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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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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 中
  2. 2011.09.16
    *경축* 환상문학 웹진 "거울" 100호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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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2011.08.29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 2차 합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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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 1차 합평결과
  8. 2011.07.12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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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극의 기능과 희곡적 연극의 기능
  10. 2011.03.04
    [펌]문단을, 그리고 독자를 거부한다-문학적 김예슬 선언
  11. 2011.02.16
    SF 문화 100년의 침체에서 도약하다
  12. 2011.01.30
    [리뷰]고독한 시월의 밤
  13. 2011.01.23
    <슈퍼로봇의 혼> 2차 합평 결과
  14. 2011.01.03
    [리뷰]독재자
  15. 2010.12.30
    자화상
  16. 2010.12.24
    진눈깨비
  17. 2010.12.18
    <슈퍼로봇의 혼> 합평 결과+모르고 읽어도 별 상관 없는(게다가 덕후스러운) 관련 잡담
  18. 2010.12.16
    에밀 시오랑, <절망의 끝에서> 中 1
  19. 2010.11.27
    [리뷰]<좀비들>
  20. 2010.09.25
    [리뷰]<겁스:사이버펑크>
  21. 2010.09.15
    모 단편선 투고용 원고 보냄.
  22. 2010.07.03
    마카 족 인디언 기도문.
  23. 2010.05.09
    릴케는 이렇게 말했다,
  24. 2010.04.19
    진달래
  25. 2010.03.28
    [리뷰]<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
"...말에서 떨어진 사람은 말에 탄 사람이다. 패배한 장수는 전쟁에 참가한 장수다. 익사한 레콘은 물에 들어간 레콘이다. 모든 패배자는 패배하기 직전까지는 승리를 거듭한 자다. 삶은 패배하기 위한 긴 여정이다. 삶은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패배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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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나의 聖戰을 수행한다.

결국 패배할 그 날까지.
And



*이 동영상은 거울의 pena님이 제작하셨습니다.
And

구보는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서 5전 백동화를 골라 꺼내면서, 비록 한 번도 꿈에 본 일은 없었더라도 역시 그가 자기에게는 유일한 여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여 본다. 자기가 그를, 그 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것같이 생각하는 것은, 구보가 제 감정을 속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여자를 만나보고 돌아왔을 때, 그는 집에서 아들을 궁금히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에게 '그 여자면' 정도의 뜻을 표시하였었던 것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구보는, 어머니가 색시 집으로 솔직하게 구혼할 것을 금하였다. 그것은 허영만에서 나온 일은 아니다. 그는 여자가 자기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경우에 객쩍게스리 여자를 괴롭혀 주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구보는 여자의 의사와 감정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러나 물론 여자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하여 오지 않았다. 구보는 여자가 은근히 자기에게서 무슨 말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도 생각하여 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은 제 자신 우스운 일이다. 그러는 동안에 날은 가고 그리고 그것에 대한 흥미를 구보는 잃기 시작하였다. 혹시 여자에게서라도 먼저 말이 있다면...

그러면 구보는 다시 이 문제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게다. 언젠가 여자의 집과 어떻게 인척 관계가 있는 노마나님이 와서 색시 집에서도 이편의 동정만 살피고 있는 듯 싶더란 말을 들었을 때, 구보는 쓰디쓰게 웃고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희극이라느니보다는, 오히려 한 개의 비극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구보는 그 비극에서 자기네들을 구하기 위하여 팔을 걷고 나서려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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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해지자. 내가 그 분께 품었던 그 모든 감정, 그 모든 인식들이 어쩌면 단순한 나만의 환상이었을 수도 있다. 박태원은 이 작품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마저도 단지 그런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애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난, 아마도 그런 인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나 자신의 모습과는 별도로 그것이 정말 제대로 된 '사랑'은 아닐 것이다. 난, 그 분을 사랑할 자격이 없을 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이 더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 저 구절을 읽으며, 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1)그 분은 남자친구분이 있고, 곧 결혼하실 모양이다. 2)내가 그 분에게 가졌던 감정이 어떤 것이건 이제는 의미가 없다. 3)그 분은 내 감정을 어느 정도 눈치채셨을 가능성이 높다. 4)현재 상황에서는 그 분도 아무래도 내가 의식이 되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건 부담스러워하실 것이다. 전혀 개의치 않으신다면 그것도 나름 가슴아픈 일이지만 일단 이 가능성은 논외로 한다. 5)반했던 분에게 그런 불편을 끼쳐드리고 싶지는 않다. 내게 있어서도 그 분과 자주 마주치면 마음을 정리하기가 어려워진다. ->결론)당분간 그 분을 보지 않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서로에게 유익한 해결책이다.

