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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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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취급해선 안 될 쓰레기 집단 내란충들은 뻔뻔하게 후보를 냈고(당원들의 경선을 통해 뽑힌 김문수를 당 지도부가 멋대로 파내고 한덕수를 집어 넣으려다가 마는 같잖은 해프닝도 있었다. 민주주의를 경멸하는 저짝 패거리 다운 짓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은 언제나의 민주당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진보의제를 무시하고 있다.
 
이명박 이후 늘 그랬듯 이번에도 역시 일부 질 나쁜 민주당 지지자들은 만약 민정당 패거리들이 이기면 소신투표한 진보정당 지지자들 탓이라고 갈구고 있다. 이번에 국혐 종자들이 저지른 짓의 임팩트가 워낙 크다 보니 그들 역시 나름 불안감과 위기감이 클테고,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흘리며 내란종식을 위해 이재명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고, 진보당 김재연도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선언했다(유감스럽지만 존중한다. 나름 많이 고민하고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겠지. 그리고 이재명은 진보의제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고민해보겠다는 형식적인 립서비스조차 하지 않고  "안 나가신대요? 감사하죠~"라고 가볍게 그를 받았다).

지금도 여전히 트위터 쪽에선 그 문제로 격론이 오가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명태균을 본 이후로 여론조사 같은 건 그냥 참고사항으로만 취급하고 걍 내가 원하는대로 투표하기로 결심했다. 

지금도 '나는 꼬리 안 잡힌 명태균이 될 거다'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작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만에 하나 그런 탐욕이 없더라도, 많은 데이터와 노하우가 쌓인 조사기관도 조사 방법을 살짝 바꾸는 것 만으로 결과가 크게 바뀌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나는 수많은 정보들을 교차검증해서 가장 정확한 지지율을 예측하거나 각 후보들의 공약 이행 가능성을 추산해낼 수 있을 만한 지식과 판단력이 있는 것도 아닌, 일개 소시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저 불가능한 꿈을 품은 채 내가 믿는 가치를 고수하고 그에 매진해야 한다. 난 이것 역시 일종의 현실주의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저마다의 온갖 의도와 욕망이 깔린 기사와 여론 조사들을 붙잡고 승률을 따지며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억지로 자신을 납득시킨 적이 있다.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가닿지 못할 먼 지평을 꿈꿀 것이다. 후회 없이 그저 원하는 것을 행할 것이다. 이 나라의 노동자와, 농민과, 여성과,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을 위해.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 트위터 쪽에서는 좌파로서 고집을 부리는 사람도 있어야한다고 멋있는 척했지만,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나는 굴복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다는. 

 

내가 여러 사람을 지키고 책임져야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일개 소시민 A에 불과하며 내 결의는 대국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사실이 가끔은 좀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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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대로 닥치고 일이나 하고 돈이나 받아가지 뭐' '씨벌 나는 좋아서 광대짓한 줄 아나' '만약 내가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어서 이 지랄한 거였다면 상처받았겠지, 적어도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술 퍼마시고 잠들었다가 묘한 꿈을 꿨다. 그 꿈 속에서, 난 성노동자 강제퇴거 반대 집회 현장에 나가 있었다. 나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와서 인간 사슬을 잇고 있었지만 경찰이 들이닥쳤고, 옆 사람의 안전을 빌며 도망치다가 잠에서 깼다. 지금도 내 옆에서 손을 잡고 있던 사람들, 성노동자들이 반항과 조롱의 표시로 벗어 길모퉁이에 쌓아둔 옷가지들, 도망치던 골목길의 구조가 희미하게 기억난다. 음... 별 꿈을 다 꾸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에도 비슷한 느낌의 꿈을 꾼 적 있다. 그게 우정이나 애정 같은 긍정적인 관계건 혐오나 질시 같은 부정적인 관계건, 개인적인 수준에서 괜히 남과 엮이는 건 싫다. 하지만 그래도, 대의를 위해 남과 연대하는 건 싫지 않다. 아직은.

 

https://garleng.tistory.com/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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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성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성과 보고 및 지원금 문제 때문에 시설 소속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억압하고 학대한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참고 기사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230.html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182040001 ) 당연히 천주교도 사람이 운영하는 종교 집단이고, 돈과 영향력이 있는 조직은 그 목적이 뭐가 됐건 간에 지저분한 게 꼬이는 법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한다고?' 싶기도 했다. 내부 상황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섣불리 연대하러 가기가 애매하기도 했고. 하지만 종탑 위에 올라간 활동가에게 천식 약을 전달하는 것조차 막혔다는 소식을 보고 긁혀서, 마침 오늘 노동절이라 쉬는 김에 현장으로 갔다(낮에 노동절 대회 갔다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거긴 못 갔다. 뭐 트위터에서 보니 그 쪽은 많이들 간 모양이니 괜찮겠지).

 

가보니 눈물날 정도로 사람이 적더라. 기껏해야 3~40명 정도... 좀 옛날 표현으로는 안습할 정도. 오길 잘했다 싶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님이 날 알아보시는 눈치길래 가볍게 인사했다. 

주 7일 어쩌구 부족한 많이 부족한 진짜 부족한 웹툰 작가 모임(죄송합니다 기수님, 글씨가 잘 안 보여서...)
탄핵 전 경복궁 광장에서 본 적 있는 파평 윤씨 피해자 모임 깃발

그리고 종탑 위에 올라가 있는 세 활동가들. 손 흔들길래 이쪽도 플래시 켜서 흔듦.

