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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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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쪽도 영 재미를 못 보고 통장 잔고가 막장을 향해 가고 있어서 공공근로 신청해뒀던 게 통과되서, 첫 출근을 했다. 출근이라는 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싶어서 좀 헤맸다(...)

 

우연히 예전에 일한 곳에서 만난 공무원과 다시 만났다. 다른 곳으로 옮겼다더니 여기로 왔구나. 날 보고 '어디선가 본 얼굴 같은데' 하는 표정이었지만 굳이 아는 척하지는 않았다. 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퇴근해서 긴장을 풀 겸(...좀 핑계 같은데) 한 잔 하는 중. 

 

전에 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되 굳이 그 이상으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그 사람들은 공무원이고, 나는 5개월 일하고 돈 받아가면 끝나는 입장일 뿐이다. 그렇게 이번 일을 무난하게 마치고 당장의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 거다, 기왕이면 좀 더 일해서 컴퓨터 좀 새로 샀으면 싶고. 

 

역시 가장 좋은 건 따로 있지만ㅋ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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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웩, 너무 많이 퍼마셨어. 죽겠구만 아주. 푸하핫, 용병 숙소는 그 방향이 아니야! 그래 그래, 부축해 줄테니 팔 이리 달라고. 고귀하신 성전사께서도 한 번 술 꼴면 나 같은 강도 새끼랑 별로 다를 것도 없구만 그래? 으으, 그 도굴꾼 계집은 대체 얼마나 술이 센 거야? 전혀 취하는 기색이 없던데 말이지. 그 년 제법이야, 입 터는 것도 한 가닥 하고. 숙소 들어가기 전에 우물가에 좀 들러서 찬물에 머리 좀 담그고 가자고. 내일은 머리가 깨질 것 같겠지. 분명 오늘 밤을 후회할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끊지도 않을 거야. 아무렴 개가 똥을 끊겠어? 댁도 이젠 나 엔간히 알잖아 성전사 나리, 응?



후우, 이제야 좀 살겠구만. 개좆 같은 괴물들이 사방에 넘쳐나는 이 영지에서도 밤 하늘의 별빛만은 참 예뻐. 이 구질구질한 곳에선 별을 볼 기회도 자주 생기는 게 아니니까. 그녀도 정말 예뻤지.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내가 이래뵈도 좀 감성적인 구석이 있거든. 취한 김에 하는 소린데 말야, 사실은 시를 쓰는 취미도 있어, 안 믿어지지? 최근 영지에 온 그 문둥이 말야, 소문을 듣기론 어느 나라의 왕이었다더라고. 하! 개소리지. 국왕 폐하께서 뭐 볼 게 있으셔서 혼자 이런 썩창까지 오겠어? 뭐 그래도 나름 교양은 있으신 거 같으니까, 기회가 있으면 내 시를 한 번 봐달라고 할 생각이야. 흠, 설마 비웃진 않겠지? 응? 그녀가 누구냐고?

 


하 씹... 구질구질하게 그런 거 왜 묻고 그래? 자자, 아편이나 한 대씩 피우고 들어가서 잠이나 쳐자자고. 어 씨, 다 피웠네. 나리, 혹시 아편 좀 쎄벼둔 거 없어? 뭐? 그 손버릇 고쳤다고? 에헤이 별로 안 믿어지는데... 하하, 그래 그래, 나리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그녀에 대해 듣고 싶다고? 아놔 나리 이런데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뭐 술 깰 겸 옛날 이야기나 좀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응, 일종의 고해성사라고 생각해도 될 거야. 빛을 섬긴다는 종교쟁이들은 위선자가 많아서 맘에 안 들지만 나리라면 뭐 참아줄 만하기도 하고.

 


난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는 편이었고, 혼자 날 키우시던 어머니는 날 초장이의 도제로 들여보냈어. 매일 싸구려 기름 젓고 심지 꼬는 날이었지만 내가 철이 없었거든. 난 영웅담 속, 모험과 낭만으로 가득 찬 의적을 동경했어. 나리도 알지? 재수 없는 부자들 털어서 빈민들에게 나눠주고, 나도 좀 챙기고. 뭐 그 나잇대 남자애들 꿈이란 게 뭐 뻔하잖아? 그래서 뒷골목 친구들과 어울렸어. 단도질도 그 때 익혔고. 낮에는 공방에서 기술을 배우고, 밤에는 친구들과 밤이슬 맞고... 그러다가 시집 읽는 걸 좋아하는 동네 빵집 아가씨랑 눈이 맞았지 뭐야. 

 


주제 넘는다고 웃어도 좋아 나리. 답잖게 사랑 따위를 하게 되니까... 행복하긴 했어. 하지만 그게 참,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 초장이는 안정된 일자리긴 하지만 수입이 좋다고는 하기 힘들고, 좀도둑질 따위로는 모을 수 없는 큰 돈이 필요했어. 밤일을 나가는 횟수가 많아졌고, 점차 난 거칠어졌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로를 오가며 오가는 행인을 덮치기 시작했지. 부자만이 아니라 만만해 보이는 목표라면 아무에게나 손을 댔고, 좀 다치게 하는 것 정도는 망설이지도 않게 됐어. 의적? 얼어죽을. 

 


그만큼 낮의 일엔 소홀해졌지. 결국 실수로 불을 내고는 공방에서 쫓겨났어. 집에서도 쫓겨났고. 아가씨도 내가 위험한 일을 한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챘고, 제빵기술을 배워보라고 권했지만 난 무리하는 한이 있어도 큰 돈을 벌어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협박과 폭력으로 상대를 꺾고 짓밟는 게... 내심 즐거웠던 걸지도 몰라. 나리, 그 옛날 이야기 들어봤어? 니미럴 양심이란 건 마음 속 삼각형 같은 거라서, 험하게 굴리면 마음 속을 아프게 찌르지만 계속 굴리다 보면 모서리가 닳아 버려서 아무렇지도 않아진다는 그 이야기. 단도와 권총을 휘둘러 돈을 빼앗은 손으로 그녀를 안으면서도, 난 아무런 모순이나 가책을 느끼지 않았어. 씨발 꺼.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어. 강직하고 청렴한 걸로 이름 높던 보안관에게 덜미를 잡혔지. 보안관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의 개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내 몸에 밴 화약 냄새를 개가 알고 있었거든. 뭐, 그래서 결국 큰 집 신세를 지게 됐지. 바로 그 보안관 양반과 이 세상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재회하게 될 줄은, 그리고 그 짜증나게 올곧던 양반이 나 이상의 막장 주정뱅이가 되어 있을 줄은 전혀 예상 못했어. 헤헤... 모든 길은 끝이 있는 법이고, 그 양반도 예외는 아니었던 거지. 오, 방금 이 표현 괜찮지 않았어 나리? 잊어 버리기 전에 적어놔야지...



