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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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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아주 안 좋은 경험을 했었다. 난 과거에서 벗어나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노력했었고, 결국 그 희망은 무가치했다는 걸 알았다.

 

그 당시에도 난 크게 상심하긴 했지만 이 정도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고, 좀 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후로도 몇 년 정도 자기계발서를 읽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불현듯 나는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으며 人間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죽으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 역시 실패했고. 그 이후로 사람 자체가 싫다는 생각과 함께 10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그 안 좋은 경험의 계기가 되었던 사람에게 굳이 해를 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 사람도 나름 힘든 과거가 있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원하던 일을 하게 되었고, 남자친구도 생긴 참인데 한 때 좀 친했던 사람이 자꾸 연락하며 의지하려 하니까 부담스러웠겠지. 내가 자신을 여자로 보고 좋아하나 싶어 불편하기도 했을테고. 거기에 대해선 분명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 사람은 내가 변할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줬다가, 그걸 다시 빼앗아가 부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을 용서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증오하는 건, 한 때 내가 가졌던 거짓 희망 자체다. 난 그것을 증오한다. 여전히.  

 

굳이 지금 당장 다시 죽을 생각까지는 없다. 그러나 가능한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었으면 한다. 

 

'다시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다. 난 자신이 사람 자체를 싫어했던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지금도 여전히 불의라고 여기는 것에 분노하며, 그에 희생당한 사람을 보면 희미하게나마 연민이나 동질감 같은 것도 든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나 인연, 유대, 소속감 같은 것은 원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마음 깊이 거부한다. 내 모든 증오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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