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일하기 싫어서 그 대신 타이만 플레이가 왜 몇몇 사람들에게 어필하는가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거.

 

몇 년 전 나는 어떤 사이트에 자주 갔었다. 여성 덕후 비율이 높고(친목질 및 개인정보를 알 수 있을 만한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게 금지되어 있었기에 아마도 그럴 거라고 추정할 뿐 확실한 비율은 모른다) 동인계 내부의 이야기도 자주 오가며 프로 작가들도 심심찮게 슬쩍 섞여들어 놀거나 눈팅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걸로 추정되는... 당시엔 제법 규모가 있는 사이트였다. 그 사이트의 어떤 게시판에 누가 글을 올렸다.

 

1)동인 출신 작가들은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거나 예쁘고 섬세한 문장으로 캐릭터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그러한 심리가 복잡하게 얽히는 위기상황을 짜내는 데 뛰어나다

2)그러나 단편적인 상황 하에서 캐릭터 간의 교감(주로 로맨스)을 묘사하는 데 집착하다 보니 그 개별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엮어 통일성 있는 서사를 구축하는 데에는 미숙한 경우가 많고, 이야기 흐름에 있어 비약이나 설정 구멍이 자주 생긴다

3)작가 본인이 쓰고 싶고 보고 싶은 것 자체가 애정캐들의 로맨스 위주다 보니 그들이 속한 사회적 배경 상황에 대한 고찰이나 고증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4)썰과 시츄 위주로 노는 건 물론 재미있지만 프로 지향이라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뭐 대강 그런 글이었다. 반박도 일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내용의 댓글들이 많았다.

 

나야 뭐 동인계가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 사이트에서 놀면서 이런 저런 썰도 좀 주워들었고, 그 바닥 용어도 여럿 알게 됐지만 딱 거기까지만 아는 수준이라. 하지만 그 글이 비교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가정하면, 타이만이 몇몇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도 설명이 될 것 같다. 기존의 TRPG 향유층 사이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자기 PC를 장기말 삼아 효율적으로 마스터가 주는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PC의 개인사와 배경을 부각하고 그러한 PC 간의 드라마와 서사적 개연성을 강조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가 주된 담론이었다(RPGRP+G의 결합이라고 보는 관점의 연장이다. 나는 별로 동의 안 하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그러나 동인계 출신들은 RPG의 룰을 '애캐 구현 시뮬레이터' '시츄 시뮬레이터'로 받아들이고, 원래 해당 룰의 지향점은 상황극의 배경요소로 축소해석하고(말하자면 요즘 좀비물에서 극한 상황에 놓인 생존자들 간의 드라마를 강조하고 좀비 자체는 그런 극한 상황을 조성하는 배경요소로 쓰는 것처럼), 상황극 위주로 노는 걸 더 선호하기에 타이만이라는 유형이 어필하는 것 아닐까... 라는 게 내 가설이다.

 

이상은 어디까지나 그 게시판에서 봤던 글이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다는 전제 하에 뇌피셜 돌린 거라서 사실은 아닐 수도 있음. 이 가설이 성립하려면 타이만 좋아하는 건 동인 출신들이 대부분이라는 전제가 필요한데 진짜로 그런지도 모르겠고.

And

전 사람이, 그저 상대가 반항할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모욕하고 빼앗고 때리고 범하고 죽일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압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사실은 제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 때는 제가 품었던 증오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전 이제 그 희망을 증오합니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아주 가끔씩 이루곤 하는 정의나 유대는 아직 별로 싫지 않습니다. 

