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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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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st in the past...

 

원래 저 노래에서 저 가사는, 자신의 힘을 억눌러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야 하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내게는, 내 절망은 이미 과거로 굳어버렸다는 의미로 들린다. 결코 변하지 않을. 

 

언제나 알아왔던 사실이고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약간 울고 싶다. 

And

짜증나는 추석이었다. 뒤늦게 오늘이 생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알게 뭐야 젠장. 

And

옛날 메일이나 좀 정리해볼까 싶어서 옛 네이버랑 다음 메일함 들어갔다가 내상 입었다. 이제는 연락이 끊긴, 옛 인연들이 거기 남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10년이 더 지난 이제는 날 거의 잊었을, 내 딴에는 나름 어느 정도 가깝다고 여기고 좀 더 친해지고 싶어 서툴게 노력했던 인연들.

 

 

난 혼자 견디다가 죽어야만 한다. 그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고통스럽다.

 

 

부디 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립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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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위젤

플레이북:운전사

외모-

:검은 눈

얼굴:창백한 얼굴

:날씬한 몸

:트렌치 코트

피부:아시아계

 

특성치-

냉철:+3

예리:+2

육체:+0

정신:+0

스타일:-1

신스:+2

 

사이버웨어-

*신경 인터페이스(원격 조종 모듈). 암호화, 다중조종

액션-

*차량-

이름:쿠팔라

기본형:고정익 항공기

용도:군용

프로필:파워+2, 외관+1, 약점+1, 장갑 1

강점:조용함, 조작성 좋음

외관:특이함

약점:까다로움

무기:미사일 발사기(5피해 장거리 범위 지저분 관통), 유탄발사기(4피해 중거리/장거리 범위 굉음 지저분)

 

*또 다른 몸:신경 인터페이스로 사이버링크가 있는 차량에 접속할 때

위험을 견딜 때 냉철+차량의 파워로 판정

한판 붙을 때 신스+차량의 파워로 판정

세게 나갈 때 예리+차량의 외관으로 판정

돕거나 방해할 때 유대+차량의 파워로 판정

 

*드론 조종사

드론 1:도모뷔

기본형:회전 날개

크기:초소형

강점:은밀함

감지기:화상 강조

약점:빈약

 

드론 2:스트리고이

기본형:고정익

크기:대형

강점:무기 장착, 빠름

감지기:적외선 탐지 

약점:눈에 잘 띔, 굉음

무기:미니건(4피해 중거리/장거리 범위 지저분 관통 불편함)

 

*은밀한 침투:홀로 보안구역에 잠입할 때 냉철로 판정

10+:예비 3

7~9+:예비 1

캐릭터가 어떻게 잠입했고 어떤 보안 조치를 극복해야 하는지 MC가 설명하면 예비 1점을 써서 어떻게 극복할지 선언 뒤 1)보안 시스템이나 경비병 우회 2)우회한 보안 시스템 무력화 3)경비 제압 4)시선 회피

 

*엄마 오리:잠입 시 은밀한 침투로 얻은 예비로 보안 시스템이나 경비병 우회나 시선 회피를 택하면 다른 PC들도 따라 들어올 수 있음

 

*끝내주는 운전사: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이버링크 차량 운전 시 예리로 판정.
10+:예비 3개, 7~9:예비 1개
다음 행동을 하기 위해 예비 사용 가능. 외부의 위험 하나 회피, 추격하는 차량 하나를 다돌림, 차량의 제어 유지, 누군가를 겁주거나, 감명을 주거나, 놀라게 함

 

장비-

*소음기 부착 반자동 권총(2피해 근거리/중거리 고속)

*잠행복

 

크레드:5

 

행동수칙-

복수심:페룬 테크놀로지에게 해를 가하거나 손해를 입힐 때 경험치를 얻습니다

신중함: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위험한 상황을 해결할 때 경험치를 얻습니다

 

 

설정:

