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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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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온지 이제 이틀... ...아니 사흘째다. 내 방은 정리가 됐지만 거실에 아직 잔뜩 쌓여 있는 이삿짐을 보면 정신이 멍하다...

 

전에 살던 집은 세를 주고, 다른 집에 2년을 계약하고 세를 들어왔다는 굉장히 미묘한 위치(...) 새로 이사온 집은, 집 자체만 보자면 예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좋다. 일단 새 집이라 깨끗하고, 거실이 길쭉한 구조에 천정이 높아 한결 더 넓어 보인다. 예전 집은 건물이 낡아서 장마 때는 비가 새기도 하고 겨울에는 수도가 동파되는 경우도 가끔 있었는데 이 집에선 그럴 걱정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주변 입지. 동네 자체가 번화가에서 좀 떨어진 교외라서 엄청나게 적막하다. 동네 자체가 그렇다 보니 주변에 편의 시설도 없다. 도보 15분 거리에 편의점 하나가 있고, 도로 변에 식당 한 두 개가 있는 걸 제하면 정말 휑하다. PC방이나 도서 대여점, 분식집 따위는 당연히 없고 은행이나 약국조차도 없다. 물론 지하철 역도 없다. 그런 게 있는 번화가까지는 차로 30분이 걸린다. 어르신네들이 노후를 보내기엔 괜찮은 동네지만 젊은 사람이 지낼 곳은 못 된다. 예전에 살던 집은 집 자체가 낡아서 그렇지 입지는 진짜 좋았는데....(눈물)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건, 서울로 오가는 버스는 자주 있다는 거.

 

직장을 잡고 나면 한참 동안은 늦게 들어와 잠만 자고 아침에 다시 나가는 생활이 반복될테기도 하고... 뭐 살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그 전에 취직이.... 취직이.... Aㅏ............

And

지금의 나는 5년 전의 내가 믿었던 것, 꿈꿨던 것,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더 이상 믿지 않고, 꿈꾸지 않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그렇다. 그 당시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으면 일단 한 대 패줄 거다. 그 뒤에는 일으켜 세워서 같이 한 잔 하러 갈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우선은 '네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건 절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웃으면서 패 주기부터 할 것 같다. 물론 그 때의 나도 얌전히 맞고 있을 거 같진 않지만-_-

 

....그렇긴 한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특정 분야를 제하고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그 때만큼 활력이 넘치고 도전적이고 열의 넘치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And

...날 뻔 했다.

 

그 사람은 지금도 나와 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사람 역시 날 여전히 친구라고 여길 것이다. 그 누군가와는 달리. 그 사람을 떠올리면 내가 한 때 간절히 원한 것, 그리고 이제는 거의 포기한 것이 뒤이어 떠오른다.

 

이젠 거의 포기했다. 지금도 마음이 시리고 외롭지만, 그리고 한참은 더 그럴 것 같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납득하고 살아갈 수 있다. 운이 좋다면, 그러한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그 사람을 만나면 흔들릴 것 같다. 내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란 건 그 사람도, 그 사람의 남편도 알 것이다. 그러나 이성 친구라는 건 원래 좀... 그런 편이고, 그리고 어느 한 쪽이 결혼한 상황에서는 서로가 지켜야만 할 입장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하지만 다시 그 사람을 마주하고, 한 때 가졌던 희망을 되새기게 된다면, 그리고 다시 그 모든 게 아무래도 상관 없는 하찮은 일이 되어 버린다면 이번에는 견딜 자신이 없다.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나의 친구.   

 

And

SCP(Secure, Contain, Protect의 약자. 확보, 격리, 보호란 의미) 재단이라고 해서... 다양한 초자연적인 괴물/장소/사물 등의 존재를 비밀리에 확보하고 일반인들로부터 격리시켜 보호하는 범 세계적 규모의 거대한 비밀 재단이 존재한다는 큰 설정 안에, 여러 사람들이 SCP 재단에서 감시 및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는 다양한 초자연 현상에 대해 저마다 짜낸 설정들을 공유하는 위키 사이트가 있다. 미드 <X-파일>, <웨어하우스 13>, <드레스덴 파일즈> 등을 섞어 놓은 느낌. 몇몇 개는 이토 준지 만화에 나와도 위화감이 없을 거 같다(....) 계속 한국어 번역이 진행 중이고, 미국의 본 위키는 이미 항목 수가 1000여 개를 넘어선 모양. 번역이 된 것들도 100여 개에 달하고. 여러모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멋진 것들이 많다. 분량이 꽤나 많긴 한데, 시간을 들여 읽어볼 가치가 있다. 소설 아이디어 용으로도 쓸만한 게 많고. 원래 창작 괴담/도시전설 모음 사이트다 보니 좀 무서운 설정들도 많긴 한데, 개그나 황당한 것, 자체 패러디도 많다. 개략의 설명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설정들을 링크. 임의로 '호러도'를 매겨봤다.

