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차별주의자들은 제끼고, 그 외의 사람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하는 주된 논지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선 외면한 채 겉으로만 깨어 있고 올바른 척하는, 1세계 백인들(특히 미국 리버럴들)의 자기만족적 위선'이라는 건데 그 말도 나름 일리가 없지는 않다. 미국에서 흑인을 '블랙' 대신 '아프로 아메리칸'으로, 미국 원주민을 '인디언' 대신 '네이티브 아메리칸'으로 호칭하는 것도 이전에 비해 용어 자체의 차별적 뉘앙스는 확실히 옅어졌지만 정작 흑인들이나 미국 원주민들 의견은 안 묻고 백인들이 알아서 결정한 거거든. 흑인 입장에선 아프로 아메리칸이란 단어가 노예로 끌려와서 내내 차별에 저항해 온 역사적 맥락을 삭제한 밋밋하고 기계적인 표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비판 의견도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 경영자나 대형 언론인, 고위 관료,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공장 나가는 옆집 김씨나 택시 모는 앞집 최씨, 편의점 점장인 뒷집 박씨, 고시낭인인 윗집 이씨는 애초에 개인 단위에서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내가 개인적으로 여성 차별이나 동성애 혐오에 반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난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범속한 소시민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적어도 소시민의 입장에서, 여자들 앞에서 '남자가 역차별 당한다'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일상적 레벨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규율하는 최소한의 기준은 되어줄 수 있다.
정치적 올바름 자체를 경계해야 할 때는 오직 그 자체를 명분 삼아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었을 때 뿐이다. 지금의 한국사회에선 그런 자들도 물론 있지만, 아직 그 정도 레벨은 아니다(애초에 그런 사람들이 주류가 될 정도라면 도덕적 명분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힘이 없어진 사회라는 뜻이다). 내가 보기엔 인간이란 원래 그런 자기만족적 위선이라도 스스로 만들어 내어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않으면 짐승보다 나을 게 없는, 근본적으로는 우리 집 고양이보다 딱히 고귀하거나 특별할 것 없는 생물이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별로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휴머니스트가 아니다.
인간은 서로에게 늑대다. 항상.

새삼 내가 사람을 싫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남을 해치기 전에 스스로를 해치는 게 역시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든다. 아침부터 참 상쾌하고 좋네.

하지만 출판사가 요즘 말이 많은 곳이라서 선뜻 홍보하기가 영 좀 그렇다, 젠장.

꿈에서 난 스님이 되어 있었다.
깊이 명상에 잠기면 동네 잡귀들이 지나다니다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평소 존경하던 사람이 자신이 잘못됐다고 꾸짖는 것에 이르기까지 온갖 심마가 꼬이고 이것은 마음이 닦일 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내용의 설을 방장스님(이던 듯)께 듣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 상황에서는 뭔가 볼 일이 있어서 나와 다른 스님 세 분이 고속버스를 타고 어딘가 갔다와야 할 일이 생겼는데, 버스가 휴게소에 잠시 멈췄다. 나와 다른 스님 1명(좀 마르고 안경을 썼다는 것과 '지행'이라는 법명이 깨고 난 지금도 기억난다)은 속세의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작당을 했고 나는 아무거나 뭔가 달달한 거, 지행 스님은 햄버거를 각자 몰래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잠시 뒤 나는 결국 신앙과 양심에 찔려서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왔고 지행 스님도 돌아왔다.
나:그래서... 그거 드셨습니까?
지행 스님:천상의 맛이었어...(황홀)
나:그래도 고기 패티는 빼고 드셨겠죠?
지행 스님:치즈도 뺐다....(서운)
하지만 결국 난 아무 것도 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스님 한 분이 묵묵히 나서서는 와플 반 쪽을 구해와서는 나한테 주더라. 다른 두 분께 조금씩 떼어주고, 내친 김에 우리의 파계행을 눈치채신 듯하던 방장스님께도 뻘쭘하게 한 조각 권했다가 거절당했다. 나는 남은 와플을 입 안에 밀어넣어 우걱우걱하며, 그 달콤한 맛이 너무 가슴아프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날라리 여고생들이 우리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냥 남은 길은 서서 가자 싶던 참에 잠에서 깼다.
깨고 나자 잠시 혼란스러웠다. 난 중인데 왜 이런 침대에서 자고 있는거지? 내 법명이 뭐더라? 몇 초 정도 그러고 있다가 간신히 나는 스님은 커녕 불교 신자조차도 아니라는 게 기억이 났다.
내가 불교에 호감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꿈 내용 자체도 뭔가 굉장히 현실감이 있어서 블로그에 적어둔다. 그러고 보니 난 전에도 이런 식으로 '현실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일상을 대리체험하는 꿈'을 몇 번 꾼 적 있었지 아마.
어쩌면 '현실의 나' 역시 누군가가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묘하게 불교적이네.

