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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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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곽 교육감 건에 대해 한 줄 추가. 그에 앞서, 우선 약간 옛날 이야기 하나.

공화국 대한민국은 외세에 의존한 해방 속에서 태어나,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이념의 대리전쟁을 치룬 폐허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피폐하고 비참한 곳에서는 먹을 수도 없는 대의나 이상보다는 한 그릇의 밥이 훨씬 더 확실하다. 그런 상황 하에서는 너무나도 불의가 자리잡기 쉽다. 그 자체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이다.
 
이후 이승만은 온갖 음모와 야합을 통해 정적들을 제거하고서 '반공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진행된 '근대화'와 동아시아에서의 공산주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꾸준한 지원, 베트남 파병의 댓가로 한국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 사이 군사독재와 인권탄압, 그에 항거하는 민주화 운동이 있었지만 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신 깊숙한 곳에서는 그 시절의 빈곤과 고통이 결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빈곤과 고통은 근대화라는 가치에 대한 눈먼 갈망을 낳았고, 그 갈망은 '도덕이나 윤리 같은 건 당장 먹고 사는 것에 비해 사소한 문제'라는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한 자아를 내면에 품은 괴물을 낳았다.

그 괴물은 '당장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윤리나 도덕은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외면해야 하는' 절망적인 현실을 겪었다- 그리고 그 "현실"을 '살아남고, 승자가 되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윤리와 도덕 같은 것은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하는 게 올바른 것'이라는 "당위"로 치환시켰다.

한국은 너무나도 빨리 변했다. 그리고 그러한 급변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그늘은 단순히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성장통으로 간단히 치부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나도 많은 중요한 것들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논리 앞에 외면당했고 잊혀져 버렸다.

군사정권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무너졌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대한민국의 형식적인 민주화는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 막 성년기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내면에서 그 괴물은 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고해졌다. 어쨌든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당장이라도 죽어 버릴 것만 같은 그 비참함 속에서 일어나 지금만큼 자랄 수 있게 한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도덕과 윤리는 내다 버리는 것으로 취급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처절하기까지 한 그 갈망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되면 그것은 이미 갈망이라고 할 만한 수준을 넘어, 망집에 가깝다. 멀게는 이승만으로부터 박정희, 전두환을 거쳐 이제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공화국 대한민국의 모든 부정성이 그 한 점에 녹아 있다. 그 부정성을 먹고 괴물은 몸집을 불렸다. 

그리고 이제, 그 괴물은 국민들에게 말한다. 현실 정치의 엄혹함, '아(我)'와 '타(他)'를 철저히 가르고 상대를 굴복시켜 승리를 거둔다는 그 순수할정도로 명료한 현실 앞에서 보편적인 도덕이나 윤리, 한발 더 나아가 만인에게 공통된 대의나 이상 같은 건 일단 접어둬야 할 문제라고. 

자신을 쓰러뜨리고 싶으면 자신과 같은 방식을 취해야 하며, 이것이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이라고.

그 괴물이 견뎌야만 했던 현실의 절망을 외면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가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단순한 사실 관계다. 하지만 그 괴물은 그 현실을 자신 안에서 당위로 바꾸었고, 심지어는 "우리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데 만족하는 걸로 그치지 않는, 사람이 사는 나라를 원한다"고 외치면서 그 괴물에게 저항하고자 하는 이들마저도 심정적으로 그 당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 '정치판에서 도덕을 논하는 건 웃기는 짓이다' '한나라당의 야비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다른 도리가 없다'라는 식의 논리들을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도덕 문제로 수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기저에는 저 괴물의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나를 쓰러뜨리고 싶으면 나를 괴물로 키운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너희들 자신도 그토록 믿기 어려워하는 정의와 도덕에 의지할테냐? 아니면 너희들 내면에도 이미 자리하고 있는 그 불신과 증오에 의지할테냐?"


........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선 괴물이 되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일부러 괴물의 피를 마시고 그 거죽을 뒤집어 쓴 채 괴물 놀이를 미리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블랙 라군>의 로아나프라가 아니다.

2)
엊그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오른 발이 부어 있고 통증이 심하다. 평발인데다, 요즘 체중이 늘어나 그 부하가 심해진 나머지 관절이 말썽을 일으킨 듯 하다. 전에도 한 두번 이런 적이 있다.

1교시 첫 수업은 못 들어갔고, 두 번째 수업에 발을 절며 간신히 들어갔다. 저녁이 되니 상태가 더 심해서 슬리퍼에 발을 집어넣기도 힘들 지경이다. 일주일에 이틀 밖에 수업이 없으니, 내일만 버티면 다음 주 오늘까지는 그럭저럭 가라앉을 것 같기도 한데.... 상황이 안 좋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할텐데 변변한 그릇도 없고, 주인 아줌마는 안 계신 모양이고, 도움을 청할 만한 친구놈들은 다들 애저녁에 졸업해 이 근처를 떠 버렸고, 집에 전화를 해봤자 걱정만 하실테고.... 괜찮아지고 나면 일단 이런 일이 또 안 생기도록 다이어트라도 해야겠다. 조깅 같은 걸 했다간 또 말썽을 부릴테니 수영 같은 게 좋으려나...

.......

그거야 나중 일이고, 지금은 혼자 알아서 하지 뭐.
  
3)
저녁 나절에 1시간 정도 깜빡 잠들었다가, 반해 있던 그 분을 만났다. 그 꿈 속에서 난 그 분께 내 마음을 전했고, 거절당했다. 이왕 거절당할 거였다면 현실에서 고백하고 거절당하는 쪽이 더 좋았을텐데. 차인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한심하다, 구질구질해질 수는 없다.

......잘 사시겠지, 행복하시길. 

부디.


이전에도 몇 번 겪어봤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을 꿈에서 보는 건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번엔.... 현실에서도 일어날 일이었으니 최소한 그보단 낫다.

그래도, 이왕 차일 거였다면 내가 잠든 도중이 아니라 깨어 있는 도중이었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은 떨쳐지질 않는다. 고백하기도 전에 차이는 이 감각은 참 오랜만이구나, 에헤라.


행복하시길, 부디.

그 웃음소리를 내가 곁에서 들을 수 없다 해도.

+

다른 일 때문에 쪽지를 보냈다가 감정이 묻어나는 거 같아서 보낸 쪽지를 지우고 댓글로 달았는데 답신이 왔다. 생각해 보니 게시판 쪽지 시스템 특성 상 지운다 해도 '보낸 쪽지가 리스트에서 지워질 뿐' 아예 발송 취소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젠장 바보짓 했다ㅠㅠㅠㅠㅠㅠㅠ 

...거리를 둬야지, 망할. 간접적으로라도 자꾸 엮이면 감정을 정리하기가 힘들어진다.

.........

잘 지내시겠지.

안녕히.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