얼레, 그거 아편 아냐? 뭐? 손버릇 고치기 전에 챙겨놨다가 잊어버리고 있던 거라고? 응 그래 정말로 그렇겠지, 킥킥킥... 아, 고마워. 한 대 빠니까 기분이 좀 낫구만, 후우. 아무튼, 그 안에서 그녀 소식을 들었어. 돈 많은 귀족의 첩이 되어서 애를 낳았다더라고. 그리고 나는 살인도 태연히 저지르는 개자식이 되어 있었어. 사막의 나라와 전쟁 중이었고, 또라이 흉악범들은 질리게 많았고, 주변엔 온통 그런 년놈들이었으니까.



그 개자식은, 어느 날 죄수 폭동이 일어난 틈에 교도관을 처치하고 탈옥했어. 갈망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여전히 춥고, 피곤하고, 배고프고, 악에 받쳐 있었지. 세상 모두가 밉고 원망스러웠어. 수배령을 피해 하수도에서 숨어지내며 쥐를 잡아 산 채로 뜯어먹던 중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흐린 하늘에 가득한 구름이 잠시 걷히고, 별빛이 보이더군. 그래, 마치 오늘 밤의 바로 저 별빛 같은. 그 빛을 보는 순간...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지겨워졌어. 아무도 이 개자식을 모르는 먼 곳으로 도망쳐서, 그래도 아직은 젊고 튼튼한 편이니까 막일이라도 하면서 더 이상 범죄 따위 저지르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고 결심했어. 



하지만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도 돈이 필요했고, 할 줄 아는 거라곤 하나 뿐이었어. 무기와 정보를 마련하고, 이번에야말로 정말 마지막이라고 결심하고는 한 탕을 준비했어. 너무나 절박했고 다른 수가 없었지. 그래... 그 땐 그렇게 생각했어. 그리고 산길에 숨어 있다가, 화려한 문장이 찍힌 마차를 덮쳤어.



너무 쉬웠어. 몇 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머리는 팽팽 돌고, 팔다리엔 힘이 넘쳤지. 우선 마부의 대가리부터 날려 버리고, 겁에 질려 도망치는 경비의 목을 순식간에 따고, 멈춘 마차에서 인기척이 났어. 생각할 틈도 없었어. 순전히 몸에 익은 행동이었지. 한 순간, 반사적으로... 정말이야, 나리. 성스러운 빛에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진짜 저절로.... 손이 움직여서 방아쇠를 당겼어. 단 한 방.



모든 게 조용해졌지. 어두운 만족감이 마음 속에 차오르는 그 순간 묘한 충동에 사로잡혔어. 이 마지막 강도질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얼굴을 봐두고 싶다는 충동. 마차에 다가가서 문을 열었어.



익숙한 얼굴이 거기 있었어. 한 때 사랑했던, 그녀의 얼굴. 공포로 차갑게 굳은 채 식어가는 그 얼굴에 피가 튀어 있었어.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몸통에 커다란 총알 구멍이 뚫린 어린애. 



어딘지 모르게, 나를 닮았었어.



이게, 내가 이 영지로 온 이유야. 속죄? 난 그런 같잖은 걸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냐, 나리. 그 따위 것, 해서 뭐해? 내가 진심으로 내 잘못을 뉘우친다고 치자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아이가...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잖아. 그 빌어먹을 개자식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쓰레기는... 바로 나는... 내 죄로부터, 나 자신으로부터... 너무도 기나긴 길을 지나 세상 끝까지, 세상의 끝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가장 어두운 던전이 있는 곳까지 그저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서 마침내 여기까지 온 지금, 난 여전히 갇혀 있어. 이제 와서 내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아무렴 개가 똥을 끊겠어? 댁도 이젠 나 엔간히 알잖아 성전사 나리, 으응?

And

전작은 말할 나위 없는 명작이었지만 동시에 아서 플렉에게 지나치게 이입한 찐따 인셀들이 많아졌다는 문제도 있어서... 토드 필립스 감독이 왜 이렇게 스토리를 짰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이상한 쪽으로 영감을 받은 머저리들이 진짜 폭도가 되어 날뛰는 꼴을 보는 게 즐겁지는 않겠지. 나도 나름 작가고, 만약 내 작품이 그런 식으로 나쁜 사회적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되면 책임감을 느낄 거라는 게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닌데... 감독이 그걸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너무 사렸다는 느낌이 든다. 전작의 그 딱히 엄청나게 사악한 건 아니지만 냉혹하고 약자에게 무관심한 상류층과 그런 상류층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짓밟힌 하류층의 증오와 폭력성의 대비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비롯하는 그 불온한 에너지가 사라져 버렸다는 건 많이 아쉽다. 

And

겸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 난 안 팔리는 작가이자, 현재 무직인 계약직 노동자다. 

지난 주에 봤던 정대만 깃발 다시 발견!
하일 삼두회(소곤)
저 위아더해군이라는 분 전에 광화문에서도 자유발언하셨었지. 같은 노동자로서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사천당문 깃발이 멋있게 찍혔다.
옆에 앉은 분이 들고 계시던 대형 응원봉
저 임정득이라는 가수 분 카리스마 있더라
추워 보이는데 괜찮으실까 싶었지만 괜한 참견이다 싶어서 굳이 안 물어 봤다. 에혀 괜히 오지랖 부리는 거 아냐.
팔레스타인에 평화 있기를
뒤쪽에서 향 냄새가 풍기길래 가보니 국혐 상 치르는 중ㅋㅋㅋㅋㅋㅋ
펄럭이는 마교 깃발 옆에 누워, 겨울 달을 올려다 보며 잠시 눈을 붙였다. 지난 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자유발언하신 분이 소개해 주신, 마음에 드는 시

 

 

And

결국 경호차 타고 나온 게 유감이다. 수갑차고 끌려나오는 꼴을 기대했는데. 뭐, 그래도 이걸로 1차전은 승리했다. 확실한 파면과 구속을 위한 2차전 시작이다.