사인은 대동맥 박리. 향년 54세.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2217346
베르세르크 작가 미우라 켄타로 눈물의 후기들 : 클리앙
1993년 14호 7월로 27살. 되돌아보면 만화로 점철된 27년. 이대로 괜찮은가? 2000년 1호 게임샵에서 베르세르크 체험판에 열중중인 소년이! 그 뒤에 도키메키메모리얼2를 들고 있는 내가! 잉여인간이
www.clien.net
예전에 이 후기 봤을 때는 웃겼는데 이젠 웃지 못하겠다. 이 만화의 주제는 '인간이 운명에 저항할 수 있는가?'였는데, 결국 검은 날개 페무토로서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인 그리피스와 그의 운명을 완성하기 위한 수많은 희생양 중 하나로 끝났을 뻔한 운명을 거부한 가츠의 대립은 결말이 이뤄지지 않게 됐다.
제 10대의 일부를 차지했던 의미 깊은 작품을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우라 켄타로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그 날 그곳에서 죽어간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현역 시절 복무했던 부대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몇 년 전에 없어졌다고 한다. 현실에서의 그 부대는 없어졌지만, 내 악몽 속에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은, 때때로 비열하다. '나나 내 자식이 죽은 게 아니니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고 계속 문제시하는 게 보기 싫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일 때는 특히 더.
주여, 그 날 그 곳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안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작 저 자신은 그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상, 이런 바람조차도 가져선 안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면접보고 왔다. 마지막에 면접관이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걸 듣고 반사적으로 아 텄구나 싶더라. 그래도 대단치도 않은 사연팔이해서 취직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나도 죽을 때 당시의 달빛요정만큼 나이가 들었는데도. 깨달은지 오래다,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날 왜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절룩거리네..."
"부조리는 필연이자 인간이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진실이다."

내 신앙이 여전히 가톨릭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폴라리스 랩소디의 이 구절이 가슴에 박히는 걸 보니.
"고해를 하는 이유는 죄사함을 받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죄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다가올 주님의 벌을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기다리기 위해서입니다."
주여, 당신께 제 속세의 복락을 기원하지 않습니다. 전 당신께 그걸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럽습니다. 아주 많이. 그를 견디기 힘들어 죽음을 자주 떠올린다는 걸, 그 죄를 감히 당신께 고백합니다.