옛 우크라이나(현 러시아 제국령출신아나키즘 계열 테러 조직 소속이었던 부모 사이에서 출생. 그러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모는 사망하고 자신은 러시아군에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최고의 운반책으로서 교육을 받는 한편 라스카라는 새 이름과 신경 인터페이스 이식 수술을 받았다(부모님이 지어 준 옛 이름은 잊어버렸다). 이후 부모님의 동지들을 적으로 돌리고 푸틴 황가와 그 비호를 받는 대기업들을 위해 일해 왔다그러나 북한 정권이 돌연히 붕괴하고 이후 북한을 둘러싼 4개국의 갈등이 격화되자 라스카는 옛 이북 지역 라선 시로 배치되었고옛 러시아 군 장교 출신들이 중역으로 일하고 있는 군수회사 ‘페룬 테크놀로지의 감독 아래 비공식적인 운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라스카에게는 페룬 테크놀로지에서 새로 도입한 신형 수직 이착륙기 쿠팔라의 테스트 파일럿 임무가 주어졌다역시 라선에 진출해 있는 미국계 기업 록히드 다이나믹스의 주주회의장을 공격하고 오라는 단순한 임무였지만 도중 갑작스런 기체 이상으로 조종권을 탈취당하고 무장한 일단의 병력에게 억류당한다. 페룬 테크놀로지 내부의 배반자가 록히드 다이나믹스에 선물로 보낸 게 라스카와 쿠팔라였던 것이다최신형 실험기를 고스란히 잃은 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고, 페룬 테크놀로지와 록히드 다이나믹스 간에는 대규모 기업전쟁이 터졌다그 결과 아파트 단지 하나가 전소되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라선 시는 분노한 인민들의 봉기로 혼란에 빠졌다이후 4개국은 공공연한 기업전쟁을 금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자는 합의를 이뤘고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영어식으로 바꾼 위젤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프리랜서 배달부 겸 침투 전문가가 되었다.

 

위젤은 여전히 록히드 다이나믹스에 빚이 있고, 페룬 테크놀로지가 자신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러시아와 라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대표하는 페룬 테크놀로지에 대한 원한은 깊지만어린 아나키스트였던 시절의 자신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 팀원들이 대체로 '같이 협력해서 이야기를 짜는 것'에는 무관심한 지옥의 댄저씨들 스타일이라서... 뭐 노잼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랑은 별로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마침 바빠져서 그 팀에서 빠진 이후 약 8개월 간 플레이를 안 하고 있다가 새로 들어간 팀에서 스프롤을 플레이하며 만든 캐릭터. 이번 팀은 대체로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이 맞는 편이고, 팀원들도 다들 실력 있는 사람들이지만 내가 머리가 굳어서-_- 중간에 빠르게 아이디어를 내고 재치 있게 상황에 대응하고 대사빨을 살리고 하는 걸 잘 못해서, 좀 수동적이고 상황에 휘둘리는 경향이 생겼다. 그래서 아예 그걸 캐릭터성으로 흡수해서 '나름 양심은 있지만 다소 비겁하고 위선적인 구석이 있는 소시민적 인물'로 가닥을 잡았다.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의 주도적인 역할은 마지막 세션 외엔 별로 못했지만, 임무수행 단계에서는 상당히 활약했다. 특히 주특기 분야인 탈것을 이용한 침투와 습격, 그리고 은밀행동을 할 때는 한 번도 판정에 실패하지 않았다.  

 

결국 해피엔딩은 맞이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결국 어떤 세력도 원하던 걸 완전히 이루지는 못한, 씁쓸하고 현실적인 결말이 사이버펑크와 잘 어울렸다. 수고했다, 위젤. 

 

 

 

And

교회 문제로 어머니와 크게 다퉜다. 제기랄. 

 

이유는 달랐지만, 아버지와는 이미 거의 절연한 상태다. 어머니와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고양이와 놀면서 계속 그 생각을 반복했다. '고양이는 좋아. 하지만 난 죽을까 싶어.' '우리 고양이는 예쁘고 착해.' '역시 죽을까?'

 

 

And

좀 가볍고 무난한 이야기는 그 쪽에 하는데, 그래도 종종 쪽지 같은 걸로 억눌러 둔 감정을 풀고 싶다는 욕구가 들곤 한다.

 

난 견뎌야 할 필요가 있다. 

And

어머니를 만나고 오면 늘 기분이 복잡하다. 

And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등의 말들이 개소리만도 못한, 아무 의미도 없는 공기의 진동에 불과하다는 걸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삶이 좀 덜 고통스러워진다. 물론 삶의 기쁨에도 둔감해질테지만, 기쁨을 느끼지 못해도 견디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고통이 너무 크면 그렇지 않다.

