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1. 2024.03.06
    소설을 씀에 있어서
  2. 2021.12.09
    고대의 철기 제작
  3. 2021.07.09
    AI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 셋
  4. 2021.05.18
    한강, <소년이 온다> 中
  5. 2021.01.10
    [팬픽]다키스트 던전 신비학자편
  6. 2021.01.07
    섄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 요약
  7. 2020.05.01
    [팬픽]다키스트 던전 나병환자편
  8. 2019.07.09
    니콜라스 카, <유리 감옥> 中
  9. 2018.12.31
    또 공모전에 원고를 보냈다
  10. 2018.06.07
    소설 메르시아의 별 주인공들 외모 멋대로 상상한 것.
  11. 2018.05.14
    문득 생각난 김에 이영도 소설에 대해 몇 자 2
  12. 2018.03.26
    <피스메이커> 합평 기록
  13. 2017.12.26
    [팬픽]엑스컴2 선택받은 자의 전쟁:경계와 신뢰 1
  14. 2017.09.26
    거의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깎던 단편이 하나 있는데
  15. 2017.09.08
    팔복 1
  16. 2017.04.16
    배명훈 작가님 트위터에서 발견하고 뜨끔한 트윗
  17. 2016.12.27
    쓰다 멈춘 지 반년이 넘은 소설 원고를 들여다보다가
  18. 2016.10.17
    메르시아의 별 소설 스포 없는 짤막 감상
  19. 2016.10.02
    와우북 갔다 옴
  20. 2016.10.01
    [리뷰]콜 오브 크툴루 수호자 룰북
  21. 2016.09.24
    북팔 '판타지를 탐닉하다' 강연 내용 요약
  22. 2016.08.01
    <도심환경> 관련 자문자답 하나
  23. 2016.05.11
    올드스쿨 스타일 서부극 스토리 전형
  24. 2016.05.05
    전부터 막연히는 생각했지만 새삼 깨달은 교훈 하나
  25. 2016.05.02
    [리뷰]로봇 1

시장에서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족성을 우선하면서 그걸로 먹고 살 만큼 벌고 싶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 맞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지 않은 글은 쓰지 못하는 인간인 것도 맞다.

 

나는 내가 그러하다는 사실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간신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서, 쓰고 싶은 소설을 쓰고 싶은 방식대로 쓰다가 죽는 것도 나름 낭만이야. 난 부양해야 할 가족도, 나를 걱정할 만한 친구도 없으니까. 한 번 뿐인 삶이라면, 이것도 이것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왕이면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느끼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으면 한다.

And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1832265&memberNo=30120665 

 

고대에는 어떻게 철기구를 만들었을까?

[BY 사이언스타임즈]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제철기술 복원실험 추진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선조들은 ...

m.post.naver.com

 

And

https://www.sedaily.com/NewsView/22OTZNBBZ2?OutLink=twt 

 

인간에게 이로운 AI란 무엇일까

공상과학(SF) 소설과 영화, 그리고 대중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미래의 인공지능(AI)은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닌 존재다. 일자리와 인간관계 뿐 아니라 문명과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AI 개발

www.sedaily.com

 

https://www.msn.com/ko-kr/news/world/%ec%9d%b8%ea%b0%84%ec%9d%b4-ai-%eb%ac%b4%ea%b8%b0-%ed%86%b5%ec%a0%9c%e2%80%a6%eb%ac%b4%ec%9d%b8%e6%88%b0-%ec%9d%b4%eb%af%b8-%eb%8f%84%eb%9e%98%ed%96%88%eb%8b%a4/ar-AALTKCJ?ocid=st 

 

"인간이 AI 무기 통제?…무인戰 이미 도래했다"

"인간이 AI 무기 통제?…무인戰 이미 도래했다"

www.msn.com

 

https://m.newspim.com/news/view/20210707000290

 

[초거대 AI 시대로]① 5년 내 SF영화가 '찐' 현실된다

[편집자] 5년 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알파고. 그리고 현재, 이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은 '초거대 AI'라는 산업계의 새로운 'AI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뇌를 닮은 초

m.newspim.com

 

And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그 날 그곳에서 죽어간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And

 

더보기

스승님, 피부 흰 자들은 왜 이토록 우리를 증오하는 겁니까?”

 

 

어린 시절, 나는 스승께 그렇게 여쭸었다. 스승은 천애고아이던 나를 거둬 키우고, 신비한 지식을 가르치고, 공부 시간이 끝나고 나면 내 손을 잡고 저녁 장을 보러 가거나 놀아주곤 했다. 엄격하면서도 온화했던 스승은 내게 있어 친부모나 다름없었다.

 

 

내 고향과, 피부 흰 자들이 사는 서방 국가들은 항상 전쟁 중이거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무렵 스승은 군의 겸 특수 자문으로 군대에 고용되어 있었고, 나도 조수로서 함께 전투가 끝난 전장을 돌며 부상병의 응급처치와 후송을 감독하곤 했다. 드넓은 사막의 모래가 전부 피로 붉게 물든 걸 보며 창백하게 질려 한참 구역질을 하던 내가 던진 질문에 스승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었다.

 

 

알하자드,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항상 겉으로 드러난 면과 뒤에 감춰진 면이 존재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 스승님. 그리고 두 면모를 모두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도요.”

그 자들이 우리에게 품는 증오와 원한도 마찬가지란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그 자들은 으로 상징되는 어떤 신을 섬기고 우리는 아니라는 거지. 그리고 우리가 사막에서 살면서도 풍요를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인 오아시스들 근처에 빛 신앙을 대륙 서부에 퍼뜨린 고대 제국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그들은 그곳을 성지라고 부르면서, 우리가 무단으로 성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우리가 동방과 교역을 하며 얻은 재물을 탐내고 있기도 하고. 물론 그것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긴 하단다. 그리고 감춰진 이유는.”

 

 

순간, 스승의 눈빛이 변했다. 언제나 따뜻하던 그 눈이 형언할 수 없이 깊은 증오로 번뜩였다.

 

 

빛 신앙에서 섬기는 그 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피부 흰 자들의 왕과 귀족, 성직자들도 무의식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단다, 알하자드. 하지만 빛으로 상징되는 신이라는 이름의 권위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또한 그 사회의 정점에 있는 그들의 권력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그에 매달리고 우리를 사악한 불신자 취급하는 것이지.”

그들의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난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붉은 사막에 해가 저물고, 우리와 함께 나온 병사들은 시신들 사이를 헤매며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을 찾아 낙타가 끄는 수레에 싣는 모습이 배경으로 보였다. 황혼의 빛을 얼굴 절반으로 받으며, 스승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평생 존경하며 따라왔지만, 빛과 어둠이 반씩 나뉜 그 얼굴이 이상하리만큼 낯설어 보였다.

 

 

아직은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란다. 하지만 너도 알 때가 됐지. 머지않아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알게 될 게야. 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나의 스승님께, 그리고 스승님이 그 스승님께, 다시 그 스승님께 진실을 배워 온 곳으로 널 데려가마.”

