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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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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동창이
집으로 돌아왔다. 시험 기간이라 다음 달에나 오려고 했는데 수업 때문에 봐야 할 연극이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터라...

같이 소설쓰는 사람들 모임 날짜가 마침 오늘이길래 온 김에 거기 들렀다 들어왔다. 별로 오랫동안 안 본 것도 아니었는데 꽤나 반가웠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딱히 의식하지 않았는데, 역시 그동안 약간은 쓸쓸했던 모양이다.

모임이 끝나고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약간 우울한 화제를 입 밖에 꺼낼 뻔 해서, 얼른 이야기를 돌려 버렸다. 다들 친한 사람들이고, 전에도 몇 번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상황에 적절한 화제가 있는 법이다. 예전엔 그런 것도 별로 신경 안 썼었다. 서툴게나마 조금씩, 그 때마다 결코 싸지 않은 댓가를 치러 가면서도 나아져 가고는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거면 됐다, 외롭다 해도.
   
And
1)
강의 중 교수와 약간 언쟁을 벌였다. 본의 아니게 한번 무단 결석한 적도 있고 과제를 제대로 안해간 것도 있어서... 학점을 위해서+예의 상 한동안 조용히 교수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결심만 했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 양상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전부 북한의 책동 탓이라고 하는 데서 이미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갔다. 맙소사, 한국과 북한의 레벨 차이가 얼만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휘둘린다는 게 말이 됨?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가 그렇다고 하면 단순히 학점을 위해서라도 그러려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사실 관계에서 어긋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태클 걸고 싶은 걸 용케 참았다. 나는 정치적으로 명백히 좌파지만, 그것은 다만 일종의 자기만족을 위해서일 뿐 그 이상이 정말로 실현되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남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건 말건 간에 내가 해야겠다고 여기는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인정한다. 나는 이상과 비전을 가진, 진정한 의미에서의 좌파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보수로, 나머지 '전부'(민주당부터 민노당까지. 맙소사)를 진보로 분류하는데 이르러서는 내 안에서 뭔가가 터져 버렸다.

나:...교수님, 말씀하신 부분에 있어 사실관계가 약간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만.
교수:뭐? 내가 틀렸다고?
나:(침 한번 꿀꺽 삼키고)아까부터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계속 같은 층위에 두고 계신데, 사실 그 두 정당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다릅니다. 진보신당은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 당이지만, 그 바탕은...(머릿속으로 6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PD와 NL의 분열 양상과, 북유럽식 사민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지향점을 분류하고 말로 옮길 준비를 한다)
교수:(말을 자른다)그렇지, 자네 말마따나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 그 말은 곧,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는 같다는 의미야.
나:(반박하려 한다)
교수:(무시하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논지를 계속 전개해 나간다)

이후 30분 동안 '한국 사회의 분열은 죄다 북한 탓'이라는 내용의 강의가 이어짐. ...조, 조X제를 보는 기분이다.......!!!

나:(끼어들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정줄을 놓은 채 어버버. 태클 걸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교수:...그래서, 진보는 공산주의 하자는 거야. 무상급식, 무상의료, 그런 거 전부 공산주의야.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거고. 지금 북한 봐, 그게 제대로 돌아가?
나:(슬슬 빡치기 시작)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 정당이 강세였고, 스웨덴이나 스칸디나비아 같은 경우는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데도 북한 같지는 않습니다만.
교수:그 나라들은 오랫동안 좌파와 우파가 교대로 정권을 잡으며 서로 양보하고 균형을 맞춰 온 거니까 그런 거지.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그리고 계속 블라블라 하다가) 자네 주장처럼 북유럽식 제도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받아 들이면 부작용이 안 생길 수가 없어. 당장 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건데? 알겠나?
나:(무조건 받아 들이자고 한 적 없거든요!!!!!!!! 그리고 재원은 4대강 안 하면 충분히 마련되거든요!!!!!!!! 게다가 의료와 교육은 나라가 책임져야 할 공공재 아님!!!!!!!!!!??????????)
교수:(마지막으로 학생들을 둘러보며)성공하고 싶으면 노력을 해, 남 탓 하지 말고. 노력 안 하는 놈이 실패하는 거야. 노력하면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어.

강의가 끝나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그 후회는 아무리 그래도 교수인데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열받는 게 앞서서 썩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지 내가 틀린 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점은......... 아오 샹, 이제 1년만 있으면 졸업인데 알량한 학점 몇 점 더 받겠다고 내 신념을 팔아 치울 거 같냐, 젠장-_-

2)
오후에 학과 체육 활동이 있었다. 나야 뭐... 굳이 갈 필요는 없다. 애초부터 구기종목을 죽입시다 구기종목은 나의 원수.... ...으음. 구기종목 개X끼 해봐 구기종목 개새X.... .......아무튼 썩 운동과 친한 편도 아니었고, 그 정도야 안 한다고 해서 나한테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다리 다친 것 때문에 애초에 격한 운동은 하기도 힘들고, 사실 객관적으로 봐서 이제 학교 생활 1년 남짓 남은 내가 빠지건 말건 별 신경도 쓰지 않을 테고. 하지만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이 임원 일 하면서 학과 행사에 애들이 너무 무관심하다고 울상 짓는 걸 봐왔기 때문인지... 머릿속으로는 '내가 거기 안 가도 되는 논리적인 이유' 몇 가지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내 발은 체육관으로 가고 있더라-_-

스탠드에 앉아 구경하고, 골 들어가면 박수치고, 빗나가면 야유하고, 쉴 때는 적당히 농담 따먹기 하면서 1시간 반을 보냈다. 체육 활동이 끝나고서는 목요 문화마당 클래식 공연까지 보고는 애들과 돌아오다 중간에 슬그머니 빠져 혼자 하숙집으로 내려오던 중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에 남아 있는 애들은 최소 4학번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이고, 나는 걔들과 섞일래야 섞일 수가 없다. 내가 친한 척하고 농담하고 장난치는 와중에도 속으로는 내내 어차피 이 모든 게 어차피 허위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적당히 받아주는 애들 역시 내가 졸업하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다만 그 뿐일 거라는 생각.

 그게 옳은 일이다. 진심과 선의로 대한다고 해서 마음이 통하는 건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방적인 '진심과 선의'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경험은 충분히 했다.


홀로 한 잔 하고 들어왔다. 
 
 
  

And
http://djuna.cine21.com/xe/?_filter=search&mid=board&search_keyword=%EC%9E%90%EC%82%B4&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2055797

............

문득, 아무런 이유도 맥락도 없이, 내가 자살한다면 사인은 아마도 아사(餓死)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아하하하......

........

지금까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말 용케 견뎌왔다.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And

강의가 끝나고 술자리가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농담하고, 친한 척하고, 장난치다 들어오니 마음이 스산해서... 소주 몇 병을 사와 혼자 들이켰다.

원래 그렇다. 휴학을 자주 하고 나면 친하던 녀석들은 전부 졸업하고 혼자만 남아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지간히 붙임성이 좋고 쾌활한 성격이라 해도 혼자 학교 다니기가 어색한 법이고... 나는 그런 성격이 못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친한 척하고, 농담을 건네고, 놀려대고... 후배 애들도 다들 성격이 좋은 편이라 적당히 받아주는 편이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는 정말 혼자만 남았구나, 하는.

......

재작년에, 친구놈 하나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오로지 혼자서 고고하고 드높은 '신'도 되지 못하고, 홀로 오롯한 고결함이나 긍지, 명예와는 상관 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인간'도 되지 못한다고.