.....그래도, 그 분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번 추석 때 그 분은 어떻게 보내실까, 양가 부모님들 모시고 상견례라도 하시려나.

...............


이쯤 해두자. 더 이상 구질구질해지고 싶지는 않다.

And
마음에 드는 구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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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보조사를 대했던 태도와 똑같았다. 그의 숭고한 자아 감각으로 볼 때 나 나와 보조사의 차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종교적 광증인 것 같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자신이 신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미소한 차이쯤이야 전지전능한 존재에게는 너무도 하찮은 문제다. 미치광이들이란 이런 식으로 자기 정체를 폭로하고 만다. 진정한 신은 참새 한 마리도 떨어지지 않도록 보살피신다. 하지만 인간의 허영이 창조한 신은 독수리와 참새의 차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 인간이 언제나 정신을 차릴런지!

+

"명령을 받들기 위해 왔습니다, 주인님. 저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충실한 노예에게 상을 내려주십시오. 저는 오랫동안 멀리서 당신을 숭배해왔습니다. 이제 이곳까지 오셨으니, 제가 주인님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주인님, 좋은 것을 나눠주실 때 저만 빠뜨리지는 않겠지요?"
그는 이제 이기적인 늙은 거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스도의 현존을 보고 있다고 믿는 중에도 오로지 빵과 물고기 생각 뿐인 것이다. 그의 광증은 참으로 절묘한 조합이다.
And
바람의 달(Ventose)에...
나는 열월에의 예조로 폐를 앓는다

하얀 마가레트 꽃을
머리에 꽂은 시골 소녀

맨발로 걸어가는
프랑스의 농부

그대의 눈물,
내 슬픔을 폭사할 듯

소망보다도
앞서 달려나갔던
분노의 창

우리들 머리 위의
순결한 태양...

눈을 감고도
주검의 성채가 보인다
신들린 열월(Thermidor)
흔들리는 성채...

그 속에 강간당한 혁명이
괴물처럼 드러누워 신음하고 있다

울어라,
나의 성처녀 쥬느비에브!
너는 집시처럼
쓸쓸히 점을 치고 있구나
그 옆 얼굴에 입맞추나니...

12황도궁의 마디마디마다 맺힌 함성
동결된 채 흐르는 라 세느
번개불로도 범치 못할 한 자루의 촛불

피빛의 탄식은
동방까지 넘치고
누군가 나직이 외친다
꿈은 아직도 수천년을
인내해야 한다고...

이뤄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그대와 나
눈물의 이카리아(I'caria)...

아는가
어느 비 내리는 밤...
그대의 처마 밑을 누가 울고 가는지

-김혜린 作, <테르미도르> 中
And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나)
  *여기 나오는 카스파 하우저는 원전과는 별 상관없는 듯.
  *처음에 기자가 왜 이렇게 중요한 인물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과거로 넘어간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을만한 장치가 부족함.
  *이 작품을 무대에서 상연했을 때 나와 있는 지문을 통해 재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좀 있다. 소년이 오줌을 싸는 장면이라거나.
  *인물들의 성격 변화가 너무 빨라서, 배우들 입장에서 이입을 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특히 신사. 고결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행동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수사적인 미학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읽었다. 글이 대단히 현대적.
  *원전이 너무 단편적으로 인용된 듯. 카스파 하우저는 맥거핀이랄까, 소재 내지 대상이라는 느낌이고 핵심 인물은 신사와 기자라고 보인다. 둘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신사가 기자를 싫어하면서도 휘둘리는 부분이 있는 등. 진실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 등의 주제로도 읽힌다.
  *기자의 인물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듯. 악마적인 달변가. 가장 핵심적인 존재이며, 이 작품에서는 전지전능자에 가깝다. 메피스토펠레스를 보는 느낌.
  *장르에서 보통 이야기하는 기승전결 구조가 결여되어 있다. 핵심 미스터리에 대한 실제 조사보다는, 그 미스터리는 소재일 뿐 실질적으로는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논쟁이 주가 된다.
  *신사와 카스파 간의 감정 교류가 좀 더 농도가 강했어야 한다. ‘나를 혼자 두지 말라’라는 대사 하나만으로는 다소 힘이 약하다.
  *카스파의 대사가 다소 부자연스럽다. 말을 너무 잘하는 듯. 형상화가 좀 덜 되어 있다.
  *부분 부분은 괜찮은데 묶어놨을 때 그 조합이 부자연스러움
  *신사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카스파를 이용하려는 기미는 있었지만 악의를 가지고 이용한 것은 아니었고. 악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고결한 인물도 아니다. 다소 위선적이고 지조 없는 인물상.
  *남자 1은 ‘고결한 척’하려고 하고, 남자 2는 대놓고 돈돈돈... 하는 듯. 신사와 더불어 셋 다 부르쥬아긴 하지만 셋 다 인물상에 있어 차이가 보이긴 한다. 스토리를 찔러줄만한 조역이며 도구라는 역할에 충실해 보인다.
  *카스파가 맥거핀에 가깝게 쓰였다고 했는데, 거울을 두고서 하는 독백 장면은 꽤 잘 쓰인 듯. 그 독백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서사의 초점이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단편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한 듯. 역시 부분 부분은 괜찮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좀....... 으음................................
  *독백이나 방백 등이 인물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조망해주지 못한다. 다만 상황을 정리하고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는 역할로 그치는 감이 있다.
  *전체적으로 액션이 다소 부족. 지시문이 너무 적다.
  *상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인물 수도 적고, 소품도 한정되어 있는 등 어느 정도 생각은 했지만 다소 불충분한 느낌.
  *제목이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라면 이야기의 초점에 카스파가 있어야 한다고 보인다. 등장인물은 진정한 사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얻지 못해도 관객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서사의 가능성을 다변화해줄 수 있는 ‘다른 가능성’들이 너무 부족하다. 시장이 직접 등장한다거나 해서 그런 떡밥들이 더 풍부해졌더라면 좋았을텐데.
  *이야기의 초점이 불명확함.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걸 확실히 표현하고 싶었다면 소설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희곡에서는 모든 것이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어야 하니까.

