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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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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3
    수선화에게
  2. 2009.07.20
    <검은 캔버스> 2차 합평 결과 5
  3. 2009.07.09
    정소연, <우주류> 中
  4. 2009.07.04
    내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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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캔버스> 합평 결과
  6. 2009.06.27
    The devil
  7. 2009.06.02
    류진, <칼> 中
  8. 2009.05.03
    부활
  9. 2009.04.10
    시 관련 수업 레포트를 쓰다 생각난 생뚱맞은 것
  10. 2009.03.26
    영혼을 깎아내고 6
  11. 2009.03.10
    그러고 보니
  12. 2009.03.07
    개강파티 자리에서 교수님과의 대화 2
  13. 2009.02.28
    [펌]<은하영웅전설> 中 2
  14. 2009.02.15
    진달래꽃
  15. 2009.02.14
    책이 나왔다 4
  16. 2009.02.13
    ........
  17. 2009.01.29
    거울 합평회 8
  18. 2009.01.14
    이동순, <잔설> 2
  19. 2008.12.29
    <벚꽃 질 즈음> 수정안
  20. 2008.12.02
    가장 가까이 있는 책을 집으세요 8
  21. 2008.11.10
    가을의 기도 3
  22. 2008.11.07
    이야기 발전소를 보고서 2
  23. 2008.10.27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첫 번째 편지에서
  24. 2008.10.12
    배를 매며
  25. 2008.10.01
    너의 하늘을 보아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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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인간을 人間이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건은, 수많은 다른 人間 속에서 기쁨과 슬픔, 애정과 분노, 희망과 절망을 두루 겪어가면서,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결코 피할 수 없을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그에 더럽혀짐 없이 보다 더 진보해 가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테드 창은, 그의 단편 <이해>에서 그렇게 적었다. "...나는 유교의 인(仁) 개념을 머리에 떠올린다. 박애(Benevolence)라는 불충분한 표현으로는 충분히 그 뜻을 전달할 수 없는 이 개념은 인간성의 정수를 이루는 특질이며, 오로지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서만 함양되고, 고립된 개인이 실현할 수는 없는 종류의 것이다..."

한 때, 나는 모든 이들에게 냉담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내면 뿐이었다. 시간이 지났고, 나는 그 때의 자신을 후회하게 되었다. 나는 비로소 인간의 요건을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타인을 이해하고 연민할 수 있다면 눈먼 고슴도치 꼴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도 구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실패했다.

지금보다 훨씬 전부터, 나는 결국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슬픔이나 절망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사실 그러하다, 모든 게 '원래대로' 되었을 뿐이다- 처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허무하다.

 
And

 
*전통적인 기독교적 세계관과 영지주의적 세계관이 같이 나오는데, 영지주의적 세계관과는 엇갈리는 부분이 좀 있다. 영지주의적 세계관과 기독교적 세계관의 충돌이 모호함. 후반 악마와의 계약은 파우스트적인 세계관인데 이게 또 앞서의 둘과 충돌을 일으켜서 모호하게 읽힌다.

*주인공이 이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일관되게 이어지고 그를 둘러싼 상황이 바뀌는 형태인데 왜 악마인가...?

*문단을 좀 띄워주었더라면 좋을텐데. 너무 빽빽하다. 동어 반복이 많다. ‘바다 역시도 역시 이 지상에 속해 있기는 마찬가지며, 삼라만상이 모두 그러하듯 무명(無明)의 영역이다.’라는 문장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추구의 플롯이라고 생각했는데 말라디앙이 거기까지 가닿는 과정이 너무 모호하다. 추구의 플롯이라면 그를 향한 과정이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문둥병에 걸린 이후에서야 그 구체성이 잡힌다.

*말라디앙이 문둥병에 걸리는데, 필연적인 게 아니라 고난을 주고자 하는 작위적인 장치로 보인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풀리다가 발병률도 낮은 문둥병에 덜컥 걸리게 되는 게 설득력이 부족함. 지나치게 기능적인 느낌.