 

현장에서 자유 발언을 듣다 보니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난 말하는 게 무척 어눌한 편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긴장하면 말을 버벅이거나, 잘못 말했다 싶으면 이미 한 말을 무심코 한 번 더 반복하는 버릇이 남아 있고. 집단 괴롭힘도 좀 심하게 당했었다. 개중 몇 명은 진심으로 내가 '원래 특수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간당간당하게 일반 학교에 온, 좀 모자란 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고, 당시 집안 상황도 나빴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당시 내 상태가 안 좋기도 했던 터라... 선생들도 날 무시하고 괴롭힘에 동조하곤 했다. 

 

스스로 그런 경험을 했고, 친척이 장애가 있기도 해서 난 장애인(특히 발달장애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이야 나이도 꽤 먹은 성인이겠다 나름 고친 것도 많아서 어지간해선 그런 취급은 당하지 않지만, 만약 내가 그 때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나가기라도 했으면 지금도 그런 꼴을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 정도 나이 들기 훨씬 전에 자살했을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왜 사냐 병신아, 내가 너 같았으면 진작에 자살했다"라는 조롱도 여러 번 들었었지.         

   

성당 앞에 붙어 있던 평화의 기도문.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이라... 주여, 한국 천주교가 그렇게 당신께 쓰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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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수제 포스팅에 매크로 댓글 다는 놈들은 좀 꺼졌으면 싶다. 있지도 않은데 '광고 누르고 갑니다'는 얼어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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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여기지 않게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내 신앙은 여전히 가톨릭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꽤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방한하셨을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신 것에 대해선 깊이 감사드리고 있다.

 

앞으로도 가톨릭의 사회적 진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유감이다. 그러고 보니 부활절 미사 때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평화가 오기를 기도하시고는 바로 그 다음 날 돌아가셨구나.

 

주님, 프란치스코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 프란치스코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울러, 한국 천주교의 차별적 태도에 저항해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올라가 시위 중인 장애인들에게 당신의 가호가 있길 빕니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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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선고 이후로 2주가 지난 지금, 금속노조 거통고 지회장은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고 혜화동 성당에서는 전국 탈시설 장애인 연대 시위자가 종탑에 올랐고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시위대에게는 구사대가 폭력을 휘둘렀다. 예상이 굉장히 구체적인 형태로 딱딱 들어 맞는 경험이 이 정도로 불쾌할 수도 있구나.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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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한 연대는 괜찮다. 그리고 그 연대를 통해 큰 승리를 하나 거뒀다. 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국혐 해체, 차금법 통과부터 해서 이뤄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이 정도 했으면 됐고 빨리 죽어서 無가 되고 싶다는... 젖혀뒀던 욕망도 슬슬 다시 밀려온다. 트위터 쪽에서 텅 빈 광화문 사진을 보았다. 깃발과 천막이 모두 떠나간 광화문 광장은 비 속에서 적막했다. 

 

 

한 번 죽으려다가 실패했다. 다시 올 그 때까지, 누구와도 사적인 깊은 감정을 나누고 싶지 않다. 그런 건 인간이나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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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가 나오건 (높은 확률로 극우 놈들이 먼저 시비 걸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빵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오늘 휴가 내고 헌재 앞으로 갔다. 경찰들이 막고 있어서 헌재 바로 앞까지는 못 갔지만 아무튼.

어쩌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고 나름 비장하게 각오하다가 그런 스스로가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늘도 그런 날 웃기게 봤는지 현장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분위기는 안전 그 자체였다. 뻘쭘해 하는 나를 반겨준 마교 깃발. 저 깃발 지난 1월 비정규직 집회 때도 봤던 거 같은데?

평일인데도 10만은 온 듯 했다.

익숙한 문구가 보여서 한 장 찍었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공룡들이 지구 온난화를 두고 인간들에게 너도 멸종되지 않게 조심하라고 걱정해주고 있었다(거짓말)

어떤 어르신이 데리고 나온 댕댕이들이 귀여워서 한 장. 

LED 없는 정대만 깃발 발견. 

이름 모를 저항군이 포스가 함께 하기를 빌어줬다. 

저번에 본 곰 다시 발견. 민주당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곰탈은 죄가 없지.

최선두에서 방송보는 중. 나도 모르게 성호 긋고 기도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탄핵 인용 선언 직전, 웬 비둘기 한 마리가 방송 스크린 너머 가로등 위에 날아와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선언이 떨어지는 순간, 얼싸 안는 한복 차림의 여자분 둘. 퀴어 커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2월 3일 이후 123일 간 이어지던 그 춥고 어두운 겨울밤이 드디어 끝을 맞이했다. 조금 울었다. 기쁘다는 감정을 마지막으로 느낀지 10년이 넘었고, 그 때의 그 기쁨마저도 절망으로 변했다. 이제 난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가능했구나. 스스로가 꽤나 뒤틀리고 냉소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가끔은 스스로가 인간조차도 아닌 것 같은데 아직 기뻐하고 눈물흘릴 수 있었구나.  

누가 적어둔 대로, 진짜 8:0 만장일치로 인용됐다.  

붕어빵 천원에 3개 협회 깃발 저것도 소소하게 반가웠지만 굳이 아는 척은 안 했다. 

남태령 깃발도 이하동문.

아카이아 노조 깃발 기수분에게는 짧게 인사. 옆에 다른 트위터 지인도 계시더라.

황금거룡 깃발 옆 무진장 떡볶이 단골연합 

전에 몇 차례 본 적 있는 타디스 도둑 협회 깃발. 과감히 직접 말 걸어서 사진 찍게 펼쳐달라고 부탁했다. 웃는 낯으로 허락해 주셔 감사합니다. 

