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 이런 그림들.
1~4번째까지는 즈디슬라프 벡진스키의 작품들, 5번째는 HR 기거의 <Waterfall>(벡진스키는 자기 작품에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다).
난 아직 젊고, 보다 다양한 종류의 소설을 쓰길 원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이라는 개념의 이데아는 저런 그림들을 닮아 있는 듯하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무언가 하나의 공통된 경향성이 보이는데, 그 경향성은.... '한없이 초월적이고 이질적인, 인간 없는 세계'로 요약이 될 듯하다.
특이점을 막는 장애물
로봇이 사람 못지않게 똑똑해지는 시기는 언제일까? 아마도 21세기가 끝날 무렵 쯤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은 무어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점차 누그러지다가 2020~2025년 쯤 되면 성장이 거의 멈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이후의 발전속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컴퓨터의 성능이 계속 상승하되, 상승속도는 점차 느려진다고 가정한다.
둘째, 컴퓨터가 1초당 10의 16승 회의 연산을 수행한다고 해서 사람보다 똑똑하다는 뜻은 아니다. IBM사의 체스 전문 컴퓨터 딥블루는 초당 2억 개의 행마를 분석할 정도로 빨라서 결국 세계 챔피언을 이겼지만,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똑똑한 존재가 되려면 체스의 길을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고난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폐증 환자 중에는 엄청난 기억력과 계산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혼자선 구두끈조차 매지 못한다. 이들이 직장을 갖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영화 <레인맨>의 모델이 된 실제인물인 킴 피크는 1만 2천 권의 책에 들어 있는 모든 단어를 외우고 컴퓨터를 동원해야 검산이 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계산을 암산으로 척척 해냈다. 그러나 그의 IQ는 겨우 73에 불과하여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으며 죽는 날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생전에 그의 부친이 돌보지 않았다면 피크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래에 만들어진 초고속 컴퓨터도 자폐증 환자처럼 기억력이 뛰어나고 계산속도도 빠르겠지만 그것이 전부이다. 이런 기계가 현실 세계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앞으로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인간과 비슷해진다해도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그에 걸맞는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이 주입되야 한다. 빠른 계산속도는 인간과 비슷해지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셋째, 똑똑한 로봇이 탄생했다 해도 자신보다 똑똑한 복제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자기복제 로봇의 수학적 기초를 확립한 사람은 게임 이론의 창시자이자 초기의 전자식 컴퓨터를 설계했던 존 폰 노이만이었다. 그는 임의의 기계가 자신과 똑같은 기계를 복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수학적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이만도 '자신보다 똑똑한 복제품을 만드는 기계'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 '똑똑하다'는 말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똑똑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로봇에 칩을 추가하면 원래보다 메모리 용량도 커지고 성능도 향상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업그레이드한 복제로봇이 원래의 로봇보다 '똑똑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전자 계산기는 계산속도가 사람보다 거의 100만 배나 빠르지만 사람보다 똑똑하진 않다. 기억력과 연산속도는 지능의 척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하드웨어의 성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않다. 하드웨어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판에 새겨넣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계속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종이 위에 무언가를 적어나가면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사람이 생각하는 속도가 트랜지스터의 조밀도처럼 매년 몇 배씩 증가할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의 병목현상은 바로 인간에 의해 초래된다. 인간의 모든 창조활동이 그렇듯 소프트웨어도 오랜 침체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어느 날 운 좋게 떠오른 황금 같은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하드웨어는 실리콘에 새겨진 트랜지스터의 개수가 증가하면서 예측 가능한 속도도 발전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인간 사고의 산물이므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컴퓨터의 성능이 지수함수를 따라 꾸준히 향상된다는 주장은 반론의 여지가 많다. 다들 알다시피 쇠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보다 강할 수 없다. 그리고 컴퓨터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거리이다. 공학분야는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효율성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에는 상당기간 큰 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리콘 기판에 초소형 트랜지스터를 새기는 기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수학, 물리학 등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기초과학 연구는 행운과 숙련도, 그리고 언제 떠오를지 모르는 천재의 영감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전속도가 거의 무작위로 나타난다. 이 패턴은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큰 변화가 초래되어 전체적 흐름이 바뀌는 '단속평형'과 비슷하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 그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기초과학의 변천과정을 돌아보면 꾸준한 변화보다 단속평형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앞에서 두뇌의 역설계를 다룰 때 언급한 바와 같이 사람의 두뇌구조를 규명하는 프로젝트는 비용과 규모가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21세기 중반 전에는 착수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산더미처럼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도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두뇌의 역설계는 아무리 빨라도 21세기 말이 되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생각 없던 기계가 어느 날 갑자기 의식에 눈을 뜨는 '빅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 그랬덧 것처럼 '사전 시뮬레이션으로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을 의식의 한 요소로 정의한다면, 의식의 형성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기계가 이런 수순으로 발전한다면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나의 지론에 의하면 의식을 가진 기계는 21세기 말에 등장할 것이기에 다양한 사안들을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또한 기계의 의식은 인간과 달리 기이한 특징이 있을 것이므로 인간의 순수의식보다 '실리콘 의식'이 먼저 규명될 것이다.