 

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And

당연히 스포 많음.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거나 한 요소들은 가급적 언급 안하고, 확고한 장단점 위주로 쓴다.

장점:
1)라이트세이버 검술과 포스가 조합된 멋진 전투씬. 특히 초반 레이와 카일로 렌과의 1차전은, 둘이 물리적으로 다른 장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깨어난 포스부터 강조된 둘 간의 강한 포스 연결에 힘입어 마치 한 장소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처럼 공방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특이점을 굉장히 멋지게 시각화시켰다. 그저 정신적인 대결이 아니라 전투에 휘말려 상대방 주변의 기물이 파괴된다거나 하는 요소가 잘 살아 있어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라제 때 스노크 앞에서 싸우던 장면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2)과잉되지 않은, 자연스럽게 나타난 '올바름':라제에서 짜증났던 게, 원론적으로는 옳은 주제를 너무 촌스럽고 직설적이며 교조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런 거 자체를 'PC주의(엄청 웃긴 표현이다)'라고 부르며 ㅂㄷㅂㄷ거리거나 '대중 영화에 사상 담으면 안 된다' 같은 병맛 넘치는 소리를 늘어놓는 얼간이들의 광광거림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다. 하지만 라제는 그냥 수준이 너무 형편 없었다(카미카제 씬을 떠올리면 지금도 빡친다.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하는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훨씬 절제된 방식으로,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고 그를 보여준다. 츄바카가 메달을 받는 장면, 마지막에 레즈비언 커플로 추정되는 두 여성이 키스하는 장면 등.

3)전체적으로 깨알 같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추억팔이 꺼리들:랜도 칼리시안의 재등장과 반가워하는 츄바카(에피 5에서는 츄바카가 랜도의 팔을 뽑으려 했었지ㅋ), 엔도 행성에 추락해 있는 데스스타2의 잔해, 포스의 영이 된 루크가 레이 앞에서 띄워 올리는 엑스윙, 다시 얼굴 비친 이워크 등등.      


단점:
1)너무 뜬금 없는 팰퍼틴의 재등장 및 레이와의 관계. 사실 깨어난 포스 때부터 레이가 팰퍼틴이나 아무튼 시스 쪽 네임드와 뭔가 연관이 있으려니 싶긴 했다. 스토리 내적인 근거보다는 그저 '카일로 렌이 한과 레아의 자식이라는 '빛'에서 태어나 '어둠'을 지향하는 인물이니 그 대극인 레이는 반대로 '어둠'에서 태어나 '빛'을 지향하는 인물로 설정되어야 아다리가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결국 그 추측이 들어맞긴 했는데 전혀 감흥이 없다. 이 스타워즈 시퀄 3부작은 구 6부작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타워즈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라제에서는 그걸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무리수를 많이 둔 데다가 너무 터무니 없는 초전개가 많아서 문제였을 뿐 그러한 근본적인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얌마. 


팰퍼틴은 옛 은하계를 어둠으로 뒤덮으려고 했던 절대악으로, 결국 다스 베이더는 스스로를 희생해 그를 제거함으로써 포스의 균형을 가져올 자라는 예언을 실현시키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구원하게 되었다(클래식 3부작의 주인공은 루크고, 이 과정에서 루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결국 개심하고 최종보스에게 막타를 친 게 베이더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 전까지 보여준 최종보스다운 사악한 카리스마는 물론 강렬하기 짝이 없었지만, 상징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팰퍼틴(나아가 시스 세력)은 노골적으로 나치를 모델로 한 악역 집단으로써 21세기에는 안 어울린다(물론 나치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임팩트 있는 개새끼들이 표방했던 잔인한 배타성과 선민의식, 차별주의는 현대에도 세계 각지에서 건재하지만, 그게 나타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상징성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깨어난 포스와 로그 원을 통해 처음 스타워즈 시리즈를 접한 젊은 관객들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그래서 팰퍼틴이 누군데 십덕 새끼야'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쌍제이는 앞서의 두 작품에서 언급 한 마디 없었던 팰퍼틴을 뜬금 없이 되살려내서 다시 최종보스로 삼았다. 아니 그럼 베이더의 그 장렬했던 희생은 뭐가 된 건데 응응응? 