 

 

+

 

 

그러나 그 약속은 이후 몇 년이나 지켜지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나자, 스승은 더욱 바빠졌다. 나도 학자로서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어 독립할 자격을 얻었지만 난 여전히 스승의- 내 가족의 수발을 들며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했다. 지금도 여전히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읽고 쓰기와 숫자 계산을 가르치고, 세계 각지를 오가는 유물 수집상에게서 희귀한 책을 사들이고, 청소와 요리를 하고, 짧으면 며칠에서 길면 한 달 정도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는 스승을 기다리던 그 나날들을 그리워한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면 이 집 저 집에서 등불이 밝혀지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냄새가 피어오르고, 거리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그 날들이.

 

 

스승이 나도 거의 잊어버리고 있던 그 약속을 입에 올린 건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였다. 이번에도 몇 달이나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 온 스승은 그날따라 몹시 기분이 좋아보였다. 스승은 서방 대륙의 나라들 사이에서도 빛 신앙의 교리가 거짓된 것이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평소엔 입에 대지 않던 야자술을 잔뜩 마시고는 취한 채 물담배를 피워 물었다.

 

 

사실 이번엔, 피부 흰 자들의 왕 중 하나가 나를 불렀다. 왕자가 큰 병이 걸렸으니 낫게 해달라고 부탁하더구나. 난 왕자를 치료해주는 대신, 몇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단다.”

“‘우리라고요?”

 

 

난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스승의 말투로 보아 자신과 내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지칭하는 듯했다. 말하자면 어떤 조직 같은. 스승은 허공에 흰 담배 연기를 훅 뿜어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젠 이야기할 때가 되었구나. 곧 대륙을 아우르는 거대한 규모의 결사단이 조직될 게다. 우리는 사람들의 눈을 틔우고, 지금까지 스스로를 구속하게 만들던 신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로 인도할 게야. 그 전장에서 했던 약속을 기억하느냐? 그곳으로, 널 데려가마.”

영광입니다, 스승님.”

 

 

난 그제야 그 날의 약속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사실 거창한 대의보다는, 그저 계속 지금처럼 스승과 함께 살며 공부를 하는 날들이 지속되는 걸 내심 더 원했다. 고고학, 종교학, 수학, 의학, 건축학, 인류가 대대로 발전시켜 온 그 많은 지식의 정수들에 둘러싸여 스승과 이렇게 식사를 하고, 웃음과 농담을 주고받는 이 날들이.

 

 

하지만 말이다, 알하자드. 그 전에 치러야 할 시험이 있다. 지금의 너라면 분명 통과할 수 있을 거다.”

 

 

+

 

 

스승이 날 데려간 곳은, 대사막 어딘가 있는 황량한 탑이었다. 마치 가시가 돋아난 후광 같은 장식이 달린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가면으로 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와 태도에서 대단히 젊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여자였다. 그러나 난 어딘지 모르게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자태에는 어딘지 모를 독기가 깃들어 있었다.

 

 

여기서, 우린 어떤 실험을 하고 있단다. 과연 이 인간이 우리가 열 미래로의 길을 걸을 자격이 있는지를 말이다.”

 

 

스승의 미소는 언제나처럼 따뜻했지만, 난 불길한 한기만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 실험을 보았다. 쇠사슬과, 각종 의료도구와, 독약들을. 그리고 유리관 속에서 끓어 넘치는 유독한 녹황색 증기와, 머리칼 절반이 깎여 나가고 고문이나 다름없는 실험을 거치며 피폐해진 실험체, 그리고 스승이 섬기고 있던- 더 없이 강대하고, 도저히 표현할 단어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불경하고 끔찍한 존재의 모독적인 편린들을 보았다. 방에 단 둘만이 남게 되자, 스승은 충격을 받은 날 설득하려고 했다.

 

 

이제 곧 실험의 마지막 단계란다. 저것에게 이 약을 주사하는 거야. 견딜 수 있다면 저것은, 인간이 다음 단계로 진보할 수 있다는 증명이 될 테지. 신이 없는 세상을 거닐 자격이 있다는 증명 말이다. 네가 직접 해야 한다, 알하자드. 이건 너에게 주어진 시험이기도 하다.”

 

 

난 격노해서 대들었다. 이전의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이게 대체 다 뭡니까? 스승님은, 인간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거짓말이었습니까? 피부 흰 자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위해 저지르는 일과 이게 뭐가 다릅니까!”

 

 

그러나 내가 지금껏 알아 온, 따스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스승은 대답했다.

 

 

바로 그게 피부 흰 자들이 눈 멀고 귀 멀었다고 하는 이유다. 그들은 자신들의 광신으로 서로를, 그리고 자신들을 망가뜨리고 있어. 그러나 우리가 섬기는 건 신이 아니다. 그 이상의 존재지.”

 

 

나는 미친 듯이 분노했고, 슬퍼했고, 절망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 가지 사실만은 너무도 뚜렷이 깨달았다. 스승이- 그리고 이 정체 모를 비밀결사가 인류를, 그리고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란 사실을.

 

 

내게 있어서도 넌 특별해. 난 네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 없다. 난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 미쳐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재산에 미쳐서 전쟁을 저지르는 피부 흰 자들의 지배층을 혐오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조종당하는 수많은 이들은 진심으로 동정하고 있어. 난 그들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간이 자유로워지길 원한단다 얘야.”

 

 

스승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신보다도 위대한 그 분의 이름 아래, 인간을 구속하는 어떤 법도 교리도 도덕도 관습도 없는- 모두가 환희 속에서 서로 빼앗고 범하고 죽일 수 있는 세상이 내가 꿈꾸는 미래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란다. 그곳으로 함께 가자꾸나, 알하자드.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난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직감했다. 나에 대한 그 엄청난 사랑을 느끼면서, 눈물 흘리며 단검을 뽑아들어 내 아버지의 심장을 찔렀다. 그것은, 내가 인간으로서 흘린 마지막 눈물이기도 했다.

 

 

+

 

 

실험체로 잡혀 있던 남자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난 혼자였고, 곧 내가 한 짓을 눈치 챈 자들이 공격해올 게 뻔했다. 내겐 스승의 시체를 둘러매고 탑에서 도망쳐 나올 여유 밖에 없었다. 증오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내 유일한 가족이던 사람의 장례만은 내 손으로 치러주고 싶었다. 미칠 것 같은 감정의 폭풍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였다.

 

 

도망쳐 나온 나는 그 어디에도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누가 스승이 속해 있던 비밀결사의 조직원인지 겉으로는 전혀 알아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나는 광기에 가까운 절박한 열정에 사로잡혀서 스승이 섬기던 존재에 대해 연구했다. 내가 쌓아둔 고고학과 종교학적 지식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내 고향과 서방 대륙의 국가들 간에는 또 전쟁이 벌어졌다. 이제 나는 여전히 가는 곳마다 약탈과 강간과 파괴와 살육을 저지르는 피부 흰 자들이 싫을망정, 증오스럽지는 않았다. 전쟁통에 그런 짓은 내 고향의 군대도 똑같이 저지르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이라는 걸 이해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스승이 남긴 일지 속에 암호의 형태로 적혀 있던 대사막 가운데의 피라밋에 대한 내용을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결사의 입문자들이 자신의 영혼을 이물(異物)-원래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부정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밖에는 표현하지 못하겠다-에게 넘기는 의식을 치르는 장소이기도 했다.