 

 

홍콩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And

https://youtu.be/x8hbukdXoBY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507172155345

And
...더보기

타노스의 핑거스냅 이후 5년. 어벤저스 1 초반처럼 의료봉사하며 사는 브루스 배너. 상담센터 운영하는 캡틴과 함께 "잃어버린 게 너무도 많지만 이런 삶도 나쁘지만은 않아." "허드슨 강에는 고래가 돌아왔지." "그래도 이게 과연 최선일까?" 등의 대화를 주고 받는다. 타노스의 목을 친 뒤 현자타임 와서 연락을 끊고 잠적한 토르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씁쓸함을 떨치지 못하는 캡틴과 달리 현재의 삶에 적응하고 그럭저럭 만족하는 브루스. 물론 그간 화날 일도 몇 번 있었지만 한 번도 헐크로 변한 적 없다고 한다. 한 번은 폭주족들이 마을을 습격해 온 적도 있었는데 그 때도 헐크가 나오지 않아 마을 사람들과 합심해 물리쳤다고. 그걸 계기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타노스에게 당한 뒤 헐크가 겁을 먹어서 깊이 잠들어 버리거나 아예 사라진 게 아닐까 추측하는 브루스 배너.  "지금까지 헐크는 거의 져 본 적이 없어. 힘만으로는 언제나 최고였고. 하지만 타노스에겐 일방적으로 당했잖아, 겁에 질릴 만 하지. 나로선 다행이야. 드디어 자동차 운전석에 방해 없이 앉았으니까."

 

2)앤트맨 귀환 이후 시간여행 아이디어가 나오자 토니와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낸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불가능해서라고 생각해서라기보다는 헐크가 더 이상 없는 지금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더 크다. 하지만 핑거스냅으로 사라진 베티 로스의 빈 무덤 곁에서 깜빡 잠들었다가 자신을 꾸짖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나 고민하다가 토니와 만나고,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에 굴복해 결국 협조하게 된다. 에오울 때와 비슷한 패턴.

 

3)14타노스가 아웃라이더와 치타우리 군대를 몰고 와 격전을 벌이는 클라이막스. 전투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는 걸 파악하고 후방(한 때 자신이 일하던 감마선 연구소, 지금은 임시 병원으로 사용 중)으로 물러나 있지만 아웃라이더들의 파상 공세에 방어선 일부가 무너지고 습격을 받는다. 브루스 배너는 함께 대피해 있던 민간인들을 구하기 위해 배너인 채로 적을 막아섰다가 중상을 입고, 죽어가던 중 무의식 속에서 헐크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사실 헐크는 타노스에게 당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품는 공포 때문에 위축되어 있던 것. 지금은 다들 헐크가 필요하다고 헐크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헐크는 지금 뿐 아니냐, 네가 필요할 때만 나서서 싸우는데 지쳤다고 비웃는다. 문득 헐크가 특유의 어눌한 말투는 여전하지만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는 배너. 소코비아 사태 때 막판에 블위에게서 온 통신을 끊어 버리고 퀸젯을 조종해 세상을 등지려고 했던 건 헐크로서의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헐크의 분노와 파괴욕구를 두려워하고 억누르기만 하던 배너와 달리, 헐크는 그 때 이미 필요에 따라 배너로서의 지성도 활용할 수 있었던 것. 

 

4)현실 쪽에서, 전선의 어벤저스는 후방이 공격받고 있는 걸 파악하고 급히 지원을 보내나 새 인피니티 건틀렛을 빼앗은 타노스의 맹공 때문에 여의치 않다. 겁에 질려 있던 민간인들은 마지막 용기를 짜내어 죽어가는 배너 박사 주변으로 모여 들어 그를 보호하려고 한다. 군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아웃라이더들의 압도적인 힘과 속도에 하나 둘 쓰러져 가는 사람들. 결국 연구소 일부가 파괴되면서 그 충격으로 오랫동안 꺼져 있던 감마선 조사장치에 전원이 들어오고 다량의 감마선이 빈사 상태의 배너에게 내리 쪼인다. 그 순간 무의식 속에서 배너는 그간 억누르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겼던 헐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사과하고, 죽음만이라도 함께 하자고 말한다. 그러자 처음으로 만족스럽게 웃으며 배너가 내민 손을 맞잡는 헐크.