그리고 난 지금도 여전히, 신도 인간도 되지 못한 채로 살고 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바치고자 했던 절조도 잃어버렸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에게 주고자 했던 신의도 잃어 버렸다. 남은 것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한 명예 뿐인데도, 이제는 그것마저도 한없이 희미하다.

내내... 최근 몇 달 동안, 내내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분노'인 모양이다.

브레히트는 말했다. 분노는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난, 고통스럽다.
 


................

그래도...... 아직까지 떨치지 못한 미련이 몇 가지 남아 있는 모양이다. 곧 결말이 지어지겠지.

And
지인이 오늘 새벽 세상을 떠났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메신저에서 농담을 주고 받고 하던 터라.... 그 지인을 아는 친구 연락을 받아서 같이 장례식장 가기로 한 지금도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죽기엔 아직 너무 젊은 녀석이었는데.

..........

편히 잠들기를.

+

이 날, 한 페이가 파이널 윈터를 넘어서 아르카디아로 돌아갔다.
And

대학 생활 마지막 엠티구나....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2조 단위로 방을 합쳐서 술도 마시고 교수님들 모셔서 이야기도 듣고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정 상 그 이후 적당히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며 놀거나 자거나 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자리를 뜨자 말자 저학번 애들이 단체로 우르르 빠져 나가서... 나하고 06학번 한 명, 07학번 한 명 셋이 남아서 뒷정리를 해야 했다. 순간적으로 빡쳐서 11학번 애들 전부 불러 모으라고 했다가 금방 후회했다.

국문과 애들이 와서 '사정이 이러이러하니 교수님들도 계시고 한데 좀 참아 주시면 안 되겠냐, 우리가 좋게 타이르겠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돌려 보냈다.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혼자 담배 피우면서 한참 후회했다. 사실 청소 정도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고... 굳이 후배들 시켜야 하는 일은 아니다. 이 나이 먹고서 어느 정도 학번이 되는 06이나 07, 08학번 애들을 통하지 않은 채 거의 10년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11학번들을 직접 불러서 깨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고, 아무리 내가 선배라 해도 다른 과 임원들이나 학회장들까지 깡그리 무시하고서 한꺼번에 부르는 것 역시 도가 지나쳤다. 무엇보다도, 몇 명이 좀 거슬렸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불러 모아 한꺼번에 갈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도 순간적으로 욱해서 그랬다, 미안하게 됐다...고 국문과 애들한테는 사과했고, 나와 있던 11학번 후배들한테도 내가 좀 지나쳤다고 사과했다. 학회장한테 내가 도가 지나쳤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는 했지만...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녀석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영 마음이 불편하다. 누가 뭐라고 하고 안 하고를 떠난 문제다. 현실적으로 어지간히 내가 말썽을 피우지 않는 이상은 내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내가 한때 그토록이나 싫어했던 일들을, 어느새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은 너무도 한심했다. 

내가 했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토록 싫어했고, 마음으로도 머리로도 부정하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방식이 너무나도 철저히 몸에 익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육체가 정신을 규정하고, 언어가 사고를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And
1)
연극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지금껏 살아오며 겪었던 '갈등'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그 상황에서 주체와 대상, 욕구, 조력자, 방해자 등을 구분해 보는 시간이었는데... 08년 여름 촛불집회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었다. 최근 전역한 후배 하나도 그 장소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놈은 전경으로서 있었다고 하더라.

강의 끝나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다가 걔가 있길래 "난 충돌은 있었을망정, 지금도 전경들이 '방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걔는 촛불집회에 좋은 기억이 없다면서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없겠지, 전경 입장으로서 좋은 기억이 퍽이나 있었겠다. 그놈이 '무리하게 수입 협상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다' 같은 말을 했으면 오히려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었을 거다. 사람은 자신이 피부로 겪은 일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법이다. 사적 체험이나 동기에서 벗어나 공적 영역의 의미에 개안할 수 있는 사람이 특별한 거다.

본질적으로 나 역시 그 후배와 별로 다르지 않다.

2)
당장 이번 주에 MT인데 아직도 MT일정 공고가 안 됐다. 학회장한테 물어보니 아직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 임원놈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아직 일정도 발표 안 된 MT에 몇 명이나 가려고 하겠냐고, 쯧.

3) 
인턴십 신청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논술 학원이다. 내가 신청한 거긴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힌다. 누굴 가르쳐 본 적은 없는데, 으윽. 논술 문제집이라도 한 권 사다볼까.

4)
개강 하자마자 과제들이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온다... 읽어야 할 책들도 많고. 그저 전부터 흥미가 있고 얄팍하나마 지식도 좀 있어서 수강신청했던 전쟁사는 역시 좀 무리한 선택이었나, 쯥. 건물은 드립따 멀고... 이번 학기에는 과가 어떻게 돌아가건 별 신경 안 쓰고 내 할 일이나 챙기기로 했으니... 어차피 4학년이겠다, 졸업 최소 학점은 이미 넘겼고.... 좀 양이 많아도 그렇게 잘 하려고 욕심 부리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한데.

5)
소병철의 <합리성과 도덕성- 도구적 합리성의 한 비판>을 읽었다. 합리성의 개념이 단지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차원'에서만 받아 들여진 결과의 폐해를 비판하고, 벤담이나 롤즈를 비롯한 '도구적 합리성'에 근거한 도덕성의 정당화 시도를 칸트 등을 인용하여 반박하고 있는 책. 섄덜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병용해 읽으면 적절할 듯...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는 도서관에 책도 없고(정확히는 상시 대출 중이고) 있다 해도 도저히 읽을 시간이 안 나서 강의록 스크립트만 들여다 보고 있다.

철학은 근원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배치된다면, '어째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게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아무리 합리적이고 정당한 설명도 받아 들이지 않는다. 오직 돈을 버는 의무와 그렇게 번 돈을 쓸 권리만이 인정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학은 변화를 원하는 이에게 이론적 기반과 확고한 목적의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단지 그 뿐이다. 그 변화를 현실에서 이루려면 이성과 성찰이 아닌, 분노와 투쟁이 필요하다.

나 브루하 맞는 듯(오덕한 농담).

6)
우석훈을 비롯해, 대체로 진보적인 스탠스(굳이 정치적 의미에서의 '진보'가 아니더라도)를 갖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쓴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 걸>을 읽었다. 상당히 가벼운 책이지만 주제는 묵직한 편이다. 거의 다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매우 쉽고 읽기 편하게 쓰여 있어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중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을 듯. 그러나 중간중간 논리 전환이 다소 부자연스럽다거나 데이터의 출처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독서 토론 수업에 필요한 책이기도 해서 중간 중간 내용을 기록해 가며 읽었는데...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서 바보처럼 조금 울어 버렸다. 그 부분은 기록하지 못했다.

한심한 꼴이다. 그 슬픔이 대상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한 것이었다면 그나마 낫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 눈물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건 분노와 투쟁이다. 슬픔이 아니다.

7)
과 여자애들한테 사탕이나 돌릴까 했는데 화이트 데이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못 줬다. ...어차피 졸업까지 1년 남았을 뿐이고, 친한 여자애들도 없고, 굳이 잘 보여봤자 얻을 것도 없으니 올해는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몇 봉지 사왔다. 몇 봉지 밖에 안 샀는 데도 거의 만원이 나갔다, 쯧. 그냥... 학교 다니면서 매 해마다 그렇게 해 온 관성일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And
누군가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지나치게 과거에 얽메여 살아가는 것 같다고.

