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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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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1.05
    옛 친구 결혼식에 갔다 왔다
  2. 2022.11.01
    알바하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3. 2022.10.30
    핼로윈, 사람이 죽었다
  4. 2022.10.23
    파이널 판타지 10 단상
  5. 2022.10.23
    내가 보기에 윤썩엿 찍은 2~30대는
  6. 2022.10.20
    재취업 준비하며 동네 주민센터에서 알바 중
  7. 2022.10.03
    트위터 쪽에서, 못생겨서 여자들에게 따돌림과 조롱을 당했다는 글을 봤다
  8. 2022.09.18
    옛 지인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1
  9. 2022.09.06
    꿈에서 고등학교 동창이 나왔다
  10. 2022.07.06
    또 다시, 사랑했던 사람을 꿈에서 봤다 1
  11. 2022.06.11
    사랑했던 사람을 꿈에서 보았다
  12. 2022.06.09
    힘들 때 꺼내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 둔 피자를 꺼냈는데
  13. 2022.05.31
    옛 친구들 꿈을 꿨다
  14. 2022.05.17
    정치적, 이념적 차원에서는
  15. 2022.03.17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16. 2022.03.10
    벌써부터
  17. 2022.03.08
    사실 아랫글은 저렇게 썼지만
  18. 2022.03.08
    내일 대선에서 이재명을 찍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19. 2022.02.18
    트위터 쪽에선 대놓고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20. 2022.01.23
    고모님이 돌아가셨다
  21. 2022.01.09
    그러고 보니
  22. 2021.12.25
    참담한 크리스마스 새벽이다
  23. 2021.12.19
    꿈에서
  24. 2021.12.04
    난 지금도
  25. 2021.11.24
    노태우의 뒤를 이어

오랜만에 다른 옛날 친구들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약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다들 각자 자기 길 가고 있는데, 나만 혼자 뒤에 남아 옛 추억에만 매달리는 기분'을 털어놨다. 다들 성심껏 들어주고, 각자 자신들의 힘든 부분이나 약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기분은 한결 나아졌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여전히 나만이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다른 친구들의 고민과 힘겨움은 어디까지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겪을 만한 것이지만 나는 아니었기에.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내가 제일 불행하고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들어 망가질 거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을 도저히 떨칠 수 없다면 적어도 억누르기라도 해야 한다.

 

다들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And

오늘 근조 문구가 없는 검은 리본을 나눠줬다. 난 안 달 생각이다 씻팔. 이럴 때만큼은 내가 공무원이 아니라 일개 알바라서 다행이다 싶다. 안 달았다고 누가 뭐라고 하면 상대가 동장이건 회장이건 '제 신념에 위배됩니다'라고 말해줄 거다. 지가 어쩔 거야.   

And

연평도 포격 때는 반사적으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걸 계기로 해서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든 족칠 방법이 없을까' 였다. 다음 순간에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할 만한 생각이냐' 싶어서 엄청 자괴감이 들었었다. 이번엔 그런 식으로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나아진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윤뻐커가 억지로 용산으로 집무실 옮겨가고 돈은 있는대로 쓰고 호위인력으로 경찰 빼 갔으니 통제 인력 모자라서 사단이 난 거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앞세울 때가 아닌 거 같다.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And
찔끔찔끔 파이널 판타지 10을 하고 있다. 7과 더불어서 가장 스토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고, 확실히 괜찮긴 한데 악역의 묘사에 있어서는 내 취향이 아니다. 거의 자연재해나 다름 없는 압도적인 파괴자가 있고, 그 파괴자에게 대적하는 척하면서 대중들에게는 거짓 희망만 주며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종교 집단 '에본 교단'이 악역으로 나오고, 신앙 대신 과학기술로서 그 파괴자에게 맞서는 종족 '알베드 족'이 주인공 파티의 조력자로 나오는데... 나는 과학기술로 대표되는 인간의 이성과 지혜가 인간을 구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이성과 지혜는 쓰기에 따라서 삶을 개선하는 유용한 도구는 될 수 있어도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궁극적 가치는 되지 못한다. 르네상스 지식인들과 좀 더 뒤의 계몽주의자들은 그렇게 믿었지만, 그 알량한 이성과 지혜에 대한 믿음은 제국주의로 시작해 1차 대전을 거쳐 아우슈비츠와 핵미사일로 끝장났거든ㅋ 그 폐허에 뒤이은 냉전의 공포 속에서 태어난 게 포스트 모더니즘이었다. 21세기인 지금은 포스트 모더니즘도 몇 물 간 취급 받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이 제기한 '인간의 이성과 지혜에 대한 회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인간으로서 내 눈에는 10의 에본 교단보다 7의 신라 컴퍼니-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사는 별의 목숨마저 위협하는 탐욕과 물신의 총화-가 훨씬 악랄해 보인다.
 