 

5)둘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 둘의 자아가 통합되고, 배너의 지성과 의지를 가진 헐크가 깨어난다. 부활한 헐크는 압도적인 힘으로 아웃라이더들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남은 민간인들을 구한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전선으로 복귀. 포효 한 번에 폭풍이 일어나고 주먹질의 충격파로 마천루 십여 채가 무너져 내리는 등 '격분한 괴물이 아니라, 사람들을 지키는 영웅으로서 싸우는 헐크의 힘이 어떤 것인지' 피로하며, 인피니티 워 초반 당했을 때와는 정 반대로 타노스를 몰아 붙여 새 인피니티 건틀렛을 빼앗고 핑거스냅. 타노스가 소멸시켰던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되돌리고는 힘이 다해 쓰러진다. 이후 전개는 영화와 동일.

 

 

 

And

더 강한 갑옷이 있어야 해. 지금보다 훨씬 더.

And

왜 이렇게 침울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이유를 깨달았다. 사소한 계기로 내가 남의 감정에 공감도 잘 못하고, 남의 입장이나 상황을 헤아리는 것도 못하는 인간이라는 걸 새삼 느껴서 그런 거다.

 

몇 년 전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걸 자각했을 때는, 스스로가 끔찍한 괴물처럼 여겨졌었다. 나는 왜 이런 거냐고 울면서 기도했고, 당연히 신께선 내게 아무런 답도 주지 않으셨다. 

 

죄책감과 고립감 때문에 죽으려고 했다가 실패했고, 다시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스스로를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난 이런 인간이니까 연애 같은 것도 해선 안 되고, 일정 이상 친한 사람도 없이 살다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주제에 소설은 무슨 놈의 소설이냐... 같은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도 최소한 자기표현은 가능하고 창작은 원래 그런 거라는 식으로 마음을 고쳐 먹기는 했다. 하지만, RPG는 관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취미긴 한데.  

And

만우절 장난 칠 만한 사람이 없다. 내가 원한 것이다.

And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모양이다.


대학 때 친했던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그냥 생각나서 연락해 봤다는데... 한 번 보자니까 바쁘다길래 한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연락해 보니 안 받는다.


뭐... 한 때 친했어도 기껏해야 2년 정도고, 마지막으로 본지 거의 10년은 됐다. 지금 와서 부담 없이 만나서 놀기엔 시간도 많이 지났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 때와는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난 여전히 내가 변할 수 있을 거라고 믿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한편, 그 시절의 나를 미워한다.   


거짓 희망은 없느니만 못하다.



술 마셔야지.



And

견딜 만 하다.


남은 한 녀석이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 텐데.

And

밖에 나갔다가 쥐약 같은 걸 먹었던 거 같다. 낮에 애교 부릴 때 좀 더 쓰다듬어줄걸.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내 생각해온 건 나인데, 왜 네가 죽은 거지?

And

여전히 명작이지만, 처음 봤을 때 내가 감동했던 이유는.. 그 때의 나는 '사람이 싫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무렵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새삼 확인하고는 살짝 기분이 그랬다.

And

The dead are no longer lonely. 


죽은 자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으리.


.......


빨리 죽었으면.

And

장:온갖 호러물의 세례를 무수히 받은 입장에서 봐도 악마 분장의 비주얼은 제법 훌륭하다(BJ 철구 닮았다. 철구가 방송에서 한 짓거리들을 생각해 보자면 노린 걸지도 모른다). 창백한 피부에 새카만 뱀을 휘감은 모습이나, 피부 아래쪽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 끝없이 타오르는 모습 같은 건 꽤 볼만하다. 이거 하나만큼은 <곡성>보다 낫다.


단:악마 분장 외의 다른 모든 부분이 구리다. 강조하고 싶은 주제가 뭔지는 알겠는데... 그걸 자막까지 깔아가며 직설적으로 들이대는 바람에 곱씹어 생각할 시간을 안 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고 하지는 못하겠고, 그와 마이너스 시너지를 일으키는 극적이고 과장된 성경체(...) 대사들의 남발도 문제. 가끔 가다 '악마스러움'을 강조할 때나 극적인 타이밍에 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반어적으로 성경구절을 인용하거나 할 때만 그런 거 해도 충분하잖아... 노숙자 4인방이 묵시록의 4기사와 각각 대응된다고 설명이 나오는데 보는 입장에선 별로 매치가 안 된다는 문제도 있고. 메인 스토리라인인 휴게소 파트와 서브 스토리라인인 사채업자와 대학생 파트+조건만남하는 여고생 파트의 접합력이 부족해 몰입을 방해하며(주제 측면에서는 이어지지만 이야기 내에서는 겉돈다), '저 상황에서 저 인물이 왜 저렇게 행동하지?' 싶은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영 거슬린다. 