*대단히 오랫동안 공들여 쓴 티가 난다. 하지만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는 느낌. 하나만 떼놓고 보면 아름다운데 전체적으로 삐걱대거나 군더더기 같은 표현이 많다. 말라디앙이 무엇을 추구하며 그를 위해 어떤 역경을 겪는지가 설득력이 부족함. 후반에 병에 걸린 이후에야 그 느낌이 드는데 그 전까지는 희미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평에는 동의하지만 진을 빼는 소설도 필요하다. 아쉬웠던 점은 그 힘의 배분이 잘 안되어 있어 균형감이 부족하다.

*넣고 싶었던 게 대단히 많았다는 기색이 있음. 단편이라면 하나의 구체적인 기둥을 놓고 그걸 집중적으로 타고 가야하는데 곁다리가 너무 많다.

*억지로 철학적이려고 하는 느낌. 말라디앙의 심리를 쫒기 힘들다.

*주인공의 여정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설명을 통해서 세계관을 제시해 보이는 부분 때문에 독자들은 집중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지루해지기 쉬움.

*버리는 연습이 필요함.

*왜 그림을 그리냐는 부르뮈에의 질문. 말라디앙이 왜 그림을 그리느냐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이 부여되어 있지 못하다.

*문장 하나하나에 지나치리만큼 심혈이 배어 있어 리듬감이 부족하다. 여백이 좀 더 있었어야 할 듯.

*그 세계관을 설명조로 드러내는 것은 작가가 그걸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인 경우가 많다. 좀 더 잘 요리를 했어야 했다.

*세계관들이 충돌하고, 누군가가 그걸 지적한다면 작가는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영원의 세계에 닿기 위해선 악마의 손을 빌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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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으로 한번 더 고쳐서 보내 드려야 할 듯. 일단 시간선을 과거로 당기고, 에 또....-_-

And
...반상이 곧 우주라면 그 어디엔가는 찍혀 나간 틈이 있을 것이다. 반상이 인생이라면 이 상처는 실금으로 남을 것이다. 세상을 버티는 줄은 하나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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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소설을 쓰면서 느낀 건데 말이지,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내용 구상하고 플롯을 전부 꼼꼼하게 짜 놔야 될 거 같아.

그런데 난 본작 집필 상태가 아니면 글을 제대로 못 쓰잖아?

난 안될 꺼야, 아마.


...........

아놔 십라OTL
And
나온 평들을 한줄 요약해 보면:"구성 상의 흐름에 따라 2, 3, 5, 7, 10으로 무게 중심을 배분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9, 10, 8, 9, 10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읽어내기가 어렵다."

거울 합평 때 한번 가져가 봐서 2차로 평을 더 들어보고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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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해 보이면서도 작가가 지금까지 드러내 보인 일정한 스펙트럼에 속해 있다는 느낌. 상당한 분량인데, 서사의 힘이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다. 10페이지 정도로 줄였다면 어땠을까.

  *어려움.

  *예술가 소설의 일종으로 보인다.

  *의외로 재미있었(....) 하지만 어렵다. 집중하게 할 수 있는 힘이 강해 잘 읽혔다.

  *지금까지의 내 글 중 가장 몰입도가 높았다. 전반적으로 서사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느낌. 문장도 술술 잘 읽히고, 여러 모로 완성도가 높은 글.

  *예술가의 집념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고딕적인 색채가 강함. 그런 분위기의 일관성은 잘 이어지고 있지만 주인공의 심리가 그다지 강하게 와닿아 오지 않는다. 부르뮈에에 대한 감정도 다소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말라디앙이 자신의 감정을 다른 인물들에게도, 독자에게도 너무 많이 숨긴다. 중간중간 종교적, 철학적 성찰이 나오는데 그 주체가 불명확함.

  *말라디앙이 나오는 부분은 사건이 좀 더 빨리 진행되었으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만 압축시켰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강한 문장들이 너무 많아 집중도가 덜어진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지가 좀 흐릿함.

