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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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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2013.05.26
    ida님께 부탁해 타로를 보았다

...생일이긴 한데 뭐 별 거 없다.......ㅇㅅaㅇ

 

군대 갔다오고 복학하면서 기숙사에 들어간 이후, 학기 중에는 계속 대전에 머물렀고... 친하던 선배나 동기들이 먼저 졸업하면서 생일을 잘 안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휴학 기간 동안 벌어봤자 얼마나 번다고 졸업과 취직을 늦춰가면서까지 1년 다니고 1년 휴학을 반복하는 병신짓을 했나, 좀 빡빡해도 남들 졸업했을 때 같이 졸업했으면 나이드는 게 덜 초조했을텐데 싶어 좀 후회되기도 하는데...  뭐 지나간 거 어쩔 수 없지.

 

오늘은 거울에서 책 파는 거 도우려고 와우북 페스티벌에 갈 예정이라, 어제 저녁 때 어머니와 누나와 같이 밥을 먹었다. 와우북 페스티벌 쪽에... 반한 분이 오실지도 모르겠다. ...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만일 오신다면 난 먼저 일어날까. 저녁 때는 플레이도 있고.

 

....지금은 먼저 일어나야지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그 분 얼굴 보는 순간 혼이 빠져나가 버려서 멍 때리다가 잊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싶다ㅋ 안 오실지도 모르고. 그 쪽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한데.

 

난 내 감정을 인정한다. 반한 이유야... '단지 그 분이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여자들 중 가장 미인이라서'이건(이게 가능성 높을 것 같다ㅋ), 아니면 스스로도 파악하지 못하는 다른 무엇이건... 난 그 분에게 반한 게 맞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도 하다. 

 

보고 싶다. 내 감정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보고 싶다, 내 감정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보고 싶다...

And

지인 결혼식이 있다. 안 본지 꽤 된 친구도 올 모양인데.... 전에는, 그 친구랑 좀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 앞에서는 좀 AT 필드가 무너진달까....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내 안에 유쾌하고 즐거운 화제는 별로 많지가 않다.

 

딱히 나한테 우울증 증세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도 하고 있겠다, 밥도 잘 먹고 있겠다, 주말마다 RPG도 잘 하고 있겠다, 요즘 슬럼프긴 하지만 소설도 아직 쓰고 있겠다.... 늘 마음 속 한 구석이 침울하고 가끔 별 이유도 없이 확 나쁜 기억이 떠오를 때는 혼자 멍하니 술을 퍼마시지만 평소에는 거기에 짓눌릴 정도는 아닌, 딱 그 정도 수준이 몇 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그 친구는 그런 이야기를 무척 잘 들어주는 편이고, 한 때는 나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꽤 의존했던 모양이다. 지금 그 친구는 결혼했고, 아마 남편과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한테, 오랜만에 만난 자리-게다가 축하해야 할 날-에서 굳이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난 여전히 그 친구를 좋아하고 아끼지만, 그 친구 역시도 그러할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본다 생각하고 갈까... 내 안에 쌓여 있는 것들이 튀어나오겠다 싶으면 중간에 돌아오지 뭐ㅋ

 

 

내 문제는 내 문제일 뿐이다. 해결할 수 없다면 적어도 혼자 견디기라도 해야 한다. 삶이 쉬운 사람 따위는 아무도 없고, 이 나이 먹고 그런 푸념을 늘어놓는 건 추하고 나약한 짓이다. 지금까지 난 대체로 잘 해왔고, 앞으로도 어떻게든 될 것이다. 난 '强者'가 되길 원해왔고, 그런 내게 '강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마음을 열고 타인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해줬던 사람은- 한 때 더없이 소중한 친구라고 여겼고 나 역시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고 간절히 여겼던 사람은 이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그 사람이 애초에 악의적으로 날 속인 것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나는 그 말이 최소한 당시에는 선의와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내가 절망한 이유다.

 

괜찮다. 지금까지 난 대체로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난 강하고, 혼자서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다르게 살 수도 있을 거라고 여겼던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내 앞에 있으면 '네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웃으면서 두들겨 패 준 뒤, 술 한 잔을 사주고 싶다는 망상도 종종 한다. 

 

하지만 가끔씩, '도대체 언제까지?'라는 의문이 들면 미치도록 두려워진다.

 

 

그 친구가, 이 글을 읽지 않으리라는 것이 다행스럽다.