재희는 연기대상 수상 경력도 있는 꽤 괜찮은 연기자인데 작품 선구안은... 어..... 할 말 없다. 맨데이트에서도 그러더니 또......  

And

조연 캐릭터 하나가, 마치 나 같아서 약간 침울해졌다. 나는 스스로가 사이코패스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굉장히 냉담하고 자기본위적인 인간인 건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내 절망도 고독도 분노도, 나만의 것일 것이다. 견뎌야 한다. 하지만,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시지 않는다.


9년 전 그 날이 문득 생각났다. 뭐... 살아오면서 그보다 더 나쁜 경험도 해봤다. 그 날은 다만 가득 찬 물을 넘치게 하는 단 한 방울이었을 뿐이다. 


이제 와서 굳이 보복할 생각은 없다. 내가 예의 그 이기심 때문에 잘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고. 


하지만, 내 증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And

10년 전, 2009년 시점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난 "네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건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할 것이다.


5년 쯤 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 때와 다른 부분은, 역시 2009년의 나에게 똑같이 그런 말을 하면서, 비웃으며 한 대 쳐 주겠다고 생각했었다는 점이다. 뭐, 그 때의 나라고 해서 얌전히 맞고 있지야 않겠지만.


지금은... 똑같은 말을 해 주겠지만 분노보다는 씁쓸함을 담아 그렇게 말할 것이다. 2009년의 나도 그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무가치할거라는 걸 나는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혼자 견디며 살다 죽을 수 있기를. 



And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 뒤에는 투고 사실을 잊어 버리고 있는 게 좋다. 게임이나 좀 할까.

And

http://yasa.nycmongol.com/spellcost.html

And

오리지널


http://kimkero.tistory.com/1354


리메이크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cartoon&no=410045

And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typemoon&no=3821772

And

9년이 지났고, 나는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종종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자각할 때가 있다. 나 같은 일 안 겪고도 천성적으로 딱딱 선 긋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는(어쩌면 내가 보기에만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가끔 부럽다.


그런 꼴을 겪어놓고서도 이러고 있다니, 빨리 죽어야 나으려니 한다.

그 때까지 홀로 견디며 살다 죽을 각오는 되어 있지만, 그래도 바람이나 빗방울이나 모래알 같은 걸로 태어났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And

이젠 연락이 끊겼지만, 그리워하는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꿈이었다. 깨자 마자 묻어놨던 옛 기억들이 우수수 내 위로 떨어져 내렸다.


오늘 밤은 다시 잠들기 어려울 것 같다. ...글 쓰자.

And

혼자 살다가, 혼자 죽을 거다. 내겐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많음.


기본적인 배경은 원작 소설 <가끔 그들이 돌아온다>와 영화가 비슷하다. 주인공은 학교 선생이고, 한 때 신경쇠약을 앓았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회복했으며, 썩 질이 좋은 편은 못 되는 학교의 문학 수업 선생 일자리를 막 얻은 상태다. 어린 시절 절친했던 형이 동네 불량배들에게 살해당하는 걸 눈 앞에서 봤었고, 아직도 그 때의 악몽을 종종 꾼다. 그럭저럭 견뎌가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때의 불량배들이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전학생'이라면서 눈 앞에 나타난다.


원작은 '떨치지 못한 유년기의 악몽이 성인이 된 이후 반복된다'라는 스티븐 킹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를 활용한 단편이다. 별로 길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어린 시절 잔인하고 난폭한 불량배들에게 느끼던 두려움과 성인이 된 지금도 무례하고 반항적인 학생에게 문득 문득 느끼는 두려움이 교차되는 가운데 점차 과거가 현재를 잡아먹어가는 걸 느끼면서 멘붕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잘 드러나는 준작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무척 부실하다.