아마도 맞는 말일 것이다.


이제 곧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이해 받으며 앞을 보고 걸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홀로 뒤를 바라보며 걸어가야 할지.

생각해 보니... 그마저도 제대로 한 것 같지는 않다.


......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

And
처음에는 '거기야 지진이 일상인데 뭘' '아는 사람이 안 가 있어서 다행이다' 같은 생각부터 했다가 좀 뉴스를 뒤져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피해가 큰 모양이다. 150년 만의 대지진이라.

순간적으로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겠군, 환투기에 환장할 작자들 많겠어' '나도 엔화 좀 사뒀더라면' 같은 생각이 들었다가 다음 순간 스스로가 엄청나게 부끄러워졌다.

....

희생자들의 명복을. 앞으로도 더 생기겠지.

+

후쿠시마 원전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한다. 멜트다운이라도 발생하면 일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

현지 반응 일부.

http://newkoman.mireene.com/tt/3778
http://newkoman.mireene.com/tt/3779
http://newkoman.mireene.com/tt/3780
http://newkoman.mireene.com/tt/3781



And
1)
인턴십이 속을 썩인다. 문예창작학과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그다지 '취업'에 유리한 학과라고는 할 수 없고, 졸업생을 위해 방송국이나 논술 학원 등에 연줄을 대 준다는 취지는 충분히 좋은데... 나는 주소지와 학교가 따로고, 졸업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인턴십을 통해 연줄을 댄 잠정적 직장도 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테고, 아무래도 교육에 있어 소홀하기가 쉬운 법인데.... 내가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가 아무래도 영 애매하다. 게다가 내가 신청한 분야는 아직도 '교섭 중'이다. ...내일 인턴십 수업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해야 하는데 어쩌지orz

2)
교양으로 전쟁사 강의를 신청했다. 전부터 관심 있던 분야긴 하지만 책 몇 권 읽어 보고 영화 몇 편 본 게 전부인 입장에서 그런 걸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군사학과라거나 군사학과라거나 군사학과라거나 하는 애들한테 비해 지식에 있어선 아무래도 부족할 수 밖에 없고, 겸허한 심정으로 학점은 큰 기대 안 하고 말 그대로 '배운다'라는 심정으로 수강 신청을 하긴... ...했는데, 첫 강의 시간에 학군단 제복을 걸친 애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걸 보고 암울해졌다, 젠장. 애초부터 이걸로 학점 잘 받을 생각은 없었고, 다만 관심 있던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긴 했다만 교수의 '절대 평가입니다' 한 마디에 orz. ...어쩔 수 없지,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이라도 빌려다 봐야겠다-_-

3)
독서 토론 관련 강의를 하나 신청했다. 같은 조로 짜여진 애들이 국문학과라거나 해서 라이벌이 늘어난 셈이긴 한데, 이 정도는 도전 의욕을 자극할 만한 수준이다. 잘 신청한 듯. 모 웹진 합평을 통해 단련된 키배 능력을 오프라인에서 보여주가써(...) ...등등의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커리큘럼으로 선정된 도서들이 하나 같이 뭐랄까 참(.........) 이번 학기 강의 시간에는 좌빨 인증 한 번 거하게 할 듯.

4)
졸업한 후배 하나가 한나라당 연설문 교정 알바를 뛰고 있다고 한다. ㅅㅂ 밀 놈이 따로 있지 고르고 골라서 하필이면 퍼런당이냐-_- 뭐 그 놈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재작년에 과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뽑힌 학회장 선거 결과를 독단으로 갈아 엎고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 점에서부터 대충 감은 잡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놈이라면 괜찮은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하필orz ...차라리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을 밀라고 젠장! 이회창은 차떼기 크리에 아들내미 병역 비리 때문에 그렇지 그 외에 있어서는 개인 비리도 없겠다 그나마 제 정신을 가진 보수라고!

5)
졸업한 선배 하나를 우연히 만났다. '선배님 저 1학년 때는 과 내 여신이었음ㅇㅇ' '아직 남자 친구 없으면 저는 어떠함' 등의 마음에도 없는 개드립을 치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그토록이나 경멸해 오던, '윗 사람에게 딸랑거리기'를 막상 취직하고 나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썩 잘할 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해졌다. 나 자신이 별로 순수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하지만  뭐랄까... 한번 마음을 고쳐 먹고 나면, 반대급부로 너무 빨리 '적응'해 버릴 지도 모르겠다 싶다.

6)
개강 파티를 하고 들어왔다. 이제는 과가 어떻게 돌아가건 신경 안 쓰고 내 할 일에만 집중하겠다... 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새 먼저 들어간 애들 얼굴과 학번, 이름을 기억해 두고 많이 취했다 싶은 애들 기억해 뒀다 학회장에게 신경 좀 쓰라고 하고 2차 가는 애들 인원 파악하고 잘 들어가는지 확인하라고 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아... 젠장,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거지. 이제는 지겹다, 신경 끄겠다... 고 생각했었는데.

적절히 선을 그어 두는 게 나을 것이다. 진심과 선의로 사람을 대한다는 건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칼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그 칼을 쥔 상대가 악의가 없다 해도.

7)
책곳간이라고 해서, 도서관과는 별도로 기증받은 책들을 비치해 두고 과 사람들에게 대여해 주는 장소를 과에서 운영하고 있다. 후배 하나가 내 소설이 들어간 책을 읽고 있길래 '그 책에 모 단편 내가 쓴 거임'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거렸지만 너무 뻔뻔하게 느껴져서 참았다. ...정식 출판이나 한 번 해보고 그런 소리 하자orz
And

예전에 단골로 다니던 순대국밥 집에 가서 한 잔 했다. 1년 사이에 없어지거나 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대로더라. 몇 년 전에는 선배들에게 이끌려, 그 뒤에는 얼마 안 남은 동기들과 함께 드나들며 제법 친해진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는 그대로인데, 이제는 정말로 나 혼자만 남았구나... 싶어서 살짝 마음이 가라 앉았다.

......

난 아직도, '신'도 '인간'도 되지 못한 채 다만 살아가고 있다.

괜찮을 거다, 아마도.

And
엔하위키에서 소설 쓰는 친한 형 신작에 대해 검색해 보고 있다가... 얼마 전 있었던 일에 대해 알게 됐다. 나름 제법 친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입도 뻥끗 안 했다는 것 때문에 -_-한 심정이 되서 문자로 'xx형 바보'라고 디스를 걸었다. 5분도 안 돼 전화가 와 "이 자식아 대뜸 내가 왜 바본데!" 하길래... 투덜댔더니 다른 사람들한테도 거의 괜찮아진 다음에 말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사실 문자 보내고서 금방 후회했었다. 나 역시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주의고, 내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 나도 주변에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왜 그런 일을 말 안 했냐고 그 형한테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긴 하다, 쩝.

내가 전화로 그 형한테 한 말은, 어쩌면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지만... 결국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

내일부터 개강이구나. 혼자지만 술이나 한 잔 할까.


