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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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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저것...
She should have died hereafter.
There would have been a time for such a word.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그녀는 (지금이 아니라)나중에 죽어야 했어.
그런 단어를 위한 시간이 있을텐데.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
작은 발걸음으로 매일 조금씩 기어와서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지나간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비춰주러 왔구나
먼지로 가득찬 죽음으로 가는 길을.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삶이란 단지 초라한 배우의 걸어다니는 그림자일뿐,
그의 시간동안 무대 위에서 뽐내고 안달하는.
그리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이야기이다.
음향과 분노로 가득찬 바보가 이야기하는,
그리고 아무 의미도 없다.

--셰익스피어 作

------------------------------------------------------------

난, 음향과 분노로 가득찬 바보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부디, 모쪼록 행복하시기를. 사랑했던 이여.
And

- 벗이여 나는 이즈음 자꾸만 하나의 운명이란 것을 생각고 있다. 
 

자고 새면

이변을 꿈꾸면서
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랐다


행복되려는 마음이

나를 여러 차례
죽음에서 구해 준 은혜를
잊지 않지만
행복도 즐거움도
무사한 그날 그날 가운데
찾아지지 아니할 때
나의 생활은
꽃 진 장미넝클이었다


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리가 너무 어리고
마른 가리를 사랑키엔
더구나 마음이 애띠어


그만 인젠

살려고 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 비워 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임화 作

And
사랑했던 사람의 생일이다. 잘 보내셨으려나.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그 분은 이제 곧 결혼하실테고, 그 분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그 분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 내가 내 감정을 좀 더 빨리 깨달아서 먼저 고백했고, 그걸 그 분이 받아 들이셨다 해도...... 그 후의 과정이 마냥 좋기만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난 어린 시절부터 여러 일들을 겪어왔고, 너무 많이 뒤틀려 버렸다. 그리고 이제 나는 변화하기엔 너무 늦어 버린 나이가 되었다. 이래저래 다른 문제들도 있고.


내가 자꾸 눈에 띄면 불편하시겠지. 앞으로 그 분과 마주칠 일은 가능한 피하겠다고... 난 명예를 걸고 맹세했다. 난 그 맹세를 깰 수 없다. 난 그렇게 고결하거나 선량한 인간은 되지 못하며, 온건하고 모난 데 없는 인간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는 지킬 수 있는 것- 추구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다. 나로 하여금 비관이나 우울,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것,

내 '명예'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
내일은 그 쪽에서 송년 모임이 있다. 먼 발치에서라도 좋으니...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한 번 볼까 하다가 관두기로 했고, 잘 판단한 듯 하다. 내일은 조용히 혼자서 한 잔 하고... 결혼식날이 되면 축의금이나 좀 보낼까.

난, 내 사랑이 집착과 질투로 타락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하시길. 

부디.

.......창문을 닫아도 스며드는 달빛, 마음을 닫아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인가, 달빛이 사랑인가. 텅 빈 내 가슴 속에 사랑만 가득히 쌓였구나. 사랑 사랑 사랑이러니,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보일 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 듯 하다 놓쳤으니, 나 혼자만이 고민하는 게 그것이 사랑의 근본인가.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네,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한 송이 떨어진 꽃을 낙화 진다고 서러워 마라. 한번 피었다 지는 줄을 나도 번연히 알건마는, 모진 손으로 꺾어다가 시들기 전에 내버리니 버린 것도 쓰라리거든 무심코 밟고 가니 긴들 아니 슬플손가. 숙명적인 운명이라면 너무도 아파서 못 살겠네.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네,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And
대학 생활 마지막 종강 파티가 있었다. 교수님께 인사드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섞여 소맥 약간 마시고 안주 좀 집어 먹다가 1차만 끝내고 조용히 돌아와서는 일찍 잠들었다. 시험 공부 좀 하다 자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좀 많이 마셨던 모양이다.

입학하고서 햇수로 10년이 지났다.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도 있고, 안 좋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그 기억들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는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골목을 걷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 건물에 들어서는 것도 곧 끝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무언가 시원섭섭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약간 허무하구나.


오늘 강의 하나가 전부 끝났다. 약간씩 내리는 눈을 맞으며 소주 몇 병 사들고 들어왔다.
And
부모님도 두 분 다 계시고, 완전 속내를 터놓고 지내는 소울 메이트 급은 아닐지라도 자주 일상을 공유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도 있고, 연인까지 있는- 즉 내 기준에서 보자면 최소한 인간적인 네트워크에 있어서는 가질 거 다 가진 사람들이 간간이 좌절 한 두 번 정도 겪었다고 해서 마치 인간사에 통달한 것 마냥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다' 같은 소리를 하는 걸 볼 때마다, 그리고 술자리 등에서 그것이 대단히 심오한 인생의 지혜인양 목에 힘주고 주변에 설파하는 걸 볼 때마다 아니꼽다.

......

불행을 자랑처럼 떠들어대며 알량한 우월감을 누리는 찌질한 짓거리는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개인의 불행이 그 개인에게 있어 얼마나 큰 무게를 갖고 있는 것이었는지는 객관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남들이 내가 받아야 했던 고통, 내가 견뎌야 했던 절망들을 이해해 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약간 배알이 뒤틀리긴 한다, 쯧.

+

나한테 필요한 건 인간의 신뢰 같은 게 아니라 실력 있는 정신과 의사일지도 모르겠다. ㅅㅂ 진료비는 뭐 하늘에서 떨어지나...
And
방문자 리스트에 익숙한 블로그 이름이 보이길래 무심코 클릭했다가 아차 싶었다. 예전에 알았던, 그리고 친구라고 일방적으로 착각했던 사람이었다.

...잘 지내는 모양이다. 뭐, 이제 와선 아무래도 상관 없는 노릇이긴 한데. 쯧.

내가 상대방을 친구로 여기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 주고 싶었다는 감정은 진실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면 별 의미 없는 거다. 진심과 선의는 중요한 거지만, 한 없이 무력할 때가 있다.

