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꿨다.
얼마 전에, 취한 채로 헛된 희망에 휘둘리고 싶지 않으니 그런 종류의 '악몽'은 꾸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었다. 조금 훌쩍거리기도 했던 것 같다. 그 기도가 가닿은 모양인지, 이번에는 '행복한 꿈'이 아니라 '싸우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 싸움은 내가 원했던 대의와 신념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나보다도 강한 그 누군가에게 결국 굴복해서는 나보다 약한 타인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그 좌절과 울분을 푸는 것이었다.
머리 속이 멍하고 우울하다. 고작해야 꿈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가슴이 먹먹하다. 많이.
10년 쯤 전에는 이런 것 때문에 고민하거나 슬퍼하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먹어갈수록 어째 더 나약해지는 느낌이다. ...남들 앞에서 찌질대지만 않으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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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 인해 마음을 닫고 있던 사람이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뀐다'는 식의 이야기가 픽션에서 많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이 내성적인 성격보다 긍정적이고 옳은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잘 안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도, 최소한 그 당시에는 나름 진심으로 나를 대했을 것이다.
진심과 선의는 중요한 거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무력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무력함은 결국 스스로를 욕보인다. 당시의 내 상황이 약간 특수한 경우긴 했고,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난다는 법도 없긴 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