 

.....요즘은 이걸로 현실도피 중. ㅂㄱㅎ가 대통령이라고? 그게 뭐가 중요하지?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아하하하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http://mirror.enha.kr/wiki/SCP%20%EC%9E%AC%EB%8B%A8

SCP 재단에 대한 개략의 설명

 

http://mirror.enha.kr/wiki/SCP-035

자신을 뒤집어 쓴 사람을 죽이고 그 육체를 조종하는 가면(호러도 B)

 

http://mirror.enha.kr/wiki/SCP-140

데바 문명이라는 고대 문명에 대해 서술된 책. 근처에 필기에 적합한 액체(잉크 등)가 있으면 저절로 내용이 불어나며, '실제 역사'가 점점 더 책에 서술된 내용에 가까워지도록 '현실'이 그에 따라 맞춰 변화한다(호러도 없음)

 

http://mirror.enha.kr/wiki/SCP-354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 액체로 채워진 호수. 그 밑바닥은 '다른 세계'로 연결되며, 종종 호수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인간을 습격하기도 한다(호러도 C)

 

http://mirror.enha.kr/wiki/SCP-682

SCP 재단에서 관리하는 온갖 괴물들 중에서도 단연 본좌급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엄청한 흉폭성' '괴력과 끝없는 재생력' '끝 없는 환경 적응력' '뛰어난 지능' 등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도마뱀. 이 도마뱀을 제거하기 위한 재단 연구원들의 온갖 분투가 볼거리(호러도 없음)

 

http://mirror.enha.kr/wiki/SCP-804

작동시키면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을 천천히 소멸시키는 물건. 극단적 환경 운동가들이 작동시킨 적이 있다. '무엇을 위한 환경이며, 무엇을 위한 인간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항목(호러도 없음)

 

http://mirror.enha.kr/wiki/SCP-990

SCP 재단 직원들의 꿈 속에 나타나 미래에서 일어날 재앙을 경고하는 특이한 존재(호러도 없음)

 

http://mirror.enha.kr/wiki/SCP-1548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으며, 전파의 형태로 세계 각지의 천문대에 지구와 인류를 증오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는 혜성(호러도 C)

 

http://mirror.enha.kr/wiki/SCP-087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들과 계단 아래서 들려오는, 구조를 요청하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 호기심과 동정심에 이끌려 계속 지하로 내려간 탐사자가 마주치는 것은...(호러도 B)

 

http://mirror.enha.kr/wiki/SCP-093

붉은 돌로 만들어진 원반 형체의 물건. 이걸 든 사용자는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고, 그곳에서 사용자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죄책감과 후회, 한이 모여들어 이뤄진 자신만의 '맞춤형 괴물'과 마주친다(호러도 A)

 

http://mirror.enha.kr/wiki/SCP-451

한 때 SCP재단 직원이었지만 어떠한 사고 이후 주변의 그 어떤 생물체와도 교류할 수 없게 된 남자(정확히는, 그 남자의 시점에서는 이 세계에 오직 혼자 남겨진 것처럼 여기게 된다). 간접적으로 그 남자의 존재를 파악한 직원들이 그 남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전부 왜곡되어 전달된다. 영화 <디 아더스>나 <나는 전설이다>를 연상케 하는, 무섭다기보다는 슬픈 내용(호러도 없음)

 

http://mirror.enha.kr/wiki/SCP-701

상연을 하면 배우와 스탭들 누구도 모르는 새에 내용이 바뀌고, 무대에는 '있을 리 없는 존재'가 나타나며, 결국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미치게 만들어 학살을 일으키는 저주받은 희곡 각본(호러도 A)

 

http://mirror.enha.kr/wiki/SCP-823

20년 주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는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는, 지금은 폐쇄된 놀이 공원. 파괴력 자체는 고만고만하지만(이 놀이 공원에서 231명이 죽었는데도 다른 항목들과 비교해 보면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주변에 감시 초소를 세우고 민간인 접근을 통제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 위험한 장소(호러도 C)

 

 

이 외에도 대규모로 주변에 있는 인간들의 정신을 지배한다거나, 사람의 근본적인 인식 구조 자체를 왜곡시킨다거나, 세계 멸망을 불러올 수 있다거나 하는 온갖 위험요소들이 가득. 이거 멋있네... 아직도 볼 내용이 많이 남았겠다 창작 SCP를 올리는 한국 사이트도 있으니 그것도 한번 흝을 만 하겠다 이번 달 동안은 내내 현실도피할 수 있을 듯(...야임마)

And

그리고 다가올 눈보라를 예고하는 이 차디찬 새벽 속에서, 우리는 패배했다.