  *첫문단부터 부르뮈에에 대한 회상이 나오는데 중반 이후로 그녀의 비중이 사라짐. 둘의 첫만남도 제시되어 있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 등도 나타나 있지 않음. 둘의 감정을 초반에 더 많이 보여줘야 했다. 결과적으로 후반 말라디앙의 감정 변화를 쫒기가 힘들어졌다.

  *말라디앙의 내면- 신앙과, 그녀의 관계에 대한 연결 고리들이 혼돈스럽다. 내면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중간중간의 성찰들도 주체가 불확실하다 보니 독자는 더 혼란스럽다.

  *예술가 소설은 예술로 끝나며 모든 걸 종결시키고 확실히 정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결과물이 마음을 올리지 못한다.

  *그림을 주제로 하고 있는 소설로써, 문장으로 과연 시각적 매체인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가? 애초부터 주제 자체가 매우 어려운 편.

  *관념적인 사유가 많고 사건들이 소극적이란 느낌.

  *말라디앙이 가지고 있는 신앙심이 잘 드러나 있지 못하다.

  *마지막 그림에 보다 강하게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방이 필요하다.

  *발자크의 <알려지지 않은 걸작>, 이외수의 <들개> 참조.

  *왜 예술가는 고통스럽고 처절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작품 자체는 단순해 보이기도 하는데-_- 어려워어려워

  *주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 욕심을 버리고 작고 가벼운 이야기부터 잘 다루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떨까?

  *말라디앙의 심리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품의 시대 배경을 몇 백 년 앞으로 당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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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지적은 이 쪽만이 아니라 다른 쪽 모임의 합평이나, 학교에서도 전부터 받아왔다. 그리고 그 지적은 아마도 온당할 것이다. 그런 큰 이야기를 다루기에는 아직 내 작가로서의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고, 독자 입장에서 아무래도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모임의 참가자 한 분이 말했다. "작은 이야기로도 충분히 큰 주제를 담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작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과연 어떤 것일까. 그걸 알기 힘들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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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거울의 올해 단편 앤솔로지에 들어 갈 내 글의 테마. <악마>다.

짤막한 엽편의 형태로 초기 구상에 대해 쓴 건 2006년 가을 강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거의 3년이 지났으며, 난 6개월 째 내 영혼을 깎아내 그 잔재를 불사르는 느낌을 받으면서 고통스럽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을 완성하고 나면, 내 안에서 무엇이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잊으려면, 잊을 수 있을까. 그 분을.


ps=참고 작품 몇 가지. <적사병 가면>(에드가 앨런 포), <노란 옷의 왕>, <옐로 사인>, <카르코사의 주민>(로버트 윌리엄 체임버스), <크툴루가 부르는 소리>(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And
...삶이란 팽팽하게 조여진 줄이 하나씩 끊어져 나가는 것을 견디며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아있는 마지막 줄이 언제 끊어질 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당신은 더 이상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어차피 끊어질 바엔 마지막 줄만은 당신 손으로 끊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
...............

하지만... 견뎌야지, 늘 그래왔듯이.