에본 교단이 아무리 틀어막아도 삶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과학의 발전 자체는 막지 못하고, 굳이 알베드 족이 아니어도 그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반드시 나오게 된다. 소환사의 존재로 대표되는 거짓 희망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알베드 족이 아니어도 나올 수 있고(오히려 교단에 의해 종족 전체가 테러리스트 취급 받으면서도 오직 선의로 악명을 감수해 가며 히로인 납치까지 하는 알베드 족의 묘사가 너무 현실감이 없다). 주인공 파티의 활약이 아니었어도 공포로 대중을 억누르는 에본 교단의 방식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블리츠볼 경기 같은 빵과 서커스도 없지는 않지만.... 그러나 신라 컴퍼니가 제공하는 직접적이고 즉물적인 풍요는 그런 것들보다 훨씬 빠르게 대중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다. 사람은 억압에는 저항하지만 이익에는 너무 간단히 포섭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신라 컴퍼니는 에본 교단보다 훨씬 더악질적이고 위험한 존재다.
아, 물론 그런 요소들이 좀 불만스럽긴 하지만 류크는 귀엽다ㅇㅇ
 
And

민주당과 국혐당이 진심으로 '똑같이 나쁘고 똑같이 더럽다'고 믿는다. 정도 차이나 개선 가능성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똑같이 나쁜 두 거대정당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더 강한 쪽 편을 들어서 그 쪽 편이 보장하는 체제 내에서의 입신양명을 위해 노력하는 쪽이, 민주당이 자신의 삶을 개선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믿는다.

민주당의 부정에는 공정을 외치면서 국혐당의 더 큰 부정에는 침묵하는 데에는 대강 이런 심리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차피 똑같이 더러운 놈들이 위선 떤다' '내가 보기에도 진짜 완벽하게 선하고 정의롭다면 인정해주겠지만 민주당은 아니다' '나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같은 층에 내 세금 낭비하지 마라, 그 핑계로 해먹기나 하겠지' 뭐 그런 심리.

이들이 전통적인 민정당 계열 지지 세대와 다른 점은, 군사독재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기에 그런 건 촌스러울 뿐이고, 노년층이 박정희 영정 앞에서 제사 지내는 사진은 조롱의 대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운동이니 민주화운동 경력 같은 거 걸어놓고 성추행이나 하는' '스펙 쌓기 위한 노력은 안 하고 데모나 하며 꿀 빨다가 편하게 좋은 직장 잡고 부동산으로 돈 번' '값싸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비정규직을 만들어낸' 민주당 586세대에 대해선 조롱이 아니라 극도의 증오로 대한다.

내가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는, 디씨나 에펨코리아 같은 데서도 민주당과 노무현 문재인 욕하는 글은 념글 치트키 취급을 받지만 윤썩과 '그 당'이 깨끗하고 정의롭다거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그 당'이 이겨야 한다는 식의 글은 그것대로 또 컨셉 취급받으며 비웃음당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윤썩 찍은 젊은 세대는 나라를 위해 국힘당을 찍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힘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다만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선 국힘당이 정권을 잡는 게 그나마 좀 더 유리하다고 믿으며, 무엇보다 민주당이 증오스러울 뿐이다. 이들의 세계관에선 '국힘은 부패하고 천박하지만 민주당보다 더 강하며, 최소한 자신에게 성공의 기회라도 주는 정당'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힘보다 강한 것도 아닌 주제에 위선적이고 혐오스러운 정당'이다.

