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있었던, 아주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가끔 이렇다. 보통 때는 그 때 일이 떠올라도 좀 우울하고 마는데 가끔씩 이렇게, 오래된 옛 상처가 갑자기 쑤시는 것처럼 거의 발작적으로 그 일이 떠오르는 날이 있다. 오늘만 해도, 오전에는 맨 인 블랙3보러 갔다 온 뒤 책 주문한 거 입금하고 오후에는 쓰던 소설을 얼른 마무리해 놓고 자격증 시험 좀 공부하려고 도서관에 갔었다. 그 일을 떠올릴 만한 계기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다.
괜찮다. 그 일을 겪기 전부터, '예전처럼 웃음과 믿음을 나누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그런 일 따위는 없었던 모양이다. 친구라고 여기고, 나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게 희망이 아니라 단순히 나만의 망상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일을 겪은 당시부터 이 일은 아주 오랫동안 내 안에서 지워지지 않을 恨으로 남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 당시, 아직 人間이 될 수 있으리라고 여기고 있던 그 당시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좀 패줘야겠다 싶다. 실컷 패주고는, 네가 지금 진정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웃어주고 싶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해코지할 생각은 없다. 내게 어떤 이유가 있었건 간에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은 사실이고, 거기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우울한 것보다는 분노하는 게 요즘의 내 상태에 있어서는 좀 더 유익할지도 모르겠다. 감사해야 되려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