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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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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추석에는

'난 깊은 인간관계 따위 싫어' '그냥 혼자 살다 혼자 죽을 거야' 같은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가, 한 때 친분이 있던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는 꿈을 꿨다. 즐거웠다.

 

그리고 깨고 난 지금, 나는 그 꿈 속에서 느낀 즐거움이 얼마나 하찮고 무가치한지 안다. 뭐.... 그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본지 10년이 넘었고, 어지간해서는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으려니 한다. 그 사람들은 좋은 분들이었다. 다만, 내가 그런 걸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행복하게 잘들 살기를 바란다. 비록, 이런 세상이지만.

 

난 오늘도 세상과 나 자신을 견뎌야 하지만.     

And

예전에... 학창 시절, 좀 많이 좋아했던 선배가 떠올랐다.

 

그 때 차인 게, 이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범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기엔 너무 뒤틀려 있다. 만약 그 선배가 내 마음을 받아 들였더라도, 별로 길게 사귀진 못했겠지. 상처만 주고 받고 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 후로 종종, 신께 괜찮은 놈이(여자여도 상관 없고) 그 선배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기도했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도 내심 얼굴도 뭣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질투심이 좀 들었는데, 이젠 괜찮다. 다만 내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서 그 선배 곁을 한 동안 맴돌았던 게 미안하고 부끄러우며, 이젠 그 선배가 날 잊었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평안하시길. 이 세상은 이렇게나 혼탁하고 어지럽지만. 부디.

 

그리고 난 두 번 다시는 누군가에게 반하는 일 따위 없이 혼자 살다 죽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가능한 빨리.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어차피 해리스가 됐다 해도 중동 지역 통제를 위해서 이스라엘 지원은 계속할테고, 미국의 오만하고 강압적인 대외정책은 변함 없을 것이며, 지구 환경은 계속 조져질테고,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친 트럼프 성향 대기업 오너들은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노골적인 천박함과 추잡함보다는 덜 나쁘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지금의 결과가 쓰라리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가난한 좌파인 나로서는 그다지 나아지는 게 없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꼬우면 국혐 찍을 거냐고 빈정대는 꼴 볼 때마다 한 대 치고 싶지만 국혐이 정권을 잡으면 돌이킬 수 없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과 비슷하다. 술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시니까 오늘따라 술도 잘 안 받더라고, 썅.

 

사실은 박근혜 때부터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사바세계는 원래 어둡고 비참한 곳인데다가, 그냥 지금이.... 이런 시대인 거라고. 기후 격변에, 전쟁과 역병이 창궐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차별과 증오가 넘쳐나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더욱 나약해지고 비겁해지기를 강요받는 시대라고. 그게 확실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살아간다는 게 그 강요 앞에 굴종할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나는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만을 바라는 인간이 되었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죽을 생각까지는 없고, 살아 있는 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러하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종말의 시기이며 두 개의 달이 떠오르는 밤이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다.

And

원래 켈트 인들의 겨울맞이 축제이던 삼하인에 그 근본을 두고 있으며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한다. 오늘, 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찾아갔다. 분향소에는 몇 번 갔었지만 현장에 직접 간 것은 처음이었다. 

공기에서 슬픔의 냄새가 난다고 느낀 건, 아마도 내 착각이었겠지.

꽃과 먹거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아마도 엊그제 온 사람들이 두고 간 거겠지.

 

"기억해줘 죽은 자를, 새카맣게 타버렸지만" 좀 울컥했다. 

문득 시선을 잡아끌던 메모 한 장 "이름도 몰랐던 내 친구들 금방 따라갈께 맥주 한 잔 하고 기다려"

저걸 쓴 사람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근처 광화문 민속박물관에서 마침 작게 전시회하는 게 있길래 그걸 보러갔다. 조선 후기에서 일제 강점기 무렵, 장례를 치를 때 상여에 장식하던 꼭두들 300여 점과 각종 부속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년 전, 그날 그곳에서 죽은 159명의 영혼들도 상여를 타고 저 꼭두들의 보호를 받으며 다음 세상으로 무사히 떠났기를 바란다. 오늘이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해서, 이 땅에서 너무 오래 헤매지는 말기를 바란다. 

부디, 안식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죽음들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정당한 응보를 치르기를. 반드시. 