사람을 가장 강하게 결집시키는 건 애정이 아니라 증오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앞으로도 어디에 투표할지는 명백하다. 기본적으로 '둘 다 똑같이 더럽다'는 믿음이 베이스에 깔려 있고, 당장 별 힘이 없는 소수정당은 애초에 관심 밖이기 때문에 누가 국혐당의 온갖 추잡한 면을 비판하면 반사적으로 상대를 민주당 지지자로 간주하고 '민주당도 똑같다'면서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거지.

 

 
 
And

가끔 직원들이 먹을 거 사주거나 하면 "전 직원도 아닌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동사무소 비품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그런 말을 한다. 뭐 그 사람들은 '이 사람 자존감이 좀 낮구나' 생각하고 말겠지.

 

 

사실 내 딴엔... 일종의 비웃음을 담아서 하는 말이다. 내가 뭐라고 말하건 간에, 너희가 뭐 신경이나 쓰겠냐... 뭐 그런 비웃음. 거기서 일한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직원들 대부분은 내 이름도 모를 걸. 

 

어차피 알바일 뿐이지만 그래도 일을 허투루 할 생각은 없고, 최소한 겉으로는 웃는 낯으로 예의를 지킬 생각이다. 그게 스스로 정한 기준선이다. 그래도 새삼 내가 사람을 싫어한다는 걸 절감한다. 난 사람이 싫고, 사람과 거리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왕이면 가능한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새삼스레 내가 꽤 비틀린 인간이구나 싶다.

And

좀 더 자기관리에 노오력을 기울였으면 그런 꼴 안 당했을 거라는 인알들이 많던데,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한 이유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그럭저럭 보통 정도의 외모였다 해도 어떤 꼬투리든 잡혔으면 그런 꼴을 당하긴 마찬가지였을 거다. 원래 따돌림 내지 집단 괴롭힘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사람은 그저 상대가 저항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증오할 수 있다.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다. 난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가해자이기도 했었고, 그 사실을 아주 잘 안다.

 

 

비 오는 밤이다, 담배 땡긴다. 

 

 

 

And

같은 소설 합평 모임에서 만나,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긴 사람이었다.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남들은 다들 각자 자신의 미래로 가고 있는데 나만이 혼자 남아 얼마 되지도 않는 과거의 추억에 매달려 있구나 싶어서 새삼 약간 쓸쓸해졌다.

 

이것만이 내 운명이라는 걸, 아주 오래 전부터 막연히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럭저럭 받아들이게 됐지만, 그래도 가끔은.... 많이 그렇다.

 

 

내 옛 친구가 행복하기를. 뭐, 난 성격도 침울하고 경계심도 강하고 이래저래 별로 호감 가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그 사람은 딱히 날 친구로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대강 뭐 친구라고 치자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난, 홀로 살다 홀로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빠를 수록 좋다. 

And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을 보였지만, 그 때 내 상태가 상태였다 보니 일부러 좀 거리를 뒀던 여자애들 중 하나였다. 그 꿈에서 난 그 애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말하고는 깼다.

 

왜 지금 와서 그 애 꿈을 꿨나 모르겠다. 활달하고 매력 있고, 좋은 애긴 했다만 사실 걔도 그렇게 날 좋아했던 것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어...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그 애 꿈을 꿨던 거 같은데.

 

잘 지내길 바란다. 

 

지금의 나는, 그저 혼자 살다 혼자 죽기만을 원하게 됐지만.

 

 

나의 이 절망조차도 어떤 측면에선 약간 위안이 된다. 두 번 다시는 하찮은 거짓 희망에 흔들려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위안. 절망에는 일종의 안온함이 있다. 난 그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애는 행복하게, 앞날의 희망을 가지고 잘 살길 바란다. 

And

이번엔 그 분과 맺어져서 함께 여행을 다니는 꿈이었다. 어떤 평행세계의 나는 실제로 그렇게 됐을 지도 모르지ㅋ 

 

 

내가 반했던 여자가 그 분 뿐인 것도 아닌데 꿈에는 그 분만 나온다. 뭐... 그 사람이 좀 각별하긴 했었지. 이젠 의미 없지만.

 

이제는 꿈 속에서 그 분을 보면 '아, 꿈이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사실 그 꿈 속에서는.... 행복하다. 깰 때마다 그 행복은 결코 내가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절감하게 될 뿐이다.