내게 남은 것은 많지 않다.
And

1)
호연의 웹툰, <도자기>를 읽고서 감탄했다. 고고미술사학도로서 자신이 공부하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나, 지식 때문이 아니다. 그 정도의 열정이나 지식은 흔하다. 하지만 도자기라는 소재에 애정이 깃든 시선 한 꺼풀을 덧씌워, 그런 종류의 따뜻한 감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희귀하고 특별한 재능이다. 개인적으로 호연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잘 알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인으로서의 호연은 작품에서 나타나는 따뜻함과는 달리 의외로 냉담하거나 편협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예술가의 개인적인 인성과 그가 창조해낸 작품의 아름다움 간에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북구 신화를 소재로 장중하고 찬란한 선율을 빚어낸 리하르트 바그너는 라이벌 음악가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반 유대주의의 선봉에 설 정도로 공격적이고 독선적인 성격으로 악명 높았고, 한국 시단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서정주는 적극적으로 친일 행위를 하다가 해방 이후 그 행적에 대해 반민특위에서 추궁당하자 '그렇게 쉽게 일본이 무너지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는 옹색한 변명이나 늘어놨고 그 뒤에는 전두환을 찬앙했다. 어쩌면 호연 역시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술가의 인성과 그 창조물은 별개이며, 자극적인 설정이나 요란한 연출 없이 이 정도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연은 주목할 만한 웹툰 작가다.

....라고 생각했었다.

예전에 심장병 때문에 연재를 중단하고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1만원 씩에 파는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어서... 요즘 근황이 궁금해서 이글루를 뒤져봤더니 나온 게, 호연 환빠 의혹 파문이었다(...) 호감이 급감하는 걸 느끼면서 최근 연재작인 <단군할배요!>를 찾아 1화부터 정주행했다. 일단 현재 연재분까지 본 바로는... 이글루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내 최애 작가가 환빠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호감이던 작가인데 실망했음'라는 식의 반응은 약간 지나친 감이 있어 보인다. 환빠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오오 위대한 환국 오오 킹왕짱 우리 겨레' '세계의 모든 고대 문명의 기원은 한민족이다'라는 식의 터무니 없는 신념 때문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쵝오'라는 신화는 세계 어딜가나 있다. 환빠가 문제가 되는 건 신화와 역사를 혼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재자들이 좋아하는 '민족주의+국가주의'의 결합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지에 대해 거의 전혀 성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월드나 한민족 역사공원 홍보는 물론 상당히 거북하지만(단월드는 비리 문제도 있고), 호연의 '환빠 의혹'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개인의 신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단월드 비리 때문에 '으헝헝 나으 호연님이 그런데 빠지면 앙대'라고 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는 되지만... 뭐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성인인 이상 그런 건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미덕을 가진 사람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거나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걸 볼 때마다 느끼는 씁쓸함이 오랜만에 들었다.

2)
오랜만에 최규석의 <습지 생태 보고서>를 다시 꺼내 읽었다. <도자기>를 읽은 시기와 우연히 겹치긴 했는데... 역시 난 이쪽이 더 취향인 듯 하다.

"그곳에는 닮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닮아 버릴지도 모를 모습들과, 전혀 재밌지 않은 농담과, 연민인지 경멸인지 모를 감정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타인의 슬픔을 피해 달아나는 빠른 발걸음이 있다."
"그 애는 말할 사람이 필요했던 거야. 근데 난 제대로 위로 한 마디 못해줬어. 친해질까 봐... 그 슬픔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질까 봐 무서웠어. 나도 내 꿈만 바라보며 달리기에도 벅찬데 왜 다들 나에게만 나타나는 걸까? 며칠 전엔 금방 잘린 듯한 손목을 든 동남아 노동자가 그 많은 사람들을 두고 내게로 달려 왔었거든. 지금 와 봤자 난 아무 것도 못해주는데 왜 하필 나한테..."
"대화는 끝났다. 이런 경우 고민의 당사자는 죄인이 되고 가장 비참한 경험의 소유자가 유일한 발언권자가 된다. 제 감정을 못 이겨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를 보며 '밥에다 간장' 운운한 자신이 부끄러워져 버렸다."
"우리에겐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그것이 싫은 논리적인 이유를 백 가지는 더 댈 수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도망이 아닌 선택일수는 없는 걸까? 패배할 것이 두려워서 출발선에 서기를 피하고 있는 걸까? 혹은 어른이 되는 날을 자꾸만 미루고 있는 것일까? 불안한 눈빛으로 친구의 연봉을 묻거나 부동산 정보를 뒤적거릴 어쩌면 슬플 그 날에 한 때는 이렇게 되지 않으려 노력했노라 자위할 기억을 만들고 있는 것 뿐일까? 세상 안으로 성큼 들어서지도 발을 빼지도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금 그래도 조금씩은 자라고 있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최규석은 재능도 열정도 있었지만 당장 눈 앞의 생활고 앞에서 번민하다가 결국 펜을 꺾은, 수많은 동료와 후배 만화가에 비하면 '성공'한 편이다. 썩 여유 있는 삶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의 이름은 제법 알려져 있고, 소수지만 충실도 높은 팬들도 있고, 작년에는 명동 성당에서 결혼식도 올렸다. 최규석 역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훌륭한 인간'은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 역시도 '좀 배운 좌파' 특유의 치기나 겉멋, 비겁함, 모순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페이소스는 너무나도 절실한 것이다. 진정성이라는 말은 쓰지 않겠다. 요즘은 이건희 복귀사조차도 진정성이 느껴진다느니 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절실함은 그 정도로 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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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펌이라고 되어 있길래... 늦은 시간에 그의 홈페이지에서 퍼온 작품. 스스로 줄을 자른 연은 하늘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3)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는 굳건하게 박근혜고, 2위는 유시민이다. 박근혜가 박정희의 유산에 기대고 있는 한 그녀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고, 나 역시 박근혜를 찍을 일은 없겠지만 유시민도 썩 석연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였지만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는 뚜렷했고, 유시민은 그 정치적 적자다('노무현은 좌빨이었다'고 우기는 뉴데일리 따위는 상종할 가치도 없다). 그리고 좌파로서의 내 정치적 정체성에 의거해 봤을 때 유시민은 박근혜보다 훨씬 더 '위험한'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른다.

이명박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는 다만 '성장'과 '부흥'의 신화에 매몰된, 한국의 '근대의 그늘'을 외면한 자들의 욕망과 두려움이 실용의 이름을 빌려서 빚어낸 괴물일 뿐이다. 박근혜는 적어도 박정희만큼 무자비하지는 않을테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노골적으로 무자비할 수도 없겠지만 그 태생적 한계는 너무도 명백하고, 아버지의 후광과 그 가신들의 세도를 통제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시민은?   

지난 대선에서 나는 정동영의 비열함과 이명박의 사악함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투표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놈이 그 놈'이라고 하는 놈은 보통 더 나쁜 놈 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진보 후보에게 표를 주는 대신 나름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여겨졌던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린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표가 갈리는 바람에 박근혜가 당선된다 해도, 이번에는 내 신념이 이끄는 대로 선택할 것이다. 그 신념이, 나르시즘에 불과한 것이라 해도.

신념도 신념이지만.... 다음 대선에서 유시민을 찍는다면, 당선 여부와는 별개로... 그 자체로 나 역시 결국 '실용'의 악마에게 굴복했다는 의미가 되어 버릴 것이다.

나는 강자다.