 

 

다시 몇 년 동안이나 준비를 한 뒤 나는, 상자에 스승의 시신을 넣고 피라밋으로 향했다. 의식의 완성에는 뛰어난 자의 두개골이 필요했고, 난 스승 이상으로 그에 적합한 자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난 그 피라밋 안에서, ‘그것을 만났다.

 

 

.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난 내가 배우고 익혀 온 온갖 지식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또한 대를 이어 그러한 지식을 쌓아 올려 온 인간임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내가 고향을 공격해 오고 온갖 만행을 저지른 서방 대륙의 피부 흰 자들을 싫어하면서도 그들을 진정으로 미워하지 않았던 건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라밋의 벽화와 먼지 쌓인 고서적들 속에서 내가 본 것은 고고학, 수학, 철학, 신학, 점성학, 동서를 막론하고 그 많은 인간들이 연구해 온 온갖 학문들이 그 궁극의 영역에서 거대한 통섭을 이루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통섭은 한없이 끔찍한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모든 별들이 제 자리에 도달하고 나면, 이물들이 이 세상으로 넘어오리라는 것을. 그리고 스승이 꿈꿨던 미래가 실현되리라는 것을. 난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난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난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유일하면서도 불안한 희망은, 그러한 이물들조차도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서로 경쟁하고 대립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거대한 붉은 갈고리를 닮은 촉수 형태의 신상 앞에 서서 스승의 두개골을 매개로 삼아 치른 의식을 통해, 그러한 이물들 중 하나를 나 자신의 몸에 강림시켰다. 그리고, 그것과 나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힘을 주고, 내가 죽고 나면 내 영혼을 가져간다는 계약을 맺었다. 유리병에 담겨 있던 모래로 그린 원 안에서 계약은 성사되었다고 선언하고 그것과 나의 영혼이 교차하는 순간, 환상을 보았다. 어떤 쇠락한 영지, 방탕한 삶에 질려 버린 사악한 영주가 남긴 끔찍한 유산을.

 

 

하여, 이제 나는 홀연히 사막 저 너머의 세상으로 향한다. 그 세상 끝, 그 존재가 기다리는 가장 어두운 곳으로. 결국 그 존재를 물리칠 수 있다 해도, 내 영혼은 내 안의 이물에게 삼켜질 것이다.

 

 

난 기쁘게 그 날을 기다릴 것이다. 나 자신이 결코 꺼지지 않는 별의 불꽃이 되어, 지옥의 문을 닫아 걸을 그 날을.

 

 

 

And

원 출처는 엠엘비파크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임의로 요약한 내용이므로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선 직접 책을 읽어봐야 한다. 

 

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1&document_srl=13882765

 

메인 게시판 - 마이클 센델 - 공정하다는 착각

https://youtu.be/Qewckuxa9hw 자막 클릭하면 자막이 나옵니다. 엠팍 유저가 책 읽고 요약한 것 #1 능력주의의 태동 능력주의 사상은 냉전 종식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했다. 미국에

www.djuna.kr

DC에 올라온 요약 만화.

 

gall.dcinside.com/board/view/?id=hit&no=16267

And

이 공식 만화를 보고 삘 받아 쓴 것. 본문에 언급되는 '사막의 나라와의 전쟁'은 당연히 십자군 전쟁. 이 외에도 성전사 역시 이 때 참전했다거나, 중보병 역시 용병으로 고용되어 참전했었다거나, 본문에 언급되는 흑마법사는 핫ㅅ... ...신비학자의 스승이라거나, 괴인은 흑마법사가 관련된 인체실험의 희생양이었다거나, 야만인의 고향에도 다키스트 던전 지하의 '그것'과 비슷한 악마의 전설이 있다거나 뭐 그런 망상을 좀 해봤다. 

더보기

잠이 오질 않나 보구나, 얘야. 뭐? 또 그 꿈을 꿨다고? 땅 아래, 끝없는 어둠 속에서 끔찍한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는 그 꿈? 울지 말거라, 걱정할 필요 없단다. 그렇지, 오늘은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마.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무 걱정도 들지 않을 거다.

 

 

옛날, 어떤 왕국이 있었단다. 왕국은 한 때는 강성했지만 오랜 기근과 역병으로 점차 쇠락해가고 있었어. 게다가 왕가에는 오랫동안 후사를 이을 왕자가 태어나지 않았었지. 한 때는 강하고 부유한 나라였으니만큼 그럭저럭 꾸려나가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 보이고 있었지. 왕과 왕비는 왕국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멸망해가고 있다는 걸 짐작하고는 그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매일 정무가 끝나고 나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기도실에 틀어박혀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위대한 빛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 결국 빛조차 그 정성에 감동했는지, 왕자가 태어났어. 어린 왕자는 영리했지만 몸이 무척 약했단다. 그래서 왕과 왕비는 왕자가 잘 자라서 왕위를 이어 받는 그 날을 기다리면서도 혹시 큰 병에 걸려 죽지나 않을까 걱정했단다.

 

 

왕자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서 의식을 찾지 못한지 열흘째 되던 날, 왕과 왕비는 근심을 억누르다 못해 결국 빛께서 금지한 수단에 손을 대기로 결심했지. 광활한 대사막 건너 동방에 신비한 사막의 나라가 있었는데, 사막의 나라는 빛을 섬기지 않았기에 왕국을 비롯한 서방 대륙의 나라들과는 오래 전부터 적대관계였어. 그 사막의 나라에서 온 흑마법사에게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으니 왕자를 건강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야.

 

 

흑마법사가 대가로 무엇을 요구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하지만 왕자는 기적처럼 건강해졌어. 몇 년 뒤 왕과 왕비는 승하했고, 왕자는 젊은 나이로 왕좌에 올랐어. 그 후 수십 년 동안이나 왕자는, 아니 이제는 왕이지. 왕은 현명하고 자비롭게 왕국을 잘 다스렸고, 몇 번 정도 사막의 나라와 전쟁도 벌어졌지만 모두 승리했단다. 모든 이들이 왕의 이름을 칭송했지. 왕국의 역사, 나아가 서방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그만큼 만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왕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거야.