 

왜 야권이 이번 대선에서 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는 여기저기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혹자는 한국 정치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건 이념이 아닌 지역이며, 최대 인원을 갖고 있는 지역인 경상도의 결집이 그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혹자는 개발과 성장으로 대변되는 박정희 신화가 자유와 진취로 대변되는 노무현 신화보다 강했다고 한다. 혹자는 경제난과 사회 불안이 심화되며 미래를 두려워하게 된 젊은 세대가 기존의 보수권에 투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모든 분석들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의 패배는 내 개인적으로도 뼛속까지 쓰라리다. 나이가 30이 넘어서도록 알량한 재주라고는 글줄 좀 쓴다는 것 뿐이며, 밥벌이로 삼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그 글재주와 지금껏 모아 온 잡다한 지식들 뿐이다. 반드시 작가가 아니더라도 문화예술계 쪽으로 밖에는 취업길이 없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정부는 반드시 예술과 문화, 근본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억눌렀다. 바로 아래 글에서, 나는 ㅂㄱㅎ가 '읽을 수 있는 적이기에 두렵지 않다'고 적었다. 그러나 19일 밤 10시 경, ㅂㄱㅎ 당선이 확실시 되는 순간 나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억눌렀고 그 날 밤새 술에 취한 머리로 멍하니 온라인 게임을 하며 시간을 죽였다. 분명 최악을 각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서 희망을 갖고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희망이 더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이기기 위하여 금산분리 완화, 순환출자 제한 완화 등의 새누리당과 똑같은 공약으로 거대 재벌을 끌어 들이고 대형 언론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면, 그래서 승리했더라면(물론 그랬어도 못 이겼겠지만) 나는 지금보다 더욱 절망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리고 패배했다. 51.6%가 ㅂㄱㅎ를 찍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종의 시대정신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이 나라의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ㅂㄱㅎ가 독재자의 딸이건 말건,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그대로 계승하고 아버지의 이름에 금칠을 하건 말건, 반대파에게 무자비하고 억압적이건 말건 그들에게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그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슬퍼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 51.6%들을 증오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 ㅂㄱㅎ가 현대 한국의 시대정신이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MB가 모은 이상의 표를 끌어 모았다. 많은 진보가 눈 앞의 거악을 막기 위해 이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문재인 전 후보에게 비판적 지지의 표를 보냈다. MB의 꾀주머니로 불리던 윤여준은 문재인이 통합을 이룰 그릇이라고 판단하고 민주화 세력에게 빚을 갚겠다는 선언과 함께 그에게 갔다. 이정희는 ㅂㄱㅎ 당선만은 막겠다는 일념으로 ㅂㄱㅎ에게 최대한의 극딜을 쏟아 부은 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사퇴했다. 입장 상 적극적이래야 적극적이기 힘든 위치에 있는 안철수도 "문안 인사 드린다"고 국민들에게 외치며 소극적으로나마 힘을 보탰다.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 뒤에는 지난 5년 간 내내 쌓여 왔던 분노와 피로, 그리고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문재인과 그에게 힘을 실어준 많은 이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정면의 진검 승부에서 패배했고, 그 검은 부러졌다.

 

불의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모든 수단에 의존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패했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불가피한 패배라면, 최소한 올바른 방식으로 패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올바르게 패했다. 희망의 근거는 되지 못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이 5년 간의 겨울은 이전 어느 시기보다도 추울 것이다. 마침, 오늘은 마야 달력에서 예언된 '마지막 날'이다.

 

 

모든 희망의 끝에서, 새로운 희망이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PS=

 

 

...군사 '혁명'이라. 광주 민중항쟁은 어떤 이름으로 바뀔까. '광주 폭동'? 아니면 그저 '광주 사태'?

And

2012년 12월 19일 아침 7시. 지금 창 밖으로, 운명의 여명이 밝아 오는 게 보인다.

 

5년 전, '그'가 '대통령직'이 아니라 '왕위'에 올랐을 때 나는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40년에 걸친 일본의 수탈, 3년 간의 내전, 유럽에서는 수 백년에 걸쳐 이룬 것을 단 몇 십년 만에 이룬 산업화. 한국에서는 그 모든 일들이 너무 빨리 일어났고, 이 나라에서 사는 이들은 진정한 자유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일그러진 자유의 가호 아래, 거대한 흉조(凶鳥)가 알껍질을 깨고 태어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사악한 이념'은 아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재화의 사유화를 긍정하고, 보다 많은 사유화를 위한 무한한 경쟁을 인정함으로써 인간의 모든 욕구를 물질에 종속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자유로운 것은 오직 자본 뿐이게 되는' 현상을 쉽게 허용하게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한 자본주의가 그에 대한 충분한 성찰도 학습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 하에서, 다만 그 풍요로움을 앞세워 한국인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인식 가능한 세계의 가능성을 협소하게 만드는 이 나라의 환경에서는 자본주의의 나름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부분도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세속적 부와 안락에 대한 추구로 뒤덮여 버린다. 97년 말의 외환 위기를 거치고,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생각만큼 만족스럽게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판단은 IMF 체제에 의해 강요되었던 신자유주의를 더욱 격화시켰고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부와 성공에 대한 욕망, 가난과 실패에 대한 공포는 '그'를 왕좌에 올렸다.