소설을 쓰지 않은지, 꽤나 긴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들이 숙성의 기다림이었는지 무의미한 공백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답해야 할 때가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아프리카의 한 사냥꾼이 한 나절을 꼬박 추적해서는 결국 지쳐 쓰러진 가젤의 목덜미에 창을 던져 숨통을 끊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연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를 보고 느낀 '숭고함'은 진심이었으니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아마도, 글을 쓰는 것도 그러한 것일 테다.
....집결 지점은 따로 없어.
그런 걸 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저 각자의 마음속 어딘가에.
거기에 서서 창을 들어.
눈을 똑바로 뜨고, 창을 곧게 세우고,
방패로 몸을 가리느니 창끝으로 적을 지워버려.
눈을 똑바로 뜨고, 창을 곧게 세우고,
방패로 몸을 가리느니 창끝으로 적을 지워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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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사가 너무 간지러워서 아무도 부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노래. 미친 예언자가 말년에 남긴 그 수많은 미친 짓 중에서도 어쩌면 제일 쓸모 없는 짓거리가 바로 이게 아니었을까, 싶었던 노래가사.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하나 있다. 원래는 경장편 하나를 붙잡고 있다가 막혀서 기분 전환 겸 가볍게 쓰기 시작한 건데... 문제는 그러한 취지와는 달리 계속 구상이 붙으며 이야기가 무거워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쓴 내용은 초기 취지에 맞춰서 동화적인 서술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거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초기 구상은 분명 '청소년 내지 성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해요'체로 대표되는 동화적인 문장 간에 갭을 조성하여 독자로 하여금 거리감을 갖게끔 강요한다'는... 희곡으로 치자면 꽤나 브레히트적인 실험적 소설이었는데, 그 결과물이 썩 성공적인 것 같지가 않다. '이야기' 자체는 꽤 단순 명료한 편이긴 한데...
일단 시작했고, 절반 이상 왔으니 어떻게든 얼른 마무리 짓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영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러프하게나마 일단 생각나는 건...
1)작품 내적인 공포 묘사를 포기한다. 애초에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에 독자가 이입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가 처한 작중 상황과 독자가 속해 있는 지금의 현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언가'를 강조해서 '공포'의 층위를 넓히는 것이다
2)동화적 문장의 사용 여부를 재고해 볼 것. 거리감을 강요한다는 점에 있어선 나쁘지 않은데, 표현 방식에 있어 제약이 너무 많다
3)전통적인 공포물은 '읽는 동안에는 오싹하되, 다 읽고 나면 작품 속의 괴물이나 유령 따위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읽는 동안에는 별로 무섭지 않되, 공포의 층위가 확장됨으로써 다 읽고 나면 두려움을 일으킨다.' 이 목적 자체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러한 실험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만큼 작가로서의 스킬이 단련되어 있는가?
밤을 꼬박 샜더니 머리가 멍하다. 아 시밤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해 볼까...... 동결 처리 해버리기엔 영 찜찜한데. 내 스킬이 부족하다 해도 그건 쓰다보면 향상이 되는 거기도 하고...
영화나 하나 때릴까.
나는 나,
당신은 당신
나는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니고
당신 역시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당신은 당신
혹시 우리가 만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해도,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
-프리츠 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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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가는 사람 생각이 났다. 혹시 했는데 역시 반한 게 맞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터놓을 만한 친구도 없고, 간절히 목메어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지금에야 그것을 알 것 같다. 알 것 같다. 내가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http://mirrorzine.kr/index.php?document_srl=8373&mid=w3_nonfiction
작년에 쓴 희곡,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극작가 겸 연출가인 최원종 선생님(작년에 학교에서 극작 수업을 들었는데 담당 교수님과 아는 사이셔서 연이 닿았다)께 보내 드렸을 때, 메일을 통해 돌아온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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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씨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
우선 인물 구성이 좋습니다. 대사로 논리적이구요. 그것이 장점이라면
인물들이 기능적이라는 느낌, 그리고 대사가 소설적이라는 느낌입니다. 이것이 단점이 되겠지요.