주절주절 말이 너무 많다는 문제도 있다. 팰퍼틴은 레이에게 "나를 죽여라, 그럼 네가 팰퍼틴 여제가 될 것이다"라고 대놓고 말해 버린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면 레이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으니 한 소리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자신의 의도를 그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밝힌다는 게........ 어............ 음........넹...............................................-_-  

2)엑세골에 대충 데굴데굴 굴러 다니고 있는 신형 스타 디스트로이어:확 깨는 설정. 영화의 내용으로 봤을 때 이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은 사실 살아남았던 팰퍼틴이 재기를 꿈꾸며 총력을 동원해 다시 모은 한타 병력이다. 물론 그만큼 강하고 임팩트 있게 나와야 맞긴 하다. 하지만 하나 하나가 데스스타급 파괴력을 가진 주포를 상비하고 있는, 설정 상으로는 역대 최강의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얼핏 보기에도 100대 넘게 날아오르는 건 너무 오버 밸런스다. 분명 '와 씨 개쩐다' '전례 없는 위기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장면인데 '이런 깡촌 변두리 행성에서 저 정도 함대를 꾸릴 수 있는 자금과 자재, 인력은 어디서 나온 거지?' '이 정도 대공사를 치르는 게 티가 안 날 리가 없는데?'라는 생각부터 든다.


말하자면... 깨어난 포스에서 퍼스트 오더라는 듣보잡 집단이 겨우 수십 년 사이에 신 공화국 내부에서 세를 불려왔고 영화 시작부터 이미 강력한 적대 세력이 되어 등장하는 거 보면서 '저게 말이 되나?' '초기 상황 세팅일 뿐이니 그러려니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너무 신경쓰이는데?' 생각 들었던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하나 하나가 데스스타나 다름 없는 이 전례 없는 막강한 함대는 레이가 포스 라이트닝 받아치기살법 한 방으로 팰퍼틴을 물리치는 순간 너무 허무하게 무너진다. 에피 4의 데스스타는 영화 절반이 그걸 파괴하기 위한 과정으로 채워졌고, 훗날 나온 로그 원에서 진 어소 일행이 그 설계도를 빼돌리기 위해 희생하는 과정을 보여줘서 비장함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스타 디스트로이어 함대의 경우는 '뜬금 없이 갑툭튀한 지나치게 강한 적이, 또 너무 뜬금 없이 전멸했다' 싶어서 감정적으로 따라갈 수가 없다. 야임마.

3)헉스의 뜬금포 배반과 사망:권력욕에 눈이 멀어 정치적 라이벌일망정 어디까지나 같은 편인 카일로 렌을 제거하기 위해서 명백한 적인 저항군과 손을 잡는다는 거 자체는... 뭐, 현실 역사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깨어난 포스에서 묘사된 헉스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적대 세력 중에서도 신비주의적, 초월적, 영적 성격을 띄는 적인 '시스'와는 대비되는 물질주의적, 세속적, 현실적 성격의 적인 '제국의 부와 군사력, 직접적인 억압성'을 상징한다(클래식 트릴로지에서는 다스 베이더와 타킨 총독이 각각 그 역할을 맡았다). 그걸 명백히 드러내는 장면이, 의지의 승리를 패러디한 그 연설 장면이다. 그런데 라제에서는 비중이 폭락해서 카일로에게 충성충성충성거리는 개그 캐릭터가 되었다가, 이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뜬금 없이 죽어 버린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습니까 쌍제이? 라제 감독은 라이언이었으니 댁이 직접 책임은 없긴 한데, 그래도 정말로 이런 식으로 수습하는 게 최선이었냐니깐?  

4)레이-카일로 러브라인 극혐:솔직히 인정한다. 나 원래 로맨스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공정하게 못 보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둘의 러브라인은 도대체 이해해먹질 못하겠다. 카일로는 둘째치고, 레이 입장에서 카일로는 단순한 적일 뿐 아니라 지 애비를 찔러 죽인 패륜아고 자신에게도 잔혹한 고문을 가한 상대다. 옘병 장난하냐? 
주관적으로는 이 둘 키스 씬 보고 라제에서 핀과 로즈가 뜬금 없이 키스하는 장면을 봤을 때랑 똑같이 빡쳤다. 그리고 객관적으로는 그보다 더 질이 나쁘다고 본다. 게다가 이후 카일로는 포스의 영으로 승화한다. 저기요, 포스의 영 바겐세일 기간입니까 요즘? 포스의 영이란 거 원래 최고의 제다이 중에서도 한정된 극소수만 될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총평:
미친 듯이 욕을 먹은 라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결국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스타워즈를 포기하고 억지로 추억팔이용 옛 소재들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던 쌍제이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래도 그런 영화 외적인 이유로 실드쳐주기엔 너무 눈에 밟히는 문제점이 많다. 좋게는 평가 못하겠다. 

