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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호차 타고 나온 게 유감이다. 수갑차고 끌려나오는 꼴을 기대했는데. 뭐, 그래도 이걸로 1차전은 승리했다. 확실한 파면과 구속을 위한 2차전 시작이다.
그 다음으로는 국혐과 자칭 보수 종자들을 족쳐놓는 3차전이, 그리고 같은 민주주의자들끼리 좌우로 나뉘어 대립하는,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보수우파를 자칭하는 쓰레기들은 정치판에 없는(적어도 인간 흉내는 낼 줄 아는) 이념 지형을 만드는 4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머나먼 지평이다...
축하 의미로 한 잔 할까 했는데 어제도 마셨던 게 떠올라서 참고, 있는 걸로 대충 저녁 때웠다. 축배는 구속영장 통과되면 그 때 들자고.
'쓸데 없는 인간관계 따위 싫다' '나는 혼자 살다 혼자 죽을 거다' 뭐 그런 생각을 좀 하다 잠들었는데 집회 나가서 낯선, 하지만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민중가요 열창하는 꿈을 꾸다 깼다; 깬 지금도 꿈에서 본 사람들 얼굴이 대강 기억난다.
....
설마 아직도 하찮은 미련을 못 떨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뭐 그래도 '어쩌면 그 사람들도 실존하는 사람들이고 꿈에서 나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약간 재밌긴 하다.
깼을 때 반사적으로 '또 쓸데 없는 꿈 꿔버렸다' 생각했던 건 취소. 난 개인적인 수준에서 괜히 남과 깊이 엮이는 게 싫을 뿐, 대의를 위해 함께 싸우는 건 싫지 않다.
내 인간불신을 남들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저 '제가 I라서요, 사람이 싫은 건 아닌데 길게 응대하다 보면 피곤해요' 라고 얼버무릴 수 있다.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이 사진들 외에도 황금거룡 깃발을 발견하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여쭤봐서 허락 받았는데, 하필 그 때 폰이 말썽을 일으켜 못 찍었다. 13시대 재밌나....
트위터에서 핫했던 단두대도 발견. 역시 폰 문제 때문에 못 찍었다. 수백 개에 달하는 깃발들이 나부끼는 것, 나와 같이 행진 맨 뒤에 있던 '민중이 주인이다'라고 적힌 위엄 넘치는 초거대 깃발도 찍고 싶었는데 역시 폰이.... 그만...
내가 돌팬이 아니다 보니(난 락과 메탈 좋아하고, k팝에 별로 관심 없었다. 이번 집회 나가면서 다만세 듣다 보니 이것도 생각보다 괜찮네 정도로 생각하게 됐을 뿐이고...) 별로 공정한 관점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퀴어나 트랜스젠더인 것도 아니니까 뭐. 대략 주장을 보자면... '응원봉 문화는 아이돌 팬덤의 것인데, 퀴어나 트랜스젠더들이 그걸 자신의 것인 마냥 현장에서 뺏어가는 것이 싫다'는 거다.
중간 중간에 아예 '자유발언에서는 탄핵 이야기나 할 것이지 퀴어나 트젠들이 자기 정체성 밝히는 거 자체가 싫다'는 주장도 보이긴 한데 뭐 그런 차별적 언사는 아예 제끼고, 앞서의 주장만 보자면... 별로 공평한 것 같지는 않다. 아이돌 팬이 된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기호의 문제다. 말하자면 내가 호러나 sf, 판타지는 좋아하지만 로맨스에는 죽은 눈이 되는 것과 비슷한 거다. 하지만 성정체성이나 지향성은 '나는 무엇인가'라는 존재의 문제다. 기호의 문제와 존재의 문제가 완전히 구별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이 글에서 다루는 논제는 그게 아니고...
잠시 옛날 이야기를 좀 하자면, mb 때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도 그랬다. 표면 상으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쇠고기 수입 여부에 관한 것에 불과했지만, 실질적으로는 mb 정권의 독선과 강압에 반감을 갖고 있던 수많은 집단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게 되었다. 이명박은 취임 당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지만, 그게 낮은 자세로 국민들 패겠다는 뜻이었던 거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 그래서 그 당시에도 갈라치기 공작이 성행했던 거고.
여하간 난 계엄 선언도 '모두가 결정적으로 딥빡쳐서 뛰쳐나오게끔 하는 계기'였을 뿐 그 전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룬썩10 정권을 극혐해왔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평소 국힘 지지하며 기존 체제 내에서의 입신양명과 일확천금을 꿈꾸던 보리수도 계엄 선언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크게 손해 본 바람에 '나중에 홍준표나 한동훈을 찍더라도 지금은 일단 저 돼지새끼 좀 치워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집회 나올 수도 있는 거다. 그저 이번에는 아이돌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이 많았고, 그들이 각자 팬질하던 아이돌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들고 있던 응원봉이 이번 탄핵정국의 일반적인 아이콘이 된 거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존재론적 문제인 성지향성이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돌팬으로서, 또는 그저 탄핵집회 참가자로서의 일반적인 아이콘 차원에서 응원봉을 드는 걸 '본래의 의미를 흐리는 문화 전유'로 취급하는 건 부당하다. 응원봉을 드는 걸 통해 세력 뻥튀기를 하는 걸로 보일 수는 있겠고 뭐 퀴어나 트젠 측에서 진짜 그런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있겠는데... 온갖 입장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든 광장에서까지 그렇게 기싸움을 꼭 해야겠냐 씁.