그 다음으로는 국혐과 자칭 보수 종자들을 족쳐놓는 3차전이, 그리고 같은 민주주의자들끼리 좌우로 나뉘어 대립하는,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보수우파를 자칭하는 쓰레기들은 정치판에 없는(적어도 인간 흉내는 낼 줄 아는) 이념 지형을 만드는 4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머나먼 지평이다...

축하 의미로 한 잔 할까 했는데 어제도 마셨던 게 떠올라서 참고, 있는 걸로 대충 저녁 때웠다. 축배는 구속영장 통과되면 그 때 들자고.

And

'쓸데 없는 인간관계 따위 싫다' '나는 혼자 살다 혼자 죽을 거다' 뭐 그런 생각을 좀 하다 잠들었는데 집회 나가서 낯선, 하지만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민중가요 열창하는 꿈을 꾸다 깼다; 깬 지금도 꿈에서 본 사람들 얼굴이 대강 기억난다.

 

....

설마 아직도 하찮은 미련을 못 떨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뭐 그래도 '어쩌면 그 사람들도 실존하는 사람들이고 꿈에서 나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약간 재밌긴 하다. 

 

깼을 때 반사적으로 '또 쓸데 없는 꿈 꿔버렸다' 생각했던 건 취소. 난 개인적인 수준에서 괜히 남과 깊이 엮이는 게 싫을 뿐, 대의를 위해 함께 싸우는 건 싫지 않다. 

And

내 인간불신을 남들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저 '제가 I라서요, 사람이 싫은 건 아닌데 길게 응대하다 보면 피곤해요' 라고 얼버무릴 수 있다. 

And

오자마자 '그대에게'가 울려퍼지는 걸 들으니 뽕차고 좋더라.
그래요 난 널 사랑해 언제나 믿어 꿈도 열정도 다 주고 싶어 난 그대 소원을 이뤄 주고 싶은 (싶은) 행운의 여신~ ...작년 이맘 때만 해도 내가 아이돌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게 될 줄은 몰랐지...
폰이 낡았다 보니 사진이 흐리게 찍혀 유감이다. 재밌는 깃발 많은데. 만약 나도 깃발 만든다면 문구는 '고블린 노동조합 국제연대'로 생각 중이다.
매복 사랑니 연합 깃발 남태령에서도 봤던 거 같은데... 아닌가?
트위터에서 핫한 정대만 깃발 발견. 2번의 파손을 거쳤고 저게 3대 째라고 한다. 말 붙여보고 싶었지만 내 안의 개큰 I 본능이 그걸 막았다...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질풍가도는 언제 들어도 좋다. 난 희망도 없고, 달려갈 '너'도 없긴 한데.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행진 도중 눈에 띈 배달 오토바이. 마음만이라도 함께 해주셔 감사합니다 기사님...
저 분 롹스피릿 넘치더라...
정대만 깃발에 이어 발견한 송태섭 깃발. 사진이 잘 안 찍혀 아쉽다.

 

이 사진들 외에도 황금거룡 깃발을 발견하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여쭤봐서 허락 받았는데, 하필 그 때 폰이 말썽을 일으켜 못 찍었다. 13시대 재밌나....

 

트위터에서 핫했던 단두대도 발견. 역시 폰 문제 때문에 못 찍었다. 수백 개에 달하는 깃발들이 나부끼는 것, 나와 같이 행진 맨 뒤에 있던 '민중이 주인이다'라고 적힌 위엄 넘치는 초거대 깃발도 찍고 싶었는데 역시 폰이.... 그만...

And

내가 돌팬이 아니다 보니(난 락과 메탈 좋아하고, k팝에 별로 관심 없었다. 이번 집회 나가면서 다만세 듣다 보니 이것도 생각보다 괜찮네 정도로 생각하게 됐을 뿐이고...) 별로 공정한 관점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퀴어나 트랜스젠더인 것도 아니니까 뭐. 대략 주장을 보자면... '응원봉 문화는 아이돌 팬덤의 것인데, 퀴어나 트랜스젠더들이 그걸 자신의 것인 마냥 현장에서 뺏어가는 것이 싫다'는 거다.

중간 중간에 아예 '자유발언에서는 탄핵 이야기나 할 것이지 퀴어나 트젠들이 자기 정체성 밝히는 거 자체가 싫다'는 주장도 보이긴 한데 뭐 그런 차별적 언사는 아예 제끼고, 앞서의 주장만 보자면... 별로 공평한 것 같지는 않다. 아이돌 팬이 된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기호의 문제다. 말하자면 내가 호러나 sf, 판타지는 좋아하지만 로맨스에는 죽은 눈이 되는 것과 비슷한 거다. 하지만 성정체성이나 지향성은 '나는 무엇인가'라는 존재의 문제다. 기호의 문제와 존재의 문제가 완전히 구별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이 글에서 다루는 논제는 그게 아니고...

잠시 옛날 이야기를 좀 하자면, mb 때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도 그랬다. 표면 상으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쇠고기 수입 여부에 관한 것에 불과했지만, 실질적으로는 mb 정권의 독선과 강압에 반감을 갖고 있던 수많은 집단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게 되었다. 이명박은 취임 당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지만, 그게 낮은 자세로 국민들 패겠다는 뜻이었던 거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 그래서 그 당시에도 갈라치기 공작이 성행했던 거고.

여하간 난 계엄 선언도 '모두가 결정적으로 딥빡쳐서 뛰쳐나오게끔 하는 계기'였을 뿐 그 전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룬썩10 정권을 극혐해왔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평소 국힘 지지하며 기존 체제 내에서의 입신양명과 일확천금을 꿈꾸던 보리수도 계엄 선언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크게 손해 본 바람에 '나중에 홍준표나 한동훈을 찍더라도 지금은 일단 저 돼지새끼 좀 치워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집회 나올 수도 있는 거다. 그저 이번에는 아이돌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이 많았고, 그들이 각자 팬질하던 아이돌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들고 있던 응원봉이 이번 탄핵정국의 일반적인 아이콘이 된 거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존재론적 문제인 성지향성이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돌팬으로서, 또는 그저 탄핵집회 참가자로서의 일반적인 아이콘 차원에서 응원봉을 드는 걸 '본래의 의미를 흐리는 문화 전유'로 취급하는 건 부당하다. 응원봉을 드는 걸 통해 세력 뻥튀기를 하는 걸로 보일 수는 있겠고 뭐 퀴어나 트젠 측에서 진짜 그런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있겠는데... 온갖 입장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든 광장에서까지 그렇게 기싸움을 꼭 해야겠냐 씁.  

