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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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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 원가 절감과 마케팅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물건을 빨리 배달한다'보다 '우리는 주문 30분 내로 물건을 배달한다'가 더 구체적이고 잘 된 사례...라고 나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30분 내로 도착하지 않을 경우 피자값을 받지 않는 한 피자 체인점의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액을 배달원의 봉급에서 깎는다고 한다. 그래서 배달원은 기를 쓰고 신호등을 무시하고 과속을 해가면서 시간에 맞추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전부 배달원 잘못이 된다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도덕적이라거나 고결한 인간은 되지 못한다. 그 30분에 내 밥줄이 걸려 있다면, 나도 '사소한 과정 상의 문제'는 무시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내 사소한 편의를 위해 누군가가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그런 편의는 누리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현대 사회에서 사회인이란 서비스의 향유자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 대한 서비스의 제공자이기도 하다. 방식과 정도는 다를지 몰라도 나 역시 누군가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 일방적으로 중요한 무언가의 희생을 강요받아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나 자신을 지키는 방편이기도 하다.

 

편의를 누리면서도 위험 부담은 피하고 싶다면 피자 배달 따위 할 필요가 없는 '위너'가 되면 된다고 쉽게들 말한다. 하지만 난 애초에 소시민이고, 아마도 엄청난 부와 성공 같은 것은 평생 쌓아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시민으로서 그런 위너보다는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2)

같이 교육 받는 여자 사람이 있다. 왠지 눈에 밟히길래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이유를 알았다. 예전에 '친구'라고 여긴 적 있는 그 누군가와 닮았다. 

 

......아오 씨풋, 그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긴 한데, 볼 때마다 불쾌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 사람은 나한테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고, 딱히 내게 좋고 싫은 감정도 전혀 없을 것이다. 예전에 그 일 역시 내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었는데 엄한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움찔움찔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짜증난다. 

 

그 때 그 일이 내게 있어 어느 정도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새삼 절감한다. 어쩌면 평생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 몰라 썅, 이런 종류의 삶도 있는 거지 뭐. 두 번 살고 싶지는 않지만.

 

3)

얼마 전에 어떤 꿈을 꿨다. 지독한 슬픔에 짓눌려서 괴로워하고, 그런 내 어깨에 다른 누군가가 손을 얹고 조용히 위로하는 꿈이었다. 전에도 비슷한 꿈을 몇 번 꿨었다. 그리고 그런 꿈에서 깨면 순간적으로 열받았다가, 다음 순간 우울해진다.

 

현실에선 내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있는 데도 아직 가끔 그런 종류의 꿈을 꾼다는 건 내가 아직 '人間'이 되고 싶다는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싸우는 꿈'을 꾸면 내가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싸움이 아무리 힘겨워도 그 상처의 아픔과 나를 둘러싼 '적'들로부터 내게 쏟아지는 적개심 속에서 나는 '강자'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꿈을 꾸면 나약해지고, 무장을 해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꿈은 꾸고 싶지 않다.

 

4)

내일이 교육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조 별로 나뉘어 기업체 현장 교육을 받으러 갔다 왔다. 교육 사항과 해당 기업체에 대한 정보(연혁, 재무제표, 수상 경력, 주력 상품 등)를 PPT로 정리해 내일 발표해야 되는데... 같은 조 애들이 '형이 제일 잘 하실 거 같아요' 같은 소리를 하며 발표를 은근슬쩍 나한테 떠넘기려 하길래 약간 짜증을 냈다. 씨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었더니 누굴 호구로 보나?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건데 왜 나한테 떠 넘기냐, 가위 바위 보를 하거나 사다리 타기를 하거나 해서 아무나 정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래서 내가 걸린다면 군말 없이 하겠다고 했고... 사다리 타기를 해서 딱 걸렸다. 화를 낼까 싶었지만 내가 한 말을 깨뜨릴 수는 없다 싶어서 참았다. 뭐 애초부터 친한 놈들도 아니었지만 이런 사소한 것까지 남한테 미루려드는 꼴을 보니 정 떨어진다. 내일만 보면 끝이니 참자...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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