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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크리스마스 특별 콘서트가 있다길래 쓰린 가슴을 끌어안고(으앙 내 사진들...) 거기 나갔다 왔다.
주여, 오늘이 진짜 생신이 아닌 건 알지만 뭐 그래도 대충(...) 축하드립니다. 작년 오늘 이-팔 전쟁 꼬라지 보며 당신께 기도했던 게 생각나네요. 그 전쟁은 아직 안 끝났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는 중입니다. 당신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속세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 하고, 그 전쟁을 끝내는 것도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서도 일종의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저기 모였던 이들, 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가호가 있기를 빕니다.
실수로 포스팅에 포함되어 있던 당시 찍은 사진들을 지워버렸다. 몇 시간 동안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해봤지만 구글에서 캐시된 웹페이지 보기 기능이 없어져서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내 투쟁의 기록들이 사라졌다 싶어서 좀 속상하긴 한데... 뭐 불교적으로 생각하자. 모든 것이 空하니....
내가 기억하고 신께서 기억하실테니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씻고 나가야지.
어제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집에 와서 한 잔 하고 딴 짓 좀 하다가 새벽 무렵에 자려던 참이었는데, 트위터 쪽을 보니 남태령 쪽에서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아주 굉장히.
대강 간략히 상황을 정리하자면
1)전국 농민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양곡법 관련 문제로 인해 항의 차원에서 집회에 참가하려고 트랙터 17대를 몰고 서울로 올라옴
2)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집회 신고가 되어 있었고, 경기도까지만 해도 경찰들이 협조함
3)그런데 서울로 들어오기 직전, 남태령-사당 구간에서 갑자기 경찰들이 차벽으로 길을 막고 트랙터를 파손함
4)트위터와 인스타 등을 통해 상황이 전파되고 시민들이 모여듦
5)경찰들이 트랙터 행렬 앞쪽 차를 빼더니 우회해서 뒤쪽으로 돌아가 행렬을 앞뒤로 봉쇄하고, 농민들과 시민들이 고립됨
그런 상황에서 아는 사람 몇 명이 현장에 나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서 첫 차를 타고 다시 나갔다. 남태령까지 가는 동안 졸리고 피곤하고 술기운도 올라와서, 술은 마시지 말 걸 그랬다고 한 50번 쯤 후회했다-_-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7시 경이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험악하던 분위기가 많이 완화되어 있었고, 핫팩이나 커피, 김밥 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방송 차량도 와 있었고, 다행히 신경 쓰이던 지인들도 다들 무사히 귀가했다길래 머릿수 좀 채우다가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되돌아왔다.
저 잠 좀 자자라는 문구가 깊이 공감됐다. 그리고 술 마시지 말 걸 그랬다고 새삼 또 후회했다.
물품 나눔하는 곳에서 하나 남았던 깔개를 양보해 주신 여성분 감사합니다, 좋은 일 있으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밤 새고 술까지 마신 상태로 왔더니만 그 때 이미 쓰러질 거 같았어요(...)
사실 남태령 소식 처음 접했을 때 콜택시 부를까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 가는 시간 하면 그냥 지하철 타고 가는 것과 별 차이도 없겠다 싶어서 관뒀다. 콜비 아낀 걸로 책 사야지. 초여명에서 나온 크툴루의 교단들 읽으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까인 이성치를 회복하자...
장소는 경복궁. 집회 때문에 광화문 근처에 온 것은 박근혜 탄핵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중간에 오랜만에 이순신 장군님께 인사나 하러 갈까 했는데 경찰이 손피켓 보고는 "저쪽에선 반대집회 중이라서 저쪽에 볼 일 있으면 손피켓은 숨겨서 가라"고 하길래 귀찮아져서 관뒀다...
예술의 전당 앞에서 발견한 피켓. 이명박 때 저런 거 많이 봤어.
고담시티 자경단 연합. 사진 찍어도 되냐고 허락 받았다. 얼굴 안 찍히게 조심.