오늘이 생일이셨다는 분. 피켓 찍고 생일 축하드린다고 인사한 뒤 괜히 창피해져서 도망쳤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순신 장군님, 그 때 그러했듯 이번에도 저희가 승리했습니다. 

 

우리는 큰 전투에서 한 번 승리했다. 하지만 룬썩10 탄핵은 시작에 불과하다. 좌파로서,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다. 다음 과제는 국혐 정당 해체와 차금법 통과 그 둘이다(그리고 유력한 차기 대통령인 이재명은 앞쪽이라면 모를까 뒷쪽에는 부정적이다). 앞으로도 길고 힘든 싸움이 이어지겠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비싼 거 먹으면서 마음껏 축하하자는 생각으로 족발 사왔다.    

이런 걸 썼었다(도사려 숨은 굿것 내어 몰아라라는 저 문구는 한겨레 신문에도 실렸다). 이제 운명의 나라가 열리고 와야만 할 그 날이 오고 있다. 오늘은 2025년 봄이 피는 첫 날이다. 

And

전부터 막연히 '집안 형편은 중산층 이상이지만 부모의 거의 광적인 교육열로 인해 사교육 시장에 혹독히 내몰리는, 어떻게든 그에 부응해 기득권 엘리트 코스를 밟는데 성공하면 자신이 보수라고 믿는 혐오스런 괴물이 되고 그에 실패하면 낙오자 취급받는 아이들'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를 직접 다룬 인기 드라마(스카이 캐슬이라거나)도 있었고, 이런 저런 다른 작품에서도 부분적으로 묘사되긴 했지만 별로 집중해서 보지도 않았고.

그러다가 우연히 트위터 쪽에서 관련 글을 보게 됐다. 스스로가 그러한 아이들 중 하나이며 그에 적응하지 못해서 미치거나 자살한 친구들이 주변에 여럿 있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그것이 교육이 아니라 아동학대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솔까말 처음 읽었을 때는 "니들도 힘든 건 알겠는데, 그래서 결국 엘리트 코스 못 타도 부모 돈 덕에 최소한의 안전망은 보장되어 있잖아" "극단적인 경쟁과 승리만을 강조하는 교육 방식에 고통받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고 니들은 하다못해 돈이라도 많지" 뭐 그런 생각이 앞서서 고깝게 보이긴 했다. 하지만 '학대이긴 하지만 특권인 것도 맞다' '당장의 끼니를 벌기 위해서 공부만을 강요당하는 환경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뭐냐' '트위터에서 징징대지 말고 니 부모를 원망해라, 부모랑 절연하든가'라는 조롱과 욕설들이 인용으로 줄줄이 달려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뭔가 마음에 걸렸다. 좀 더 생각해 보니 뭐가 마음에 걸렸는지 알겠더라고.


절박한 사람의 고통에 서열을 매겨서는 안 되는 거다.


나는 생물학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남자고, 일단 이성애자다(보통 말하는 '시헤남'이다). 또한 부모의 간섭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운 성인이고, 별다른 장애도 없다.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난 '표준, 주류'에 속하며 그것 자체가 어느 정도 권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는 어린 시절 혹독한 경험을 했고, 그 경험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꽤나 많이 비틀렸기도 하다. 군대에선 특히 좀 많이... 좀 많이 힘들었고, 제대한 이후에야 나름 스스로의 문제를 자각하고 고쳐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는 자살을 시도했고, 적어도 내 일부는 그 때 죽은 것 같다. 그런 개인적 경험과, 종교에 매달리는 어머니, 비겁한 아버지,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하루에 1끼로 때우는 가난, 이젠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도저히 놓을 수 없는 꿈 때문에 괴로워하는 망가진 인간이기도 하다. 가끔은 스스로가 '인간'조차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또한 동시에 자본주의와 국가주의, 전체주의를 혐오하는 좌파이기도 하다. 

윤석열의 내란 이후 집회에 나가며, 그동안 책을 통해서만 접해 온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나는 이명박 때부터 집회에 나갔지만, 그런 이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어쩌면 듣고서도 흘려버린 걸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하류층 노동자는 물론 여성, 농민, 화교, 장애인, 퀴어, 트랜스젠더... 그들 모두가 저마다의 좌절과 신산을 겪고 있으며 윤석열의 탄핵과 구속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와야 할 개혁과 더 나은 나라에 대한 비전과 열망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투쟁했다. 국회 앞에서, 경복궁에서, 남태령에서, 한강진에서. 그리고 다시 남태령에서. 그리고 내일은 헌재 앞에서.


고통에 급수와 서열을 따지기 시작하면 결국 내가 가장 불행하고 큰 피해를 입었으며 나보다 작은 불행과 작은 피해를 입은 상대는 닥쳐야 하고 내가 가장 큰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사고가 흐르게 된다. 지금 저짝 극우 패거리들 중 상당수를 점하는, '페미와 PC충과 꿘들이 우리를 억압하고 나라를 중국에 팔려고 한다'고 믿는 이삼대남들이 바로 그러하듯.

세계는 어둡고 비참하며 추악한 곳이다.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세계에 속한 인간은, 나는, 당신은, 스스로의 고통과 절망이 남의 그것보다 중요하다고 믿기를 거부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고통과 절망을 덜기 위해 연대할 수 있다. 흙탕물에도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 연꽃의 만다라야말로, 탄핵 이후 우리가 다시 만들 세계다.   