And
  *SF나 판타지가 아니라서 끝까지 읽었을 때 조금 당황.
  *원전에 비해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음. 나름의 주제 의식을 통해 잘 필터링된 느낌
  *이야기가 허리 부분에 잘려 끝나 버리는 느낌. 서론이 너무 길다
  *희곡으로서는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 거울을 표현하는 부분의 설명이 부족. 그 부분에서 소년이 독백을 하며 뒷모습을 보이는데, 희곡에서는 뒷모습을 보이는 게 금기에 속함. 희곡적 장치에 대한 연구가 부족
  *이야기가 확확 진행되지 않고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어 다소 지루하다. 행동으로 보여줄 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대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큼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2222 반드시 필요한 장면도 아닌 듯 한데
  *남자들의 캐릭터가 불분명하다. 몽매한 대중들이라는 건 전달되지만 그에 비해 극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
  *2장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리와인드를 너무 많이 한 듯.
  *기자의 캐릭터가 미묘. 역할 자체는 분명한데 비해 기자 본연의 정체성인 기사를 쓴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교활한 인물상에 가깝다. 소년을 죽인 것은(혹은 죽게 한 것은) '기자로서의 그'인가?
  *신사가 기자에게 그렇게 피를 봤으면서도 왜 기자에게 사건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가?
  *신사가 소년을 죽인 거라고도 볼 수 있다.
  *시장의 짓일까.........................??????????????????????
  *추리물 같은 제목과는 달리 누가 '진짜 범인'인지가 불명확하고 책임 소재가 분산되어 있어 찝찝하다. 그것이 작가의 주제라는 건 알겠지만 독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비해 마무리에 강렬한 임팩트가 부족하다.
  *착실하게 사건들과 갈등들을 쌓아 올려가긴 하는데 마무리가...:Q22222222
  *약간씩 변주가 있어야 하는데 배경만 바뀌고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루한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인물 소개 부분에서 익명화된 '신사'나 '기자'보다는 구체적인 이름을 주는 게 나았을 듯.
  *대사가 전반적으로 너무 길다.
  *이 작가가 쓴 작품 답다. 정치덕후 냄새가 킁킁.
  *시대상이 눈에 안 들어온다.
  *정치덕질이나 카스파라는 개인의 이야기 중 하나에 무게를 실어 무게를 줬다면 어땠을까?
  *이야기를 좀 더 고도로 압축했거나 아니면 아예 장막극으로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주제가 아무래도 낡은 느낌.
  *신사의 캐릭터가 다소 애매... 주제랑도 관련이 있는데, 아무래도 역시 애매미묘하다.....:Q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개성이 뚜렷한 기자인 듯.
  *계속 나오는 이야기지만, 1장의 스케일이 커서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 막판에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다.
  *소년의 '타락'이 너무 무난하고 밋밋하다. 죽음 역시도, 자살로 보건 타살로 보건 설득력이 부족한 감이 있다.
  *뒷배경에서의 정치적 움직임이나 그런 종류의 맥락은 잘 쌓여 있는 편인데 서사로서의 매력은 별로
  *대사가 종종 부자연스러움. 소년이 꿈 이야기를 하는 부분 등.
  *이런 풍자적인 작품은 좀 더 세련되게 가야할 필요가 있다. 풍자 대상과 작품의 거리가 너무 가까움. 박민규의 <지구영웅 전설>도 거리 조절을 잘못해서 비판이 많았는데 그건 재미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못하다.
  *연극을 전제로 쓰인 희곡이라기보다는 읽히는 걸 전제로 쓰인 희곡이라는 느낌.
  *주로 정치적인 화두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쓰는데, 진지하게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자세는 좋지만 어떻게 해야 그걸 서사로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듯.
And
같이 소설을 쓰는 한 동료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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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가 책을 덮고 정신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키득키득 웃거나 유쾌한 기분이 든다면야 금상첨화겠지요. 소설 뿐 아니라 결국 세상의 모든 표현 예술이 결국에는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방면에 있어 앞으로는 더욱 '사람 냄새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 '흥미진진한 줄거리'에만 매달려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진정성을 쏟아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 냄새'는 달리 말하면 '인간적인 인물이 등장하는'이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틈은 존재하며 그것이 또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라는 뜻이었는데요. 고뇌없이 행동하고 신념에 따라 나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종횡무진 달리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밝은 감정만이 아니라 질투나 분노 같은 감정도 당연 제 관심사지요.."