게다가 문화 전유는 근본적으로 주류 집단이 소수 약자 집단의 전통문화를 존중 없이 유희나 과시적 대상으로 가볍게 취급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적 인식으로 시작된 개념이다. 깨놓고 말해 현대 한국사회에서 아이돌 덕질이 지탄받는 불건전한 취미도 아니겠다, 아이돌 덕후가 퀴어나 트젠에 비해 딱히 소수 약자 집단인 것 같지는 않다.  

이건 '그냥 같이 좀 쓰게 허락해주자'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퀴어나 트랜스젠더가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그들 개개인이 딱히 '착하고 불쌍한 사람들'일 리는 만무하다. 그들도 소수자로서 나름의 좌절이 쌓이고 피해의식이 있을테고, 그걸 또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성으로 돌린 이들도 개중에는 분명 있겠지. 어쩌면 돈 많고 학벌 좋아서 그걸 나름의 무기로 쓸 수 있는 이들도 있을테고. 적극적인 차별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상대와 엮이는 바람에 집단에 대한 편견이 생긴 케이스도 있을테고.

 

하지만 탄핵정국이라는 현 상황 하에서 룬썩10 정권과 국혐 종자들에 저항하는 것은 개인의 도덕 차원이 아닌 공공의 정의의 문제다. 응원봉이라는 아이콘이 갖는 대표성을 통해 그 다양한 계층과 입장의 사람들이 한데 묶이는 건, 음... 만약 내가 돌팬이라면 자랑스러울 일 같다.

 

그래도 우리 팬덤 소속도 아닌 이질적 집단이 우리 응원봉 들고 나오는 게 싫고 무시당하는 것 같다면 어쩔 수 없는데, 광장에서 그런 이들이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차별적이고 부족주의적인 사고다. 민주주의자라면 그를 인정해선 안 된다.  

 

+

 

다른 데에도 비슷한 글을 썼다가 아이돌 팬인 지인이 불쾌해하길래 굳이 자극할 필요도 없겠다 싶어서 그 쪽은 지웠다. 음... 좀 더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기분 상한 상대 입장에서 공격적으로 여겨지지 않게끔 이야기할 재주가 없어서 말이지. 뭐 이걸 계기로 그 분에게 미움 받을지도 모르겠다 싶긴 한데, 만약 그렇다면 유감이고.

And

탄핵집회지만, 동시에 전장연 집회기도 했다. 원래는 서울대 병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경찰에 막혀서 혜화 마로니에 공원으로 바뀌었다길래 급히 턴했다.

와닿는 문구다.
트위터에서 핫했던 아카이아 노동조합 미르미돈 지회 깃발의 주인공 분을 우연히 만났다. 그 분 계정을 슬쩍 보니 이 분 진심이다...

 

재작년 새해는, 녹사평에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지키면서 맞이했었다. 이렇게...

https://garleng.tistory.com/1847 

 

이태원 참사 분향소 지키러 갔다 왔다

뉴스를 보니 신자유연대 양아치들이 바로 앞에서 스피커 틀어놓고 깽판 친다길래 재수 없으면 누구 때려서 깽값 물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음 먹고 나갔는데, 밤 10시가 좀 안 되어 현장에 도

garleng.tistory.com

작년 새해는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마감치느라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으려니 싶고, 올해 새해는 전장연과 함께 맞이했다.

 

그간 국혐 종자들이 이재명만은 안 된다고 무슨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마냥 줄창 떠들어대는 바람에 나도 평소의 신념을 젖혀두고 다음 대선만은 민주당 후보 찍을까 생각했었는데, 장애인 의제를 두고 이재명이 '그런 식으로 하면 반감만 커진다'고 말하는 것과 주변의 이재명 지지자들이 그만 하라고 하는 영상 보고 확신이 생겼다. 역시 이 나라에서 좌파라면 투표는 소신껏 하고 봐야 해. 이재명 본인도 장애가 있겠다, 뭐 본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노동자와, 장애인과, 여성과,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굳이 그 입장을 따라줘야 할 이유도 없다.

 

1시 좀 넘어서 끝나고 현장 정리를 좀 도운 뒤(어린 여자아이가 추워보이길래 꿀물 갖고 있던 걸 건네줬었는데 고맙다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가더라, 귀여웠다) 혼자 남아 가져간 책 읽다가 첫 차 타고 귀가했다. 동네에 걸려 있던 국혐 시의원 현수막 문구가 며칠 전만 해도 혼란을 막겠다는 개드립이었는데 다른 걸로 바뀌어 있더라.

 

지금 베란다 창 밖으로 날이 밝아오고 있지만, 흐린 날씨라서 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하일 바쿠닌은 이렇게 말했었다. "소멸해가는 세계가 뿜어내는 독한 연기가 아직은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조만간 작열하는 자유의 태양이 그 연기를 거둬낼 것입니다."

 

이 나라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 태양의 빛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비록 나는,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를 바라는 이런 인간이 되었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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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보수들은 (니가 뭘 몰라서 그런 거라는 눈으로 은근히 비웃으면서)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진정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서만 돌아가는 세상 역시도 '공산주의 유토피아'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보수들이 자본주의의 장점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는 자유경쟁과 기회의 평등을 확립하고 돈이 더 많은 돈을 벌어다줌으로써 출발선 위치를 바꿔놓는 걸 막으려면 상속세부터 현행 1000% 정도로 올려야 하는데, 막상 실제로 그렇게 하려고 하면 다들 공산주의하자는 거냐고 불탈 걸ㅋ

공산주의도 역사 속에서 온갖 현실적 조건과 한계에 따라 변화가 이뤄지며 맑스가 제시했던 근본적인 초기상과는 멀어졌고, 자본주의가 그에 저항하기 위해 수정자본주의로 변화했다. 그리고 냉전이 끝나며 자본은 더 이상 스스로를 수정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됐다. 지금 당장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해선 침묵한 채, 공산주의의 해악만을 끝없이 강조하며 'XX하면 공산주의해서 다 같이 망하자는 거다'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난 금투세 법안 내다버린 이재명을 그래봤자 보수정당 민주당 정치인으로 취급하는 거고(국혐은 보수가 아니라 사람 취급해선 안 될 쓰레기 집단이며, 이번 내란 과정에서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13년 전, 월가 점령 시위가 한참일 무렵 슬라보예 지젝은 이렇게 말했었다:
"오늘날 무엇이 가능하겠습니까? 언론을 봅시다. 기술과 성(性)의 측면에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입니다. 달을 여행할 수 있고, 유전공학으로 영생을 누릴 수도 있으며, 동물이나 그 무엇과의 섹스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회와 경제 영역을 보죠. 거의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약간 인상하고자 하면 그들은 경쟁력을 잃을 테니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의료보험료를 인상하고자 하면 그들은 전체주의 국가의 방식이니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영생을 약속하면서 의료보장을 위해선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세상은 잘못됐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생활수준을 원하는 겁니다.

