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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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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분향소 지킴이 자원봉사를 갔다 왔다. 1년 전에도 갔다 온 게 기억 나서(그 때는 녹사평역 근처였지만)...

 

주여, 그 날 그곳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빕니다.

그리고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응당한 응보를 치르기를 빕니다.

And

주여, 진짜 생신이 아니신 줄은 알지만 그래도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전 그 분을 붙잡고 싶어했고, 그런 저의 어리석음 때문에 결국 그 분을 놓치게 되 버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그 분과 이어졌더라도, 저 자신의 문제 때문에 오래오래 행복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서로 상처만 주고 받았을 것 같아요 사실.

 

 

다만, 이런 날 정도는 그 분이... 기왕이면 저 같은 놈보다 훨씬 제대로 된 파트너와 함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저 같은 놈은 잊어버리고, 행복하기를.   

And

이태원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빈다. 

 

그리고,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마땅한 응보를 받기를 빈다.

 

 

어쩌면 내가 섬기는 신이 존재하지 않고, 내 신앙은 무가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언제나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난 믿고 기도할 것이다. 

 

분향소 지키는 거나 오랜만에 해볼까.   

And

어제는 목요일이고 해서 그냥 넘어가고... 오늘 퇴근해서 한 잔 하는 중.

 

만일 신께 생일선물을 바랄 수 있다면, 가능하면 빨리 죽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고 바랄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한 때 소중히 여긴 옛 친구들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뭐, 그 친구들은 이제 날 기억도 못 하겠지만. 

 

And

꿈에서 난 스님이 되어 있었다. 

 

깊이 명상에 잠기면 동네 잡귀들이 지나다니다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평소 존경하던 사람이 자신이 잘못됐다고 꾸짖는 것에 이르기까지 온갖 심마가 꼬이고 이것은 마음이 닦일 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내용의 설을 방장스님(이던 듯)께 듣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 상황에서는 뭔가 볼 일이 있어서 나와 다른 스님 세 분이 고속버스를 타고 어딘가 갔다와야 할 일이 생겼는데, 버스가 휴게소에 잠시 멈췄다. 나와 다른 스님 1명(좀 마르고 안경을 썼다는 것과 '지행'이라는 법명이 깨고 난 지금도 기억난다)은 속세의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작당을 했고 나는 아무거나 뭔가 달달한 거, 지행 스님은 햄버거를 각자 몰래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잠시 뒤 나는 결국 신앙과 양심에 찔려서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왔고 지행 스님도 돌아왔다. 

 

나:그래서... 그거 드셨습니까?

지행 스님:천상의 맛이었어...(황홀)

나:그래도 고기 패티는 빼고 드셨겠죠?

지행 스님:치즈도 뺐다....(서운)

 

하지만 결국 난 아무 것도 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스님 한 분이 묵묵히 나서서는 와플 반 쪽을 구해와서는 나한테 주더라. 다른 두 분께 조금씩 떼어주고, 내친 김에 우리의 파계행을 눈치채신 듯하던 방장스님께도 뻘쭘하게 한 조각 권했다가 거절당했다. 나는 남은 와플을 입 안에 밀어넣어 우걱우걱하며, 그 달콤한 맛이 너무 가슴아프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날라리 여고생들이 우리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냥 남은 길은 서서 가자 싶던 참에 잠에서 깼다.

 

깨고 나자 잠시 혼란스러웠다. 난 중인데 왜 이런 침대에서 자고 있는거지? 내 법명이 뭐더라? 몇 초 정도 그러고 있다가 간신히 나는 스님은 커녕 불교 신자조차도 아니라는 게 기억이 났다. 

 

내가 불교에 호감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꿈 내용 자체도 뭔가 굉장히 현실감이 있어서 블로그에 적어둔다. 그러고 보니 난 전에도 이런 식으로 '현실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일상을 대리체험하는 꿈'을 몇 번 꾼 적 있었지 아마. 