"...어느덧 XX님과 제가 안 지도 2년이 다 된 것 같은데, 그간 여러 모습을 보아온 것 같아요. 소설적인 면으로는 제가 정말 지겹도록 많이 말씀을 드렸으니(힘을 풀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보세요) XX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있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풀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키워나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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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터뷰를 한 게, 재작년이었던가.

그 사람의 소설과 내 소설을 비교해 보면 빛과 그림자를 보는 느낌이 종종 든다. 그 사람의 소설에서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찬란해지는 순간'이 등장한다. 내 소설에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타락하는 순간'이 등장한다. 세상에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없으며, 두 가지 면모가 어느 정도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는 평범한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소설에서 '밝은 면' 내지 '선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내 소설에서는 '어두운 면' 내지 '악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이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저 때와 비교해 보면... 나도 꽤 변했다. 저 사람이 지적했던 대로, 당시 난 사람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 필요 이상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경직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것은 거기에 익숙해지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포기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고, 몇 번은 시행착오도 겪지만 주변 친구들 덕에 그 노력이 보답받아 그럴 수 있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이제 질렸다.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내 앞에 있다면 주먹으로 한 대 갈겨줄 거다. 그 뒤에는 술집으로 데려갈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은 비웃으면서 패기부터 할 거다.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게 유감스럽다.

....

소설을 마지막으로 쓴 지도 거의 반년이나 지났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내키지 않는 글들만 억지로 써야했다. 지금 내가 새로 소설을 쓰면, 어떤 글이 나올까.
And
희곡적 연극                                                   서사적 연극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구현'한다.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한다.
관객을 사건 속에 몰아 넣는다.                         관객을 관찰자로 만든다.
관객의 능동성을 소모시킨다.                           관객의 능동성을 일깨운다.
관객의 감정을 일으킨다.                                 관객에게 결단을 강요한다.
관객에게 체험을 전달한다.                              관객에게 지식을 전달한다.
관객은 줄거리 속에 감정이입한다.                    관객은 줄거리를 마주 대한다.
극적 환상이 주요 도구.                                   논증이 주요 도구.
감정의 축적.                                                 인식의 단계까지 몰고 간다.
인간은 이미 알려진 존재로 전제된다.                인간은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변화 불가능한 존재.                             인간은 가변적이고 변화시키는 존재.
결말에 대한 긴장감.                                       사건 진행에 대한 긴장감.
다음 장면을 위한 장면.                                   장면 마다 독립.
직선적 사건 진행.                                          곡선적 사건 진행.
진화적 사건 진행의 필연성.                             사건 진행의 도약성.
현존하는 세계.                                              변화되야 할 세계.
인간 행위의 필연성.                                       인간이 해야 할 일.
충동(본능).                                                  행위의 동기.
사유가 존재를 규정.                                       사회적 존재가 사유를 규정.

희곡적 연극의 관객:"그래요, 나도 그런 걸 느꼈습니다. 난 그래요.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요. 항상 그럴 거에요. 이 인간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빠져 나갈 길이 없으니까요. 그것은 위대한 예술입니다. 너무 당연한 일들이에요. 나는 우는 사람들과 같이 울고, 웃는 사람들과 같이 웃습니다."