물론 괜찮게 잘 찍었다 싶은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는 담당 클래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몇 안 되는 학생 중 하나가 갑자기 죽었다는 언급이 있는데, 소설에서는 그저 한 줄로 묘사되고 끝나는 반면 영화에서는 주인공과 친근하게 대화하다가 뭔가를 놓고 가고, 주인공이 그걸 주려고 쫓아가던 중 사고가 나서 눈 앞에서 끔찍하게 죽어 버린다. 확 바뀌는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또한, 원작에선 어린 시절 형이 살해당한 곳과 지금 주인공이 근무하는 학교가 있는 곳이 별 관계가 없는데(오히려 그를 통해서 떨치지 못하는 과거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는 어린 시절 형이 죽었던 바로 그 마을의 학교로 오는 걸로 시작한다. 두려움보다는 과거와 직면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더 강조하는 설정 변경인 셈인데, 이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결말을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게 바꿔놓았는데, 그 바뀐 부분이 영 조잡하다. 원작의 결정적인 호러 포인트는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쫓아 온 악몽을 떨치기 위해서 악마와의 계약을 결심하고는 형의 모습을 한 악마를 소환해 불량배들의 악령을 끝장내지만 과연 이걸로 전부 끝난 것일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마지막 장면의 그 쌔함이었다.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사용한 제물이 바로 형이 쓰던 모자(우애 깊던 형과의 추억이라는 의미도 있다)라는 게 그 쌔함을 한층 더 강화시키고. 


그러나 영화에서는 죽은 형의 영혼의 도움을 받아서 악령들을 물리치고는, 아내도 (원작에선 없는) 아이도 살아 남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해피 엔딩이라고 해서 배드 엔딩이나 새드 엔딩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법은 없는데, 이건 지나치게 평범하고 진부하다. 


'...반쯤 내려왔을 때, 무언가 그림자 또는 그저 이상한 느낌 때문에 그는 돌아섰다. 보이지 않는 무엇이 다시 나타난 것 같았다. 짐은 악마 불러내는 법에 적힌 경고가 생각났다. 무슨 일에든 위험은 따르게 마련이었다. 사악한 기운을 불러올 수도 있고 그들의 힘을 빌려 어떤 일을 해결할 수도 있고 심지어 완전히 제거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 그들이 돌아온다. 그는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이제 악몽이 완전히 끝난 것일까?'


원작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끼는 그 명치 끝이 싸해지는 먹먹함과 약간의 슬픔이, 이 영화에는 없다.  


   

And

혼자서 살다 혼자 죽었으면 좋겠다, 가능한 빨리.


그리고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그렇게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 내 절망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그래도 어제 뒷풀이 2차에서 다른 분들과 같이 술 마시면서 그날이 오면 부르던 순간은 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 분은 고개 숙인 채 부르고, 한 분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르고, 나는 천정을 올려다 보면서 부르고... 


ps=전에 반했던 분이 계시면 그냥... 돌아와야겠다 생각하고 모자 푹 눌러쓰고 갔었는데, 안 오셨던 모양이다.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슨 일 있으신가 싶어서 좀 걱정된다. 뭐, 내 걱정 따위 그 분에겐 별 의미 없겠지만.


And

직장 다닌답시고 핼로윈 파티도 못 갔고 SF도서관 휴관 파티도 건너 뛰었는데 이번엔 꼭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영진 인원에 아는 이름이 보인다. 좀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내게 잘못한 게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을 피하고 싶은 이유는... ...내가 그 사람에게 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뿐이면 괜찮은데, 내가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약간 폐를 끼친 적이 있다. 그 사람 입장에선 내가 스토커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젠 시간도 제법 지났고, 난 내 감정을 묻어 놓는데 성공했다. 가능하면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반하거나 하는 일 없이, 혼자 살다 혼자 죽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거야 내 사정이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좀 불편할지도 모른다.


난, 한 때나마 반했던 분이 나로 인해 거북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절대로.



먼 발치에서 보는 것까진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한 피해 다녀야겠다. 



...그냥 가지 말까?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