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한 옛날, 인종차별 나무가 있었습니다.
인종차별 나무는 마을을 굽어보는 언덕 높은 곳, 토끼풀 가득한 풀밭에 살았습니다. 낮이면 아이들이 찾아와서 사과를 달라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인종차별 나무는 가지를 흔들어, 닦지 않아도 빛나는 빨간 사과를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인종차별 나무가 준 사과를 먹고, 인종차별 가지 그늘에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새로 이사온 샘이라는 아이을 데리고 인종차별 나무에게 놀러 왔습니다.
"샘한테도 사과를 주세요." 작은 소녀 하나가 부탁했습니다.
"안 되겠는데. 쟤는 흑인이잖아." 나무가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매우 놀랐고, 나무에게 화를 내었습니다. 그래도 나무는 사과를 주지 않고, 오히려 샘을 깜둥이라고 불렀습니다.
아이 하나가 말했습니다. "인종차별 나무가 이렇게 인종을 차별할 줄은 몰랐어." 아이들은 그제서야, 인종차별 나무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은 이런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샘이 사과를 못 받는다면 자기들도 사과 따위는 필요 없다며, 그 뒤로 인종차별 나무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인종차별 나무는 매우 고독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주를 혼자 보내다가, 나무는 클로버 풀밭 건너편에서 아이 하나가 연을 날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얘야, 사과를 좀 줄까?" 나무가 간절하게 물었습니다.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ㅈㄲ 이 나치 ㅅㄲ야."
인종차별 나무는 마음이 아주 불편했습니다. 비록 인종차별은 하지만, 그렇다고 히틀러의 파쇼 사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인종차별 나무는 이제부터 흑인 아이들에게도 사과를 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인종을 차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그랬다가는 백인 아이들에게 계속 따돌림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회는 그렇게 진보했습니다.
- 알렉산더 블레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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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http://www.tumblr.com/tagged/the-racist-tree
"인종차별은 하지만, 히틀러에게 동조하는 건 아니라구요!"
저렇게 말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엊그제 친구가 조감독과 연출을 맡은 독립 영화 <줄탁동시>를 보고 왔더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 대해서도 몇 줄 쓸까 했는데...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된다, 좀 난해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직접 물어볼까 싶기도 한데 연락이 안 된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