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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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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4.12.24
    MB 때 포스팅했던 예전 글들을 찾아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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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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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2024.02.11
    한 때 나는,
  25. 2024.01.24
    내가 이명박을 헬조선 최종보스로 여기면서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크리스마스 특별 콘서트가 있다길래 쓰린 가슴을 끌어안고(으앙 내 사진들...) 거기 나갔다 왔다.

 

민주동덕 파이팅(파를 먹는다는 뜻ㅎ)
사놓고 몇 년 째 못 펼치고 있다가(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빌려서 좀 읽긴 했다) 요즘 읽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 들고 나갔다.
4.19 합창단의 노래
사진들 화질이 하나 같이 암울해... 나름 일찍 가서 앞쪽에 자리 잡았는데.
중국 출신 이주 노동자라고 하셨다. 노동자로서 함께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사진 화질이 워낙 개판이라 별로 그렇게 안 보이지만 주최측 추산 10만명이 왔다고 한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 저 분 흥이 많으시더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하림. 매년 이 무렵마다 이런 무대에 선다는 인삿말이 웃펐다...
끝나고 전광판에 찍힌 군중
노래 그대에게에 맞춰 춤추던 여자분들. 난 낯을 가려서 끼어들진 못했지만 좀 떨어져 서서 노래 따라 불렀다...
질풍가도!
사진이 어둡게 찍혀서 '윤석열을 파면하라'가 '윤석열을 파멸하라'로 보인다. 그쪽이 더 마음에 들어.

 

주여, 오늘이 진짜 생신이 아닌 건 알지만 뭐 그래도 대충(...) 축하드립니다. 작년 오늘 이-팔 전쟁 꼬라지 보며 당신께 기도했던 게 생각나네요. 그 전쟁은 아직 안 끝났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는 중입니다. 당신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속세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 하고, 그 전쟁을 끝내는 것도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서도 일종의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저기 모였던 이들, 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가호가 있기를 빕니다. 

And

실수로 포스팅에 포함되어 있던 당시 찍은 사진들을 지워버렸다. 몇 시간 동안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해봤지만 구글에서 캐시된 웹페이지 보기 기능이 없어져서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내 투쟁의 기록들이 사라졌다 싶어서 좀 속상하긴 한데... 뭐 불교적으로 생각하자. 모든 것이 空하니....

 

내가 기억하고 신께서 기억하실테니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씻고 나가야지.     

And

어제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집에 와서 한 잔 하고 딴 짓 좀 하다가 새벽 무렵에 자려던 참이었는데, 트위터 쪽을 보니 남태령 쪽에서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아주 굉장히. 

 

대강 간략히 상황을 정리하자면

 

1)전국 농민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양곡법 관련 문제로 인해 항의 차원에서 집회에 참가하려고 트랙터 17대를 몰고 서울로 올라옴

2)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집회 신고가 되어 있었고, 경기도까지만 해도 경찰들이 협조함

3)그런데 서울로 들어오기 직전, 남태령-사당 구간에서 갑자기 경찰들이 차벽으로 길을 막고 트랙터를 파손함

4)트위터와 인스타 등을 통해 상황이 전파되고 시민들이 모여듦

5)경찰들이 트랙터 행렬 앞쪽 차를 빼더니 우회해서 뒤쪽으로 돌아가 행렬을 앞뒤로 봉쇄하고, 농민들과 시민들이 고립됨

 

그런 상황에서 아는 사람 몇 명이 현장에 나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서 첫 차를 타고 다시 나갔다. 남태령까지 가는 동안 졸리고 피곤하고 술기운도 올라와서, 술은 마시지 말 걸 그랬다고 한 50번 쯤 후회했다-_-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7시 경이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험악하던 분위기가 많이 완화되어 있었고, 핫팩이나 커피, 김밥 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방송 차량도 와 있었고, 다행히 신경 쓰이던 지인들도 다들 무사히 귀가했다길래 머릿수 좀 채우다가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되돌아왔다.

광화문에서 바로 남태령으로 와서 밤샌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마침 어제는 동지기도 했다. 이들은, 기나긴 밤을 서로에 기대어 견뎠다.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괴이한 차. 저게 그 이타샤라는 거구나...