사랑했던 사람도,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도 잃었다. 명예만은 잃을 수 없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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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별이 쏟아진다.
부끄러운 나의 심장위로,
날마다 뜨거운 별이 쏟아진다.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잎 마른 풀 뿌리를 씹으며
나는 죽은 시인들의 시를 읽는다
마음의 혓바닥이 마르고
슬픈 용기마저 꺾이어 버릴 때까지
바람은 계속하여 불어 올 것이다.
눈을 감은 나의 비탈,
무서운 폐허가 놓여 있다.
무서운 종이돈의 마른 나뭇잎마다
눈 뜬 폐허의 폐허가 놓여 있다.
깨어진 나의 창문과
부끄러운 나의 더러운 심장 앞에
바다가 출렁인다.
거울 속의 바다, 비참한 진리.
싸움에 진 달밤이 밤의 금밭에 뒹굴고 있다.
뒹굴 수밖에 없는 달밤의 어버이들이여,
왜 물을 퍼붓든가, 불을 뿜지 않는가.
이미 죽은 시인들의 시를 읽기 위하여
학자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소리내어 읽기 위하여
새벽은 새벽마다 눈을 뜨지만
부끄러운 심장은 나의 심장이다.
고독한 심장은 나의 심장이다.
이웃집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주변에서
사약을 마시는 부스럼 같은 시인들.
꽃은 더 이상 피지 않을 것인가.
씨는 더 이상 거둘 수 없을 것인가.
누가 금밭을 갈고 어여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가.
썩어 자빠진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아, 푸르지 못한 재화의 구덩이에서
어깨춤 추는 딱정벌레들.
사람이 사람의 이마에 못을 박는다.
하늘이 슬픈 땅을 그지없이 경멸하고 있다.
하늘이 술을 마시고
비틀거린다, 비틀거린다.
가난한 달밤의 어버이들처럼
심하게 비틀거리지만
그러나 하늘은 붕괴하지 않는다.
별이 쏟아진다.
부끄러운 나의 심장 위로
날마다 어제 죽은 별이 쏟아진다.




-김철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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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1주년이 어제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개안했고, 어떤 이들은 절망했고, 어떤 이들은 냉소했고, 훨씬 더 많은 이들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날의 불꽃은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의 마음 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그 불꽃은 아직도 현재형이다.

잠수 중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잠시 부상. 다시 꾸륵꾸륵.
And
 

비 온 뒤  / 구민숙


빨랫줄에 매달린 빗방울들

열일곱 가슴처럼 탱탱하다

또르르! 굴러

자기네들끼리 몸 섞으며 노는

싱싱하고 탐스런 가슴이 일렬횡대, 환하니 눈부시다

그것 훔쳐보려 숫총각 강낭콩 줄기는 목이 한 뼘 반이나 늘어나고

처마 밑에 들여 놓은 자전거 바퀴는 달리지 않아도 신이 났다

빗방울의 허물어지지 않은 둥근 선 안에는

주저앉지 않은 꿈들이

명랑한 송사리 떼처럼 오글거리고

서른여섯 나는, 물컹해진 나의 그것과 비교하며

녀석들을 살짝 만져보고도 싶다

그래, 내게도 저런 가슴이 있었지

열일곱, 연분홍 유두가 장식처럼 화사하던,

주눅 들지 않은 노래로 충전되어

금방이라도 둥실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만 같던


나는 바구니에 담아 내 온

일곱 살 아이의 반바지와 말 안 듣길 소문 난 신랑의 양말과

목욕 수건들과 75 A컵 내 분홍 브래지어를 널지 못한다


심사평:

  <비 온 뒤>는 우선 깨끗하게 정돈된 작품이며 메시지가 분명하고 시적 논리가 합당하다는 점에서 앞의 작품들의 결점을 충분히 뛰어넘고도 남는 작품이었다. “빨랫줄에 매달린 빗방울들/열일곱 가슴처럼 탱탱하다/또르르! 굴러/자기네들끼리 몸 섞으며 노는/ 싱싱하고 탐스런 가슴이 일렬횡대, 환하니 눈부시다”라는 첫 부분의 표현들에서 보듯 이 시는 어느 날 우연히 목격된 ‘빗방울들’에서 시적 사념을 출발시켜 그것을 약동하는 언어의 충전으로 끌고 나가다가 마침내 그것을 ‘시로써’ 터트릴 줄 아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선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괜스리 어렵거나 추상적이거나 한 표현 한 구절 없이 자기 소리를 하나의 작품 안에 오롯이 담아낼 줄 아는 그 시적 절제 또한 믿음직스러웠다. 한마디로 싱싱하고 단정하며 마지막 연에서 보듯 장난기 어린 웃음이 배시시 행간 밖으로 삐어져나올 듯한 작품이다. 선자들은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밀면서 그의 감각이, 그의 언어가 사념과 철학을 동반하며서, 오늘의 유행에 주눅들지 않으면서 더욱 깊은 세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오세영, 이시영)


And
그 잔재로 불꽃을 지펴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건지 이해하고 있다.

