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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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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와 인간, 그리고 그들이 먹고 마실 식량과 음료를 창조한 후, 신들은 누가 세상을 비출 새로운 태양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테오티우아칸의 어둠 속에서 모임을 가졌다. 아직 만물이 어둠 속에 있고, 태양과 새벽이 열리지 않았을 때 신들은 테오티우아칸에 함께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이리로 오시오, 신들이여! 누가 이 짐을 떠맡겠소? 누가 새벽을 가져올 태양이 되고자 하오?”

  이때 테쿠시스테카틀이라고 불리는 오만한 신이 재빨리 자원을 했지만 다른 여러 신들은 겸손하고 병약한 신 나나우아친(생명의 바위를 쪼개고 옥수수를 가져온 신)을 추천한다. 나나우아친은 이 제안을 다른 신들에 대한 의무와 빚으로 생각하고 전사와 같은 냉철함으로 기꺼이 수락한다. 화장용 장작이 준비되는 동안, 테쿠시스테카틀과 나나우아친이 단식과 속죄를 할 두 개의 언덕이 만들어지는데, 이것들은 태양과 달의 피라밋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테쿠시스테카틀이 단식과 기도를 하면서 바친 봉납물은 대단히 훌륭하고 진귀한 것들이었다. 그는 전나무 가지 대신 케찰새의 깃털을, 풀다발 대신 황금 덩어리를 내어 놓았다. 또한 테쿠시스테카틀은 자신의 피가 묻은 용설란 가지 대신 붉은 산호가 달린 옥송곳을 바쳤다. 그가 피운 향 역시 아주 희귀하고 최고로 질 좋은 것들이었다. 반면 나나우아친의 것들은 형편없이 초라한 것들이었다. 전나무 가지 대신 그는 갈대뭉치를 사용했고, 자신의 피가 묻은 진짜 용설란 가시를 바쳤다. 그가 태운 향 역시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부스럼 딱지였다.

참회의 기도가 끝난 나흘째 자정에 신들은 둘에게 옷을 입도록 하는데, 테쿠시스테카틀은 화려한 옷감으로 치장한 반며 나나우아친은 종이류로 만들어진 간단한 제대포만을 걸쳤다. 그리고 신들은 나흘 동안 타올라 이제는 아주 뜨겁게 달구어진 화장용 장작더미 주위를 둘러싼다. 불꽃의 양편에 늘어선 신들은 먼저 테쿠시스테카틀이 화염 속으로 뛰어들 것을 요구한다. 테쿠시스테카틀은 장작더미를 향해 다가서지만 뜨거운 열과 이글거리는 불꽃에 겁을 먹고 머뭇거린다. 그는 다시 한번 시도하지만 이번에도 멈춰 섰다. 테쿠시스테카틀은 모두 네 번이나 불로 뛰어들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마침내 신들은 나나우이친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하고 그는 즉시 불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나나우아친은 결의를 다지고 눈을 굳게 감았다. 그는 어떤 공포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물러서지 않은 채 불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결국 그의 몸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나나우아친의 영웅적 죽음을 본 테쿠시스테카틀은 곧바로 불속에 몸을 던지고, 뒤이어 독수리와 재규어가 뛰어든다. 독수리의 깃털은 검게 그을리고, 재규어의 가죽은 검은 점으로 얼룩진다. 테오티우아칸에서 보여준 용기 덕에 독수리와 재규어는 아즈텍 전사들에게 있어 그들이 지향해야 할 위대한 두 표상이 되었다. 둘의 죽음 후 다른 신들은 그들이 어디서 다시 나타나는지 보기 위해 기다린다. 점차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자 신들은 목을 길게 빼고 용감한 나나우아친이 처음 나타나는 곳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몇몇 신들은 동쪽을 가리키며 나나우아친이 그쪽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옳았다. 그들은 나나우아친의 출현을 본 최초의 목격자가 되었다. 사방으로 빛을 발하는 무서운 태양신 토나티우로 부활한 나나우아친은 이제 더 이상 병약하고 겸손한 신이 아니었다. 그리고는 태양이 떠올랐고, 그가 앞으로 나섰을 때는 붉게 보였다. 그는 좌우로 흔들렸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의 빛은 사람들을 눈멀게 했다.

잠시 후 테쿠시스테카틀도 동쪽에서 나타났는데, 그 역시 토나티우만큼 밝은 빛을 내뿜었다. 그 둘은 너무도 비슷해서 신들은 세상이 지나치게 밝아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러던 중 신들 가운데 하나가 테쿠시스테카틀의 얼굴을 향해 토끼를 집어던지고 이때의 상처로 달의 표면은 태양보다 희믜하게 된다. 보름달이 떠 있는 동안은 달의 정면에 앉아 있는 토끼를 볼 수 있다.

 비록 태양과 달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토나티우는 자신의 행로를 따르는 것에 대한 댓가로 다른 신들의 충성과 피를 요구한다. 이러한 오만함에 격분한 샛별과 새벽의 신 틀랄우이스칼판테쿠틀리는 태양을 향해 단창을 던진다. 그러나 단창은 목표를 밋나가고 태양은 다시 새벽의 신을 향해 빛의 단창을 쏘아 그의 머리를 꿰뚫는다. 이 순간 새벽의 신은 돌과 추위의 신 이차틀라콜리우키로 변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새벽녘은 언제나 춥게 된다. 신들은 마침내 자신들을 희생시켜 태양을 움직이게 하는데 동의하고, 케찰코아틀이 제례용 칼로 각 신들의 심장을 차례로 도려낸다. 죽은 신들의 망토와 아름다운 장식품들은 신성한 꾸러미 속에 싸이고, 그러한 형태로 그들은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다. 테오티우아칸에서의 신들에 대한 학살에서 다섯 번째 세계 나누이 올린이 창조된 것이다. 그 후 인간들은 신들이 자신들을 희생해야 했듯이 태양이 계속 정해진 행로를 따르게 하기 위해 심장과 피를 바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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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시작한(정확히는 아직 구상 중인) 새 단편 컨셉을 아즈텍 신화에서 따온 건 내가 생각해도 신의 한 수인 듯. 저 이야기에는 선악의 역전, 그리고 공포와 희생이 있다. 아즈텍 문명을 사악하다고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은유로써 저 이야기는 매우 훌륭한 원천이다. 아즈텍의 공식적인 '건국 신화'는 이와는 또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고, 이 둘의 교차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만한 건덕지가 많다. ....나만 재미있어선 곤란하긴 한데. 

기독교의 경우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인류는 구원받았다, 그러니 인간은 그의 뜻을 기려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비해 아즈텍 신화는 '신들이 우주의 운행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그러니 인간도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라는 것도 흥미롭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인류를 위한 희생 자체가 기독교에서는 신의 아들에게 허용된 일종의 특권이지만(인간으로서의 예수는 자신의 운명 앞에 한 없이 슬퍼하고 두려워했다고 하지만), 아즈텍 신화에서는 모든 이에게 부과된 성스러운 의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만, 아즈텍 신화에서 나타나는 희생은 우주의 법칙을 위한 것이라는 것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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