난 내가 받아야했던 상처를 기억한다. 나 역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의지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나도 다르게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깨졌던 그 날을 기억한다. 그 사람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딱히 복수심 같은 것도 들지 않는다. 이젠 시간도 제법 지났고, 그 사람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아무래도 불편하고 부담스러웠겠지.


하지만 도저히 용서하지는 못할 듯 하다.

그 사람이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한 때나마 친구라고 여겼고, 그 덕택에 위안을 받은 적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러나 그 날 내가 느껴야 했던 절망은, 그리고 내가 명예를 걸고 한 맹세는 그렇게 하찮지 않다. 

....
아 제기랄, 한 잔 할까... 아니다, 오늘 플레이 있지... 쯧. 담배로 참자.

+

결국 잠들지 못한 채 밤을 꼬박 새우면서 담배 한 갑을 거의 다 피워 없앴다. 이런 썅...
And
요즘 소설 수업 듣는 게 있는데, 오늘 진도 부분이 일제 시대 이후 한국의 양대 빨치산 문학인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이병주의 <지리산>이었다. 수업 중 교수님 왈, "당시 빨치산들이 크게 세 갈래였어요. 북조선 노동당 산하, 남조선 노동당 산하, 그리고 좌익 계열 항일 무장 유격대..."

그때, 같이 수업 듣는 나이가 60이 넘은 만학도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다. "그거 다 무장공비들입니다."

교수님은 난처한 기색으로 빨치산이 무장공비의 상위 개념이라는 걸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 분은 "내가 베트남에도 갔다 왔어요, 걔들이 전부 다.... 블라블라....."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점잖은 분이고 해서, 빨갱이 소리는 안 나왔다 우와(....)

아마도 그 분이 젊은 시절 온 몸으로 겪어왔던 경험들은, 내가 후대에 지식의 차원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절실한 것일 것이다. 경험은 인간을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그 안에 가둬버린다.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 수많은 갈등과 대립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현자다. 그리고 이 세상에 현자가 그렇게 넘쳐날 리가 만무하다. 

어리거나 젊은 시절이었을수록, 그리고 그 경험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것일수록 그것은 그의 내면에 새겨져 영혼의 형상을 이룬다. 아마도 그 어르신의 영혼의 형상 역시 내가 '지식'을 통해서 옳다 틀렸다 하기에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굳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결코 현자 따위는 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좌파로서의 정체(政體)를 택한 것은 중 고등학교 시절 이후였고, 보다 근본적으로 '결코 부당한 권위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들 때문이다.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영혼의 형상이다.


"1인의 좌빨이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길이 적당하오)
And




불합리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고, 누구에게도 득될 게 없다.

.....
가끔은 그럴 수도 있지 뭐. 몇 년 지나고 또 누군가에게 반할 일이 생기면 그 때는 지금보다야 잘 해낼 수 있겠지.

+

결국은, 예상했던 대로 되었다. 나쁜 결과가 예상된다면 가능한 그 결과를 피하고 좀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게 낫다. 이토록 가슴아픈 것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나의 존재증명이다.

이 고통이 나의 실존이다.



난, 용기를 가지고서 패배했다.


...반한 상대에게 불편을 끼쳐 가면서까지 그렇게 해야 했을까... 싶기도 한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난 해야만 할 일을 했고, 그 분 역시 해야만 할 일을 하셨다. 그렇지, 내가 반한 상대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핫하.

변명할 마음은 없다. 날 싫어하게 되셔도 어쩔 수 없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행복하시기를. 부디.
And
올해 5월 자료. 출처는 진보넷. 뭐 공개 자료니까 올려도 되... 려나?

목차-

1. 미국식 자유무역협정 모델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2. 자유무역이 세계를 빈곤과 불평등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과연 사실인가요?
3.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왜 한미 FTA를 추진했을까요?
4. 미국 오마바 정부는 왜 한미 FTA를 다시 추진할까요?

5. FTA를 통한 무역 및 금융의 자유화가 한국경제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6. 한미 FTA는 주권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나요?
7. 한미 FTA 노동 조항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한미 노동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나요?
8. 한미 FTA는 한국의 보건의료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9. 한EU FTA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10.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맞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발간사-
우리는왜한미FTA를반대하는가?

한미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 국회 비준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2006년 이래 뜨겁게 타올랐던 한미 FTA 반대 물결은 한동안 소강 상태입니다. 이대로라면 한미 FTA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정부는 이미 44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FTA 대상국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을 ‘FTA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정부와 자유무역론자들은 FTA가 수출 증대, 투자 확대, 통상제도 선진화를 통해 한국 경제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양국 간 협상에서 이익균형만 잘 맞추면 FTA는 쌍방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논리를 폅니다. 농업 등 일부 부문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므로 대책만 잘 마련하면 된다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FTA의 핵심적 문제점을 감춥니다. FTA는 단순히 국가 간 통상전략이나 부문간 이해득실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시작해서 한미 FTA로 완성된 미국식 FTA는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의 자유화와 서비스·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을 포괄합니다(질문1). 이에 따라 자본에게는 국경을 오가며 막대한 이윤을 누릴 자유가 보장되지만, 노동자에게는 구조조정과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굴레가 강요됩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자본도피와 국부유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점에서 자유무역이 세계를 빈곤과 불평등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또한 FTA가 체결되면 수출경쟁력을 갖춘 재벌에게는 큰 이익이 되지만 경제 전체적인 성장과 고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질문2, 질문3). 따라서 FTA가 1997년 이후 장기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아무런 현실적 근거가 없습니다(질문5).
한미 FTA는 비단 경제적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 FTA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특히 금융위기와 천안함 사태 이후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지배권을 한층 강화하려는 전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질문4). 또 한미 FTA에 포함된 각종 투자 자유화 조치들은 우리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독소조항들을 다수 내포하고 있습니다(질문6). 이와 관련하여 특히 보건의료 서비스 부문에서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권이 대폭 강화되고 의료민영화를 촉진하는 조치들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질문8).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된 한EU FTA도 한미 FTA 못지 않은 파괴적 효과를 낳을 것입니다(질문9).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당면한 한미 FTA를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을 저지해야 합니다. 동시에 FTA에 대한 민중적·국제적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개별 FTA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질문10, 질문7).
이 소책자는 이상 10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한미 FTA의 문제점을 비판합니다.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각각의 질문 당 4-5쪽 분량으로 짧게 쓰려고 노력했고 사이사이 사진도 넣었습니다. 아무쪼록 이 소책자가 한미 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운동의 물결을 다시 일으키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1년 5월 31일
사회진보연대


And
제목은 거창하지만 별 영양가 없는 글. 난 관심 좀 있고 책 좀 읽어봤을 뿐 정세분석까지나 할 재주는 없다.