 

 

   

And

..인데 출근하기 싫다. 급료 적고+비정규직이다 보니 전망이 미칠듯이 헬이라서 그렇지 일 자체는 존내 꿀빠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결정적으로 짜증난다. 봉급 나오면 여자 사러가자느니 김정은은 원할 때 얼마든지 같이 잘 수 있는 첩 많아서 좋겠다느니... 한 사람은 외국인만 보면 짜증이 난다느니 조선족이나 새터민들 다 죽여버려야 한다느니 하는 소리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제노포브고... 쯧. 귀가 더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반한 분 보고 싶다...

 

 

And

...에 관해, 자기 전에 문득 든 생각 약간.

 

실례 1)몇 년 전의 일이다. 당시 단단히 반했던 사람이 남자친구도 아니고 무려 약혼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서 한참 멘붕했을 무렵, 오가다가 만나는 여자분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미인이시네요' '사귀는 사람 없으면 저는 어떠함' 운운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버릇이 생긴 적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한테나 작업 거는 찌질이 행세를 함으로써... '내가 이러는 건 원래 이런 놈이라서 그런 거지 상처 따위가 있어서가 아님' '슬픈 과거를 가진 남자 코스프레하며 자기 연민에 허우적거리기보단 난봉꾼 행세가 낫지'라는 자기인식을 형성하고, 거기로 도피하려는 심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전부터 좋아하던 작가인 배명훈 님 강연이 있어서 거기 갔다가...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만난 분한테 그 지랄을 떨었는데, 유부녀라고 하시더라. '어익후 아쉬워라' '내가 비록 이렇지만 유부녀한테는 작업 안 겁니다, 헛소리 죄송' '그래도 좀 아쉽긴 하네요' 등등의 소리를 늘어놨다. 그 자리에서 그 분은 대놓고 싫은 티는 안 내셨지만... 뭐 속으론 불쾌하셨겠지. 취한 채로 '나 존내 쓰레기 같아' 하는 생각과, '어차피 진심으로 한 말도 아닌데 어때' 하는 생각을 반복하며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오던 길에 핸드폰 망가뜨리고, 그 후로 며칠 동안 지독하게 앓았다. 먹는 건 죄다 토하고,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다. 우와 병신 돋앜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어딘가의 인터넷 게시판 같은데 '미친놈 만났음 다들 주의하세요' 같은 제목으로 나를 까는 글이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다.

 

실례 2)그 후 개강한 뒤의 일. 새로 출강 오는 여자 교수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 주제도 관심 있던 분야고, 교수님도 열성적으로 잘 가르치시는 분이어서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쫓아다니면서 이거 저거 질문도 하고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기본적으로 강의 내용도 교수님 자체도 마음에 든 건 사실이었고... 추가로, 호감도를 쌓아 두면 점수도 잘 나올테고 나중에 연줄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 입장에서 좀 건방진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전 이 강의가 좋아요, 교수님도 그렇고요" 같은 소리도 좀 했다. "되게 젊고 미인이시네요 교수님, 처음 뵈었을 땐 30대 후반 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운운하는 드립도 추가.

 

마지막 학기가 끝나고, 졸업식만 남기고 집에서 ㅅㅂ 어디에 이력서를 내야 하나 데꿀멍 하고 있을 때 그 교수님한테서 메일이 왔다. 신학기 강의 커리큘럼을 짜는데 좀 도와줄 수 있겠냐, 시간 없어도 왠만하면 좀 도와달라~ 라는 내용으로. '흥미로운 주제인데 내 공부도 할 겸 해볼까' '그런데 돈도 안 주면서 시간 없어도 도와달라니 이거 셔틀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좀 고민하다가 그렇게 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고 취업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해보겠으니 강의 자료를 보내달라고 답신했다. 하지만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나는 그걸 잊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교수님 입장에선 내가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모양이니 셔틀질 시키려다가 양심에 찔려 그만 둔 걸지도 모르겠다 싶다ㅋ

 

 

 

비슷한 경험을 그 전에도 한 적 있었지만 그 때는 뭐 의식적으로 '뻐꾸기'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경우가 다르고... 저 두 케이스 외에도, 마지막 학기 다니면서 조교 누님한테도 '안 본 동안 예뻐지셨네요' 등등의 헛소리를 자주 했다. 속으로는 계속 내가 마음에 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는 걸 자각한 채로, 하지만 '상대가 내게 이성으로써의 호감이 있다면 이런 빈말을 하면 안되지만, 어차피 상대도 날 남자로 안 보니까'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이제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나는 결코 순수하거나 고결한 인간이 못 되며, 취직을 하면 남들 다 하는 대로 상사한테 적당히 아부도 하고 비위 맞추기도 하면서 적당히 회사 생활을 할 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저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판단해 보자면... 좀 더 심도 깊은 뻐꾸기는, 나한테 맞는 방식이 아닌 것 같고... 현실적으로도 내가 그러면 썩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 같지가 않다.