And

바로 엊그제 혼자 술 마시면서 '요즘 너무 많이 마셨어' '오늘까지만 마시고 당분간 좀 자제하자' '다른 문제도 많은데 알콜 중독까지 추가하고 싶지 않아' 생각했는데 역시 좀 마셔야겠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취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지쳤고, 정떨어진다. 아주 오래 전부터,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한 때 소중히 여겼던 모든 것들이 이제 묘비에 새겨진 낡은 흔적이 되었고, 끝없는 안개 속에서 그 수많은 차디 찬 묘비들만이 날 둘러싸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저 빨리 죽어서,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And

아마도 나만 일방적으로 '그리운 옛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고, 정작 그 '친구'들은 나에 대해선 거의 잊어 버리고 각자의 삶을 사는데 바쁠 거라고 여기며 내 그리움을 억누르곤 한다. 

 

그런 이유도 있고, 내 감정이 진짜 옛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은 아마도 아닐 거라고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겠지. 이젠 나도 아저씨라고 할 만한 나이가 됐는데 아직까지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구나 싶어서 스스로가 약간 한심하다.   

And

코로나 진단 예약을 해놨다. 사실 난 지금 그냥 죽어도 별 상관은 없다만... 전염이 문제지. 

And

난 대학생이었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착잡한 심정으로 검은 정장을 꺼내 입고 수업에 들어갔었다. 하루 종일 멍했다. 같은 기숙사에 살며 종종 마주치던 교환학생 하나가 썸 스페셜 데이냐고 묻길래 서툰 영어로 "ex-president was die" "it's suicide" "i admired him" 등의 대답을 힘겹게 꺼내놨다. 

사실 '존경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했다. 이라크 파병과 노동 문제 때문에 난 노무현 대통령을 썩 좋아하지 않았고, 그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를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죽어선 안 될 사람이라고 여겼기에, 살아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극복하기를 바랐기에... 그런데도 그가 그렇게 죽었다는 것 자체에서 배신감을 느꼈기에 난 슬퍼하면서도 교내에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의견에는 반대했었다.

 

그렇게 죽어선 안 될 사람이었다. 그렇게는.

11년이 지난 오늘, 그저 그립다. 

And

내 절망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And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오직, 나만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정작 그들의 이미지는 오직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고 현실의 그들은 각자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텐데.

 

그들이 한 없이 그리우면서도, 내 그리움은 그저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것일 뿐이라는 걸 안다. 

 

내가 얼른 죽어서, 가능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And

지난 인연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그립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람들을 만나면 내 그리움은 경계심에 뒤덮여 버리곤 했다. 이제는, 내 그리움과 경계심이 뒤섞인 태도에 그 사람들도 질렸으려니 싶다. 

 

..........

난, 어떤 기억들 때문에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싫다고 내내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이나 그리움 비슷한 감정은 끝까지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다들 잘 지내세요, 그리울 겁니다. 안녕히.

 

And

이 공식 만화를 보고 삘 받아 쓴 것. 본문에 언급되는 '사막의 나라와의 전쟁'은 당연히 십자군 전쟁. 이 외에도 성전사 역시 이 때 참전했다거나, 중보병 역시 용병으로 고용되어 참전했었다거나, 본문에 언급되는 흑마법사는 핫ㅅ... ...신비학자의 스승이라거나, 괴인은 흑마법사가 관련된 인체실험의 희생양이었다거나, 야만인의 고향에도 다키스트 던전 지하의 '그것'과 비슷한 악마의 전설이 있다거나 뭐 그런 망상을 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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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질 않나 보구나, 얘야. 뭐? 또 그 꿈을 꿨다고? 땅 아래, 끝없는 어둠 속에서 끔찍한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는 그 꿈? 울지 말거라, 걱정할 필요 없단다. 그렇지, 오늘은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마.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무 걱정도 들지 않을 거다.

