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아파서 못 자겠다. 내내 철야하고 몸을 망가뜨려 가면서 작업한 게 허사가 됐어. 그나마, 인간관계 쪽으로는 쓸데 없는 감정을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삼스럽지만,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동료 작가 한 분은 북토크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가 있는 모양이다. 알고 지낸 정도 있고,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한 편으로는 솔직히 좀 질투심도 든다. 나는 계약 파기할까 고민 중인데.
그래도 난 내 글을 쓸 수밖에 없겠지. 나는 비록 이렇지만, 내 소설은 나 자신보다 나아야 한다.
자존감이 낮고 타인에게 경계심이 강한 사람... 즉, 나 같은 사람은 사랑 같은 거 해선 안 될 거 같다. 나는 특히나 더 그래야 할 필요가 있고. 난, 그게 우정이나 애정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건 혐오나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건 타인과 깊은 감정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증오한다. 마음 깊이.
그런 내가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상처만 주고 받겠지. 내가 이런 성격이 된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굳이 새로 문제를 만들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내 삶은 이미 반쯤 조졌는데.
...그래도 내가 한 때나마 사랑했던 이들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아, 최근 만난 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호감 정도 감정 밖에 없었긴 하지만 뭐 기왕이면 그 사람도. 그 사람이야 뭐 나에게는 별 관심 없었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은 내 이름도 모를 걸ㅋ
살짝 헛헛한 걸 보면 나는 아직까지 '평범하게 타인과 우정이나 애정을 나누고 싶다'는 옛 욕구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구나 싶어서 좀 그렇긴 한데, 이런 식으로 감정의 농도를 점차 희석시켜가다 보면 머지 않아 완전히 느끼지 않을 수 있으려니 한다.
다시는 만날 일 없겠지만, 잘 지내길. 친절하게 마음 써주신 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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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PG Mania : 포스타입 채널
RPG에 대한 것들을 올리는 곳. 리플레이 연재중.
plluto-rpg.postype.com
천일모험기의 마스터로 유명한 플루토님의 글들.

전에 일하던 곳에서 내게 친절하게 대하며 어느 정도 호감을 보여주시던 분이었다. 그 곳을 관둔지도 꽤 됐는데... 그 이후로 그 분이 자주 떠올라서, 혹시 내가 그 분에게 마음이 있나 싶었다.
마침 써야할 글도 어느 정도 진도를 뺐겠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예전 직장에 가봤다. 그 여자분을 다시 만났는데, 왼손 약지에 반지 끼고 있더라.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나 자신의 감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혹시 질투심이나 슬픔 같은 감정이 드는가? 그렇지는 않더라도 아쉽다는 감정이 드는가?
아니었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그 분의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길 바라지만, 어지간해선 나처럼 그저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만을 바라는 놈보다야 낫겠지. 만일 내 감정이 연애감정이었다면 혼자 수습하느라 한 동안 애 먹었을 텐데 역시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앞으로 살면서 두 번 다시 누군가에게 반할 일이 없기를 원했고, 해냈다. 이번에 그러했듯,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걸 확인했으니까 이걸로 된 거다. 다시는 그 분을 볼 일이 없겠지만,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한 잔 마셔야겠다.
그 분께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같은 소리를 할까 했는데, 그러지 않고 간단한 인사 정도만 짧게 주고 받고 만 건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소리 했으면... 그 분도 "어 이 사람 혹시...?" 하고 부담스러워 하셨을지도 몰라. 나 자신이 그 분께 일정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무척 다행스럽지만, 그래도 대체로 좋게 여기고 있고... 내 말이나 행동 때문에 그 분이 거북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모쪼록, 그 분이 행복하시기를.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분향소 지킴이 자원봉사를 갔다 왔다. 1년 전에도 갔다 온 게 기억 나서(그 때는 녹사평역 근처였지만)...
주여, 그 날 그곳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빕니다.
그리고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응당한 응보를 치르기를 빕니다.
주여, 진짜 생신이 아니신 줄은 알지만 그래도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전 그 분을 붙잡고 싶어했고, 그런 저의 어리석음 때문에 결국 그 분을 놓치게 되 버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그 분과 이어졌더라도, 저 자신의 문제 때문에 오래오래 행복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서로 상처만 주고 받았을 것 같아요 사실.
다만, 이런 날 정도는 그 분이... 기왕이면 저 같은 놈보다 훨씬 제대로 된 파트너와 함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저 같은 놈은 잊어버리고, 행복하기를.

