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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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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5.01
    2025. 05. 01. 전국 탈시설 장애인 협회 집회 1

혜화동 성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성과 보고 및 지원금 문제 때문에 시설 소속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억압하고 학대한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참고 기사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230.html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182040001 ) 당연히 천주교도 사람이 운영하는 종교 집단이고, 돈과 영향력이 있는 조직은 그 목적이 뭐가 됐건 간에 지저분한 게 꼬이는 법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한다고?' 싶기도 했다. 내부 상황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섣불리 연대하러 가기가 애매하기도 했고. 하지만 종탑 위에 올라간 활동가에게 천식 약을 전달하는 것조차 막혔다는 소식을 보고 긁혀서, 마침 오늘 노동절이라 쉬는 김에 현장으로 갔다(낮에 노동절 대회 갔다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거긴 못 갔다. 뭐 트위터에서 보니 그 쪽은 많이들 간 모양이니 괜찮겠지).

 

가보니 눈물날 정도로 사람이 적더라. 기껏해야 3~40명 정도... 좀 옛날 표현으로는 안습할 정도. 오길 잘했다 싶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님이 날 알아보시는 눈치길래 가볍게 인사했다. 

주 7일 어쩌구 부족한 많이 부족한 진짜 부족한 웹툰 작가 모임(죄송합니다 기수님, 글씨가 잘 안 보여서...)
탄핵 전 경복궁 광장에서 본 적 있는 파평 윤씨 피해자 모임 깃발

그리고 종탑 위에 올라가 있는 세 활동가들. 손 흔들길래 이쪽도 플래시 켜서 흔듦.

 

현장에서 자유 발언을 듣다 보니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난 말하는 게 무척 어눌한 편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긴장하면 말을 버벅이거나, 잘못 말했다 싶으면 이미 한 말을 무심코 한 번 더 반복하는 버릇이 남아 있고. 집단 괴롭힘도 좀 심하게 당했었다. 개중 몇 명은 진심으로 내가 '원래 특수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간당간당하게 일반 학교에 온, 좀 모자란 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고, 당시 집안 상황도 나빴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당시 내 상태가 안 좋기도 했던 터라... 선생들도 날 무시하고 괴롭힘에 동조하곤 했다. 

 

스스로 그런 경험을 했고, 친척이 장애가 있기도 해서 난 장애인(특히 발달장애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이야 나이도 꽤 먹은 성인이겠다 나름 고친 것도 많아서 어지간해선 그런 취급은 당하지 않지만, 만약 내가 그 때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나가기라도 했으면 지금도 그런 꼴을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 정도 나이 들기 훨씬 전에 자살했을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왜 사냐 병신아, 내가 너 같았으면 진작에 자살했다"라는 조롱도 여러 번 들었었지.         

   

성당 앞에 붙어 있던 평화의 기도문.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이라... 주여, 한국 천주교가 그렇게 당신께 쓰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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