 

'그'는, 이 나라를 살아가는 국민들 대부분의 의식 기저에 깔려 있던 공포와 욕망이 집결되어 탄생한 괴물에 가까웠다. 공포와 욕망은 둘 다 불합리하며, 일종의 광기에 가까운 힘으로 인간의 마음을 지배한다. 그리고 지적이고 체계적인 악의가 아닌 그러한 광기는 예측할 수 없고 끔찍하다. 나는 그의 '읽을 수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두려웠고, 그 후로 5년 동안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서 진정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물들을 낳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여당의 후보가 다시 '왕권'을 노리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강대한 적이다. 어쩌면 그 포텐셜은, '그'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면에 있어서, 그 후보는 '그'보다는 상대하기 쉬운 적이다.

 

'그'는 한국인의 의식 전반에 또아리를 튼 광기어린 공포와 욕망의 투영이며 그 궁극적인 총화였다. 그리고 비록 5년 전 그 날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긴 했지만 나 역시 한국인이며, 그러한 공포와 욕망은 어느 정도는 나의 것이기도 했다.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말의 그 광기 속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상대로 싸워야 할지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강하다. 그러나 싸워야 할 적 자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강함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촛불집회 당시, 일주일에 사흘은 광화문 현장으로 나가 전경들과 대치하면서도 내가 진정으로 맞서야 할 존재는 저들이 아니라는 걸 끝없이 되새기면서, 그리고 그 존재의 실체가 잡히질 않는다는 것에 한없이 불안해했다.

 

이번의 여당 후보는 그 광기어린 공포와 욕망을 자신의 룰로 통제하여 한국인의 정신 구조를 자신의 영혼의 색깔로 덧칠하려고 했던 자의 가장 정통한 계승자다. 그리고 보수의 가면으로 그를 정당화해온 구체제의 의지의 화신이며, 혼란과 불안 속에서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는 맞지 않는다' 내지 '조선놈들은 상전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자학과 노예근성을 틀어쥐고 그를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 즉, 이 후보는 혈통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그 철권의 의지를 가장 완전하게 이어받은 이이며, '그'와는 달리 명확한 이념적 목적의식과 합리적 접근방침을 갖고 있다.

 

 

읽을 수 있는 적은, 두렵지 않다.

 

 

그리고 지금까지 위에서 길게 쓴 내용이 전부 궁극적으로 무의미한 이유는, "객관적인 '힘'과는 별도로 내가 이해하고, 저항 의지를 더욱 강하게 불태우기 쉬운 상대가 그 후보일 뿐, 그 후보가 왕좌에 오른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한국인들이 '그'로 상징되는 공포와 욕망을 거쳐 그를 통제하는 하나의 권위에 앞으로도 다만 꿇어 엎드려 맹종하겠다는 항복선언"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이 지나고 최악의 결과가 단순한 가능성에서 현실로 빠져 나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강하며, 무엇보다도 '싸워야 할 상대'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

........

...........

 

 

하지만 그 후보가 패배하고, 내가 마지 못해서나마 찍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러면 전의를 불태우는 대신, 아주 조금은 기뻐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씨풋 그래봤자 보수 대통령이잖아, 대기업 위주의 기형적 시장 구조는 어쩔건데? 대미 종속적 경제 구조는 어쩔건데? 강정 마을 해군기지 어쩔건데? 이미 파헤쳐 놓은 4대강 수습은 어쩔건데? 비정규직 문제 어쩔건데? (내 취직과도 연관되어 있는)문화산업 육성은 어쩔건데? 그것들 전부 공약대로 할 수 있겠어? 퍽이나!'라고 불평하겠지(...)

 

 

이젠 창 밖이 완연히 밝다. 슬슬... 씻고 투표하러 나가야겠다. 어느 쪽이 되었건, 어제와는 달라질 내일을 만나러.

 

 

그 내일과는 투쟁심을 끌어 올리며 싸우게 될지, 아니면 못내 껄끄러워하면서도 일단은 안도하며 지켜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And
And

http://djuna.cine21.com/xe/5217650

 

http://djuna.cine21.com/xe/5214592

 

비록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저 두 연설문은 진짜 좀 명문인 듯. 이번에는, 문재인이 되리라는 느낌이 든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눈 앞의 '거악'은 막을 수 있겠지만, 이 나라의 진보에게 주어질 미래는 어떠한 것일까.

And

요즘, 반한 것 같은 사람의 꿈을 꿨다.

 

그 꿈 속에서, 그 사람은 오른 손 중지와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었다. 내가 속으로는 엄청난 아쉬움을 느끼며(겉으로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자, 그 사람은 해맑게 웃어 보였다. 아름다웠다.

 

시시한 꿈 따위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한다.

 

 

행복을 빌어줄 사람이, 그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 또 하나 늘었구나 생각을 하다 깼다.

 

 

그런데 저 꿈 속의 상황은... 작년 늦여름 무렵 실제로 겪은 상황이구나 ㅋ 뭐 진지하게 반한 상대였다면,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좀 가슴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만날지조차 불확실한 참인데... 신경쓰지 않는 게 좋을 듯.