And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이었다. 현실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코 그렇게 다정했던 적 따위 없다. 깬 뒤 잠시 뭔가 아무 거라도 하면서... 하다 못해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줄지어서 나쁜 기억들만 주르륵 떠올랐을 뿐이다.

 

나의 실패고, 나의 상실이고, 나의 슬픔이고, 나의 고통이고, 나의 분노고, 나의 고독이고, 나의 절망이고, 나의 허무다. 이게 날 망가뜨리고 있다는 걸 안다. 한 때는 고쳐 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도 않다. 오직 나 혼자 견딜만큼 견디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죽겠지. 그 노력들이 실패했을 때 이미 한 번 시도했던 거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창 밖에서 해가 뜨는 게 보인다. 오늘도 난 어떻게든 혼자 견디며, 남루한 일상을 반복할 것이다.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And

은근히 눈치를 보던 상대가, SNS에서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화를 내는 걸 봐도 이제는 '저 사람은 또 뭣 때문에 긁혔댜ㅋ' 정도 생각 밖엔 들지 않는다. 이 쯤 되니까 뭐... 굳이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더 이상 딱히 없고. 

 

난 (비꼬는 의미 없이, 진짜 좋은 의미로의) 인싸가 되면 분노와 절망,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던 과거의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었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고,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고, 포기했고, 그 이후로 10년이 넘은 지금에야 다른 방향으로 좀 발전했구나 싶다. 적어도, 스스로 느끼기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남의 눈치를 보지는 않게 됐다. 

 

 

이렇게 혼자 견디다가 죽어, 無가 되길 원한다. 

And

트위터에서 양궁 선수 김안산 선수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고 써 놓은 게 묘하게 웃겼다.... 그러고 보니 김안산 선수 고향이 광주였지 아마.

 

나 자신은 더 이상 소설을 통해 뭔가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게 됐지만, 그건 내 일이고 내 믿음일 뿐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And

뻐킹한 부분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룬썩10이 대통령이 된 건 투표한 사람의 48.56%가 그를 찍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룬썩10을 키워준 덕분이 아니다. 대통령직은 왕위가 아니고, 문재인은 누구에게도 직을 양위한 적 없다.

 

솔직히, 천안문 시위 사진이나 Free Tibet 구호 걸어놓고 한국 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해선 ㅆ팔육 꿘충 운운하는 놈들 멘탈은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고 최대한 설득하는 게 민주주의자로서의 의무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대의를 진심으로 믿고 추구한다면, 룬썩10을 찍은 다른 시민들을 결국 설득하지 못한 스스로의 실패 역시 인정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럽다.

민주주의는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한 명의 절대적인 영웅을 부정한다. 그 영웅이 진짜로 그게 가능할만큼 정의롭고 유능해도 마찬가지다. 대신 권리와 책임을 모두 불특정 다수 시민들 하나 하나에게 분산하고, 그런 시민들의 이성과 대화, 협력이 낳는 가능성을 믿는다. 민주주의자라면 응당 그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내가 그렇게 하기 싫어지기 시작했다.

 

10년 쯤 전에는 이명박 찍은 이들이 가축 같다고 생각했다가도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책망하곤 했다. 이제는... 가축이 되는 걸 선택했다면 그냥 가축처럼 살다 죽으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이 들면 굳이 더 이상 그런 생각을 계속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내 분노의 대상을 그 당 의원이나 고위 관료들, 그 당과 끈끈한 자칭 보수언론 및 재벌로 한정하고, 2찍했던 다른 시민들까지 적어도 감정적으로는 미워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쉽지 않다. 

 

 

 

And

대구에 갔다가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만난 나와 조금이라도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으셔서 생각나는대로 아무 말씀이나 하시는 것 같았지만(아버지가 소설쓰기의 전략이나 시장 트렌드 같은 것에 대해 잘 아실 거 같지는 않다) 난 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티가 난 모양인지, 사촌놈 차를 타고 같이 돌아오던 중 사촌놈이 '너 고모부가 어렵냐'고 묻길래 그냥 오랜만에 봤더니 어색해서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나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셨다는 건 알고 있다. 다만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람이었고, 그게 내게 큰 상처를 입혔으며, 나이가 든 지금도 그 상처가 여전히 갈라진 상태일 뿐이다. 오래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화가 치밀 것 같았고, 그걸 참을 자신이 없었다. 