 

난 오늘도 내 남루한 현실을 다시 견뎌가야 할 테지만,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란다.

And

그 사람이 떠나고, 난 꿈 속에서 다시 꿈을 꿔 그 사람을 만나고,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깨어나 그 사람을 쫓고, 마침 되돌아오던 그 사람과 만나는 꿈이었다.

 

난 그 꿈 속에서조차도,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꿈 속의 꿈이었다는 사실이 좀 달콤하면서도 슬프다.

 

 

10년이 더 넘었으니, 이제 그 사람은 날 잊었으려니 한다. 그래도 괜찮다. 모쪼록, 행복하기를. 

 

 

 

And

곰팡이가 슬었길래 그냥 버렸다. 사실 피자 한 쪽 그 까이꺼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내내 기분이 언짢은 건 '힘들 때 먹으려고 아껴 놓았던 것' 자체가 무의미해져서 그런 거겠지. 이 나이나 되서는 어린애처럼 그런 거 가지고 처진다는 것 자체가 좀 짜증나기도 하고. 

And

종종 꾸곤 한다. 한 때 가깝게 지냈던, 그러나 이제는 내가 너무 많이 변해 버리는 바람에... 여전히 그립긴 하지만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다시 그 때처럼 웃으면서 볼 자신이 없는 친구들의 꿈을. 그 꿈 속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어울리고, 그러다 깰 때마다 마음이 아팠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꿈 속에서도, 그 친구들은 멀리서 웃고 있고 나는 일부러 그 친구들을 피했었다.

 

꿈이 현실을 닮아간다는 건 그것대로 슬픈 일이다. 

 

And

남들이 뭐라고 하건, 현실이 어떻건, 결과가 어떻건 간에 나는 좌파이며 좌파로서 원하는 것을 할 것이다. 그에 대해선 고민도 후회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는 가능한 빨리 죽어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바람이나 빗방울이나 모래알 같은 것이었더라면. 

And
가끔 극도로 짜증나는 점은, 그들 역시 노동이나 환경, 나아가 계급 이슈에 대해 나름 진심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치더라도 그 근본에 일종의 도덕적 나르시시즘과 어쩔 수 없는 쁘띠 부르주아지 근성 같은 게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혐당이 노동자 착취적인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고, 민주당이 그보다는 좀 순한맛 법안으로 대응하고, 정의당이나 노동당은 둘 다 조까라고 하는 상황. 이럴 때 그런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이나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하나씩 고쳐나가야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실질적으로 '그 당'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민주당이다"라는 논리로 침묵을 요구한다. 그러나 노동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하는 일선의 노동자들은 그 불완전한 면 때문에 오늘도 죽어나가고 있다.
 
그런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나름의 '선의'를 가지고 진보적 의제에 관심을 가지긴 하되, 스스로는 집 있고 차 있고 결혼해서 자식 낳아 키우고 은퇴한 부모님 용돈 드리고 예금도 좀 있고 남는 돈으로 주식 같은 것도 할 만한 여유 정도는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스스로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정작 가장 절박한 사람들의 요구를 비현실적인 것 취급하며 내려다 보는 태도로 설교하거나 비웃는 꼴 보면 '니들이 노동 의제에 신경쓰는 건 자신들이 그 당 지지자들보다 정의롭다고 믿고 싶어서냐 노동자들을 위한 거냐'고 묻고 싶어진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거 묻기 전에 한 대 치고 싶다. 그래도 짜증스러워할 뿐 증오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증오는 스스로에게도 매우 해로운 감정이고, 난 그 사실을 아주 잘 안다. 대상을 굳이 더 늘릴 필요는 없다.
 
And

민주당 지지자들 일부가 '너희 때문에 진 거다'라고 정의당이나 여타 소수정당 지지자들에게 화풀이하는 게 그려진다. SUCK은 대통령이 됐고, 가족 중 코로나 감염된 게 어머니까지 2명 째다. 지금 창 밖에서 해가 뜨는 게 보인다. 잔인한 여명이다. 졸라 즐겁네 썅.... 