And

1. 두 얼굴의 이승만

2. 누가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는가?(박정희 편)

 

http://ibuild.tistory.com/157

 

친일 인명사전을 낸 민족문제 연구소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개인적으로는 거의 알고 있던 내용이긴 한데... 어차피 무료공개겠다, 널리널리 퍼지라고 링크해둔다. 

And

어찌됐건,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게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한, 그냥 묻어두는 방법도 있다.

 

아마도 내가 '경계선' 위에서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것은,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들을 준비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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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아마 15년 뒤에도 한국의 진보가 대권을 잡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명맥을 잇는 것, 그리고 15년 쯤 뒤에는 지금까지 내내 강요당해 온 '빨갱이' 이미지에서 해방되어 작지만 나름의 독자적 기반을 가진 정치세력이 되는 것 정도가 현재로선 한국의 진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낙관적인 미래일 것이다.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진보가 이길 수 없다는 게 기정사실이라면 최소한 '올바르게 패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바르게, 용기를 가지고 패배하기 위해 사표가 될 것을 감수하고 진보 후보에 소신투표를 하리라고 결정했었고, 그로써 진보 세력이 한국의 정치 구도 내에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을, 비록 미약할망정 한 없이 분명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다른 누구에게보다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흔들리기 시작하고, 나약해지고, 무력해지고 있던 나 자신에게.  

 

그리고, 그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입맛이 쓰긴 한데.... 애초부터, 나 자신을 위해서 완주해주길 바란 것이었으니까 내가 그 후보를 비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우울하다.

 

....마음 추스리고, 앞 일을 생각하자. 씁... 그 후보 정당에 후원금 내고 자원봉사 신청할 생각이었는데, 이제 뭘 하지....

 

PS=마지막 선택지로 남은 후보가, 그 후보와 조만간 만날 모양이다. 그 후보의 정책 제안을 '성의 있게 적극검토'한다는 말이 입발린 말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_- 뭐, 그렇다고 해서 투표 포기하면 막다른 길이니.

 

PS2=오늘 밤은 유달리 춥다. 몇 년 전 다친 무릎이 쑤신다. 뜨끈한 정종이라도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 왜 오늘은 주말 저녁이 아닌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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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왠지 약간 신경 쓰이는 사람 생각이 났다.

 

......신경쓰지 말자. 남자 친구가 있을 수도 있거니와... 없다 쳐도, 그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법도 없다. 당장 그 사람을 다시 볼 일이 있을 지도 불확실한 판이다. 게다가, 난 그런데 마음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人間'이 될 수 있으리라는 거짓 희망에 휘둘리지 않을 거다 난, 두 번 다시.

 

대체, 언제쯤이면 매일 밤 그 날의 절망을 반추하며 잠들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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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 상태가 아주 나쁘다가 오늘이 되서야 좀 정신이 들었다. 얼른 나아야 할 텐데. 오늘 저녁에는 고기를 먹자... 보일러도 틀고 자야지...

 

2)

소설 넣을 만한 공모전이 통 안 보인다. 적당한 게 있으면 거기 기한 맞추서 쓰기 시작하기->일단 쓰면서 기회 보다가 적당한 게 있으면 거기 맞춰 수정해 넣기로 방식을 바꾸긴 했는데... 올해는 그른 것 같아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으윽. 이력서 작성+면접 준비를 재개할까.

 

3)

한참 동안 관심 범위에서 약간 멀어져 있던 정치 문제가, 지난 주에 <MB의 추억>보고 온 이후로 다시 관심 범위 내로 돌아왔다. 자기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정치에 매달린다는 건 웃기지도 않는 노릇이지만 우울감에 가득 차서 자기 내면에만 파묻혀 있는 것보다야 낫겠지. 자극이 필요하다.

 

4)

전에 반했던 분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분은 부른 배를 끌어안고 웃고 있었고, 등을 돌리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떤 남자가 그 배에 귀를 대고 있는 모습이 한 순간, 매우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시댁 식구들 경조사 챙기랴 출산 준비하랴 바쁘겠지만....행복하시겠지.

 

그것은, 나였다면 결코 줄 수 없었을 종류의 행복이다. 그러니 괜찮다.

 

5)

할 것들:웹진 거울에 줄 비소설 리뷰 완성. 전에 쓰다 만 '공포'를 주제로 하는 컬럼 완성해 투고할 것. 이번 합평 모임용 단편 소설 마무리할 것. <제노사이드> 읽어둘 것. 

 

6)

어떤 사람이, 내게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 년 전의 나였다면 무척 기뻐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아마 그 사람은 진심으로 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진심과 선의가 독이 될 때도 있다. 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머리로는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ㅈ같다 썅....

 

구질구질한 자기연민은 치우자. 완전히 치울 수 없다면 최소한.... 그 때문에 꼴사납게 굴어선 안 된다. 그런 건 나약한 짓이다. 혼자서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7)

담배를 끊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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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tb/53356

 

박노자 교수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면, "현실의 불의가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소비 자본주의를 미화하는 강남 스타일 같은 노래가 흥한다는 것은 그만큼 값싸고 천박한 사고가 일상화되었다는 의미다" 정도가 될 듯하다. 그것은 썩 틀린 지적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핀트를 좀 잘못 짚은 것 같다.