하지만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지적한 부분은 조금만 습작을 거듭 하면 금방 극복이 되는 부분이니까요.
희곡은 공연을 통해서 보여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추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사에 대한 리얼리티 입니다.
리얼리티는 그 인물이 인위적인 것이 아닌 살아있는 인물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인물의 '깊이' 문제입니다.
XX씨의 작품은 단막보다 조금 긴 작품인데
이런 주제와 인물들이 나온는 작품의 경우, '깊이' 를 위해서
장막희곡으로 분량을 늘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 25페이지라면 40페이지에서~50페이지 사이가 어떨까 합니다.
소년의 캐릭터와 신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소년과 신사의 캐릭터가 진정성이 있고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장면' 설정이 필요하고 작품의 길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은 잘 썼다고 봅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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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 받은 지가 1년 전인데 그동안 졸업하고서 희곡은 커녕 변변한 소설 조차도 하나 못 썼구나(...) 면목 없습니다 선생님...:Q
당시 담당 교수님도 대사가 부자연스럽다고 하셨는데,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어봤는데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집중할까... 보여달라는 사람 더 있으면 평을 좀 더 듣고 싶기도 한데...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려고 평 부분만 자르긴 했지만 사적인 메일인데 블로그에 옮겨도 되나 모르겠다? 으? 으?!
악마는 그 컴퓨터에 랜 선을 달아 주었다.
ㅅㅂ 뽑을까
현재 쓰는 소설을 위한 레퍼런스 목록-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영화)
국가의 탄생(영화)
진저스냅1~3(영화)
울프맨(영화)
하울링(영화)
울프(영화)
미국 400년의 도전 2부:서부로(다큐)
미국 400년의 도전 3부:남북전쟁(다큐)
고대 늑대 다이어울프(다큐)
생존의 기술:늑대(다큐)
늑대의 산(다큐)
야생의 세계 스페셜:늑대(다큐)
TV 동물농장 투견편(...예능?)
산업 혁명과 기계문명(서적)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서적)
늑대왕 로보(서적)
위대한 늑대들(서적)
울지 않는 늑대(서적)
전에 ida님을 우연히 만났을 때 과연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 타로를 본 적 있다. 나온 점괘는, '자료 수집이나 소설 쓰기의 테크닉 같은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 속에 있는 걸 써라'.
그 이후로도 한참 지엽적인 것에 매달리다가 공모전 마감 기한을 놓치곤 했는데... 이제부터라도 그럴 생각이다.
+
참고용으로 산 책이 오늘 도착했다. 그런데 가격에 비해 너무 내용이 부실해서 반품 처리하려고 했는데 '외서는 반품이 안 됩니다 고갱님^^' ....시부엉 내 돈 28330원 으허어어허어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글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기반으로 한 재창작이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놀란 감독의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고, 그 강한 인상만큼이나 불만도 적지 않았던 나의 개인적인 팬심에 의해 쓰여진 것이며 영화의 공식 설정은 물론 배트맨 원작 코믹스와의 설정들과도 충돌하는 부분이 다수 있다. 또한, 나만의 재해석이나 오리지널 설정도 포함되어 있다. '나만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바꿀까 생각도 해봤는데('다크 나이트 어센션'이나, '고담 나이트' 등의 제목을 생각해 봤다)... 영화와는 이래저래 바뀐 부분이 많긴 하지만, '영웅의 좌절과 재기'라는 면에 있어서는 영화의 줄기를 따르고 있기에 그냥 라이즈로 결정 땅땅.
*신선함
*지금까지 써오던 다른 작품들과는 스타일이 다름
*로저 젤라즈니 같은 느낌. 이야기의 파편들이 늘어져 있다
*합평회의 분위기에서 우리 모임 냄새가 났다
*합평회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몰입이 됐는데, 그 이후부터는 소설 같지가 않고 몰입이 안 됐다
*킁킁 정치덕후 냄새
*‘꿈’ 등의 소재가 상당히 중요한 것처럼 나왔는데 그것이 잘 부각되지 않아 보인다
*미드 플래시포인트에 비슷한 소재가 나온다.
*전반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불명확하다. 확실한 ‘이야기’의 진행이 잘 되지 않으니 지루하다
*며칠 정도 일을 미리 안다고 해서 SF라는 장르 자체에 위기가 닥칠 것 같지는 않다.
