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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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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시가 좋으냐고 내게 묻고 있습니다. 전에 다른 사람에게도 물었겠지요. 잡지사에 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와 비교도 했을 겁니다. 어떤 편집자가 당신의 작품을 되돌려 주면 불안감을 느꼈겠지요.
 
충고를 해도 좋다고 했으므로 감히 말하는데, 제발 그런 일은 이제 그만두도록 하십시오. 당신은 자신의 밖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누구도 충고를 해주거나 당신을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가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에게 쓰라고 명령하는 그 근거를 캐 보십시오.

그리고 그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뿌리가 뻗어나오고 있다면, 만일 쓰는 일을 그만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어 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조용한 밤에 나는 정말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인가를 확인해 보십시오. 그리고는 마음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대답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십시오. 만일 그 대답이 쓰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있거든,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이 필연성에 의해서 만들어 가십시오. 당신 생활의 하찮은 순간까지도 그 절박한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가까이하십시오. 그런 다음,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게 될 것을 모방하지 말고 말로 표현하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 당신은 자기 자신의 고독 속으로 파고든 뒤에 시인이 되겠다는 것을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기 내면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겁니다. 당신의 생활이 어떻게 되든 거기서부터 독자적인 길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담출판사. 이동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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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위해 쓰여진 글이지만, 소설을 공부하는 내 입장에서도 시사점이 많은 글이다.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게 있는 재주는 글 쓰는 재주 뿐이라고. 글 쓰는 걸 포기하면, 내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 가지 떨치기 힘든 의문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동인이, 고작해야 '이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공포'일 뿐인 걸까. 난 그게 의문스럽다.

의문을 갖는다는 건 진보를 향한- '강함'을 향한 첫 걸음이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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