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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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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한테 언제 퇴원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월요일날 하란다. 아직 목발 있어야 돌아다닐 수 있는데? 집도 3층인데 어떻게 병원 다니면서 치료 받으라는 거지? 게다가 저번에 염증 남아 있다고 한 건 어쩌고? 어버버하는 새에 질문을 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간호사한테 말해서 퇴원을 좀 더 미뤘다.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그 때쯤이면 절룩대면서라도 어떻게든 목발 없이 걸을 수 있겠지 후우...... 목발 짚고 다니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오른발 만으로 다녀야 했던 전과는 달리 어느 정도 왼발에도 체중을 싣고 다닐 수 있으니 훨씬 낫다.

*혈압 재고 약 주러 오는 그 귀여운 간호사가 왼손 약지에 반지 끼고 있는 걸 발견. 반지 예쁘다, 남자 친구가 해 준거냐고 묻자 웃기만 했다. 귀엽다고 생각만 했을 뿐 딱히 반한 것도 아니었는데 왠지 좀 아쉽다 쳇(...........)

*1층 석고실로 내려가 반창고를 떼고 붕대를 새로 갈았다. 이전 겉의 상처가 다 아물어 소독도 할 필요 없다고 한다. 잘 낫고 있는 거 같긴 한데............ 으음.........................

*낮에 어머니가 갑자기 아파지셔서 당황했다. 병실로 가보니 배가 아프다고 하셨다. 와 있던 사촌 동생이 화장실 가시는 걸 도와 드렸다. 내가 왔을 때는 그나마 좀 가라앉은 뒤였지만 아까는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똑바로 걷기도 어려우신 것 같은데.... 언제쯤에야 나으실까. 걱정이다.

*지인 둘이 문병을 왔다. 한 명은 집도 꽤 먼데 와줘서 고마웠다. 한 명에게는 니시오 이신의 <괴물 이야기>를 선물로 받았다. 1층에서 뭘 좀 먹으면서 게임 하는 것도 보고, 소설 이야기도 하고, 드래곤볼을 비롯한 추억 돋는 화제도 나누며 시시덕댔다. 즐거웠다. ...그러니, 괜찮다.
   
And
오랜만에 꿈에서 사랑했던 분을 보았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참 무언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고, 손을 잡고, 꼭 껴안기도 했다. ...키스는 못했다. 그래도... 미소지으며 내 이름을 부르시던 건 기억이 난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다른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코 그 분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물리 치료 경과는 그럭저럭.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번 주에는 목표 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술 부위 봉합해 둔 걸 뜯어냈다. 오른 팔에 이어 왼쪽 다리에도 평생 갈 흉터가 생겼다. 오토메일은 아니지만 이건 뭐 에드워드 엘릭도 아니고.

혈압과 맥박을 재러 종종 오는 간호사가 귀엽다. 인상 자체는 약간 차가운 편인데  늘 웃는 낯이라 별로 티가 안 난다.

시발끗 목발 짚고 다니기 조낸 빡세다!

의사가 이틀에 한번 꼴로 회진을 도는데 가타부타 말해주는 게 통 없다. 머물렀다 가는 시간이 30초도 안 된다. "아프진 않아요?" "목발 짚는 연습 잘 하고 있죠?" 같은 질문 하나씩 던졌다가 그냥 가버리니 원, 쯧. 실력은 좋은 것 같은데 돈 잔뜩 퍼부어 특진 신청한 보람이 없다. 오늘은 무릎을 만져 보더니 피 차 있던 게 많이 흡수됐다고 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그 한 마디만 하고 가 버렸다. 아놔 니마 자세히 좀.... 다음에 의사한테 언제 퇴원할 수 있는 거냐, 언제 쯤이면 걸을 수 있겠냐고  좀 찔러봐야겠다.

어머니가 배가 아프다고 하셔서 걱정이다.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신다. 어떻게든 죽이나 누룽지 끓인 걸 넘기고는 계신데... 휴우.

같은 병실을 쓰는 어르신들은 괜찮은 분들이다. 그러나 별로 사려 깊다거나 손아래 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에 신경 쓰는 편은 아닌 듯 하다. 퇴원하고 나면 어차피 다시 볼 일은 없겠지만 종종 불쾌할 때가 있다.
And
더위와 거북함 때문에 잠을 자기 힘들다. 엊그제는 새벽녘에야 간신히 잠들었다가 의사가 상처 부위에 소독하고 붕대 새로 감으러 와서 깼다. 이미 몇 번이나 본 거지만 무릎 위쪽을 반원형으로 도려낸 걸 와이어로 봉합해 놓은 상처 자리는 볼 때마다 기묘한 기분이 든다. 오른 팔에 이어서 이제는 왼 다리에도 평생 갈 흉터가 생겼다. 오토 메일은 아니지만 이건 뭐 에드워드 엘릭도 아니고. 무릎 안쪽에 피가 고여 있다고 해서 관을 꽂아 빼냈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했지만 잇새로 신음이 새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래 연골 조직이 완전히 재생되기 전에는 계속 피가 고이게 되니 앞으로 한 두 번은 더 빼야 할 거라고 했다. 안에 아직 염증이 좀 있다고도 했고....