 저 잠 좀 자자라는 문구가 깊이 공감됐다. 그리고 술 마시지 말 걸 그랬다고 새삼 또 후회했다.

이건 그냥 깃발이 웃겨서 찍었다(...)

 

 물품 나눔하는 곳에서 하나 남았던 깔개를 양보해 주신 여성분 감사합니다, 좋은 일 있으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밤 새고 술까지 마신 상태로 왔더니만 그 때 이미 쓰러질 거 같았어요(...) 

 

사실 남태령 소식 처음 접했을 때 콜택시 부를까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 가는 시간 하면 그냥 지하철 타고 가는 것과 별 차이도 없겠다 싶어서 관뒀다. 콜비 아낀 걸로 책 사야지. 초여명에서 나온 크툴루의 교단들 읽으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까인 이성치를 회복하자...

And

장소는 경복궁. 집회 때문에 광화문 근처에 온 것은 박근혜 탄핵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중간에 오랜만에 이순신 장군님께 인사나 하러 갈까 했는데 경찰이 손피켓 보고는 "저쪽에선 반대집회 중이라서 저쪽에 볼 일 있으면 손피켓은 숨겨서 가라"고 하길래 귀찮아져서 관뒀다...

 

민주'묘'총이 웃겼는데 잘 안 찍힘.
트위터 쪽에서 브로콜리 너마저가 온다는 이야기를 얼핏 봤는데 진짜로 왔다.
언젠가 저기 불싸질러 버릴 거야.

예술의 전당 앞에서 발견한 피켓. 이명박 때 저런 거 많이 봤어.

고담시티 자경단 연합. 사진 찍어도 되냐고 허락 받았다. 얼굴 안 찍히게 조심.

행진 시작

매번 신세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주노총.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발견한 인간 촛불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급격히 피곤해져서 행진 중간에 열에서 빠져나와 귀가했다. 분위기가 밝고 평화로워서 '역시 MB 때랑은 다르구나' 속 편하게 생각하면서 왔는데... 막상 집에 와서 현황을 살펴보니 어두워진 이후 분위기가 확 안 좋아진 모양이다. 으으... 좀 더 있다 올 걸 그랬어. 

And

자유당, 민공당, 민정당 거쳐가면서 이 나라의 헤게모니를 반세기 넘게 쥐고 전횡해 온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그 세월 동안 거슬리는 상대는 죄다 빨갱이라고 모욕하고 가두고 죽이면서 권력을 쌓아 온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미국 지원 받고 국민들 갈아넣어 강대국 반열에 들고 나니 약자 혐오로 권력을 연장하려 드는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이제 와서 그 권력이 흔들릴 것 같으니 내란 수괴 싸고 돌면서 남탓하는 그 뻔뻔함과 너절함, 야비함을 증오하는 것이다.

시간을 끌다보면 어떻게든 유야무야되고 적당히 잊혀질 거라고 확신하는 그 비열함과 오만함, 천박함을 증오하는 것이다. 

법정과 청문회에서 내가 아무리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도 너희는 나한테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그 한없이 추악한 확신을 증오하는 것이다.

 

나의 이 증오가, 결코 '정의'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And

새미래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이재명 구속이 먼저다, 윤석열 탄핵은 그 다음이다'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갑자기 인터넷 상에서 늘어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우르르 그런 글 쓰는 놈들 최소한 절반은 국혐 쪽 댓글부대라고 본다. 

 

난 이재명을 지지한 적 없고, 앞으로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강성 이미지가 강해서 급진적인 것처럼 보일 뿐 그 역시 근본은 수도권 중산층과 호남 지역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삼는 보수-리버럴 정당 민주당 정치인이다(국혐은 민정당 후신으로서, '보수정당'이 아니라 인두껍 뒤집어 쓴 사람 모양 쓰레기 집단으로 분류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는 룬썩10을 비호 중인 내란 동조 집단이기도 하다). 그가 흙수저 출신 소년공 출신이라고 해서, 노동의제에 더 적극적이라는 법도 없고.

 

하지만 그는 2년이 넘는 동안 그렇게 집요하게 압수 수색을 당해 왔으면서도, 중대한 범죄 여부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룬썩10 정권의 검사 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검사들도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있으면 억까하겠다'고 마음 먹고 달려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도 결정적인 게 나오지 않았다면 그가 받는 혐의 대부분은 근거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재명이 극도로 교활하고 철저하고 사악해서 증거를 전부 없앴고 주요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은 전부 자살시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재명이 그렇게 할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지난 대선에서 지지 않았을 거다.