 

 

그러면서도 세월이 흘러, 다시 사막의 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어. 이번엔 몇 년이나 이어지는 큰 전쟁이었지. 서방 대륙의 나라들은 연합군을 결성해 동쪽으로 파견했고, 이제는 나이가 든 왕도 그 일원으로서 군대를 이끌고 참전했단다. 하지만 큰 전투에서 패배하고, 왕은 소수의 친위대와 함께 고립되었지. 그 때 전장에 흉측한 악마들이 나타났고, 악마들은 끔찍한 힘으로 양 세력을 모두 공격하기 시작했어. 왕은 지금까지 싸우던 사막의 나라 군대 지휘관에게 특사를 보냈고 급히 악마에 대항하는 임시 동맹이 맺어졌단다. 처절한 싸움 끝에 전장에 남은 건 오직 왕과 우두머리 악마 단 둘 뿐이었지. 우두머리 악마는 결국 왕이 휘두르는 육중한 대검의 칼날 아래 쓰러졌지만, 마지막 순간 왕의 이름을 부르며 비웃었지. 우두머리 악마는 바로, 어린 시절 죽을 뻔한 왕을 살려낸 그 흑마법사가 섬기던 존재였던 거야. 악마는 선왕과 왕비가 치렀던 끔찍한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밝히며 너의 존재 자체가 빛에 대한 끔찍한 죄악이라고 왕을 조롱한 뒤 사라졌단다.

 

 

사막을 헤매던 왕은 그를 찾아 헤매던 정찰병들에게 발견되어 간신히 주둔지로 돌아왔지. 기나긴 전쟁에 양 세력 모두 지쳐 있었고, 곧 휴전조약이 맺어졌지만 ‘성지’는 사막의 나라가 가져갔지. 말이 좋아 휴전일 뿐 사실 패전이나 다름없었어.

 

 

사랑하는 왕국으로 돌아 온 왕은 전처럼 낮에는 국정에 전념하고 밤에는 책을 읽었지만 내심으로는 결코 자신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 왕의 명민하던 눈은 총기를 잃었고, 고뇌와 절망으로 흐려졌어. 게다가 왕의 육체까지 더럽혀지기 시작했단다.

 

 

문둥병, 위대한 빛께서 내린 천벌. 피부의 감각이 없어지는 걸로 시작해 산 채로 몸이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병. 왕은 그 병에 걸렸어. 요즘은 몇몇 의사들이 문둥병도 그저 병일 뿐 천벌이나 저주 같은 게 아니라고 조심스레 주장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만, 왕은 의심을 떨칠 수 없었어. 이 병은 위대한 빛께서 내린 벌이 아닐까? 아니면 이 역시 선왕 폐하와 비 전하가 치러야 했던 그 대가의 일부일까?

 

 

처음에는 두꺼운 화장과 의복으로 충분히 증세를 숨길 수 있었지만 잠깐 뿐이었어. 외국의 사절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실수로 나이프에 손을 크게 베었는데도 고통을 느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는 것부터 해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 왕은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이 악화되어 공식석상에 나갈 수 없다고 선포하고는 장막 뒤로 물러나 통치를 계속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단다. 자신의 병이 퍼져나갈 가능성, 권력 불안정으로 인해 신하들 사이에 암투가 생길 가능성을 걱정한 끝에 결국 힘든 결단을 내렸어. 건강이 나빠져 왕위를 친척에게 양위하고는 요양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날 것을 선언한 거지.

 

 

아끼던 검을 차고, 붕대를 새로 감고 가면을 고쳐 쓰고, 왕자 시절부터 아끼던 주석 플루트와 즐겨 읽던 시집들 몇 권만을 챙긴 왕이 수도를 떠나는 날이 왔어. 수천, 수만에 달하는 백성들이 거리로 나와 꽃을 뿌리며 눈물을 흘렸단다.

 

 

국경까지 마지막으로 왕을 전송했던 수행원이 왕께 청했지.

 

 

“제가 섬길 분은 한 분 뿐입니다. 어디까지고 함께 가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경의 봉사는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백성에게 바쳐져야 하네. 왕은 그를 위한 도구일 뿐이지. 허락하지 않겠네.”

 

그 분은 고개를 들어 한 때 자신이 왕으로서 다스렸던 나라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말씀하셨단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으로군. 이 풍경을 지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바칠 때가 왔네. 난 행복했었어.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로군, 마치 기나긴 밤이 끝나고 아침 햇살이 내리쬐면 밤의 어둠과 함께 사라져야 할 새벽이슬처럼."

“어디로 가실 것인지, 그것만이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 정하지 않았네. 다만, 전쟁 도중 어떤 영지의 소문을 들었지. 왕이었던 자가 죽어 묻힐 곳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

왕이셨던 분, 또한 여전히 왕이신 분은 슬퍼 흐느끼는 수행원에게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는 빛의 경전 구절과 더불어 마지막으로 축복을 내리시고는 어둠이 내리는 머나먼 땅으로 홀로 떠나셨단다.

 

 

편히 잠들거라, 얘야. 그 분은 지금도 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싸우고 계시단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

 

 

+

 

 

젊은 가주는 집무실에 앉아 눈 밑에 낀 검은 기미를 쓸어내렸다. 눈꺼풀 안쪽에 모래알이 가득 낀 듯했다. 선조의 편지를 받고 이 영지에 도착한지도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필사적으로 일한 결과 산적 여단이 장악하고 있던 옛 길의 안전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고, 그를 통해 외부의 용병 및 상인들도 왕래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주엔 폐허 깊은 곳에서 시체를 되살리고 있던 사령술사를 쓰러뜨렸다는 낭보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영지를 둘러싼 숲에는 독기가 어려 있었고, 저택 지하에 펼쳐진 광대한 폐허에서는 생명 없는 백골들이 헤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으며, 버려진 사육장으로 이어지는 지하도에서는 악취가 풍겨 나왔고, 굳게 입구가 걸어잠긴 안뜰 너머에서는 요사스런 핏빛 안개가 맴돌았다. 해안을 적시는 파도소리는 불길했고, 반쯤 무너진 방앗간이 버티고 선 황폐한 농장에서는 밤마다 섬뜩한 녹색 광채가 일렁거렸다. 선조가 편지에서 경고했던, 가장 어두운 던전 속의 형언할 수 없는 악마를 상기할 때마다 모골이 송연했지만, 해내야만 했다.

 

 

가주는 책상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품위 있는 동작으로 계약서를 집어 꼼꼼하게 읽었다. 문득, 피로한 와중에도 가주는 남자의 말투나 태도가 굉장히 정중하면서도 고풍스럽다고 느꼈다. 용병은 거칠고 상스런 자들이고, 글 같은 건 아예 모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시스터 주니아나 파라켈수스 양처럼 돈만이 아니라 도덕적 대의나 종교적 신념, 희귀한 지식 등을 원해 영지로 온 이들도 가끔 있었지만, 이 남자의 분위기에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독특한 데가 있었다. 이제는 몰락했지만 아직 찬란하던 과거의 잔광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이 영지의 저 까마귀 문장처럼.

 

 

천천히 저무는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집무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남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남자는 ‘볼드윈’이라는 이름을 계약서 서명 란에 적어 가주에게 돌려주었다. 힘차면서도 유려한, 서명한 자의 지성과 교양이 묻어나는 필체였다.

 

 

“볼드윈 씨라고 부르면 되겠군요. 혹시 예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 그저 개인적 흥미일 뿐이니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영주님. 전 죽을 곳을 찾아 온 병든 떠돌이일 뿐입니다. 예전에는 어쨌건, 지금의 저는….”