 

 

하물며, 새로 반하게 된 분이 있는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내 마음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자주 볼 기회도 없겠다 나도 요즘 바쁘겠다... 이러다가 말겠지. 머릿 속이 그 분 생각으로 가득 차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거나 한 수준도 아니고. 난 그 분에게 반한 게 맞지만, 아직까지는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대로... 흐려지겠지 아마도.

 

그립긴 하다.

 

And

1)

정치 성향이 비슷한 지인A를 만났다. 자연스레 이석기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더러운 NL새퀴들을 까기 시작했다(...)

 

나:누구는 그러더라고요. 이 참에, 적의 칼을 빌리는 한이 있다 해도 우리 내부의 암부를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고. 

지인A:사슴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사자가 멧돼지를 처리해준다고 해도 그 뒤 사슴을 잡아 먹으려 들지 않는다는 법이 없어요.

나:우리 말고도 숲에 사슴은 많아요. 앞으로 태어날 사슴들도 있고.

 

나는 진영논리에 기대서는 안 된다, 지금 진보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그게 올바른 가치라면 우리 다음 세대들이 일어날 거다, 천천히 가야한다는 의도로 한 이야기였는데... 그 사람의 표정은 좀 미묘하더라. 지인A는 운동권이고, 나보다 나이는 좀 어리지만 조직을 구성하고 세력을 키우고 현장에서 투쟁해 온 경험이 훨씬 더 많다. 누가 '나 예전에 운동했지만 관뒀다'는 이야기를 할 때, 어느 시기에 운동을 관뒀는지만 듣고 그 사람이 속한 계파가 어디였는지 견적이 주르륵 나오는 그 사람과 삼민투와 민민투의 차이조차 제3자에게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나를 비교할 수야 없지ㅋ 그 사람은 자신을 따르는 후배들과, 동지들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테고. 그와는 달리 나는 현장 경험이 전무하며, 오직 혼자서 책을 읽고 기사들을 뒤지면서 진보로서의 입장과 관점을 정립했을 뿐 조직이나 전략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아는 바가 미미하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은 지인A와는 달리 혼자인 나로서는 내 의지만 꺾이지 않으면 된다. 내게 있어 확실한 것은, 잘못된 수단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는 원론 뿐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지인A와 세상에 의해 내가 변하는 걸 막고 싶어하는 나의 차이일테고. 아마도 그 지인A와 내 관점 차이는 거기서 비롯한 것이리라.

 

...지금 생각해보니 GG때리고 다음 세대들에게 현재의 과업을 미루자는 말처럼 들렸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으? 으?!

 

역시 정치 성향이 비슷한 또 다른 지인B는 별도의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그 둘이 진보로부터 많이 까였지만 느리게나마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하지만 MB가 집권하면서 그게 한 방에 우르르 무너졌다고. 천천히 쌓아올려 봤자 정권 바뀌면 훅 간다고. 난 묻고 싶었다. 그래서, 빨리 바꾸면?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지만 만일 빨리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역시 정권교체 한 방에 훅 가지 않는다는 법이 있는가? 한국의 정치 상황 상 시간이 갈수록 전략적으로 진보가 불리한 입지를 강요받게 되리라는 건 사실이지만 '빠르고 쉬워 보이는 수단'은 언제나 독을 품고 있고, 거기에 의존하는 건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소영웅주의 아닌가? 하지만 금방 화제가 바뀌었고, 난 타이밍을 잡는데 실패해 버렸다....'_`

 

그 지인B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현장 경험에 있어선 넘사벽이다. 분명 객관적인 지식량이나 경험치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을 그 사람도 지인A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아마도 그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옳고', 쟁의 현장에서 함께 굴러본 경험 한 번 없고 밤새 토론해본 적 한 번 없는 내 관점은 '알맹이 없는 이상론'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알맹이 없는 이상론이라도 괜찮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면, 최소한 올바른 방식으로 패배해야 한다. 나는 그런 헛된 이상이라도 품어야 할 나의 이유가 있다.