매번 신세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주노총.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발견한 인간 촛불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급격히 피곤해져서 행진 중간에 열에서 빠져나와 귀가했다. 분위기가 밝고 평화로워서 '역시 MB 때랑은 다르구나' 속 편하게 생각하면서 왔는데... 막상 집에 와서 현황을 살펴보니 어두워진 이후 분위기가 확 안 좋아진 모양이다. 으으... 좀 더 있다 올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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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썩10과 대통령실, 법레기들, 국혐 종자들, 자칭 보수언론들이 그 어떤 쓰레기짓을 하더라도 '난 저런 쓰레기들과 엮이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손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짝에 줄 서면 저렇게까지 해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구나!'고 열성적으로 빨아제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줄도 결코 짧지 않을테고 커트라인도 꽤나 앞쪽일텐데... 자신만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또 사람 마음이지. 이건 막연한 내 느낌이지만, 지난 12월 3일을 기점으로, 한국 정치판에서 적어도 누가 '상종해선 안 될 쓰레기인지 최소한 사람이긴 한지'는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쓰레기를 전부 태워 없애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정죄는, 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처럼 혼탁하고, 현세는 지옥일 것이다. 그 사실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 혼탁함 속에서도 잎을 더럽히지 않는 연꽃이 피는 걸 막지도 못할 것이다.
내가 그 연꽃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당, 민공당, 민정당 거쳐가면서 이 나라의 헤게모니를 반세기 넘게 쥐고 전횡해 온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그 세월 동안 거슬리는 상대는 죄다 빨갱이라고 모욕하고 가두고 죽이면서 권력을 쌓아 온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미국 지원 받고 국민들 갈아넣어 강대국 반열에 들고 나니 약자 혐오로 권력을 연장하려 드는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이제 와서 그 권력이 흔들릴 것 같으니 내란 수괴 싸고 돌면서 남탓하는 그 뻔뻔함과 너절함, 야비함을 증오하는 것이다.
시간을 끌다보면 어떻게든 유야무야되고 적당히 잊혀질 거라고 확신하는 그 비열함과 오만함, 천박함을 증오하는 것이다.
법정과 청문회에서 내가 아무리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도 너희는 나한테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그 한없이 추악한 확신을 증오하는 것이다.
나의 이 증오가, 결코 '정의'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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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14. 윤석열 탄핵 가결
이겼다.
+
사실 룬썩10 개인의 탄핵보다는(그것도 이제 헌재에서 최종 결정이 나야 하는 거긴 한데) 국혐을 위법 집단으로 규정하고 해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망상 찌끄리던 통진당보다 훨씬 질 나쁘거든. 해체 안 하면 통진당은 만만해서 해체했고 국혐은 아니라서 넘어갔다는 뜻 밖에 안 되거든.
국혐 패거리들은 반세기 넘게 이 나라를 장악해 오면서,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보수정당의 표준'으로 스스로를 각인시켰다. 물론 국혐을 조진다고 해서 이 나라의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국가주의, 전체주의적 근성은 이번에 완전히 끝장내야 한다.
국혐 종자들은, 아프리카의 군벌들이나 중남미 군사독재자들과 비슷한.... 애초에 '보수'나 '우파' 카테고리에 넣어선 안 되고 사람 취급해서도 안 될, 전부 태워 죽여야 할 쓰레기들이다. 하지만 그런 놈들이 너무 오랫동안 '현대 민주공화국의 보수정당'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사람들의 인식이 지나치게 어그러졌다. 예를 들어, 음모론을 남발하는 김어준의 경우. 대체로 사람들은 김어준을 '극좌'로 취급한다. 하지만 김어준이 자본주의의 해체를 주장한 적 있는가? 국가 권력의 소멸을 주장한 적 있는가? '극좌'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 하지만 딴지일보 시절부터 김어준은 (그 방식이 좀 질 낮고 천박할 망정) 개인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에 가깝고, 그런 주장은 한 적 없다.
이제 곧 21세기도 1/4분기 째고, 한국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수치적, 물질적 성장에 집착하는 촌스런 근대성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원론적으로는 그런 촌스런 근대성조차도 배제할 수 없는 인간사의 일부긴 하다. 역사는 스스로 흐르고, '만인이 추구해야 할 올바른 이데아' 같은 건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국혐을 완전히 조져놔도, 몇 백년 쯤 뒤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강력한 힘과 리더십에 의한 독재'를 긍정하는 목소리는 다시 나올 것이다. 인간은, 역사는 내내 그러했고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결국 인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에 굴종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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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 만세. 프로메테우스 만세. 길 스콧 만세.
지난 3일 룬썩10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일 같이 커다란 폭로와 떡밥이 튀어나오고 온갖 썰과 음모론이 범람하고 있어서... 나도 정신이 온통 그쪽에 쏠려 있는 참이긴 한데,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상을 회복해야겠다 싶던 참. 좋은 소설을 쓰려면 좋은 인풋이 필요한 법이고, 질 좋은 인풋을 한참 안 했다 싶어서... 전부터 한 번 보려고 했던 호러 영화 <디 이노센츠>와 <더 터닝>을 몰아봤다.
