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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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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4.04
    2025. 04. 04. 윤석열 탄핵

어떤 결과가 나오건 (높은 확률로 극우 놈들이 먼저 시비 걸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빵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오늘 휴가 내고 헌재 앞으로 갔다. 경찰들이 막고 있어서 헌재 바로 앞까지는 못 갔지만 아무튼.

어쩌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고 나름 비장하게 각오하다가 그런 스스로가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늘도 그런 날 웃기게 봤는지 현장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분위기는 안전 그 자체였다. 뻘쭘해 하는 나를 반겨준 마교 깃발. 저 깃발 지난 1월 비정규직 집회 때도 봤던 거 같은데?

평일인데도 10만은 온 듯 했다.

익숙한 문구가 보여서 한 장 찍었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공룡들이 지구 온난화를 두고 인간들에게 너도 멸종되지 않게 조심하라고 걱정해주고 있었다(거짓말)

어떤 어르신이 데리고 나온 댕댕이들이 귀여워서 한 장. 

LED 없는 정대만 깃발 발견. 

이름 모를 저항군이 포스가 함께 하기를 빌어줬다. 

저번에 본 곰 다시 발견. 민주당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곰탈은 죄가 없지.

최선두에서 방송보는 중. 나도 모르게 성호 긋고 기도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탄핵 인용 선언 직전, 웬 비둘기 한 마리가 방송 스크린 너머 가로등 위에 날아와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선언이 떨어지는 순간, 얼싸 안는 한복 차림의 여자분 둘. 퀴어 커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2월 3일 이후 123일 간 이어지던 그 춥고 어두운 겨울밤이 드디어 끝을 맞이했다. 조금 울었다. 기쁘다는 감정을 마지막으로 느낀지 10년이 넘었고, 그 때의 그 기쁨마저도 절망으로 변했다. 이제 난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가능했구나. 스스로가 꽤나 뒤틀리고 냉소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가끔은 스스로가 인간조차도 아닌 것 같은데 아직 기뻐하고 눈물흘릴 수 있었구나.  

누가 적어둔 대로, 진짜 8:0 만장일치로 인용됐다.  

붕어빵 천원에 3개 협회 깃발 저것도 소소하게 반가웠지만 굳이 아는 척은 안 했다. 

남태령 깃발도 이하동문.

아카이아 노조 깃발 기수분에게는 짧게 인사. 옆에 다른 트위터 지인도 계시더라.

황금거룡 깃발 옆 무진장 떡볶이 단골연합 

전에 몇 차례 본 적 있는 타디스 도둑 협회 깃발. 과감히 직접 말 걸어서 사진 찍게 펼쳐달라고 부탁했다. 웃는 낯으로 허락해 주셔 감사합니다. 

오늘이 생일이셨다는 분. 피켓 찍고 생일 축하드린다고 인사한 뒤 괜히 창피해져서 도망쳤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순신 장군님, 그 때 그러했듯 이번에도 저희가 승리했습니다. 

 

우리는 큰 전투에서 한 번 승리했다. 하지만 룬썩10 탄핵은 시작에 불과하다. 좌파로서,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다. 다음 과제는 국혐 정당 해체와 차금법 통과 그 둘이다(그리고 유력한 차기 대통령인 이재명은 앞쪽이라면 모를까 뒷쪽에는 부정적이다). 앞으로도 길고 힘든 싸움이 이어지겠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비싼 거 먹으면서 마음껏 축하하자는 생각으로 족발 사왔다.    

이런 걸 썼었다(도사려 숨은 굿것 내어 몰아라라는 저 문구는 한겨레 신문에도 실렸다). 이제 운명의 나라가 열리고 와야만 할 그 날이 오고 있다. 오늘은 2025년 봄이 피는 첫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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