 

날씨 한 번 덥다, 젠장...

And

https://garleng.tistory.com/1896

 

꿈 속에서 고등학교 때 동창을 만났다

나한테 활짝 웃어 보이고 있더라. 아름다웠다. 당시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 애는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했고, 날 좋아한다는 소문도 몇 번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동

garleng.tistory.com

 

꿈 속에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있었고, 이 애와 다른 예쁘장한 여자애가 나타나 누구랑 사귈 거냐고 따지다가... 이 애가 키스하려는 듯 내게 몸을 붙여오는 꿈이었다. 그 향기로운 숨결을 느끼고 당황하다가 깼다.

 

나한테 있어서는 그저 악몽에 불과하다. 물론 매력적이고 좋은 애였고, 당시 그 애가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나이가 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 때보다 상태가 더 나빠졌다. 나는 연애를 비롯한 깊은 인간관계 자체가 싫다. 현실의 그 애는 아마도 지금쯤 나에 대해선 잊어 버리고 괜찮은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정말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를 바란다.  

 

이런 종류의 꿈을 꿀 때마다 '혹시 내가 무의식적으로 연애하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 고민했었다. 그리고 한 동안 이런 종류의 꿈은 꾸지 않아서 드디어 내가 그런 하찮고 무가치한 욕구를 떨치는 데 성공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또 꿔 버렸다.

 

난 한 때 사람이 싫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그저 깊은 인간관계가 싫을 뿐 사람 자체가 싫은 건 아니라고 생각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인간불신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혼자 살다 혼자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만을 바란다. 더 없이 간절히.

 

.....

뭐 그래도 그 애가 나에 대해선 잊어 버리고 괜찮은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착한 자식도 한둘 정도 낳아서.  

And

"이것이 삶인가? 좋다, 그럼 다시 한 번!"이라고 가슴을 펴고 선언했었지만 아무래도 난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다.

 

나는 한 번 죽으려다가 실패했었고, 그 이후로 가능한 한 삶을 견뎌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한 번이라는 전제 하에서의 결심이었다. 화창한 5월 오후고, 하늘은 맑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살아 숨쉬는 모든 순간들이 고통스럽다. 언제나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 

And

심상정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새삼 드는 생각은, 노동이나 환경, 소수자 의제를 우선시하는 좌파가 정치적인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딴에는 전략적 동맹일 뿐이랍시고 극우와 제휴하기 시작하면 결국 장검의 밤 때 숙청된 나치 내 좌파(웃음)들 꼴이 난다는 것이다...

녹색정의당이 0석을 찍으면서 원외로 쫓겨난 건 유감이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뻔하고 진부한 핑계 대가면서 돌격대 노릇하는 꼴을 보지 않게 된 건 다행스럽다. 이를 계기로 두 번 다시는 저짝 패거리들과 어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절대악을 막기 위해서라면서 늘 좌파들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민주당이 ㅈ같은 건 인정하지만, 저짝 패거리와 붙어 먹는 건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심상정을 만났던 게 기억난다. 아마 2016년 쯤이었던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한창일 무렵이었다. 예술의 전당 근처였던가... 심상정이 연설하는 것과 마주쳤는데, 연설이 끝나고 자리를 떠날 때 쯤 "시간 괜찮으시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냐"고 청했었다. 

당시 나는 정의당 지지자였고, 투표도 여러 번 했었지만 그 무렵 이미 정의당은 이념이나 대의가 아닌 의석 수와 입지를 위해 타협하고 민주당과는 원팀이라고 말하면서도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심상정에게 "정치적 이익을 위한 애매한 타협은 하지 말되 민주당에게는 너무 날 세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심상정은 웃으면서 "저희가 민주당과 싸우긴 왜 싸워요, 동맹인데"라고 대답했지만... 순간 어딘지 모르게 그 대답이 건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내가 민주당 지지자라고 여겼던 걸지도 모르겠다. 