몇 번이나 마감을 미룬 건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워서 거울 합평에도 안 나가다가 학교로 왔고, 그런 지도 거의 한 달이 지났다. 죄송해요 편집장님 다음에 거울 모임에 나가면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_-


글을 쓰다가 알콜이 필요해져 술을 퍼마시고, 취해 버리는 바람에 이어 쓰지 못하고 쓰러져 잠들어 버린 것도, 다음 날 강의 시간 10분 전에 일어나 허겁지겁 수업을 들어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쓰면서 몇 번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후회하고, 욕망하고, 한탄한다.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쓰고 있다.

이번 글은 어떻게든 완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내 안에서 매우 독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마치... 시간이 지나면 그 분에 대한 감정도 빛이 바랄테지만, 결코 그 분을 잊지는 못할 것과 마찬가지로.

And
책이 한권 남았쿠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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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홍보 차원에서 더 돌릴 만한 사람 없나. 아니면 여분으로 걍 갖고 있을까...?
And
나:교수님, 저번에 보여드린 제 소설 말인데요. 그 때 교수님은 '서사는 좋은데 문장이 부족하다'고 하셨잖습니까.

교수님:어, 근데 그게 왜?

나:다른 쪽 합평에 제 글을 가져가 보면 한결 같이 하는 소리가, 문장은 됐는데 서사가 약하다는...

교수님:(딱 잘라)그거 거짓말이야.

나:........................;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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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둘 다 잘하자OTL
And


[요컨대 동맹은 명이 다한 거다. 정치가는 권력을 가지고 놀고, 군인은 암릿처에서 보여주었듯이 투기적 모험에 빠졌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아니, 시민들조차 정치를 일부의 정치꾼들에게 맡기고 참가하려 들지 않았다. 전제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군주와 중신의 죄이지만, 민주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모든 시민의 책임이다. 너를 합법적으로 권력의 자리에서 내쫓을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스스로 그 권리와 책임을 포기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에게 우리 자신을 팔아넘겼던 거다.]

- 알렉산드르 뷰코크 우주함대 사령장관-


[그래도 트류니히트 의장은 시민 다수의 의사에 따라 국가 원수로 뽑혔습니다. 그게 착각이었다고 해도, 그 착각을 시정하는 데에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직업 군인이 무력으로 시민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2년 전의 구국 군사회의의 쿠데타나 마찬가지입니다. 군대가 국민을 지도하고 지배하게 됩니다.]

-율리안 민츠-


[그토록 민주주의가 좋단 말인가? 은하연방의 민주 공화 정치는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라는 추악한 기형아를 낳지 않았나. 거기에 경이 사랑해 마지 않는 -그렇게 생각되네만- 자유행성동맹을 팔아 내 손에 건넨 것은 동맹의 국민 다수가 스스로의 의지로 선출한 국가 원수다. 민주공화정치란 민중이 자유 의지로 자기 자신의 제도와 정신을 깎아내리는 정치 체제를 말하는 건가?]

[실례입니다만 각하의 말씀은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불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겨집니다.]