4)
현재 리비아 민중운동 현황 정리 간략하게.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진압 중. 추정 사망자 수는 아직 불확실. 폭격기를 동원했다는 말도 있음.
*법무장관 사임. 주 아랍연맹 대사가 사퇴. 군인들 일부는 시위대에 참가. 공군기 2대는 몰타에 망명 신청.
*카다피는 '항전' 결의. 헐퀴.
*전기와 전화 차단. 외신에 새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용병들을 고용해서 진압에 활용.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 화형 당함.
*카다피가 자신이 있다고 밝혔던 트리폴리 시는 시민들에게 점령.
*CNN 기자들이 이집트를 통해 리비아로 들어갔는데 국경 수비소가 비어 있음.
*내무장관 사임. '혁명 참가' 선언. 군에 시위에 동참 호소.
반미 운동에 대해 한참 관심을 갖고 있던 고등학교 무렵에는 '저 오만한 제국에 대항한다'는 것만으로도 카다피를 높이 샀었다. 미국의 오만한 패권주의에 대한 거부감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반미'라는 기치를 들고 있다 해서 일단 호감을 갖지 않게 된지는 오래 되었다. 한 편으로는 일찍 개념 잡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한데... ....그러면 뭐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데, 젠장. 리비아는 카다피 집권 전까지 제대로 된 근대 국가의 꼴을 갖추지 못했고, 대부족들의 연합체에 가까운 성격이었다. 카다피가 축출된다 해도 '민중의 승리' 같은 상쾌한 결말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 덤. 중동 국가별 반정부 시위 특징 및 양상. 출처는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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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인도네시아 대사관 잠입 실패 국격 상ㅋ승ㅋ 건도 그렇고... 개강을 앞두고 쓰던 소설 완성에나 매진하려고 했는데 뭔 놈의 사건이 이렇게 연이어 터지는지, 쯧.

5)
오늘 학교로 돌아간다. 1년 만이다. 이제 그나마 친하던 동기들은 남아 있지 않을테고, 내가 서툴게 사랑했던 '문예창작학과'는 그 자리에 없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과가 어떻게 돌아가건 말건 신경쓰지 않은 채, 학회비 납부나 학과 행사에 대한 수동적인 참가 등 최소한의 의무만을 기계적으로 행하게 될 것이다.

...우울한 1년이 되겠지만, 견딜 수는 있겠지. 이젠 지겹다. 나도 내 할 일에만 신경쓰련다.

And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2161927555&code=990339

...<시크릿 가든>의 작가도 밥과 김치가 없었던 최고은처럼 반지하방에서 사흘간 과자 한 봉지로 버틴 적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는 가난에서 탈출했지만 그의 성공이 그의 가난과 굶주림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가 비운 자리를 다른 사람, 가령 최고은 같은 이가 물려받는다면 그의 예외적인 성공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만약 20대라면 실업자일 가능성이 높고, 중년이라 해도 비정규직이기 쉬우며 큰 병에 걸리면 가정이 파탄나고, 늙는 것은 곧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여자가 구원받는 길은 재벌2세의 여자가 되는 것이라는 환상을 퍼뜨리는 한 세상은 쉬 변하지 않을 것이다.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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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머니의 아르바이트를 평일 새벽마다 도와드리고 있다. 사무실을 청소하는 일이다. 5시 반에 일어나 6시까지 도착해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비우고, 대걸레질을 하고, 휴게실에서 대충 아침을 먹고, 정리해 둔 쓰레기를 묶어 1층으로 나르고 나면 9시 반 정도가 된다. 어머니는 그대로 출근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씻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소설을 마저 쓴다(이번 소설은 꽤나 개인적인, '나를 위한' 글이 될 듯 하다). 나는 곧 복학해서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어머니는 혼자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일을 마치고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른 구역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곁 귀로 들었다. "국민학교도 못 나왔고, 배운 게 없다 보니까 이런 일을 해요. 손녀가 6학년인데, 며칠 전에 만나서 짜장면 한 그릇 사주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여기 1층 중국집이 맛있거든요. 걔라도 저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할텐데..."

그 아주머니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이 일은 지저분하고, 힘들고, 돈은 안 되고, 종종 창피하기도 하다. 평소엔 '가난 자체는 부끄럽지 않다'고 여기던 나 역시도 고급차를 세워두고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는 사람 옆으로 쓰레기 봉투를 끌고 가는 게 거북할 때가 종종 있다. 최소한 자기 손녀만이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아주머니의 소망은 한 없이 소박하고, 어찌보면 무척이나 인간적인 것이다.

현대의 많은 나라들이 '평등 사회'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모든 국민들이 인간적으로 동등한 위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타고난 신분이나 지위 대신 돈이나 권력, 사회적 공헌도, 기타 무언가 다른 기준에 의해 계급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선천적 태생이 그러한 기준을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출생의 비밀' '뒤바뀐 운명'을 다루는 그 숱한 드라마와 펄프 소설들이 오늘도 '진정한 나는 이런 데서 이런 일을 할 팔자가 아니다'라는 판타지를 부풀리고 있다. 그건 이미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헌정 수립 이래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부였던 지난 10년 동안조차도 그러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이 그토록 목소리 높여 강조하는 '국격 있는' '경쟁력 있는' '실용적인' 한국은 그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확고히 해가고 있다.

혁파를 위해서는 자신의 가난함을, 남루함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들과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의식을 가지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오직 '손녀가 나 같은 일을 하고 살지 않기만을 바라는' 그 아주머니의 소망은 슬프기까지 하다.


나는 이 지점에서 커다란 모순에 직면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강함', 추구하는 것은 '명예'다. 거기에 '결코 폭압과 부조리에 굴복하지 않는 나 자신'은 있지만 '그 폭압과 부조리가 없는 사회'는 없다. 나는 나 자신이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임은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와 어깨를 걸고, 같은 이상을 위해 공투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인간을 믿지 못하면서, 거기에 무슨 '대의'가 있을 수 있을까.


...모순이라도 괜찮다. 잘못되어 있어도 괜찮다.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


다르게 사는 법은 알지 못한다.

......


홍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잘 싸워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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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67&newsid=20110220125404906&p=moneytoday

...다행이다.

And
죽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떨쳐냈다. 8층 정도 높이면 확실할 것 같기도 한데. 요즘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자살 충동은... 정말 힘겹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순간에는 들지 않는다. 그런 순간에는 의외로 우울감이나 무력감 같은 느낌보다는 오히려 분노와 투쟁심이 우선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약간은 짜증스럽고 약간은 피곤하고 약간은 구질구질한... 그런 비교적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아무 이유도 없고 맥락도 없이 불현듯 찾아드는 게 아닐까 싶다.


.........

내가 겪은 일들은 별로 특별할 게 없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고, 세상에 비극은 이미 넘치도록 많다.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고통이 내게 있어서는 유일하고 확고하다는 것도 명백한 진실이다. 그 유일하고 확고한 고통이 내게 아무리 절실한 것이었다 해도 타인이 그를 이해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나는 그것을 배웠다.

내 문제는 전적으로 내게 속한 것이며, 어떻게든 나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훨씬 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건 불가능하건 그 과정은 너무도 힘겹고... 누가 대신해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나 역시 들어줄 수 있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럴 수 있을 듯한 사람이 나타나도 믿을 수가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게 되었다. 가끔, 아니 꽤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에게서 위안을 받고, 누군가의 위안이 되어 주고 싶었던 몇 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내 앞에 있다면 나는 그 나를 비웃을까, 동정할까.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그 고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내 고통을 얄팍하고 하찮은 것으로 취급한다고 해도, 그에게 '너도 나와 똑같은 고통을 겪어봐야 한다'고는 요구하지 못하겠다. 최규석 화백의 만화 <습지 생태 보고서>에서는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 술을 마시다 누군가가 힘겨운 개인사 이야기를 꺼내자 다들 '겨우 그 정도 가지고'하며 경쟁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온다. 고통마저도 자기 과시에 소비되는 그 한심한 작태라니.