 

어쩌면 '현실의 나' 역시 누군가가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묘하게 불교적이네.  

And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은, 때때로 비열하다. '나나 내 자식이 죽은 게 아니니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고 계속 문제시하는 게 보기 싫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일 때는 특히 더.

 

 

주여, 그 날 그 곳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안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작 저 자신은 그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상, 이런 바람조차도 가져선 안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And

내 신앙이 여전히 가톨릭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폴라리스 랩소디의 이 구절이 가슴에 박히는 걸 보니.



"고해를 하는 이유는 죄사함을 받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죄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다가올 주님의 벌을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기다리기 위해서입니다."


주여, 당신께 제 속세의 복락을 기원하지 않습니다. 전 당신께 그걸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럽습니다. 아주 많이. 그를 견디기 힘들어 죽음을 자주 떠올린다는 걸, 그 죄를 감히 당신께 고백합니다. 

And

일단 지금은 남미 아마존 지역 일대 한정이지만, 앞으로도 그러할까. 현대인은 이미 전통적인 종교에서 섬기는 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섬기고 있다(자본주의라거나, 기술만능주의라거나). 기존의 종교들이 느리게 사멸해가는 건 이미 세계적인 추세고, 성직자는 갈수록 더 부족해질 것이다. 그 때도 사제의 결혼 허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고, 결국 그게 세계적인 대세가 된다면?

 

신보다는 자기 가족부터 챙기려 들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 보면 반드시 말썽이 생기게 된다. 자신이야 성직자니 어쩔 수 없더라도 자식은 좀 무리해서라도 꼭 스타 강사가 가르치는 대치동 유명 학원에 보내고 싶고 고급 관료나 대기업 임원 자식들과 인맥도 미리 좀 쌓아두고 싶은데 자신은 가진 돈이 없다. 그런데 바로 옆에 헌금함이나 교무금 봉투가 놓여 있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하다.

 

물론 중세 교황들도 뒤로는 첩질하고 사생아 낳고 마음에 드는 애한테 좋은 땅 물려주다가 자식들끼리 칼부림하는 꼴 지켜보는 등 할 거 다 했다. 하지만 그래도 대놓고는 못했고, 그런 짓 한 거 뽀록나면 라이벌에게 빌미 잡혀서 공격받고 입지가 약화됐다. 하지만 사제 결혼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면 횡령이나 청탁, 각종 비위가 만연할 것이다. 당연히 감찰이야 하겠지만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문제도 있고, 거기에 쓸 예산과 인력, 시간 소요를 생각하면 너무 효율이 나빠 보인다. 성직자도 인간이고, 난 인간 전반의 평균적인 도덕성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낮다. 

 

 

그렇게 되거나 말거나.... 사실 신은 섬기되 교회조직이나 인간이 만든 교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나로선 별로 상관은 없다. 그래도 여전히 내 신앙의 베이스는 가톨릭이고, 그런 입장에서 좀 씁쓸하긴 하다.

 

사제 숫자가 너무 적어서 문제라면 차라리 여성 사제를 허용하라고, 쯧. 

 

And

전 사람이, 그저 상대가 반항할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모욕하고 빼앗고 때리고 범하고 죽일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압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사실은 제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 때는 제가 품었던 증오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전 이제 그 희망을 증오합니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아주 가끔씩 이루곤 하는 정의나 유대는 아직 별로 싫지 않습니다. 

 

 

홍콩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And

제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그 사람의 반려가, 정말로 좋은 사람이기를.


그리고, 저는 홀로 견디다 죽을 수 있기를.


꼭 전해주고 싶은 게 있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는 것 하나만은 마음에 걸리지만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삶도 있는 거려니 합니다.


그 분은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그리고 저는 다만 혼자 살다 혼자 죽기를. 


아멘.

And

당신께 이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해달라는 기도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인간의 문제는 인간이 해결해야 할 테니까.