 

 

여하간... 11월까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국혐이 제시한 예산안을 민주당이 거부하고 국혐이 임명한 관료를 민주당이 막는 걸 반복하는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을 보호하고 국혐은 이재명이 범죄자라고 공세를 펼치고 여타 군소 야당은 그에 대해 별로 말을 얹지 않는 형국이었다. 예외적으로 새미래민주당은 그 수장인 이낙연부터가 이재명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지지층 역시 서로 수박이니 찢빠니 하며 격하게 대립해왔다. 나야 뭐 좌파로서 둘 다 지지하지 않고(이낙연을 더 싫어하긴 했다) 떨어져서 보고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얼마나 큰지는 알 만할 정도였다. 

 

하지만 쿠데타 시도 이후 특히 트위터 쪽에서 이낙연 프사 달고 '이재명 구속 윤석열 탄핵' 운운하는 계정들이 확 늘어났다. 내가 그런 놈들 절반은 국혐 쪽 댓글부대라고 보는 이유는... 12월 7일 시점에서 국혐은 탄핵 거부를 당론으로 확고히 했다탄핵 찬성에 투표한 건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셋 뿐이었다). 이 시점에서 국혐은 완전한 내란 동조집단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건 끝까지 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우선권을 뺏어 오려면 가장 큰 적인 민주당의 수장인 이재명에게 최대한 똥을 뿌릴 수밖에 없다. 12월 8일 시점에서 윤석열은 2선으로 물러나고 한동훈과 한덕수가 공동으로 국정 운영을 한다느니 하고 있지만(물론 이것도 되먹잖은 소리다. 국민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뽑은 거고, 대통령은 국민이 뽑지 않은 총리나 당대표 등에게 임의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위임할 수 없다)... 만약 윤석열이 스스로 퇴진을 하건 탄핵당해 물러나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의 이미지를 최대한 조져야만 한다. 

 

원내 0석 따리인 새미래 입장에서 지금도 여전히 이재명을 조지고 싶다면 공통의 필요를 가진 국혐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0석 따리인 새미래 입장에서는 국혐에게 제시할 만한 조건이라곤 국혐 2중대로 기어들어가서 탄핵 거부를 돕는 것 뿐이다. 자신들 딴에는 국혐을 이용하는 것 뿐이며 이재명을 조지고 나면 탄핵 대오에 합류할 거라고 주장하겠지만 0석 따리 새미래와 일단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프리미엄이 있는 국혐의 파워 차이는 압도적이고, 어느 쪽이 이용당할지는 뻔하다. 이재명 구속과 윤석열 탄핵은 양립이 불가능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 결과적으로 반민주 반국가 반란세력 국혐 편에 서겠다는 뜻이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자기 이름 내건 지지자라는 작자들이 저 지랄을 하고 있는 데도 '자제해달라' 한 마디 안 하는 이낙연 수준도 알 만하다ㅋ 

 

 

ps=아마 그럴 일 없을 것 같지만, 진심으로 선의와 정의감에 근거해서 '이재명 구속이 윤석열 탄핵보다 우선하거나 둘이 등가'라고 믿는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재명이 정말로 나라를 망칠 대악인일 가능성?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그에 비해 윤석열은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실제로 반대 세력에 대한 '처단'을 말하며, 반헌법적으로 군대를 동원해 의원들을 겁박하고 체포하려 했고, 국민의 힘은 절대다수가 그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건 이미 일어났고, 진행 중입니다. 어느 쪽 위험을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망치는 걸 막아야겠다면 이낙연이 되었건 누가 되었건 간에 그보다 더 나은 후보를 제시하고 그가 어느 면에서 더 훌륭한지 다른 국민들을 설득해, 다음 대선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 힘을 방치한다면 다음 대선을 치를 일 자체가 없어질 겁니다."    

 

 

And

집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좀 이른 시간에 나갔는데도 지하철이 빽빽하길래 '아무리 토요일이어도 붐빌 시간대가 아닌데' '이 사람들이 전부 집회 나가는 건 아닐 거 아냐'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전. 전부 집회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국회의사당역 무정차 한다길래 여의나루역에서 내렸는데 나 포함해서 한꺼번에 다들 우르르 내리더라.