 

저 글에서 박노자 교수가 범하고 있는 오류는, 그러한 인식에서 그치지 않고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로 대표되는 감각적이고 피상적인 쾌락을 기꺼이 수용하는 사람들VS송전탑 위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절박하게 투쟁하는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을 두고서 전자를 악, 후자를 선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파에게 있어, 물신을 극단적으로 조장하는 자본주의는 투쟁과 극복의 대상이다-자본주의가 그 자체로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악'은 아닐망정-. 내게 있어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강남 스타일을 흥얼흥얼 따라부르는 사람들-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인의 절대다수는 좌파가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 있어 자본주의는 별로 의식할 것도 없이 일상 속에 체화되어 있는 관념이다. 그 체화는 이미 너무나도 뿌리깊어서, 그 병폐마저도 이미 익숙한 삶의 한 단면이 되어 버렸다.

 

비유하자면 현대의 한국인 일반에게 있어 자본주의는, 눈도 채 뜨지 못한 강아지 시절부터 목에 매여 있던 사슬과 그 사슬이 연결된 개집 같은 거다. 그 사슬과 개집은 그 개의 자유를 빼앗고, 세계를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사슬과 개집이 바깥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온갖 혼란과 무절제의 위험으로부터 개를 막아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좌파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해야 그 개(자기 자신도 그 개의 일부이다)에게 바깥 세상을 보여주고 바깥 세상을 희구하게 할지, 궁극적으로 사슬을 풀고 바깥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할지의 문제다. 어떻게 해야 당장 사슬을 자르고 개집을 태워버릴 수 있을까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집 개들도 모두 저마다의 사슬과 개집에 묶여 있는 현재 상황에서 지나치게 무책임한 짓이다(반대로 제 정신이 박힌 우파라면 어떻게 해야 사슬이 그나마 좀 덜 갑갑할지, 개집을 더 크고 편하게 고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을 지배해 온 앙시엥 레짐은 스스로가 개의 일부임을 거부하고 외부의 주체인 '개 주인'이 되어 자기 이익과 필요에 따라 개의 사슬을 옥죄었다 풀었다가, 개집 지붕에 비가 새도 막았다가 뜯어냈다가를 반복해 왔다.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는, 한국인 일반이라는 개의 목덜미를 깊이 파고들어 있는 값싸고 천박한 자본주의라는 사슬이 참으로 빤딱빤딱하다고 말하는 기계적인 서술에 불과하다. 이 지점에서 나와 박노자 교수의 인식이 갈린다. 박노자 교수의 주장은 '그 사슬이 자기 목을 조르는 것도 모르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나는 개보고 뭐라고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 개의 잘못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 의사와는 무관히 사슬에 목이 걸렸고 거기에 길들여졌다는 것 뿐이다. 문제는 개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하고 개 주인이 되어서는 철저하게 개를 농락하고 있는 앙시엠 레짐의 유령이다. 좌파 역시도 그 개의 일부다. 좌파가 사슬과 그 사슬의 빤딱거림에 감탄하는 개의 다른 부분들을 욕하려면 최소한 그 사슬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가 개의 일부임을 거부하고 별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바로 지금, 박노자 교수가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살 부딪쳐가며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저 먼 북유럽 노르웨이의 오슬로 대학이라는 '성역'에서 '타락한 한국사회'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처럼!-. 이는 곧, 국민 일반보다 한 수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작태로 이어진다. 만일 그렇게 해서 앙시엥 레짐의 엉덩이를 걷어 차 버리고 사슬과 개집의 통제권을 얻는다 해도 개의 입장에서는 좀 더 관대한 주인으로 바뀌었을 뿐 개 스스로의 발로 바깥 세상의 햇볕을 쬐고 바람을 받고 비를 맞는 것이 아니다.

 

좌파가 개의 일부인 채- 즉 국민 일반보다 지적으로건 윤리적으로건 우월한 배타적 엘리트가 아닌 대등한 입장인 채로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자본주의라는 사슬과 개집에서 벗어나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사슬이 빤딱대냐 아니냐를 두고 개의 다른 부분들과 치고 받을 게 아니라 지금의 개 주인인 그 앙시엥 레짐의 유령을 물어 뜯어야 한다. 단 일격으로 숨통을 끊는 건 무리겠지만, 적어도 대단히- 분노와 복수심보다는 공포심을 심어주기 충분할 정도로 아프게.

 

이제 곧 대선이다. 각 부분들이 모인 '개'의 전체는 대체적으로 지금의 주인을 싫어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은 안전한 사슬 범위 밖 자기 집 안에서 누워 있는 게 아니라 그 사슬 끝을 붙잡고 개 곁에 서서 "좀 느슨하게 해 줄까 말까 우쭈쭈" 거리고 있다. 유령을 물어뜯을 기회는 지금이다. 