 

 

가주는 순간 가면 너머에서 남자가 빙그레 미소 짓는다고 느꼈다.

 

 

“…아무 것도 아닌 자에 불과합니다.”

 

And

...이글루릭 섬에 사는 이누이트 족 노인에게는 (조상 대대로 이어 온 능력을 감퇴시키는) GPS 기술 도입이 문화적 비극이라며 안타까워 할 충분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방향표시가 잘 되어 있는 대로들이 종횡으로 놓여 있고, 주유소, 모텔, 세븐 일레븐 편의점들이 즐비한 곳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 이미 오래 전 놀랄 만한 길찾기 기술 활용 관습과 능력을 모두 잃어 버렸다. 특히 자연적 상태에서 지형을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많이 축소됐다. 우리가 더 쉽게 길찾기를 할 수 있다면 더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더 이상 길찾기 능력을 보존하는데 문화적 차원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개인적 차원에서는 그 능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결국 지구의 피조물들이며 컴퓨터 스크린에 뜬 가느다란 파란 선을 따라 이어진 추상적 점들이 아니다.실제 장소에 존재하는 실제 몸을 가진 실제 존재들이다. 한 장소를 알기 위한 노력은 성취감과 지식을 안겨 준다. 개인적 성취감과 자율성을 선사하고 더불어 소속감- 즉 어떤 장소를 그냥 지나쳐 가기보단 그곳에서 집에 있는 것과 같은 안도감을 느낀다.

 

부빙 위에서 활동하는 순록 사냥꾼이나 도심에서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찾아 다니는 사람 중 누구에게나 길찾기는 소외에서 애착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준다. 우리는 '정체성 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상을 찌푸릴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모호하고 진부해도 그런 비유적 표현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우리가 오래 고민한 문제와 얽혀 있다. 우리는 중요한 걸 포기하지 않고선 자아를 주변 환경과 분리할 수 없다.

 

(중략)

 

구글의 맵핑 전담 부서의 임원인 마이클 존스는 '구글 맵이 깔린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지구 위 어디라도 돌아다니며 구글이 안전하고 편하게 가고 싶은 방향을 알려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이젠 누구도 다시는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의 말은 매력적인 선언처럼 들린다. 마치 우리의 몇 가지 기본적인 존재론적 문제가 영원히 해결된 것 같다. 그리고 이 선언은 사람들의 삶에서 '마찰'을 제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사용에 집착하는 실리콘 밸리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 선언에 대해 생각해 볼수록, 절대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영원히 위치 감각을 상실한 상태에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현재 위치를 몰라도 걱정 없다면, 굳이 현재 위치를 알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어진다. 즉, 휴대폰과 앱의 보호 속에서 늘 그들에게 의존하는 상태로 살게 된다는 걸 뜻한다....

 

 

And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 뒤에는 투고 사실을 잊어 버리고 있는 게 좋다. 게임이나 좀 할까.

And

1)로란:검을 휘두르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짧게 다듬은 붉은 머리. 다갈색 눈동자(계약 당시 화룡이 가져간 쪽 눈은 로란이 용의 힘을 쓸 때마다 붉게 빛난다). 웬만한 남자들만큼 큰 키에 잘 짜여진 근육질. 굳은 살이 박힌 손. 강인하고 당당한 인상의 30대 초반 여성.

2)케인:매우 짧게 다듬은 갈색 머리칼. 명석하면서도 고집스러워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다리 부러진 안경. 전체적으로는 평범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인상. 비교적 작은 키에 깡마른 체격을 가진 20대 초반 남성.

3)아리엔:목을 좀 넘는 아마색 단발 머리에 해맑으면서도 당돌한 느낌을 주는 푸른 눈동자. 약간 젖살이 남은 통통한 얼굴, 희미한 주근깨. 꽤 미소녀지만 계속 들려오는 엘드레드의 목소리 때문에 평소엔 늘 살짝 찌푸리고 다닌다(이후 마음의 방에 클레톤을 들이면서 표정이 풀린다).


번외-

유마:새카만 장발 머리에 검은 눈동자, 가는 눈매에 짧은 콧수염을 기르고 판초를 두른 동유럽 풍 중년 남자.... ....라고 상상했었다(............)

And

이영도 소설(특히 폴라리스 랩소디를 거쳐 눈마새, 피마새)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관념은 니체식 허무주의다. 니체의 허무주의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원래 철학이란 게 이런 식으로 요약하면 안 되는 거긴 한데).


1)이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보편적으로 '위대하다'거나 '고귀하다'거나 '선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 역시 외부의 권위에 입각한 것이기에 허무주의자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

3)개인이 철저하게 자신의 자유 의지로 '나에게 의미가 있다' '내 욕망의 대상이다'라고 결정한 제일가치만이 유일하게 중요하다

4)도덕이 되었건 종교가 되었건 사회적 합의가 되었건 모든 종류의 관념적 권위(그의 저서에서 신, 우상이라고 계속 비유하는 그것)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자신이 제일가치로 삼은 그 무언가를 위해 살고 죽을 수 있는 인간이 바로 초인(위버멘쉬)이며, 모든 인간은 그러한 초인을 지향해야 한다

5)초인이 발견한 자신의 제일가치가 결과적으로 기존의 도덕이나 진리와 비슷할 수는 있어도 그저 권위에 맹종해서 그걸 따르는 것과 초인이 주체성을 갖고 제일가치라고 판단해서 따르는 건 완전히 다르다  

6)각자의 제일가치가 충돌하는 두 초인이 만나면 높은 확률로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산 쪽은 계속 살아서 자신의 제일가치를 추구할 수 있으므로 좋고 죽은 쪽도 죽음을 통해 자신의 제일가치가 그만큼 의미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했으므로 


결과적으로 허무주의자(특히 니체식 허무주의자)는 극한의 개인주의자가 된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제일가치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지만(물론 타인을 존중하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제일가치는 오직 그만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이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특히 신이나 도덕, 전통, 충성 등을 이유 삼아 그렇게 하는 것)을 철저히 거부한다. 그리고 그 제일가치를 위해 남에게 위해를 가해야만 한다면 거리끼지 않고 그를 행한다.  