1)구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피를 마시는 광인이었으며, 구제국력 566년 조라가 사도 오이싱그라와 함께 그를 죽였음(92년 뒤 구제국력 658년에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신들의 전쟁이 발발해서 사도들이 서로 싸웠고, 다시 180년 뒤 838년 잿불의 왕이 등장. 2년 뒤인 840년 사도가 최초로 잿불의 왕에게 타락함)
2)사도 조라는 다르의 군세를 물리치고 강력한 마법으로 어떤 사도 안에 있는 신을 죽인 적 있음. 현재 다르는 저주 받은 땅이라고 불리며 다르 인은 다르를 오래 떠나 있으면 쇠약해져 죽게 됨
3)파열자는 다르의 유령들을 조종하려고 시도했지만 잿불의 왕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음
4)(지금 플레이에서 군단이 주둔하고 있는 탈곤 숲 근처)두레시 숲에는 다르의 전언석과 연결된 전언석이 있음
5)살아계신 신은 임무 완수 뒤에도 스러지지 않는 사도 아홉을 만들었음(다른 신의 사도들은 보통 사도 선정 당시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나면 곧 죽음)
6)잿불의 왕이 쓰고 있는 왕관은 ‘진정한 불의 구첨관’이라고 불리며, 한 때 다르의 현무암 왕좌에는 ‘진정한 불의 십첨관’이 있었음
7)살아계신 신과 잿불의 왕은 둘 다 '불'과 관련되어 있음. '불'은 조라의 별명이기도 하며 조라가 살아계신 신에게 하사받은 검과 왕관에는 불길이 휘감겨 있음
8)교수대 고개의 특별임무 중 '진정한 불'에 대한 떡밥이 있음
9)조라와 같은 살아계신 신의 사도였던 블라이심은 자신의 임무가 잿불의 왕을 죽이는 것이라고 했고 그 후 타락해 분쇄자가 되었음. 그리고 지금 조라도 똑같이 '내 임무는 잿불의 왕을 죽이는 거임'이라고 함
10)잿불의 왕은 분쇄자에게 자신만이 아는 이 전쟁의 비밀을 알려줬으며, 그로 인해 '잿불의 왕 자신이 죽더라도 전쟁을 계속할 분노의 존재가 탄생했다'고 언급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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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떡밥들을 기반으로 양웹에서 나온 작가진의 QNA를 보고 삘 받아서, 잿불의 왕의 정체와 그 진정한 의도에 대해 나름 '마스터의 뒷설정'을 짜두고는 어제 플레이가 끝난 뒤 플레이어들에게 그걸 공개했다. 마침 다들 마음에 들어하길래 두레시 숲의 전언석을 통해 다르의 유령왕과 접촉한 군단의 사령관이 이 전쟁의 진실 대부분을 알게 되는 내용을 짧게 플레이했다. 진실을 안 사령관이 약간 허무해하자, 유령왕이 "이미 죽은 나도 싸울 생각인데 산 자가 그래서야 쓰겠냐"고 슬쩍 갈궜다가 "그렇게 번민할 수 있는 것도 산 자의 특권이다, 나의 투지는 죽음의 순간 했던 맹세에 묶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은근히 위로하는 장면이 즉석에서 나온 장면 치곤 잘 뽑혔다. 이후 유령왕은 "모든 준비가 끝나고 하늘단검 요새의 봉화를 올리면 우리가 갈 것이다"고 약속. 만일 실현된다면 반지의 제왕 영화 2편 클라이막스의 그 장면 비슷하게 나올 듯하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는 원래 어제 플레이에서 승급을 눈 앞에 뒀던 숙련병이 전사하며 군단의 숫자가 너무 줄어들어서 배드엔딩이 뜰 뻔했고(룰 상으로 간부와 특수병들을 빼고 5명 완편 부대가 셋 미만이 되면 군단은 규모가 너무 적어져서 해산하게 되는 걸로 처리된다), 이제 슬슬 엔드게임인데 이렇게 끝내는 건 너무 거식하다는 것에 다들 동의해서 플레이 상황 일부를 롤백해서 간신히 배드엔딩에선 벗어났고 예의 그 숙련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짝에 들어갔다가 다시 기어 나와서 특수병으로 승급했다. 문제는 '사도 슈레야는 왜곡증에 걸린 군단병의 처우 문제로 사령관과 갈등을 빚은 끝에 군단을 떠난 상태고 희생자를 1명도 내지 않고 다음 2번의 임무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막장 상태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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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이란 말의 공허함…그는 마지막을 ‘선택’하지 않았다
[토요판] 김도훈의 낯선 사람① 스텔라 테넌트80년대 슈퍼모델의 시대 저물고90년대 ‘시대의 얼굴’로 떠올라미니멀리즘 패션 구현 앞자리성마른 패션계에서 30년 ‘장수’건조한 세련됨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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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죽고 싶다'가 아니라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시도했고, 실패했었다.
그 후로 제법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언제나,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재미있는 걸 보며 웃고 있을 때도 항상 머릿속 한 구석에선 '다 됐고 그냥 죽을까' 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지금도.
그렇군, 스텔라 테넌트라는 모델이 있었구나.