*기승전결로 봐서 결국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듯한데, 꿈을 통해 미래를 봄으로써 그것과 연결을 시킬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좀 더 초점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 자체가 별로 재미가 없다‘_`
*평행세계라는 소재가 잘 안 어우러진다.
*UFO가 왔다 가고, 전 세계 사람들이 예지몽을 꾸기 시작했다는 장대한 스케일에 비해 주인공의 일상이나 감정들이 너무 소소하다.
*인셉션이 크게 흥한 이후로, 꿈이라는 소재를 다룸에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지금대로는 이야기 분량이 좀 애매해질 우려가 있다. 왠만한 건 전부 쳐내고 아예 단편으로 가는 게 나을 듯하다.
*물리학적 소재와 제반지식들을 좀 더 공부해서 확 부각시킨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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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소설 합평 자리에서 나온 지적들은, 받아 들일 만한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자체적으로 걸러낼 필요가 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큰 설정과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써야만 할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내게 있어,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내게 일어났던 어떤 한 사건으로부터 정신적으로 '졸업'한다는 것이다.
그대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나의 영혼 속에는 아마도
사랑이 여전히 불타고 있겠죠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제 그대를 괴롭히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하든 당신을
조금도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그대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질투로
괴로워하면서도.
나는 신이 그대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사랑을 받게 만든 바 그대로
진심으로, 부드럽게
그대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푸쉬킨 作
이번에 새로 플레이 예정인 겁스 헌터들의 밤 캠페인에서 쓸 곰 인간 캐릭터, 누알라 컬렌이 등장하는 짤막한 단편. 원래는 플레이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의 이미지를 내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잡기 위해 1~2페이지 정도로 짧게 쓸 예정이었는데 쓰다보니 재미있어져서 좀 더 길어졌다. 전에OWOD워울프 캠페인에서 플레이했던 섀도우로드 루퍼스 라가바시 영월도 그렇고... 내가 굴리는 여성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천연 기질이 있는 듯. 만들 당시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데 만들어놓고 보자면 '노린 모에 요소' 같은 게 한 둘 정도는 있는 듯해 왠지 좀 창피하다. 다음 번에 여캐하면 좀 더 냉철하고 쿨한 캐릭터를 만들어볼까. ...근데 내 소설도 얼른 써야 할텐데...
중간에 특별 출연 캐릭터들이 좀 있다. 세션에 어떤 분 감상과 마찬가지로 스콧 너무 잉여해서 불쌍해...
PS=쓸 때는 재미있었는데 읽어보고 나니 이런 캐릭터를 플레이한다는 게 좀 부담되기 시작했다. ...영월 때도 잘 플레이했으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_
인간 모습은 이런 누님인데
변신한 모습은 이러함ㅇㅇ 저 앉은 자세가 참으로 망충하도다...
1)
ZA공모전 6월 22~8월 31일까지 황금드래곤 문학상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
2)
http://campaign.naver.com/gameaward2012
NHN 게임 문학상 공모. 7/2~7/31까지. 양식에 따라 요구 내용을 기재하여 홈페이지에 등록 요망
3)
9/19~9/25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작성 양식과 함께, 60쪽 전후의 스토리 원안을 1개 파일로 온라인 접수
기한:4월 2일~4월 23일 사이
우편 또는 방문 접수
이름, 주소, 연락처, 응모 분야 기재요망
2)2012 문학동네 신인상
기한:6월 20일
신청서와 함께 투고 요망
3)지필문학
기한:3월 20일
응모시 성명 및 연락처. 주소, 전화번호, 사진, 직업, 간단한 프로필을 명기한다.
(미 기재시 접수 불가)
- 이메일로만 접수 ( 1개의 문서파일 안에 모든 작품을 다 담아야 함 ).
그때 저 멀리 스텀은 마치 멀리 있는 그의 고향의 흰 눈 덮인 산의 공기처럼, 트럼펫의 차고 맑은 소리를 들었다. 투명하고 상쾌한 트럼펫 소리가 그의 가슴 속을 꿰뚫어 그를 둘러싼 어둠과 죽음의 절망 위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스텀은 그 소리에 거친 외침으로 화답하고 칼을 들어 적을 맞이했다. 태양빛은 그의 칼날 위에 붉게 빛났고, 드래곤은 몸을 낮춰 덤벼 들었다. 다시 트럼펫이 울리고 스텀은 목소리 높여 다시 화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가 도중에 갈라졌다. 왜냐하면, 스텀은 그가 전에 이 트럼펫 소리를 들었다는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 꿈!
