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1. 2024.12.07
    2024. 12. 07 윤석열 탄핵집회
  2. 2024.12.07
    일주일 전만 해도

집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좀 이른 시간에 나갔는데도 지하철이 빽빽하길래 '아무리 토요일이어도 붐빌 시간대가 아닌데' '이 사람들이 전부 집회 나가는 건 아닐 거 아냐'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전. 전부 집회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국회의사당역 무정차 한다길래 여의나루역에서 내렸는데 나 포함해서 한꺼번에 다들 우르르 내리더라.

 

역사 내에서부터 벌써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은 찡그리며 시끄럽다고 불평했지만 뭐... 사안이 사안이니 좀 참으쇼.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고 불편해야 정상이니.

 

역에 내리자마자 보인 손팻말. 옆에 지나가던 여자분이 통화하며 "엄마 오늘 생신인 건 아는데 탄핵이 더 급해"라고 하시는 걸 곁귀로 듣고 웃음 꾹 참았다.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민중의 소리 기사를 보니 다른 곳에 모인 인원까지 합치면 100만 넘긴 듯.

분위기도 평화롭겠다... 나름 준비를 했는데도 어두워지자 너무 추워서 좀 일찍 들어오기로 했다, 다음엔 더 두꺼운 거 입고 나가야지(....) 

 

현장에서 줏은 한겨레 특별호에 실린 기사. "남한에 특이 동향을 만들어놓고 북한의 특이 동향이 없다는 군 입장문이 특이했다" 이거 기자 딴에는 나름 노린 드립인 거 같은데 웃어버렸다. 좀 분하다...

And

'소설 안 써져' '통장에 잔고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인간관계 싫어' '돈이 너무 없는데 급한대로 알바라도 할까' '그래도 사람 상대하는 일은 싫은데' '사실 제일 좋은 건 빨리 죽는 거긴 한데' 등의 생각만을 끝없이 머릿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지난 3일 밤 룬썩10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특히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총 앞에 나서는 걸 본 이후로는 머릿속이 맑다. 

 

국혐은 보수정당이 아니라 사람 취급하지 말아야 할 쓰레기들답게 룬썩10 방탄을 선언했다. 파악된 대로라면 계엄이 진행됐을 경우 국혐 내에서도 반윤 성향 의원들은 다 같이 좆됐을 텐데 뭐... 곧 죽어도 자신들의 권력은 놓지 못하는 그 짝 패거리답다ㅋ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서는 계속 2차 계엄 가능성이 언급되는 중이고 민주당은 이걸 단순한 계엄이 아니라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고 저지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으며 다른 야당들도 각자 항전 태세를 갖췄다. 며칠 전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은 집회 인파로 가득하다. 박근혜 탄핵시위 이후 오랜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룬썩10 본인은 감옥에서 죽어야 하며, 이번 사태의 유력한 발단인 명태균, 계엄 사령관 박안수, 국방부 장관 김용현, 기타 등등도 마찬가지고, 그 김에 국혐과 그 언저리 종자들도 전부 반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족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돌이킬 수 없이 뒤틀릴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부 족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난 이번에도 역시, 무수히 익명화된 개개인들의 악의 없는 비겁함과 무책임함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낳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21세기 초, 전세계가 그렇고 그것은 이미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산다는 것이 그에 굴복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난 오늘 국회의사당으로 간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