물리 치료도 잘 되가고 있고, 이제는 진통제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꾸 조급한 기분이 든다. 초조하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어제 입원하셨다. 계속 초조하고 불안한 기분이 든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아 샹 미치겠네....... 환자는 한 집에 하나로 충분한데...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정신적 충격이 크셔서 일주일은 입원하셔야 할 것 같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신 와중에도 회사 일 걱정과 내 걱정을 하시는 걸 보니 시큰했다. 하지만 사고 낸 당사자까지 걱정해 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이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중요한 건 어머니다.

진료비 중간 청구서가 나왔다. 액수 자체는 토나올 지경이었지만 보험 적용하고 이거저거 빼보니 환자 부담금은 40% 정도로 줄어 들었다(그래도 적은 돈은 아니긴 한데). 한국 의료 보험 제도 만세. 공보험 사수하라!

어머니와 내가 나란히 입원해 있는 상태라서.... 아버지가 자주 얼굴을 비친다. 이성적으로는 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래라 저래라 할 때마다 속에서 짜증이 치솟는 건 어쩔 수 없다. 짜증이 가라앉고 나면 온갖 생각이 밀려든다, 후우....

지금 상황에서 역시 제일 애를 많이 쓰는 사람은 누나인 듯.
And
기왕 마감 못 맞춘 김에 쓰던 소설을 전부 뜯어내서 처음부터 새로 구상 중이다. 초기 구상에 비하면 꽤나 달라졌고, 주제 의식도 다소 흐릿해진 감이 있지만 이쪽이 더 보편적이기도 하고... 좀 더 '불온'해질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의외로 담배는 참을 만 하다. 막 입대해서 훈련소 생활을 할 때도 느낀 거지만 역시 '피우려면 피울 수도 있는 환경'에서 참는 게 어려운 거지, '아예 격리된 환경'에서는 견디기가 쉬운 편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엄청 골초 같다?

수술한 무릎의 고통도 물리 치료 직후나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만 좀 심한 편이고, 다른 때는 그럭저럭 참을 만 하다. 진통제를 맞는 주기를 늘려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진짜 문제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고통은 싫지만, 두렵지는 않다. 하지만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병원에 묶여서 지루하고 무력하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두렵다. 다치기 전 집에 있을 때도 매일을 충실하게 보내지는 못했긴 한데.... 으음.

<다크엘프 트릴로지>를 다시 읽고 있다. 3권 초반, 농부 일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방랑길에 나선 드리즈트가 구웬훼버만을 벗삼아 겨울을 보내는 부분의 심리 묘사가 묘하게 눈에 밟힌다. 물론 이 이후 몬톨리오를 만나게 된다는 건 알지만.... 쯧.

지난 학기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거쳐... 작년 이 맘때 겪었던 일들을 반추 중이다. 지금의 내가 몇 년 전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 때의 나를 비웃을까, 무시할까, 혹은 동정할까?


성격이 변해가는 게 느껴진다. 그쪽이 더 '잘 견딜 수 있게'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긍정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And
얼마 전에 스케이트 타러 나갔다가... 넘어지면서 벤치에 부딪치는 바람에 다리를 다쳤다. 무릎 위가 쑤시긴 했지만 일단은 움직이길래 부러진 거 같지는 않아서 다행....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병원에 와보니까 "무릎 관절 위를 덮어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근육이 옆으로 빠져 버렸고, 그 상태에서 무리해서 다리를 움직이는 바람에 연골이 뜯어져서 왼쪽 무릎에 피가 차 있음 ㅇㅇ. 님 한 달은 입원해야 할 듯."

.........제기랄-_-........................

그래서,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병실에선 노트북도 못 쓴다길래 로비에 동전 컴퓨터로 포스팅 중.

담배 못 피우는 것도 짜증나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 하고... 화장실 가기가 더럽게 불편한 것도 어떻게든 감수할 수 있고.... 여름철에 한달 내내 병실 침대 위에서 넋나간  부랑자 꼴로 잉여잉여 울어야 하는 것도 그럭저럭 견딜 수는 있는데, 거울을 통해서 출판사에 보내주기로 한 소설 원고 완성하지 못한 것은 못내 마음에 걸린다. 거울 필진 게시판에 다리 다쳤다는 글을 적었다가, 아무래도 비겁한 변명 같아서 금방 다시 지워 버렸다. 거울 분들은 이 블로그 안 오는 모양이니 상관 없겠지. 나 때문에 거울에 누가 가진 않았으려나 싶기도 하고... 편집장님께도 좀 죄송하다, 쯧.

