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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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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을 대함에 있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는 말을 꽤나 자주 듣는 편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좀 더 활발하게 스스로를 어필해 봐라'라는 조언도 같이 따라온다.

 

그리고 난 그게 꽤나 불만스럽다.

 

재작년에 다리를 다쳐 한 달 정도 입원한 적이 있다. 같은 병실을 쓰던 어르신네들이 몇 분 있었는데, 대개들 성격 좋고 쾌활한 편이었지만 다들 나이도 제법 있으신 분들이고 해서 말을 걸거나 해도 그냥 적당히 네네 하기만 하고 별 대화는 없었다.

 

하루는 낮잠을 자다 깼는데 일어나기 귀찮아서 그냥 누워 있었는데 그 어르신네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젊은 친구는 점잖구만." "너무 말이 없네요." "잘 돌아다니지도 않고 앉아서 책만 읽던데." " 저러다 보면 살이 찌죠." "보니까 저 친구 어머니도 되게 먹는 걸 즐기더라고요. 늘 도시락 싸와서 이거저거 먹이고." "지금이야 젊으니 괜찮지만 나중에 나이들어 고생할텐데."

 

....아니 그거야 제가 알아서 할 문제거든요. 그리고 사람 외모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거 무례한 거거든요. 손윗사람한테 지켜야 할 예의도 있지만 자기보다 연배가 낮은 사람한테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도 있거든요? 

 

"별로 이야기도 잘 안하고... 한 달 가까이 한 병실 쓰는데 저러면 안 답답한가?" "원래 성격이 그런가 보죠." "내가 저런 친구들 좀 알아요. 별로 말주변도 없고 하다 보니 그게 관성이 되는 거에요. 이야기를 잘 안하니 뭔가 불만이 생겨도 속에 담아두고 있다가 터뜨리죠."

 

어익후, 님 통찰력 존내 쩌네효? 님 저 아심? 아무렴 50~60 먹은 어르신들 상대로 따박따박 말대답할까요 그러면?

 

살짝 짜증나긴 했지만 하루 종일 병실에 박혀 있자니 지루해서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내가 말수가 적고 말주변이 없는 거 자체는 사실이기도 하고. 그리고 얼마 뒤, 병실에 설치된 TV를 보다가 뉴스에서 이명박이 나왔다(4대강 관련 뉴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걸 보고서 "좀 고집이 있는 거만 빼면 진짜 좋은 대통령인데." "그러게 말이예요, 게다가 교회 장로님이잖아요. 우리랑 같은 종교라고요." "대통령이라면 강단이 있어야지 암." 하는 거 보고 어이가 안드로메다 행 급행열차를 탔다-_-

 

뭐 그걸 계기로 'ㅅㅂ 얼른 나아서 여길 나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 존내 재활 훈련해서는 예정보다 좀 일찍 퇴원하게 되었으니 그건 감사해야 하려나.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 들여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례하고 오지랖 쩌는 걸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난 말주변이 별로 없고, 여러 사람 앞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확실히 내 약점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성격 자체에는 별로 불만이 없다. 어차피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법이고, 그 사람들이 내 마음에 안 든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사람을 대함에 있어 자기 스탠스를 확실히 해 두는 게 낫다. 그래서 난 작년에 학교 다닐 때 괴이한 소리를 늘어놓던 교수와 강의 도중에 싸우고는 결국 그 수업 거부한 거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나온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들 전부를 싸잡아 깔 마음은 없다. 예외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봐서 대체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개인차는 있을 망정 나름의 인간적인 결점과 미점을 골고루 갖고 있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나보다 더 훌륭한 면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상황에서는 대체로 그 사람들의 부정적인 부분 내지 전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면모가 강하게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사람 복이 없는 것이지, 그 사람들 대부분이 '사악하고 생각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내게 있어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일들이다.

 

내 인간불신 경향은 거기서 비롯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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