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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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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하나 있다. 원래는 경장편 하나를 붙잡고 있다가 막혀서 기분 전환 겸 가볍게 쓰기 시작한 건데... 문제는 그러한 취지와는 달리 계속 구상이 붙으며 이야기가 무거워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쓴 내용은 초기 취지에 맞춰서 동화적인 서술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거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초기 구상은 분명 '청소년 내지 성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해요'체로 대표되는 동화적인 문장 간에 갭을 조성하여 독자로 하여금 거리감을 갖게끔 강요한다'는... 희곡으로 치자면 꽤나 브레히트적인 실험적 소설이었는데, 그 결과물이 썩 성공적인 것 같지가 않다. '이야기' 자체는 꽤 단순 명료한 편이긴 한데...

 

일단 시작했고, 절반 이상 왔으니 어떻게든 얼른 마무리 짓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영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러프하게나마 일단 생각나는 건...

 

1)작품 내적인 공포 묘사를 포기한다. 애초에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에 독자가 이입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가 처한 작중 상황과 독자가 속해 있는 지금의 현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언가'를 강조해서 '공포'의 층위를 넓히는 것이다

 

2)동화적 문장의 사용 여부를 재고해 볼 것. 거리감을 강요한다는 점에 있어선 나쁘지 않은데, 표현 방식에 있어 제약이 너무 많다

 

3)전통적인 공포물은 '읽는 동안에는 오싹하되, 다 읽고 나면 작품 속의 괴물이나 유령 따위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읽는 동안에는 별로 무섭지 않되, 공포의 층위가 확장됨으로써 다 읽고 나면 두려움을 일으킨다.' 이 목적 자체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러한 실험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만큼 작가로서의 스킬이 단련되어 있는가?

 

밤을 꼬박 샜더니 머리가 멍하다. 아 시밤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해 볼까...... 동결 처리 해버리기엔 영 찜찜한데. 내 스킬이 부족하다 해도 그건 쓰다보면 향상이 되는 거기도 하고...

 

영화나 하나 때릴까.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