어제의 서울시장 선거 당시, 모 게시판에서 약간 다툼이 벌어졌다. 발단은 한 회원의 '둘 다 그래봤자 보수고, 불공정 FTA와 의료민영화를 찬성하는 신자유주의자고, 비정규직 문제나 인권 문제에는 관심도 없다. 좀 더 나은 상대를 밀어준다고 진보가 그 동안 얼마나 희생해야 했느냐, 1+2의 답은 3인데도 답안지에는 1과 4 뿐이다. 나는 이번 투표를 거부한다'라는 논지의 글이었다. 일단 그 분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일단 나경원은 보수가 아니다. 이명박이 보수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게다가 이미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성은 '승리'라는 단순한 가치를 위해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간 진보가 그 놈의 '비판적 지지' 때문에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그저 쩌리 취급 당하며 민주당에 묻어 간다는 인식만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최악만을 피하며 근근히 연명해갈 뿐 큰 틀에서 보자면 신자유주의적 국제 금융질서와 주체로서의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그저 가진 자들이 관대한 마음으로 자비를 베풀어 주기만을 빌어야 하는 알량한 복지제도로 대표되는 구체제의 프레임에 점차 갇혀가고 있다는 지적도 온당하다. 박원순의 도덕성은 협소한 영역에서 머물 뿐,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는 오히려 덮어버리고 개인적 도덕성으로 그를 정당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도 타당성이 있다. 좀 더 나가자면 정당 중심 대의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으로도 이어질 수 있긴 한데... 흥미로운 사안이지만 이것까지는 너무 나간 이야기이니 논외.

원론적인 이야기를 약간 하자면, 진보와 보수는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보수가 아니며, 그저 야욕에 눈먼 광인 집단이다. 한나라당에도 상대적으로 도덕적이고 청렴한 인사는 있다. 하지만 정치의 본질은 피아의 구분이며, 아만이 아니라 피에 대해서도 인정받고-그게 마지못한 인정이라 해도- 조직 내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거다. 조직과 체계는 개인보다 강하다. 이 지점에서 인물론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한나라당에서 특히 두드러질 뿐 정당 정치 하에서는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모든 인류가 광범위한 교감 능력과 의사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신시대를 열 수 있는 뉴타입으로 각성하기라도 하지 않는 한 그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대의제는 인간이 인간인 이상 필요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명백한 보수였다. 현재 한미 FTA 초안은 그의 정권 하에서 기틀이 잡혔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입을 전경들을 통해 틀어막았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었고, 독선과 아집의 덫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가 대통령이던 시기에는 진보 역시도 그나마 숨통을 트고서 그러한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비판만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냐고? 하지만 비판 자체를 불허하는 것과 그것은 최악과 차악의 차이 정도가 아니다. 양자는 완전히 다르다. 그것이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펼친 정책 상당 부분을 비판하면서도 그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민주주의는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이 글 앞에 언급한 그 분이 망각하고 있는 점이, 국민의 비판과 견제를 통해 차악을 그나마 차선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초인은 없다. 누구나 모순과 불안정성을 갖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느리고 혼란스러울망정 국민들이 권력자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으며, 그들 자신의 내부에도 존재할 그 수많은 모순과 불안정성을 서툴고 조잡하게나마 조정해 갈 수 있다는 것- 스스로 자신들의 진보를 이뤄낼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유일한 체제라는 점이다. 그러한 갈등과 대립들, 단결과 연대들이 오랜 시간을 걸쳐 쌓여가며 처음에는 없었던 수많은 변수들을 낳고, 그러한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며 인간사를 보다 더 낫게 만든다.

김규항을 비롯한, 몇몇 자칭 진보들은 백마 타고 올 초인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 스스로가 힘겨운 현실 속에서 고민하고 성찰하고 투쟁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진보에게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할 수 있는 초인에 대한 기다림이 아니라, 부단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차악을 차선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늘려가는 것이다. 김정일 추종하는 종북 세력들을 막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다-그리고 찍어놨으니 알아서 잘 하리라 믿고 나는 내 일 하러 가겠다-는 논리와 이것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한나라당이 광인 집단이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진보 역시도 보다 나은 한국, 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스탠스일 뿐이다. 그 자체가 절대적인 가치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보다 나은 한국, 좀 더 좋은 미래'가 빠르게 이뤄질 리도 만무하거니와, 그것이 반드시 진보의 주도 하에 도래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오늘 첫 출근을 해서, 제일 먼저 결재한 사안이 초등학교 무상급식이었다. 좋은 시작이다. 시청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말도 했고, 용산참사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에게 환상을 품고 싶지는 않다. 정치판에서 개인의 도덕성에는 너무나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최소한의 소통 여지는 있는-이명박이 말하는 것 같은 소통을 빙자한 광고가 아닌- 사람이라는 건 믿어볼 수 있을 듯 하다. 비록 서울 시민이 아니라서 그에게 표를 주지는 못했지만,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었고 오늘은 맥주와 꼬깔콘 먹으며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 그리고 김문수 보고 있나?  

PS=오늘자 한겨레 1면. 시민들의 투표 인증샷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And
전에 쓴 단편 <안개 끼는 언덕>을 고쳐서 이번 대산 문학상에 내볼 생각인데...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평을 듣고 고쳐보고 싶은 참이다. 동호회 쪽 합평은 이미 날짜가 지났고, 타이밍에 맞추려면 거울 쪽 합평에 내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문제는, 그쪽에는 최근 반했던 그 분이 계시다는 거다.

