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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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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블로그에서 벌어진 논쟁을 지켜보며 한참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그 블로그에서 벌어진 논쟁 자체의 출발점은 다른 지점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나는, 스스로가 이상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긴다. 내가 중시하는 가치, 그리고 적대-'적대'다, 이해와 관용이 아니라-하는 대상의 설정에 있어서 내 정치적, 사회적 정체성은 이른바 '좌파적' 내지 '진보적'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것이지만 그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이나 논리에 있어서 나는... ... 힘들게 인정한다, 나는 그러한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을 떠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생명이나, 실존 같은 가치들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이다. 내가 가장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들과 나는, 부분적으로라 해도 확실히 닮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연평도 포격 소식을 접하고서도 반사적으로 '앞으로 얼어뒈질 퍼런당과 빌어처먹을 ㅈㅈㄷ이 이걸 어떻게 이용하려고 들 것이며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곧 그걸 부끄러워 하긴 했지만 그 부끄러움은 '희생된 이들에 대한 슬픔과 북한에 대한 분노가 먼저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지, 그러한 '감정'을 느껴서는 아니었다. ...가끔은, 그런 스스로가 끔찍한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이 없는 이상은 이상이 아니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이상주의자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치열하게 거부해 온 대상에게 굴종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도 진실이다. 몇 년 전, 나는 나도 나이가 들고 좀 더 닳으면 내가 증오했던 자들과 똑같아져서... 그들 밑에서 야비하고 기회주의적인 삶을 살며 그것이 처세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리고 지금의 난 그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끝내 '그들' 밑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명예의 형태다.

하지만 그들의 배하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처럼 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그것만은 두렵다. 그리고 그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최소한 그들 아래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사냥개 노릇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남은 길은? 두 가지 길이 있다. 그 길의 한쪽 끝에는 냉소와 무기력에 둘러 싸여서는 더 이상 분노하지도 알고자 하지도 않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 끝에는 승리욕과 진영 논리에 눈이 멀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을 잃어 버린 자신이 있다. 전자는 경멸스럽고, 후자는 끔찍하다.


하지만...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 해도, 그 두 모습 다 가능성 있는 나의 모습이며 받아 들여야 할 내 일부의 반영이다. 뒤틀리고 타락한 모습이라고 해도 그것들은 여전히 나다. 하지만 둘 다 싫다고 해서 지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예 내가 아니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항상 정확하거나 옳을 수는 없다. 분명히 때로는 치우쳐져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테고, 가끔은 너무 치우쳤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상황 상, 입장 상, 기타 다른 이유 때문에 그 편향됨에 스스로를 맡기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틀리는 것은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 나는 결코 위대하거나 현명한 인간이 아니다. 나는 한없이 범속한 우자에 불과하며, 착오를 겪는 건 필연일 것이다. 그것이 자명한 사실인 이상, 틀릴 것을 두려워하여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틀린 나'는 최소한, 여전히 '나'다.


혼자서 해야 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

PS=의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4대강 공사가 합법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 링크+너무 꿀꿀해지는 걸 막기 위해 짤방 하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032150455&code=94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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