[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전제 정치도 마찬가지 아닌가. 때때로 폭군이 출현한다고 해서 강력한 지도성을 지닌 정치적 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저는 부정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민중을 해칠 수 있는 권리는 민중 자신만이 가지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루돌프 폰 골덴바움과 그보다 훨씬 소인배이지만 욥 트류니히트 등에게 정권을 준 것은 분명 민중 자신의 책임입니다. 다른 사람을 책망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전제 정치의 잘못은 민중들이 정치의 해악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잘못의 크기에 비한다면 훌륭한 왕 백 명의 선정도 작습니다. 더구나 당신처럼 총명한 군주의 출현이 드뭄을 생각하면 공과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의 주장은 대담하고 참신하기도 하지만 극단적이라는 기분도 든다. 나로서는 바로 수긍할 수 없지만, 경은 그것으로 나를 설득하려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 각하의 주장에 반론을 내놓은 데 지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의 정의에 대해 반대 방향에 동량 동질의 정의가 반드시 존재하지 않는 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정의는 절대적이 아니며 한 가지인 것도 아니라는 말인가? 그것이 경의 신념인가?]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우주에는 유일무이한 진리가 존재하고, 그것을 해명하는 연립 방정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에 닿을만큼 저의 팔은 길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나의 팔은 경보다도 더욱 짧다. 나는 진리 따위 필요치 않았다. 내가 원하는 바를 맘대로 할 힘만을 필요로 해왔다. 바꿔 말하자면 싫은 녀석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힘 말이다. 경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나? 싫은 녀석은 없단 말인가?]

[제가 싫어하는 부류는 자기만 안전한 장소에 숨어서 전쟁을 찬미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을 전쟁터로 떠밀고는 후방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내는 무리입니다. 그런 무리와 같은 깃발 아래에 있다는 건 참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의 대화-


[봤느냐. 공무원이란 패거리들은 권력자의 처벌을 두려워할 망정 민주주의의 주인인 시민에게 헌신하는 따위는 하지 않는다.]
- 오스카 폰 로이엔탈 -


[난 언제나 반전파 편이다. 이유는 단 하나. 반전파라는 무리들이 국가 권력을 편든 사례는 역사상 한번도 없거든.]

- 발터 폰 쇤코프 -


[난 기자들을 싫어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자라고 자칭하는 일부 기생충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 정치적 압력을 받을 만한 일은 피하면서 일반 시민의 사생활이나 명예에 상처를 입히거나 더 적극적으로 나서 권력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놈들이 싫을 뿐이다.  난 권력자도 좋아하진 않지만 권력자의 배설물을 먹으면서 자기도 권력을 잡겠다는 속셈을 가진 기생충들은 더 싫어.]

- 양 웬리 -

[정치 권력과 매스컴이 결탁하면 민주주의는 비판과 자정능력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게 된다.]

-3권 본문 중. 프레데리카 그린힐-


[인간의 행위 중에서 무엇이 가장 비열하고 수치스러운 일이겠습니까? 그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 권력에 아첨하는 사람이 안전한 장소에 숨어서 전쟁을 찬미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애국심과 희생 정신을 강요하여 전장으로 내보내는 일입니다. 우주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국과 무익한 전투를 계속하기에 앞서 그런 종류의 악질 기생충을 몰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양 웬리-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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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作

And
작년 겨울 무렵,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진행한 SF&판타지 작법 강좌 1기 수강생들로 이뤄진 창작 모임 <절판서에 바치는 장미>의 1호 회지가 나왔다. 비록 1인당 5권씩 동인지 형식으로 자비 출판한 책이지만, 내가 쓴 글이 처음으로 활자화되어 책으로 찍혀나와 남의 손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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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계약 맺고 나온 책처럼 깔끔하게 잘 나왔다. 서점 소설 코너 한 구석에 슬쩍 떨궈놔도 거의 위화감이 없을 정도. 훼이크 바코드에 ISBN까지! 가격까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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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돌려가며 사인해 주기. 폰카 해상도가 워낙 저질이다 보니 뭐라고 써져 있는 지는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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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내 글. 연습 삼아 내 책에도 사인을 해봤는데 뻘쭘하다=0=

1인당 5권 씩 책이 나왔고.... 일단 내가 소장할 용도로 1권, 성준형한테 주기로 한 1권, 학교에 갖다 둘 1권을 빼면 2권이 남는다. ...달라고 할 사람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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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랑했던 분을 쓰고 있는 글의 여주인공 모델로 삼으려고... 정밀 묘사를 해뒀던 걸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저번에 취한 채 없애 버린 모양이다.