그 분은 곧 결혼하실 모양이고.... 나는 마음을 접어야 한다. 하지만 자주 보면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 분도 어느 정도는 내 마음을 눈치채신 모양이고, 아마도 부담스러워 하실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작품 올려놨다가 아차 싶었다. 지금이라도 얼른 내려 버리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러면 왜 갑자기 작품이 내려갔는지에 대해 다른 분들이 궁금해하실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일 소지가 크다. 아 젠장, 어쩌지 이걸?

....몰라 젠장, 이번에 올 수 있다는 사람들이 없으면 무산될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내버려두자, 쯧. 난 스스로가 그렇게 머리가 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번 어느 방향으로 생각의 흐름이 고정되 버리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냥 두는 게 낫겠다.
And
1)
시험이 끝났다. 어슬렁 어슬렁 하숙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1학년 남자애가 여자애 하나랑 손 꼭 붙잡고 사진 찍고 있길래 "이 새퀴들 저번에는 사귀는 거 아니라고 펄쩍 뛰더니"하고 농담조로 디스했는데 여자애는 그냥 친구일 뿐이라고 펄쩍 뛰더라. 하지만 남자애 쪽 표정은 좀 안 좋은 게.... 쯔쯔 남녀 사이라고 해서 꼭 연애감정만 드는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손 잡고 꼭 붙어서 사진 찍는 건 친구 사이에서는 보통 안 하거든.... ...젊음이란 좋구나.

2)
시험 결과는 그럭저럭 보통. <한국 소설의 탐구>는 내가 중간부터 수업에 들어오는 바람에 듣지 못한 내용 하나가 문제로 출제되는 바람에 못 썼지만 두 개는 그냥저냥 괜찮게 썼다. 하지만 무난할 거라고 예상했던 <현대사회와 범죄>가 의외의 복병이었다...OTL 대학 시험인데 사지선다형 출제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교수양반... 싶기도 한데, 뭐 이걸로 교수 스타일은 파악했으니까 기말 때 때우지 뭐.

3)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논지를 전개해야 할지 애매해서 고민하던 중 달력을 확인해 보니 다음 주 일요일까지였다. 한 주 벌었다, 만세! 오늘 내일은 내 소설 쓰자!

4)
몸 상태가 나빴는데 많이 좋아졌다. 마음 상태는 뭐.... 별로 안 좋긴 한데, 그런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곧 나아지려니 싶다.  

5)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RPG 시나리오 짜려고 참고용으로 한 두 편 보기 시작했는데(원래는 CSI 시리즈를 정주행할까 했는데 요즘 분위기가 너무 밝아졌다길래) 정신차려 보니 1시즌을 거의 다 봐 간다. 어느 정도 범죄 심리나 연쇄 살인의 패턴 등에 대해 알고 있으면 익숙한 이름들도 많이 나오고 해서(제프리 다머, 찰스 맨슨, 조디악 킬러... 기타 등등)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트렌디한 미드다 보니까 그렇게 전문용어가 난무한다거나 하진 않는다. 고어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고 관련 도서 한 두 권 정도 읽어본 사람이면 무난하게 볼 듯.

6)
나경원 언플 진짜 좀 쩌는 듯. 어차피 난 서울 시민이 아니라 투표권도 없겠다, 김문수가 다음에 무슨 짓 벌이냐가 훨씬 더 문제긴 한데.... 서울 시장이라는 자리가 자리다 보니까, 아무래도 관심이 생긴다. 이번 투표율도 50% 넘기기 힘들 모양이던데, 이번에 나경원이 된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정말 답이 없는 거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별로 신경 안 쓰겠지만.

7)
다음 주 친구가 결혼한다. Congratulation. 그러고보니 이번 학기엔 한 번도 집에 안 갔는데... 이 김에 서울 쪽 지인들이나 좀 볼까.

8)
소설 쓰는 거 참고자료용으로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려와 컬러 복사했다. 아놔 늘 느끼는 거지만 컬러 복사는 토나오게 비싸다. 하지만 아즈텍 문명권은 색채 상징이 중요한 요소잖아? 학교에선 컬러 복사가 안 되잖아? (내 지갑은) 아마 안 될 거야.... 머리 자를까 싶었는데 머리 잘랐다고 치지 뭐... ....써놓고 보니 좀 궁상맞은 듯.

9)
괜찮으려니 생각했는데 또 다시 마음이 안 좋다..... 이런 식으로 감정이 널뛰는 건 안 좋은 징조인데. 뭐... 꽤 큰 손실이긴 했으니까. 뭔가 집중할 만한 일거리가 필요하다. 마음 아픈 건 정도가 극단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한은 몸 아픈 것보다 견디기 쉽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견딜 만 하다.

10)
꿈에서 또 다시 사랑했던 그 분을 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직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처음엔 그런 자신이 약간 한심하다가, 다음 순간엔 허무하고 슬퍼진다.

덧 없다, 이 순간도 곧 지나가겠지.
And
뭐... 그 분도 그렇고, 결혼하는 남자분도 그렇고 몇 년 동안 알아온 사람들인데 갑자기 소식을 들어서 놀랐다. 좋은 사람들이고, 뭐 행복하게 잘 지내시겠지. 바람직한 일이다.

속내를 털어넣을 수 있는 몇 안 남은 친구였는데.... 이제는 한참 바쁘실테고, 뭐.... 전처럼 편하게 대하기는 힘들겠지. 축하드릴 일이긴 한데, 한 편으로는... 조금... 그렇다. 아하하. 그 분이야 뭐 똑같이 편하게 대해달라고 하실테고, 남자분 쪽도 충분히 이해하실테지만....... 쯧. 내 문제 때문에 귀찮게 해드릴 수는 없지.

간간이 마음이 복잡할 때 연락이나 할까 하다가 관뒀었는데 안 하길 잘 했다. 했다면 결혼할 상대도 있는 그 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불편해하셨을 것이다. 나로서도 그런 식으로 자꾸 기대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들었을 수도 있고.

뭐 어쩔 수 없지, 축하해주는 게 도리다. 행복하시길.


혼자서 견뎌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

비오네.