서사적 연극의 관객:"나는 그럴 줄은 몰랐는데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요. 모두가 다 이상한 일이에요.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일이 더 계속되어서는 안 되요. 이 사람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달리 방도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건 위대한 예술이죠.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나는 우는 사람을 보고 웃고, 웃는 사람을 보고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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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브레히트 연극론-서사극 이론
And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event&no=211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event&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10


...답은 간단했다. 중요한 건 대의였다. 작가에게는 사소하건 거창하건 간에 자신의 신념이, 대의가 있어야 한다. 작가에게는 반드시 말해야만 하는 중요한 것이 있어야만 하고, 반드시 써야만(I must) 하는 글이 있어야 한다. 유명한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러한 신념을 충실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밀어 붙였을 때 나오는 효과 내지 성과의 일부분이거나, 그러한 신념을 완수하기 위한 전략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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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첫날, 교수님이 나를 연구실로 불렀다. 이전부터 내 소설을 상당히 좋게 평가해 주셨던 분이고, 개인적으로도 존경하고 있던 분이지만 주임 교수와 학부생이라는 관계는 썩 편안한 게 되지 못한다. 약간 긴장한 채 앉아 있는 내게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자네는 매우 특별한 종류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 다듬어 지지 않은 원석 같달까. 그저 마지 못해 학과에 남아 있고, 얼른 졸업해 '평범한' 직장을 잡으려는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과는 달라. 하지만 자네 소설에는 예술성이 부족해. 소설을 쓰면서 '정의'를 이야기해 본 적이 있나? '화합'을 이야기해 본 적이 있나? '관용'을 이야기해 본 적이 있나? (발상의 독창성이나 소재 선택의 특이성은 됐고) 지금 자네에게 필요한 건 그거야."

그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죄송합니다만 교수님,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건 증오와 투쟁과 불신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 안에서 '쓰라'라고 명령하고 있는 무언가- 제1 원리가 지금 저에게 요구하고 있는 건 그런 소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네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그에 따를 마음이 없었다. 일단 나는, 내 안의 그 정언명령을 수행하는 게 먼저였다. 그러나 나는 그 때도 단순히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쓰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였을 뿐 저 글에서처럼 '문단에 대한, 그리고 독자에 대한 작가로서의 주체성 확보'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저 글을 쓴 분과는 약간의 인연은 있지만 그렇게 친분이 있다거나, 소설과 관련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안에서 희미하고 불분명한, 추상적으로만 존재했던 그 무엇인가가 저 글을 읽은 순간 잠깐 그 윤곽을 드러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큰 기대는 걸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 개안할 만한 계기가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저 글에 언급된 책들을 읽어보고 내 나름의 관점을 정리해 두는 건 의미 깊은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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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irrorzine.kr/index.php?document_srl=37252&mid=w2_over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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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접했던 컨텐츠와 소재들이 많이 겹쳐서 스스로가 좀 부끄러웠다. 슈퍼로봇은 부끄럽지 않은데 환빠 이야기가(...)
  *2번은 상당히 주관이 뚜렷한 인물로 보였는데 결말 부분에서 그의 생각이 자신의 것인지 소장의 것인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중반까지의 서사는 이해가 되는데 2번 파일럿의 심리 흐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소장을 의심하는 듯하다 긍정하는 걸로 보였다. 중간 과정이 부족함.
  *사건의 부재가 지적됨. 독백의 연속일 뿐인데 사람은 변해 있다. 사람이 그냥 변할 수는 없다.
  *오웰의 <1984>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그와는 달리 2번이 시스템을 납득하게 되는 과정이 불명확함.
  *2번이 생명에 큰 가치를 두는 인물 같지 않은데, 소장의 협박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그를 받아 들인다는 게 잘 납득되지 않음.
  *생략되선 안 될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특히, 치우천황이 우리를 데려 갈 그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2번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가 도구적 존재로 전락했음을 인식하고는 있는 듯 하다. 소장이 그리는 세계를 조소하는 듯한 느낌도 있고.
  *소장의 의도에 대해 배달국 관련 언급 때문에 추측은 할 수 있지만 너무 흐릿함. 2번이 소장과 상당히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독자는 그걸 캐치하기 힘들다.
  *3인 이상 집회 금지령 등의 정부 시책 등의 묘사가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돌발적으로 튀어나온다. 비상식적인 설정들이 많음. 왜 외계인들이 한국을 노리는가? 기반 논리 자체가 70년대 일본 로봇만화의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쪽 바닥’의 코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 독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1번 파일럿의 설명 방식이 잘 읽히지 않는다. 계속 동어반복이 되는 느낌.
  *한국의 집단주의적 민족주의를 비꼬기 위한 작품이라는 느낌. 세 파일럿들은 그를 위한 상징으로 보인다. 1번 같은 경우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갑자기 얻은 큰 힘에 도취된 양아치, 3번은 뒤틀린 이상주의자, 2번은 그나마 제정신이며 지적이고 나름의 논리에 따라 행동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역시 광기에 차 있다. 의도는 이해되지만 비꼼만이 연속되어 강세가 없기에 그것이 썩 잘 와닿지 않는다.
  *이건 장르 문학을 보는 관점, 순문학을 보는 관점, 어느 관점도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동인지다.
  *세 파일럿들이 세 파트를 각각 맡아 저마다 주체로 받은 구성 방식에 있어서는 호오가 갈렸다.
  *<1984>에서 나타난 극한적인 아이러니에 비해 여기서는 그것이 너무 짧고 거칠게 묘사되어 있다.
  *3번의 캐릭터는 상당히 잘 만든 듯. 1번은 되게 재수 없었다. 마초는 둘째치고 비속어도 많고(작가가 의도적으로 위악적인 인물로 구상한 것으로도 보인다), 어색한 부분이 많다. 비속어 쓰는 문단이 따로 있고 ‘설정 설명’하는 문단이 따로 있다는 건 영 걸린다. 다만 3번의 경우는 그 ‘이상’을 광신적으로 신봉하게 된 계기가 잘 드러났다고 보인다.
  *3번 파일럿의 파트에서 정신교육 후기 모음집이라고 나오는데, 이런 글에서 그런 내밀한 이야기까지 하는가?
  *독자의 폭이 너무 좁다는 감이 있다.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함.
  *전체적으로 1번과 3번 파일럿의 인물상은 대단히 뚜렷한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인물인 2번 파일럿이 흐릿하다.
  *퍼즐 조각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싶은 부분이 없다. 치밀함이 부족함. 예를 들어 ‘비밀’을 들은 종업원들이 왜 죽어야 했는가?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배려가 부족함.
  *외계인들의 모습이 계속 바뀌는 건 민족주의의 주적이 계속 달라진다는 의미로 읽혔다.
  *기여도 측정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 원동력 자체가 파일럿의 정신력인데 카메라로 그걸 찍는다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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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까지는 이렇게 저렇게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합평을 마치고 나니 이건 그냥 묻어 버리고 다른 걸 쓰는 게 낫겠다 싶다. 워낙 오독의 여지가 많은, 그야말로 떡밥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보니 위험한 면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슈퍼로봇물의 코드, 관련 패러디들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름 신경 썼는데도 애초에 바탕에 깔린 정서나 전제에 있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언젠가 내키면 다시 쓰거나 하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나 써봐야 겠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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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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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적었던 데다 다들 바쁜 모양이라 뒷풀이는 하지 않고 돌아왔다.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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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irror.pe.kr/webzine1/6071