항상 올바르게 살 수는 없다. 그래도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명예다.


그렇다면, 차라리 누구에게도 이해되지 않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홀로 견디고, 세상은 평화롭고, 신은 저 멀리 있고.

+

핸드폰 메모리 에러 때문에 전화번호부가 모두 지워졌다. 켜지지도 않던 걸 칩을 교체해서 일단 쓸 수는 있게 되었지만 예전 번호들은 복구할 수 없을 모양이다. 예전에 사랑했던 분 번호도 지워져 버렸다. 어차피 이제는 연락하지 않을 생각이긴 했지만 '내가 결정한 것'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은 전혀 다르다.

남은 건 사진 몇 장과 끝내 건네주지 못한 선물, 그리고... 추억 정도구나. 사람 사는 게 그런 거려니 싶으면서도.... 좀..... 그렇다.

설니홍조雪泥鴻爪, 라고 했던가.

+

그래도, 견딜 수 있다. 내 '강함'은 그 정도로 하찮지 않다.
 
And
"지금의 모습대로 사는 것. 될 수 있는 모습대로 되는 것. 그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구정이라 강원도에 다녀왔다 돌아오던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저런 문장이 붙어 있는 걸 보았다. 보통 저런 위인들의 금언 같은 건 어딘가 가식적이고 이미 이룰 걸 다 이룬 자 중심이라는 느낌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저 문장은 가슴에 박힌다. 저 말을 남긴 R L 스티븐슨이,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작가라는 점도 개인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강함'이, 그 '명예'가 옳은 것은 아니라 해도... 잘못된 채로도 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아직도 하나의 의문은 남아 있다.



과연, 그걸로 충분한 것일까.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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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for the MOON.
And

약속 잡았다가 깨져서... 도서관 가서 글 좀 쓰다가 돌아오던 중 저녁 먹으면서 혼자 술 한잔 하고 들어왔다.

그런 옛날 이야기가 있다. 숲 속에서, 어떤 은자가 홀로 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서툴렀던 은자는 나이가 들수록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외로워졌고, 고독에 겨워 결국 미쳐 버렸다. 미친 은자는 길을 잃고 숲 속을 헤매던 아이를 만났고, 며칠 동안 자신의 오두막에서 아이를 재워주며 함께 생활하다 아이가 집과 가족을 그리워하자, 아이가 자신을 떠나는 걸 막기 위해 아이를 죽여 버렸고 죽은 아이의 시신을 끌어 안고서 이제는 헤어지지 않는다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렸다고 한다.

난, 그럴 수 없다.


이제는 이해한다. 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를 나누는데 너무나도 서툴다는 걸. 한 때는 그런 자신을 끔찍한 괴물 같다고 여겼고,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여겼다. 난 노력했고... 몇 번이고, 매번 방식을 바꿔가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되어 버렸다. 지금은... 그 때, '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그 때의 나 자신이 지금의 내 앞에 있다면 '네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웃거나, 혹은 아무 말 없이 술 한 잔을 살 수 있을 듯 하다.


.........

지난 주 일요일,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내가 가져간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격렬히 분노했다.

...그 사람은, 왜 화를 냈던 걸까.


그 사람은... 일단은 그 소설에서 나타나는, 화자의 마초적이고 비속어를 지나치게 남발하는 화법이 불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 느낀 분노의 감정은, 단순히 소설 상에서 나타난 화법에 대한 불쾌함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봐도, 그 소설이 썩 편안하게 읽힐 만한 작품은 아니다. 그 작품에서는 쩔어주는 마초의 혐오스러운 화법이 있고, 광신자의 끔찍한 대의가 있고, 한 없이 냉혹하고 무감각한 '괴물'의 열망이 있다. 어느 정도는 의도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정도로 격렬한 분노를 유발할 만한 요소가 아닌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소설을 쓴 나 자신이 보기에도 그 소설은 그 정도로 강한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은 되지 못한다. 그 사람이 분노한 진짜 원인은 아무래도 역시 다른 데 있을 듯 한데...

난, 그 이유를 모르겠다.


어쨌든 내 소설 때문에 꽤나 불쾌하셨던 듯 하니, 그 점은 사과드려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그 사람이 분노한 진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느끼는 미안한 감정은 진실이지만, 그 사람이 그걸 이해해야 할 이유는 없고, 내가 느끼는 그 '미안함'이 과연 그 사람이 원하는 성격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

진심으로써 사람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재능이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역시 그런 재능은 없는 것 같다.


......
........
...........
.............
....................


최근 일주일 내내 그 생각을 했다. 그 때마다 그 사람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떠오르고, 동시에 견디기 힘들 만큼 가슴이 아려온다. ...이런 감각은 알고 있다. 이것은, 연애 감정의 초기 증상이다.

...그 사람은 나에 대해 별 감정이 없으리라 여겼지만.... 저번에 그 사람이 화낸 것 때문에, 아마도 나에 대한 감정은 꽤나 나빠졌을 것이다.


이제는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여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 안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토록 실패를 거듭하고, 친구라고 여겼던 이를 잃어 버리고, 슬퍼하고, 다시 시도하고, 똑같은 결과를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도.


난, 왜 이러할까.


내가 꿈꾸는 '강함'을 위해서는 그것마저도 넘어서야 할 텐데... 나는 왜 이러할까.


나는, '강자'가 될 수 없는 걸까.

....


내가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단순히,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동경을 넘어선- 일종의 연애 감정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드러내선 안 된다. 나 자신의 감정에 휩쓸린 나머지 결국 스스로를 억누를 수 없게 되고,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배려하지 못하고, 결국 멀어지는 과정을 또 반복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겪어왔던 일들이,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나는... 인정한다. 나는 나 자신의 감정에는 민감하지만, 타인의 감정은 잘 읽지 못한다. 그것이 단순한 눈치 없음인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만에 하나, 모든 것이 '잘 되서' 그 사람도 내게 호의가 있고, 연인은 아니더라도 친구는 될 수 있다 해도.... 언젠가는 분명 그 사람은 내 '불가해성'에 염증을 느끼고, 멀어질 것이다. 내게 실망하고, 부담스러워 하고, 거리를 두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내가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좋은 인상' 혹은 그 사람의 미소에서 본 '빛' 역시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에 불과하며, 그 사람도 나름의 번민과 슬픔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고통 없는 영혼은 없다. 내가 그 사람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연애 감정이라면, 그 고통과 어둠 역시도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내 문제들과 맞서 싸우기만도 힘겹다.


....정작 중요한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는 것은 한심한 짓이다. 그것만은, 도저히 못하겠다. 패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에 꺾여서는 안 된다. 그것만이 내게 남은 유일한 '명예'다.


....
.......
...........
..............
................


늦은 시간인데다 술까지 마시고 왔더니 아무래도... 감정적이 됐다. 어차피 그 사람은 이 글을 보지 못할테니... 상관 없겠지.


하지만,

저 위에 쓴 그 모든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는 지금의 내 감정이 더욱 커져서.... '그 사람 곁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감정이 되어 버리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저번에 가져 갔던 소설 때문에 그 사람은 화가 났을 테고, 나에 대한 감정도 나빠졌을 수도 있는데...... 아니, 그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인간인 이상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고통과 어둠을 이해하고 포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여전히 나 자신의 감정과 욕구만 중요한... 괴물에 가까운 채로 연애감정 같은 걸 가진다는 건.... 단지 그 자체만으로 크나큰 죄가 아닐까?