대치 키즈들이 겪었을 고통에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들 역시 광장으로 나와 윤석열 탄핵을, 구속을, 새로울 세계를 함께 추구하길 바란다. 난 비록 이런 인간이다 보니 친구나 연인 같은 건 될 수 없어도, 함께 싸우는 동지는 될 수 있다. 

 

  PS=이 분 트윗 좋다. 

https://x.com/symposion_/status/1907570138876096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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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하고 바로 갔다 왔더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고꾸라져 자느라 오늘 올림.

 

평일 저녁 집회인데도 꽤 많았다. 트랙터 행진->남태령에서 경찰들에게 막힘->시민들이 달려감->서울 진입 성공이라는 상황이 한 번 더 반복된 게 주목도가 높았던 듯. 마침 이재명 2심 무죄 받은 것도 겹쳐서인지 몇 만 명은 온 듯했다. 나도 어제 남태령 못 간 게 못내 마음에 걸리던 터라, 평소보다 5분 일찍 사무실에서 탈주해서 왔다.   

바닥에 분필로 이거저거 쓰고 그리는 민중미술이 성행 중. 마침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 누가 적어놨다. "빨갱이라고? 감사합니다^^"

전에도 몇 번 본 전태일 열사 깃발. 펄럭이는 건 멋있었는데 폰카가 화질 구져...

비건 감튀 푸드트럭의 손피켓

이건 누가 그린 건지는 몰라도 분명 트위터 하시는 분이다(...)

요즘 민주당 하는 짓거리가 영 좀 재수 없긴 한데 뭐 그거야 늘 그랬던 거고 곰 탈은 죄가 없으니까.  

다시 발견한 노란 풍선 리본. 저것도 이제 슬슬 익숙하다. 

파멸 파멸 윤석열 파멸 

 

트랙터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결국 못 찍고 돌아와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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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중으로 탄핵 판결이 나올 거라던데, 결과 여부에 따라선 비교적 평화로운 집회는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싶어서 단단히 준비하고 경복궁 갔다. 다들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인지 오늘은 특히 인원이 많더라. 체감 상으로는 지난 3.1절 집회 때 이상이었다.  

남태령 이후 오랜만에 본 전농 분들. 

주여, 전 한낯 인간에 불과하고 우리의 투쟁이 당신께서 보시기에 어떠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슬픔과 두려움과 용기와 유대가 당신을 기쁘게 한다면,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당신의 가호가 있기를. 

트위터 쪽 지인을 뵙고 받은 카드. 

17년 전 촛불집회에서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이 자라고 살아갈 나라는 좀 더 덜 나쁜 나라이기를 바랐다. 17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기원을 반복한다.  

다시 발견한 세월호 리본 풍선

말로만 듣던 하오문 깃발 발견 

 

오늘 공연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 아침이슬 따라부르면서 현장에서 이거 듣는 거 진짜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며 감상에 젖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다시 만난 세계와 이어졌다. 나 이제 가노라, 다시 만난 세계로. 

이젠 일방적으로 친숙해진 불꽃남자 정대만 깃발.

이번엔 가까이서 찍은 세월호 국민연대

새삼 진짜 많았다 싶었는데, 도중에 듣기론 전국에서 100만명이라더라. 전국 단위로 100만이면 영 아쉬운데...

 

행진 도중 마주친 풍물놀이패. 저 스님 저번에도 뵈었었지.

걸으면서 찍다 보니 흔들렸는데, "제 스스로를 불꽃의 등불로 악을 대항하게 하소서"라고 적혀 있다. 퇴마록 완전히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다.

 

행진 도중 내란집회 측이 지나가며 야유하길래 "한줌단이라서 안 들려!"라고 외쳐줬다. 

도중에 만난 반도체 특별법 저지 집회. 힘내시라고 외치다가 무책임한 소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살짝 울적해졌다.

반대편 차도까지 점령함. 아카이아 노조 깃발의 그 분이 옆 차도에서 엄청 빠르게 지나가시더라. 

오늘의 마지막 사진은 (잘 안 찍힌) 스타워즈 저항군 연합

 

비상행동이 재정 상태도 나쁘고 다들 무리하고 있다고 한다. 비상행동만이 아니라 민주노총도, 현장에 나와 있는 민변 분들도, 의료진 분들도 다들... 다음 주 중에는 어떻게든 끝이 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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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오자마자 보이는 황금거룡 깃발. 기수 분과 가볍게 인사했다. 비건 감튀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저 촛불모자 깃발 바로 옆에 <-얘도 가능이라고 적힌 가능충 깃발이 있는 게 신경쓰였다. 모자에 그런 욕망이 드는 거야...?

아무래도 신경쓰여 더 크게 찍어봄.

518 소년이 온다(featured by 민주묘총)

반가워서 가까이서 찍은 키탈저 사냥꾼 깃발. 그렇지 세상의 모든 평화가 오려면 왕이 없어야지. 

 

위-엄. 지난 주에 본 예술이 혁명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깃발도 다시 발견해서 찍었는데 사람들 얼굴이 너무 많이 찍혀 그 사진은 뺐다. 

천마신교!

SYSTEM:garleng은(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 소책자'을(를) 얻었다

저 잠비나이라는 밴드 음악 스타일이 내 취향이더라. 

윤석열을 파면하고 차별과 혐오를 넘어 모두가 평등한 세상으로. 

룬썩10새끼가 결국 석방되어 지 우리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다들 탄식했다. 다시 끌어내선 이번엔 구치소가 아니라 교도소에 처넣어주마. 아마 지금 이 시간 쯤 좋댄다고 술처마시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대로 뒈져도 나쁘지 않고.  