 

역사 내에서부터 벌써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은 찡그리며 시끄럽다고 불평했지만 뭐... 사안이 사안이니 좀 참으쇼.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고 불편해야 정상이니.

 

역에 내리자마자 보인 손팻말. 옆에 지나가던 여자분이 통화하며 "엄마 오늘 생신인 건 아는데 탄핵이 더 급해"라고 하시는 걸 곁귀로 듣고 웃음 꾹 참았다.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민중의 소리 기사를 보니 다른 곳에 모인 인원까지 합치면 100만 넘긴 듯.

분위기도 평화롭겠다... 나름 준비를 했는데도 어두워지자 너무 추워서 좀 일찍 들어오기로 했다, 다음엔 더 두꺼운 거 입고 나가야지(....) 

 

현장에서 줏은 한겨레 특별호에 실린 기사. "남한에 특이 동향을 만들어놓고 북한의 특이 동향이 없다는 군 입장문이 특이했다" 이거 기자 딴에는 나름 노린 드립인 거 같은데 웃어버렸다. 좀 분하다...

And

'소설 안 써져' '통장에 잔고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인간관계 싫어' '돈이 너무 없는데 급한대로 알바라도 할까' '그래도 사람 상대하는 일은 싫은데' '사실 제일 좋은 건 빨리 죽는 거긴 한데' 등의 생각만을 끝없이 머릿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지난 3일 밤 룬썩10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특히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총 앞에 나서는 걸 본 이후로는 머릿속이 맑다. 

 

국혐은 보수정당이 아니라 사람 취급하지 말아야 할 쓰레기들답게 룬썩10 방탄을 선언했다. 파악된 대로라면 계엄이 진행됐을 경우 국혐 내에서도 반윤 성향 의원들은 다 같이 좆됐을 텐데 뭐... 곧 죽어도 자신들의 권력은 놓지 못하는 그 짝 패거리답다ㅋ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서는 계속 2차 계엄 가능성이 언급되는 중이고 민주당은 이걸 단순한 계엄이 아니라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고 저지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으며 다른 야당들도 각자 항전 태세를 갖췄다. 며칠 전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은 집회 인파로 가득하다. 박근혜 탄핵시위 이후 오랜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룬썩10 본인은 감옥에서 죽어야 하며, 이번 사태의 유력한 발단인 명태균, 계엄 사령관 박안수, 국방부 장관 김용현, 기타 등등도 마찬가지고, 그 김에 국혐과 그 언저리 종자들도 전부 반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족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돌이킬 수 없이 뒤틀릴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부 족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난 이번에도 역시, 무수히 익명화된 개개인들의 악의 없는 비겁함과 무책임함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낳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21세기 초, 전세계가 그렇고 그것은 이미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산다는 것이 그에 굴복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난 오늘 국회의사당으로 간다.   

And

난 좌파로서, 지금도 여전히 직접 일해서 버는 것이 돈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가치 있다고 믿는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격차가 커질수록 이미 쌓아두고 세습해온 자본이 많은 부유층만이 더욱 큰 이익을 보고 빈부격차는 끝없이 커질 것이다. 똑같이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를 해도 가난한 사람이 1을 버는 동안 부유층은 100을 벌 테고, 거기에 세금조차 물리지 않는다면 그 격차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세금 내기 싫어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테고.

자본주의의 극복을 꿈꾸는 좌파로서 나의 그러한 꿈이나 바람 같은 것과는 무관히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체제를 이미 바꿀 수 없고 바꾸고 싶지도 않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안에서의 부와 성공을 원한다. 내 쪽이 세상이라는 기계에 맞지 않는 나사인 거다. 그런 건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둔감해질 때도 됐는데. 그런 거 가지고 새삼 고민하지 않을 때도 됐는데. 나도 젊은 나이가 아닌데. 가끔 그 사실을 자각할 때마다 숨이 막혀 온다. 

최근 약간의 현실도피를 겸해서 게임 하나를 잡았다. 그 게임 속 주인공들은 세상을 無로 되돌리려는 암흑 마도사를 물리치고, 지수화풍을 관장하는 4개의 크리스탈을 복구해 세상을 구했다. 