....

그래도,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그 미소가 그대로이기를 바란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해도.


이것이, 이기적인 욕구라 해도.



오랜만에.... 눈물이 나온다. 나잇살이나 먹어 놓고........ 한심한 꼴이다. 이 감정이,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감정에 의한 것이며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기 연민만큼 한심하고 나약한 짓거리도 많지 않다.





난 강자여아만 한다. 다른 방법은 알지 못한다.
 
+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읽어보니 엉망이다. 동어반복 쩌는 것 봐, 앞에서 한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 하는 부분도 많고... ...일기에서까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쯧. 신경써서 볼 사람도 없겠지만 좀 부끄럽다. 어제는 나 자신이 느끼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이 취했던 모양이다.

And
1)
http://www.fnnews.com/view?ra=Sent0701m_View&corp=fnnews&arcid=0922206714&cDateYear=2011&cDateMonth=01&cDateDay=20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110155410

위 기사는 정부가 영리 의료법인 허용을 강행 중이라는 내용, 아래 기사는 부족한 공공 의료법인과 건강 보험료 인상이라는 일견 별 상관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이슈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의료 민영화가 어째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인지는 굳이 이 블로그에서 부연할 필요가 없을 테고. 이미 예고되었던 일이긴 하다. 이명박은 취임 초부터 이미 의보 민영화로 가는 첫 포석인 당연지정제 폐지를 말했고, <SICKO>가 개봉했고-그렇다, '경고'는 이미 주어져 있었다-, 그 때 난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그 불안감은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의 자칭 '실질적 무상의료'라는 구상을 보고서는 고작 이 정도로 마치 현실적 한계인양 말하기 시작하면 다들 그 정도 선이 진짜 한계점이라고 여겨 버리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민주당도 좀 까볼까... 했는데 저 기사 보니 그런 생각이 확 달아난다, 젠장. 민주당이 커피라면 이명박은 T.O.P다(김정일은 그냥 X물이니 논외다).

예전에 스크랩해뒀던, <식코> 내용 요약 자료.

http://blog.naver.com/garleng/100049691180

2)
홍익 대학교 청소 및 경비 노동자들이 재계약을 앞두고 올해 인상된 최저 임금만큼 용역비를 올려 줄 것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그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리고 노조 측은 통보 이후 파업 농성에 들어갔다(이 포스팅을 하고 있는 2011년 1월 22일 새벽 3시 13분 현재, 그들은 천막을 치고 옥외에서 농성하고 있다). 나도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직접 갈 수는 없지만 얼마 안 되는 금액이나마 지원 계좌로 송금했다.

요즘 거의 매일 새벽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정확히는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어머니가 하시는 걸 내가 도와 드리는 거다. 그리고, 그 아르바이트가 바로 건물 청소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고, 그 때는... ...인정한다.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다 같은 아르바이트가 아닌데 이런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굳이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있었고, 필요하다고 여겼기에 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내심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젠 그 일이 부끄럽지 않다.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가난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스스로의 치부로 여기는 한, 연대는 있을 수 없다. 다만 우월한 입장에서 베푸는 동정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투쟁은, 나의 투쟁이기도 하다.

3)
나는 소설을 쓴다. 예술이라는 게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들'의 고상한 유희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그리고 노동이라는 건 결코 '못 배우고 천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자문해 본다. 예술가는 노동자인가? 아무리 곰씹어 생각해 봐도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http://www.nodongmana.net/bbs/zboard.php?id=interview&no=7

...좀 더 뒤져보니 프랑스는 파리 코뮌 시절까지 유래가 거슬러 올라가는 예술가 노조가 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4)
저번에 썼던 단편 <슈퍼로봇의 혼>을 이번에 모 웹진 합평회에 가져 가려고 수정하다가... 도저히 기한에 못 맞출 듯 해서 초고에서 심각한 오류가 있던 부분만을 약간 가필했다. 다른 소설이 쓰고 싶어졌는데, 이거 고치는 건 그냥 다음에 할까...?

5)
......

모 웹진 합평회 자리에, 어떤 사람이 온다고 했다. 그걸 보는 순간 '아, 오는구나' 싶었다. ...그냥 그것 뿐이었다. 딱히 기쁘거나 어색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 생각만 들었다. 오지 않았다 해도 나는 별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


역시, 연애 감정은 아닐 것이다. 그 사람을 자주 만나거나 한 것도 아니고, 딱히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그리고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반하거나 해서는 안 될 합리적인 이유들이 여러 가지 있다.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이유로 그 사람은 내게 별 감정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내가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좋은 인식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파편화된 것에 불과하며 진실과는 동떨어진 나만의 판타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세 번째로 나는 아직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할 일들이 많다. 지난 경험으로 돌이켜 봤을 때 나는 좀처럼 누군가에게 반하지 않지만 한번 마음이 기울면 좀 심하게 앓는 유형일 가능성이 높고,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되면 그 일들에 악영향이 갈 것이다. 네 번째로 나는 그것이 옳다고 하기 힘든 방식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강해지는 것'을 선택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리고 결국 그게 전부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된 이후에야 힘들게 내린 결정이고, 그 결정의 무게는 과연 연애감정인지조차 불명확한 그런 애매모호한 무언가 때문에 뒤집어도 될 정도로 가볍지 않다. '강함'이 내가 선택한 방식이고, 나는 그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것을 추구하기만도 벅차다. 다섯 번째로... ....예전에 사랑했던 분의 그림자가 아직도 내 안에서 짙게 남아 있다.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난 아직도 여전히 내 감정을 완전히 내 의지에 따라 다루지 못한다. 어차피 곧 복학하고 나면 볼 일도 없어지고 바쁘게 지내느라 자연스레 멀어지겠지만 신중을 기해서 나쁠 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부러 내 쪽에서 먼저 남자 친구 없냐는 식으로 치근대면 겉으로야 어쨌건 속으로는 -_-하면서 거리를 둘테니 멀어질 수 있긴 하겠지만, 난 입 찢어져도 그렇게는 못 하겠다. 부작용이 너무 크기도 하고. 역시 무난한 방법은 그냥 오래 안 보는 건데... 이번에 가서 마주쳐도 그냥 필요한 최소한의 이야기 정도나 하고, 뒷풀이 같은 거 가지 말고 얼른 돌아올까... 으음....... 그렇다면 그냥 최대한 자연스럽게 적당히 농담도 건네고 할 거 다 하다가 새벽 알바 핑계대고 일어나는 쪽이 나을까. 어쨌든,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이나 그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감정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남들 다 알게 질질 흘리고 다니는 건 한심한 짓이다.

.......아 썅 새벽 4시가 넘도록 이게 대체 뭐하는 거야...........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와서 자야지, 쯧.


그 사람은 이 블로그 안 올테니 다행이다.

 
And
나는 에고이스트가 맞을 것이다.

현대 한국 정치 상황에서의 이념적 지향으로 봤을 때 내 정치적 성향은 확실히 '좌파적', 내지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유럽 기준에서 보자면 중도 내지 온건보수에 가까울지 몰라도-.

그러나 내가 가장 간절히 추구하고, 가장 큰 만족을 느끼는 것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저 견고한 앙시엥 레짐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나 자신의 강함'이다. 비루한 들개처럼 사는 한이 있더라도 자존심까지 싸구려로 팔아 치우지는 않겠다는 결의, 그것 뿐이다. '진보가 온전한 목소리를 내는 나라' '사람 사는 나라'는 내가 진정으로 간절히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나 자신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를 추구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남들이 다 포기하고, 변하는 건 없다고, 다 똑같다고 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에의 '희망' 때문이 아니라 결코 굴복하지 않는 나 자신의 강함이라는- 철저히 자족적이고 어떻게 보자면 상당히 이기적인 '명예' 때문이다.
 