오늘은 여성의 날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스스로가 페미니스트는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룬썩10새끼는 결국 다시 처기어나왔다. 이렇게 끝날 거라곤 기대하지도 않았다. 트위터 쪽에선 이러다가 탄핵까지 기각되고 2차 계엄 본격적으로 하면 다 죽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을 드러내는 글들도 있는데... 뭐, 그럼 죽을 뿐이다. 어차피 늘 혼자 살다 혼자 죽기를 바라왔다. 같은 대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과 함께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And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삼천 리 삼천 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할 건가

정의의 날쌘 칼이 비끼는 곳에 이길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너 살거든 독립군의 용사가 되고 나 죽으면 독립군의 혼령이 됨이

동지야 너와 나의 소원 아니냐 빛낼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압록강과 두만강을 뛰어 건너라 악독한 원수 무리 쓸어 몰아라

잃었던 조국강산 회복하는 날 만세를 불러보세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싸우러 나아가세 싸우러 나아가세 싸우러 나아가세 헤이!

And

진짜 이번 주는 밀린 게임이나 하면서 쉴 생각이었는데 룬썩10새끼 구속 취소 소식('대통령으로서 복귀'하는 건 적어도 아직은 아니긴 하다) 보고는 딥빡쳐서 퇴근하자마자 경복궁으로 튀어갔다.  

4번 출구 엘리베이터 바로 옆 횡단보도에 세워져 있던 차. 옆에 아재들이 "사형수를 내보내면 어쩌자는 거냐"고 역정내고 있더라.

진보당당(펄럭). 진보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멋있어서 찍었는데 폰카가 화질구지다. 

민중의 분노가 나부낀다. 인사하고 스티커도 받아왔다. 

그 옆에 있던 공주 깃발. 

우리도 정대만처럼. 불꽃처럼!

 

오늘의 수확물 아카이아 노조 스티커와 황금거룡 수호협회 스티커.

 

난 언제나 빨리 죽어서 無가 되기를 원해왔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시 자살 시도를 할 정도까지는 아니고, 지금 죽으면 저 광장을 채울 머릿수가, 룬썩10새끼 파멸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는 불의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대단치 않은 자기만족꺼리가 하나 줄어든다. 무엇보다도, 난 이제 더 이상 하찮은 인간관계 따위는 원하지 않게 됐지만 그래도 아직 같은 대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과의 연대는 가치 있다고 여긴다. 원래 사람은 여러 측면이 있는 거고, '죽어서 사라지길 원하는 나'라는 측면과 '연대를 원하는 나'라는 측면이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죽는 건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이 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의 '나'가 죽을 때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아직은. 

 

그러고 보니 좋아하는 작가 분이 이런 글을 쓰셨다.

https://x.com/DCDaxter_text/status/1897943286234726706

   

And

최초로 '국가가 세금을 써서 기초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국민은 그를 이수해야 할 것'을 강제로 규정한 것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국왕이었다. 이후 200여 년에 걸쳐 그 대상과 지역이 확대되어 왔고, 이를 통해 '중세의 백성'은 '근대의 시민'이 되었다. 평범한 시골 농부조차도 읽고 쓰기와 사칙연산 정도는 할 줄 알게 된 것은, 미시적으로 봤을 때 나름 발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과정을 거쳐 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증오와 악의를 주고 받으며 죽고 죽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조국을 위해 살인하는 것을 정당화하면서, 그로 인해 안전하게 구체적인 이득을 보는 집단이 그 알량한 조국ㅋ 내에서도 따로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이것은 그저 '변화'일 뿐 딱히 '발전'이나 '진보'라고는 할 수 없고 결국 거시적으로는 인간사 자체가 원래 그렇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가 좌파로서 노동이나 환경, 젠더 의제 같은데 신경쓰는 건 불합리한 것도 괜찮다는 고집 때문이겠지. 일부러 좀 거창하게 멋부려서 쓰자면, 이것은 내가 영겁회귀로 귀결되는 세상과 삶의 허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고독과 고통을 견디다 못해 죽으려고 했었고, 그것조차 실패해서 부서진 상태로나마 그런 걸 그럭저럭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 빗방울이나 바람, 모래알 같은.  

And

 

노란 풍선으로 만든 세월호 리본 발견. 

OH OH    ANARCH    OH OH 

밑에 방구석 호러 영화 오타쿠 깃발과 더불어 오늘 본 깃발 중 가장 마음에 든 예술이 혁명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깃발. 밑에 깃발이 호러 취향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면 이건 내 작가로서의 무언가를 불끈하게 만들었다. 

발덕후가 여기에도...!

우리는 무시무시한 늑대다. 멍멍. 

애국주의를 배격하는 좌파로서, 애국가 역시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 올드 랭 사인 곡조가 붙은 버젼의 애국가는 예외적으로 마음에 들어.  

역사와 전통의 전대협

적기가 가사가 너무 순해졌어(...) 

지난 주에 발견한 키탈저 사냥꾼 깃발을 멀리서 다시 발견. 혼자 속으로 살짝 반가워했다. 그 외에도 민주묘총, 전국 설명충 연합회, 우리가 나라를 굴린다를 비롯해 눈에 익은 깃발들이 여럿 눈에 띄더라. 초반에는 명색이 삼일절 집회인데 숫자가 너무 적다 싶어서 살짝 시무룩했는데 5시가 넘으니까 사람 숫자가 확 늘어나서 경복궁 앞 광장을 가득 채웠다. 다음에는 광화문 광장을 되찾을 차례다. 

언제봐도 위엄 넘치는 국민이 주인이다 깃발. 

