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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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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접했던 컨텐츠와 소재들이 많이 겹쳐서 스스로가 좀 부끄러웠다. 슈퍼로봇은 부끄럽지 않은데 환빠 이야기가(...)
  *2번은 상당히 주관이 뚜렷한 인물로 보였는데 결말 부분에서 그의 생각이 자신의 것인지 소장의 것인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중반까지의 서사는 이해가 되는데 2번 파일럿의 심리 흐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소장을 의심하는 듯하다 긍정하는 걸로 보였다. 중간 과정이 부족함.
  *사건의 부재가 지적됨. 독백의 연속일 뿐인데 사람은 변해 있다. 사람이 그냥 변할 수는 없다.
  *오웰의 <1984>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그와는 달리 2번이 시스템을 납득하게 되는 과정이 불명확함.
  *2번이 생명에 큰 가치를 두는 인물 같지 않은데, 소장의 협박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그를 받아 들인다는 게 잘 납득되지 않음.
  *생략되선 안 될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특히, 치우천황이 우리를 데려 갈 그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2번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가 도구적 존재로 전락했음을 인식하고는 있는 듯 하다. 소장이 그리는 세계를 조소하는 듯한 느낌도 있고.
  *소장의 의도에 대해 배달국 관련 언급 때문에 추측은 할 수 있지만 너무 흐릿함. 2번이 소장과 상당히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독자는 그걸 캐치하기 힘들다.
  *3인 이상 집회 금지령 등의 정부 시책 등의 묘사가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돌발적으로 튀어나온다. 비상식적인 설정들이 많음. 왜 외계인들이 한국을 노리는가? 기반 논리 자체가 70년대 일본 로봇만화의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쪽 바닥’의 코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 독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1번 파일럿의 설명 방식이 잘 읽히지 않는다. 계속 동어반복이 되는 느낌.
  *한국의 집단주의적 민족주의를 비꼬기 위한 작품이라는 느낌. 세 파일럿들은 그를 위한 상징으로 보인다. 1번 같은 경우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갑자기 얻은 큰 힘에 도취된 양아치, 3번은 뒤틀린 이상주의자, 2번은 그나마 제정신이며 지적이고 나름의 논리에 따라 행동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역시 광기에 차 있다. 의도는 이해되지만 비꼼만이 연속되어 강세가 없기에 그것이 썩 잘 와닿지 않는다.
  *이건 장르 문학을 보는 관점, 순문학을 보는 관점, 어느 관점도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동인지다.
  *세 파일럿들이 세 파트를 각각 맡아 저마다 주체로 받은 구성 방식에 있어서는 호오가 갈렸다.
  *<1984>에서 나타난 극한적인 아이러니에 비해 여기서는 그것이 너무 짧고 거칠게 묘사되어 있다.
  *3번의 캐릭터는 상당히 잘 만든 듯. 1번은 되게 재수 없었다. 마초는 둘째치고 비속어도 많고(작가가 의도적으로 위악적인 인물로 구상한 것으로도 보인다), 어색한 부분이 많다. 비속어 쓰는 문단이 따로 있고 ‘설정 설명’하는 문단이 따로 있다는 건 영 걸린다. 다만 3번의 경우는 그 ‘이상’을 광신적으로 신봉하게 된 계기가 잘 드러났다고 보인다.
  *3번 파일럿의 파트에서 정신교육 후기 모음집이라고 나오는데, 이런 글에서 그런 내밀한 이야기까지 하는가?
  *독자의 폭이 너무 좁다는 감이 있다.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함.
  *전체적으로 1번과 3번 파일럿의 인물상은 대단히 뚜렷한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인물인 2번 파일럿이 흐릿하다.
  *퍼즐 조각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싶은 부분이 없다. 치밀함이 부족함. 예를 들어 ‘비밀’을 들은 종업원들이 왜 죽어야 했는가?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배려가 부족함.
  *외계인들의 모습이 계속 바뀌는 건 민족주의의 주적이 계속 달라진다는 의미로 읽혔다.
  *기여도 측정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 원동력 자체가 파일럿의 정신력인데 카메라로 그걸 찍는다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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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까지는 이렇게 저렇게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합평을 마치고 나니 이건 그냥 묻어 버리고 다른 걸 쓰는 게 낫겠다 싶다. 워낙 오독의 여지가 많은, 그야말로 떡밥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보니 위험한 면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슈퍼로봇물의 코드, 관련 패러디들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름 신경 썼는데도 애초에 바탕에 깔린 정서나 전제에 있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언젠가 내키면 다시 쓰거나 하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나 써봐야 겠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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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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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적었던 데다 다들 바쁜 모양이라 뒷풀이는 하지 않고 돌아왔다.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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