담배 땡긴다, 끙. 화요일날 수술하고 나면 피워도 되... 려나.
And
오랜만에 글을 쓴다. 전부터 블로그질이나 할까 싶었는데... 어차피 방문자도 별로 없는 데다가 왠지 별로 안 내켜서 음악이나 듣고 지인들 블로그나 좀 돌아다니다 말았다.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폐가 망가져서 근 수십 년간 고생하시고, 최근 몇 년 동안은 거의 바깥 거동조차 못하셨었다. 몇 달 전에 찾아 뵈었을 때는 그나마 상태가 좀 좋으셨을 때라서... 몸소 차를 몰아 나를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시기도 하셨었는데. 그래도, 손자는 보고 가셔서 다행이다.

돌아가시던 순간, 외숙모는 울음을 터뜨리셨고 두 사촌형도 눈물 흘렸다. 나는 며칠 째 제대로 자지 못해서 멍해진 머리로 그래도 돌아가신 모습이 편해 보이셔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이틀을 빈소에서 보내고, 입관 전 염습하고 수의를 입히는 과정을 창 너머에서 바라 보았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셨다 보니 친구들과의 연락도 모두 끊겼고, 얼마 남지 않은 지인과 친척들만이 그를 지켜보며 슬퍼했다.

그리고, 나는 역시 별로 슬프지 않았다.

뭐랄까... 살아 계신 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중환자실에서 홀로 고통스레 시간을 보내셨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지금은 아마도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기만 하는 것도 문제긴 하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슬퍼해야만 인간다운 것일텐데,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슬퍼해야 할 일인데도.


장례식장에는 아버지도 찾아 왔다. 몇 년 만에 보는 아버지였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보면 화가 치밀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얼굴을 마주할 만 했다. 서먹하긴 했지만 그것은 '예전부터 별로 살갑지는 않았던, 몇 년 째 얼굴을 비치지 않은 아버지를 보는 장성한 아들'이 가지는 감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를 원망하진 않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맞이하는 건 무리라고. 아버지는 일 때문에 그런 거 알지 않냐고 하셨지만... 쯧.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길래 어머니가 혼자 고생하시며 가정을 꾸리는 동안 얼굴 한번 안 비췄느냐, 애초에 아버지 잘못이 문제 아니었냐고 화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여러 상황들을 따져서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화를 내는 게 옳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나로서는 그런 잘난 이성 따위 치우고 화를 낼 만한 일들이 많았는데.

다른 친척들 앞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외삼촌의 유해를 화장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다. 다시 만날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도.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르는데도.

언젠가는 아버지를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내 얼굴과 닮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온갖 생각이 든다.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기쁨은 마지막으로 느낀지 몇 년이나 지났다. 슬픈 감정도 화가 나는 감정도 예전 같지가 않다.

난, 대체 왜 이러할까?

And
지난 주에 외삼촌의 상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해서 포항에 갔다 왔었다. 주말에 돌아오긴 했지만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셔서 마음에 걸렸는데... 다시 상태가 나빠졌다고 연락이 왔다. 저번에는 '이번에 가 있는 동안에는 돌아가실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좋아지셨다가 나빠지셨다가를 반복하셨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돌아가실 것 같다.

예전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인'의 죽음이라 해도, 애도할 줄 알아야 인간다운 게 아닐까... 라고.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슬픔이나 안타까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 여기에 있다.


내 개인적인 일로는 슬퍼한 적도 있는데, 난 대체 왜 이러할까?

And
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할 때, 손을 떠는 버릇이 있다.

나를 비교적 많이 아는 사람들은 별 말을 하지 않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그냥 원래부터 수전증이 심했다고 웃어 넘기곤 한다. 알고는 있다, 썩 보기 좋지는 않으리라는 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도, 누군가에게 쉽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짐작은 하고 있다.


난.... 노력했다. 그러나 실패했고, 그러니 그것은 단지 그 뿐일 이야기다.


앞으로는... 술 자리 같은 건 피할까.

문득, 손 생각이 났다.
And
1)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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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입니다. 런던. 우리가 얘기를 좀 나눌 때가 온 것 같아서요. 편안히들 앉아 계신가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오늘 밤 왜 당신을 이곳으로 초대했는지 궁금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전 최근 당신의 실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여러분의 업무 이행 능력이 떨어지고 있고요.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안타깝지만 우리는 당신을 그만 보내줘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압니다. 알아요. 저희 회사에서 오래 계셨다는 것. 어디... 보자... 거의 만 년 동안 있었군요! 이런, 시간이란 정말 빨리 지나가네요. 모든 일이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죠...

당신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잔뜩 긴장한 순진한 얼굴로 털이 숭숭 난 험한 손엔 뼈다귀를 쥔 채로 나무에서 내려와.. "어디서부터 시작하죠?"라고 애처롭게 물었죠. 내가 그 때 뭐라고 대답했는지 정확히 기억나는군요. "저기 공룡 알 더미가 보이지? 소년아."하고 아버지처럼 미소지으며 말했어요. 봤으면 꺼져.