 

나는 두 번 다시, 내가 한 때 그러했던 것처럼 야비하고 비굴하게 살지 않을 거다.

 

2)

반한 분을 만났다. 확실하진 않지만, 남자 친구가 있는 모양이다. 뭐... 연예인이나 뭐 그런 사람들을 통틀어,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니 그럴 만하지ㅋ 지금까지 알지 못한 면모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영업본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진행본능이라거나, 의외의 과격한 면모라거나, 판치라를 좋아하신다거나, 노래를 못 부른다거나... 보는 입장에서 재미있었다.

 

돌아오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 함께 지하철을 탔다. 가방에서 쥬스를 꺼내 먹겠냐고 제안하셨지만 괜찮다고 거절했다. 그거 받으면 뚜껑도 못 따고 냉동실 구석에 모셔 놓겠지 분명. 가방 무거우실텐데 받을 걸 그랬나. 옆에 자리가 나자 앉으라고 하셨지만 거절했다. 옆에 앉으면 얼굴을 못 보잖아....

 

팔 하나 반 정도 거리에 선 채, 알바하는 학원 문제지를 들여다 보는 그 분의 얼굴을, 속으로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지하철이 오늘따라 빨리 간다고 생각하면서 한참 멍하니 쳐다 보았다. 가끔 시선을 느끼셨는지 고개를 돌리셨지만 그 때마다 재빨리 외면했다. 검고 곧은 머리칼에 반쯤 가린 새하얀 얼굴은 초승달을 연상케 한다. 딱 보기 좋은 정도로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 갸름한 얼굴선, 볼과 분홍빛 입술 근처에는 작은 점이 박혀 있는 게 보인다. 문제지를 들여다 보며 가끔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가끔은 소리 없이 쿡쿡 웃는다. 맑고 커다란 갈색 눈동자는 조용하게 반짝거린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면서 내가 이 분한테 반한 이유는 역시 얼굴빨이구나 싶더라ㅋ 선생님이 부르신다고 구의역에 내리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셨다. 별 말 없이 문제지만 들여다 본 게 죄송하다는 뜻이겠지. 괜찮다고 했다. 다리 사이에 놓여 있던 묵직한 종이백을 집어 주며, 손가락이 살짝 맞닿았다. 희고 가는, 핏줄이 약간 도드라진 손이라 차가워 보였는데 생각 외로 매우 따뜻했다. 돌아오는 내내 그 손가락을 매만졌다.

 

.........무슨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ㅋ

 

 

내 마음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전에 ida님이 지적하셨던 대로, 내 안에는 '나'가 너무도 많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내가 그 분과 사귀게 된다 하더라도......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 싶으면, 내 아집이 애정을 넘어설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나를 이해해줄 것을 먼저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 분도 분명 여러 삶의 신산이 있을텐데, 오직 나의 절망과 나의 고통과 나의 흉터만을 들이대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면 됐다.

 

오랜만에 창부타령이나 들을까. 가사가 계속 머릿 속을 맴돈다. 창 너머 보이는 달이 그 분 닮아 보인다.

 

....창문을 닫아도 스며드는 달빛, 마음을 닫아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인가, 달빛이 사랑인가. 텅 빈 내 가슴 속에, 사랑만 가득히 쌓였구나. 사랑사랑 사랑이려니...

 

3)

텀블벅을 통해 후원한 던전월드 룰북이 배송되어 왔다. 오오 간지 오오. 책과의 인연에 같은 팀 분이 '세이버는 XXX 마누라'라고 적어 놓은 거 보고 뿜었다. 이 분 실력도 좋고 배울 것도 많고 인성도 뭐 그간 같이 플레이해오며 본 바에 의하면 괜찮아 보이는데 가끔 약간 창피해...

 

+

 

플레이 전 잡담하던 중 같이 플레이하는 분이 정유미 이야기를 꺼냈다. 우결에 출연 예정이라더라. 뭐... 애초에 배우로서 좋아한 거고+귀여우니 호감도가 추가로 플러스된 거였을 뿐 '낮은 가능성이나마 나와 사귀거나 할 수도 있는 잠재적 연애대상'으로 좋아한 건 아니었으니 그냥 그러려니 싶기도 한데... 막상 누군가와의 유사연애 실황중계를 TV에서 보면 빡칠 거 같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시시덕대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반해 있는 분이 떠오르더라(....................)  