이번에 보낸 리뷰 원고. 다시 읽어보니 너무 미흡한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나는 리뷰를 쓸 때, 읽는 사람이 해당 장르에 대해 별 이해가 없거나 특유의 코드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전제로 하는 편이다. 따라서 이런저런 부연이 많고, 단편집의 경우에는 작품 하나 하나에 일일이 해설을 달곤 한다. 포맷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서두만 지나치게 길고, 각 작품에 대한 분량 배분에 있어서도 조절을 실패했다. 특히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그런 경향이 특히 심하다. 무척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고, 나였더라면 정치적 의식이 앞서서 서사 자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기에- 즉, 내가 썼더라면 이 정도로 잘 뽑아내기 힘들었을 만한 종류의 작품이기에 높이 평가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감상이지 불특정 다수에게 읽히는 리뷰에서 그를 일일이 강조한 건 적절하지 못했다. 리뷰를 마무리하는 말미 부분이 너무 짧고, 다소 논리가 비약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다.

편집장님이 리뷰 포맷을 바꿔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던 것도 있고... 언제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필진들이 모여 좌담회를 가진다고 했던 거 같은데 거기서 이야기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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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좌담회가 오늘이었던 모양이다orz 언제로 정해졌다고 공지라도 돌려주실 것이지... 답장 보낸다는 걸 잊어버린 내 잘못이니 할 말이 엄쿠나. 담배 한대 피우고 자고 싶은데 어머니가 깨실 듯 하니 참고 그냥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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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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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구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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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터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기형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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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재미있었고, 슬펐다.

*알레고리인지 sf인지 잘 모르겠다. 재미있긴 했는데 막판에 너무 관념적이 된 듯.

*초기에 비해 훨씬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느낌.

*마지막 부분에서 좀 힘든 듯.

*에바...?

*에바와 차별이 되려면 2번과 소장간의 관계 등이 더 부각이 되야 하는데 그게 부족. 전체적으로 실루엣만 있고 구체화가 잘 되어 있지 않다.

*외계인과 슈퍼로봇의 실체가 뭥미.

*배명훈의 <변신합체 리바이어던>과 상당히 유사. 거대로봇에 탑승한다는 점이나, 주제에 있어서도.