창 밖으로 해가 밝는다. 엔딩을 본 모니터 앞의 나 자신은, 또 그저 견뎌야 할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And

'난 깊은 인간관계 따위 싫어' '그냥 혼자 살다 혼자 죽을 거야' 같은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가, 한 때 친분이 있던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는 꿈을 꿨다. 즐거웠다.

 

그리고 깨고 난 지금, 나는 그 꿈 속에서 느낀 즐거움이 얼마나 하찮고 무가치한지 안다. 뭐.... 그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본지 10년이 넘었고, 어지간해서는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으려니 한다. 그 사람들은 좋은 분들이었다. 다만, 내가 그런 걸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행복하게 잘들 살기를 바란다. 비록, 이런 세상이지만.

 

난 오늘도 세상과 나 자신을 견뎌야 하지만.     

And

예전에... 학창 시절, 좀 많이 좋아했던 선배가 떠올랐다.

 

그 때 차인 게, 이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범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기엔 너무 뒤틀려 있다. 만약 그 선배가 내 마음을 받아 들였더라도, 별로 길게 사귀진 못했겠지. 상처만 주고 받고 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 후로 종종, 신께 괜찮은 놈이(여자여도 상관 없고) 그 선배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기도했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도 내심 얼굴도 뭣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질투심이 좀 들었는데, 이젠 괜찮다. 다만 내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서 그 선배 곁을 한 동안 맴돌았던 게 미안하고 부끄러우며, 이젠 그 선배가 날 잊었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평안하시길. 이 세상은 이렇게나 혼탁하고 어지럽지만. 부디.

 

그리고 난 두 번 다시는 누군가에게 반하는 일 따위 없이 혼자 살다 죽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가능한 빨리.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어차피 해리스가 됐다 해도 중동 지역 통제를 위해서 이스라엘 지원은 계속할테고, 미국의 오만하고 강압적인 대외정책은 변함 없을 것이며, 지구 환경은 계속 조져질테고,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친 트럼프 성향 대기업 오너들은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노골적인 천박함과 추잡함보다는 덜 나쁘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지금의 결과가 쓰라리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가난한 좌파인 나로서는 그다지 나아지는 게 없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꼬우면 국혐 찍을 거냐고 빈정대는 꼴 볼 때마다 한 대 치고 싶지만 국혐이 정권을 잡으면 돌이킬 수 없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과 비슷하다. 술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시니까 오늘따라 술도 잘 안 받더라고, 썅.

 

사실은 박근혜 때부터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사바세계는 원래 어둡고 비참한 곳인데다가, 그냥 지금이.... 이런 시대인 거라고. 기후 격변에, 전쟁과 역병이 창궐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차별과 증오가 넘쳐나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더욱 나약해지고 비겁해지기를 강요받는 시대라고. 그게 확실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살아간다는 게 그 강요 앞에 굴종할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나는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만을 바라는 인간이 되었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죽을 생각까지는 없고, 살아 있는 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러하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종말의 시기이며 두 개의 달이 떠오르는 밤이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다.

And

원래 켈트 인들의 겨울맞이 축제이던 삼하인에 그 근본을 두고 있으며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한다. 오늘, 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찾아갔다. 분향소에는 몇 번 갔었지만 현장에 직접 간 것은 처음이었다. 

공기에서 슬픔의 냄새가 난다고 느낀 건, 아마도 내 착각이었겠지.

꽃과 먹거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아마도 엊그제 온 사람들이 두고 간 거겠지.

 

"기억해줘 죽은 자를, 새카맣게 타버렸지만" 좀 울컥했다. 

문득 시선을 잡아끌던 메모 한 장 "이름도 몰랐던 내 친구들 금방 따라갈께 맥주 한 잔 하고 기다려"

저걸 쓴 사람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근처 광화문 민속박물관에서 마침 작게 전시회하는 게 있길래 그걸 보러갔다. 조선 후기에서 일제 강점기 무렵, 장례를 치를 때 상여에 장식하던 꼭두들 300여 점과 각종 부속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년 전, 그날 그곳에서 죽은 159명의 영혼들도 상여를 타고 저 꼭두들의 보호를 받으며 다음 세상으로 무사히 떠났기를 바란다. 오늘이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해서, 이 땅에서 너무 오래 헤매지는 말기를 바란다. 