만약 우리가 공산주의자라면, 그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 공공의 것을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에서 공공의 것, 지적 재산에 의해 사유화된 공공의 것, 유전공학의 공공의 것. 이를 위해, 오직 이것만을 위해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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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크리스마스 특별 콘서트가 있다길래 쓰린 가슴을 끌어안고(으앙 내 사진들...) 거기 나갔다 왔다.

 

민주동덕 파이팅(파를 먹는다는 뜻ㅎ)
사놓고 몇 년 째 못 펼치고 있다가(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빌려서 좀 읽긴 했다) 요즘 읽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 들고 나갔다.
4.19 합창단의 노래
사진들 화질이 하나 같이 암울해... 나름 일찍 가서 앞쪽에 자리 잡았는데.
중국 출신 이주 노동자라고 하셨다. 노동자로서 함께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사진 화질이 워낙 개판이라 별로 그렇게 안 보이지만 주최측 추산 10만명이 왔다고 한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 저 분 흥이 많으시더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하림. 매년 이 무렵마다 이런 무대에 선다는 인삿말이 웃펐다...
끝나고 전광판에 찍힌 군중
노래 그대에게에 맞춰 춤추던 여자분들. 난 낯을 가려서 끼어들진 못했지만 좀 떨어져 서서 노래 따라 불렀다...
질풍가도!
사진이 어둡게 찍혀서 '윤석열을 파면하라'가 '윤석열을 파멸하라'로 보인다. 그쪽이 더 마음에 들어.

 

주여, 오늘이 진짜 생신이 아닌 건 알지만 뭐 그래도 대충(...) 축하드립니다. 작년 오늘 이-팔 전쟁 꼬라지 보며 당신께 기도했던 게 생각나네요. 그 전쟁은 아직 안 끝났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는 중입니다. 당신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속세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 하고, 그 전쟁을 끝내는 것도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서도 일종의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저기 모였던 이들, 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가호가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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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포스팅에 포함되어 있던 당시 찍은 사진들을 지워버렸다. 몇 시간 동안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해봤지만 구글에서 캐시된 웹페이지 보기 기능이 없어져서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내 투쟁의 기록들이 사라졌다 싶어서 좀 속상하긴 한데... 뭐 불교적으로 생각하자. 모든 것이 空하니....

 

내가 기억하고 신께서 기억하실테니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씻고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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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집에 와서 한 잔 하고 딴 짓 좀 하다가 새벽 무렵에 자려던 참이었는데, 트위터 쪽을 보니 남태령 쪽에서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아주 굉장히. 

 

대강 간략히 상황을 정리하자면

 

1)전국 농민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양곡법 관련 문제로 인해 항의 차원에서 집회에 참가하려고 트랙터 17대를 몰고 서울로 올라옴

2)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집회 신고가 되어 있었고, 경기도까지만 해도 경찰들이 협조함

3)그런데 서울로 들어오기 직전, 남태령-사당 구간에서 갑자기 경찰들이 차벽으로 길을 막고 트랙터를 파손함

4)트위터와 인스타 등을 통해 상황이 전파되고 시민들이 모여듦

5)경찰들이 트랙터 행렬 앞쪽 차를 빼더니 우회해서 뒤쪽으로 돌아가 행렬을 앞뒤로 봉쇄하고, 농민들과 시민들이 고립됨

 

그런 상황에서 아는 사람 몇 명이 현장에 나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서 첫 차를 타고 다시 나갔다. 남태령까지 가는 동안 졸리고 피곤하고 술기운도 올라와서, 술은 마시지 말 걸 그랬다고 한 50번 쯤 후회했다-_-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7시 경이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험악하던 분위기가 많이 완화되어 있었고, 핫팩이나 커피, 김밥 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방송 차량도 와 있었고, 다행히 신경 쓰이던 지인들도 다들 무사히 귀가했다길래 머릿수 좀 채우다가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되돌아왔다.

광화문에서 바로 남태령으로 와서 밤샌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마침 어제는 동지기도 했다. 이들은, 기나긴 밤을 서로에 기대어 견뎠다.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괴이한 차. 저게 그 이타샤라는 거구나...

 저 잠 좀 자자라는 문구가 깊이 공감됐다. 그리고 술 마시지 말 걸 그랬다고 새삼 또 후회했다.

이건 그냥 깃발이 웃겨서 찍었다(...)

 

 물품 나눔하는 곳에서 하나 남았던 깔개를 양보해 주신 여성분 감사합니다, 좋은 일 있으시길 바랍니다. 사실은 밤 새고 술까지 마신 상태로 왔더니만 그 때 이미 쓰러질 거 같았어요(...) 

 

사실 남태령 소식 처음 접했을 때 콜택시 부를까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 가는 시간 하면 그냥 지하철 타고 가는 것과 별 차이도 없겠다 싶어서 관뒀다. 콜비 아낀 걸로 책 사야지. 초여명에서 나온 크툴루의 교단들 읽으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까인 이성치를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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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앞에서 따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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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경복궁. 집회 때문에 광화문 근처에 온 것은 박근혜 탄핵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중간에 오랜만에 이순신 장군님께 인사나 하러 갈까 했는데 경찰이 손피켓 보고는 "저쪽에선 반대집회 중이라서 저쪽에 볼 일 있으면 손피켓은 숨겨서 가라"고 하길래 귀찮아져서 관뒀다...

 

민주'묘'총이 웃겼는데 잘 안 찍힘.
트위터 쪽에서 브로콜리 너마저가 온다는 이야기를 얼핏 봤는데 진짜로 왔다.
언젠가 저기 불싸질러 버릴 거야.

