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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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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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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인간을 人間이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건은, 수많은 다른 人間 속에서 기쁨과 슬픔, 애정과 분노, 희망과 절망을 두루 겪어가면서,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결코 피할 수 없을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그에 더럽혀짐 없이 보다 더 진보해 가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테드 창은, 그의 단편 <이해>에서 그렇게 적었다. "...나는 유교의 인(仁) 개념을 머리에 떠올린다. 박애(Benevolence)라는 불충분한 표현으로는 충분히 그 뜻을 전달할 수 없는 이 개념은 인간성의 정수를 이루는 특질이며, 오로지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서만 함양되고, 고립된 개인이 실현할 수는 없는 종류의 것이다..."

한 때, 나는 모든 이들에게 냉담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내면 뿐이었다. 시간이 지났고, 나는 그 때의 자신을 후회하게 되었다. 나는 비로소 인간의 요건을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타인을 이해하고 연민할 수 있다면 눈먼 고슴도치 꼴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도 구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실패했다.

지금보다 훨씬 전부터, 나는 결국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슬픔이나 절망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사실 그러하다, 모든 게 '원래대로' 되었을 뿐이다- 처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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