 

...내 이성아 나새끼 좀 어떻게 해봐라 나는 그 분한테 내 감정 드러내면 안 된다는 거 알잖아.... 

 

+

 

동명이인인 다른 정유미였다(................)

 

And

또 악몽 크리. ㅅㅂ 화해 같은 소리 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될 거 같아? 그게 될 거 같았으면 4년을 이어오는 트라우마가 됐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선 거의 잊어 버린 채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그런 꿈을 꿨다는 건, 어쩌면 내 내면에는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식의 같잖은 바람이 남아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회복할 관계 같은 게 애초에 있었어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입장은 정리했다. 내가 먼저 잘못했던 것 인정하고, 그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하지만 절대로 용서 못한다.

 

 

....오늘 밤도 잠들긴 그른 듯. 아직 10시도 안 됐는데.

And

 

 

..........'_`......

 

요즘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는 한 달만에 다시 촛불 좀 들어야겠다.

 

허지웅이 촛불을 취미 생활이라고 빈정대건 말건, 그건 일개 시민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저항권이다. 촛불만 든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남지?

 

어머니가 보는 채널A에서 '취임 6개월 차 현재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65%대' 운운하는 자막이 뜨는 걸 얼핏 봤다. 다른 데도 아니고 채널A니까 별로 믿음은 가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그것 나름대로 슬픈 일이다. 

And

별 이유도 없이 왜 또 그 기억이 떠오르고 지랄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괜찮다 싶었더니 최근 무슨 마가 꼈낰ㅋㅋㅋㅋ

 

 

인정한다. 따지고 보면 내가 먼저 잘못한 게 맞고, 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절대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겠다. 용서하기에는, 그 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처참하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다.

And

안 좋은 기억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트라우마가 괜히 트라우마가 아니지ㅋ

 

술은 마시고 싶지 않고... 운동을 하러 가자.......

 

+

 

내 '명예'를 스스로 꺾으면서까지 간절히 원했던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하찮은 일이 되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다.

 

...마음이 산란하다, 썅.

And

 

 

그들의_전략.txt

 

이거 보고 뭔가 글 쓸 거리 하나가 떠올랐다...

And

병신짓 할 뻔했다. 내가 지금... '人間'으로서의 이해 같은 걸 바랄 만한 입장이 아닌데, 요즘 나도 모르게 헛된 희망을 가졌던 모양이다.

 

人間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햇던 시간들이 있었다. 내 명예를 걸고서, 그 노력은 진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는 하찮은 것들이 되었다. 내내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무의식적으로 난 여전히 人間으로서의 삶을 바라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찮다. 내 나이가 서른 한 살이다. 어린애가 그렇다면 안쓰럽기라도 하지, 이 나이 처먹고 그러면 찌질이 밖에 못 된다. 견뎌야 한다. 혼자서. 늘 그래왔듯이.

 

 

아직까지는 견딜 수 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되면....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고.

 

다르게 사는 방법은 모르겠다. 

 

+

 

....일부러 누군가에게 티 낼 필요는 없겠지. 내 문제는 내 문제일 뿐이다,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따위는 안 한다. 그러니까... 적당히 어울려서 노는 것 정도는 괜찮다.

 

And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검도를 해볼까 싶었는데... 좀 더 저돌적인 걸 하고 싶어서 대신 복싱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려니 ㅈㄴ 빡세긴 하다. 아직까진괜찮아이나이쯤먹으면왠만해선다들그래웅얼웅얼 하면서 외면하던 뱃살을 비롯해, 몸 곳곳에 쌓인 지방이 체감이 된다.

 

 

나는 내 분노를, 절망을, 투쟁을, 무엇보다도 명예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른 답이다.

 

 

And

껄끄러운 꿈을 꿨다. 아침 나절 내내 기분이 좀 언짢았는데... 생각해 보니, 오늘이 그 날로부터 딱 4년 째다.

 

 

새삼 옛 기억이 떠올라서 기분이 더럽긴 한데... 좌절감이나 무력감보다야 낫다. 난, 두 번 다시 거짓 희망에 속지 않을 거다. 두 번 다시, 그 날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 날 이후로 난 어떤 일을 겪어도 기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덤으로 '와인을 싫어한다'는 -1CP 짜리 버릇도 생겼지, 다시 한 번 더 그 날의 절망을, 그 날의 굴욕을 반복하게 된다면 또 뭐가 생기려나ㅋ 궁금하기도 하지만 실험해볼 생각은 전혀 안 든다.

