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에서 그 분을 보았다. 그 분은 날 밀어내고 도망치려고 하다 넘어졌고, 난 그 분을 부축해 그대로 끌어 안고는...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울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는 그 분을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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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꿈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오래지 않아 잊혀져 버릴 미망 따위에 의존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단지 지나간 것들만을 끝없이 반추하며 그에 기대서만 살아가려고 할 때에나 그것이 '미망'이 되는 것이지, 그를 잊지 않은 채로도 현재의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그 역시도 가치 있는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내게 남겨진 것은 결코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역시 별로 내게 남은 '줄'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작년 겨울,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에는 내게는 오직 과거만이 존재하며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여겼다. 지금도 여전히 그 때의 좌절감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때에도 언젠가는 견디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리라고도 여겼던 것 같다.
그 '언젠가'가 곧 올 것 같기도 하다.
......"살아 있다는 것에는 의문이 따르고,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그 의문을 가슴 속 깊이 안고 살아 간다. 어떤 사람은 그 의문을 깨닫지 못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 의문에 직면해 방황하면서, 그리고 의문을 지닌 채 생을 마감한다. 그 의문은 답을 구하는 자에겐 저주이나, 행동하는 자에겐 축복이다. 어떤 권력가도 그것을 정복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