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아마 15년 뒤에도 한국의 진보가 대권을 잡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명맥을 잇는 것, 그리고 15년 쯤 뒤에는 지금까지 내내 강요당해 온 '빨갱이' 이미지에서 해방되어 작지만 나름의 독자적 기반을 가진 정치세력이 되는 것 정도가 현재로선 한국의 진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낙관적인 미래일 것이다.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진보가 이길 수 없다는 게 기정사실이라면 최소한 '올바르게 패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바르게, 용기를 가지고 패배하기 위해 사표가 될 것을 감수하고 진보 후보에 소신투표를 하리라고 결정했었고, 그로써 진보 세력이 한국의 정치 구도 내에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을, 비록 미약할망정 한 없이 분명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다른 누구에게보다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흔들리기 시작하고, 나약해지고, 무력해지고 있던 나 자신에게.
그리고, 그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입맛이 쓰긴 한데.... 애초부터, 나 자신을 위해서 완주해주길 바란 것이었으니까 내가 그 후보를 비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우울하다.
....마음 추스리고, 앞 일을 생각하자. 씁... 그 후보 정당에 후원금 내고 자원봉사 신청할 생각이었는데, 이제 뭘 하지....
PS=마지막 선택지로 남은 후보가, 그 후보와 조만간 만날 모양이다. 그 후보의 정책 제안을 '성의 있게 적극검토'한다는 말이 입발린 말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_- 뭐, 그렇다고 해서 투표 포기하면 막다른 길이니.
PS2=오늘 밤은 유달리 춥다. 몇 년 전 다친 무릎이 쑤신다. 뜨끈한 정종이라도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 왜 오늘은 주말 저녁이 아닌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