 

 

옛날, 어떤 왕국이 있었단다. 왕국은 한 때는 강성했지만 오랜 기근과 역병으로 점차 쇠락해가고 있었어. 게다가 왕가에는 오랫동안 후사를 이을 왕자가 태어나지 않았었지. 한 때는 강하고 부유한 나라였으니만큼 그럭저럭 꾸려나가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 보이고 있었지. 왕과 왕비는 왕국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멸망해가고 있다는 걸 짐작하고는 그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매일 정무가 끝나고 나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기도실에 틀어박혀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위대한 빛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 결국 빛조차 그 정성에 감동했는지, 왕자가 태어났어. 어린 왕자는 영리했지만 몸이 무척 약했단다. 그래서 왕과 왕비는 왕자가 잘 자라서 왕위를 이어 받는 그 날을 기다리면서도 혹시 큰 병에 걸려 죽지나 않을까 걱정했단다.

 

 

왕자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서 의식을 찾지 못한지 열흘째 되던 날, 왕과 왕비는 근심을 억누르다 못해 결국 빛께서 금지한 수단에 손을 대기로 결심했지. 광활한 대사막 건너 동방에 신비한 사막의 나라가 있었는데, 사막의 나라는 빛을 섬기지 않았기에 왕국을 비롯한 서방 대륙의 나라들과는 오래 전부터 적대관계였어. 그 사막의 나라에서 온 흑마법사에게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으니 왕자를 건강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야.

 

 

흑마법사가 대가로 무엇을 요구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하지만 왕자는 기적처럼 건강해졌어. 몇 년 뒤 왕과 왕비는 승하했고, 왕자는 젊은 나이로 왕좌에 올랐어. 그 후 수십 년 동안이나 왕자는, 아니 이제는 왕이지. 왕은 현명하고 자비롭게 왕국을 잘 다스렸고, 몇 번 정도 사막의 나라와 전쟁도 벌어졌지만 모두 승리했단다. 모든 이들이 왕의 이름을 칭송했지. 왕국의 역사, 나아가 서방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그만큼 만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왕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거야.

 

 

그러면서도 세월이 흘러, 다시 사막의 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어. 이번엔 몇 년이나 이어지는 큰 전쟁이었지. 서방 대륙의 나라들은 연합군을 결성해 동쪽으로 파견했고, 이제는 나이가 든 왕도 그 일원으로서 군대를 이끌고 참전했단다. 하지만 큰 전투에서 패배하고, 왕은 소수의 친위대와 함께 고립되었지. 그 때 전장에 흉측한 악마들이 나타났고, 악마들은 끔찍한 힘으로 양 세력을 모두 공격하기 시작했어. 왕은 지금까지 싸우던 사막의 나라 군대 지휘관에게 특사를 보냈고 급히 악마에 대항하는 임시 동맹이 맺어졌단다. 처절한 싸움 끝에 전장에 남은 건 오직 왕과 우두머리 악마 단 둘 뿐이었지. 우두머리 악마는 결국 왕이 휘두르는 육중한 대검의 칼날 아래 쓰러졌지만, 마지막 순간 왕의 이름을 부르며 비웃었지. 우두머리 악마는 바로, 어린 시절 죽을 뻔한 왕을 살려낸 그 흑마법사가 섬기던 존재였던 거야. 악마는 선왕과 왕비가 치렀던 끔찍한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밝히며 너의 존재 자체가 빛에 대한 끔찍한 죄악이라고 왕을 조롱한 뒤 사라졌단다.

 

 

사막을 헤매던 왕은 그를 찾아 헤매던 정찰병들에게 발견되어 간신히 주둔지로 돌아왔지. 기나긴 전쟁에 양 세력 모두 지쳐 있었고, 곧 휴전조약이 맺어졌지만 ‘성지’는 사막의 나라가 가져갔지. 말이 좋아 휴전일 뿐 사실 패전이나 다름없었어.

 

 

사랑하는 왕국으로 돌아 온 왕은 전처럼 낮에는 국정에 전념하고 밤에는 책을 읽었지만 내심으로는 결코 자신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 왕의 명민하던 눈은 총기를 잃었고, 고뇌와 절망으로 흐려졌어. 게다가 왕의 육체까지 더럽혀지기 시작했단다.