 

 

PS=트랙백을 하려고 했는데... 한겨레 블로그 로그인을 해야만 가능한 모양이다- -a

 

PS2=박노자 교수의 저 글은 유희 문화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기저에 깔고 있는 걸로 보인다는 것도 거부감이 든다. "활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 중인데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같은 가사가 가당키나 하냐"라는 말은 "북괴의 적화 야욕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데 민주주의 따위 얼어죽을"이라는 말과 -한쪽은 '쾌락'를, 다른 한 쪽은 '이념'을 악으로 규정하여 적대시하고 있다는 부분만 제외하고- 논리구조가 똑같다. 춤추고 노래부르면서 투쟁하면 안 되는 건가? 내 개인적으로는 그럴 성격이 못 된다. 그러기엔 난 너무 유머 감각이 없다. 하지만 교조적이고 단선적인 외침으로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PS3=나는 좌파이며,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개가 개집과 사슬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틀을 깨고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아득히 먼 훗날 언젠가는 다른 개들도 그러하기를 바란다(그 무렵에는 이미 그러한 정치적 이념들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주인을 호되게 물어 뜯어준다 해도... 개가 스스로의 자율권을 어느 정도 확보한다 해도, 한국의 좌파 자체가 일본의 그것처럼 사라져 버린다면? 바깥 세상을 꿈꾸고, 계속해서 그 비전을 말할 여지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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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손질된 창의 아름다움,

그 창 끝을 매우 닮은 그대의 옆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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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측의 계약서 문장 가지고 장난치기, 인세 입금 미루기, 저작권 귀속 가지고 말바꾸기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에도 작가 노조가 있었으면 싶다:Q 

 

 

....땜빵용 짧은 단편 붙잡고 있다가 갑자기 든 뻘 생각ㅇㅇ

 

+

 

짧으니 얼른 완성시켜 버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아침 일찍 도서관에 와서 노트북을 켰는데.... 이 뒤로 어떻게 이어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안 난다orz 저번엔 분명히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으?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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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3194.html

 

지인 블로그에서 일베 이야기가 나왔다. 난 일베라는 특정한 사이트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기저에 깔린 (보슬아치 운운으로 대표되는)소수와 약자에 대한 혐오, (민주화드립으로 대표되는)다수와 권력에 대한 숭배가 더 문제라고 보는 입장이긴 한데... 이 컬럼은 좀 더 관점이 독특해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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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성향은 특정한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이념을 신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베’의 정치 성향은 냉소주의에 근거한 탈정치성을 띤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받아들여지는 우파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말하자면 ‘일베’는 정치적인 우파라기보다 탈정치적인 우파인 것이다. ‘일베’의 탈정치성은 정치를 배제함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는 냉소주의의 작동 원리를 잘 보여준다.

이 냉소주의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을 지배하는 질서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그 질서에 편입해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이다. 현실에서 좌절한 주체가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지배질서의 논리와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마치 스톡홀름 신드롬과 유사한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그 권력에 저항하기보다 오히려 충실한 대변자가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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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중에, 중산층 출신 고학력자가 대부분인 일베인데 뭔 놈의 '배제당한 자'냐는 불만이 있다. 사회적 성공과 명성이 곧 올바름을 만든다는 일베충다운 신념이다. 스펙 좋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주변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조만간 관련 글 하나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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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약간 질투나고 그래도 행복했으면 싶고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기타 등등해서 기분 전환을 위해 찾은 짤이 이런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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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겐 어떤 이성 친구가 있다. 무척 소중한 친구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딱히 싸우거나 한 건 아니고- 절교해야 할 것 같다. 난 뭘 해야 하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좀 이기적이고 주기보단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기 남자 친구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게 채워진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두번 다시 못 볼 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지하지는 않는 게 좋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절교 선언을 하지는 않는 쪽이 좋지 싶다.

 

2)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이 있다. 이제 고작 몇 번 만났을 뿐이고, 그 사람 이름조차도 모른다. 그런데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나고, 꿈에서까지 나온다. 난 그 사람에게 반한 걸까.

->매력 있고 괜찮은 사람이다. 결과가 어떠할지를 두고 고민하기보다는 들이 대 보는 게 바람직하다. 

 

........

 

두 개 다, 어느 정도는 이미 마음을 정해뒀던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1)의 경우는.... 좀 씁쓸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최근 들어 너무 찌질댄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그 사람'에게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이 느껴진다.  

 

그 사람의 경우, 나는 피곤에 지친 주인 발치에서 눈치 없이 놀아달라고 달라 붙는 강아지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그런 느낌을 받고 싶지 않다.

 

2)는........ 애매한데............ 아.... 젠장.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겨도 될 만한 상황이 아닌데.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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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기 합평이 있는 날이었다. 적당히 마셨고, 적당한 타이밍에서 끝났고, 집에 돌아와 좀 더 마셨다.

 

나 자신도 혐오해 마지 않는, 내 안의 추하고 나약한 부분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최소한 남들 앞에서 그걸 드러내서는 안 될 것이다.

