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결혼한 친구 생각이 났다. 그 친구가 예전에 가져온 소설을 읽었을 때 난 '남편과 요즘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당시 나는 내 문제만으로도 힘겨웠고, 오래지 않아 그 친구는 당시 남편과 이혼했다. 그리고 작년 말에 재혼했다.
내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이기적이라는 것. 분명히 상대방도 나름의 신산과 고뇌가 있을텐데,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은 모르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바란다는 것. 한참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꽤나 전의 일이지만, 내 이야기는 제쳐 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 그 때 일은... 단순히 그것 외에도 결국 그렇게 될 만한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 나름 추측되는 바가 있긴 한데... 그저 내 추측일 뿐이고, 이미 끝난 일이다.
내 친구인 그 사람은 내가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사람도 당시 나름의 고뇌와 신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결혼했고, 이제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 사람은 내게 해줄 만큼 해줬고, 난 그 사람에게 아무 것도 돌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내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부담만 줄 가능성이 높다.
진심과 선의는 중요한 것이지만 한없이 무력할 때가 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 사람은 충분히 행복할 테고, 굳이 내 진심과 선의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그 남편 분과도 이야기를 좀 했었다. 남편 분은 지금까지처럼 그냥 편하게 대해달라고 하셨지만... 뭐, 꼭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어야만 '편한 것'도 아니고.... 그 친구와는 약간 거리를 두는 쪽이 역시 가장 합리적인 답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착한 남편이 있고, 곧 태어날 아이가 있다. 그 친구는 지금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이것은 완전한 진실은 아니어도 충분히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내가 굳이 친구로서 뭔가 더 해주고 싶다거나 생각해봤자 해 줄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오히려 거북하게 느낄 소지가 크다.
지금도 그 사람은 내 친구고,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그것은 내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욕구의 문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충분히 행복한 참이고, 굳이 내게서 더 바라는 건 없을 것이다. 내가 뭔가 하려고 했다가는 불편하기만 할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객관적이고 당연한 현실의 문제다.
예전에 본 영화에서, '대상 곁에서 대상을 지키고 보호해주며 스스로가 느끼는 충족감을 위해 역설적으로 대상에게 위해를 가하는' 종류의 심리를 접한 적이 있다. 이런 심리를 칭하는 전문 용어도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 안난다. 아무튼... 난 그런 짓 못한다. 중요한 것은 내 친구의 행복이지, 내 충족감 같은 이기적인 욕구가 아니다. 난 그런 추잡한 짓 못한다.
곧 출산할텐데... 임산부한테 좋은 과일 같은 거라도 좀 사다가 보내줄까. 딱히 비싼 걸 보낼 정도로 돈도 없고 뭐, 5년 동안 보아 왔고 상대방도 나를 친구로는 여기고 있으니, 그 정도는 뭐 별 부담 없이 받아... 주려나?
행복하기를, 나의 친구.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고, 아마 있더라도 바라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부디, 행복하길. 친구고 반했던 사람이고 별 텀도 없이 줄줄이 결혼해 버리니 뭐랄까... 쳇ㅋ
....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어딘가 비논리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좀 더 생각해 보니, 어느 부분이 비논리적인지 알겠다. ....그냥 두지 뭐, 가능성은 낮지만 예전과 같은 경험을 또 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상태로도 괜찮다.
나는 혼자서도 잘 견딜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