네, 그때부터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그렇죠? 그리고, 그래요. 당신이 맞아요. 당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을 했죠. 아주 잘했습니다. 믿음직한 부하로서. 그리고 부탁인데 제가 당신의 훌륭한 실적이나 회사에 대한 값진 기여에 대해 잊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주세요... 불, 바퀴, 농업... 인상적인 리스트죠. 굉장히 인상적인 리스트입니다. 날 오해하지 말아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걸 간과할 수는 없어요. 어디서 이런 문제들이 생겨나는지 아십니까? 제 생각을 말씀 드리죠...

기본적으로 당신은 회사에서 승진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려고 했고,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에게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당신에게 계속 진급을 제안했지만 매번 거절했어요. "그 일을 해낼 수 없습니다, 지배자여. 전 제 자리를 잘 압니다."라고 말할 뿐이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은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 당신은 너무도 오랫동안 한 자리에 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게 당신의 실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평소 당신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공장에서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을 저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회사 매점에서 몇 번이나 난폭하게 굴었다는 것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흐음. 뭐, 사실 이것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음. 최근 당신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을 좀 들었어요.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인지는 알 필요 없습니다. 이름이 없으면 벌 받는 일도 없죠... 당신이 배우자와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말다툼이 잦다는 얘길 들었어요. 당신이 소리를 지른다면서요? 폭력에 대한 얘기도 있었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상처받게 한다는 이야기를 믿을 만한 출처를 통해 들었습니다...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되는 사람을 말입니다... 그리고 또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언제나 피해자는 아이들이죠. 당신도 아시겠지만. 불쌍한 꼬마들. 아이들이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당신의 괴롭힘, 당신의 절망, 당신의 두려움, 그리고 당신이 애정을 담아 가꿔 온 편협한 사고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이 정도로는 정말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적이 낮은 것을 경영진 탓으로 돌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이 대단히 무능하다는 건 분명하지요. 사실, 이제 와서 완곡하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경영진은 최악입니다. 횡령자, 사기꾼, 거짓말쟁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재앙과 같은 판단을 내리는 상황이 이어져 왔죠. 이것은 단순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선택했습니까?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이 이 사람들을 뽑았습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당신을 대신해 판단할 권한을 준 것입니다.

물론 누구든지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치명적인 실수들을 수백 년 동안 되풀이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의도적인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 사악한 무능력자들을 장려했으며, 이들은 당신의 일과 인생을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지각없는 주문들을 의심 없이 받아 들였고, 그들이 당신의 일터를 위험하고 증명되지 않은 기계들로 가득 채우는 걸 허락했습니다. 당신은 그들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저 "안 돼"라는 말만 하면 됐습니다. 당신에게 기개란 없습니다. 당신은 자존심도 없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회사에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는 관용을 베풀 것입니다. 난 앞으로 당신이 어떤 식으로든 발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당신에게 2년이란 시간을 줄 것입니다. 만약 2년 후, 당신이 여전히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해고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제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 주십시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정규 방송을 보내 드릴 것입니다.



2)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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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민 여러분 안녕하시오. 우선 사과부터 드리죠. 전 여러분을 좋아하며 여러분들의 일상 생활이 가족의 안전과 평온, 명망 속에 있는 것도 압니다. 저도 여러분 대부분과 마찬가지지만 과거 중요한 사건의 정신을 기억합니다. 피의 투쟁을 벌이다 죽어간 한 사람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죠. 즐거운 휴일을 치하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엔 오늘 11월 5일을 슬프게도 더 이상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시간을 잠깐 내 자리에 앉아 대화하지 않죠.

물론 어떤 이들은 우리가 이에 대해 말하길 원치 않습니다. 저들은 지금도 전화로 소리치며 총을 들고 이리로 오고 있는 중이겠죠. 왜일까요? 왜냐하면 대화가 생기면 안되기 때문이죠. 대화는 항상 저들의 권력을 약화시켰습니다. 대화는 항상 방법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죠. 들으려 하는 이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방법을요. 그리고 진실은 이 나라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다는 겁니다.  잔혹함, 불의 그리고 편협함과 억압... 게다가 저항할 자유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저들은 감시 시스템을 통해 우리가 복종하게끔 만들고 있으며 만약 다른 이들보다 누군가가 더 책임이 있다면 여러분 마음은 편해지실 겁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씀드리죠. 누가 죄인인지 알고프면 거울을 보십시오. 왜 그러셨는지 전 압니다. 두려워 한다는 것도요, 누가 안 그렇겠습니까? 전쟁, 테러, 그리고 질병... 세상엔 여러분의 이성을 붕괴시키고 상식을 마비시킬 수많은 음모가 있습니다. 그 중에 공포가 제일이죠.