 

이제는 많이 입에 붙은 다만세. 작년 이맘 때만 해도 내가 아이돌 노래 흥얼거리게 될 줄은 몰랐지...

마왕 보고 있지?ㅠㅠㅠㅠㅠㅠㅠ

행진 도중 발견한 풍물놀이패와 신나게 춤을 추시는 스님

낙원상가 터널을 지나 행진 대열 최선두에서 찍은 사진. 저 벽 앞에서 독립군가를 들었다.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려퍼지는 소리는, 저 벽을 넘을 것이다.

And

그게 우정이 됐건 연애감정이 됐건, 난 이제 깊은 인간관계 같은 걸 원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가까워진 사람이니까... '친구'라고 부르기도 좀 애매하지만 그냥 옛 친구라고 치자고.

 

괜찮은 사람이고, 우울증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했었고, 10년 넘게 알고 지내며 연민과 동질감도 느꼈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괜찮아지는 걸 곁에서 봐왔고, 이제는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꿈꿀 수도 있게 된 그 분이 너무 오랫동안 미뤄뒀던 행복을 이룰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원한다.

 

 

비록 나 자신은 이렇게 됐지만, 나 같은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행복하길, 나의 옛 친구.

 

나는 결코 가질 수 없을 그 행복이 그 사람에게 있기를. 

 

 

  

And

어떤 노부부를 보았다. 서로 팔을 두르고 있다가 빈 자리가 나자 할머님 쪽이 가서 앉으라고 하시자, 할아버님은 같이 있겠다고 고개를 내저으셨다. 할머님은 주책이라면서 웃으시더라. 

 

나는 결코 갖지 못할 행복의 모습이다. 별로 원하지도 않는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자신은 나라를 팔아도 한나라당 지지할 거라는 사람들을 보고 '가축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속으로 스스로를 책망했었다. 그로부터 16년 쯤 지난 지금 나는, 윤카 어쩌구 하는 치들을 보고 '개돼지는 그렇게 살다 뒈지라지' 라는 생각부터 한다.

 

스스로가 잘못되었다는 걸 안다. 그런 자신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어떤 측면에서 나는 그 때보다 훨씬 강인해졌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특히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이해심 같은 부분에서) 나는 그 때보다 훨씬 뒤틀렸다. 분명히, 변명의 여지 없이.

 

아마도,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의 파편에 불과하기에 그런 거려니 한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어차피 생물학적으로도 16년이면 전신의 세포가 16번은 바뀔 때도 됐어ㅋ

 

이젠 그럭저럭 파편 더미에 불과한 스스로를 견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가시지 않는다. 

And

지난 1월 중순의 철야 집회 이후 한 동안 쉬었는데, 경찰이 남태령의 전농 분들을 피의자로 소환했다는 소식 듣고 빡쳐서 근 한 달만에 다시 나갔다. 샹 그 분들은 경기도까지만 해도 경찰들 호위까지 받으면서 안전하게 왔었는데 왜 서울 들어서자마자 그 취급이냐? 오세훈 새끼의 서울은 적용되는 법이 다르냐?

트위터 쪽에서 몇 번 본 남태령 깃발 직관. 웅장하다. 

트위터에서 유명해진 아카이아 노조 깃발. 기수 분에게 괜히 아는 척하고 왔다. 

서부지법 테러한 폭도 중에 짝퉁 캡아가 있었다던데, 이 쪽엔 뱃신 있다. 

솔직히 민총이 무쌩겼다고 생각하지만 자주 보다 보니 좀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최근 트위터에서 본 키탈저 사냥꾼 깃발도 직관했다.

정대만 깃발 이렇게 잘 찍힌 거 처음이야.

이 쪽에 계시던 분들 전부 이영도 덕후였던 듯. 저 뒤쪽에 하오문 깃발이 묘하게 시선 강탈.

헤비메탈은 중금속이지 암. 고딕메탈도 끼워줘.

 

오랜만에 집회분 채우니 좋긴 하다. 비록 나 자신은 더 이상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홀로 살다 홀로 죽기만을 원하게 됐지만 광장에서 같은 대의를 위해 함께 노래하고 행진하고 투쟁하는 건 싫지 않다. 후원금도 좀 냈다. 이걸로 이제 사흘은 하루 1끼(직장 구내식당)로 떼워야 수지타산이 맞겠지만... 뭐 할 만한 지출이었다고 생각한다.   

And

난 전에 자살하려고 했을 때 이미 죽었고, 지금 여기 있는 건 옛 나의 파편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옛 친구들이 그리우면서도 연락은 하고 싶지 않다. 그 친구들과 같이 웃고 마시고 이야기하던 나는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르기에.   

 

이젠 그런 스스로를 그럭저럭 받아들이게 됐다. 여전히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하긴 하지만.

 

이렇게 된 내가 평범하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누구와도 깊은 감정적 교류(특히 연애 같은 거) 없이, 공연히 엮이지 않고 홀로 살다 홀로 죽기를 바란다. 그렇게 죽은 뒤에는, 환생 같은 거 하지 않고 無가 되길 바란다. 기왕이면 빠를 수록 좋다.  

And

소설 쪽도 영 재미를 못 보고 통장 잔고가 막장을 향해 가고 있어서 공공근로 신청해뒀던 게 통과되서, 첫 출근을 했다. 출근이라는 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싶어서 좀 헤맸다(...)