예술의 전당 앞에서 발견한 피켓. 이명박 때 저런 거 많이 봤어.

고담시티 자경단 연합. 사진 찍어도 되냐고 허락 받았다. 얼굴 안 찍히게 조심.

행진 시작

매번 신세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주노총.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발견한 인간 촛불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급격히 피곤해져서 행진 중간에 열에서 빠져나와 귀가했다. 분위기가 밝고 평화로워서 '역시 MB 때랑은 다르구나' 속 편하게 생각하면서 왔는데... 막상 집에 와서 현황을 살펴보니 어두워진 이후 분위기가 확 안 좋아진 모양이다. 으으... 좀 더 있다 올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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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썩10과 대통령실, 법레기들, 국혐 종자들, 자칭 보수언론들이 그 어떤 쓰레기짓을 하더라도 '난 저런 쓰레기들과 엮이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손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짝에 줄 서면 저렇게까지 해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구나!'고 열성적으로 빨아제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줄도 결코 짧지 않을테고 커트라인도 꽤나 앞쪽일텐데...  자신만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또 사람 마음이지. 이건 막연한 내 느낌이지만, 지난 12월 3일을 기점으로, 한국 정치판에서 적어도 누가 '상종해선 안 될 쓰레기인지 최소한 사람이긴 한지'는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쓰레기를 전부 태워 없애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정죄는, 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처럼 혼탁하고, 현세는 지옥일 것이다. 그 사실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 혼탁함 속에서도 잎을 더럽히지 않는 연꽃이 피는 걸 막지도 못할 것이다.


내가 그 연꽃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And

자유당, 민공당, 민정당 거쳐가면서 이 나라의 헤게모니를 반세기 넘게 쥐고 전횡해 온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그 세월 동안 거슬리는 상대는 죄다 빨갱이라고 모욕하고 가두고 죽이면서 권력을 쌓아 온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미국 지원 받고 국민들 갈아넣어 강대국 반열에 들고 나니 약자 혐오로 권력을 연장하려 드는 것들을 증오하는 것이다.  
이제 와서 그 권력이 흔들릴 것 같으니 내란 수괴 싸고 돌면서 남탓하는 그 뻔뻔함과 너절함, 야비함을 증오하는 것이다.

시간을 끌다보면 어떻게든 유야무야되고 적당히 잊혀질 거라고 확신하는 그 비열함과 오만함, 천박함을 증오하는 것이다. 

법정과 청문회에서 '내가 아무리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도 너희는 나한테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그 한없이 추악한 확신을 증오하는 것이다.

 

나의 이 증오가, 결코 '정의'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And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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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14. 윤석열 탄핵 가결

 

이겼다.   

 

+

 

사실 룬썩10 개인의 탄핵보다는(그것도 이제 헌재에서 최종 결정이 나야 하는 거긴 한데) 국혐을 위법 집단으로 규정하고 해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망상 찌끄리던 통진당보다 훨씬 질 나쁘거든. 해체 안 하면 통진당은 만만해서 해체했고 국혐은 아니라서 넘어갔다는 뜻 밖에 안 되거든.

 

국혐 패거리들은 반세기 넘게 이 나라를 장악해 오면서,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보수정당의 표준'으로 스스로를 각인시켰다. 물론 국혐을 조진다고 해서 이 나라의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국가주의, 전체주의적 근성은 이번에 완전히 끝장내야 한다.

국혐 종자들은, 아프리카의 군벌들이나 중남미 군사독재자들과 비슷한.... 애초에 '보수'나 '우파' 카테고리에 넣어선 안 되고 사람 취급해서도 안 될, 전부 태워 죽여야 할 쓰레기들이다. 하지만 그런 놈들이 너무 오랫동안 '현대 민주공화국의 보수정당'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사람들의 인식이 지나치게 어그러졌다. 예를 들어, 음모론을 남발하는 김어준의 경우. 대체로 사람들은 김어준을 '극좌'로 취급한다. 하지만 김어준이 자본주의의 해체를 주장한 적 있는가? 국가 권력의 소멸을 주장한 적 있는가? '극좌'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 하지만 딴지일보 시절부터 김어준은 (그 방식이 좀 질 낮고 천박할 망정) 개인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에 가깝고, 그런 주장은 한 적 없다. 

이제 곧 21세기도 1/4분기 째고, 한국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수치적, 물질적 성장에 집착하는 촌스런 근대성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원론적으로는 그런 촌스런 근대성조차도 배제할 수 없는 인간사의 일부긴 하다. 역사는 스스로 흐르고, '만인이 추구해야 할 올바른 이데아' 같은 건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국혐을 완전히 조져놔도, 몇 백년 쯤 뒤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강력한 힘과 리더십에 의한 독재'를 긍정하는 목소리는 다시 나올 것이다. 인간은, 역사는 내내 그러했고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결국 인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에 굴종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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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 만세. 프로메테우스 만세. 길 스콧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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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룬썩10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일 같이 커다란 폭로와 떡밥이 튀어나오고 온갖 썰과 음모론이 범람하고 있어서... 나도 정신이 온통 그쪽에 쏠려 있는 참이긴 한데,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상을 회복해야겠다 싶던 참. 좋은 소설을 쓰려면 좋은 인풋이 필요한 법이고, 질 좋은 인풋을 한참 안 했다 싶어서... 전부터 한 번 보려고 했던 호러 영화 <디 이노센츠>와 <더 터닝>을 몰아봤다.

 

이 두 영화는 고딕 호러의 고전이며 최초로 하우스 호러라는 호러의 서브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기도 한 헨리 제임스의 중편 소설 '나사의 회전'이다. 장중하면서도 음산한 대저택에 가정교사로 고용된 주인공이 유령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괴현상을 접하고 자신이 가르치는 어린 남매를 유령에게서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게 기본적인 시놉시스인데, 원작 소설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준 고전 명작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예의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며 '이 괴현상이 과연 유령의 짓인지 상상력 풍부한 주인공의 망상 내지 환각인지 만약 진짜 유령의 짓이라면 정말로 홀린 것은 누구인지'를 독자가 계속 자문하게끔 만들고,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나름 말이 되는 세련된 서술 방식 때문이었다. 19세기 기준으로 이런 소설은 정말로 드물었다. 1961년에 <디 이노센츠>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플롯이 좀 단순화되었고 밋밋해졌지만 주인공인 미스 기든즈 역을 맡은 배우 데보라 커의 호연과 인상적인 연출로 역시 명작 반열에 들었다(그 대신 호러 씬의 연출이나 공포 수위는 아무래도 요즘 호러 영화보다 훨씬 약하다).