“스승님, 피부 흰 자들은 왜 이토록 우리를 증오하는 겁니까?”
어린 시절, 나는 스승께 그렇게 여쭸었다. 스승은 천애고아이던 나를 거둬 키우고, 신비한 지식을 가르치고, 공부 시간이 끝나고 나면 내 손을 잡고 저녁 장을 보러 가거나 놀아주곤 했다. 엄격하면서도 온화했던 스승은 내게 있어 친부모나 다름없었다.
내 고향과, 피부 흰 자들이 사는 서방 국가들은 항상 전쟁 중이거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무렵 스승은 군의 겸 특수 자문으로 군대에 고용되어 있었고, 나도 조수로서 함께 전투가 끝난 전장을 돌며 부상병의 응급처치와 후송을 감독하곤 했다. 드넓은 사막의 모래가 전부 피로 붉게 물든 걸 보며 창백하게 질려 한참 구역질을 하던 내가 던진 질문에 스승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었다.
“알하자드,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항상 겉으로 드러난 면과 뒤에 감춰진 면이 존재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예, 스승님. 그리고 두 면모를 모두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도요.”
“그 자들이 우리에게 품는 증오와 원한도 마찬가지란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그 자들은 ‘빛’으로 상징되는 어떤 신을 섬기고 우리는 아니라는 거지. 그리고 우리가 사막에서 살면서도 풍요를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인 오아시스들 근처에 빛 신앙을 대륙 서부에 퍼뜨린 고대 제국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그들은 그곳을 성지라고 부르면서, 우리가 무단으로 성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우리가 동방과 교역을 하며 얻은 재물을 탐내고 있기도 하고. 물론 그것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긴 하단다. 그리고 감춰진 이유는….”
순간, 스승의 눈빛이 변했다. 언제나 따뜻하던 그 눈이 형언할 수 없이 깊은 증오로 번뜩였다.
“빛 신앙에서 섬기는 그 ‘신’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피부 흰 자들의 왕과 귀족, 성직자들도 무의식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단다, 알하자드. 하지만 빛으로 상징되는 신이라는 이름의 권위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또한 그 사회의 정점에 있는 그들의 권력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그에 매달리고 우리를 사악한 불신자 취급하는 것이지.”
“그들의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난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붉은 사막에 해가 저물고, 우리와 함께 나온 병사들은 시신들 사이를 헤매며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을 찾아 낙타가 끄는 수레에 싣는 모습이 배경으로 보였다. 황혼의 빛을 얼굴 절반으로 받으며, 스승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평생 존경하며 따라왔지만, 빛과 어둠이 반씩 나뉜 그 얼굴이 이상하리만큼 낯설어 보였다.
“아직은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란다. 하지만 너도 알 때가 됐지. 머지않아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알게 될 게야. 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나의 스승님께, 그리고 스승님이 그 스승님께, 다시 그 스승님께 진실을 배워 온 곳으로 널 데려가마.”
+
그러나 그 약속은 이후 몇 년이나 지켜지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나자, 스승은 더욱 바빠졌다. 나도 학자로서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어 독립할 자격을 얻었지만 난 여전히 스승의- 내 가족의 수발을 들며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했다. 지금도 여전히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읽고 쓰기와 숫자 계산을 가르치고, 세계 각지를 오가는 유물 수집상에게서 희귀한 책을 사들이고, 청소와 요리를 하고, 짧으면 며칠에서 길면 한 달 정도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는 스승을 기다리던 그 나날들을 그리워한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면 이 집 저 집에서 등불이 밝혀지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냄새가 피어오르고, 거리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그 날들이.
스승이 나도 거의 잊어버리고 있던 그 약속을 입에 올린 건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였다. 이번에도 몇 달이나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 온 스승은 그날따라 몹시 기분이 좋아보였다. 스승은 서방 대륙의 나라들 사이에서도 빛 신앙의 교리가 거짓된 것이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평소엔 입에 대지 않던 야자술을 잔뜩 마시고는 취한 채 물담배를 피워 물었다.
“사실 이번엔, 피부 흰 자들의 왕 중 하나가 나를 불렀다. 왕자가 큰 병이 걸렸으니 낫게 해달라고 부탁하더구나. 난 왕자를 치료해주는 대신, 몇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단다.”
“‘우리’라고요?”
난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스승의 말투로 보아 자신과 내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지칭하는 듯했다. 말하자면 어떤 조직 같은. 스승은 허공에 흰 담배 연기를 훅 뿜어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젠 이야기할 때가 되었구나. 곧 대륙을 아우르는 거대한 규모의 결사단이 조직될 게다. 우리는 사람들의 눈을 틔우고, 지금까지 스스로를 구속하게 만들던 신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로 인도할 게야. 그 전장에서 했던 약속을 기억하느냐? 그곳으로, 널 데려가마.”
“영광입니다, 스승님.”
난 그제야 그 날의 약속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사실 거창한 대의보다는, 그저 계속 지금처럼 스승과 함께 살며 공부를 하는 날들이 지속되는 걸 내심 더 원했다. 고고학, 종교학, 수학, 의학, 건축학, 인류가 대대로 발전시켜 온 그 많은 지식의 정수들에 둘러싸여 스승과 이렇게 식사를 하고, 웃음과 농담을 주고받는 이 날들이.
“하지만 말이다, 알하자드. 그 전에 치러야 할 시험이 있다. 지금의 너라면 분명 통과할 수 있을 거다.”
+
스승이 날 데려간 곳은, 대사막 어딘가 있는 황량한 탑이었다. 마치 가시가 돋아난 후광 같은 장식이 달린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가면으로 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와 태도에서 대단히 젊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여자였다. 그러나 난 어딘지 모르게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자태에는 어딘지 모를 독기가 깃들어 있었다.
“여기서, 우린 어떤 실험을 하고 있단다. 과연 이 인간이 우리가 열 미래로의 길을 걸을 자격이 있는지를 말이다.”