여튼 당시 나는 옆에 있는 경호원으로 추측되는 사람들 눈치가 좀 보이기도 했고, 나도 내 생각을 충분히 정제해서 말할 수 없는 상태인데 바쁜 의원 오래 잡고 있기도 좀 그렇다 싶어서 "좌파 정당으로서의 선명성을 유지한 채로 박근혜 정권 및 새누리당과 싸워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 심상정은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끝내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난 뭐라고 말하기 힘든 복잡한 심정으로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봤지만, 박근혜가 탄핵되고 다음 대선에서도 심상정을 찍었었다. 문재인이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았지만, 가난한 좌파로서의 내 자존심은 민주당 후보를 찍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도 정의당은 계속 정권과 갈등했고, 가끔은 석연치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간 동안 내내 나는 심정적으로 정의당 편이었다. 계약직 단기 노동자이자 안 팔리는 작가로서 매달 내야 하는 최저한의 당비조차도 부담스러웠기에 당원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돈에 여유가 생기면 후원금도 냈었고. 하지만 점차 내 마음은 정의당을 떠나고 있었고, 지난 대선에서 나는 노동당 이백윤 후보를 찍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의당에 실망하게 된 건 작년의 일이었다. 윤석열은 이명박 때 인사들과 검찰 출신들로 대통령실과 내각을 채웠고, 그 과정에서 밥그릇을 잃고 그들 나름 윤석열에 대한 원한이 생긴(그러나 쓰레기이긴 마찬가지인) 이준석이나 천하람 같은 것들이 생겼다. 정의당 내에서는 그들과 제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겼고, 심상정은 그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결국 제3지대를 자칭하는 기괴한 혼종이 생겨났다(류호정은 뭐 그럴 거 같았지만 장혜영은 실망스러웠다. 좋게 표현해서 '실망스러웠다'는 거다, 썅).

그리고 2024년 총선이 끝났다. 녹색당과 합쳐진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초로 0석 신세가 되면서 원외정당 신세가 되었고, 심상정은 정치 은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화창하고 아름답지만, 떨쳐낼 수 없는 불길함도 함께 느껴지는 봄날 오후다. 그리고 나는 그 흐린 저녁 하늘 아래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내 시선을 피하던 심상정을 떠올린다. 결국은 오늘 같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나는 10년은 더 된 그 날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아예 원외정당이 되었으니 당장의 입지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야성을 찾고는 노동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싸워주기를 바랄 뿐이다. 고 노회찬 의원이 "우리가 가야할 곳은 좌도 우도 아닌 아래다"라고 했듯이.

   

And

나한테 활짝 웃어 보이고 있더라. 아름다웠다.

 

당시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 애는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했고, 날 좋아한다는 소문도 몇 번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동정심일 거라고 생각했고, 만약 진짜 좋아하는 거였다 해도 그런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일부러 무뚝뚝하게 대하면서 거리를 뒀었다. 

 

좋은 애였지. 예쁘기도 했고. 하지만 이제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난 이제 그저 홀로 견디다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만을 원하는 인간이 되었다.

 

그 애는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난, 비록 이런 인간이 되었지만. 

And

그 친구도 나름 나에게 친애의 감정이 아예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다만, 그런 감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엔 내가 너무 뒤틀려 버렸을 뿐이다. 

 

이런 삶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저 홀로 견디다가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난 더 이상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내가 사랑하는 분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 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옆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애초에 그런 감정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한 때 사랑했던 분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자신은 홀로 견디다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절망만이 나의 본성이 된 것이려니 한다.

And

 진심으로 두려워했던 이유는, '청렴하고 유능한, 신념과 카리스마를 갖춘, 그러나 결국 부하에게 비극적으로 살해당한 지도자'라는 판타지를 뒤집어쓴 애비의 후광을 빼면 허수아비에 불과한 박근혜와는 달리 그가 표상하는 탐욕과 천박함은 이른바 '진보세력' 내에도 이미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대립하면서도 '그래도 내 주식과 아파트 값은 올랐으면 좋겠다' '그래도 내 자식은 미국 시민권 따뒀으면 좋겠다' 라는 식으로. 이명박은 그렇게 독의 씨앗을 뿌렸다.

결국 그 씨앗은 윤석열 정권에서 거목으로 자라났다. 그 거목은 서민과 노동자의 피를 빨고 더 크게 자랄 테고, 드리우는 그늘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And

전부 아파서 못 자겠다. 내내 철야하고 몸을 망가뜨려 가면서 작업한 게 허사가 됐어. 그나마, 인간관계 쪽으로는 쓸데 없는 감정을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삼스럽지만,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동료 작가 한 분은 북토크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가 있는 모양이다. 알고 지낸 정도 있고,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한 편으로는 솔직히 좀 질투심도 든다. 나는 계약 파기할까 고민 중인데. 