이 두 영화는 고딕 호러의 고전이며 최초로 하우스 호러라는 호러의 서브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기도 한 헨리 제임스의 중편 소설 '나사의 회전'이다. 장중하면서도 음산한 대저택에 가정교사로 고용된 주인공이 유령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괴현상을 접하고 자신이 가르치는 어린 남매를 유령에게서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게 기본적인 시놉시스인데, 원작 소설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준 고전 명작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예의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며 '이 괴현상이 과연 유령의 짓인지 상상력 풍부한 주인공의 망상 내지 환각인지 만약 진짜 유령의 짓이라면 정말로 홀린 것은 누구인지'를 독자가 계속 자문하게끔 만들고,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나름 말이 되는 세련된 서술 방식 때문이었다. 19세기 기준으로 이런 소설은 정말로 드물었다. 1961년에 <디 이노센츠>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플롯이 좀 단순화되었고 밋밋해졌지만 주인공인 미스 기든즈 역을 맡은 배우 데보라 커의 호연과 인상적인 연출로 역시 명작 반열에 들었다(그 대신 호러 씬의 연출이나 공포 수위는 아무래도 요즘 호러 영화보다 훨씬 약하다).
<더 터닝> 역시 나사의 회전을 원작으로 해서 비교적 최근(2020년 작)에 나온 영화인데.... 이건.... 음.............. 원작 소설과 <디 이노센츠>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별개의 호러 영화로 보면 뭐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는 아니다. 양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당히 볼 만한 수준은 된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디 이노센츠>의 핵심이었던 그 애매모호함- 유령의 존재가 진짜인지 아닌지, 어쩌면 문제의 근원은 망상과 편집증에 빠진 주인공의 강박적인 도덕성과 의무감은 아닌지-이 완전히 사라지고, 악령이 대놓고 살인하는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물론 원작 소설의 후광이 크고 <디 이노센츠>도 호러 영화사에 남은 명작이다 보니 감독 입장에서는 최대한 차별화를 하고 싶었을 거라는 건 이해가 되는데, 이런 식으로 원작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포기했다면 그걸 보충할 만한 독보적인 개성이나 미점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없고, 결과적으로 '아예 조진 건 아니지만 애매하게 평타 정도만 치는 그저그런 호러 영화 A'가 되어 버렸다. 평가가 1961년작보다 훨씬 나쁜데는 이유가 있었어...
<그것>에서 리치 토저, 미드 <기묘한 이야기>에서 마이클 윌러 역을 맡은 핀 울프하드의 연기만은 좋다. 61년판에서 마일즈라는 캐릭터는 마치 호색한 성인 남성처럼 주인공에게 징그럽게 들이대는 걸 빼면 대체로 착하고 예의바른 빅토리아 시대 부유층 집안 아들인데 비해 <더 터닝>에서 핀 울프하드가 연기한 마일즈는 여자 가정교사를 은근히 얕보면서 이겨 먹으려 드는 느자구 없는 90년대 청소년 느낌을 잘 살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역시 나사의 회전 원작이면서도 꽤 잘 뽑혔다고 들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또 로맨스 중심이고 호러 씬이 약하다고 들어서 손이 안 간다. 난 로맨스 안 좋아한다...
새미래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이재명 구속이 먼저다, 윤석열 탄핵은 그 다음이다'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갑자기 인터넷 상에서 늘어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우르르 그런 글 쓰는 놈들 최소한 절반은 국혐 쪽 댓글부대라고 본다.
난 이재명을 지지한 적 없고, 앞으로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강성 이미지가 강해서 급진적인 것처럼 보일 뿐 그 역시 근본은 수도권 중산층과 호남 지역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삼는 보수-리버럴 정당 민주당 정치인이다(국혐은 민정당 후신으로서, '보수정당'이 아니라 인두껍 뒤집어 쓴 사람 모양 쓰레기 집단으로 분류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는 룬썩10을 비호 중인 내란 동조 집단이기도 하다). 그가 흙수저 출신 소년공 출신이라고 해서, 노동의제에 더 적극적이라는 법도 없고.
하지만 그는 2년이 넘는 동안 그렇게 집요하게 압수 수색을 당해 왔으면서도, 중대한 범죄 여부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룬썩10 정권의 검사 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검사들도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있으면 억까하겠다'고 마음 먹고 달려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도 결정적인 게 나오지 않았다면 그가 받는 혐의 대부분은 근거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재명이 극도로 교활하고 철저하고 사악해서 증거를 전부 없앴고 주요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은 전부 자살시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재명이 그렇게 할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지난 대선에서 지지 않았을 거다.
