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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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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의 마지막 한 학기를 마무리짓기 위해 다시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덥다... 샤워한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땀이 줄줄 흐른다.

....심란하다. 그 분은 행복하게 잘 사실 수 있으려니... 하면서도 아직 마음이 복잡하던 참이라, 기분 전환이나 하려고 평소 종종 보던 개그 웹툰을 보고 있었는데, 그 분이 연상되어 버렸다. 그 웹툰 작가야 나라는 독자가 있는 줄도 모를테니 그 작가는 아무 잘못도 없다. 하지만 우울해져 버려서... 맥주 캔 사들고 왔다. 지난 주 일요일날에도 소주 세 병을 들이부었는데, 약빨이 부족한 듯 하다. 알콜에 너무 의존하는 건 썩 좋지 않지만 뭐,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니까.

......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그 분과는 딱히 이렇다할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분은 밝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니, 내게도 호의 정도는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연애감정은 명백히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 분이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안 이상, 난 이 지점에서 마음을 접어야만 한다.

그 분은 나와 친구로 지내기를 바라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결혼까지 앞둔 분인데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맴도는 짓거리 따위, 나는 못한다. 방금 전에도 메신저에 그 분 이름이 보이길래 친구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가능한 거리를 두고서, 내가 해야만 할 다른 일들에 집중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후우, 논리적으로 생각하자. 어쩌면 난 그 분에게 반했던 게 아닐 수도 있다. 단지 그 분께 좋은 인상을 받고, 꿈에서 몇 번 나오고, 소설을 쓰다 '그 분이 이 소설을 읽으면 어떻게 여기실까' 무심히 웹서핑을 하다 맛집 정보 같은 게 보이면 '그 분과 같이 갈 기회가 있을까' 뭔가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그 분께 어울릴까' 생각이 종종 들은... 그게 전부다. 내가 그 분께 갖고 있던 인식 모두가, 어쩌면 단순한 나만의 환상일 뿐일 수도 있는 거다.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내가 그 분께 갖고 있던 그 모든 감정은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 그리고 그 분은 그 분이 사랑하는 다른 분과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며, 내가 할 일은 다만 그 분의 행복을 바라는 것 뿐이다. 정작 중요한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감정에 취해 허우적 거리는 짓거리 따위 한심할 뿐이다. 그 분의 결혼식 날이 오면, 계좌로 축의금이나 좀 보낼까. 직접 갈 용기는 아무래도 안 날 것 같으니. 그게 적절할 듯 하다. ......망할, 짝사랑 한 번 거하구만. 꼴 사납게스리. 최소한... 구질구질해지고 싶지는 않다.


냉정해지자. 내게 주어진 현실은 한 없이 단순하다. 난 그 분께.... 음... 호의가 있었고, 그 분은 남자 친구가 있고, 곧 결혼하실 모양이다. 내가 그 분 주변을 맴돌았다간 그 분은 필시 부담스러워 하실 테고, 그런 건 바라지 않는다. 내 행동을 돌이켜 보니, 그 분은 어느 정도 내 마음을 눈치채셨을 가능성에 아무래도 무게게 살린다. 이 이상 불편하게 해 드릴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그 분의 행복을 비는 것, 그리고 이제 내가 가장 확고하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것- 나의 명예를 추구하는 일만 남았다. 언젠가, 내 의지도 결국 꺾이고 사람 사는 게 원래 다 그런 거라고 자위하면서 내가 그토록 경멸했던 이들과 똑같아지는 그 날까지. 지금 내가 그토록 간절히 추구하는 모든 가치들을 철없던 시절의 몽상이라고 비웃게 될 그 날,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게 될 그 날까지. 가깝든 멀든, 언젠가는 아마도 내게도 올 그 날까지.

난 결코 영웅이 아니다. 나는 한없이 범속한 인간이며, 그 날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분명히 올 그 날까지.

 


인간이여, 존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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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