+

친구란 동등한 위치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일 것이다. 어느 한쪽이 의존해서는 친구일 수 없다. 그 분도 여러가지 사정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으셨던 모양이라... 가능한 나도 그 분께 위안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왔었지만, 어쩌면 마음 속 한 구석에선 반대로 그 분에게 기대고,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힘겨워도, 친구이기 위해선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타로에 물어봤다. "천사가 축복하는, 거의 완벽한 사랑. 피로도 있고 실망도 있지만 잘 컨트롤할 수 있다."

....내가 할 일은 없을 모양이다, 핫하. 뭐... 당사자가 행복하다면 된 거지ㅋ 그 분도 이 블로그 가끔 오시는 모양이지만, 요즘은 바쁘실테니 이 글은 못 보시겠지.
And
And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석로반성사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하시나요?
달 비친 사창에 저의 한이 많습니다.
꿈 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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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네.

앞으로 한동안은 늦은 시간에 술마시지 말아야겠다. 얼른 결혼이나 해버리시지, 쳇.
And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서 줄어든다는 느낌이다. 뭐, 입맛이야 좀 쓰지만 사람 사는 게 원래 그렇다. 그 사람들도 다들 저마다의 삶이 있는 법이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서 내 곁에 있는 건 아니다. 전부터 늘 그렇게 생각해왔고... 나부터 잘 들어야겠다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것도 어차피 상대가 나를 믿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으면 별 의미 없는 거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상대방을 믿었더라면, 뭐 한 두번 겪어 보는 것도 아니고... 또다시 상처받지는 않았겠지만... 역시 아무래도 좀 그랬을 것이다. 애초부터 믿지 않기를 잘했다....고 머리 한 구석으로 생각하며 멍하니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의 삶과 진실이 있겠지만, 내 진실은 그거다. 고작 중2병 취급이나 받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견디면서 그 시간들을 지내온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아무래도 역시, 내게 있어서는 '타인의 삶과 진실'보다는 '나의 삶과 진실'이 더 절실하다.


동정이나 비웃음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해는 그 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딱히 그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입장을 바꿔 보면 나 역시도 별로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아아, 사람 사는 게 뭐 그렇지.
 
이젠 감당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견디고 살 수 있다.

ps=최근 반했던 그 분이... 이미 남자친구 분이 있고, 약혼까지 했다는 걸 안 게 어쩌면 잘 된 걸지도 모른다. 아니었다면 난 분명히 다시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고,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욕구에 더 이끌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미 여러 번 겪어온 그 과정들이, 다시 한번.

...행복하시겠지. 부디, 행복하시길.
And
1)
졸업작품으로 <안개 끼는 언덕> 수정해 제출 완료. 주인공은 쓰레기 같은 인간에서 인간 모양 쓰레기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이거 저거 가필된 부분도 좀 있고 결말도 바뀌었는데, 사족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산문학상에도 내볼까 생각 중인데 분량이 원고지 80매... ....좀 잘라내야 할 듯.

2)
수업 때문에 손창섭의 작품들을 읽어봐야 하는데 도서관에서는 죄다 대여 중이라 그냥 한 권 사버렸다. 오오 이런 꾸질꾸질하고 음울한 분위기 마음에 들어, 개인적으로는 김동인처럼 좀 더 미쳐 있는 분위기가 더 취향이긴 한데(...) 이걸 <김복남...>과 관련지어 분석해가야 되는데 얽을 만한 건덕지가 잘 안 떠오른다, 떠오르는 게 있어도 너무 평범하고. 으음... 좀 더 쌈빡한 관점 없나.

3)
조선 초중기 문학에 대해 다음 주 시험. 강의 이름만 보고 현대 소설 관련인줄 알고 수강 신청했는데 고전문학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교수양반(....) 공부할 양이 문제가 아니라 뭐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orz 강의 시작하고 거의 1달이 지나서 중간에 들어왔더니 심히 압박스러운 느낌. 

4)
<플라네테스> 애니메이션 판을 보고 있다. 원작과는 꽤 다른 부분이 많지만 애니 판도 제법 훌륭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원작에서는 우주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냉담한, 가끔은 광기어린 인간으로 묘사되던 하치마키가 애니에서는 둔하고 험하지만 꽤나 훈훈하고 인정 많은 츤데레로 묘사된다는 점. 타나베도 1화부터 등장하고, 둘이 툭탁툭탁->알콩달콩으로 이어지는 묘사가 상당히 많다. 

원작의 마지막 부분에서(아직 안 봤지만 아마 애니 판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하치마키는 타나베를 떠올리며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만은 그만둘 수 없어."

원작 쪽의 하치마키는 나와 꽤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마 그렇게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반했던 분은 뭐 포기해야 할 모양이고.... 쯧, 어쩔 수 없지. 몇 년 더 지나면 다시 누군가에게 반할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한데 그거야 모를 일이고...

지금으로서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변화하는' 일 같은 건 내게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아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책 읽던 거나 마저 읽자..... 시밤 담배 거의 다 떨어졌네.

5)
이상한 데 내 폰번이 흘러 들어간 듯. 어제 오늘 걸쳐 뭔 놈의 스팸전화가 이렇게 걸려온다냐-_-
And
1)<안개 끼는 언덕> 수정. 14일까지 졸업 작품으로 제출
2)조선 초기~중기 문학의 경향과 시대적 배경 조사해둘 것. 17일 시험.
3)20일까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비평 손창섭의 작품과 관련지어 작성해 업로드
4)30일까지 손창섭의 <비오는 날> 분석 작성해 업로드
5)현대 사회와 범죄 인강 미리 들어둘 것
6)<전우치 전> 읽어둘 것

6)아즈텍과 마야 신화, 아즈텍 문명 도록 읽어두고 필요한 부분 복사
7)대산문학상 준비(11/9 마감)
8)<도가니> 보러갈것

And
스물 아홉이다.

뭐.... 별 거 있나ㅋ 평소와 다를 것 없다. 그저... 난 앞으로 언제까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난 앞으로 언제까지 내 '명예'를 추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수천 번은 고민하고 두려워했던 문제들을 좀 더 자주 곱씹게 됐을 뿐이다. 언젠가는 그 모든 것들이 헛된 게 되 버릴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러니까, 괜찮다.