.......어리석은 짓일까.

잘 지내고 계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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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을 닮은 꽃.

마음 한 구석이 쑤셔온다.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

쳇.


ps=주변 사람들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모든 게 잘 된 척, 기쁜 척.

And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걸 척척 짚어 내거나, 보았다 하더라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걸 능숙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스스로의 미숙함을 통감하게 된다. 내 손으로 이렇게 쓰자니 좀 뻘쭘하지만-_- 그래도 학교에서는 교수님들도 내 글을 좋게 봐주시고, 선배들이나 동기들도 대체로 내 글은 잘 쳐주는 편인데. 게다가 국문과보다 훨씬 더 '창작'에 특화되어 있는 문창과인데 난!

매번 거울 합평회를 갔다 올 때마다 오기와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곤 했는데... 이번 합평회에서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문제라고 여긴 부분을 문제시하는 사람들이 몇 없다?

내가 천재적인 안목과 통찰력을 갖고 있어서 그 문제점들이 내게만 보이는 것... ...일 리는 없고=_=;;;;; 뭐랄까... 난 대부분의 다른 거울 필진 분들에 대해, 나보다 레벨이 높다고 여기는 경향이 좀 있다 보니 그걸 말로 하기가 상당히 미묘하다. 내가 알 수 있는 문제라면 다른 사람들도 모를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이 분들은 몇 년 이상 꾸준히 거울에서 자기 공간을 갖고 활동 중이고, 개인적인 친분은 그보다 전부터 이어져 온 경우도 많으니까... 내게는 '문제점'이라고 보이는 것들이 그 분들 선에서는 '이미 예전에 이야기가 나왔고, 그냥 그 사람의 개성으로 결론지어진 것'이 아닐까. 혹은, 이미 서로가 예전에 어떤 글을 써 왔는지 쭉 알고 있고,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 지도 알고 있으며 그걸 중심으로 합평을 하기에 내가 파악한 문제점은 지엽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아예 아무도 말을 않는 게 아닐까.

.............

아놔합평회자리에서까지혼자뚝떨어져있다는느낌을받아야되냐=0=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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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

우리가 생각하는 낮은 곳보다
더 낮고 험한 곳으로도 눈은 내린다
햇살에 저 매서운 빙정이 해체되기까지
눈은 내려서 내린 그대로 있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구두는 눈을 밟는다
헌 구두를 신은 사람은 헌 마음으로
새 구두를 신은 사람은 새 마음으로
겉으론 태연한 척 눈을 밟는다
눈보다 흰 눈을 우리가 밟고 갈 때
발길에 채이는 것은 눈의 순결이 아니라
순결이 아니라 우리들의 살점이다
눈을 밟으며 흰 살점을 도려내는
스스로의 아픔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
그리하여 눈은 잠 속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후에도 돋아나는 비늘들
정말 무서운 것은 강한 햇살에 녹지 않고
구석에서 차갑게 번뜩이는 저 은비늘이다
단 몇마리의 삶을 위하여
수천의 알을 깔기는 물고기처럼
끝끝내 살아남는 몇점의 비늘을 남기려고
이 밤도 흰눈은 무작정 쏟아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낮은 곳보다
더 낮고 험한 곳으로도 눈은 내린다
햇살에 저 매서운 빙정이 해체되기까지
눈은 내려서 내린 그대로 있고 싶어한다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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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 결과 나온 평을 중심으로 수정해야 할 것들 몇 가지.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인 작가가 2차 세계대전 말기의 일본 군인을 다룬다는 면에 있어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봤을 때... 걍 수정 안하고 냅두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작품 처음과 끝 부분에만 몰아넣고, 나머지 부분은 줌을 당겨서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구성할 것

*카이 야마지로는 걍 짤라 버리고, 아내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세키 유키오와 신을 위해 죽는 히나츠 모리시마를 집중 부각

*카미카제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던 무사도 특유의 '죽음에 대한 열의'를 보다 설득력 있게 형상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음
And
23쪽을 펴세요.