그리고 공황 상태에서 대법관인 아담 서틀러에게 의지했죠. 그가 질서를 약속했고 평화를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은 침묵을 지키고 순종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밤 난 그 침묵을 끝내려 했습니다. 어젯밤 난 낡은 성벽을 폭파시킴으로써 여러분들에게 잊혀진 과거를 기억시키려 하였습니다. 400여년 전 11월 5일에 위대한 시민이 한 일을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게끔 했죠.  그가 희망한 건 공정과 정의, 그리고 자유의 심오한 의미를 세상에 일깨우려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아무것도 보시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범죄가 여러분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11월 5일을 그냥 보내 버리시라고 제안 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걸 여러분도 보신다면 제가 느끼는대로 느끼신다면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걸 추구하시면 제 옆에 함께 서시길 부탁 드립니다.오늘로부터 1년 뒤 의회 정문 밖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함께라면 우리는 11월 5일을 절대로 다시는 잊혀지는 일이 없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And

해방 이래로 표피만을 바꾸어 가면서 단 한 번도 이 나라의 권력을 놓아본 적이 없는, 저 앙시엥 레짐의 견고함이 아니다.

진보를,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가장 큰 절망은 '적의 강대함'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사악하지도 않고 그다지 야비하지도 않은, 바로 나 자신과 별로 다를 바도 없는-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나보다 나은 미덕을 갖고 있기도 한- 주변의 친구들, 연인들, 지인들의 '무관심함'에서 시작된다.

평소에 인간 관계 관리를 잘해뒀다거나, 스스로의 인망이 두터운 편이라서 사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 관심을 갖게 하고, 투표장으로 향하게끔 하는데는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반 이명박, 반 한나라당'이라는 기치 자체는 옳을 수 있되, 그것이 '정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에도 도저히 메워지기 힘든 거대한 간극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분열을 낳는 '다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대전제라는 것.

'맞서 싸워야 할 적'은 명확하되, 그 반대항은 너무나도 희미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떻게든 첫번째 절망을 넘어선 이들을 기다리는, 가장 커다란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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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 무렵만 해도 나와 뜻을 같이 하던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희망 없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끝까지 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패배할 것이다. ...아마도.

난 그것이 두렵지 않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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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한 바보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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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밤을 거의 새웠다. 술을 마셨다.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음악을 들었다.

지난 블로그 글들을 다시 읽어 본 결과, 지금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뚜렷한 경향성을 발견했다. 한 가지 경향은 '정치성'이다. 물론 나는 전문 지식도 두드러진 통찰력도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도 없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로 나의 정치적 자의식이 반영된 글들이 급증했다.

다른 한 가지 경향은 철저한 '개인성'이다. 이 블로그는 방문자가 대단히 적은 편이고, 비교적 마음 편하게 내 속내를 토로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다른 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가끔은.... 힘겹게 생각한다. 내가 '정치적인 사안'에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항상 보다 더 많이 알고자 하는 것- 일종의 '대의와 이상에 대한 추구'는 나의 개인적인 고통이나 슬픔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이 아닐까.

사랑하는 이에게 바쳤던 절조는 잃었다. 친구라고 여긴 이와 나누고자 한 신의도 잃었다. 내게 남은 것은 오직 명예 뿐이라는 자각이 나를 움직이고 있지만, 나의 '명예'는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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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곳을 보고 싶다면 치토르에 있는 승리의 탑의 꼭대기에 올라가보라. 그곳에는 커다란 원형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사방의 지평선이 한눈에 다 보일 것이다. 전망대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서 올라간다. 그러나 다음 우화를 믿지 않는 사람만이 그곳에 올라갈 수 있다.

머나먼 옛날, 시간이 시작된 태초부터 승리의 탑 계단에는 인간의 그림자에 민감한 아 바오 아 쿠가 살고 있다. 이 동물은 혼수상태에 빠진 채 첫번째 계단에 잠들어 있다. 그러나 누군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잠에서 깨어나 생명을 향유하게 된다. 그에게 다가온 사람의 숨결이 그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내부의 빛이 빛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의 투명한 몸과 가죽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군가 계단을 오르게 되면 아 바오 아 쿠는 승리의 탑을 찾은 사람의 발뒤꿈치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순례자들의 발길에 닳아 빠진 꾸불꾸불한 계단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올라간다.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 동물은 점점 색깔이 진해지고, 형태가 갖추어지며, 점차 강한 빛을 발산하게 된다. 같이 올라가는 사람이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인 경우에만, 마지막 계단에 이르렀을 때 아 바오 아 쿠가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민감한 동물인가를 알 수 있다.
만일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 아 바오 아 쿠는 마지막 계단에 이르러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형태에 선명하지 못한 색깔을 가진 채 희미한 빛만 낸다. 아 바오 아 쿠는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면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비단 스치는 듯한 가는 신음소리를 흘린다. 그러나 그를 다시 부활하게 해준 남자나 여자가 순수함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면 아 바오 아 쿠는 마지막 계단에 올라선 순간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생기 있는 푸르스름한 광채를 발산하게 된다. 그가 깨어 있는 시간은 매우 짧다. 순례자가 탑을 내려가는 순간, 아 바오 아 쿠는 다시 첫번째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변의 흐릿한 금속판과 비슷한 형태로 몸을 움츠리고 다음 방문자를 기다리게 된다. 그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순간은 계단을 반쯤 올라갔을 때 뿐이다. 바로 그때 그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다. 그의 몸뚱이는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의 역할을 한다. 그는 온몸으로 바라볼 수 있고,그를 만져보면 복숭아 껍질을 연상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아 바오 아 쿠가 완전한 모습을 갖춘 것은 단 한번밖에는 없다고 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저, <환상동물 이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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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다. 연사흘 줄곧 내리는 이 비는 통곡의 봄비다. 적과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채 서해에 수장된 천안함 장병 46명이 흘리는 통한의 눈물이다. 어찌 이 봄비가 새봄을 알리는 생명의 봄비일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 내걸린 조문 구절이 허사(虛辭) 처럼 느껴진다. 결코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말이라기보다 이번만은 꼭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말처럼 들린다.