폴랩의 경우, 데스필드가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말하는 건 좋아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고 말하는 건 꺼려한다, 그런 건 불한당의 화법이라고 여긴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상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고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휘리 노이에스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내내 괴로워하다가 파킨슨 신부와의 고해성사, 율리아나 공주와의 만남을 거치며 그러한 컴플렉스와 죄의식에서 해방되어(니체 식으로 표현하자면 노예의 도덕을 벗어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군사적 재능-증오하는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동안 억눌러 온-을 마음껏 발휘하게 된다. 눈마새의 주퀘도 사르마크가 갈로텍에게 하는 "도덕을 요구하는 나약한 것들의 천박한 투정 따위 무시해. 그것들은 도구인 도덕을 삶의 목적으로 만들고 삶을 도덕의 도구로 바꾸지."라는 조언에서 그러한 주제가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한 니체식 허무주의가 싫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영도의 소설들을 꼼꼼하게 읽어 보면 이영도 스스로가 작가로서 그러한 허무주의를 긍정 내지 옹호한다고 볼 수 없다. 그의 소설 대부분이 허무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허무주의자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하지만 그 중 특정 캐릭터가 이영도의 사상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드래곤 라자부터 피마새(약간 확장해서 보자면 오버 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오버 더 호라이즌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에서 내내 가장 직접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한 초인의 위대한 여정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교류와 이해, 변화의 중요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교류와 이해, 변화가 다만 긍정적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 피마새에 이르러선 작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쟁 장면을 통해 그러한 '교류와 이해, 변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정적인 면면'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독자를 마음 편하게 하는 일차원적 해피 엔딩'으로 결말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영도의 독보적인 점이다. 


만일 이영도가 그런 작가였다면 퓨처워커의 미 그라시엘(주연급 캐릭터 중 하나로서 많은 비중과 매력적인 캐릭터성으로 독자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한 캐릭터)은 자신의 비참한 미래를 알면서 세상의 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를 담담히 받아 들이는 대신 어떤 식으로든 미래가 바뀌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캐릭터가 되었을 테고, 눈마새의 케이건도 작품 최후반 나가에 대한 증오를 버린 이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묘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영도는 그렇게 하는 대신 쳉이 (돌아온다 해도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지는 못할) 미를 기다리며 오두막을 짓는 모습, 폴라리스가 멸망하는 모습, 나무가 되어 버린 륜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새 시리즈를 벗어나, 이영도의 작품세계 한 축을 지탱하기도 하는 오버 더 시리즈의 주인공 티르 스트라이크는 허무주의를 배격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오버 더 호라이즌에서 티르와 루레인이 대화하며 티르가 "그 때문에 사람이 죽습니다, 그런 악기는 입다물어야 합니다"라고 단언하는 장면을 상기하라). 


그러한 철학이 이야기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상화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이영도의 소설을 비판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영도가 같은 주제만 반복한다'는 식의 비판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가 내내 하고 있는 주제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것은 평생을 바쳐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미흡했던 드래곤 라자부터 시작해 피마새에 이르기까지 내내 그가 다루는 세계는 넓어지고 있다. 


이영도 비평 관련해서는 거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영도의 문장력도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눈마새를 거쳐 피마새로 오면서 점차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퓨처워커나 폴랩에서는 굉장히 시적이고 유려한 미문들이 많다. 피마새의 전쟁 묘사는 그 반대로 지극히 담담하고 건조하다. 그토록 메마르게 온갖 참상을 독자의 하트에 직격으로 쏟아 부을 수 있는 작가는 잘 없다.



  

  


        

And


*장편에 더 어울리는 설정인 듯

*결말 부분은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느낌이 살짝 난다

*요원이 설명해 주는 역사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풀면 이야기가 상당히 길어질 듯. 타임머신 타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걸 더 보고 싶다. 역사가 바뀐 걸 좀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연작 단편들 형태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핑크와 요원의 대화에서 제시되는, 역사의 변인에 대한 설명이 학습 만화 보는 느낌이다

*술집으로 위장된 타임머신 플랫폼 등 디테일하게 풀면 굉장히 재미있을 만한 소재가 많아 아쉽다

*마지막, 타임머신을 타고 수메르와 이집트, 중국으로 가는 게 너무 이야기가 커지는 것 같다. 이거 수습이 가능한가? 하는 느낌

And

....이제 내 소설 다시 써야지.... 아오 나도 얼른 데뷔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초조함만 쌓이네. 


인터넷 방송인 '쉐리'님의 엑스컴2 중계(정확히는 3개월이나 전의 것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를 보다가 2지구가 터지는 걸 보고는(...) 앉은 자리에서 쓴 글. 좀 건성으로 써서 배경 묘사 같은 건 거의 없지만 워밍업에는 좀 도움이 된 거 같기도 하다. 실제 게임 내의 상황과는 좀 다르다(예를 들어 예의 플레이에서 엘레나는 막스보다 먼저 어새신에게 끔살당했다). 


원래는 더 어둡고 씁쓸한 분위기를 생각하다가 크리스마스에 너무 암울한 내용도 좋지 않다 싶어서 좀 전개를 바꿨는데 영 부자연스럽다. 게임에서 사령관은 플레이어 본인이고 감정 이입을 위해 얼굴은 개뿔도 안 나오고 대사도 없고 성별도 모호하게 처리됐다는 걸 고려해서 여성적인 해요체 말투를 쓰는 한편 책상에 발얹고 담배 피워대는 식의 주로 남캐들이 자주 하는 제스처를 취하게끔 서술했는데 막판에 그 바뀐 전개에 개연성을 주입하기 위해서 사령관에게 대사를 많이 주다보니 그 모호성이 약해진 느낌. 글을 끝까지 완성하는 지구력이 후달려서 그렇지 테크닉은 나쁘지 않다고 자평하고 있었는데 녹슨 느낌이다...  



And

 '악인'의 존재를 상정하고 그가 어쩌다 악인이 되었는지 그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하는+한 발 더 나아가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온 구체제의 신화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은유를 섞는 우화적 성격의 호러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크툴루 신화스러움도 슬쩍 첨부되어 있고. 크툴루 신화의 소재를 일부 차용해 오긴 했지만 이 단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는 클라이브 바커고,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 이 단편도 최소한 겉으로 드러나는 묘사나 사건은 성적이고 폭력적이다. 포르노를 쓸 생각은 없고, 내가 이해하고 있는 한국은 그렇게 기괴하고 잔혹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유형의 '악인' 중에서도 내가 특히 혐오하는 부류(동시에 내 안에도 그러한 악성이 있지 않을까 가장 고민하게 되는 부류)의 악인 내부로 들어가서 그 심리를 나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극도로 힘든 작업이라서...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쓰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다시 읽어 보니 새삼 걱정스럽다. 시부엉 나한테 그런 의도가 전혀 없다 해도 포르노로 읽히면 어쩌지? 묘사를 좀 더 완화할까? 


한국 과학문학상 심사평을 읽다 보니 2배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And

마태복음 5장 3~12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윤동주 作

---------------------------------------------------------------


.............


나는 절대로, 神께 내 개인적인 복락을 빌지는 않을 것이다.


And



배명훈느님이 나새끼 소설을 보셨을 리가 없지만 스스로도 느끼고 있던 문제점이라 읽고서 헉 했다. 고... 고쳐야지...

And

이런 트윗을 발견했다.


출판도 집필도 실은 자기랑 비슷한 사람들을 찾기 위한 일이다. 도서 시장이라는 우주에 책이라는 금속판을 보내는 거다. 그리고 그 어두운 공간에 레이더를 맞추고 기다린다.


“휴스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사실 기력도 용기도 떨어져 있었는데, 재개할까.