부디, 안식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죽음들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정당한 응보를 치르기를. 반드시. 

And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이었다. 현실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코 그렇게 다정했던 적 따위 없다. 깬 뒤 잠시 뭔가 아무 거라도 하면서... 하다 못해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줄지어서 나쁜 기억들만 주르륵 떠올랐을 뿐이다.

 

나의 실패고, 나의 상실이고, 나의 슬픔이고, 나의 고통이고, 나의 분노고, 나의 고독이고, 나의 절망이고, 나의 허무다. 이게 날 망가뜨리고 있다는 걸 안다. 한 때는 고쳐 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도 않다. 오직 나 혼자 견딜만큼 견디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죽겠지. 그 노력들이 실패했을 때 이미 한 번 시도했던 거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창 밖에서 해가 뜨는 게 보인다. 오늘도 난 어떻게든 혼자 견디며, 남루한 일상을 반복할 것이다.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And

은근히 눈치를 보던 상대가, SNS에서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화를 내는 걸 봐도 이제는 '저 사람은 또 뭣 때문에 긁혔댜ㅋ' 정도 생각 밖엔 들지 않는다. 이 쯤 되니까 뭐... 굳이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더 이상 딱히 없고. 

 

난 (비꼬는 의미 없이, 진짜 좋은 의미로의) 인싸가 되면 분노와 절망,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던 과거의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었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고,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고, 포기했고, 그 이후로 10년이 넘은 지금에야 다른 방향으로 좀 발전했구나 싶다. 적어도, 스스로 느끼기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남의 눈치를 보지는 않게 됐다. 

 

 

이렇게 혼자 견디다가 죽어, 無가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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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양궁 선수 김안산 선수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고 써 놓은 게 묘하게 웃겼다.... 그러고 보니 김안산 선수 고향이 광주였지 아마.

 

나 자신은 더 이상 소설을 통해 뭔가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게 됐지만, 그건 내 일이고 내 믿음일 뿐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And

뻐킹한 부분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룬썩10이 대통령이 된 건 투표한 사람의 48.56%가 그를 찍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룬썩10을 키워준 덕분이 아니다. 대통령직은 왕위가 아니고, 문재인은 누구에게도 직을 양위한 적 없다.

 

솔직히, 천안문 시위 사진이나 Free Tibet 구호 걸어놓고 한국 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해선 ㅆ팔육 꿘충 운운하는 놈들 멘탈은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고 최대한 설득하는 게 민주주의자로서의 의무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대의를 진심으로 믿고 추구한다면, 룬썩10을 찍은 다른 시민들을 결국 설득하지 못한 스스로의 실패 역시 인정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럽다.

민주주의는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한 명의 절대적인 영웅을 부정한다. 그 영웅이 진짜로 그게 가능할만큼 정의롭고 유능해도 마찬가지다. 대신 권리와 책임을 모두 불특정 다수 시민들 하나 하나에게 분산하고, 그런 시민들의 이성과 대화, 협력이 낳는 가능성을 믿는다. 민주주의자라면 응당 그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내가 그렇게 하기 싫어지기 시작했다.

 

10년 쯤 전에는 이명박 찍은 이들이 가축 같다고 생각했다가도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책망하곤 했다. 이제는... 가축이 되는 걸 선택했다면 그냥 가축처럼 살다 죽으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이 들면 굳이 더 이상 그런 생각을 계속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내 분노의 대상을 그 당 의원이나 고위 관료들, 그 당과 끈끈한 자칭 보수언론 및 재벌로 한정하고, 2찍했던 다른 시민들까지 적어도 감정적으로는 미워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쉽지 않다. 

 

 

 

And

대구에 갔다가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만난 나와 조금이라도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으셔서 생각나는대로 아무 말씀이나 하시는 것 같았지만(아버지가 소설쓰기의 전략이나 시장 트렌드 같은 것에 대해 잘 아실 거 같지는 않다) 난 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티가 난 모양인지, 사촌놈 차를 타고 같이 돌아오던 중 사촌놈이 '너 고모부가 어렵냐'고 묻길래 그냥 오랜만에 봤더니 어색해서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나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셨다는 건 알고 있다. 다만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람이었고, 그게 내게 큰 상처를 입혔으며, 나이가 든 지금도 그 상처가 여전히 갈라진 상태일 뿐이다. 오래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화가 치밀 것 같았고, 그걸 참을 자신이 없었다. 