장갑 속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손으로 칼을 단단히 쥐었다. 드래곤이 그 위로 어렴풋이 나타났다. 복면의 뿔이 붉은 핏빛으로 흔들리고 독 묻은 창은 준지를 갖추고, 하이로드가 드래곤 위에 걸터 앉았다. 공포로 스텀의 내장은 단단히 굳었고, 피부는 차가워졌다. 트럼펫 소리가 세번째로 울렸다. 꿈에서도 그랬다. 세번째로 트럼펫이 울리고 나서 그는 목숨을 잃었다. 드래곤에 대한 공포가 그를 압도했다. 도망쳐라! ...그의 머릿속에서 외쳤다. 도망치자! 드래곤들이 안뜰로 급습할 것이다. 기사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죽을 것이다. 로라나, 플린트, 탓슬... 탑은 함락될 것이다.
안 돼! 그 순간 스텀은 스스로를 붙들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의 이상, 나의 희망, 나의 꿈 기사도는 무너져가고 있었다. 법령은 결함을 드러냈다. 나의 삶에서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나의 죽음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로라나에게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나의 목숨으로 벌어줘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규범에 따라 죽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칼을 쳐들고, 그는 기사들의 예를 적에게 취했다.
놀랍게도 그의 인사에 드래곤 하이로드는 엄숙하게 응답했다. 그리고 드래곤이 입을 벌려 기사를 날카로운 이빨로 베어버릴 준비를 마치고 급강하했다. 드래곤이 머리를 쳐들지 않으면 목이 베이도록 스텀은 칼을 휘둘렀다. 나는 것을 방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동물의 날개는 침착하게 비행을 계속했다. 기수는 한 손에는 끝이 반짝이는 창을 쥐고 나머지 손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고 있었다.
스텀은 동쪽을 향해 섰다. 태양의 빛으로 반쯤 눈이 가리자 스텀은 드래곤이 검은 물체로 보였다. 그 동물이 낮게 날아 벽 높이에서 급강하하는 것을 보고, 블루 드래곤이 기수에게 공격에 필요한 간격을 주며 저 아래서 나타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두 명의 기수는 그들의 주군이 이 무례한 기사를 끝장내는데 도움이 필요할 때를 기다리며 뒤로 물러나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태양빛이 쏟아지는 하늘은 텅 비어 있었다. 그때 드래곤이 벽 위로 솟아올랐다. 무시무시한 포효가 스텀의 고막을 찢어놓고 그의 머리를 고통으로 채웠다. 벌어진 입에서 나오는 드래곤의 숨결 때문에 그는 목이 막혔다. 그는 비틀대며 가까스로 칼을 휘둘렀다. 낡은 날이 드래곤의 왼쪽 콧구멍을 찢어놓았고,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드래곤은 격분해서 으르렁댔다. 그러나 그 타격은 대가가 컸다. 스텀은 자세를 수습할 틈이 없었다.
드래곤 하이로드는 태양빛을 받아서 끝이 불꽃처럼 빛나는 창을 들어올렸다. 몸을 숙여 창을 세게 던지자 갑옷, 살, 뼈를 꿰뚫었다.
스텀의 태양이 산산히 흩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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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예는 나의 목숨.
밤이 밤마다 그리는
밤의 자화상에 대해
꽃이 있던 자리의 허공에 대해
당신이 나에게
흥미를 잃는다는 것에 대해
하지만 개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것들을 향해서 짖고
나는 예측할 수 있는 것들만을 떠올렸다
꿈속에서는 눈을 감고도
아주 무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당신이 조금씩
먼 구름을 닮아간다는 것
어느덧 나는 개들의 꿈속을 달려갔다
개들의 꿈속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꼬리를 세우고
최후인 듯 짖어댔다
꽃들의 예언을 위해
무거운 구름을 위해
우리의 발밑에 그려지는 무수한 동심원들
하나하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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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하지만 견딜 수 있다.
내 명예는 그리움보다 강하다.
행복하기를, 모쪼록.
+
겨울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소리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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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친구', 혹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그러했던 적이 있다.
