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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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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찌질.

아무런 이유도 맥락도 없이, '오늘 하루 그 분은 잘 지내셨을까, 데이트라도 하셨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가서 좀 뛰고 들어왔다. 땀투성이가 되 돌아와 샤워하고 밥 먹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려니 한결 좀 낫다.

그 분이 이 블로그 보실 일이야 없겠지, 뭐 어느 정도 내 마음을 눈치채셨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다. 인정한다,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가 잘못 안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선 안 되는 거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지나친 나머지,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에게 반했다고 믿어 버리게 되는 바람에 병신짓을 한 사람들 이야기에 대해선 충분히 안다. 나라고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런 건 나 자신이 받아들이질 못하겠다.

앞으로도 종종 볼 일이야 있겠지만 가능한 떨어져 있고, 필요한 말 외엔 하지 말고, 뒷풀이 같은 거 가지 말고 얼른 돌아오고, 그 분 결혼 소식 들리면 축의금이나 좀 보내 드리고... 해야 할 건 뭐 그 정도인가.

그 분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 분과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내가 그 분께 무언가 더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내가 그 분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을 눈치챈 건 그 분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름 남들 앞에선 잘 조절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른다. 뭐 눈치 없이 'xx님이 xx님 좋아했던 거 같아요'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은 없으니 괜찮겠지. 여기서 끝내야 할 일이다.

몇 년 전, 그런 일이 있었다. 진심과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상대에게 통한다고 믿고 있던 무렵. 어떤 인간 관계 때문에.... 내심 불안해하고 있던 나는 당시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분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려고 했었다. 이걸 계기로 그 분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 때 그 분은 날짜를 착각하셔서 약속 장소에 오지 못하셨고, 난 혼자 시간을 좀 죽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만났을 때 그 분은 내게 사과하고 다음에 시간 내 보자고 하셨었고....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바로 그 분께 반하게 될 줄은. 하지만 어쩌면, 약속이 깨지고 못내 아쉬운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돌아온 그 때부터 결국은 이렇게 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연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이미.


아마 오늘 밤도, 그리고 앞으로도 한 동안은 더 그 분이 행복하기를 빌며, 그리고 내가 직면해야 할 지루하기 그지 없는 학교 생활과 그게 끝난 후 이어질 침울한 구직 활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잠들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괜찮아 지겠지.

구질구질한 꼴이지만 뭐, 남한테 티내지만 않으면 되겠지. 어차피 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휑한 블로그지만 아무래도 좀 마음 쓰인다, 여기에 그 분 이야기는 그만 적어야겠다...

침체되는 거야 그럴 수 있다. 그 분에 대한 내 마음은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던 듯 하니. 하지만 그건 이제 끝난 일이고, 거기 휘둘리는 건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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