 

<더 터닝> 역시 나사의 회전을 원작으로 해서 비교적 최근(2020년 작)에 나온 영화인데.... 이건.... 음.............. 원작 소설과 <디 이노센츠>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별개의 호러 영화로 보면 뭐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는 아니다. 양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당히 볼 만한 수준은 된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디 이노센츠>의 핵심이었던 그 애매모호함- 유령의 존재가 진짜인지 아닌지, 어쩌면 문제의 근원은 망상과 편집증에 빠진 주인공의 강박적인 도덕성과 의무감은 아닌지-이 완전히 사라지고, 악령이 대놓고 살인하는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물론 원작 소설의 후광이 크고 <디 이노센츠>도 호러 영화사에 남은 명작이다 보니 감독 입장에서는 최대한 차별화를 하고 싶었을 거라는 건 이해가 되는데, 이런 식으로 원작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포기했다면 그걸 보충할 만한 독보적인 개성이나 미점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없고, 결과적으로 '아예 조진 건 아니지만 애매하게 평타 정도만 치는 그저그런 호러 영화 A'가 되어 버렸다. 평가가 1961년작보다 훨씬 나쁜데는 이유가 있었어...           

 

<그것>에서 리치 토저, 미드 <기묘한 이야기>에서 마이클 윌러 역을 맡은 핀 울프하드의 연기만은 좋다. 61년판에서 마일즈라는 캐릭터는 마치 호색한 성인 남성처럼 주인공에게 징그럽게 들이대는 걸 빼면 대체로 착하고 예의바른 빅토리아 시대 부유층 집안 아들인데 비해 <더 터닝>에서 핀 울프하드가 연기한 마일즈는 여자 가정교사를 은근히 얕보면서 이겨 먹으려 드는 느자구 없는 90년대 청소년 느낌을 잘 살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역시 나사의 회전 원작이면서도 꽤 잘 뽑혔다고 들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또 로맨스 중심이고 호러 씬이 약하다고 들어서 손이 안 간다. 난 로맨스 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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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래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이재명 구속이 먼저다, 윤석열 탄핵은 그 다음이다'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갑자기 인터넷 상에서 늘어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우르르 그런 글 쓰는 놈들 최소한 절반은 국혐 쪽 댓글부대라고 본다. 

 

난 이재명을 지지한 적 없고, 앞으로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강성 이미지가 강해서 급진적인 것처럼 보일 뿐 그 역시 근본은 수도권 중산층과 호남 지역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삼는 보수-리버럴 정당 민주당 정치인이다(국혐은 민정당 후신으로서, '보수정당'이 아니라 인두껍 뒤집어 쓴 사람 모양 쓰레기 집단으로 분류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는 룬썩10을 비호 중인 내란 동조 집단이기도 하다). 그가 흙수저 출신 소년공 출신이라고 해서, 노동의제에 더 적극적이라는 법도 없고.

 

하지만 그는 2년이 넘는 동안 그렇게 집요하게 압수 수색을 당해 왔으면서도, 중대한 범죄 여부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룬썩10 정권의 검사 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검사들도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있으면 억까하겠다'고 마음 먹고 달려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도 결정적인 게 나오지 않았다면 그가 받는 혐의 대부분은 근거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재명이 극도로 교활하고 철저하고 사악해서 증거를 전부 없앴고 주요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은 전부 자살시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재명이 그렇게 할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지난 대선에서 지지 않았을 거다.

 

 

여하간... 11월까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국혐이 제시한 예산안을 민주당이 거부하고 국혐이 임명한 관료를 민주당이 막는 걸 반복하는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을 보호하고 국혐은 이재명이 범죄자라고 공세를 펼치고 여타 군소 야당은 그에 대해 별로 말을 얹지 않는 형국이었다. 예외적으로 새미래민주당은 그 수장인 이낙연부터가 이재명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지지층 역시 서로 수박이니 찢빠니 하며 격하게 대립해왔다. 나야 뭐 좌파로서 둘 다 지지하지 않고(이낙연을 더 싫어하긴 했다) 떨어져서 보고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얼마나 큰지는 알 만할 정도였다. 

 

하지만 쿠데타 시도 이후 특히 트위터 쪽에서 이낙연 프사 달고 '이재명 구속 윤석열 탄핵' 운운하는 계정들이 확 늘어났다. 내가 그런 놈들 절반은 국혐 쪽 댓글부대라고 보는 이유는... 12월 7일 시점에서 국혐은 탄핵 거부를 당론으로 확고히 했다탄핵 찬성에 투표한 건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셋 뿐이었다). 이 시점에서 국혐은 완전한 내란 동조집단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건 끝까지 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우선권을 뺏어 오려면 가장 큰 적인 민주당의 수장인 이재명에게 최대한 똥을 뿌릴 수밖에 없다. 12월 8일 시점에서 윤석열은 2선으로 물러나고 한동훈과 한덕수가 공동으로 국정 운영을 한다느니 하고 있지만(물론 이것도 되먹잖은 소리다. 국민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뽑은 거고, 대통령은 국민이 뽑지 않은 총리나 당대표 등에게 임의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위임할 수 없다)... 만약 윤석열이 스스로 퇴진을 하건 탄핵당해 물러나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의 이미지를 최대한 조져야만 한다. 