고민하다가 결국 그 친구의 남편이 될 분에게 메일을 써 보냈다. 아무래도 바보 같다 싶기도 한데, 어차피 그럴 만한 상대도 얼마 안 남았으니 괜찮겠지. 그래도 날이 밝아오면 조금 후회될 것 같아서, 아침에 확인해 보고 수신 안 됐으면 그냥 발송취소해버릴 생각이다. 2시가 넘은 시간이니 수신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ㅋ
...냉정하게 생각하자. 그 친구도, 남편될 분도 딱히 내가 다른 의도를 품었다고 여기시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될 분도 성격이 좋은 편이고, 앞으로도 셋이서 자주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자고 말씀하실 가능성이 높다. 친구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쁠 때가 있긴 하다. 그 둘도 역시 날 친구라고는 생각하겠지만.... 부부는 단 둘만이서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고, 제삼자의 호의는 단지 거북할 뿐일 수도 있다. 둘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뭘 하든지 간에... 맺고 끊는 건 확실한 게 유익하다. 앞으론 연락할 일도 없겠지.
애초부터 친구가 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남은 남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겉으로는 웃음과 농담으로 대하며 마음을 닫아뒀더라면 더 나았을까. 지금 내가 학교에서 후배 애들한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이나 쓸까. 캔커피나 하나 사와야지.
...대지와 인간, 그리고 그들이 먹고 마실 식량과 음료를 창조한 후, 신들은 누가 세상을 비출 새로운 태양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테오티우아칸의 어둠 속에서 모임을 가졌다. 아직 만물이 어둠 속에 있고, 태양과 새벽이 열리지 않았을 때 신들은 테오티우아칸에 함께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이리로 오시오, 신들이여! 누가 이 짐을 떠맡겠소? 누가 새벽을 가져올 태양이 되고자 하오?”
이때 테쿠시스테카틀이라고 불리는 오만한 신이 재빨리 자원을 했지만 다른 여러 신들은 겸손하고 병약한 신 나나우아친(생명의 바위를 쪼개고 옥수수를 가져온 신)을 추천한다. 나나우아친은 이 제안을 다른 신들에 대한 의무와 빚으로 생각하고 전사와 같은 냉철함으로 기꺼이 수락한다. 화장용 장작이 준비되는 동안, 테쿠시스테카틀과 나나우아친이 단식과 속죄를 할 두 개의 언덕이 만들어지는데, 이것들은 태양과 달의 피라밋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테쿠시스테카틀이 단식과 기도를 하면서 바친 봉납물은 대단히 훌륭하고 진귀한 것들이었다. 그는 전나무 가지 대신 케찰새의 깃털을, 풀다발 대신 황금 덩어리를 내어 놓았다. 또한 테쿠시스테카틀은 자신의 피가 묻은 용설란 가지 대신 붉은 산호가 달린 옥송곳을 바쳤다. 그가 피운 향 역시 아주 희귀하고 최고로 질 좋은 것들이었다. 반면 나나우아친의 것들은 형편없이 초라한 것들이었다. 전나무 가지 대신 그는 갈대뭉치를 사용했고, 자신의 피가 묻은 진짜 용설란 가시를 바쳤다. 그가 태운 향 역시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부스럼 딱지였다.
참회의 기도가 끝난 나흘째 자정에 신들은 둘에게 옷을 입도록 하는데, 테쿠시스테카틀은 화려한 옷감으로 치장한 반며 나나우아친은 종이류로 만들어진 간단한 제대포만을 걸쳤다. 그리고 신들은 나흘 동안 타올라 이제는 아주 뜨겁게 달구어진 화장용 장작더미 주위를 둘러싼다. 불꽃의 양편에 늘어선 신들은 먼저 테쿠시스테카틀이 화염 속으로 뛰어들 것을 요구한다. 테쿠시스테카틀은 장작더미를 향해 다가서지만 뜨거운 열과 이글거리는 불꽃에 겁을 먹고 머뭇거린다. 그는 다시 한번 시도하지만 이번에도 멈춰 섰다. 테쿠시스테카틀은 모두 네 번이나 불로 뛰어들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마침내 신들은 나나우이친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하고 그는 즉시 불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나나우아친은 결의를 다지고 눈을 굳게 감았다. 그는 어떤 공포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물러서지 않은 채 불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결국 그의 몸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나나우아친의 영웅적 죽음을 본 테쿠시스테카틀은 곧바로 불속에 몸을 던지고, 뒤이어 독수리와 재규어가 뛰어든다. 독수리의 깃털은 검게 그을리고, 재규어의 가죽은 검은 점으로 얼룩진다. 테오티우아칸에서 보여준 용기 덕에 독수리와 재규어는 아즈텍 전사들에게 있어 그들이 지향해야 할 위대한 두 표상이 되었다. 둘의 죽음 후 다른 신들은 그들이 어디서 다시 나타나는지 보기 위해 기다린다. 점차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자 신들은 목을 길게 빼고 용감한 나나우아친이 처음 나타나는 곳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몇몇 신들은 동쪽을 가리키며 나나우아친이 그쪽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옳았다. 그들은 나나우아친의 출현을 본 최초의 목격자가 되었다. 사방으로 빛을 발하는 무서운 태양신 토나티우로 부활한 나나우아친은 이제 더 이상 병약하고 겸손한 신이 아니었다. 그리고는 태양이 떠올랐고, 그가 앞으로 나섰을 때는 붉게 보였다. 그는 좌우로 흔들렸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의 빛은 사람들을 눈멀게 했다.