오늘 플레이를 하면서 약간 슬퍼졌다. 이건 게임 속 캐릭터의 일일 뿐이고, 나 자신의 현실과는 상관 없다.
하지만 약간이지만 슬픔을 느낀 건 아직 내가 인연이니 유대니 하는 것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한심한 노릇이다.

https://m.mk.co.kr/news/economy/10882309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구조 같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래 공공 인프라는 수익 내는 걸 목표로 운영하는 게 아니다. 나라에서 세금 걷는 이유가 뭔데.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인 레벨에서 직접 남을 때리거나 가진 걸 빼앗는 것은 범죄일 뿐 아니라 명확히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합법적, 제도적인 선 안에서 민영화 사업에 직접 뛰어들거나 해당 사업을 벌이는 회사에 투자(주식을 산다거나)하는 것에 대해선 전혀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그 사업이 반공공, 반사회적이라 하더라도.
대중이 공공의 생산수단을 공유한다는 것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며, 기나긴 레드 컴플렉스의 역사에 갇힌 이 나라에서 그것은 국가 경제를 조지고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하는 '악'으로 취급된다. 초반엔 잠깐 전기요금을 내려받겠지만 결국 전력망 공급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기업은 그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테고, 기업은 당연히 공공성이나 분배 정의 같은 데에는 관심이 없다. 이번 조치가 본격화되면 결국 요금을 내지 못하는 빈곤층과 서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명확하지만, 정작 그 빈곤층과 서민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가 가진 돈 다 털어넣어서 민영화 관련 주에 '투자'했을 것이며 그를 막는 건 사다리 걷어차기로 여기고 분노할 가능성이 높다. 잔인한 아이러니다.
뭐 물론 그 중에서도 어떻게든 이익을 보는 운 좋은 소수는 있겠지. 그리고 그 사실은 계속해서 욕망을 부채질하며 사람들이 스스로의 목을 조르게 만들 테고.
내가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 자체를 싫어하다 보니 그간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주식하는 사람들 진짜 엄청나게 많다는 걸 새삼 깨닫고 쓰는 글이 맞다....

내가 인간관계 맺기를 싫어하는 건 그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MBTI 자체도 그렇게 믿을 만한 건 아니고. 나도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랑 놀면서 웃고 떠드는 거 좋아했어ㅋ
이젠 거의 기억나지도 않지만. 이제 와서 새삼 그 때가 그립지도 않고.

오직 돈과 힘을 가진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각자의 이익과 보신을 위해 그 돈과 힘을 쓸 '자유'의 그물망으로 덮인 세상이 망가지는 건 어떤 알기 쉬운 카리스마적 독재자 한두 명의 뒤틀린 신념이 아니라 숱한 불특정 다수의 욕망과 자기합리화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 아니잖아' '어차피 반대편도 딱히 정의로운 거 아니고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해먹을텐데 그럴 바엔 내가 내 가족과 친지들 챙겨야지' '세상은 원래 다 그런 거고, 욕하는 놈들은 다 철 없는 몽상가 아니면 지가 해먹을 기회를 놓치고 열폭하는 위선자들이다' 뭐 그런 거...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상대방의 흠결과 부정을 기뻐하게 된다. 상대방이 흠결과 부정이 있으면 그만큼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쉬워지고, 그럴 수록 더 세상은 뒤틀리고 망가지게 된다. 그 불특정 다수 역시 개개인 레벨에서는 그렇게 냉혹하거나 악랄하지 않은, 나와 별 차이도 없는 이웃들이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고.
난 '사실 국혐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재명은 아무래도 뒤가 구려보이고, 윤뻐커가 당선되면 내가 영끌해서 산 아파트 값이 오를 거 같아서 눈 딱감고 2찍한' 그 숱한 사람들이 개인의 도덕성 측면에선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뉴스를 보다 보면 담배가 땡긴다....

그저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 내에서 거짓말을 하는 게 익숙해졌다. 억지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와서 굳이 바뀌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난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길 바란다.