*파일럿이 자기가 타는 슈퍼로봇에 대해 너무 모른다. 구체성이 부족. 사건이 풍부하지 못하다.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사건이 없다는 느낌. 파일럿들이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2번과 3번에 이입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1번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게 좋을 듯.

*문단나눔이 부족해 너무 빡빡하다. 술술 읽히지 않음.

*1번이 가장 공감됨. 3번의 인물상이 궁금.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난해한 꿈 이야기 때문에 거리감이 든다. 파일럿 간에 소통이 부재해 보임.

*후반부에 있어 너무 급격히 마무리가 되는 느낌.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더 상세히 풀어내야 할 것이다. 중반까지는 괜찮은데 후반에 들어 폭주한 기미가 있다.

*3번이 좀 불쌍. 그런데 꿈 이야기와 같이 있으니까 분열되어 있다는 느낌.

*3번에서 정신교육 후기 모음집에서 발췌했다고 하는데 사적인 일기 같다.

*환빠의 향기가 물씬물씬. 작가의 목소리인지 인물의 목소리인지가 불가능하다.

*각 챕터마다 문체가 다르다. 마지막 챕터가 서사 전개 상 가장 힘을 줘야 할 부분인데 너무 진부하고 닳은 표현이 많다.

*챕터 1, 2는 독백 형태인데 3은 3인칭이라서 통일성이 부족하다.

*파일럿 셋이 그 임무의 과중함에 비해 다들 망가져 있다 싶어서 내내 불쌍했다.

*마지막 문장이 볼드 처리까지 해서 강조되어 있는데 그게 잘 와닿지 않는다.

*각 챕터 간의 무게 중심이 불균형함. 전체적으로 구성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전통적인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게 챕터 3인데, 그래서인지 1, 2챕터의 화자들인 1번과 3번이 더욱 쩌리 취급 받는 느낌.

*1번의 말투도 그렇고 은근히 독자를 불쾌하게 하는 데 뭐 있음.

*소장이 2번한테 시킨 일이 대체 뭐냐!!!!!!!!!!!!!!!!!!!!!!!!!!!!!!!!!!!!!!!!

*다양한 메타포들이 많아서 잘 녹여 내면 되게 재미있어질 것 같아 아쉽다.

*1번의 인물상이 제일 흥미롭다. 마초에 재수 없고 찌질한데 불쌍해...

*3번 캐릭터를 좀 더 살려주세요.

*국제 관계의 묘사가 리얼하긴 한데 너무 평이하고 지루하다.

*3챕터의 비중이 너무 크고 그에 비해 1번과 3번 파일럿이 너무 희미하다. 그래서 더 지루한 느낌.

*구성에 제일 큰 문제가 있고, 또 내용이 후반들어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환빠 까기는 빼고(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아예 비판의 대상 자체에 대해 알지 못한다) 국가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비판으로 대상을 구체화하는 게 나을 듯 하다.

*운동권 관련 설정은 좀 불필요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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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아, 이 정도로 까인 건 정말 오랜만이야(...) 대부분의 평은 충분 납득할 만한 것 이긴 했는데. 아니 그런데 소설 들고 합평에 나간 것 자체가 워낙 오래 전이구나;;;;

최초 구상은 로봇물의 탈을 쓴 본격 환빠 까기 소설. 하지만 쓰다 보니 너무 의미망이 좁혀 지는 듯해, 그것과 그에서 부가적으로 파생되는 파시즘과 국가주의, 전체주의를 까고자 했다. 하지만 환빠와 환까들 간의 논쟁 자체가 인터넷에서나 주로 벌어지는 편이고, 일반인들은 소설이나 반만년을 이어온 단일민족 어쩌구 하는 학교 교육 등을 통해 부분적, 간접적으로 환빠들의 설정(...)을 접할 뿐 상세한 내용이나 그들의 논리 자체는 잘 알지 못한다. 그 부분을 놓친 게 큰 실수다. 꼭 써야 하는데 실수로 누락시킨 부분도 있고. 그 외에 분량 배분이나(이게 제일 큰 문제다, 구성을 짜는 건 늘 어렵다) 호흡 조절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았던 걸로 보인다. 에바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에반겔리온 같다는 지적이 있어 당황. 하지만 1번 파일럿(인물들 이름은 일부러 안 지었다)의 말투 같은 건 성공한 듯. 의도한 반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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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대한 정열

 




삶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의 한계에 도달해보고 나서도 논리, 원인, 결과, 또는 도덕적인 성찰을 운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없다. 그때 삶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남는 것은 근거 없는 이유들뿐이다. 절망의 긑에서는 부조리에 대한 정열만이 혼돈을 악마적 광채로 치장한다. 도덕적, 미적, 종교적, 사회적, 그 외 어떤 차원의 이상으로도 삶에 방향이나 목적을 부여할 수 없을 때, 삶을 허무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도달하려면 부조리와 절대적인 무가치함, 그리고 거짓말로 삶에 대한 환상을 조작하는 본질적으로 내용 없는 그 무엇인가에 매달리는 길밖에 없다.