잠시 후 테쿠시스테카틀도 동쪽에서 나타났는데, 그 역시 토나티우만큼 밝은 빛을 내뿜었다. 그 둘은 너무도 비슷해서 신들은 세상이 지나치게 밝아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러던 중 신들 가운데 하나가 테쿠시스테카틀의 얼굴을 향해 토끼를 집어던지고 이때의 상처로 달의 표면은 태양보다 희믜하게 된다. 보름달이 떠 있는 동안은 달의 정면에 앉아 있는 토끼를 볼 수 있다.
비록 태양과 달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토나티우는 자신의 행로를 따르는 것에 대한 댓가로 다른 신들의 충성과 피를 요구한다. 이러한 오만함에 격분한 샛별과 새벽의 신 틀랄우이스칼판테쿠틀리는 태양을 향해 단창을 던진다. 그러나 단창은 목표를 밋나가고 태양은 다시 새벽의 신을 향해 빛의 단창을 쏘아 그의 머리를 꿰뚫는다. 이 순간 새벽의 신은 돌과 추위의 신 이차틀라콜리우키로 변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새벽녘은 언제나 춥게 된다. 신들은 마침내 자신들을 희생시켜 태양을 움직이게 하는데 동의하고, 케찰코아틀이 제례용 칼로 각 신들의 심장을 차례로 도려낸다. 죽은 신들의 망토와 아름다운 장식품들은 신성한 꾸러미 속에 싸이고, 그러한 형태로 그들은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다. 테오티우아칸에서의 신들에 대한 학살에서 다섯 번째 세계 나누이 올린이 창조된 것이다. 그 후 인간들은 신들이 자신들을 희생해야 했듯이 태양이 계속 정해진 행로를 따르게 하기 위해 심장과 피를 바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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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시작한(정확히는 아직 구상 중인) 새 단편 컨셉을 아즈텍 신화에서 따온 건 내가 생각해도 신의 한 수인 듯. 저 이야기에는 선악의 역전, 그리고 공포와 희생이 있다. 아즈텍 문명을 사악하다고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은유로써 저 이야기는 매우 훌륭한 원천이다. 아즈텍의 공식적인 '건국 신화'는 이와는 또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고, 이 둘의 교차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만한 건덕지가 많다. ....나만 재미있어선 곤란하긴 한데.
기독교의 경우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인류는 구원받았다, 그러니 인간은 그의 뜻을 기려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비해 아즈텍 신화는 '신들이 우주의 운행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그러니 인간도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라는 것도 흥미롭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인류를 위한 희생 자체가 기독교에서는 신의 아들에게 허용된 일종의 특권이지만(인간으로서의 예수는 자신의 운명 앞에 한 없이 슬퍼하고 두려워했다고 하지만), 아즈텍 신화에서는 모든 이에게 부과된 성스러운 의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만, 아즈텍 신화에서 나타나는 희생은 우주의 법칙을 위한 것이라는 것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중학교 시절의 S는 싸우지 않고는 억울해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술을 안 먹고는 배길 수 없는 심정과 유사했다.
"야이, 이 새끼 내 눈깔 좀 봐. 난 부모두 형제두 집두 없는 사람이다."
이것이 중학생인 S가 누구와나 도전할 때 던지는 공식적인 첫 마디였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자포적인 심리를 완전무결하게 표시한 것은 아니다. 속으로는 다음과 같이 몇 마디를 더 덧붙여야 했던 것이다.
"야이, 이 새끼 내 눈깔 좀 똑똑히 봐. 난 부모두 형제두 집두 없는, 전도가 암담한 오줌싸개다."
