구' 역시 나를 친구라고 여기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친구와 우정이라는 관념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품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난 두 번 다시 그 날의 절망을 반복해서 겪지 않을 것이다. 두번 다시, 절대로.

 

절대로. 

And

이번에는, 객관적으로는 결코 즐겁다고 할 수 없는 꿈이었다. 그 꿈 속에서 나는 화를 내고,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은 채 싸우고 있었다. 해야 할 말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꿈이 훨씬 나답다.

And

http://www.engadget.com/2012/06/06/ray-bradbury-dies-at-91/

 

하루 늦게 알았다(...) <화씨 451>도 그렇고 <도시>도 그렇고 좋아하는 작품들을 여럿 쓴 작가였는데, 쩝. ...근데 정작 대표작인 화성 연대기 시리즈는 내 취향이 아니었...

 

명복을 빈다.커트 보네거트 선생도 그렇고 아서 클라크 경도 그렇고 훌륭한 작가들이 연이어 세상을 뜨는구나, 어슐러 르귄 할머니는 건강하셔야 할텐데.

And

지금 내 상황이 그렇게 엉망인 건 아니다. 이래저래 우울하지만 견딜 만하고(가끔 악몽을 꾼 뒤 그 날 하루종일 빡쳐 있다가 해질 무렵 급격히 피곤해지긴 하는데), 소설도 진도가 느리게나마 잘 써지고 있고, 노리고 있는 공모전도 있고, 봉급을 받아 챙겨야할지 그냥 포기해야할지 미묘하지만 알바도 구했고, 신체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요즘 매주 금요일 RPG할 때 빼고는 '즐겁다'는 느낌이 들 때가 전혀 없다.

And

1)

알바 관련으로 근로 계약서를 본인이 직접 써야한다길래... 대전에 갔다 왔다.

 

건성으로 휘릭휘릭 서명하고 과사에서 늘 하던대로 "조교님 예뻐지셨네요, 남자친구 생기셨나요?" 같은 헛소리를 하다가.... 대학원 다니는 여자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서 "오랜만이네요, 선배님 아직도 남자친구 없으시면 저는 어떠함? 전 연상 취향임" 하다가 왼손 약지에 반지를 보고 속으로 아차 싶었다. 얼렁뚱땅 넘기고("아니... 결혼하셨던가요, 축하드립니다")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어차피 진심으로 하는 소리도 아닌데 뭘.... 어차피 농담이라는 걸 상대도 아니까.... 나를 좀 이상한 놈으로 보겠지만 애초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뭘....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니까 상처 받을 일도 없어... 진심이니 상처 따위를 받는 거야... 그것도 한 두번이지 이제는 지겨워.... 나이 30먹고 마음의 상처 따위로 침울해 하는 것도 찌질하고 한심해.... 나는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아.... 진심과 선의로 사람을 대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게 빛을 보는 일은 별로 없어.... 차라리 그럴 바에는 농담과 헛소리로 대충대충...... 대충.... 대충...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대충... ....아 씨발.........

 

과사에서 단 둘이 있을 때, 조교님이 정색하고서 '니가 농담삼아 하는 말인건 아는데 남들 앞에서 자꾸 그러니까 불편하더라, 그것 때문에 애들 사이에서 네 이미지도 안 좋고' 하시길래 다신 안 그러겠다고 사과했다. 내가 확실히 좀 지나쳤다 싶긴 하다. 어쩌면 내가 작업 멘트 날리고 하는 건 그저 픽션에서 자주 묘사되는 '옛 사랑에 상처 받은 남자가 일부러 지골로 짓을 하며 공허감을 메우려 하는 심리'를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어쨌든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겠다, 일단 나한테 그런 건 안 어울리기도 하고.

 

게다가... 조교님한테는, 내가 예전에 반했던 사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지갑에 그 분 사진을 넣고 다니는 주제에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 그 분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값싸게 취급해서는 안 될 것 같다.