다만, 제가 용기를 갖고 패배할 수 있기를,


명예로이 죽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And

병실에서 보내자니 촘 글타. 


메리 부활절, 주님. 그리고 그 날 죽은 이들의 영혼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길 바랍니다.

And

생신 축하드립니다. 정확히는 당신이 인간으로서 세상에 오신 날이 오늘은 아니지만 뭐,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배례 올립니다.



제가 사랑했던 사람이,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기를.


그리고, 저는 명예로이 죽을 수 있기를.


And



선물 하나 청해도 될까요. 제가, 홀로 견디고 살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반한... 오래지 않아 이 감정도 흐려지고 끝이 나겠지만 아직은 연심이 남아 있는 사람도 곧 생일인데, 그 사람 역시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랍니다. 어차피 얼굴 하나만 보고 첫눈에 반했을 뿐인데 그런 제 감정이 제대로 된 사랑일 리 없다고 늘 생각했어요. 하지만... 만일 그게 사랑이 맞다면,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아멘.

And

옛 기억이 떠올라 새삼 침울해졌다. 난 기독교 신자고, 자살은 죄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그 때, '죽고 싶다'가 아니라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했을 때. 그 때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 할 나위없이 끔찍했다. 난 실패했고, 좀 더 살아 보기로 했지만....

난, 과연 신을 섬기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아직은 나름 신앙이 없지는 않지만, 절대로 자살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무너졌을 때, 하지만 그것마저도 실패한 나는 과연 '신을 섬긴다'고 할 수 있을까?

신께선 과연 지금도 내 기도를 들으실까?

And

 

 

그려진 지 이미 좀 된 물건 같긴 한데.

 

테러 희생자들의 죽음은 물론 추모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먼저 내게 몽둥이를 휘둘렀으니, 나는 총을 쏴서 반격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다 못해 슬픈 일이다. 상대는 돌멩이와 몽둥이 밖에 없고 나는 대전차 미사일과 거치식 기관총을 갖고 있다면 더욱 더.

And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 사랑하는 그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하기를. 그게, 제가 아니어도 됩니다.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기를.

 

전에도, 비슷한 기도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저는 내심 상대방도 저를 친구로 받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리고 어렴풋히 자각하고는 있었지만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또 다른 마음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당신이 알고 계십니다. 다시는 그 날을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엔 그 때와는 다를 겁니다.

 

 

그리고, 저는 홀로 견딜 수 있기를.

 

And

약속이 있어 나갔다 돌아오며, 반한 사람과 닮은 사람을 봤습니다. 반한 사람이 떠올라서... ...좀, 그렇더군요.

 

전 스스로가 무슨 사이코패스인 게 아닐까 하는 망상은 안 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 개인적인 고통과 절망들에 너무 깊이 파묻힌 나머지 남들의 입장과 감정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인간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런 경향 자체는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경향이 특히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많이요.

 

그런 문제를 갖고 있는 제가 누군가를 사랑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반한 사람이 이미 남자 친구가 있고, 그 사람에게 있어 저는 생판 남은 아닐 망정 약간의 면식 외엔 어떤 관계도 없는 '그 누군가'에 불과하리라는 게 고통스러우면서도 약간은 다행스럽습니다. 그 사람이 혼자였고, 운 좋게 제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졌고, 제가 어프로치를 하고, 그런 과정들을 거쳐서 좋은 관계가 되었다고 해도... 제가 그런 정서적 문제를 갖고 있는 이상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만 주고 받은 채 끝났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점이 조금은 다행입니다.

 

제가 더 이상 人間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거의 포기한 것도 그 고통과 절망들, 그 실패와 좌절들에 눌려 더 이상 거짓 희망을 갖고 싶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저의 그러한 자기몰입성 때문에 친구로서의, 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리라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여, 고백합니다. 더 이상 人間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볼 가능성이 작게나마 있는 블로그를 통해 이런 감정들을 토로하는 건.... 누군가가 동정도 우월감도 아닌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제 안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욕구가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전 압니다.