게다가 문화 전유는 근본적으로 주류 집단이 소수 약자 집단의 전통문화를 존중 없이 유희나 과시적 대상으로 가볍게 취급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적 인식으로 시작된 개념이다. 깨놓고 말해 현대 한국사회에서 아이돌 덕질이 지탄받는 불건전한 취미도 아니겠다, 아이돌 덕후가 퀴어나 트젠에 비해 딱히 소수 약자 집단인 것 같지는 않다.
이건 '그냥 같이 좀 쓰게 허락해주자'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퀴어나 트랜스젠더가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그들 개개인이 딱히 '착하고 불쌍한 사람들'일 리는 만무하다. 그들도 소수자로서 나름의 좌절이 쌓이고 피해의식이 있을테고, 그걸 또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성으로 돌린 이들도 개중에는 분명 있겠지. 어쩌면 돈 많고 학벌 좋아서 그걸 나름의 무기로 쓸 수 있는 이들도 있을테고. 적극적인 차별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상대와 엮이는 바람에 집단에 대한 편견이 생긴 케이스도 있을테고.
하지만 탄핵정국이라는 현 상황 하에서 룬썩10 정권과 국혐 종자들에 저항하는 것은 개인의 도덕 차원이 아닌 공공의 정의의 문제다. 응원봉이라는 아이콘이 갖는 대표성을 통해 그 다양한 계층과 입장의 사람들이 한데 묶이는 건, 음... 만약 내가 돌팬이라면 자랑스러울 일 같다.
그래도 우리 팬덤 소속도 아닌 이질적 집단이 우리 응원봉 들고 나오는 게 싫고 무시당하는 것 같다면 어쩔 수 없는데, 광장에서 그런 이들이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차별적이고 부족주의적인 사고다. 민주주의자라면 그를 인정해선 안 된다.
+
다른 데에도 비슷한 글을 썼다가 아이돌 팬인 지인이 불쾌해하길래 굳이 자극할 필요도 없겠다 싶어서 그 쪽은 지웠다. 음... 좀 더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기분 상한 상대 입장에서 공격적으로 여겨지지 않게끔 이야기할 재주가 없어서 말이지. 뭐 이걸 계기로 그 분에게 미움 받을지도 모르겠다 싶긴 한데, 만약 그렇다면 유감이고.
탄핵집회지만, 동시에 전장연 집회기도 했다. 원래는 서울대 병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경찰에 막혀서 혜화 마로니에 공원으로 바뀌었다길래 급히 턴했다.
재작년 새해는, 녹사평에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지키면서 맞이했었다. 이렇게...
https://garleng.tistory.com/1847
작년 새해는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마감치느라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으려니 싶고, 올해 새해는 전장연과 함께 맞이했다.
그간 국혐 종자들이 이재명만은 안 된다고 무슨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마냥 줄창 떠들어대는 바람에 나도 평소의 신념을 젖혀두고 다음 대선만은 민주당 후보 찍을까 생각했었는데, 장애인 의제를 두고 이재명이 '그런 식으로 하면 반감만 커진다'고 말하는 것과 주변의 이재명 지지자들이 그만 하라고 하는 영상 보고 확신이 생겼다. 역시 이 나라에서 좌파라면 투표는 소신껏 하고 봐야 해. 이재명 본인도 장애가 있겠다, 뭐 본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노동자와, 장애인과, 여성과,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굳이 그 입장을 따라줘야 할 이유도 없다.
1시 좀 넘어서 끝나고 현장 정리를 좀 도운 뒤(어린 여자아이가 추워보이길래 꿀물 갖고 있던 걸 건네줬었는데 고맙다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가더라, 귀여웠다) 혼자 남아 가져간 책 읽다가 첫 차 타고 귀가했다. 동네에 걸려 있던 국혐 시의원 현수막 문구가 며칠 전만 해도 혼란을 막겠다는 개드립이었는데 다른 걸로 바뀌어 있더라.
지금 베란다 창 밖으로 날이 밝아오고 있지만, 흐린 날씨라서 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하일 바쿠닌은 이렇게 말했었다. "소멸해가는 세계가 뿜어내는 독한 연기가 아직은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조만간 작열하는 자유의 태양이 그 연기를 거둬낼 것입니다."
이 나라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 태양의 빛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비록 나는,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를 바라는 이런 인간이 되었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