 

난 강자가 될 것이다.

 

 

정기 합평 모임에 나오는, 나는 어느 정도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도 그럴지는 확신할 수 없는.... 어떤 사람에게, 구질구질한 소리 늘어놓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그 말은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다는 법은 전혀 없다.

 

 

난 혼자서 견뎌야 한다.

 

아.... 젠장, 다시 읽어보니 글이 존내 이상한데. 취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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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arleng.tistory.com/941

 

...이 분과 키스하는 꿈을 꿨다.

 

......?! 뭐지? 그 분과는 몇 번 본 적도 없는데? 변변한 대화도 한 적 없는데? 이름조차도 모르는데? 다시 볼 일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나 정말 반한 건가?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다. 예전에 반했던 사람도 자주 보고 자주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반한 건 아니었으니까. 살다보면, 딱히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고작 꿈 한 번 가지고 섣불리 내 감정을 확신하고 싶지는 않긴 한데.

 

뭐... 정말 내가 반한 게 맞다 싶으면 그 때 가서 조심스레 한번 들이대보거나 어쩌거나 해보지 뭐. 내가 지금 그런데 신경쓸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지금은 그것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장 그 분을 다시 볼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없다면 곧 잊어 버리겠지.

 

저번에는 내 감정을 너무 늦게 깨닫는 바람에 결국 바보짓을 해버리긴 했는데.... 쯧, 차이는 거야 괜찮다만, 최소한 이번엔 좀 더 빨리 알 수 있다면 좋겠는데. 역시 내가 반한 게 아닌갑다... 싶으면 뭐 그걸로 끝나는 일이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 사람한테 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게 최선이긴 하다. 나약해지고 싶지 않다.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 거짓 희망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다시는 그 날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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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거짓 희망에 휘둘리지 않을 거다.

 

절대로.

 

+

 

술김에 좀 바보 같은 짓을 했었다. 그런 짓을 한 건... 모르긴 몰라도, 의식적으로는 계속해서 '혼자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누구에게 기대려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는 친구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는 욕망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쌩뚱맞게 느껴졌을텐데... 좀 미안하네. 앞으론 두 번 다시 안 그럴 거다. 혹시 또 그럴 지도 모르니까... 메신저에서도 지우고, 폰 번호도 지워야겠다.

 

난 여전히 그 친구를 '나의 친구'라고 여기고 있지만, 더 이상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쯤에서 거리감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그게 맞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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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SF/판타지 도서관 관장님이 문자 보내주신 것도 있겠다... 해서 거기 갔다 밤을 새고 오늘 돌아왔다. 거기서 누구를 만났다.

 

전에 도서관이 사당에서 이관하기 직전 벼룩시장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추천하길래 산 책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몇 마디, 서로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타인들이 사소한 공통된 관심사를 찾았을 때 나누곤 하는 의례적인 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 눈이 참 예쁘구나. 이 사람, 잘 안 웃을 것 같은 인상인데 미소지으니 되게 귀엽구나.

 

예전에 사랑했던 분이 결혼하셨을 때, 앞으로 한참 동안은 누군가에게 반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시간도 제법 지났고... 그렇긴 한데. 음. 나 혹시 그 사람한테 반한 건가? 음? 음. 음. 어... 그 분이 귀엽긴 하지만 화려하고 눈에 띄는 스타일의 미인이거나 한 것도 아니고, 내 주변엔 더 미인인 여자들도 많은데...

 

예전 그 분 때도 그냥.... 별 이유도 없이 종종 생각나고, 꿈에서도 나오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깊어졌다(그리고 혼자만의 환상도 커졌다). 그리고 그 분이 결혼하셨을 때, 다음 번에는 내가 반한 게 맞다 싶으면 '내가 어떤 계기로 반한 건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느라 시간 보내는 대신 기회 봐서 지르겠다고 결심했다. 음. 어... 뭐.... 좀 더 있어 보고.... 내가 반한 게 맞는 것 같다 싶으면 뭐... 말도 몇 마디 더 걸어보고, 이름도 여쭤보고, 책 이야기 같은 것도 하고.... 해 보지 뭐.... 어.... 음. 지른다고 해서 뭐 그 사람이 받아들인다는 법도 없고...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 여자에 마음 뺏길 틈이 없구나. 내겐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그냥 가벼운 호감 정도일 뿐이겠지, 아무렴. 설마 정말 반한 거겠어?

 

돌아오던 길에, 버스에서 그 사람을 흘낏 본 것 같은 느낌이 몇 번 들어서 다시 돌아봤는데 그 때마다 다른 사람이었다. 어.... 음, 어, 으?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글이 이상하게 써지는 거지? 평소라고 해서 딱히 엄청 공들여 포스팅하는 것도 아니긴 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시제도 엉망이고, 인칭도 뒤섞여 있고, '음'이니 '어'니 하는 괴상한 의성어들도 섞여 있고, 말줄임표도 쓸데없이 많고.... 몰라 귀찮다 안 고치지 뭐.

 

잠을 안 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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