마음속으로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원수를 반드시 갚아드리겠습니다’라고 고쳐 읽어본다. 답답했던 속이 좀 풀린다. 그러나 한순간일 뿐이다. 추모 행렬 속에 줄을 서 있다가 국화 한 송이를 장병들의 영전에 정성껏 바쳐도, 이 꽃 한 송이가 그들의 영혼을 위로할 수 없다. 희생 장병에게 1계급 특진과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지만 죽음을 대가로 한 것이기에 삶보다 더 큰 영광이 될 수는 없다.

묵념을 한 뒤 침묵의 영정을 바라본다. 입대 4개월 만에 희생된, 시신조차 찾지 못한 천안함의 막내 정태준 일병 영정은 차마 바라볼 수 없다. 전직 대통령 한 분께서는 “군에 가서 썩는다”고 했지만 이들은 군에 가서 아예 죽어서 돌아왔다. 아니, 시신으로도 귀환하지 못한 산화자가 6명이나 된다. 옷가지나 머리카락, 손발톱만으로 장례를 치르는 이 국가적 비극 앞에 누구의 무슨 말이 진정 위로가 될까. 신조차 어떤 이의 운명 앞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다는데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시 신 없는 영결식에 절망하기보다 분노해야 한다. 눈물을 흘리기보다 분연히 결의해야 한다. 주검으로 돌아온 천안함 장병은 국민과 대통령의 눈물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호한 응징을 원한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천장이 바닥이 되는 순간, 바닷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했을 장병들의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면 그렇다. 그들은 군인이었으므로 그 죽음의 순간에 “아, 북에게 당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20여 일이나 주검으로 놓여 있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게 과연 자랑스러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 모른다. 적이 기습해 함정이 두 동강 나고 46명의 장병이 수장되었는데도 한 달이 다 되도록 적이 누구인지 말 못하는 나라. 그것도 누구의 소행인지 뻔히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나라. 그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돌다리를 두들기고 또 두들긴다 한들 ‘그 돌다리가 바로 그 돌다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답답하다. 언제까지 북한의 눈치를 보며 오늘을 살아야 하는가. 북한을 향한 분노의 경고 한마디가 그렇게 두려운가. 이는 마치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남한이 칼날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칼자루를 쥔 자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칼날을 쥔 자는 계속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가안보 비상사태의 원인을 예단해야 할 고유한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 발발 초두에 섣부른 예단과 막연한 예측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때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북한이 기습 공격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북한의 소행일지도 모른다고 짐작만 하기에는 오늘 조국을 위해 전사한 천안함 장병의 슬픔은 너무 크다.

부처님은 어디선가 독 묻은 화살이 날아와 허벅지에 박혔을 때 먼저 그 화살부터 빼라고 하셨다. 허벅지에 독 묻은 화살이 꽂혀 있는데도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왜 쏘았는지, 활을 만든 나무가 뽕나무인지 물푸레나무인지 먼저 알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몸에 독이 퍼져 죽고 말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 꼭 우리가 그런 상황이다. 한마디 격노의 일성도 없이 물증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내고, 북한 소행이다 아니다 서로 갑론을박하는 동안 독은 점점 대한민국이라는 온몸에 퍼져 결국 우리를 죽게 만들 것이다.

적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도 물증을 찾아야만 항의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나는 우울하다. 햇볕정책의 결과가 바로 이것인가. 그동안 남한이 북한에 보낸 ‘화해의 햇빛’은 지금 ‘기습공격의 그늘’이 되어 우리 아들들을 수장시키고 말았다.

