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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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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장소를 옮기게 되서... 우선 바뀐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근처에 머물 곳을 찾아보던 중 조교(...라고 해야 되나)를 우연히 만났다. 무척 반가워하며 저녁을 사겠다길래... '나는 그런 호의를 받을 이유가 없다, 내 몫은 따로 계산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예의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얼렁뚱땅 얻어 먹었다. 다음엔 내가 계산해야겠다.

그 사람은 내가 좀 껄끄러워 하는 걸 눈치챈 모양인지, 원래 자신은 동생들 챙겨주고 밥 사주고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의심할 만한 근거는 없다. 그 말은 진심일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 있어선 별 의미가 없다. 

몇 년 전 같았으면, 나도 호의를 순수하게 호의로 받아 들이고 감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人間'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니다. 나는 이제 호의를 호의로만 여기고 감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오래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당시의 내 상태는 여러 면에서 극도로 나빴던 주변 상황을 고려해도 확실히 병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아마도 그 사람은 내게 선의를 갖고 있고,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게 맞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걸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진심과 선의를 갖는 것은 분명 중요한 거지만, 대단히 무력할 때가 있다. 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人間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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