 

우연히 예전에 일한 곳에서 만난 공무원과 다시 만났다. 다른 곳으로 옮겼다더니 여기로 왔구나. 날 보고 '어디선가 본 얼굴 같은데' 하는 표정이었지만 굳이 아는 척하지는 않았다. 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퇴근해서 긴장을 풀 겸(...좀 핑계 같은데) 한 잔 하는 중. 

 

전에 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되 굳이 그 이상으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그 사람들은 공무원이고, 나는 5개월 일하고 돈 받아가면 끝나는 입장일 뿐이다. 그렇게 이번 일을 무난하게 마치고 당장의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 거다, 기왕이면 좀 더 일해서 컴퓨터 좀 새로 샀으면 싶고. 

 

역시 가장 좋은 건 따로 있지만ㅋ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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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웩, 너무 많이 퍼마셨어. 죽겠구만 아주. 푸하핫, 용병 숙소는 그 방향이 아니야! 그래 그래, 부축해 줄테니 팔 이리 달라고. 고귀하신 성전사께서도 한 번 술 꼴면 나 같은 강도 새끼랑 별로 다를 것도 없구만 그래? 으으, 그 도굴꾼 계집은 대체 얼마나 술이 센 거야? 전혀 취하는 기색이 없던데 말이지. 그 년 제법이야, 입 터는 것도 한 가닥 하고. 숙소 들어가기 전에 우물가에 좀 들러서 찬물에 머리 좀 담그고 가자고. 내일은 머리가 깨질 것 같겠지. 분명 오늘 밤을 후회할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끊지도 않을 거야. 아무렴 개가 똥을 끊겠어? 댁도 이젠 나 엔간히 알잖아 성전사 나리, 응?



후우, 이제야 좀 살겠구만. 개좆 같은 괴물들이 사방에 넘쳐나는 이 영지에서도 밤 하늘의 별빛만은 참 예뻐. 이 구질구질한 곳에선 별을 볼 기회도 자주 생기는 게 아니니까. 그녀도 정말 예뻤지.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내가 이래뵈도 좀 감성적인 구석이 있거든. 취한 김에 하는 소린데 말야, 사실은 시를 쓰는 취미도 있어, 안 믿어지지? 최근 영지에 온 그 문둥이 말야, 소문을 듣기론 어느 나라의 왕이었다더라고. 하! 개소리지. 국왕 폐하께서 뭐 볼 게 있으셔서 혼자 이런 썩창까지 오겠어? 뭐 그래도 나름 교양은 있으신 거 같으니까, 기회가 있으면 내 시를 한 번 봐달라고 할 생각이야. 흠, 설마 비웃진 않겠지? 응? 그녀가 누구냐고?

 


하 씹... 구질구질하게 그런 거 왜 묻고 그래? 자자, 아편이나 한 대씩 피우고 들어가서 잠이나 쳐자자고. 어 씨, 다 피웠네. 나리, 혹시 아편 좀 쎄벼둔 거 없어? 뭐? 그 손버릇 고쳤다고? 에헤이 별로 안 믿어지는데... 하하, 그래 그래, 나리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그녀에 대해 듣고 싶다고? 아놔 나리 이런데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뭐 술 깰 겸 옛날 이야기나 좀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응, 일종의 고해성사라고 생각해도 될 거야. 빛을 섬긴다는 종교쟁이들은 위선자가 많아서 맘에 안 들지만 나리라면 뭐 참아줄 만하기도 하고.

 


난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는 편이었고, 혼자 날 키우시던 어머니는 날 초장이의 도제로 들여보냈어. 매일 싸구려 기름 젓고 심지 꼬는 나날이었지만 내가 철이 없었거든. 난 영웅담 속, 모험과 낭만으로 가득 찬 의적을 동경했어. 나리도 알지? 재수 없는 부자들 털어서 빈민들에게 나눠주고, 나도 좀 챙기고. 뭐 그 나잇대 남자애들 꿈이란 게 뭐 뻔하잖아? 그래서 뒷골목 친구들과 어울렸어. 단도질도 그 때 익혔고. 낮에는 공방에서 기술을 배우고, 밤에는 친구들과 밤이슬 맞고... 그러다가 시집 읽는 걸 좋아하는 동네 빵집 아가씨랑 눈이 맞았지 뭐야. 

 


주제 넘는다고 웃어도 좋아 나리. 답잖게 사랑 따위를 하게 되니까... 행복하긴 했어. 하지만 그게 참,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 초장이는 안정된 일자리긴 하지만 수입이 좋다고는 하기 힘들고, 좀도둑질 따위로는 모을 수 없는 큰 돈이 필요했어. 밤일을 나가는 횟수가 많아졌고, 점차 난 거칠어졌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로를 오가며 오가는 행인을 덮치기 시작했지. 부자만이 아니라 만만해 보이는 목표라면 아무에게나 손을 댔고, 좀 다치게 하는 것 정도는 망설이지도 않게 됐어. 의적? 얼어죽을. 