 

2)

조교님과 단 둘이 있을 기회를 포착해서(...정확히는 도중에 자꾸 과 애들이 와서 끊기는 바람에), 일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지난 2월에 졸업한 학교는 졸업자 취업률 때문에 태클이 걸려 부실 대학으로 선정되어 있다. 아마도 내가 애초부터 '대외적으로 조교 노릇을 해보지 않겠냐'고 조교님에게 제안을 받은 건 어떻게든 공식적인 취업자 수를 늘리려는 대학 당국의 필사적인 발악 때문일 것이다.

 

"네 후배 중에 조교 일에 잘 맞는 애가 있어. xx라고, 알지?" "네, 별로 친하진 않지만 똑똑하고 센스도 좋고 저보다 조교 일에 잘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해요." 걔가 이제 4학년 2학기인데, 학점은 되는데 성적 때문에 조교 지원이 안 되거든. 걔는 우리 학교 교직원이 꿈인데, 조교 일을 하면 그만큼 경력으로 인정된단 말이야.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네 이름을 걸어놓고 걔한테 업무 인수 인계할 생각이야. 내가 보기엔 너는 적성이 취직 말고 어디까지나 소설 쪽이고..." 맞게 보셨어요. "그러니까, 네가 3개월 동안 공식적으로 이름을 걸어놓고, 과 애들 사이에서도 나 다음 조교가 너인지 걔인지 헷갈려 하는 애들이 많거든. 방학 중 가끔 나와서 전화 정도만 받아주고, 그 동안 나는 업무 인수인계를 걔에게 하고... 계약서와는 별도로 너는 3개월 동안 이름만 빌려주고 조교 일은 걔가 하는 거야."

 

객관적으로 보자면 아무 것도 문제될 게 없다. 조교님은 다음 조교가 걔인지 나인지 헷갈리는 과 애들 상대로 설득하느라 뒷골이 땡기시겠지만 스스로 감수한 일이고, 나는 실질적으로 3개월 간 거의 놀고 먹으며 100만원이 좀 넘는 봉급을 받으며 내 소설 쓰는 데만 집중할 수 있고, 걔는 스펙을 쌓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내가 걔한테 이름만 빌려주고서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돈을 받아 챙긴다는 것은 무척이나 마음에 걸린다.

 

어떻게 해야 할까... 돌아오면서 고민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3개월 뒤에는 걔 계좌로 내 봉급을 자동이체 처리해야 되는데 내가 300만원 정도 받는 걸 따로 모아놓고 그걸 같이 송금해주면 되잖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나는, 두 가지의 상반되는 미래를 동시에 보고 있다고. 어느 한 쪽의 미래에서는 그 돈을 받아 챙기고서는 어머니 선물도 사 드리고, 자격증 시험비도 내고, 컴퓨터도 바꾸고서 '나와 조교님, 걔 셋이 전부 납득했으니 서류 상으로는 내가 조교일 뿐, 내부적으로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의 미래에서는 내가 걔한테 그간 모아둔 3개월치 봉급을 보내주면서 '이 돈은 내가 아니라 내 이름을 걸고 실질적으로 일한 네가 가질 자격이 있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단 한번도 스스로가 그렇게 도덕적이라거나 고결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이 번 돈도 아닌, 원래는 남이 받았어야 할 돈을 받으며 무위도식하는 나 자신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지금의 나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어머니에게 용돈 받으며 방바닥이나 긁는 30대 백수다. 그 돈을 받으면 어머니 선물도 사드리고 친척들 사이에서 '나도 사회인으로서 내 몫을 하고 있음'이라는 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은 내가 가져도 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3개월 간 나오는 봉급을 쓰지 말고 따로 모아두고서, 이 3개월이 끝난 뒤 걔한테 걔좌이체 신청을 하며 그 돈도 같이 보내 주면 나는 좀 가슴아플 망정(...) 윗선에서 시달리는 조교님한테도 민폐를 안 끼치고, 걔한테도 떳떳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씨발 그냥 내가 그 돈 먹어도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안 할 텐데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했지'하며 데꿀멍거린다 해도, 그 와중에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는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행동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 어머니에게 설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다.