 

........

그 일과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지금 내가 반한 사람이 내 마음을 알지 못하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사랑'은,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감정처럼 자기본위적이고 이기적이어선 안 될 것 같다.

And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nisre.aspx

 

한참 읽어보고 있는데도 끝이 안 보인다. 이게 빙산의 일각이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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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issue/499/newsview?issueId=499&newsid=20130625050905754

 

조선일보라는 게 좀 거식하긴 하지만 단독이니 어쩔 수 없지 씁... 나중에 천천히 한번 읽어봐야지ㅇㅇ

 

....사실 국가 정상 간의 회의록이 이런 과정으로 언론에 풀리는 거 자체가 원론적으로는 많이 에러긴 한데...

 

+

 

ㅈㄴ 충공깽인 건, 이것도 원래는 국가기록원에 있어야 할 '1차 진본'이 아니라 08년도 1월에 국정원에서 만든 거라는 거. 국가기록원에는 그런 거 없다는 거.... ....인줄 알았는데 국기원에서 찾아보지도 않고 없다고 구라 친 듯. 이것도 충공깽이긴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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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hwp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뒷풀이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애매해서 오늘도 근처 맥도날드에 들어왔다(...)

 

오늘 강사는 낸시 랭 씨(........)와 팝 아티스트 강영민 선생님. 오늘 강의는 그렇게 영양가가 없으려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낸시 랭 씨는 막상 만나보니 생각보다 꽤나 포스가 있었다. 그동안 좀 '어?!?!?!?!?' 싶은 발언이 많았는데, 옆에 있었던 강영민 선생님이 낸시 랭 씨의 사고구조(?)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들으니 어떤 맥락에서 한 이야기들이었는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특히 일베의 망틸리떼를 분석한 부분은 꽤 괜찮았다.   

 

다시 보면서 이야기 들은 걸 쭉 떠올려보니... 전체적인 논지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아무래도 공감은 못하겠다ㅋ 글러먹은 걸!!!!!!!!! 글러먹은 거라고!!!!!!!!! 왜 말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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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가 오늘인가 올라온 짤이라고 한다. 아픈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죽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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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오늘 강의는 홍성담 화백이 수고해 주셨다. 뒷풀이 자리에서 노가리 풀고... 근처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날드에 들어와 올림.

 

3강.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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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객관적으로는, 악몽에 가깝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좋은 꿈'이다. 이런 꿈은 오랜만이다. 그렇다, 그 꿈 속의 나야말로 내가 되어야 할 모습이다. 절대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싸우는. '싸우는 꿈'을 꾸면 내가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싸움이 아무리 힘겨워도 그 상처의 아픔과 나를 둘러싼 '적'들로부터 내게 쏟아지는 적개심 속에서 나는 '강자'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약간은 허무하다.

 

공모전 준비나 마저 하자... ...바쁘구나. 당선될 거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단 1명만 뽑는데다가 상금이 무려 천만원인데, 전국에서 소싯적에 논문 좀 썼다 하고 달라붙을 사람이 다섯 자리 숫자는 될 거다. 명색이 대형 문예지 주최의 공모전인데 잠정적인 라인 같은 게 없을 리가 만무하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도 내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비루하게 굴복하지 않고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 하고 있다는 자각을 위해서다.

 

다르게 살 수도 있을 거라고 여겼던 몇 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앞에 있으면 일단은 패줄 것 같긴 한데. 그 때의 나라고 해서 얌전히 처맞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ㅋ  

 

And

지금, 내가 그 분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결정을 내렸다.

 

너무 유치하다 싶어서 지금까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역시 내 '연애 감정'이란 건 어린애 수준에 불과하다. 어렸을 때는... 그저, 하루 하루 견디는 것으로 힘겨워서 그런 감정을 느낄 여유 자체가 없었고... 내가 구체적으로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를 깨달은 건 나이를 먹고 군대를 다녀와 학교에 복학한 후의 일이었다. 그 때부터 세도 고작 7년에 불과하다. 내 육체나 이성은 성인이지만, 정서- 그 중에서도 특히 연애에 관련한 감정 발달 부분은 여전히 지독하게 자기본위적인 애새끼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이 나이를 먹도록 '썸'이나 유사연애 관계 이상을 겪어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일테고.