스승의 미소는 언제나처럼 따뜻했지만, 난 불길한 한기만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 ‘실험’을 보았다. 쇠사슬과, 각종 의료도구와, 독약들을. 그리고 유리관 속에서 끓어 넘치는 유독한 녹황색 증기와, 머리칼 절반이 깎여 나가고 고문이나 다름없는 실험을 거치며 피폐해진 ‘실험체’와, 그리고 스승이 섬기고 있던- 더 없이 강대하고, 도저히 표현할 단어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불경하고 끔찍한 존재의 모독적인 편린들을 보았다. 방에 단 둘만이 남게 되자, 스승은 충격을 받은 날 설득하려고 했다.
“이제 곧 실험의 마지막 단계란다. 저것에게 이 약을 주사하는 거야. 견딜 수 있다면 저것은, 인간이 다음 단계로 진보할 수 있다는 증명이 될 테지. 신이 없는 세상을 거닐 자격이 있다는 증명 말이다. 네가 직접 해야 한다, 알하자드. 이건 너에게 주어진 시험이기도 하다.”
난 격노해서 대들었다. 이전의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이게 대체 다 뭡니까? 스승님은, 인간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거짓말이었습니까? 피부 흰 자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위해 저지르는 일과 이게 뭐가 다릅니까!”
그러나 내가 지금껏 알아 온, 따스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스승은 대답했다.
“바로 그게 피부 흰 자들이 눈 멀고 귀 멀었다고 하는 이유다. 그들은 자신들의 광신으로 서로를, 그리고 자신들을 망가뜨리고 있어. 그러나 우리가 섬기는 건 신이 아니다. 그 이상의 존재지.”
나는 미친 듯이 분노했고, 슬퍼했고, 절망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 가지 사실만은 너무도 뚜렷이 깨달았다. 스승이- 그리고 이 정체 모를 비밀결사가 인류를, 그리고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란 사실을.
“내게 있어서도 넌 특별해. 난 네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 없다. 난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 미쳐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재산에 미쳐서 전쟁을 저지르는 피부 흰 자들의 지배층을 혐오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조종당하는 수많은 이들은 진심으로 동정하고 있어. 난 그들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간이 자유로워지길 원한단다 얘야.”
스승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신보다도 위대한 그 분의 이름 아래, 인간을 구속하는 어떤 법도 교리도 도덕도 관습도 없는- 모두가 환희 속에서 서로 빼앗고 범하고 죽일 수 있는 세상이 내가 꿈꾸는 미래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란다. 그곳으로 함께 가자꾸나, 알하자드.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난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직감했다. 나에 대한 그 엄청난 사랑을 느끼면서, 눈물 흘리며 단검을 뽑아들어 내 아버지의 심장을 찔렀다. 그것은, 내가 인간으로서 흘린 마지막 눈물이기도 했다.
+
실험체로 잡혀 있던 남자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난 혼자였고, 곧 내가 한 짓을 눈치 챈 자들이 공격해올 게 뻔했다. 내겐 스승의 시체를 둘러매고 탑에서 도망쳐 나올 여유 밖에 없었다. 증오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내 유일한 가족이던 사람의 장례만은 내 손으로 치러주고 싶었다. 미칠 것 같은 감정의 폭풍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였다.
도망쳐 나온 나는 그 어디에도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누가 스승이 속해 있던 비밀결사의 조직원인지 겉으로는 전혀 알아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나는 광기에 가까운 절박한 열정에 사로잡혀서 스승이 섬기던 존재에 대해 연구했다. 내가 쌓아둔 고고학과 종교학적 지식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내 고향과 서방 대륙의 국가들 간에는 또 전쟁이 벌어졌다. 이제 나는 여전히 가는 곳마다 약탈과 강간과 파괴와 살육을 저지르는 피부 흰 자들이 싫을망정, 증오스럽지는 않았다. 전쟁통에 그런 짓은 내 고향의 군대도 똑같이 저지르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이라는 걸 이해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스승이 남긴 일지 속에 암호의 형태로 적혀 있던 대사막 가운데의 피라밋에 대한 내용을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결사의 입문자들이 자신의 영혼을 이물(異物)-원래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부정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밖에는 표현하지 못하겠다-에게 넘기는 의식을 치르는 장소이기도 했다.
다시 몇 년 동안이나 준비를 한 뒤 나는, 상자에 스승의 시신을 넣고 피라밋으로 향했다. 의식의 완성에는 뛰어난 자의 두개골이 필요했고, 난 스승 이상으로 그에 적합한 자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난 그 피라밋 안에서, ‘그것’을 만났다.
아.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난 내가 배우고 익혀 온 온갖 지식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또한 대를 이어 그러한 지식을 쌓아 올려 온 인간임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내가 고향을 공격해 오고 온갖 만행을 저지른 서방 대륙의 피부 흰 자들을 싫어하면서도 그들을 진정으로 미워하지 않았던 건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라밋의 벽화와 먼지 쌓인 고서적들 속에서 내가 본 것은 고고학, 수학, 철학, 신학, 점성학, 동서를 막론하고 그 많은 인간들이 연구해 온 온갖 학문들이 그 궁극의 영역에서 거대한 통섭을 이루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통섭은 한없이 끔찍한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모든 별들이 제 자리에 도달하고 나면, 이물들이 이 세상으로 넘어오리라는 것을. 그리고 스승이 꿈꿨던 미래가 실현되리라는 것을. 난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난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난 그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유일하면서도 불안한 희망은, 그러한 이물들조차도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서로 경쟁하고 대립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거대한 붉은 갈고리를 닮은 촉수 형태의 신상 앞에 서서 스승의 두개골을 매개로 삼아 치른 의식을 통해, 그러한 이물들 중 하나를 나 자신의 몸에 강림시켰다. 그리고, 그것과 나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힘을 주고, 내가 죽고 나면 내 영혼을 가져간다’는 계약을 맺었다. 유리병에 담겨 있던 모래로 그린 원 안에서 “계약은 성사되었다”고 선언하고 그것과 나의 영혼이 교차하는 순간, 환상을 보았다. 어떤 쇠락한 영지, 방탕한 삶에 질려 버린 사악한 영주가 남긴 끔찍한 유산을.
하여, 이제 나는 홀연히 사막 저 너머의 세상으로 향한다. 그 세상 끝, 그 존재가 기다리는 가장 어두운 곳으로. 결국 그 존재를 물리칠 수 있다 해도, 내 영혼은 내 안의 이물에게 삼켜질 것이다.
난 기쁘게 그 날을 기다릴 것이다. 나 자신이 결코 꺼지지 않는 별의 불꽃이 되어, 지옥의 문을 닫아 걸을 그 날을.

