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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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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로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집권 여당은 지금도 윤썩엿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발음하는 영상을 내보내서 국익을 침해했다고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쫓아내고 대통령실 출입도 막는 등(덤으로 이로 인해 도어스테핑이 중지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은 아가리를 여물며 기레기 인증을 했다) 찐따짓이란 찐따짓은 다 하고 있는 와중에, 인터넷 매체 '민들레'에서 임의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었다. 친 정권 성향인 측은 일단 제끼고, 윤썩엿 극혐하던 측에서도 이에 대해선 찬반이 갈리는데... 양쪽의 주요 주장은 대강 이렇다.

 

 

찬성측:윤썩엿 정권은 유가족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대상도 특정하지 않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근조 문구조차도 없는 검은 리본 패용을 공무원들에게 지시하고,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등 '적당히 애도하는' 분위기만 내면서 정작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우리라도 희생자들을 명확히 호명하고, 그들을 기려야만 한다

반대측:세월호 때도 희생자들 유가족이 밝혀지자 그 분들은 자칭 보수라는 양아치들과 일베 벌레놈들에게 온갖 조롱과 위협을 당했다. 그걸 뻔히 봤으면서 유가족들 동의 없이 명단을 깐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이것 자체로도 유가족들의 상처를 후벼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2022년 11월 22일 현 시점에서 민변과 유가족들은 명단 공개 여부 자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 윤썩엿 정권은 이제 고작 6개월 지났을 뿐이고, 그들이 보인 무능과 무책임으로 봤을 때 앞으로 또 이러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또 그런 사고가 일어났을 때 희생자들을 호명하고 기리며, 정치로서 책임을 묻는 행위가 어디까지 가능한가? 만약 희생자 유가족들과 친지들 대부분이 너무도 큰 고통을 견딜 수 없고, 정치인들이 건네는 믿기 힘든 얄팍한 위로와 약속이 지겹고, 알지도 못하던 타인들의 동정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잊혀지는 걸 원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개인적인 수준의 '선'의 차원에서 보자면 마땅히 가장 큰 상처를 받았을 희생자 유가족들과 친지들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가장 슬퍼하는 사람들은 그들이고, 그렇다면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뜻에 따라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차원을 넘어서 보다 거시적인 수준의 '정의'의 차원에서 보자면 설령 희생자 유가족들과 친지들의 의사를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책임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가하고 향후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치의 장으로 끌어내어야만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한정해서는, 현재 유가족들은 민들레의 명단 공개에 대해선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이것만큼은 법적으로도 별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머지 않아 한국민들은 '선'과 '정의'가 충돌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이태원 참사와 맞먹거나 능가하는 또 다른 참사가 터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애초에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 쪽이 가장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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