 

And

이미 사람을 싫어하는 내가, '증오하지 말자' 같은 소리를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뭐... 굳이 대상을 늘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And

사실 이건,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볼 분들은 없으려니 생각하면서도 몇 자 적습니다.

윤석열을 막기 위해선 이재명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재명을 찍는 이유가 '윤석열이 되면 나라를 조질 것'이라는 공포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윤이 나라를 조질 것이라는 징후는 수없이 많습니다만, 일단 그건 둘째 치고요.

왜냐하면 공포를 동력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상대가 누구를, 어떤 이유로 찍었건 간에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 모두를 한데 묶어서 ‘배제해야만 할 사악한 적’으로 규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두려워하는 대상이 자신보다 약하면 잔인해지고, 자신보다 강하면 비굴해지기 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인간의 도덕성에 큰 기대가 없고,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언제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게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이나 군자가 결코 아닌, 그런 탐욕과 이기심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너도 나도 그런 평범한 사람들인 만큼 민주주의는 결국 그 정도 수준에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가치 있는 이유는, 그런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끝없이 서로 갈등하고 대립해가면서도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서로 좀 더 배우고 나아질 기회를 주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무수한 시행착오, 서로에 대해 쌓이는 오해와 편견, 불신이 매우 비싼 사회적 비용인 건 사실이고, 그게 민주주의가 가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만.

역시 개인적으로 저는, 현 제1야당이 보수 정당이 아니라 퇴행적이고 수구적이며 반드시 박멸해야 할 사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윤을 앞세운 ‘그 당’이 나라를 조질 것이라는 공포심 때문에 이재명을 찍었는데도 그가 당선되지 못했다면, 그 공포심에 잡아먹혀 윤을 지지한 모든 이들을 증오하게 될 겁니다. 그들 역시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만일 바뀌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이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민주주의 하의 동료 시민인데도 불구하고요. 어쩌면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과 저 자신)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러한 증오는 '개빻은 저들을 전부 속 시원하게 쓸어버릴 착한 독재'에 대한 욕망을 부추길 겁니다.

사실, 저 역시 윤의 당선이, 그리고 ‘그 당’이 집권여당이 되는 미래가 두렵습니다. 그러나 윤이 아니라 이재명을 찍는 이유가 오직 그러한 공포심 때문만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한 표에 싣는 게 더 나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정책에 있어서는 심상정이 이재명보다 더 낫습니다. 심상정은 예일 뿐, 자신의 계급과 입장을 더 잘 반영하는 다른 제3의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 역시 가치 있는 선택입니다. 당선이 되지 않는다 해도 득표율은 그 후보가 표방하는 가치를 대외적으로 증명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집결시킵니다. 무효표를 던지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건, 아무 것도 나타내지 못합니다. 

전 내일 ‘착한 독재’를 거부하는, 민주주의의 약점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향하는 사회의 시민이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그리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최악의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 해도 윤이나 ‘그 당’ 의원들, ‘그 당’ 친화적인 고위 관료와 언론은 미워할망정 동료 시민들끼리는 너무 증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And

사실 난 내 좌파로서의 이상이 실현되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And

장례식 참가 문제 때문에 어머니와 잠시 말다툼을 한 뒤 그냥 혼자 가기로 하고는 사촌들 차 얻어타고 대구에 가서 상 치르고 돌아왔다. 간만에 고종사촌 동생들도 만났는데, 1명은 거의 10년 만에 봐서 처음엔 잠시 못 알아봤다. 

 

아버지를 만나면 늘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내가 아직도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복잡하다. 시골집 땅 관련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모양이라 그것도 신경 거슬리고.

 

화장장에서, 관을 쓰다듬으며 흐느끼는 고모부를 바라보며 나는 느끼지 않을 슬픔이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사촌 여동생이 남편 곁에 붙어 서 있는 걸 보며, 그 역시 나는 느끼지 못할 위안이라는 생각을 좀 했다. 난 사람이 싫고, 혼자 살다 죽기를 원하기에.