원 출처는 엠엘비파크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임의로 요약한 내용이므로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선 직접 책을 읽어봐야 한다.
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1&document_srl=13882765
메인 게시판 - 마이클 센델 - 공정하다는 착각
https://youtu.be/Qewckuxa9hw 자막 클릭하면 자막이 나옵니다. 엠팍 유저가 책 읽고 요약한 것 #1 능력주의의 태동 능력주의 사상은 냉전 종식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했다. 미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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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에 올라온 요약 만화.

[단독] "이런 것이 중요" 댓글공작 지시 'MB 육성파일' 나왔다
[한겨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시절 진행된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경찰 등의 댓글 여론조작과 관련해 ‘전 정부적으로 하라’고 직접 지시한 육성파일을 검찰이 확보했
news.v.daum.net
심증은 진작에 있었지만 물증이 없던 악행 하나 추가 적립. 이런 것도 직접 챙기고 하여간 쥐박이 새끼 꼼꼼한 건 알아줘야 돼.

www.mk.co.kr/news/politics/view/2021/01/12892/
이낙연 "사면론, 총리 때부터 대통령 생각 짐작한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문제와 관련해 "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해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종편 MBN과의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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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마리가 사면되면 국혐당이 다시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싸울 거라고 행복회로 돌리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나올 이슈 차라리 선수를 쳐서 김을 뺀 거라고 좋게 봐주는 사람도 있던데 내가 보기엔 이낙연은 혼모노다. 진짜 이유야 본인만 알겠지만, 여하간 진심으로 그 두 마리를 사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아니라면 애초에 지난 1일날 기자의 그 질문에 대해 사면 건의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말고 "입장 상 섣불리 말할 수 없는 문제다"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는 식으로만 대답해도 충분했을 거다.
친박계가 힘이 있었던 건 그 중심에 있던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라는 상징권력을 업고 있어서였다. 그게 전부 빈껍질에 불과했고, 그저 최순실 아바타일 뿐이었다는 게 드러난 지금은 ㅀ가 사면되도 예전의 영향력을 되찾는 건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자신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틀딱들 동정이나 받으면서, 민주당을 까기 위해선 뭐든 할 보리수들에게 이용되는 역할 밖에 못하겠지. ㅀ가 가졌던 상징권력이 개발살난 지금, ㅀ는 사면된다 해도 그 자신은 실질적인 위험이 되지 못한다(국혐당 세력 입장에서도 지지율 갈라먹을 라이벌이 늘어나 좋을 게 없으니 역으로 민주당이나 이낙연 개인에게는 정치적 이득이 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딱히 민주당 지지자도 아닌 내가 그것까지 챙겨줘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MB는 전혀 다르다. 내가 MB야말로 헬조선 최종보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MB야말로 곧 한국 천민자본주의 근성의 화신이나 다름 없으며 그가 표상하는 '욕망'은 국힘당의 사람 모양 쓰레기 패거리들만이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으로 배불린 민주당의 구 운동권 세대 역시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MB가 사면된다면 설령 더 이상의 악행은 딱히 저지르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죽는다 해도 법적으로 더 이상 죄를 묻지 않는다고 승인된 이상 '나라 하나를 통째로 해쳐먹고도 고작 그 정도로 끝난 그처럼 되고 싶다'는 익명화된 욕망들을 무수히 남길 것이다. ㅀ도 ㅀ지만, 이것이 바로 MB가 감옥에서 죽어야 하는 이유다.
솔직히 인정한다. 난 지금도 이명박이 두렵다. 그 자신이 아니라, 그가 표상하는- '모든 걸 빼앗겠다'는 욕망과 '그러지 않으면 모든 걸 빼앗길 것이다'라는 공포가.
그 욕망의 씨실과 공포의 날실이 직조해낼 공화국 대한민국의 내일이 두렵다.