이재명이 작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그 이후로도 내내 공격 받고 있는 데에는 본인의 도덕성 의혹이 크다는 건 사실이다(개인적으로는 이재명의 인성은 의심스럽지만 대장동 관련 건만큼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본다). 계속 이렇게 약점을 잡히느니 차라리 이재명을 손절한다는 것도 (이재명 개인에 대한 신뢰는 둘째 치고) 정치적으로 할 만한 판단이다.
다만 문제는 지금 대통령인 윤뻐커가 '어쨌든 형식상으로는 합법적으로 상대를 조지는 것'에 특화된 검찰 출신이라는 거고, 그래서 이재명이 구속되면 민주당 내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작년 대선 이후 윤뻐커의 패악질을 미국에서 구경만 하던 이낙연이라는 거다. 이낙연이 적극적으로 저짝 패거리들과 거래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당내 라이벌을 손 쉽게 치우고서 꿀 빨고 싶어하는 이낙연과 작년 대선에서 윤뻐커를 거의 이길 뻔한 민주당 당대표를 족치고 싶어하는 저짝 패거리의 이해가 일치한 셈이다.
어차피 이재명 지지한 적도 없고, 민주당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이재명이 구속된다 해도 사실 크게 아쉽지는 않다. 다만 이번 이재명 체포안 가결로 인해 '현대 민주국가의 보수정당'이 아니라 '상종 못할 사람 모양 쓰레기 집단'인 저짝 패거리에게 먹이를 줬고, 저짝 패거리들은 그걸 뜯어먹고 더 큰 힘을 얻을 거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윤뻐커 개인만이 아니라 구 민정당 쓰레기들은 적당히라는 게 없다. 놈들은 이재명 하나 제낀 걸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낙연이 이재명 체포 동의안 가결을 두고 '여러가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 흐리는 거 보고 이낙연에 대한 비호감도가 급증했다. 입장 상 그는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라이벌로서, 이재명을 도저히 좋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역시 자기 계파를 가진 대형 정치인이라는 입장 상 그는 대선 이후 개판이 된 민주당 분위기를 수습하고 윤뻐커 정권의 전횡을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다. 1년 간 미국에서 구경만 하다가 날로 먹을 게 아니라. 반기문도 아니면서 미꾸라지 같이 구는 야비한 놈.
이태원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빈다.
그리고,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마땅한 응보를 받기를 빈다.
어쩌면 내가 섬기는 신이 존재하지 않고, 내 신앙은 무가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언제나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난 믿고 기도할 것이다.
분향소 지키는 거나 오랜만에 해볼까.

누구는 영화화 판권 계약하고, 누구는 일본 시장 진출했다는 소식 가져오면 축하하는 한편으로는 솔직히 질투심과 열등감이 좀 들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찌질하긴 한데.... 쿨한 척하면 그것대로 자기기만일 것이다. 그걸 자각했을 때의 허탈함은 그것대로 견디기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뭐 그간 알고 지내며 쌓은 친분도 있겠다... 축하하는 마음도 거짓은 아니니까. 그저 난 스스로의 이 질투심과 열등감을 견뎌가면서 더 좋은 소설을 쓰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었다. 난 삶에 애착을 가지기엔 너무 소모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좀 더 쓰고 싶기도 하다.
글 쓰느라 외갓집 못 내려갈 거라고 사촌놈과 잠시 통화했다. 요즘 무리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건강 챙기라고 걱정하더라.
알겠다고 대충 대답하긴 했지만... 사실 난, 그냥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쓰다가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저 생계를 위해 내키지 않는 직장 생활 억지로 하다가 과로사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글을 원하는 방식으로 쓰다가 갈 수 있다면, 만화가 미우라 켄타로 같은 죽음도 작가 입장에서는 나름 로망이야ㅋ

나한테도 오라고 톡이 오긴 했는데, 요즘 아프다고 거절했다.
오랫동안 알아왔고, 친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복잡한 심정으로 대하게 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이 잘못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내 절망과 불신이 문제일 뿐이다.
만나서 저녁 먹고 한 잔 하며 이야기 나누면 분명... 반갑고, 즐겁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내 '내 소설은 인기 없고, 사실 이 사람들도 내 소설에 별로 관심 없잖아' '솔직히 좀 서운하지만 내가 더 잘 썼으면 되는 건데'라는 자격지심을 느낄 것 같다. 나름 정도 붙었고, 다들 잘 지내기를 바라는 사람인데 동시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고통스럽다.

그 이후로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가끔씩, 그 분은 이제 아마도... 나와는 달리 쾌활하고, 용기 있고, 기쁘게 삶을 받아들일 줄 아는 썩 괜찮은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가 둘 정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 어떤 남자놈에게 약간 질투심도 들지만, 동시에 그 때 그 분이 내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난, 이런 인간이기에. 난, 평범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을 키워가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기에.
물론 내 상상일 뿐이다. 현실에서 그 분이 어떻게 살고 계실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분이 모쪼록 행복하시길 바란다. 난 오늘도 내 일상을 홀로 견디며, 가능한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만을 바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부디.

뭐... 10년 넘게 써왔고 나름 정도 들었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못할 말 늘어놓는 용도의 공간으로 쓴지가 너무 오래되서... 이쯤 해서 없어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도 좀 들긴 한다. 그래도 역시 좀 쓸쓸하다.