 

심난한 2박 3일이었지만, 그래도 고모님의 영혼이 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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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쁘다'고 느낀지 10년이 넘었다. 이제 와서 새삼 다시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혼자 견디며 살다 죽을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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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박근혜 사면을 발표했다. 나야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별 호감은 없었다. '개중 괜찮은 편이고, 코로나 방역도 이 정도면 잘 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보수 대통령' 정도의 인식이기도 했고, 원래 내가 특정 정치인에게 딱히 개인적 호감을 갖고 지지하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기에 딱히 엄청나게 배신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5년 전의 그 겨울밤들이 생각나서 초 하나 사왔다.  

 

그 나날들 중 하루는, 그런 일이 있었다. 촛불집회 나가려고 안국역 가는 지하철을 타고, 구석 자리에 앉아서 준비해 온 플라스틱 컵과 플래시, 그리고 비닐봉투를 꺼내 부스럭대고 있었더니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 한 분이 뭐하고 있는 거냐고 여쭤보시더라. "이렇게 해서 이렇게 만든 뒤 플래시를 켜면 횃불처럼 보여요^^;" 하고 설명드리니까 웃으시면서 수고하라고 하시더라.

 

굉장히 기분이 더럽지만 그 날들의 기억은, 나 자신에게 있어서만큼은 무가치하지 않다. 차기 대통령이 이재명이 되건 윤석열이 되건, 그 가치는 누구도 내게서 빼앗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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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사랑했던 선배가 나왔다. 그립지만, 좀 씁쓸하다.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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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국 사람을 믿고 기대가며 살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저, 내가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난 혼자 살다 혼자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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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90세의 나이로 전두환이 뒈졌다.

 

노태우 국장 결정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 전라도 광주 출신이라는 어떤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을 실드치며 '전노 군사독재에 제일 큰 피해를 입은 광주에서도 이 정도면 ㅇㅋ라고 납득하는 분위기다' '솔직히 타 지역 출신이 에바터는 거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글을 봤다. 하지만 별로 동의할 수 없는 게,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라인이 저지른 죄는 특정 지역민에 대한 학살과 차별만이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박정희에게 죽을 뻔했지만 미국 도움을 받아 살아남고 훗날 용서와 화해의 의지를 표시하셨던 건 개인적인 레벨에서는 미담일 수 있어도, 군사독재의 피해자가 본인만 있는 것도 아닌 이상 여전히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영웅적인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로 이뤄낸 성취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태우를 국장 치르기로 결정한 것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과오로 남을 것이다.

 

전두환에 대해선 뭐...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감옥에 가지 않을 거, 한 10년 쯤 고통받다가 뒈지길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그것만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다행히 이번에 전두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결정됐고, 군바리들이나 몇몇 극우 유튜버, 국혐당 내에서도 소수 의원들이나 조문을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난 불길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박근혜가 감옥에 갔을 때, 이제 군사독재와 그 부역자 빨아제끼는 패거리들은 더 이상 힘이 없고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탈이념적, '실용적' 탐욕과 이기심만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적이 되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범람하는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그 '실용적' 탐욕과 이기심은 얼마든지 군사독재로 상징되는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힘'에 대한 욕망을 구체화할 그릇으로써 그 망령을 다시 무덤에서 불러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국혐당으로 대표되는 구 한나라당 계열 정당에서도 소장파(이준석 등) 의원이나 관료들은 최소한 군바리들과는 선을 긋고 싶어하는 모양이지만, 난 그들의 의지력을 믿지 않는다. 애초에 국혐당 쪽에 가 있다는 거 자체가 문제고, 민주당을 꺾기 위해선 얼마든지 강령술에 손을 댈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하튼.... 근현대 한국사의 헤게모니 대부분을 장악해왔던 군사독재의 수괴라고 할 만한 놈들은 이제 어제자로 다 죽었다. 그 망령들을 다시 불러내는 걸 막는 것은 산 자들의 몫일 것이다. 그들에게 희생당한 광주 영령들을 비롯해, 민주화 과정에서 억압받고 고문당하고 죽어간 이들의 영혼이 이젠 편히 안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침, 어제 광주 시청 위에는 무지개가 떴다. 

 

http://www.kukinews.com/newsView/kuk202111240073 

 

"전두환 떠난 날, 광주에 무지개 떴다"…온라인서 목격담

트위터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한 가운데 광주에서 무지개가 떴다는 목격담과 사진이 온라인에 잇달아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5·18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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