그것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내가 아무리 진보적 가치들을 추구한다 해도 그것이 본질적으로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인 이상,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한국의 '진보'에 심각한 독이 될 것이다.


잘못된 채로도 살 수 있다. 다르게 사는 법은 알지 못한다.


    
And
【 생명상 】
  • 출품명 : 지금이라도
  • 출품자 : 온수철
  • 출품작 소개 : 샌드아트를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와 지금이라도 되돌리기에 늦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 환경상 】
  • 출품명 : 당신의 양심을 두드리는 맹꽁이
  • 출품자 : 평상필름
  • 출품작 소개 : 낙동강에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해서 수많은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다. 특히 많은 모래톱과 습지가 발달해서 종의 다양성이 월등히 높다. 낙동강 사업은 다양성 서식환경을 일률적으로 만들어서 종의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업이다. 습지가 파괴되고 있는 곳곳을 힘없는 생명들의 담담한 시선으로 말하고자 했다.

【 생태상 】

  • 출품명 : 안토니오 난 반댈쎄
  • 출품자 : 이용일
  • 출품작 소개 : “반댈쎄”라는 문구가 재미있게 들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만한 이름 안토니오 반델라쓰의 이름을 섞어 불러
  • 보았습니다 “안토니오 반델라쓰”를 “안토니오 난 반델쎄”라고 한 것이죠 이 동영상
  • 에서 주인공은 친구 안토니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왜 사대강에 반대하는지 몇몇 이미
  • 지와 더불어 설명합니다 그때 “안토니오 난 반댈쎄!” 란 후렴구가 중간중간 터지고 삽입되
  • 는데 이것은 이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난 반댈쎄” 라는 문구가 오래 인상적으
  • 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상적인 외모의 배우를 동시에 연상하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 많은 사람들에게 난 반댈쎄 라는 말이 퍼져가길 바랍니다 ps.공모전이 있단 것을 너무
  • 늦게 알게 되었지만 꼭 참여하고 싶단 생각에 급하게 서둘러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재미
  • 있게 볼 수 있는 동영상이 이 기회에 많이 만들어지고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환경운동연합상 】
  • 출품명 : 4대강 사업 반대
  • 출품자 : 문종호
  • 출품작 소개 : 4대강 사업의 실상을 스케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 녹색연합상 】
  • 출품명 : 팔당은 死대강 포기 배추
  • 출품자 : 두머리픽쳐스
  • 출품작 소개 : 팔당 두물머리에는 유기농으로 30여년을 살아온 배추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대통령과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유발한다는 경기도지사의 생각과 함께, 죽음의 ?i질이 시작된다. 그러나 배추들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좋은 삶은 시멘트가 아니라 건강한 배추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And
꿈을 꿨다.

그 꿈 속의 나는 더 이상 과거를 두려워 하지 않은 채, 거기에 맞서고 있었다. 내가 꿈꾸는 강함에의 이상을, 그 꿈 속의 나는 이뤄내고 있었다.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걸 갖고 있는 건 멋진 일이다. 나는 내내 내가 '강함'을 이룰 수 있을 지를 의심해 왔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의심은 끝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견디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난, 다르게 사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And
그 자리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저렇게 살 수 없을까. 사람이 사는 법은 저마다 다른 법이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행복해 보인다. 보기 좋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없더라도.

예전에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무렵에... 나는 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사람과도 친해지고 싶다고 이 블로그에 적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무래도 역시 변할 수 없을 모양이다. 이제 와서는 오히려 누군가가 먼저 내게 진심과 선의로서 접근해 온다고 해도, 그를 믿고 솔직하게 기뻐하기가 어려워져 버렸다. '기쁨'을 느낀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자살 충동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난 아직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할 일, 지켜야만 할 것, 추구해야만 할 것이 있다. 그 이상이 나를 명예롭게 만든다. 그에 접근해 간다고 느껴질 때, 나는 스스로가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강함'을 구할 때, 나는 외롭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에고이스트일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다고 여기는 건 어쩌면 연애감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곤란해진다. 그렇게 되면 나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고, 혼란에 빠지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아닐 테지만-그 사람도 내게 별 감정이 없을 테고- 혹시 모르는 일이다. 곧 복학하고 학교로 돌아가고 나면 그 사람을 볼 일도 없을테고, 마음도 멀어질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이 잘 지냈으면 싶다. 그 사람은 내가 결코 이루지 못할,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성격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라도 나쁘진 않다. 난 '강자'이며, 잘못된 채로라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내가 강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사소한 일로도 슬퍼하고 훨씬 사소한 일로도 희망에 들뜰 줄 아는 인간이었더라면.... 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And
1)
구정을 맞이해 강원도 본가에 갔다 왔다. 할머니는 많이 늙으셨다. 원래 어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눈 때문에 하루 더 묵었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반갑지 않다.

2)
강원도 갔다 오느라 모 웹진 리뷰 원고 마감을 못 맞출 뻔 했다가 간신히 넘겼다. 업데이트 된 걸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날린 티가 나서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원래대로라면 그 책에 내 소설도 실려 있었어야 하는데.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느낌이 든다.

3)
날이 추워지니 다쳤던 무릎이 쑤신다. 알바 자리를 구해야 할텐데... 무릎이 두고두고 말썽을 부릴 모양이다... 으으 쓰다가 말아 버린 소설 하나가 있는데 그거나 마저 쓸까...

4)
문지 문화원 사이에서 하는 소설 강좌 중 관심이 가는 게 있다. 강사 분은 제법 실력 있는 SF 작가긴 한데, 가르치는 능력은 미지수라서 등록을 할까 말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내일이 등록일인데?

5)
올 해에는 복학한다. 졸업까지 2학기 남았다.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못하는 일은 없을테지만... 올 해 학교 생활은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 모양이다. 내가 다니고 싶었던 '문예 창작학과'는 더 이상 없고, '국문 창작학과'라는 듣보잡 과가 거기 있다. 몇 되지도 않던 친한 동기나 후배들도 대부분 졸업했을테고. 그나마 날 좋게 봐주시던 교수님들은 자리를 지키고 계신 모양이긴 한데. ...차라리 잘 된 걸지도 모르겠다.

6)
힘든 결심을 한 가지 했다.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건 늘 바로 직전에서 놓쳐 버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우울하긴 한데... 견딜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람 사는 게 그렇지 뭐.

...그래도, 잘 지내시기를. 부디.




  
And
곧 결혼할 모양이다.

그 때 그 애는 내게 호의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당시 호의를 호의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상태였던 나는 일부러 거리를 뒀었다.  그 애가 나를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연애 감정은 아닌 듯 했고, 만일 그랬다 해도 나는 받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 만나보고 싶기도 한데... 보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공연히 귀찮은 오해가 생기거나 꺼림칙한 소문이 돌 수도 있고, 더 나쁜 가능성도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

약간은 그립다. 그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난 다시는 그런 치욕을 겪지 않겠다고 명예를 걸고 맹세했다. 내게 있어서 명예는, 썩 강렬하지도 않고 별로 오래 가지도 않을 그리움이나 아쉬움 같은 감정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행복하기를.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