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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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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마치고 돌아왔다. 뭐 내일 모레 단체 줄넘기랑 계주가 진짜 마지막이긴 한데.

이 나이 먹고 체육대회 같은 거 가봤자 별 거 없다.... ...고 생각하면서도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재작년에 과대표 하면서 애들 학과 행사 참여도가 개판이라고 짜증내며 나는 돈 내라는 거 제 때 내고 행사 안 빠지고 가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던 게 떠올랐다. 의식적으로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무의식적으로는 그 기억이 남아 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는, 생각했던대로 별 거 없었다. 날 아는 예비역 후배애들이랑 1학년 때부터 봐온 여자애들하고 간단하게 인사 정도나 하고, 작년에 국문과와 합쳐지며 대폭 늘어난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조용히 공기처럼 경기 구경하고 담배 피우고 폰 갖고 놀며 하루를 보냈다. ...써놓고 보니 정말 잉여돋는다. 

여자애들 발야구가 마지막 순서였는데... 제법 치열하게 주고받다가 약간 차이로 져서, 뛰었던 여자애 하나가 속상해서 우는 걸 봤다. 몇 년 전 같았으면.... 가서 열심히 했으니 괜찮다, 울지 마라 소리라도 했겠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버렸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 굳이 그런 소리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정말 좋은 의도로 그랬더라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뭔가' 싶기만 할 수도 있는 거다. 진심과 선의는 무력하다. 난 그걸 뼈저리게 알고 있다. 

어젯밤, 꿈을 꿨다. 그 꿈 속에서 나는 내가 지금 지향하는 대로 '강자'가 되어서 싸우고 있었다. 보이는 건 전부 적 뿐이었고,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결국 너도 우리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에는 똑같아 질 거다, 너는 그것 밖에 안 되는 놈이라고 나를 비웃고 있는 듯 했다. 그들 사이에서 혼자 싸우면서 난 힘겹고 우울했지만, 깨고 난 뒤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은 그런 꿈도 꾼다. 그 꿈 속에서 나는 한 때 간절히 원했던 것을 가지고 있다. 그 꿈 속에서 나는 더 없는 기쁨에 젖어 있다. 그리고 깨고 나면 그 모든 게 분노로 바뀐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미 일어난 일' 외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꿈에서 깨어나면, 내 안에서 무언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

돌아와서 별 생각 없이 메일을 확인해 봤더니, 반해 있던 그 분께서 연락하신 게 있었다. 내용 자체는 공적인 것이었지만... 보낸 사람 이름을 보고 순간 두근거려 버렸다, 젠장-_- ...좋지 않다. 그 분이 남자친구가 있는 이상, 나는 내가 그 분께 가졌던 감정을 내 안에만 묻어 버려야 한다. 내가 두근거렸다... ...는 건 아직도 속으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적인 거니까, 답신은 해야겠지, 가능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