 


그만큼 낮의 일엔 소홀해졌지. 결국 실수로 불을 내고는 공방에서 쫓겨났어. 집에서도 쫓겨났고. 아가씨도 내가 위험한 일을 한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챘고, 제빵기술을 배워보라고 권했지만 난 무리하는 한이 있어도 큰 돈을 벌어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협박과 폭력으로 상대를 꺾고 짓밟는 게... 내심 즐거웠던 걸지도 몰라. 나리, 그 옛날 이야기 들어봤어? 니미럴 양심이란 건 마음 속 삼각형 같은 거라서, 험하게 굴리면 마음 속을 아프게 찌르지만 계속 굴리다 보면 모서리가 닳아 버려서 아무렇지도 않아진다는 그 이야기. 단도와 권총을 휘둘러 돈을 빼앗은 손으로 그녀를 안으면서도, 난 아무런 모순이나 가책을 느끼지 않았어. 씨발 꺼.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어. 강직하고 청렴한 걸로 이름 높던 보안관에게 덜미를 잡혔지. 보안관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의 개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내 몸에 밴 화약 냄새를 개가 알고 있었거든. 뭐, 그래서 결국 큰 집 신세를 지게 됐지. 바로 그 보안관 양반과 이 세상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재회하게 될 줄은, 그리고 그 짜증나게 올곧던 양반이 나 이상의 막장 주정뱅이가 되어 있을 줄은 전혀 예상 못했어. 헤헤... 모든 길은 끝이 있는 법이고, 그 양반도 예외는 아니었던 거지. 오, 방금 이 표현 괜찮지 않았어 나리? 잊어 버리기 전에 적어놔야지...



얼레, 그거 아편 아냐? 뭐? 손버릇 고치기 전에 챙겨놨다가 잊어버리고 있던 거라고? 응 그래 정말로 그렇겠지, 킥킥킥... 아, 고마워. 한 대 빠니까 기분이 좀 낫구만, 후우. 아무튼, 그 안에서 그녀 소식을 들었어. 돈 많은 귀족의 첩이 되어서 애를 낳았다더라고. 그리고 나는 살인도 태연히 저지르는 개자식이 되어 있었어. 사막의 나라와 전쟁 중이었고, 또라이 흉악범들은 질리게 많았고, 주변엔 온통 그런 년놈들이었으니까.



그 개자식은, 어느 날 죄수 폭동이 일어난 틈에 교도관을 처치하고 탈옥했어. 갈망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여전히 춥고, 피곤하고, 배고프고, 악에 받쳐 있었지. 세상 모두가 밉고 원망스러웠어. 수배령을 피해 하수도에서 숨어지내며 쥐를 잡아 산 채로 뜯어먹던 중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흐린 하늘에 가득한 구름이 잠시 걷히고, 별빛이 보이더군. 그래, 마치 오늘 밤의 바로 저 별빛 같은. 그 빛을 보는 순간...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지겨워졌어. 아무도 이 개자식을 모르는 먼 곳으로 도망쳐서, 그래도 아직은 젊고 튼튼한 편이니까 막일이라도 하면서 더 이상 범죄 따위 저지르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고 결심했어. 



하지만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도 돈이 필요했고, 할 줄 아는 거라곤 하나 뿐이었어. 무기와 정보를 마련하고, 이번에야말로 정말 마지막이라고 결심하고는 한 탕을 준비했어. 너무나 절박했고 다른 수가 없었지. 그래... 그 땐 그렇게 생각했어. 그리고 산길에 숨어 있다가, 화려한 문장이 찍힌 마차를 덮쳤어.



너무 쉬웠어. 몇 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머리는 팽팽 돌고, 팔다리엔 힘이 넘쳤지. 우선 마부의 대가리부터 날려 버리고, 겁에 질려 도망치는 경비의 목을 순식간에 따고, 멈춘 마차에서 인기척이 났어. 생각할 틈도 없었어. 순전히 몸에 익은 행동이었지. 한 순간, 반사적으로... 정말이야, 나리. 성스러운 빛에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진짜 저절로.... 손이 움직여서 방아쇠를 당겼어. 단 한 방.



모든 게 조용해졌지. 어두운 만족감이 마음 속에 차오르는 그 순간 묘한 충동에 사로잡혔어. 이 마지막 강도질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얼굴을 봐두고 싶다는 충동. 마차에 다가가서 문을 열었어.



익숙한 얼굴이 거기 있었어. 한 때 사랑했던, 그녀의 얼굴. 공포로 차갑게 굳은 채 식어가는 그 얼굴에 피가 튀어 있었어.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몸통에 커다란 총알 구멍이 뚫린 어린애. 



어딘지 모르게, 나를 닮았었어.



이게, 내가 이 영지로 온 이유야. 속죄? 난 그런 같잖은 걸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냐, 나리. 그 따위 것, 해서 뭐해? 내가 진심으로 내 잘못을 뉘우친다고 치자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아이가...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잖아. 그 빌어먹을 개자식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쓰레기는... 바로 나는... 내 죄로부터, 나 자신으로부터... 너무도 기나긴 길을 지나 세상 끝까지, 세상의 끝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가장 어두운 던전이 있는 곳까지 그저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서 마침내 여기까지 온 지금, 난 여전히 갇혀 있어. 이제 와서 내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아무렴 개가 똥을 끊겠어? 댁도 이젠 나 엔간히 알잖아 성전사 나리, 으응?

And

전작은 말할 나위 없는 명작이었지만 동시에 아서 플렉에게 지나치게 이입한 찐따 인셀들이 많아졌다는 문제도 있어서... 토드 필립스 감독이 왜 이렇게 스토리를 짰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이상한 쪽으로 영감을 받은 머저리들이 진짜 폭도가 되어 날뛰는 꼴을 보는 게 즐겁지는 않겠지. 나도 나름 작가고, 만약 내 작품이 그런 식으로 나쁜 사회적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되면 책임감을 느낄 거라는 게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닌데... 감독이 그걸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너무 사렸다는 느낌이 든다. 전작의 그 딱히 엄청나게 사악한 건 아니지만 냉혹하고 약자에게 무관심한 상류층과 그런 상류층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짓밟힌 하류층의 증오와 폭력성의 대비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비롯하는 그 불온한 에너지가 사라져 버렸다는 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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