어떤 이는 그럴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화해무드로 애써 조성해 놓았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 무드를 해치는 바람에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고. 그래서 원인 제공은 이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에 있다고. 설령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북한은 우리 장병을 저렇게 떼죽음 당하게 해야 하는가. 그들은 왜 북한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잘못부터 먼저 생각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천안함 사건만이라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잊기 잘하는 국민이다. 지금 천안함 장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쩌면 곧 잊어버릴지 모른다. 살아서 영웅이 되지 못하고 죽어서 영웅이 된 천안함 장병들이여! 부디 눈 감지 마소서. 두 눈 부릅뜨고 행여 우리가 당신을 잊지는 않는지 면면히 살피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잊으면 벼락처럼 야단치소서. 당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적을 응징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잊고 말 때에 천둥처럼 소리치소서. 그러나 오늘 이 영결의 순간만은 편히 쉬소서.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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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http://news.donga.com/3/all/20100428/27952039/1


'서정시인'이, 확실하지도 않은 북한의 짓이라고 단정짓고서는 응징을 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거부하고, 수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전쟁이 일어나면 두 말 없이 끌려가야 할 예비역이고, 어딘가의 대법관 출신 정치인 아들내미와는 달리 힘 없는 서민이고, 정호승 시인의 시 몇 개를 좋아한 적이 있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오늘은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다.

며칠 간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창 밖으로 보이는 봄 날의 하늘은 잔인하게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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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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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간도 제법 지났다. 그것은 끝난 이야기고, 나는 그를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그리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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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일찍이 ‘법’이 판사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자비’는 무릎 꿇고 울고 있었다. “물러가라! 버릇없는 것! 내 앞이 어디라고. 아무리 네가 무릎 꿇고 조아려도 네가 발붙일 곳은 여기 없다!”라고 법이 소리쳤다. 그 때 ‘정의’가 들어왔다. 법이 소리쳤다. “도대체 넌 뭐냐? 너의 지위는?” “법정의 벗이요!”하고 정의는 대답했다. “물러가시오! 출구는 저쪽이요. 나는 그대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일이 없소.”하고 법은 소리쳤다.


-<악마의 사전> 中, 앰브로즈 비어스 작


나쁘지 않은 정의긴 한데, 저 '자비'라는 단어는 '염치'나 '품위'로 바꿔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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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늦었지만 기억해 두고 싶어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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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의 참담한 비극 더 이상 반복 안 되길”

- 한명숙 전 총리 최후 진술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이제 피고인으로서 치러야 할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가 왜 피고인으로서 이 법정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하는 말에 보내는 그들의 날선 적대감과 증오를, 그저 놀라운 눈으로 지켜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을, 보편적이고 법리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오신 재판장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친절하면 돈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식사를 하면 청탁과 이권이 오고가는 관계로 발전한다는 해괴한 논리의 세계를 저는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당연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 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들을 바라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묻고 또 물어봤습니다. 왜 저를 그렇게 무리하게 잡아넣으려 했는지, 왜 저에 대해 그토록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는지, 대체 어떤 절박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를 말입니다.

저는 법률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법관이 판결문으로 말하듯이 검사는 오로지 사실관계에 기초해 증거와 공소장으로 말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다투는 과정은 오로지 재판정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찰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표적수사를 벌임으로써 생겨난 참담한 비극의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폐해가 얼마나 큰 지를 아프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게 주어진 시련을 견뎌내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특히 영문도 모르고 모진 일을 겪게 된 주위 분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었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조용히 공부하며 지내는 아이가 마치 깨끗하지 않은 돈으로 유학 생활을 하는 듯 얘기되어지고, 홈페이지까지 뒤져 집요한 모욕주기에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제가 받은 모욕감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낍니다.

그러나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저의 결백을 입증할 소명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16차례에 걸쳐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을 법정에서 구현하여 충실하게 심리해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저를 믿고 변함없이 격려해 주신 수많은 시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변호인단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무쪼록 저의 결백을 밝혀주셔서 정의와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0. 4. 2.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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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이다.


요즘 심리 상담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적게 잡아도 몇 년, 길게 잡으면 거의 20년 가까이 달고 있던 문제가 말 몇 마디로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안 했다. 그래도 꾸준히 다녀 보면 뭔가 계기가 생기겠지... 싶은 마음으로 다니고는 있는데, 모든 건 자기 마음 먹기에 달린 문제니 남 탓 하지 말고 마음을 고쳐 먹으라는 소리만 길게 늘여서 듣고 있자니 짜증스럽다. 쯧. 애초에 심리 상담을 받으려고 했던 것도 '적극적이고 당당한 성격이 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몇 번이고 실패를 거듭한 나머지 엉망이 된 정신 상태에 대해 멘탈 케어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고.
  

그냥, 잘못된 채로 살아볼까 생각해 본다. 나는 그런 스스로를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다. 남을 위한 것이었던 신의와 절조는 잃어 버렸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던 명예만은, 내가 꿈꾸었던 '강함에의 이상'은 아직 잃지 않았다.

이로 인해 또다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댓가를 치르게 될까.