여하간... 11월까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국혐이 제시한 예산안을 민주당이 거부하고 국혐이 임명한 관료를 민주당이 막는 걸 반복하는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을 보호하고 국혐은 이재명이 범죄자라고 공세를 펼치고 여타 군소 야당은 그에 대해 별로 말을 얹지 않는 형국이었다. 예외적으로 새미래민주당은 그 수장인 이낙연부터가 이재명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지지층 역시 서로 수박이니 찢빠니 하며 격하게 대립해왔다. 나야 뭐 좌파로서 둘 다 지지하지 않고(이낙연을 더 싫어하긴 했다) 떨어져서 보고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얼마나 큰지는 알 만할 정도였다.
하지만 쿠데타 시도 이후 특히 트위터 쪽에서 이낙연 프사 달고 '이재명 구속 윤석열 탄핵' 운운하는 계정들이 확 늘어났다. 내가 그런 놈들 절반은 국혐 쪽 댓글부대라고 보는 이유는... 12월 7일 시점에서 국혐은 탄핵 거부를 당론으로 확고히 했다탄핵 찬성에 투표한 건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셋 뿐이었다). 이 시점에서 국혐은 완전한 내란 동조집단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건 끝까지 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우선권을 뺏어 오려면 가장 큰 적인 민주당의 수장인 이재명에게 최대한 똥을 뿌릴 수밖에 없다. 12월 8일 시점에서 윤석열은 2선으로 물러나고 한동훈과 한덕수가 공동으로 국정 운영을 한다느니 하고 있지만(물론 이것도 되먹잖은 소리다. 국민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뽑은 거고, 대통령은 국민이 뽑지 않은 총리나 당대표 등에게 임의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위임할 수 없다)... 만약 윤석열이 스스로 퇴진을 하건 탄핵당해 물러나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의 이미지를 최대한 조져야만 한다.
원내 0석 따리인 새미래 입장에서 지금도 여전히 이재명을 조지고 싶다면 공통의 필요를 가진 국혐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0석 따리인 새미래 입장에서는 국혐에게 제시할 만한 조건이라곤 국혐 2중대로 기어들어가서 탄핵 거부를 돕는 것 뿐이다. 자신들 딴에는 국혐을 이용하는 것 뿐이며 이재명을 조지고 나면 탄핵 대오에 합류할 거라고 주장하겠지만 0석 따리 새미래와 일단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프리미엄이 있는 국혐의 파워 차이는 압도적이고, 어느 쪽이 이용당할지는 뻔하다. 이재명 구속과 윤석열 탄핵은 양립이 불가능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 결과적으로 반민주 반국가 반란세력 국혐 편에 서겠다는 뜻이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자기 이름 내건 지지자라는 작자들이 저 지랄을 하고 있는 데도 '자제해달라' 한 마디 안 하는 이낙연 수준도 알 만하다ㅋ
ps=아마 그럴 일 없을 것 같지만, 진심으로 선의와 정의감에 근거해서 '이재명 구속이 윤석열 탄핵보다 우선하거나 둘이 등가'라고 믿는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재명이 정말로 나라를 망칠 대악인일 가능성?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그에 비해 윤석열은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실제로 반대 세력에 대한 '처단'을 말하며, 반헌법적으로 군대를 동원해 의원들을 겁박하고 체포하려 했고, 국민의 힘은 절대다수가 그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건 이미 일어났고, 진행 중입니다. 어느 쪽 위험을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망치는 걸 막아야겠다면 이낙연이 되었건 누가 되었건 간에 그보다 더 나은 후보를 제시하고 그가 어느 면에서 더 훌륭한지 다른 국민들을 설득해, 다음 대선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 힘을 방치한다면 다음 대선을 치를 일 자체가 없어질 겁니다."
집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좀 이른 시간에 나갔는데도 지하철이 빽빽하길래 '아무리 토요일이어도 붐빌 시간대가 아닌데' '이 사람들이 전부 집회 나가는 건 아닐 거 아냐'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전. 전부 집회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국회의사당역 무정차 한다길래 여의나루역에서 내렸는데 나 포함해서 한꺼번에 다들 우르르 내리더라.
역사 내에서부터 벌써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은 찡그리며 시끄럽다고 불평했지만 뭐... 사안이 사안이니 좀 참으쇼.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고 불편해야 정상이니.