건너건너 우연히 소설가 박상 님의 소식을 접했다. 소설을 접으실 모양이다. 나 역시 10년 뒤에는 그러할까, 아니 10년 씩이나 갈 수나 있을까. 몇 번의 면식 밖에 없긴 하지만 약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아직 난 할 수 있는 게 남아 있고, 아직 싸울 수 있다.

그거면 됐다.

저녁 때 한 잔 할까.
And
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이다. 기독당 창당 반대 1인 시위.... 같은 걸 해볼까 생각했는데, 뭐 코렁탕까지야 안 가겠지만 썩 좋은 꼴은 보기 힘들 듯 하다(이미 타이밍이 늦어버렸기도 하고). 뭐, 난 내 '신념과 의지'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고자 노력하겠지만, 만약의 경우 경찰 나리들이 내 신념과 의지를 인정해 줄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신념과 의지라. 아아, 서울시장 자리를 노리며 언플에 열심이다가 최근 큼직한 병크를 터뜨린 나경원도 자신은 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겠지.

신념과 의지는 어디까지나 그 자신에게만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무리 하찮은 수준의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나 이외엔 그 누구도 이뤄줄 수 없는 거다. 결과 조까!!!!!!  결과는 똥이야 똥! 히히히 신념 발싸!


그 신념과 의지가 개인의 만족에서 머무를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선행되야 할 핵심적인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그 신념과 의지를 위해, 일신의 이익과 안락을 희생할 수 있냐는 점이 그것이다. 김대중 정권 때 북쪽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들의 경우가 그렇다. 북쪽의 김씨 왕조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개막장 소리 밖에 안 나온다. 이런 소리 하기가 치떨리도록 싫지만 차라리 이명박이 낫지. 그를 추종하는 것은 도저히 좋게 봐줄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지키기 위해 수십 년에 걸친 수감 생활을 견뎌냈다. 신념이 신념이기 위해서는, 그 정도 각오는 있어야 한다. 

이익과 신념 간의 균형을 잡는 것. 이것은 곧, 이(理)와 의(義)의 균형을 잡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합리적인 거고, 당장 나 역시도 대개의 경우에는 가능한 양쪽을 합치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가장 결정적인 그 한 순간에 이익에 기운다면, 그것은 신념이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

물론 이것은 '기본 사양'일 뿐이다. 2차 세계대전의 끝물, 일본 제국 말기에도 만세일계의 천황가를 지키기 위해 이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는 병신들은 숱하게 많았다. 프랑스 혁명 말기 테르미도르 반동으로 몰락하기 전까지 무자비한 공포정치를 펼치며 수 만 명을 단두대로 보낸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도 개인적으로는 청렴한 인격자였다. 그래도 신념이 신념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과 안락을 어느 정도까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제다. 그 선이 어느 정도까지냐... 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그 정도의 희생조차도 거부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그 가운데 뉴라이트가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8542.html

"신념은 정신에 속한 생각이 아니라. 정신 자체가 속한 생각이다."

-로버트 옥스턴 볼튼
 
And


원 출처는 오유 '애이플파이'님. 오오, 패기가 느껴진다!

....다른 일 때문에 좀 슬프던 참인데 이거 보니 슬픔이 확 날아간다, 대신 분노가 끓어오른다. 전투력이 상승하는 느낌. 조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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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마치고 돌아왔다. 뭐 내일 모레 단체 줄넘기랑 계주가 진짜 마지막이긴 한데.

이 나이 먹고 체육대회 같은 거 가봤자 별 거 없다.... ...고 생각하면서도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재작년에 과대표 하면서 애들 학과 행사 참여도가 개판이라고 짜증내며 나는 돈 내라는 거 제 때 내고 행사 안 빠지고 가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던 게 떠올랐다. 의식적으로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무의식적으로는 그 기억이 남아 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는, 생각했던대로 별 거 없었다. 날 아는 예비역 후배애들이랑 1학년 때부터 봐온 여자애들하고 간단하게 인사 정도나 하고, 작년에 국문과와 합쳐지며 대폭 늘어난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조용히 공기처럼 경기 구경하고 담배 피우고 폰 갖고 놀며 하루를 보냈다. ...써놓고 보니 정말 잉여돋는다. 

여자애들 발야구가 마지막 순서였는데... 제법 치열하게 주고받다가 약간 차이로 져서, 뛰었던 여자애 하나가 속상해서 우는 걸 봤다. 몇 년 전 같았으면.... 가서 열심히 했으니 괜찮다, 울지 마라 소리라도 했겠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버렸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 굳이 그런 소리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정말 좋은 의도로 그랬더라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뭔가' 싶기만 할 수도 있는 거다. 진심과 선의는 무력하다. 난 그걸 뼈저리게 알고 있다. 

어젯밤, 꿈을 꿨다. 그 꿈 속에서 나는 내가 지금 지향하는 대로 '강자'가 되어서 싸우고 있었다. 보이는 건 전부 적 뿐이었고,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결국 너도 우리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에는 똑같아 질 거다, 너는 그것 밖에 안 되는 놈이라고 나를 비웃고 있는 듯 했다. 그들 사이에서 혼자 싸우면서 난 힘겹고 우울했지만, 깨고 난 뒤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은 그런 꿈도 꾼다. 그 꿈 속에서 나는 한 때 간절히 원했던 것을 가지고 있다. 그 꿈 속에서 나는 더 없는 기쁨에 젖어 있다. 그리고 깨고 나면 그 모든 게 분노로 바뀐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미 일어난 일' 외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꿈에서 깨어나면, 내 안에서 무언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