이것이 S가 적을 향해서, 아니 세상을 향해서, 혹은 하늘을 향해서 과시적으로 쏘아붙이는 부르짖음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이래서 싸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그의 공식적인 선전포고사는 부연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한 마디로 귀착해 버리는 것이었다. 즉,
"난 너 같은 거 한두 마리쯤 죽이구 죽어두 그만야. 내 죽음을 애석해하구 슬퍼해줄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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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S와 어렸을 때의 나는, 큰 차이점도 있지만 대단히 닮은 점도 있다.
.......
한 잔 할까. 요즘 들어서 옛 생각이 자주 든다. 뭐... 나도 그 때보다는 훨씬 강해졌고, 그 기억 때문에 침울해져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괜찮다. 견디고 살 수 있다.
이젠 남들이 이해해줄 거라는 기대만 완전히 접을 수 있게 되면 절반은 성공한 삶이다.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 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 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기형도 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007172855§ion=01&t1=n
'신념과 의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던 중에 흥미로워 보이는 책 발견. 살 돈은 없고... 도서관에 비치 요청이라도 해둘까.
PS=그런데 댓글에 왠 병신들이 저렇게 많냐.
PS2=그런데 기자가 제목 뽑은 센스는 확실히 에러인 듯.
http://mirrorzine.kr/index.php?document_srl=7374&mid=w1_dome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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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난산 성지 대교구장 최신학 대주교는 은경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난은 비행기 유목을 할 운명이었을 거고,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고, 황문찬 소장은 전쟁을 일으킬 운명이었을 거고, 문원식 주교는 또 그 나름대로 할 일을 한 것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삶들이 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하지만 이것은 그토록이나 다양하게 얽혀 있던 많은 이들의 운명을 관찰자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현자의 방식이다. 인간이 어디까지나 눈이 흐리고 귀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그래서 전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차라리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위해 모순을 감내해 가면서도 그 전장에 서는 게 평범한 인간의 방식이 아닐까. 그러한 삶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세계를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것. 그런 것이 ‘우습지 않은 것’의 수준을 넘어서 진정으로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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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서 쓴 저 구절은, 사실 내 개인적인 관점이다. 인간사에 있어 그토록 많은 대립과 투쟁들, 그 모든 걸 온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일종의 해탈의 경지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해탈의 경지는, 저 피안에 있어주는 쪽이 낫다.
나는... 현자나 성자는 결코 되지 못할, 한없이 범속한 인간이다. 그러하다면 그러한 대로, 내가 살고자 하는 방식대로 살 것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쫓을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까지 고매한 가치는 아니다. 고매하긴 커녕, 좀 더 나이가 들고 나면 스스로도 비웃게 될 시시한 자기만족에 가깝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것'이며, 나 외엔 다른 누구도 이뤄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신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고 조용히 내면의 우주를 들여다보셨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우주보다 더 거대한 기억의 우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속에는 우주가 있고, 우주를 향해 날아간 문명이 있고, 그 문명이 만들어낸 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신의 기억 속에는 또다른 기억의 우주가 펼쳐져 있었는데, 그 속에서는 또다른 문명이 우주를 향해 날아갔고, 그 문명을 기억할 또다른 신이 또다른 기억의 우주를 품은 채 우주를 떠돌고 있었다.
그 많은 우주를 통틀어 그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나니예 개발계획 고객 운송용 우주선 바이카스 타뮤론에 남아 있던 외롭고 작은 신. 그의 친구, 그의 당직 역사학자. 스스로 악마가 된 가련한 영혼, 히스토리오그라피아 타뮤로니안의 그림자였다. 그 영혼을 가슴에 품는 순간 그는 더이상 무기가 아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나니예를 향해 날아오는 종말의 전조들을 바라보았다.
히스톨, 저건 내가 맡을게. 다행히 이번에는 안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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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계속 옛 기억이 떠올라 약간 우울했다. 리뷰 쓰면서 계속 다시 책을 찾아봤는데, 몇몇 부분에서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 넘겼다. 그리고 저 부분에서, 결국 바보처럼 조금 울어 버렸다. 한심하고 구질구질한 꼴이다.
내게도, 저렇게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난, 나물처럼은 될 수 없다. 나는 그런 직선은 그릴 수 없다. 나물이 구하는 것은 신이지만, 내가 구하는 것은 지금의 내가 속해 있는 이 지상에서 혼자서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결말은 히스톨과 가까울 것이다. 다른 건, 내 곁에는 은경도 프리마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난 싸울 수 있다. 결의를 세우고, 투쟁심으로 내 안을 채운다. 그러면 한참 동안은 꺾이지 않을 수 있다. 흔들린다면 그건 결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투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난 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하시길.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