 

 

.......

 

지금 내 입장이 대단히 미묘하긴 하다. 그냥 '나 안해!' 해버리면 내 자존심은 만족시킬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내게 300여 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걔가 커리어를 쌓을 기회를 뺏는 셈이 된다. 조교님도 나 이전에 다른 졸업생들에게 연락해 봤다고 하셨었고. 그렇다고 해서 그냥 받아들여 버리면... 한참 동안이나 고작 300여 만원에 내 명예를 팔았다는 생각에 지독하게 우울할 것이다. 법조인 같은, 사회적으로 '명예롭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타락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왕 명예를 잃었으니 돈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심리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는 '명예'라는 관념이 자기 내면에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굽신거림에서 나온다는 착각 때문이다.

 

내 명예는 나만의 것이다. 오직 나만을 납득시키고 만족시킬 수 있는, 일종의 아집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집조차도 나의 것이다.

 

.....ㅅㅂ 몰라 썅, 3개월 뒤면 내 입장도 확고해지겠지. 그 동안은... 돈 들어와도 아껴둘까 일단.

 

 

 

 

 

 

 

And

예전에 있었던, 아주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가끔 이렇다. 보통 때는 그 때 일이 떠올라도 좀 우울하고 마는데 가끔씩 이렇게, 오래된 옛 상처가 갑자기 쑤시는 것처럼 거의 발작적으로 그 일이 떠오르는 날이 있다. 오늘만 해도, 오전에는 맨 인 블랙3보러 갔다 온 뒤 책 주문한 거 입금하고 오후에는 쓰던 소설을 얼른 마무리해 놓고 자격증 시험 좀 공부하려고 도서관에 갔었다. 그 일을 떠올릴 만한 계기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다. 

 

괜찮다. 그 일을 겪기 전부터, '예전처럼 웃음과 믿음을 나누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그런 일 따위는 없었던 모양이다. 친구라고 여기고, 나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게 희망이 아니라 단순히 나만의 망상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일을 겪은 당시부터 이 일은 아주 오랫동안 내 안에서 지워지지 않을 恨으로 남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 당시, 아직 人間이 될 수 있으리라고 여기고 있던 그 당시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좀 패줘야겠다 싶다. 실컷 패주고는, 네가 지금 진정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웃어주고 싶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해코지할 생각은 없다. 내게 어떤 이유가 있었건 간에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은 사실이고, 거기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우울한 것보다는 분노하는 게 요즘의 내 상태에 있어서는 좀 더 유익할지도 모르겠다. 감사해야 되려나ㅋ 

And

1)

이틀 간 강원도 다녀왔다. 할머니는 많이 늙으셨다. 앞으로 별로 오래 사실 것 같지 않다.

 

아버지와 같이 갔다. 텃밭 잡초 뽑고 이런 저런 잡 일을 같이 하며 적당히 농담도 하고, 같이 술도 마셨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감정이 많이 순화된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버지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용돈을 좀 주겠다고 하셨지만 알바를 구했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다. 저번에 아버지를 만났을 때도 느낀 거지만... 역시 난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 외모도 그렇고, 자존심 강하고 약한 소리 못하는 성격도 그렇고. 