 

날씨 한 번 덥다, 젠장...

And

https://garleng.tistory.com/1896

 

꿈 속에서 고등학교 때 동창을 만났다

나한테 활짝 웃어 보이고 있더라. 아름다웠다. 당시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 애는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했고, 날 좋아한다는 소문도 몇 번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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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있었고, 이 애와 다른 예쁘장한 여자애가 나타나 누구랑 사귈 거냐고 따지다가... 이 애가 키스하려는 듯 내게 몸을 붙여오는 꿈이었다. 그 향기로운 숨결을 느끼고 당황하다가 깼다.

 

나한테 있어서는 그저 악몽에 불과하다. 물론 매력적이고 좋은 애였고, 당시 그 애가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나이가 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 때보다 상태가 더 나빠졌다. 나는 연애를 비롯한 깊은 인간관계 자체가 싫다. 현실의 그 애는 아마도 지금쯤 나에 대해선 잊어 버리고 괜찮은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정말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를 바란다.  

 

이런 종류의 꿈을 꿀 때마다 '혹시 내가 무의식적으로 연애하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 고민했었다. 그리고 한 동안 이런 종류의 꿈은 꾸지 않아서 드디어 내가 그런 하찮고 무가치한 욕구를 떨치는 데 성공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또 꿔 버렸다.

 

난 한 때 사람이 싫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그저 깊은 인간관계가 싫을 뿐 사람 자체가 싫은 건 아니라고 생각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인간불신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혼자 살다 혼자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만을 바란다. 더 없이 간절히.

 

.....

뭐 그래도 그 애가 나에 대해선 잊어 버리고 괜찮은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착한 자식도 한둘 정도 낳아서.  

And

"이것이 삶인가? 좋다, 그럼 다시 한 번!"이라고 가슴을 펴고 선언했었지만 아무래도 난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

 

나는 한 번 죽으려다가 실패했었고, 그 이후로 가능한 한 삶을 견뎌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한 번이라는 전제 하에서의 결심이었다. 화창한 5월 오후고, 하늘은 맑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살아 숨쉬는 모든 순간들이 고통스럽다. 언제나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 

And

심상정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새삼 드는 생각은, 노동이나 환경, 소수자 의제를 우선시하는 좌파가 정치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딴에는 전략적 동맹일 뿐이랍시고 극우와 제휴하기 시작하면 결국 장검의 밤 때 숙청된 나치 내 좌파(웃음)들 꼴이 난다는 것이다...

녹색정의당이 0석을 찍으면서 원외로 쫓겨난 건 유감이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뻔하고 진부한 핑계 대가면서 돌격대 노릇하는 꼴을 보지 않게 된 건 다행스럽다. 이를 계기로 두 번 다시는 저짝 패거리들과 어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절대악을 막기 위해서라면서 늘 좌파들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민주당이 ㅈ같은 건 인정하지만, 저짝 패거리와 붙어 먹는 건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심상정을 만났던 게 기억난다. 아마 2016년 쯤이었던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한창일 무렵이었다. 예술의 전당 근처였던가... 심상정이 연설하는 것과 마주쳤는데, 연설이 끝나고 자리를 떠날 때 쯤 "시간 괜찮으시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냐"고 청했었다. 

당시 나는 정의당 지지자였고, 투표도 여러 번 했었지만 그 무렵 이미 정의당은 이념이나 대의가 아닌 의석 수와 입지를 위해 타협하고 민주당과는 원팀이라고 말하면서도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심상정에게 "정치적 이익을 위한 애매한 타협은 하지 말되 민주당에게는 너무 날 세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심상정은 웃으면서 "저희가 민주당과 싸우긴 왜 싸워요, 동맹인데"라고 대답했지만... 순간 어딘지 모르게 그 대답이 건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내가 민주당 지지자라고 여겼던 걸지도 모르겠다. 