 

 

문둥병, 위대한 빛께서 내린 천벌. 피부의 감각이 없어지는 걸로 시작해 산 채로 몸이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병. 왕은 그 병에 걸렸어. 요즘은 몇몇 의사들이 문둥병도 그저 병일 뿐 천벌이나 저주 같은 게 아니라고 조심스레 주장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만, 왕은 의심을 떨칠 수 없었어. 이 병은 위대한 빛께서 내린 벌이 아닐까? 아니면 이 역시 선왕 폐하와 비 전하가 치러야 했던 그 대가의 일부일까?

 

 

처음에는 두꺼운 화장과 의복으로 충분히 증세를 숨길 수 있었지만 잠깐 뿐이었어. 외국의 사절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실수로 나이프에 손을 크게 베었는데도 고통을 느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는 것부터 해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 왕은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이 악화되어 공식석상에 나갈 수 없다고 선포하고는 장막 뒤로 물러나 통치를 계속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단다. 자신의 병이 퍼져나갈 가능성, 권력 불안정으로 인해 신하들 사이에 암투가 생길 가능성을 걱정한 끝에 결국 힘든 결단을 내렸어. 건강이 나빠져 왕위를 친척에게 양위하고는 요양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날 것을 선언한 거지.

 

 

아끼던 검을 차고, 붕대를 새로 감고 가면을 고쳐 쓰고, 왕자 시절부터 아끼던 주석 플루트와 즐겨 읽던 시집들 몇 권만을 챙긴 왕이 수도를 떠나는 날이 왔어. 수천, 수만에 달하는 백성들이 거리로 나와 꽃을 뿌리며 눈물을 흘렸단다.

 

 

국경까지 마지막으로 왕을 전송했던 수행원이 왕께 청했지.

 

 

“제가 섬길 분은 한 분 뿐입니다. 어디까지고 함께 가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경의 봉사는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백성에게 바쳐져야 하네. 왕은 그를 위한 도구일 뿐이지. 허락하지 않겠네.”

 

그 분은 고개를 들어 한 때 자신이 왕으로서 다스렸던 나라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말씀하셨단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으로군. 이 풍경을 지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바칠 때가 왔네. 난 행복했었어.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로군, 마치 기나긴 밤이 끝나고 아침 햇살이 내리쬐면 밤의 어둠과 함께 사라져야 할 새벽이슬처럼."

“어디로 가실 것인지, 그것만이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 정하지 않았네. 다만, 전쟁 도중 어떤 영지의 소문을 들었지. 왕이었던 자가 죽어 묻힐 곳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

왕이셨던 분, 또한 여전히 왕이신 분은 슬퍼 흐느끼는 수행원에게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는 빛의 경전 구절과 더불어 마지막으로 축복을 내리시고는 어둠이 내리는 머나먼 땅으로 홀로 떠나셨단다.

 

 

편히 잠들거라, 얘야. 그 분은 지금도 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싸우고 계시단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

 

 

+

 

 

젊은 가주는 집무실에 앉아 눈 밑에 낀 검은 기미를 쓸어내렸다. 눈꺼풀 안쪽에 모래알이 가득 낀 듯했다. 선조의 편지를 받고 이 영지에 도착한지도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필사적으로 일한 결과 산적 여단이 장악하고 있던 옛 길의 안전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고, 그를 통해 외부의 용병 및 상인들도 왕래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주엔 폐허 깊은 곳에서 시체를 되살리고 있던 사령술사를 쓰러뜨렸다는 낭보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영지를 둘러싼 숲에는 독기가 어려 있었고, 저택 지하에 펼쳐진 광대한 폐허에서는 생명 없는 백골들이 헤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으며, 버려진 사육장으로 이어지는 지하도에서는 악취가 풍겨 나왔고, 굳게 입구가 걸어잠긴 안뜰 너머에서는 요사스런 핏빛 안개가 맴돌았다. 해안을 적시는 파도소리는 불길했고, 반쯤 무너진 방앗간이 버티고 선 황폐한 농장에서는 밤마다 섬뜩한 녹색 광채가 일렁거렸다. 선조가 편지에서 경고했던, 가장 어두운 던전 속의 형언할 수 없는 악마를 상기할 때마다 모골이 송연했지만, 해내야만 했다.