죽으려다가 실패했던 그 날 이후 10년 동안, 내내 마음 한 편에서 '수 틀리면 그냥 죽으면 된다, 이번엔 그런 애매한 수단에 기대지 말고 확실하게'라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죽는 이유는, 돈 문제 같은 건 아니었으면 한다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꼴 사납고 한심한 집착이 있다. 자살은 똑같은 자살일 뿐이다. 더 고상한 이유 덜 고상한 이유 따위는 없다.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10년을 견뎠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가능할지 모르겠다.
옛 친구들이 그립다. 하지만 이제 나는 한 때 더 없이 간절히 원했던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나 인연, 유대, 소속감 같은 것을 마음 깊이 증오하고 또 증오한다. 그렇기에,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좀 울고 싶기도 하고, 글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깊이 자고 싶기도 하다.

70여년 전 이 즈음, 이승만 정권에 의해 제주도민 1만 5천여 명이 빨갱이몰이를 당해 죽었다. 그리고 오늘은 부활한 서북청년단의 극우 집회가 있었고, 북쪽 김씨 돼지 일가를 섬겼다가 전향해서는 한국 최고 부자 동네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남쪽 파쇼 정당 부역자로 거듭난 태영호는 "4. 3은 김일성 지시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고 추잡한 아가리를 놀렸다.
날씨는 맑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맑은 봄 하늘 아래 휘날리는 벚꽃잎이 한 없이 끔찍해 보이는 하루다. 제기랄.
주여, 그 곳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한 때, 아주 안 좋은 경험을 했었다. 난 과거에서 벗어나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노력했었고, 결국 그 희망은 무가치했다는 걸 알았다.
그 당시에도 난 크게 상심하긴 했지만 이 정도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고, 좀 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후로도 몇 년 정도 자기계발서를 읽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불현듯 나는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으며 人間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죽으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 역시 실패했고. 그 이후로 사람 자체가 싫다는 생각과 함께 10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그 안 좋은 경험의 계기가 되었던 사람에게 굳이 해를 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 사람도 나름 힘든 과거가 있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원하던 일을 하게 되었고, 남자친구도 생긴 참인데 한 때 좀 친했던 사람이 자꾸 연락하며 의지하려 하니까 부담스러웠겠지. 내가 자신을 여자로 보고 좋아하나 싶어 불편하기도 했을테고. 거기에 대해선 분명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 사람은 내가 변할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줬다가, 그걸 다시 빼앗아가 부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을 용서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증오하는 건, 한 때 내가 가졌던 거짓 희망 자체다. 난 그것을 증오한다. 여전히.
굳이 지금 당장 다시 죽을 생각까지는 없다. 그러나 가능한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었으면 한다.
'다시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다. 난 자신이 사람 자체를 싫어했던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지금도 여전히 불의라고 여기는 것에 분노하며, 그에 희생당한 사람을 보면 희미하게나마 연민이나 동질감 같은 것도 든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나 인연, 유대, 소속감 같은 것은 원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마음 깊이 거부한다. 내 모든 증오를 담아.
난 무의식적으로 연애하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싶어서 조금 심란해졌다=_=
난 내가 사람 자체를 싫어했던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여전히 긍정적인 감정선으로건 부정적인 감정선으로건 남들과 깊이 엮이는 건 싫다. 난 혼자 살다, 혼자 죽는 걸 원한다. 기왕이면 가능한 빨리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반동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은 평소의 녹사평이 아니라 시청역에 새로 설치된 곳.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애들이 추울 것 같다"면서 점퍼 한 벌을 사오셨다. 그냥 감사하다고 밖에는 말 못하겠더라. 그래도 여긴 짜증나는 현수막이 없어서 한결 나았다.
"겨울이 온 세상에 말했다, 홀로 추운 삶은 없다고"
마침 오늘이 이태원 참사 딱 100일 째다. 결국 오세훈이 내일 중으로 분향소 철거를 강행할 모양인데, 더 있다 오지 못한 게 영 마음에 걸린다. 홀로 추운 삶이 없다면, 적어도 유가족 분들과 함께 추운 쪽이 더 나았을 것이다.
예전에 사랑했던 분이 떠올라서... 종일 심정이 좀 그랬는데, 그래도 한 편으로는 그 때 결국 그 분과 사귀게 되거나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난 평범하게 연애 같은 걸 하기엔 너무 일그러져 있다. 그런 내가 건강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어찌저찌 그 분과 사귀게 되었더라도, 결국은 분명 문제가 생겼으려니 한다.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란다. 비록 난 이렇게 됐지만, 그 분은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