역에 내리자마자 보인 손팻말. 옆에 지나가던 여자분이 통화하며 "엄마 오늘 생신인 건 아는데 탄핵이 더 급해"라고 하시는 걸 곁귀로 듣고 웃음 꾹 참았다.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민중의 소리 기사를 보니 다른 곳에 모인 인원까지 합치면 100만 넘긴 듯.
분위기도 평화롭겠다... 나름 준비를 했는데도 어두워지자 너무 추워서 좀 일찍 들어오기로 했다, 다음엔 더 두꺼운 거 입고 나가야지(....)
현장에서 줏은 한겨레 특별호에 실린 기사. "남한에 특이 동향을 만들어놓고 북한의 특이 동향이 없다는 군 입장문이 특이했다" 이거 기자 딴에는 나름 노린 드립인 거 같은데 웃어버렸다. 좀 분하다...
'소설 안 써져' '통장에 잔고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인간관계 싫어' '돈이 너무 없는데 급한대로 알바라도 할까' '그래도 사람 상대하는 일은 싫은데' '사실 제일 좋은 건 빨리 죽는 거긴 한데' 등의 생각만을 끝없이 머릿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지난 3일 밤 룬썩10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특히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총 앞에 나서는 걸 본 이후로는 머릿속이 맑다.
국혐은 보수정당이 아니라 사람 취급하지 말아야 할 쓰레기들답게 룬썩10 방탄을 선언했다. 파악된 대로라면 계엄이 진행됐을 경우 국혐 내에서도 반윤 성향 의원들은 다 같이 좆됐을 텐데 뭐... 곧 죽어도 자신들의 권력은 놓지 못하는 그 짝 패거리답다ㅋ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서는 계속 2차 계엄 가능성이 언급되는 중이고 민주당은 이걸 단순한 계엄이 아니라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고 저지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으며 다른 야당들도 각자 항전 태세를 갖췄다. 며칠 전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은 집회 인파로 가득하다. 박근혜 탄핵시위 이후 오랜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룬썩10 본인은 감옥에서 죽어야 하며, 이번 사태의 유력한 발단인 명태균, 계엄 사령관 박안수, 국방부 장관 김용현, 기타 등등도 마찬가지고, 그 김에 국혐과 그 언저리 종자들도 전부 반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족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돌이킬 수 없이 뒤틀릴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부 족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난 이번에도 역시, 무수히 익명화된 개개인들의 악의 없는 비겁함과 무책임함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낳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21세기 초, 전세계가 그렇고 그것은 이미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산다는 것이 그에 굴복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난 오늘 국회의사당으로 간다.
https://v.daum.net/v/20241202171810183
"마개를 열고 구멍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작년에 '이번에는 뭔가 되겠다' 싶어 열심히 쓰던 소설 하나가 룬썩10 정권의 문화계 예산 삭감 때문에 계약이 꼬이고, 올 여름 무렵 마음 다잡고 새로 쓰던 소설 하나도 결과가 안 좋아서... 그 후 내내 무기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 나도 마개를 다시 한 번 열어볼까 생각 중이다.
난 좌파로서, 지금도 여전히 직접 일해서 버는 것이 돈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가치 있다고 믿는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격차가 커질수록 이미 쌓아두고 세습해온 자본이 많은 부유층만이 더욱 큰 이익을 보고 빈부격차는 끝없이 커질 것이다. 똑같이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를 해도 가난한 사람이 1을 버는 동안 부유층은 100을 벌 테고, 거기에 세금조차 물리지 않는다면 그 격차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세금 내기 싫어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테고.
자본주의의 극복을 꿈꾸는 좌파로서 나의 그러한 꿈이나 바람 같은 것과는 무관히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체제를 이미 바꿀 수 없고 바꾸고 싶지도 않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안에서의 부와 성공을 원한다. 내 쪽이 세상이라는 기계에 맞지 않는 나사인 거다. 그런 건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둔감해질 때도 됐는데. 그런 거 가지고 새삼 고민하지 않을 때도 됐는데. 나도 젊은 나이가 아닌데. 가끔 그 사실을 자각할 때마다 숨이 막혀 온다.
최근 약간의 현실도피를 겸해서 게임 하나를 잡았다. 그 게임 속 주인공들은 세상을 無로 되돌리려는 암흑 마도사를 물리치고, 지수화풍을 관장하는 4개의 크리스탈을 복구해 세상을 구했다.
창 밖으로 해가 밝는다. 엔딩을 본 모니터 앞의 나 자신은, 또 그저 견뎌야 할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