 

원내 0석 따리인 새미래 입장에서 지금도 여전히 이재명을 조지고 싶다면 공통의 필요를 가진 국혐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0석 따리인 새미래 입장에서는 국혐에게 제시할 만한 조건이라곤 국혐 2중대로 기어들어가서 탄핵 거부를 돕는 것 뿐이다. 자신들 딴에는 국혐을 이용하는 것 뿐이며 이재명을 조지고 나면 탄핵 대오에 합류할 거라고 주장하겠지만 0석 따리 새미래와 일단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프리미엄이 있는 국혐의 파워 차이는 압도적이고, 어느 쪽이 이용당할지는 뻔하다. 이재명 구속과 윤석열 탄핵은 양립이 불가능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 결과적으로 반민주 반국가 반란세력 국혐 편에 서겠다는 뜻이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자기 이름 내건 지지자라는 작자들이 저 지랄을 하고 있는 데도 '자제해달라' 한 마디 안 하는 이낙연 수준도 알 만하다ㅋ 

 

 

ps=아마 그럴 일 없을 것 같지만, 진심으로 선의와 정의감에 근거해서 '이재명 구속이 윤석열 탄핵보다 우선하거나 둘이 등가'라고 믿는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재명이 정말로 나라를 망칠 대악인일 가능성?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그에 비해 윤석열은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실제로 반대 세력에 대한 '처단'을 말하며, 반헌법적으로 군대를 동원해 의원들을 겁박하고 체포하려 했고, 국민의 힘은 절대다수가 그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건 이미 일어났고, 진행 중입니다. 어느 쪽 위험을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망치는 걸 막아야겠다면 이낙연이 되었건 누가 되었건 간에 그보다 더 나은 후보를 제시하고 그가 어느 면에서 더 훌륭한지 다른 국민들을 설득해, 다음 대선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 힘을 방치한다면 다음 대선을 치를 일 자체가 없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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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좀 이른 시간에 나갔는데도 지하철이 빽빽하길래 '아무리 토요일이어도 붐빌 시간대가 아닌데' '이 사람들이 전부 집회 나가는 건 아닐 거 아냐'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전. 전부 집회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국회의사당역 무정차 한다길래 여의나루역에서 내렸는데 나 포함해서 한꺼번에 다들 우르르 내리더라.

 

역사 내에서부터 벌써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은 찡그리며 시끄럽다고 불평했지만 뭐... 사안이 사안이니 좀 참으쇼.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고 불편해야 정상이니.

 

역에 내리자마자 보인 손팻말. 옆에 지나가던 여자분이 통화하며 "엄마 오늘 생신인 건 아는데 탄핵이 더 급해"라고 하시는 걸 곁귀로 듣고 웃음 꾹 참았다.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민중의 소리 기사를 보니 다른 곳에 모인 인원까지 합치면 100만 넘긴 듯.

분위기도 평화롭겠다... 나름 준비를 했는데도 어두워지자 너무 추워서 좀 일찍 들어오기로 했다, 다음엔 더 두꺼운 거 입고 나가야지(....) 

 

현장에서 줏은 한겨레 특별호에 실린 기사. "남한에 특이 동향을 만들어놓고 북한의 특이 동향이 없다는 군 입장문이 특이했다" 이거 기자 딴에는 나름 노린 드립인 거 같은데 웃어버렸다. 좀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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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 써져' '통장에 잔고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인간관계 싫어' '돈이 너무 없는데 급한대로 알바라도 할까' '그래도 사람 상대하는 일은 싫은데' '사실 제일 좋은 건 빨리 죽는 거긴 한데' 등의 생각만을 끝없이 머릿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지난 3일 밤 룬썩10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특히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총 앞에 나서는 걸 본 이후로는 머릿속이 맑다. 

 

국혐은 보수정당이 아니라 사람 취급하지 말아야 할 쓰레기들답게 룬썩10 방탄을 선언했다. 파악된 대로라면 계엄이 진행됐을 경우 국혐 내에서도 반윤 성향 의원들은 다 같이 좆됐을 텐데 뭐... 곧 죽어도 자신들의 권력은 놓지 못하는 그 짝 패거리답다ㅋ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서는 계속 2차 계엄 가능성이 언급되는 중이고 민주당은 이걸 단순한 계엄이 아니라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고 저지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으며 다른 야당들도 각자 항전 태세를 갖췄다. 며칠 전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은 집회 인파로 가득하다. 박근혜 탄핵시위 이후 오랜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룬썩10 본인은 감옥에서 죽어야 하며, 이번 사태의 유력한 발단인 명태균, 계엄 사령관 박안수, 국방부 장관 김용현, 기타 등등도 마찬가지고, 그 김에 국혐과 그 언저리 종자들도 전부 반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족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돌이킬 수 없이 뒤틀릴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부 족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난 이번에도 역시, 무수히 익명화된 개개인들의 악의 없는 비겁함과 무책임함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낳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21세기 초, 전세계가 그렇고 그것은 이미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산다는 것이 그에 굴복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난 오늘 국회의사당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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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41202171810183

 

중국에서 소설 2위, 뒤늦은 주목 황석영…“근대의 구멍난 곳 들여다 보는 것이 문학”

“한국은 겉모양이 선진화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방에 펑크 난 곳을 때운 것 같은 ‘구멍마개’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개를 열고 구멍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

v.daum.net

 

"마개를 열고 구멍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작년에 '이번에는 뭔가 되겠다' 싶어 열심히 쓰던 소설 하나가 룬썩10 정권의 문화계 예산 삭감 때문에 계약이 꼬이고, 올 여름 무렵 마음 다잡고 새로 쓰던 소설 하나도 결과가 안 좋아서... 그 후 내내 무기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 나도 마개를 다시 한 번 열어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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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좌파로서, 지금도 여전히 직접 일해서 버는 것이 돈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가치 있다고 믿는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격차가 커질수록 이미 쌓아두고 세습해온 자본이 많은 부유층만이 더욱 큰 이익을 보고 빈부격차는 끝없이 커질 것이다. 똑같이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를 해도 가난한 사람이 1을 버는 동안 부유층은 100을 벌 테고, 거기에 세금조차 물리지 않는다면 그 격차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세금 내기 싫어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테고.

자본주의의 극복을 꿈꾸는 좌파로서 나의 그러한 꿈이나 바람 같은 것과는 무관히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체제를 이미 바꿀 수 없고 바꾸고 싶지도 않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안에서의 부와 성공을 원한다. 내 쪽이 세상이라는 기계에 맞지 않는 나사인 거다. 그런 건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둔감해질 때도 됐는데. 그런 거 가지고 새삼 고민하지 않을 때도 됐는데. 나도 젊은 나이가 아닌데. 가끔 그 사실을 자각할 때마다 숨이 막혀 온다. 

최근 약간의 현실도피를 겸해서 게임 하나를 잡았다. 그 게임 속 주인공들은 세상을 無로 되돌리려는 암흑 마도사를 물리치고, 지수화풍을 관장하는 4개의 크리스탈을 복구해 세상을 구했다. 

창 밖으로 해가 밝는다. 엔딩을 본 모니터 앞의 나 자신은, 또 그저 견뎌야 할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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