....그렇지. 누군가는, 내가 강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었지. 그것도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하지만, 이제는 끝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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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사랑을 사랑과 교환하고 신뢰를 신뢰와 교환 할 수 있을 뿐이다.
(중략) 만일 그대가 사랑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다시 말하자면 그대의 사랑이 사랑으로서 발현되면서도 상대방의 사랑을 산출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대의 삶을 표현했는데도
이를 통해 그대를 사랑받는 인간으로 전화시키지 못한다면,
그대의 사랑은 무력한 사랑이요 하나의 불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맑스,『경제학ㆍ철학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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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과 선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아마도.

그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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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설 합평 모임(실질적으로는 친목 모임)에 나갔다 왔다. 그동안 꾸준히 보면서 친해진 사람들이고, 오랜만에 즐겁게 웃고 떠들며 술 마시고 왔다가... 아무런 맥락도 이유도 없이 불현듯,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지나간 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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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잠깐 고뇌하다가 말거나 평생 거기에 지배 당하거나 하는 픽션에서와는 달리 그러한 일들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들이 지나고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여길 때도... 더없이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와중에도 문득 문득 떠올라서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렇지만 나는 그걸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것을, 그리고 지난 일에 얽매이고 있기에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할 일들이 많음을 알고 있다.



...그래도 이 毒은, 좀처럼 빠지질 않는구나.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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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오늘 아침에 들었지만 하루 종일 바빴던 터라 지금에야 몇 자 적는다.

佛者의 명복은 새삼 빌 필요가 없을 것이다.


큰 별이 저물었다. 그 별은 연꽃으로 다시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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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모든 사람의 한 걸음.'

민주주의의 요체는 한 명의 영웅이 모두를 '구원'한다는 믿음을 거부하고, 이름 없는 만인이 스스로를 '진보'시킨다는 것이다(정치 성향적 의미에서의 진보가 아니더라도).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의 당선이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에서 내가 우려했던 것은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상징하고 있는 현대 한국의 모든 부정성이 실체를 얻어가고 있다는 것도 있었지만, "MB가 다 해주실 거야"라는 식의 이명박 개인에 대한 영웅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굳이 대상이 이명박이라서가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뜬 이후 그 추모 물결에 심정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결국 빈소를 찾지 않은 것은 그가 자살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노무현이라는 개인을 영웅화하는 분위기가 불편해서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가 생전에 취한 정책 상당 부분-특히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그 무렵의 줄을 잇는 애도들에서는, 나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넘어서서 뭐라고 말하기 힘든 거북함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정도 차이만 있었을 뿐 개인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고, 그 기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너무나도 쉽게 실망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노회찬 대표의 조선일보 창간 기념식 참석을 보고서 난 '그럴 사람이 아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말인즉슨, 나도 진보 진영의 별 노회찬이라는 개인의 '영웅성'에 자신도 모르게 현혹되어 있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대전제인 '이름 없는 만인에 대한 신뢰'를 가진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자면 노회찬의 결정도 머리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추상적인 악이 아니라 엄연히 현존하며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객관적인 실체다. 정서적으로, 또한 이념적으로는 언젠가 배격해야만 할 대상이라고 해도 그것이 확고히 존재하는 이상 정치인은 투쟁적인 관점에 매몰되어 보이는 모든 것에 칼을 들이대서는 안 될 것이다. 당 대표로서 항상 보다 더 많은 것들을 염두에 둬야 하는 입장도 있고. 여전히 심정적으로는 약간 불편할 망정, 납득은 할 수 있다.

쉽게 쉽게 기대를 걸고, 쉽게 쉽게 실망해 버리고, '정치하는 놈들은 전부 똑같다'고 생각해 버리고 그냥 거기서 끝내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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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나츠메 우인장>의 야옹 선생.

만들어 놓고 보니 몸통이 너무 길고 턱이 쓸데없이 두껍다; 그러고 보니 이걸 누구한테 주기로 했는데 누구였더라....


...분명 바쁘긴 한데 왜 이렇게 심심하지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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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라서... 조금 있다가 강원도로 출발해야 되는데.....

아침 뉴스:"오늘은 콜딩 업(Colding up)일 뿐이고, 내일부터는 진짜 쩔게 올테니 각오 단단히 해둬라 꼴 좋다ㅋㅋㅋㅋ"

........나 그냥 안 가면 안 될까? 이번 달에는 번역 원고 넘기겠다고 편집장님께 뻐꾸기 날려 둔 데다가 예정된 단편선 공모에 기한 맞추려면 눈에서 쥐 나도록 글도 써야 하는데 어버버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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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 찾으시는 분, 다들 좋은 설 되시고 내년보다 나은 2010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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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신의, 절조.


절조는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고자 했다. 그것은 대상을 잃어 버렸다. 신의는 친구에게 주고자 했다. 그것은 거부당했다. 명예는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으니, 그것만은 잃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토록 힘겹게 지켜왔던 그 명예가 애초에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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