 

내가 지금... 연애 감정 같은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상황이 너무 나쁘다고 내내 생각해왔다. 그토록, 가슴아프게 아름다운 사람이 혼자일 리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 이유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내가 '죽고 싶다'가 아니라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때, 내가 정말로 자살하거나 미치지 않도록 막은 단 한 가지가...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아니라 내 '명예'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종의 에고나 자기애와 비슷한 거다. 극한 상황에서, 나를 붙잡아줬던 유일한 기둥이... 이제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게 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ida님이 전에 지적하셨던 대로, 내 안에는 오직 '나' 밖에 없다. 이런 내가,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 받으며 함께 행복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만에 하나, 모든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좋게 진행되서... 그 분과 연인 사이가 된다해도 그것은 대등한 인간끼리의 이해와 사랑이 아니라 일방적이고 자기충족적인 수준에서 멈출 것이다.

 

'사랑'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미 반해 버린 거야 어쩔 수 없으니, 굳이 일부러 내 감정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고백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혼자 품고 있다 보면 흐려지겠지. 시간이 좀 더 많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설레거나 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괜찮다, 이런 삶도 있다. 한 잔 생각이 간절하긴 한데... 바쁘기도 하고, 지금 같은 심정으로 마시고 잠들었다간 또 악몽을 꿀 것 같다.

 

 

......그립다, 울고 싶을 정도로. 

 

 

And

 

518 특별강연.hwp

 

지난 주에 진행했던 1강은 한홍구 교수님, 어제 했던 2강은 서해성 선생님이 강의를 하셨다. 정리를 해놓고 보니 내용이 좀 왔다 갔다 한다(...) 

And

꿈을 꿨다. 아직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 몇 번 더 이러다가... 말겠지. 이 감정도 그저 나를 스쳐지나갈 뿐이려니 한다.

 

보고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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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데 없는, 하찮은 꿈을 꿨다.

 

이러다가 '군생활이 몸은 좀 힘들지만 즐거웠다'는 식의 거짓 기억이라도 생길 것 같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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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juna.cine21.com/xe/6010564

 

전효성의 민주화드립 이후.... 모 처에서 '민주주의라고 해서 꼭 옳은 건 아니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정치적 입장의 일환일 뿐이다' '정치적 입장에 대해선 사람마다 다르니 민주주의를 강요해선 안 된다' 같은 괴이한 논리를 봤다. "어째서 민주주의가 중요한가"에 대해 글을 좀 길게 쓰려다가 이런 게 눈에 띄었다. 이거나 들으러 가볼까.

 

1강이랑 2강은 꽤 영양가가 있을 것 같고, 3강도 괜찮을 것 같은데... 4강은 좀 미묘. 으, 응? 낸시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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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 때 나는 1)내가 정말로 그 사람에게 반한 게 맞긴 한가 2)그건 불확실하고, '오직 홀로 견뎌내야만 한다'는 내 원칙은 확실하니 일단 기다려 보자 3)생각해 보니 정말로 반한 게 맞는 것 같다, 결과가 어떻게 되건 기회가 생기면 고백하자 4)그 사람이 곧 결혼한다는 걸 알고서 멘붕.... ....의 단계를 거쳤다.

 

이번엔, 그 때와는 약간 다를 거다. 난, 그 사람에게 반한 게 맞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30년 좀 넘게 살면서 만나 본 여자 중에 그보다 미인을 본 적 없기 때문에 다만 얼굴에 혹한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마음을 줘선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이번엔 그 때와 다르다. 난, 그 사람에게 반해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나 자신을 지키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만난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립다. 억눌러야 한다.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그 앞에 흔들리는 나를 인정한다.

 

....하지만 결국 나는 오직 '나'일 것이다.

 

 

............내세라는 것이 만일 있다면, 그 때는 나도 평범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았으면 한다. 나 자신도 가끔은 의심하는, '명예'나 '강함' 같은 뜬 구름 잡는 가치에만 목을 멜 게 아니라.

 

+

꿈에서 그 분을 봤다.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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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ida님은 타로를 보시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연애관... ...에 대해 '순수하다'고 평했다. ....정작 나 자신은 '그 정도면 순수한 게 아니라 망상 같은데' 싶어서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ㅋ

 

내가 그렇게 순수하거나 고결한 인간일 리 없다.