 산이 웃을 줄 모르고, 벌레가 노래할 줄 모르니깐 나는 살고 있다.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정열은, 모든 것을 깨끗이 청산하고 나서 미래의 몸서리나는 변신을 감수할 능력이 남아 있는 인간한테만 생겨난다. 모든 것을 잃은 인간의 삶에는 그러한 정열만이 남는다. 그 어떤 것이 그를 유혹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정열만이 남는다. 그 어떤 것이 그를 유혹할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인류의 이름으로 혹은 공익의 이름으로 희생하는 것, 미를 숭배하는 것 등등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일시적일지라도 그 모든 것을 체험한 사람들만 사랑한다. 그들만이 절대적으로 살았던 유일한 인간들이고, 삶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유일한 인간들이다. 우리가 사랑과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무의식이 아니라 영웅적 용기를 통해서다. 강한 광기가 숨어 있지 않은 존재함은 가치가 없다. 그러한 존재함은 돌이나 나무조각, 잡풀의 존재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나 아주 정직하게 단언한다. 인간이 돌이나 나무조각 혹은 잡풀이 되기를 원하려면 강한 광기를 지녀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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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그리고 군대 생활, 그리고 그 이후로 5년.

제대하고 홀로 집으로 돌아오며, 그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노력하겠다고. 진정으로 강하고 명예로운 인간이 되겠다고.

...그 맹세에서 비롯된 시도들, 내가 했던 노력들은 대부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아직도 내게 남은 건 내가 노력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강해져야 한다는 그 맹세 뿐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리고 한심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까지 신경쓰고 싶지는 않다. 내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가 있고, 내게 있어 그것들은 아플 정도로 진실하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게 남아 있다. 그걸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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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irror.pe.kr/webzine3/29819

...그러고 보니 스티'브' 잭슨 게임즈인데 '븐'이라고 쓴 부분이 있구나;;; 아마존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 캡처를 쓴 게 몇 장 있는데 저작권 크리 맞진 않으려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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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미진하긴 한데, 계속 고치고 있자니 마감 못 지키겠다 싶어서 일단 질러놓고 봤다. 1차 마감일 뿐이니, 미흡하다 싶으면 첨삭해주겠지(...)

편집장님께 원고 보내놓고, 컨셉을 따 온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다시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ㅅㅂ 김승옥이 존잘은 존잘이구나 확실히, 학교 다닐 무렵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는데 여전히 새로운 데가 있으니. 내가 저거 초안 쓴 1년 전에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오마쥬를 쓰겠다고 했나 몰라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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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를 마오.

그곳에 난 없다오. 그곳에서 난 잠든게 아니라오.

나는 끝없이 부는 한 조각 바람이라오.

눈 위에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섬광이라오.

영글은 곡식 위에 쏟아지는 찬란한 햇살이라오.

보슬보슬 내리는 촉촉한 가을 비라오.

고요한 아침에 그대가 눈을 뜨면 소리 없이

하늘에 원을 그리며

자유로이 노니는 한가로운 새들의 물결이라오.

밤이면 쏟아지는 보드라운 별빛이라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를 마오.

그곳에 난 없다오. 그곳에서 난 잠든게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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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의 고독 속으로 파고 들어 스스로가 글을 쓰게끔 하는 제일 원리를 찾으라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과 피로 속에서 한번 찾은 답은 마모되고, 두려워질 때도 있다. 그래도, 힘겹게 돌이켜 보면 그 하나의 답은 여전히 내 안에서 빛나고 있다. 나 자신보다도 훨씬 밝게.

그것은, 영원무상할 '진리'는 아닐 것이다. 흔들리는 진리는 진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게는 그 답으로도 충분할 성 싶다.


........

알고 있다. 그래도 결국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은 여전히 너무나도 많다는 것.먼지는, 너무 많다... 너무나도.

하지만, 그래도 하지 않으면 '나'가 아니게 된다.


다시, 열이 난다. 감기가 덜 나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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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묏등마다
그 날 쓰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이영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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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승만 정권 당시 고(故)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해명하라고 외치며 수많은 이들이 이기붕 부통령의 자택으로 향하다가 강경 진압으로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입은-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 있던 날이다.

난 그 시대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현대 한국의 부정성이 그 기틀을 잡아 가고있던 무렵, 많은 이들이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피를 흘린 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날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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