And

로란, 아리엔, 케인, 세 주인공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김사장님이 의도적으로 '독자에게 이 캐릭터의 이러이러한 면모를 어필해야겠다'는 계산을 해가면서 썼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물론 그런 계산을 안 하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런 티가 거의 안 남. 심리묘사가 세세한 것도 아니고, 상징적인 묘사를 통해 그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이런 걸 보며 김사장님이 RPG 오래 한 사람이라는 티가 났다, 마스터링하면서 묘사할 때 상세한 심리 묘사나 의도적으로 배치한 배경 묘사를 길게 하는 사람은 잘 없지).


보통 소설(특히 대중 대상 장르 소설)에서는 초반에 주로 각 인물들의 성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걸 주된 역할로 하는 자잘한 사건들을 주로 배치해서 독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 각 인물들의 이미지를 소화하게 만든 뒤 굵직한 사건을 일으켜서 독자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 인물은 어떻게 반응할 것이다'라고 예상하게 유도하고, 그 예상을 뒤집거나, 비틀거나, 혹은 예상되는 수준 이상으로 강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몰입을 시킨다. 그 대신 이 소설에서는 대체로 캐릭터들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 덤덤하게 보여준다. 작위적인 감정적 갈등을 일으키거나 억지로 그걸 봉합하지도 않고. 


취향이 갈릴 만한 서술법인데, 작가의 의도가 날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꽤 세련된 방식이긴 하다. 나도 나름 글 쓰는 사람이지만... 난 명확한 작의를 갖고서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그걸 전달하려고 하는 쪽이다. 너무 노골적이 된 나머지 설명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사실 지금 쓰는 소설 다시 읽어보니 찔린다) '작가가 주제를 들이댄다'는 느낌을 독자가 받지 않게끔 나름 신경을 쓰긴 하는데... 이렇게 쿨하게 쓰지는 못한다. 


그래도 재미있다.


PS=카시아나 히베리아, 파이디 같은 이전의 메르시아의 별 리플레이에서 나온 지명들이 다시 언급될 때마다 소소하게 즐거웠다.

PS2=악마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안 나온다. 그 설정 마음에 들었었는데 혹시 폐기된 거? 

And

우연히 김보영 작가님을 만났다. 간단히 인사하고, 마침 갖고 있던 책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에 사인을 받았다. 속표지에는, "늘 행복하세요, XX님." 이라는 문장이 적혔다.


이 작품은, 광속 여행이 일반화된 시대를 배경으로 이제 곧 결혼을 앞둔 남자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연상의 연인은 알파 센타우리에 가 있고, 결혼식 날짜를 잡아 둔 남자는 날짜를 맞추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타고 있던 우주선에서 사고가 생기고, 상대성 이론에 의해 두 남녀는 시간의 장벽에 가로 막힌다. 남자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서 끝없이 기다리고, 남자의 시점으로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인은 수 백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무척 아름다운 중편이지만,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나는, 결코 그 아름다움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보영 작가님은, 내게 행복하시라고 적었다. 


나는, 행복한 삶이 아닌 그저 홀로 견딜 수 있는 삶을 바란다.

 


김보영 작가님은,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우주를 사랑하는 것이며 한 사람을 위한 일은 우주를 위한 일이고 한 사람을 위한 선물은 우주를 위한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이 책이 당신께도 좋은 선물이 되리라 믿으며."



이 선물은, 내가 아닌 그 누군가에게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And

http://mirrorzine.kr/index.php?mid=w3_nonfiction&document_srl=8410

And

판타지란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다채로울 수 있다. 요정이 나와야만 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용이 없어도 된다. 요는 판타지에는 신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신비성은 딱히 스케일이 커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SF에서도 신기하고 이상한 일은 벌어진다. 그럼 SF와 판타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유명한 언명을 남겼다.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은 보편적인 논리와 분석, 계측이 가능하다. 슬레이어즈에서는 마법으로 만든 냉장고와 거대 로봇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둘을 구분하는데 의미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판타지는 환상의 모험담이다. 반면 SF가능성의 세계. 판타지는 뭔가 신기한 일이 일어났을 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신이나 요정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F는 그 에 신경을 쓴다. 판타지는 주로 자연의 경이와 신비를 다룬다. 한 발 더 나아가, 판타지는 과학에 있어 모종의 공포심을 갖고 있다. 판타지의 거두인 톨킨과 루이스는 2차 대전 참전 경력자였다. 톨킨과 루이스는 과학의 소산인 폭격기와 잠수함이 무수한 이들을 죽이는 걸 보았고, 톨킨은 그러한 경험을 살려 반지의 제왕에서 과학기술을 부정했다. SF와 판타지를 반드시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둘은 각자의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 있어 그를 이해한다면 보다 더 훌륭한 SF와 판타지를 쓸 수 있게 된다.

 

세상사가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낄 때 사람은 신과 정령의 존재를 상정하고 그에 기원을 올린다. 늑대의 경우, 사람들은 가축을 잡아먹고 가끔 사람도 습격하는 늑대를 두려워했다. 누군가가 자신은 늑대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후 샤먼이 된다. 그 이후 샤먼은 신정일치 사회의 신왕으로 발전한다(애니미즘에서 토테미즘으로의 전화). 그 이후 다신교 판테온이 성립된다. 다신교 판테온의 신들은 인간보다 강하고 현명하지만 그 욕망이나 성향, 사고방식 등에 있어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신들의 이야기가 신화가 되었다.

 

하지만 신화는 동시에 인간에게 주는 교훈을 내포하기도 했다. 수메르의 여신이었던 이난나는 저승의 문을 통과하며 갖고 있는 것(광채, 옷가지, 장신구 등)을 하나 씩 빼앗기다가 결국 마지막 문을 통과하고 나자 죽어 버린다. 이는 저승에는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교훈이 반영된 것이다(그래서 고대 수메르와 바빌론 문명의 고분에는 부장품이 없다). 신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이러한 절대적인 정의의 개념은 교훈으로서의 신화에서 규율로서의 신화로 발전하여 인간의 도덕관념을 규정하고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대원칙- 즉 유일신 신앙이 성립되게 된다.

 

그렇다면 신화에서 판타지로 어떻게 발달했는가? 판타지는 신화에서 비롯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판타지를 통해 신화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판타지에는 실로 다양한 갈래가 존재한다.

우선 동화(Fairy tale)가 있다. 동화는 신과 정령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신화다. 동화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나무 인형이 말을 하느냐, 어떻게 평범한 아줌마가 작아지느냐가 아니다. 그로 인해 무슨 사건이 벌어지느냐에 주안점을 둔다.

그 다음은 검과 마법 이야기다. 이것은 신이 존재할 수는 있되 결코 직접 나서지 않는 세계에서 인간이나 그에 준하는 이종족이 펼치는 모험담이다. 검과 마법 이야기가 발달하면 할수록 신의 비중은 줄어든다. 신은 인간사에 직접 간섭하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초자연적 픽션(Supernatural Fiction)이다. 이것은 인간의 일상에 초자연적 힘이 개입하고, 인간이 그를 막는 이야기다.

