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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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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소설을 쓰는 한 동료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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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가 책을 덮고 정신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키득키득 웃거나 유쾌한 기분이 든다면야 금상첨화겠지요. 소설 뿐 아니라 결국 세상의 모든 표현 예술이 결국에는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방면에 있어 앞으로는 더욱 '사람 냄새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 '흥미진진한 줄거리'에만 매달려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진정성을 쏟아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 냄새'는 달리 말하면 '인간적인 인물이 등장하는'이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틈은 존재하며 그것이 또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라는 뜻이었는데요. 고뇌없이 행동하고 신념에 따라 나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종횡무진 달리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밝은 감정만이 아니라 질투나 분노 같은 감정도 당연 제 관심사지요.."

"...어느덧 XX님과 제가 안 지도 2년이 다 된 것 같은데, 그간 여러 모습을 보아온 것 같아요. 소설적인 면으로는 제가 정말 지겹도록 많이 말씀을 드렸으니(힘을 풀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보세요) XX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있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풀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키워나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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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터뷰를 한 게, 재작년이었던가.

그 사람의 소설과 내 소설을 비교해 보면 빛과 그림자를 보는 느낌이 종종 든다. 그 사람의 소설에서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찬란해지는 순간'이 등장한다. 내 소설에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타락하는 순간'이 등장한다. 세상에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없으며, 두 가지 면모가 어느 정도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는 평범한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소설에서 '밝은 면' 내지 '선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내 소설에서는 '어두운 면' 내지 '악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이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저 때와 비교해 보면... 나도 꽤 변했다. 저 사람이 지적했던 대로, 당시 난 사람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 필요 이상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경직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것은 거기에 익숙해지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포기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고, 몇 번은 시행착오도 겪지만 주변 친구들 덕에 그 노력이 보답받아 그럴 수 있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이제 질렸다.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내 앞에 있다면 주먹으로 한 대 갈겨줄 거다. 그 뒤에는 술집으로 데려갈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은 비웃으면서 패기부터 할 거다.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게 유감스럽다.

....

소설을 마지막으로 쓴 지도 거의 반년이나 지났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내키지 않는 글들만 억지로 써야했다. 지금 내가 새로 소설을 쓰면, 어떤 글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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