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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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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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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친구', 혹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그러했던 적이 있다.

고민하다가 결국 그 친구의 남편이 될 분에게 메일을 써 보냈다. 아무래도 바보 같다 싶기도 한데, 어차피 그럴 만한 상대도 얼마 안 남았으니 괜찮겠지. 그래도 날이 밝아오면 조금 후회될 것 같아서, 아침에 확인해 보고 수신 안 됐으면 그냥 발송취소해버릴 생각이다. 2시가 넘은 시간이니 수신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ㅋ

...냉정하게 생각하자. 그 친구도, 남편될 분도 딱히 내가 다른 의도를 품었다고 여기시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될 분도 성격이 좋은 편이고, 앞으로도 셋이서 자주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자고 말씀하실 가능성이 높다. 친구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쁠 때가 있긴 하다. 그 둘도 역시 날 친구라고는 생각하겠지만.... 부부는 단 둘만이서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고, 제삼자의 호의는 단지 거북할 뿐일 수도 있다. 둘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뭘 하든지 간에... 맺고 끊는 건 확실한 게 유익하다. 앞으론 연락할 일도 없겠지.


애초부터 친구가 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남은 남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겉으로는 웃음과 농담으로 대하며 마음을 닫아뒀더라면 더 나았을까. 지금 내가 학교에서 후배 애들한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오늘 밤은 잠이 안 올 듯하다.

....소설이나 쓸까. 캔커피나 하나 사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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