좀 더 사적인 감정 쪽은 블로그 쪽에 토로하곤 한다. 내가 이러고 있는 건, 사람이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유치하고 모순적인 욕망을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까지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그것도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슬슬 블로그 터뜨릴 때가 온 걸지도 모른다.
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고, 죽을까 하는 생각이 부쩍 자주 든다.

...The past in the past...
원래 저 노래에서 저 가사는, 자신의 힘을 억눌러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야 하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내게는, 내 절망은 이미 과거로 굳어버렸다는 의미로 들린다. 결코 변하지 않을.
언제나 알아왔던 사실이고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약간 울고 싶다.

짜증나는 추석이었다. 뒤늦게 오늘이 생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알게 뭐야 젠장.
옛날 메일이나 좀 정리해볼까 싶어서 옛 네이버랑 다음 메일함 들어갔다가 내상 입었다. 이제는 연락이 끊긴, 옛 인연들이 거기 남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10년이 더 지난 이제는 날 거의 잊었을, 내 딴에는 나름 어느 정도 가깝다고 여기고 좀 더 친해지고 싶어 서툴게 노력했던 인연들.
난 혼자 견디다가 죽어야만 한다. 그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고통스럽다.
부디 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립다.

이름:위젤
플레이북:운전사
외모-
눈:검은 눈
얼굴:창백한 얼굴
몸:날씬한 몸
옷:트렌치 코트
피부:아시아계
특성치-
냉철:+3
예리:+2
육체:+0
정신:+0
스타일:-1
신스:+2
사이버웨어-
*신경 인터페이스(원격 조종 모듈). 암호화, 다중조종
액션-
*차량-
이름:쿠팔라
기본형:고정익 항공기
용도:군용
프로필:파워+2, 외관+1, 약점+1, 장갑 1
강점:조용함, 조작성 좋음
외관:특이함
약점:까다로움
무기:미사일 발사기(5피해 장거리 범위 지저분 관통), 유탄발사기(4피해 중거리/장거리 범위 굉음 지저분)
*또 다른 몸:신경 인터페이스로 사이버링크가 있는 차량에 접속할 때
위험을 견딜 때 냉철+차량의 파워로 판정
한판 붙을 때 신스+차량의 파워로 판정
세게 나갈 때 예리+차량의 외관으로 판정
돕거나 방해할 때 유대+차량의 파워로 판정
*드론 조종사
드론 1:도모뷔
기본형:회전 날개
크기:초소형
강점:은밀함
감지기:화상 강조
약점:빈약
드론 2:스트리고이
기본형:고정익
크기:대형
강점:무기 장착, 빠름
감지기:적외선 탐지
약점:눈에 잘 띔, 굉음
무기:미니건(4피해 중거리/장거리 범위 지저분 관통 불편함)
*은밀한 침투:홀로 보안구역에 잠입할 때 냉철로 판정
10+:예비 3점
7~9+:예비 1점
캐릭터가 어떻게 잠입했고 어떤 보안 조치를 극복해야 하는지 MC가 설명하면 예비 1점을 써서 어떻게 극복할지 선언 뒤 1)보안 시스템이나 경비병 우회 2)우회한 보안 시스템 무력화 3)경비 제압 4)시선 회피
*엄마 오리:잠입 시 은밀한 침투로 얻은 예비로 보안 시스템이나 경비병 우회나 시선 회피를 택하면 다른 PC들도 따라 들어올 수 있음
*끝내주는 운전사: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이버링크 차량 운전 시 예리로 판정.
10+:예비 3개, 7~9:예비 1개
다음 행동을 하기 위해 예비 사용 가능. 외부의 위험 하나 회피, 추격하는 차량 하나를 다돌림, 차량의 제어 유지, 누군가를 겁주거나, 감명을 주거나, 놀라게 함
장비-
*소음기 부착 반자동 권총(2피해 근거리/중거리 고속)
*잠행복
크레드:5
행동수칙-
복수심:페룬 테크놀로지에게 해를 가하거나 손해를 입힐 때 경험치를 얻습니다
신중함: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위험한 상황을 해결할 때 경험치를 얻습니다
설정:
옛 우크라이나(현 러시아 제국령) 출신. 아나키즘 계열 테러 조직 소속이었던 부모 사이에서 출생. 그러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모는 사망하고 자신은 러시아군에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최고의 운반책’으로서 교육을 받는 한편 ‘라스카’라는 새 이름과 신경 인터페이스 이식 수술을 받았다(부모님이 지어 준 옛 이름은 잊어버렸다). 이후 부모님의 동지들을 적으로 돌리고 푸틴 황가와 그 비호를 받는 대기업들을 위해 일해 왔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돌연히 붕괴하고 이후 북한을 둘러싼 4개국의 갈등이 격화되자 라스카는 옛 이북 지역 라선 시로 배치되었고, 옛 러시아 군 장교 출신들이 중역으로 일하고 있는 군수회사 ‘페룬 테크놀로지’의 감독 아래 비공식적인 운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라스카에게는 페룬 테크놀로지에서 새로 도입한 신형 수직 이착륙기 ‘쿠팔라’의 테스트 파일럿 임무가 주어졌다. 역시 라선에 진출해 있는 미국계 기업 ‘록히드 다이나믹스’의 주주회의장을 공격하고 오라는 단순한 임무였지만 도중 갑작스런 기체 이상으로 조종권을 탈취당하고 무장한 일단의 병력에게 억류당한다. 페룬 테크놀로지 내부의 배반자가 록히드 다이나믹스에 선물로 보낸 게 라스카와 쿠팔라였던 것이다. 최신형 실험기를 고스란히 잃은 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고, 페룬 테크놀로지와 록히드 다이나믹스 간에는 대규모 기업전쟁이 터졌다. 그 결과 아파트 단지 하나가 전소되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라선 시는 분노한 인민들의 봉기로 혼란에 빠졌다. 이후 4개국은 공공연한 기업전쟁을 금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자는 합의를 이뤘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영어식으로 바꾼 ‘위젤’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프리랜서 배달부 겸 침투 전문가가 되었다.
위젤은 여전히 록히드 다이나믹스에 빚이 있고, 페룬 테크놀로지가 자신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러시아와 라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대표하는 페룬 테크놀로지에 대한 원한은 깊지만, 어린 아나키스트였던 시절의 자신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 팀원들이 대체로 '같이 협력해서 이야기를 짜는 것'에는 무관심한 지옥의 댄저씨들 스타일이라서... 뭐 노잼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랑은 별로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마침 바빠져서 그 팀에서 빠진 이후 약 8개월 간 플레이를 안 하고 있다가 새로 들어간 팀에서 스프롤을 플레이하며 만든 캐릭터. 이번 팀은 대체로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이 맞는 편이고, 팀원들도 다들 실력 있는 사람들이지만 내가 머리가 굳어서-_- 중간에 빠르게 아이디어를 내고 재치 있게 상황에 대응하고 대사빨을 살리고 하는 걸 잘 못해서, 좀 수동적이고 상황에 휘둘리는 경향이 생겼다. 그래서 아예 그걸 캐릭터성으로 흡수해서 '나름 양심은 있지만 다소 비겁하고 위선적인 구석이 있는 소시민적 인물'로 가닥을 잡았다.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의 주도적인 역할은 마지막 세션 외엔 별로 못했지만, 임무수행 단계에서는 상당히 활약했다. 특히 주특기 분야인 탈것을 이용한 침투와 습격, 그리고 은밀행동을 할 때는 한 번도 판정에 실패하지 않았다.
결국 해피엔딩은 맞이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결국 어떤 세력도 원하던 걸 완전히 이루지는 못한, 씁쓸하고 현실적인 결말이 사이버펑크와 잘 어울렸다. 수고했다, 위젤.
교회 문제로 어머니와 크게 다퉜다. 제기랄.
이유는 달랐지만, 아버지와는 이미 거의 절연한 상태다. 어머니와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고양이와 놀면서 계속 그 생각을 반복했다. '고양이는 좋아. 하지만 난 죽을까 싶어.' '우리 고양이는 예쁘고 착해.' '역시 죽을까?'

좀 가볍고 무난한 이야기는 그 쪽에 하는데, 그래도 종종 쪽지 같은 걸로 억눌러 둔 감정을 풀고 싶다는 욕구가 들곤 한다.
난 견뎌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