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가 있어서, 내 주변에 '친구' 내지 '친인' '지인'이 얼마나 있는지 머릿속으로 정리를 좀 해봤다.
군대를 갔다 오자마자 알바 자리보다 먼저 구한 게 trpg팀이었고, 거기서 알게 된 형들과 6년 째 교분을 이어오고 있다. 완전히 터놓고 격의 없이 지내는 건 아니지만, 꽤 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터놓는 건... ....하고 싶지 않다. 안 좋았던 일을 이야기했다가 중2병 취급 당했고, 그 이후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 싫어졌다. 딱히 실망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보일 만한 여지가 있기도 했고, 꼭 자신의 치부라거나 트라우마 같은 걸 드러낼 수 있어야만이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난 그걸 깨닫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하지만, 두번 다시 그 형들한테 내가 진정으로 절실하게 고민하는 것이나 두려워하는 것, 갈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견뎌야 했던 시간들은, 중2병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렇게 간단히 소급될 수 있을 정도로 하찮은 게 아니었다.
지금도 그 형들과 친하다고는 생각한다. '먼저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여러 번 시도해봤었고, 대개 실패했고, 그 중 몇 번은 매우 나쁘게 끝났다. 하지만 성공한 경우도 있었고, 그 형들과의 관계는 제법 성공적인 축에 든다.
그러니 괜찮다. 이 정도 관계만 유지할 수 있어도,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한 거다. 그리고 이 정도 관계만으로도, '만나서 딱히 뭔가를 하지 않은 채 농담하고 잡담하면서 적당히 노닥대기만 하더라도 즐거운' 정도는 된다.
.........
문득 지금 반한 상대가 떠오른다. 그 분이 받아들인다면, 난 다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고, 주의깊게 거리를 재고, 이해받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 모든 것들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나는 또 다시 갓 제대했을 무렵, 6년 전 당시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절한다면, 나는 최소한 인간 관계 같은 것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고민하지도 우울해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 타인에 대한 인정이나 배려 같은 것은 거의 신경쓰지 않은 채 오직 나 자신의 충동에만 이끌리며 나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인간이 될 것이다.
...내가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건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니고,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경우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 하나로 사람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 같은 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에 대한 이 감정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흐르냐가 내게 있어 결코 작지 않은 하나의 '계기'가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
...라고 생각하고 잠들었는데 이날 밤 오랜만에 그 분의 꿈을 꾸었다.
군대를 갔다 오자마자 알바 자리보다 먼저 구한 게 trpg팀이었고, 거기서 알게 된 형들과 6년 째 교분을 이어오고 있다. 완전히 터놓고 격의 없이 지내는 건 아니지만, 꽤 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터놓는 건... ....하고 싶지 않다. 안 좋았던 일을 이야기했다가 중2병 취급 당했고, 그 이후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 싫어졌다. 딱히 실망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보일 만한 여지가 있기도 했고, 꼭 자신의 치부라거나 트라우마 같은 걸 드러낼 수 있어야만이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난 그걸 깨닫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하지만, 두번 다시 그 형들한테 내가 진정으로 절실하게 고민하는 것이나 두려워하는 것, 갈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견뎌야 했던 시간들은, 중2병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렇게 간단히 소급될 수 있을 정도로 하찮은 게 아니었다.
지금도 그 형들과 친하다고는 생각한다. '먼저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여러 번 시도해봤었고, 대개 실패했고, 그 중 몇 번은 매우 나쁘게 끝났다. 하지만 성공한 경우도 있었고, 그 형들과의 관계는 제법 성공적인 축에 든다.
그러니 괜찮다. 이 정도 관계만 유지할 수 있어도,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한 거다. 그리고 이 정도 관계만으로도, '만나서 딱히 뭔가를 하지 않은 채 농담하고 잡담하면서 적당히 노닥대기만 하더라도 즐거운'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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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금 반한 상대가 떠오른다. 그 분이 받아들인다면, 난 다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고, 주의깊게 거리를 재고, 이해받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 모든 것들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나는 또 다시 갓 제대했을 무렵, 6년 전 당시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절한다면, 나는 최소한 인간 관계 같은 것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고민하지도 우울해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 타인에 대한 인정이나 배려 같은 것은 거의 신경쓰지 않은 채 오직 나 자신의 충동에만 이끌리며 나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인간이 될 것이다.
...내가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건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니고,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경우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 하나로 사람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 같은 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에 대한 이 감정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흐르냐가 내게 있어 결코 작지 않은 하나의 '계기'가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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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하고 잠들었는데 이날 밤 오랜만에 그 분의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