 

그래도 난 내 글을 쓸 수밖에 없겠지. 나는 비록 이렇지만, 내 소설은 나 자신보다 나아야 한다. 

And

자존감이 낮고 타인에게 경계심이 강한 사람... 즉, 나 같은 사람은 사랑 같은 거 해선 안 될 거 같다. 나는 특히나 더 그래야 할 필요가 있고. 난, 그게 우정이나 애정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건 혐오나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건 타인과 깊은 감정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증오한다. 마음 깊이.

 

그런 내가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상처만 주고 받겠지. 내가 이런 성격이 된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굳이 새로 문제를 만들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내 삶은 이미 반쯤 조졌는데. 

 

...그래도 내가 한 때나마 사랑했던 이들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아, 최근 만난 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호감 정도 감정 밖에 없었긴 하지만 뭐 기왕이면 그 사람도. 그 사람이야 뭐 나에게는 별 관심 없었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은 내 이름도 모를 걸ㅋ 

 

살짝 헛헛한 걸 보면 나는 아직까지 '평범하게 타인과 우정이나 애정을 나누고 싶다'는 옛 욕구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구나 싶어서 좀 그렇긴 한데, 이런 식으로 감정의 농도를 점차 희석시켜가다 보면 머지 않아 완전히 느끼지 않을 수 있으려니 한다. 

 

 

다시는 만날 일 없겠지만, 잘 지내길. 친절하게 마음 써주신 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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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하던 곳에서 내게 친절하게 대하며 어느 정도 호감을 보여주시던 분이었다. 그 곳을 관둔지도 꽤 됐는데... 그 이후로 그 분이 자주 떠올라서, 혹시 내가 그 분에게 마음이 있나 싶었다.

 

마침 써야할 글도 어느 정도 진도를 뺐겠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예전 직장에 가봤다. 그 여자분을 다시 만났는데, 왼손 약지에 반지 끼고 있더라.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나 자신의 감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혹시 질투심이나 슬픔 같은 감정이 드는가? 그렇지는 않더라도 아쉽다는 감정이 드는가? 

 

아니었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그 분의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길 바라지만, 어지간해선 나처럼 그저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만을 바라는 놈보다야 낫겠지. 만일 내 감정이 연애감정이었다면 혼자 수습하느라 한 동안 애 먹었을 텐데 역시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앞으로 살면서 두 번 다시 누군가에게 반할 일이 없기를 원했고, 해냈다. 이번에 그러했듯,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걸 확인했으니까 이걸로 된 거다. 다시는 그 분을 볼 일이 없겠지만,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한 잔 마셔야겠다.

 

그 분께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같은 소리를 할까 했는데, 그러지 않고 간단한 인사 정도만 짧게 주고 받고 만 건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소리 했으면... 그 분도 "어 이 사람 혹시...?" 하고 부담스러워 하셨을지도 몰라. 나 자신이 그 분께 일정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무척 다행스럽지만, 그래도 대체로 좋게 여기고 있고... 내 말이나 행동 때문에 그 분이 거북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모쪼록, 그 분이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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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관계 맺기를 싫어하는 건 그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MBTI 자체도 그렇게 믿을 만한 건 아니고. 나도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랑 놀면서 웃고 떠드는 거 좋아했어ㅋ

 

이젠 거의 기억나지도 않지만. 이제 와서 새삼 그 때가 그립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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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돈과 힘을 가진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각자의 이익과 보신을 위해 그 돈과 힘을 쓸 '자유'의 그물망으로 덮인 세상이 망가지는 건 어떤 알기 쉬운 카리스마적 독재자 한두 명의 뒤틀린 신념이 아니라 숱한 불특정 다수의 욕망과 자기합리화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 아니잖아' '어차피 반대편도 딱히 정의로운 거 아니고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해먹을텐데 그럴 바엔 내가 내 가족과 친지들 챙겨야지' '세상은 원래 다 그런 거고, 욕하는 놈들은 다 철 없는 몽상가 아니면 지가 해먹을 기회를 놓치고 열폭하는 위선자들이다' 뭐 그런 거...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상대방의 흠결과 부정을 기뻐하게 된다. 상대방이 흠결과 부정이 있으면 그만큼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쉬워지고, 그럴 수록 더 세상은 뒤틀리고 망가지게 된다. 그 불특정 다수 역시 개개인 레벨에서는 그렇게 냉혹하거나 악랄하지 않은, 나와 별 차이도 없는 이웃들이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고.