And

저녁 때,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생각했다. 난 아마도 변하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고, 만일 정답이 있다 해도 내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납득한 게 아니라 외부의 누군가가 '계시'를 내려준 결과라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난 설령 오답이라 해도 내가 찾아낸 답을 밀어 붙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들어오자, 맞은 편에 앉아 계시던 ida님이 마치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시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머리 위에 먹구름이 가득해요, 보통 먹구름도 아니고 번개를 잔뜩 품은 뇌운이에요. 그 먹구름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마세요."

 

......

ida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다. 나는, 뼛속까지 에고이스트다. 내가 새누리당과 MB, 그리고 레이디 가카로 상징되는 현대 한국의 망틸리떼를 혐오하고 절대 거기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진심으로 '진보'의 신념과 이상을 믿어서가 아니다. 다만 자기만족일 뿐이다. 내가 소설을 쓰는 것도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내 안에 쌓여 있는 것들, 들어줄 사람이 없었던 말들, 홀로 되삼켜야 했던 생각들을 분출하기 위해서일 뿐이다(가능한 보기좋게 배열하려는 노력은 하지만 그래봤자 '분출'이긴 마찬가지다). 내 안에는, '我'가 너무도 많다. '他'에 대한 사랑이 싹 정도는 틔울 수 있어도 도저히 견고히 뿌리박지 못할 정도로.

 

돌아오며 지하철 안에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제 내가 한 때 간절히 원했던 것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지금... 아직 그렇게까지 감정의 농도가 짙지는 않지만-즉 아직은 이성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숨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반한 상대가 생겼다는 것은.... 나도 변할 수 있다는 마지막 가능성의 입구 같은 게 아닐까. 전에 반했던 사람이 생겼을 때, 고민만 하다가 결국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그 사람의 결혼식 날 밤새 술을 퍼마시며 혹시 다음에 반하게 되는 사람이 있으면 이거저거 재지 말고 적극적으로 어프로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그 결심을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 구질구질하게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건 이미 겪어봤으니, 이번엔 어떻게든 '我'를 비워내고 '그 사람'을 채워넣어야 하지 않을까,..

 

그 때, 어느 한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내게 속삭이는 느낌이 들었다.

 

"네가 '죽고 싶다'라는 수준을 넘어 '죽어야겠다'고 느꼈을 때. 진짜 극한 상황에 직면했던 그 순간들에. 자살하거나 미치지 않게 해준 유일한 끈이 뭐였지? '나는 강하다'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 '이대로 끝을 맺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같은 생각들 아니었어? 너의 에고가 사랑의 방해물일지는 몰라도, 그 에고 덕에 너는 지금도 살아 있는 것 아니야?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인 명예 역시 그 에고에서 비롯한 것 아니야?"

 

ida님이 말씀하신 그 먹구름의 정체가 정말로 내 에고라면, 내가 그걸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내가 타로를 봐달라고 부탁하면서 어느 정도 내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고... 아마도 ida님은 분명 좋은 의도를 가지고 진심을 담아... 친구나 잘 아는 지인이 아닌, '타인'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와 더불어 그렇게 조언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난 진심과 선의가 가끔은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독을 다시 한 번 들이킨다면, 이번에는 견딜 자신이 없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잘못되도 잘못된 대로 어떻게든 견디고 살 수 있다. 반한 그 분? 아직 그렇게까지 강한 감정은 아니니 어떻게든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 함께 이야기와 웃음을 나누고,'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라는 질문을 받고 난처해하고, 작고 가냘픈 어깨를 주무르고, 긴 갈색 머리칼에 코를 묻고, 옅은 쌍꺼풀이 드리워진 눈꺼풀에 입을 맞추는 꿈을 가끔 꾸고, 깨고 난 다음에는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스스로를 책망하고, 길을 걷다 뒷모습이 닮은 사람만 봐도 무심코 앞질러 가서는 얼굴을 확인하고, 그런 날들이 좀 이어지다가 말겠지. 그 정도는 아직 통제 가능한 범주 내다. 내 에고를 비워낸다는 게... 정말로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런데도, 보고 싶다.

 

+

 

끝없이 강해야만 한다, 혼자서 세상 전체와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세상이 무수한 창끝을 내게 겨누고 다가올 때 그를 마주해서 한 번의 칼질 쯤은 하고 죽을 정도 기개는 있어야 한다고 되뇌다가도- 가끔은 내가 인간이 아니라 한 줄기 빗방울이나, 스쳐가는 바람이나, 깨져서 사방으로 튀는 바위 조각 하나였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