여튼 당시 나는 옆에 있는 경호원으로 추측되는 사람들 눈치가 좀 보이기도 했고, 나도 내 생각을 충분히 정제해서 말할 수 없는 상태인데 바쁜 의원 오래 잡고 있기도 좀 그렇다 싶어서 "좌파 정당으로서의 선명성을 유지한 채로 박근혜 정권 및 새누리당과 싸워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 심상정은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끝내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난 뭐라고 말하기 힘든 복잡한 심정으로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봤지만, 박근혜가 탄핵되고 다음 대선에서도 심상정을 찍었었다. 문재인이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았지만, 가난한 좌파로서의 내 자존심은 민주당 후보를 찍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도 정의당은 계속 정권과 갈등했고, 가끔은 석연치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간 동안 내내 나는 심정적으로 정의당 편이었다. 계약직 단기 노동자이자 안 팔리는 작가로서 매달 내야 하는 최저한의 당비조차도 부담스러웠기에 당원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돈에 여유가 생기면 후원금도 냈었고. 하지만 점차 내 마음은 정의당을 떠나고 있었고, 지난 대선에서 나는 노동당 이백윤 후보를 찍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의당에 실망하게 된 건 작년의 일이었다. 윤석열은 이명박 때 인사들과 검찰 출신들로 대통령실과 내각을 채웠고, 그 과정에서 밥그릇을 잃고 그들 나름 윤석열에 대한 원한이 생긴(그러나 쓰레기이긴 마찬가지인) 이준석이나 천하람 같은 것들이 생겼다. 정의당 내에서는 그들과 제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겼고, 심상정은 그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결국 제3지대를 자칭하는 기괴한 혼종이 생겨났다(류호정은 뭐 그럴 거 같았지만 장혜영은 실망스러웠다. 좋게 표현해서 '실망스러웠다'는 거다, 썅).

그리고 2024년 총선이 끝났다. 녹색당과 합쳐진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초로 0석 신세가 되면서 원외정당 신세가 되었고, 심상정은 정치 은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화창하고 아름답지만, 떨쳐낼 수 없는 불길함도 함께 느껴지는 봄날 오후다. 그리고 나는 그 흐린 저녁 하늘 아래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내 시선을 피하던 심상정을 떠올린다. 결국은 오늘 같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나는 10년은 더 된 그 날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아예 원외정당이 되었으니 당장의 입지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야성을 찾고는 노동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싸워주기를 바랄 뿐이다. 고 노회찬 의원이 "우리가 가야할 곳은 좌도 우도 아닌 아래다"라고 했듯이.

   

And

나한테 활짝 웃어 보이고 있더라. 아름다웠다.

 

당시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 애는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했고, 날 좋아한다는 소문도 몇 번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동정심일 거라고 생각했고, 만약 진짜 좋아하는 거였다 해도 그런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일부러 무뚝뚝하게 대하면서 거리를 뒀었다. 

 

좋은 애였지. 예쁘기도 했고. 하지만 이제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난 이제 그저 홀로 견디다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만을 원하는 인간이 되었다.

 

그 애는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난, 비록 이런 인간이 되었지만. 

And

그 친구도 나름 나에게 친애의 감정이 아예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다만, 그런 감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엔 내가 너무 뒤틀려 버렸을 뿐이다. 

 

이런 삶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저 홀로 견디다가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난 더 이상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내가 사랑하는 분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 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옆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애초에 그런 감정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한 때 사랑했던 분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자신은 홀로 견디다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절망만이 나의 본성이 된 것이려니 한다.

And

 진심으로 두려워했던 이유는, '청렴하고 유능한, 신념과 카리스마를 갖춘, 그러나 결국 부하에게 비극적으로 살해당한 지도자'라는 판타지를 뒤집어쓴 애비의 후광을 빼면 허수아비에 불과한 박근혜와는 달리 그가 표상하는 탐욕과 천박함은 이른바 '진보세력' 내에도 이미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대립하면서도 '그래도 내 주식과 아파트 값은 올랐으면 좋겠다' '그래도 내 자식은 미국 시민권 따뒀으면 좋겠다' 라는 식으로. 이명박은 그렇게 독의 씨앗을 뿌렸다.

결국 그 씨앗은 윤석열 정권에서 거목으로 자라났다. 그 거목은 서민과 노동자의 피를 빨고 더 크게 자랄 테고, 드리우는 그늘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