돌아와서 별 생각 없이 메일을 확인해 봤더니, 반해 있던 그 분께서 연락하신 게 있었다. 내용 자체는 공적인 것이었지만... 보낸 사람 이름을 보고 순간 두근거려 버렸다, 젠장-_- ...좋지 않다. 그 분이 남자친구가 있는 이상, 나는 내가 그 분께 가졌던 감정을 내 안에만 묻어 버려야 한다. 내가 두근거렸다... ...는 건 아직도 속으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적인 거니까, 답신은 해야겠지, 가능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And
1)
추석 쇠고서 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어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하루 늦어져서... 해야 할 일거리들이 좀 쌓여 있다. 일단 보수 쪽 신문들이랑(조중동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이긴 한데... 좀 개념 잡힌 보수언론 없나 시밤), 진보 쪽 신문들(한겨레는 너무 민족주의 쪽에 치우져서 진보라고 하기 좀 미묘하고, 오마이는 기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경향이나 프레시안이 그나마 나은 듯) 중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되 논조가 다른 사설을 찾아서 교차 검증해 스크랩해야 되고, 단편 소설 하나 읽어둬야 하고... 또 뭐 있더라. 아, 인강 들어야 할 거 하나 있쿠나. 그 외에는 거울 비평선 원고 편집안 검토해서 메일로 보내야 되고... 뭐 그 외엔 더 없는 듯. 마지막 학기겠다 시간표는 널럴한데 미묘하게 바쁘다. 뭐... ...요즘 상황에서는 좀 바쁜 게 좋은 거지.

2)
배명훈의 신작 <신의 궤도>를 거의 다 읽어간다. 마지막 한 챕터만을 남겨둔 참. 개인적인 사정과 주인공 나물의 상황이 어느 정도 오버랩되어 약간 우울하면서도 잘 읽고 있다. 거울 쪽에 줄 리뷰 써야 되는데...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분명 훌륭한 작품인데, 막상 리뷰를 쓰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_- 신학적 성찰 부분? 패스. 난 종교인이고, 방식이 좀 다를 망정 여전히 신을 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자신만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개인적인 성격의 것이며 남들에게 체계화시켜 설명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여지는 많았지만 리뷰의 재료로 쓰기엔 부적절하다. 가축 비행기로 대표되는 남반구 유목민들의 삶과 나니예 관리사무소로 대표되는 북반부 정주민들의 삶에 대한 역사적 접근? 패스. 어느 정도 관심 있는 분야긴 하지만 지식이 부족하다. 밀덕들을 설레게 할 전쟁 묘사 부분? ...어익후.

3)
별 이유도 맥락도 없이...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보복할 마음은 없지만, 용서할 마음도 없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악몽을 꾼다. 그 꿈 속에서 나는 한 때 간절히 바랐던 것을 가지고 있으며, 더 없이 행복해하고 있다. 그리고 깨고 나면, 그 모든 행복과 기쁨이 분노로 바뀐다.

 
늘 그래왔듯이 혼자서 어떻게든 해봐야 할 것이다. 내 명예를 위해. 그 끝에 있는 게 결국 구원이 아니라 단지 알량하고 얄팍하기 그지없는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해도.

난,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And
찌질찌질.

아무런 이유도 맥락도 없이, '오늘 하루 그 분은 잘 지내셨을까, 데이트라도 하셨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가서 좀 뛰고 들어왔다. 땀투성이가 되 돌아와 샤워하고 밥 먹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려니 한결 좀 낫다.

그 분이 이 블로그 보실 일이야 없겠지, 뭐 어느 정도 내 마음을 눈치채셨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다. 인정한다,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가 잘못 안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선 안 되는 거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지나친 나머지,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에게 반했다고 믿어 버리게 되는 바람에 병신짓을 한 사람들 이야기에 대해선 충분히 안다. 나라고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런 건 나 자신이 받아들이질 못하겠다.

앞으로도 종종 볼 일이야 있겠지만 가능한 떨어져 있고, 필요한 말 외엔 하지 말고, 뒷풀이 같은 거 가지 말고 얼른 돌아오고, 그 분 결혼 소식 들리면 축의금이나 좀 보내 드리고... 해야 할 건 뭐 그 정도인가.

그 분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 분과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내가 그 분께 무언가 더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내가 그 분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을 눈치챈 건 그 분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름 남들 앞에선 잘 조절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른다. 뭐 눈치 없이 'xx님이 xx님 좋아했던 거 같아요'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은 없으니 괜찮겠지. 여기서 끝내야 할 일이다.

몇 년 전, 그런 일이 있었다. 진심과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상대에게 통한다고 믿고 있던 무렵. 어떤 인간 관계 때문에.... 내심 불안해하고 있던 나는 당시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분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려고 했었다. 이걸 계기로 그 분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 때 그 분은 날짜를 착각하셔서 약속 장소에 오지 못하셨고, 난 혼자 시간을 좀 죽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만났을 때 그 분은 내게 사과하고 다음에 시간 내 보자고 하셨었고....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바로 그 분께 반하게 될 줄은. 하지만 어쩌면, 약속이 깨지고 못내 아쉬운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돌아온 그 때부터 결국은 이렇게 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연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이미.


아마 오늘 밤도, 그리고 앞으로도 한 동안은 더 그 분이 행복하기를 빌며, 그리고 내가 직면해야 할 지루하기 그지 없는 학교 생활과 그게 끝난 후 이어질 침울한 구직 활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잠들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괜찮아 지겠지.

구질구질한 꼴이지만 뭐, 남한테 티내지만 않으면 되겠지. 어차피 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휑한 블로그지만 아무래도 좀 마음 쓰인다, 여기에 그 분 이야기는 그만 적어야겠다...

침체되는 거야 그럴 수 있다. 그 분에 대한 내 마음은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던 듯 하니. 하지만 그건 이제 끝난 일이고, 거기 휘둘리는 건 참을 수 없다.


And
1)
곽 교육감 건에 대해 한 줄 추가. 그에 앞서, 우선 약간 옛날 이야기 하나.

공화국 대한민국은 외세에 의존한 해방 속에서 태어나,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이념의 대리전쟁을 치룬 폐허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피폐하고 비참한 곳에서는 먹을 수도 없는 대의나 이상보다는 한 그릇의 밥이 훨씬 더 확실하다. 그런 상황 하에서는 너무나도 불의가 자리잡기 쉽다. 그 자체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이다.
 