 

아버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정도 더 지나면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2)

다음 달 합평 모임에, 오랜만에 친구가 남편 분과 같이 나올 모양이다. 그리고 다음 달 쯤엔 나도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완성해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

 

그 날 뒷풀이는 하지 말고 돌아오는 게 나을 것 같다. 이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럭저럭 잘 견디고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감정이 격해져서, 약간 한심한 꼴을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임 사람들과는 5년에 걸쳐 교분을 이어왔고, 취해서 울거나 하는 정도까지 가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는 그래도 괜찮다. 애초에 내가 그 정도로 스스로의 감정을 많이 드러낼 수 있는 상대는 숫자가 매우 적기도 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이제 갓 아이를 낳았고, 한참 바쁘고 행복하면서도 걱정이 많은... 그런 시기일 것이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은 상황일텐데 그 앞에서 나만의 감정에 젖어 있는 건 민폐다. 뭔가 도움이 되어줬으면 하지만... 그것도 지나친 참견이 될 수 있는 상황이고. 진심과 선의는 중요한 거지만, 대단히 무력할 때가 있다. 나는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지금도 그럴 때인 것 같다. 그냥... 앞에선 적당히,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행세하다가... 합평 끝나면 빠져 나와서는 돌아와 혼자 한 잔 하지 뭐.

 

내 친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아마,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꿈을 꿨었다. 내가 여전히 마음 한편으로는 바라고 있지만 아마도 절대 이뤄지지 않을 일이 그 꿈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주 조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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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악몽을 꿨다.

 

객관적으로는 분명히 행복하고 즐거운 꿈인데도 그걸 악몽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내 꼴도 참 그렇다ㅋ 요즘 들어 부쩍 이런 꿈을 자주 꾼다, 나약해진 모양이다.

 

....옛 생각이 난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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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는 포트폴리오 마저쓰고 회사 홈페이지 뒤지는 걸로 보내볼까

 

백설공주 초귀여움 하악하악.

 

 

...내가 사랑했던 그 분도 저렇게 행복하시겠지. 현실의 삶이 마냥 동화같을 리야 만무하지만 대체로는 행복하게,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걸 바라보며, 그 분이 사랑하는 그 누군가와 더불어 나이 들어갈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그 분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리를 두고 다만 기도하는 것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조금은 서운하고 아쉽다.

 

그래도 최소한 그 분은... 행복할테지. 그것만으로도 완전히 나쁜 결과는 아니다.

 

ㅅㅂ 고작해야 짝사랑이었을 뿐인데 후유증 한번 존내 기네, 사귀다가 헤어졌으면 어쨌을지 상상이 안 간다ㅋ

 

 

........

 

...친구가 보고 싶은데, 관두자.

And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고 몇 자 적는다.

 

한국에서 진보의 입지는 뿌리부터 빈약할 수밖에 없다. 일제의 식민통치가 외세에 의해 종식되고, 역시 외세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두 나라로 갈려 서로 죽고 죽여야만 했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자유민주주의에 반대되는 사악한 사상이다'라는 선전 속에서 군사독재가 이어졌다. 이 나라의 국민들은 불안한 정국와 피폐한 일상 가운데서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여유를 갖지 못했고, 한 번도 스스로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진정한 주체가 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해방과 정부 수립 이후로, 이 나라의 집권층은 스스로의 권력을 유지하고 그를 공고히하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공산주의라는 경제체제와 사회주의라는 정치체제를 동일시했고, 그를 무자비하고 맹목적인 광신일 뿐 더 이상 국가 이념이라고 할 수 없는 '북한 체제'에 등치시켰다.

 

노태우가 물러난 이후 한국의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달성되었다. 그러나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012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그것'은 한국인들의 삶 기저에 깔려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해왔다.

 

'그것'의 첫 형성은 단순했다. 일제 시대, 앞으로 올 세계의 냉전 구도를 대비하여 해방된 조선을 동북 아시아에서의 이념 대리전을 위한 주춧돌로 삼기 위해 음으로 조선의 독립을 지원했던 미국과 소련을 통해 '민주주의'와 더불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이 나라에 들어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해방이 되었고, 끔찍한 동족 상잔과 더불어 '북한 체제는 사악한 것이다'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이것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이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층은 '북한 체제=공산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인식을 의도적으로 조장했고, 여기에서 첫 왜곡이 발생했다. 그 개념 상 근본적으로 성장보다는 분배를, 안전보다는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는 애초부터 한국에서 올바른 형태로 성장하기가 극단적으로 어려운 구조가 이 무렵에 이미 형성되었다.