난 '사실 국혐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재명은 아무래도 뒤가 구려보이고, 윤뻐커가 당선되면 내가 영끌해서 산 아파트 값이 오를 거 같아서 눈 딱감고 2찍한' 그 숱한 사람들이 개인의 도덕성 측면에선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뉴스를 보다 보면 담배가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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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 내에서 거짓말을 하는 게 익숙해졌다. 억지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와서 굳이 바뀌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난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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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작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그 이후로도 내내 공격 받고 있는 데에는 본인의 도덕성 의혹이 크다는 건 사실이다(개인적으로는 이재명의 인성은 의심스럽지만 대장동 관련 건만큼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본다). 계속 이렇게 약점을 잡히느니 차라리 이재명을 손절한다는 것도 (이재명 개인에 대한 신뢰는 둘째 치고) 정치적으로 할 만한 판단이다.

 다만 문제는 지금 대통령인 윤뻐커가 '어쨌든 형식상으로는 합법적으로 상대를 조지는 것'에 특화된 검찰 출신이라는 거고, 그래서 이재명이 구속되면 민주당 내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작년 대선 이후 윤뻐커의 패악질을 미국에서 구경만 하던 이낙연이라는 거다. 이낙연이 적극적으로 저짝 패거리들과 거래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당내 라이벌을 손 쉽게 치우고서 꿀 빨고 싶어하는 이낙연과 작년 대선에서 윤뻐커를 거의 이길 뻔한 민주당 당대표를 족치고 싶어하는 저짝 패거리의 이해가 일치한 셈이다.

어차피 이재명 지지한 적도 없고, 민주당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이재명이 구속된다 해도 사실 크게 아쉽지는 않다. 다만 이번 이재명 체포안 가결로 인해 '현대 민주국가의 보수정당'이 아니라 '상종 못할 사람 모양 쓰레기 집단'인 저짝 패거리에게 먹이를 줬고, 저짝 패거리들은 그걸 뜯어먹고 더 큰 힘을 얻을 거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윤뻐커 개인만이 아니라 구 민정당 쓰레기들은 적당히라는 게 없다. 놈들은 이재명 하나 제낀 걸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낙연이 이재명 체포 동의안 가결을 두고 '여러가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 흐리는 거 보고 이낙연에 대한 비호감도가 급증했다. 입장 상 그는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라이벌로서, 이재명을 도저히 좋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역시 자기 계파를 가진 대형 정치인이라는 입장 상 그는 대선 이후 개판이 된 민주당 분위기를 수습하고 윤뻐커 정권의 전횡을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다. 1년 간 미국에서 구경만 하다가 날로 먹을 게 아니라. 반기문도 아니면서 미꾸라지 같이 구는 야비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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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영화화 판권 계약하고, 누구는 일본 시장 진출했다는 소식 가져오면 축하하는 한편으로는 솔직히 질투심과 열등감이 좀 들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찌질하긴 한데.... 쿨한 척하면 그것대로 자기기만일 것이다. 그걸 자각했을 때의 허탈함은 그것대로 견디기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뭐 그간 알고 지내며 쌓은 친분도 있겠다... 축하하는 마음도 거짓은 아니니까. 그저 난 스스로의 이 질투심과 열등감을 견뎌가면서 더 좋은 소설을 쓰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었다. 난 삶에 애착을 가지기엔 너무 소모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좀 더 쓰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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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느라 외갓집 못 내려갈 거라고 사촌놈과 잠시 통화했다. 요즘 무리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건강 챙기라고 걱정하더라.

 

알겠다고 대충 대답하긴 했지만... 사실 난, 그냥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쓰다가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저 생계를 위해 내키지 않는 직장 생활 억지로 하다가 과로사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글을 원하는 방식으로 쓰다가 갈 수 있다면, 만화가 미우라 켄타로 같은 죽음도 작가 입장에서는 나름 로망이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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