이후 이승만은 온갖 음모와 야합을 통해 정적들을 제거하고서 '반공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진행된 '근대화'와 동아시아에서의 공산주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꾸준한 지원, 베트남 파병의 댓가로 한국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 사이 군사독재와 인권탄압, 그에 항거하는 민주화 운동이 있었지만 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신 깊숙한 곳에서는 그 시절의 빈곤과 고통이 결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빈곤과 고통은 근대화라는 가치에 대한 눈먼 갈망을 낳았고, 그 갈망은 '도덕이나 윤리 같은 건 당장 먹고 사는 것에 비해 사소한 문제'라는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한 자아를 내면에 품은 괴물을 낳았다.

그 괴물은 '당장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윤리나 도덕은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외면해야 하는' 절망적인 현실을 겪었다- 그리고 그 "현실"을 '살아남고, 승자가 되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윤리와 도덕 같은 것은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하는 게 올바른 것'이라는 "당위"로 치환시켰다.

한국은 너무나도 빨리 변했다. 그리고 그러한 급변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그늘은 단순히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성장통으로 간단히 치부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나도 많은 중요한 것들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논리 앞에 외면당했고 잊혀져 버렸다.

군사정권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무너졌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대한민국의 형식적인 민주화는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 막 성년기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내면에서 그 괴물은 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고해졌다. 어쨌든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당장이라도 죽어 버릴 것만 같은 그 비참함 속에서 일어나 지금만큼 자랄 수 있게 한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도덕과 윤리는 내다 버리는 것으로 취급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처절하기까지 한 그 갈망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되면 그것은 이미 갈망이라고 할 만한 수준을 넘어, 망집에 가깝다. 멀게는 이승만으로부터 박정희, 전두환을 거쳐 이제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공화국 대한민국의 모든 부정성이 그 한 점에 녹아 있다. 그 부정성을 먹고 괴물은 몸집을 불렸다. 

그리고 이제, 그 괴물은 국민들에게 말한다. 현실 정치의 엄혹함, '아(我)'와 '타(他)'를 철저히 가르고 상대를 굴복시켜 승리를 거둔다는 그 순수할정도로 명료한 현실 앞에서 보편적인 도덕이나 윤리, 한발 더 나아가 만인에게 공통된 대의나 이상 같은 건 일단 접어둬야 할 문제라고. 

자신을 쓰러뜨리고 싶으면 자신과 같은 방식을 취해야 하며, 이것이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이라고.

그 괴물이 견뎌야만 했던 현실의 절망을 외면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가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단순한 사실 관계다. 하지만 그 괴물은 그 현실을 자신 안에서 당위로 바꾸었고, 심지어는 "우리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데 만족하는 걸로 그치지 않는, 사람이 사는 나라를 원한다"고 외치면서 그 괴물에게 저항하고자 하는 이들마저도 심정적으로 그 당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 '정치판에서 도덕을 논하는 건 웃기는 짓이다' '한나라당의 야비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다른 도리가 없다'라는 식의 논리들을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도덕 문제로 수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기저에는 저 괴물의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나를 쓰러뜨리고 싶으면 나를 괴물로 키운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너희들 자신도 그토록 믿기 어려워하는 정의와 도덕에 의지할테냐? 아니면 너희들 내면에도 이미 자리하고 있는 그 불신과 증오에 의지할테냐?"


........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선 괴물이 되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일부러 괴물의 피를 마시고 그 거죽을 뒤집어 쓴 채 괴물 놀이를 미리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블랙 라군>의 로아나프라가 아니다.

2)
엊그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오른 발이 부어 있고 통증이 심하다. 평발인데다, 요즘 체중이 늘어나 그 부하가 심해진 나머지 관절이 말썽을 일으킨 듯 하다. 전에도 한 두번 이런 적이 있다.

1교시 첫 수업은 못 들어갔고, 두 번째 수업에 발을 절며 간신히 들어갔다. 저녁이 되니 상태가 더 심해서 슬리퍼에 발을 집어넣기도 힘들 지경이다. 일주일에 이틀 밖에 수업이 없으니, 내일만 버티면 다음 주 오늘까지는 그럭저럭 가라앉을 것 같기도 한데.... 상황이 안 좋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할텐데 변변한 그릇도 없고, 주인 아줌마는 안 계신 모양이고, 도움을 청할 만한 친구놈들은 다들 애저녁에 졸업해 이 근처를 떠 버렸고, 집에 전화를 해봤자 걱정만 하실테고.... 괜찮아지고 나면 일단 이런 일이 또 안 생기도록 다이어트라도 해야겠다. 조깅 같은 걸 했다간 또 말썽을 부릴테니 수영 같은 게 좋으려나...

.......

그거야 나중 일이고, 지금은 혼자 알아서 하지 뭐.
  
3)
저녁 나절에 1시간 정도 깜빡 잠들었다가, 반해 있던 그 분을 만났다. 그 꿈 속에서 난 그 분께 내 마음을 전했고, 거절당했다. 이왕 거절당할 거였다면 현실에서 고백하고 거절당하는 쪽이 더 좋았을텐데. 차인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한심하다, 구질구질해질 수는 없다.

......잘 사시겠지, 행복하시길. 

부디.


이전에도 몇 번 겪어봤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을 꿈에서 보는 건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번엔.... 현실에서도 일어날 일이었으니 최소한 그보단 낫다.

그래도, 이왕 차일 거였다면 내가 잠든 도중이 아니라 깨어 있는 도중이었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은 떨쳐지질 않는다. 고백하기도 전에 차이는 이 감각은 참 오랜만이구나, 에헤라.


행복하시길, 부디.

그 웃음소리를 내가 곁에서 들을 수 없다 해도.

+

다른 일 때문에 쪽지를 보냈다가 감정이 묻어나는 거 같아서 보낸 쪽지를 지우고 댓글로 달았는데 답신이 왔다. 생각해 보니 게시판 쪽지 시스템 특성 상 지운다 해도 '보낸 쪽지가 리스트에서 지워질 뿐' 아예 발송 취소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젠장 바보짓 했다ㅠㅠㅠㅠㅠㅠㅠ 

...거리를 둬야지, 망할. 간접적으로라도 자꾸 엮이면 감정을 정리하기가 힘들어진다.

.........

잘 지내시겠지.

안녕히.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