 

 

가주는 책상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품위 있는 동작으로 계약서를 집어 꼼꼼하게 읽었다. 문득, 피로한 와중에도 가주는 남자의 말투나 태도가 굉장히 정중하면서도 고풍스럽다고 느꼈다. 용병은 거칠고 상스런 자들이고, 글 같은 건 아예 모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시스터 주니아나 파라켈수스 양처럼 돈만이 아니라 도덕적 대의나 종교적 신념, 희귀한 지식 등을 원해 영지로 온 이들도 가끔 있었지만, 이 남자의 분위기에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독특한 데가 있었다. 이제는 몰락했지만 아직 찬란하던 과거의 잔광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이 영지의 저 까마귀 문장처럼.

 

 

천천히 저무는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집무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남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남자는 ‘볼드윈’이라는 이름을 계약서 서명 란에 적어 가주에게 돌려주었다. 힘차면서도 유려한, 서명한 자의 지성과 교양이 묻어나는 필체였다.

 

 

“볼드윈 씨라고 부르면 되겠군요. 혹시 예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 그저 개인적 흥미일 뿐이니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영주님. 전 죽을 곳을 찾아 온 병든 떠돌이일 뿐입니다. 예전에는 어쨌건, 지금의 저는….”

 

 

가주는 순간 가면 너머에서 남자가 빙그레 미소 짓는다고 느꼈다.

 

 

“…아무 것도 아닌 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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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면서 개표방송 보쟈........

 

내일부터 여전히 불만족스럽지만 그럭저럭 납득한 채 다시 내 남루한 일상을 이어가게 될지, 분노와 투쟁심으로 싸우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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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진정 원하는 게 결코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괜찮다. 

 

....15일날 개표방송 보면서 한 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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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진당과 그를 계승한 민중당의 이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민중당이 공식적으로 "김씨 3부자 개새끼!" 안 하는 것도 나름 일리는 있다. 한국 사회에서 레드 컴플렉스는 뿌리 깊고, "네가 북한 체제까지 옹호하는 건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라는 외부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건 빨갱이 놀음 프레임에 갇히기 쉽다. 김씨 3부자 개새끼라고 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 않으면, 역시 빨갱이라고 욕할 것이다. 결국 빨갱이라는 단어에서 비롯한 부정적 이미지만 고착된다. 

 

그래도 나는 그걸 감수하고 외쳐야한다고 본다. "김씨 3부자 개새끼!"

 

또 다른 이유로, 민중당의 경우 그런 경향이 희미한 편이지만 그 전신인 통진당은 민족주의 경향이 강했다는 것도 있다. 나는 '민족'이란 개념 자체가 사회적 발명품이고, 나름의 효용은 있지만 그 자체가 그렇게까지 가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하나된 순수한 우리 민족' 같은 것에 매달리다 보면 나치 새끼들이 되기 쉽다. 독일처럼 전쟁은 안 할 수도 있지. 하지만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들은?

지금 민중당이 그런 경향이 약해 보이는 건 그저 전략적으로 우선순위를 미뤄 놓은 건지 아니면 민족주의와 결별한 건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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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빗방울이나, 모래알 같은 걸로 태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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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끊을까. 평소엔 잘 누르고 있다가도 술이 들어가면 자꾸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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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게 노동자를 탄압하는 냉혹한 자본가' 라는 이미지도 지금의 현실에는 별로 부합하지 않는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삶에 그냥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저냥 사는 한국의 서민들이 전쟁과 기아가 횡행하는 아프리카 소국에 대한 기사를 읽고 막연히 불쌍하다는 생각 정도는 하지만 어차피 나와는 다른 세계 이야기로 치부하고 곧 잊어 버리듯이. 그런 자본가처럼 되고 싶어하는 노동자들이 서로를 죽인다. 그리고, 죽은 이들은 귀신으로써 자본가의 햇살 가득한 정원과 화려한 거실 주변을 떠돈다. 이 영화는, '시체들의 새벽'의 21세기 한국 버젼으로도 볼 수 있다. 

만일 내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썼다면 기택 가족은 영화보다 더 필사적으로 박사장 가족에게 기생하려고 하는 한편 박사장 가족도 몰락하기 전의 기택 가족과 같은 서민들을 후려쳐서 돈 모은 또 다른 종류의 기생충으로 묘사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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