다섯 번째 문장을 찾으세요.

이 지시사항들과 함께, 그 문장을 당신의 블로그에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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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하나."

-<안테노라 사이크>, 송성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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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는 '대뜸 누구한테 명령이야= 3='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해서 시도. 마침 모니터 옆에 리뷰 쓰려고 펼쳐놨던 성준형의 <안테노라 사이크> 1권이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성준형 만났을 때 2권 언제 나오는 거냐고 물어 보려다가 놀러 나와서까지 원고 독촉 받기는 싫을 거 같아 관뒀는데 물어볼 걸 그랬나, 흠.

....해놓고 보니 별로 재미가 없다=_=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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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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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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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에피소드, <꿈을 파는 남자>는 좀 무덤덤했다. 진부한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재주가 진짜 재주긴 하지만, 너무 이후의 전개를 읽어내기가 쉽다. 그러나 '꿈'이라는 어휘의 중의적 의미에 착안한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

두번째 에피소드, <히치하이킹>은 제법 좋았다. 작가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서 이런 소리 하는 게 절대 아니고(...)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내야만 하는 상황을 통해 역설적으로 '살았다'는 안도감을 주고, 마지막의 반전으로 그 안도감을 뒤집는 건 이미 스릴러 및 호러 장르에서 표준적인 테크닉이 되었지만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은 채 그 기본을 탄탄하게 쌓은 작품. 차에 탄 3명의 인물들의 과거를 서로 얽어 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정해진 분량 내에 너무 무리하게 압축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긴 하다.

작가의 건필을 기대하며, 개인적으로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And
당신은 당신의 시가 좋으냐고 내게 묻고 있습니다. 전에 다른 사람에게도 물었겠지요. 잡지사에 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와 비교도 했을 겁니다. 어떤 편집자가 당신의 작품을 되돌려 주면 불안감을 느꼈겠지요.
 
충고를 해도 좋다고 했으므로 감히 말하는데, 제발 그런 일은 이제 그만두도록 하십시오. 당신은 자신의 밖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누구도 충고를 해주거나 당신을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가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에게 쓰라고 명령하는 그 근거를 캐 보십시오.

그리고 그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뿌리가 뻗어나오고 있다면, 만일 쓰는 일을 그만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어 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조용한 밤에 나는 정말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인가를 확인해 보십시오. 그리고는 마음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대답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십시오. 만일 그 대답이 쓰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있거든,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이 필연성에 의해서 만들어 가십시오. 당신 생활의 하찮은 순간까지도 그 절박한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가까이하십시오. 그런 다음,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게 될 것을 모방하지 말고 말로 표현하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 당신은 자기 자신의 고독 속으로 파고든 뒤에 시인이 되겠다는 것을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기 내면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겁니다. 당신의 생활이 어떻게 되든 거기서부터 독자적인 길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담출판사. 이동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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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위해 쓰여진 글이지만, 소설을 공부하는 내 입장에서도 시사점이 많은 글이다.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게 있는 재주는 글 쓰는 재주 뿐이라고. 글 쓰는 걸 포기하면, 내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 가지 떨치기 힘든 의문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동인이, 고작해야 '이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공포'일 뿐인 걸까. 난 그게 의문스럽다.

의문을 갖는다는 건 진보를 향한- '강함'을 향한 첫 걸음이다. 나쁘지 않다.
 
And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장석남 作

And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어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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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안한 채 약 먹고 한참을 잤다. 일어나 보니 머리가 멍하고 몸에 힘이 없다. 해야할 게 많은데... 힘들다.

누군가에게 전화나 한 통 할까 하다가 관둬 버렸다. 지금쯤이면 다들 일하고 있거나 수업듣고 있을 시간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은 맑은데, 순간 까닭도 없이 먹먹하도록 외롭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