그 다음은 슈퍼 히어로 판타지다. 이것은 평범한 일상을 무대로 신적 존재로부터 힘을 얻은 영웅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초자연적 픽션의 경우, 그러한 초자연적 존재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드라큘라는 주인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안타고니스트다.

그 다음은 다크 판타지다. 이것은 기사도 로망이 사라진 버젼의 검과 마법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검과 마법이라는, 인간들 고유의 힘은 남아 있지만 그러한 인간을 둘러싼 세상 자체가 꿈도 희망도 없다.

그 다음은 도시 판타지다. 삶의 공간인 도시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다. 일상의 공간인 도시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대단히 친숙하다. 하지만 여전히 비일상적, 초자연적 요소가 있다.

그 다음은 마술적 사실주의다. 이것은 어른만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벌레같은 경우,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잠에서 깨고 나자 벌레로 변해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가 왜 벌레가 되었느냐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 대신 그 변화는 주변 사람들의 내면의 추한 욕망과 질시를 자극한다.

그 다음은 역사 판타지다.

그 다음은 신마 이야기/기담이다. 이것은 신화와 전설이 현실과 공존하는 세계의 ’(모험이 아니라)의 이야기다.

그 다음은 차원 이동물이다. 이것은 현실을 떠나 판타지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로서 주인공에게 신화적 영웅의 성격이 강하게 부여된다. 오즈의 마법사, 나니아 연대기가 이에 해당한다.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 신화 속의 영웅 전설은, 신명 사상(신의 뜻에 따라 옳고 그름을 결정)에 기반하고 있다. 다른 한 기반은 신은 옳은 자를 수호하기에, 피고와 원고가 결투를 벌여 승리하는 쪽이 옳다는 논리에 입각한 사법 결투다. 왕의 경우, 처음에는 신의 권위에 복종한다. 하지만 지배하다 보면 자신의 욕망을 더 추구하게 되고, 권력의 망자로 타락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의 망자(반드시 타락한 왕 자신이 아니라, 그 왕의 타락을 상징하거나 타락의 결과물인 다른 무언가일 때도 있다)를 타도하기 위해 신명을 받드는 영웅이 탄생한다. 그러한 영웅의 여정(일상->경이의 세계->거대한 대결->보상을 얻고 귀환)을 밟는 것이 그리스 신화적 영웅의 삶이다. 조셉 캠벨이 이러한 영웅의 여정의 기본 도식을 정리했고, 그 이후 영웅의 12단계로 세분화된다(평범한 일상->모험에의 소명->소명의 거절->조언자와의 만남->첫 관문 통과->아군과 적과 시험->핵심부로의 접근->시련->보상->귀환->부활->보상과 함께 귀환). ‘호빗이 이에 잘 부합하며, 약간 변형된 형태긴 하지만 마블 히어로 영화 앤트맨도 이러한 영웅 서사의 도식에 대체로 들어맞는다.


-------------------------------------------

영상은 추후 업로드 예정. 


강의 내용에 대한 설문도 좀 했는데 '북팔은 너무 멀어요'라고 쓸 걸 그랬다(....)

And

Q:이야기가 지나치게 어둡지 않은가?


A:딱히 일부러 어둡게쓰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애초에 이 작품의 방향 자체가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이나 초자연적 존재가 실존하며 역사나 사회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되, 그 영향력이나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한정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런 놈들이or 이런 현상이 진짜로 있지 않을까 하는 역설적인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그건 차지하고예를 들어 새뮤얼 같은 경우. 그는 나이가 50이 넘도록 반평생 동안 인권운동을 해 왔다. 그에 대해 디테일하게 과거사를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실패나 좌절을 겪은 적이 없을 리가 만무하다. 가끔은 자신이 좋은 의도로 돕고자 하는 사람들끼리도 별 같잖아 보이는 이유로 싸우거나 자신한테 어느 편이냐고 윽박지르는 꼴도 당해봤을 테고, ‘과연 이 고생을 해가며 이 사람들을 도울 가치가 있는지회의도 숱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이 일을 해왔다. 온갖 한계와 모순에 직면해 가면서도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새뮤얼 재퍼드라는 인간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해왔을까


숱하게 생각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은, ‘새뮤얼은, 이상을 따르던 인간이 변질되거나 타락하는지의 여부와 그 이상 자체가 과연 올바른지의 여부를 엄격히 구분하고 만일 후자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런 변질이나 타락을 아무리 많이 접하더라도 끝까지 그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현실에서도 사회운동 오래 한 사람들 중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의식적으로 어둡게쓸 생각이었다면 후반에 예정되어 있는 총격전과 대규모 사망 이후 그의 신념이 깨지고 좌절한 나머지 타락하는 방향으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하며 이미 좌절이나 실패 역시 여러 번 겪어 본 사람이고, 그 사건이 그의 신념을 꺾을 정도는 아니라고, 음, 물론 무척이나 슬프고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마음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새뮤얼은 최후까지 자신의 그 이상과 신념을 관철하다가 죽을 것이다. 작위적으로 상황을 시궁창으로 이끌어간다고 해서 있을 법한이야기가 되지는 않는다.

 

And

청교도 백인들이 모여 사는 작은 시골 마을. 어느 날 잔인하고 악랄한 인디언들이 쳐들어 와, 말들을 훔쳐가고 주인공 일가의 딸을 납치해 간다. 가장인 아버지는 빼앗긴 말들과 딸을 되찾으려고 하지만 겁쟁이인 마을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기로 결정한다.기병대를 부르자는 말도 나오지만 주둔지까지는 너무 멀기도 하고 알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 분노한 아버지는 단신으로 인디언들과 교섭하려고 금괴와 함께 만일을 대비해 총을 한 정 챙기고서 해질 무렵 인디언들에게 찾아가고, 집을 지키라는 지시를 거부한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쫓는다. 물론 교섭은 결렬되고 총격전이 벌어진다. 그 와중에서 아버지는 큰 부상을 입고는 남자답게 살아라” “가족들은 이제 네 책임이다운운하는 유언과 함께 아들에게 총을 넘겨준다. 아들은 무쌍을 펼쳐 인디언들을 물리치고 누나와 빼앗긴 말들을 되찾아 동틀 무렵 마을로 돌아오고,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비겁함을 뉘우치며 영웅의 귀환을 환영한다.


--------------------------------------

서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대략적인 이미지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수정주의 서부극 대두 이전, 전형적인 흑백 무성영화 시절 서부극 스토리'를 구상해 본 결과물. 오글거려서 모니터가 폭발할 것 같다.    

And

남에게 자기 소설의 평을 받고 싶을 때는 가능한 프로한테 돈 주고 맡기는 게 좋다. 제3자라서 객관적으로 봐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제3자이기 때문에 건성으로 보고 대충대충 말해줄 수도 있다. 아니면 '이 사람이라면 제대로 봐주겠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신뢰가 쌓인 사람한테 부탁하거나.

And

http://mirrorzine.kr/index.php?mid=w3_nonfiction&document_srl=8403


원래 지난 달에 쓴 거였는데 한 달 늦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