 

군사독재 기간 동안 이 나라의 국민들은 산업화가 가져다 주는 급속한 물질적 풍요와 외형적 성장에 감탄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빨리 변했다. 그리고 박정희는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가운데 국가주의와 전체주의를 교묘히 심었고, '먹고 살기 위해선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라는 분위기 속에서 두번째 왜곡이 발생했다.

 

박정희는 김재규에 의해 사살당했고, 짧았던 최규하의 대리 통치는 전두환의 쿠데타로 막을 내렸다. 이후 노태우를 거쳐 김영삼이 당선되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대의 조류는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람만 바뀌었을 뿐, 표피적으로만 민주화를 성취했을 뿐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두 차례의 왜곡과 그 가운데서 태어난 '그것'은 건재했다.

 

 

'그것'의 정체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이 나라의 정치적 주도층 가운데 뼛속까지 박혀 있는 승리와 효율에 대한 집착- 한 발 더 나아가, 오직 자기 증식만을 위해 존재하는 권력욕이다. 노골적으로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던 군사정권을 종식시킨다는 공통된 대의 앞에서 선과 악은 분명해 보였지만, 막상 그 군사정권이 적어도 겉으로는 사라지고 나자 '그것'은 지금까지 그에 맞서 싸워왔던 이들 사이에서 나래를 펼쳤다. 승리를 위해서는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고, 내부의 사소한 불의는 '적'의 커다란 불의를 깨뜨리기 위해 덮어둬야 한다는 논리가 팽배했다. 그것이 한국 정치계의 현주소다.

 

 

한국의 진보는 약하다. 물리적인 규모나 정치공학적 기술적인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에서 한 없이 약하다. 애초부터 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보다도 드높이 자유를 노래하고, 생명을 찬양하고, 인권을 관철해야 할 진보가 '승리'를 위해 '그것'에 무릎 꿇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진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한국에서 진보임을 자처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수없이 패배하고, 수없이 갈등하고, 수없이 좌절하는 것이 현재 한국에서 진보가 나아갈 길이다. 지켜야만 할 가치를 이루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다는 긍지를 품고서 죽기 위해. 언젠가 그 먼 훗날, 지금의 패배와 갈등과 좌절들이 진보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초석이 된다는 희망을 품고서 죽기 위해.

 

 

운명의 나라를 그리며, 우울하고 갑갑한 현실 가운데 속해 그와 싸우며 살아 나가는 것.

 

와야만 할 그 날을 위해, 용기를 가지고서 패배하는 것. 

 

 

그것이 한국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이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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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버지도 같이 갔다.

 

가던 도중, 배가 고프다고 하자 아버지가 '네가 사줄 거냐'고 여쭤 보셨다. 알았다고 하고는 휴게소에서 내려 나는 유부 우동, 아버지는 비빔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계산한 뒤 옆에 편의점에서 가는 도중 먹을 과자들을 좀 샀다. 아버지는 백수라면서 그렇게 막 사도 되냐고 웃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난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난 아버지와 외모만이 아니라 성격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자존심 강하고, 꿀리는 걸 싫어하고, 약한 소리를 못한다. 내가 그렇게 행동한 건 아버지 앞에서 '나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부족함도 느끼지 않는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허세였을 것이다.

 

12시 쯤 집에 돌아왔고, 아버지는 새벽에 회의가 있다고 바로 출발하셨다. 또 한참 동안 볼 일 없겠지. 여전히 아버지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건 좀 거북하다. 그러나 예전만큼 아버지가 싫지는 않다.

 

내가 아버지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부분은, 나 자신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건 싫건 간에 내가 아버지와 닮은 점이 많다는 걸 느낀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