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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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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국혐당이 진심으로 '똑같이 나쁘고 똑같이 더럽다'고 믿는다. 정도 차이나 개선 가능성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똑같이 나쁜 두 거대정당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더 강한 쪽 편을 들어서 그 쪽 편이 보장하는 체제 내에서의 입신양명을 위해 노력하는 쪽이, 민주당이 자신의 삶을 개선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믿는다.

민주당의 부정에는 공정을 외치면서 국혐당의 더 큰 부정에는 침묵하는 데에는 대강 이런 심리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차피 똑같이 더러운 놈들이 위선 떤다' '내가 보기에도 진짜 완벽하게 선하고 정의롭다면 인정해주겠지만 민주당은 아니다' '나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같은 층에 내 세금 낭비하지 마라, 그 핑계로 해먹기나 하겠지' 뭐 그런 심리.

이들이 전통적인 민정당 계열 지지 세대와 다른 점은, 군사독재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기에 그런 건 촌스러울 뿐이고, 노년층이 박정희 영정 앞에서 제사 지내는 사진은 조롱의 대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운동이니 민주화운동 경력 같은 거 걸어놓고 성추행이나 하는' '스펙 쌓기 위한 노력은 안 하고 데모나 하며 꿀 빨다가 편하게 좋은 직장 잡고 부동산으로 돈 번' '값싸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비정규직을 만들어낸' 민주당 586세대에 대해선 조롱이 아니라 극도의 증오로 대한다.

내가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는, 디씨나 에펨코리아 같은 데서도 민주당과 노무현 문재인 욕하는 글은 념글 치트키 취급을 받지만 윤썩과 '그 당'이 깨끗하고 정의롭다거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그 당'이 이겨야 한다는 식의 글은 그것대로 또 컨셉 취급받으며 비웃음당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윤썩 찍은 젊은 세대는 나라를 위해 국힘당을 찍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힘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다만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선 국힘당이 정권을 잡는 게 그나마 좀 더 유리하다고 믿으며, 무엇보다 민주당이 증오스러울 뿐이다. 이들의 세계관에선 '국힘은 부패하고 천박하지만 민주당보다 더 강하며, 최소한 자신에게 성공의 기회라도 주는 정당'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힘보다 강한 것도 아닌 주제에 위선적이고 혐오스러운 정당'이다.

사람을 가장 강하게 결집시키는 건 애정이 아니라 증오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앞으로도 어디에 투표할지는 명백하다. 기본적으로 '둘 다 똑같이 더럽다'는 믿음이 베이스에 깔려 있고, 당장 별 힘이 없는 소수정당은 애초에 관심 밖이기 때문에 누가 국혐당의 온갖 추잡한 면을 비판하면 반사적으로 상대를 민주당 지지자로 간주하고 '민주당도 똑같다'면서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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