 

어쩌면 저는 누군가에게 동정을 받고, 그 동정심에 기대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싶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구심이 들 때면 스스로가 한 없이 추하고 끔찍하게 여겨집니다. 신의도 절조도, 더 이상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마지막으로 남은 명예만은 잃고 싶지 않은데, 만일 그조차도 거짓이라면? 제 명예마저도 그저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혹은 반대로 '온갖 좌절에도 불구하고 명예를 추구하는 나'라는 이미지를 어필해 보임으로써 얄팍한 동정심을 이끌어내거나 허세를 부리고 싶어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좀 더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제 고통과 절망들을 해결해 달라고 빌 마음도 없습니다. 전, 당신께서 그런 일을 하시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끔 이렇게 푸념도 하고 원망도 하지만, 전 여전히 당신을 섬길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전, 역시 그 때 죽었어야 했던 걸까요?

 

And

전 이제, 제가 한 때 더 없이 간절히 원했던 게 결코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압니다.

 

제 고독들, 제 절망들에 대해 당신 탓은 안 합니다. 제가 단 한 번도 제 세속적인 이익이나 복락을 기원한 적이 없음을 당신께선 압니다. 제 고통들을 덜어달라고 당신께 빌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견디다 못해 당신께 불평하거나 푸념을 늘어놓긴 합니다만.

 

하지만,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남은 삶 동안 홀로 그 모든 고독과 절망, 두려움을 견딜 힘은 이제 제 안에는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 좀 더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And

오, 주여. 전 머리로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제 감정을 결코 공유할 수 없으리란 걸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안 깊숙한 곳에서는 이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는 외침이 들립니다.

 

 

제 절망들이 노래하는 게 들립니다.

 

제가 틀린 겁니까? 틀린 것까진 괜찮습니다. 고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일 제가 틀렸다면 적어도 그걸 알고 싶습니다.

 

전 두 번 다시, 한 때 그랬던 것처럼 야비하고 비굴하게 살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습니다. 그것이 제대로 된 양심에 의한 게 아니라 일종의 강박관념이라는 걸 압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명예를 더럽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And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웃어 보이면서 제 손을 잡아 끌고 어디론가 달려가더군요. 저는 그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뛰어가다가 깼고.

 

....그렇게 깨어나자마자 거실 TV에서 '재보선에서 똥누리당 승리' 속보가 흘러 나오는 게 들리던데, 거 기분 한 번 참 앗쌀하더군요.

 

전 제 사랑이, 결코 가닿지 못할 거란 걸 압니다. 그 분 입장에서 저는 그저 '아는 사람 A'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이미 남자 친구도 있고, 하물며 저보다 오래 알아왔고 더 친한 남자 사람 친구들도 있는 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짓 희망은 갖고 싶지 않아요.

 

한참 집어 던져놨던 다른 문제도 슬슬 다시 떠오르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죽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객관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나빴을 때도 있었지만.... 아시잖습니까, 자살 충동이란 건 정말로 힘들 때보다는 그런 순간을 견뎠는데도 여전히 나한테 남은 거 쥐뿔도 없다는 거 자각할 때가 더 강하다는 거.

 

거짓 희망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런 것 따위에 의지하지 않아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해요. 주여, 비록 제 멋대로의 방식일망정 전 여전히 당신을 섬기고 있고, 스스로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상, 당신께 제 팔자 고쳐달라는 식의 기도는 못해요. 하지만 제 삶을 돌아보면 뭔가 좋은 게 생기긴 개뿔이고, 최악만 겨우 겨우 면하는 게 아무래도 제 팔자 같아요. 그리고 요즘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시밤 뒈질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단 말입니다.

 

한 때 더 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젠 하찮게 느껴져요. 아주 많이.   

And

"너의 운명은 신에게 속해 있다. 그를 거부하고 바깥에서 진리를 찾으려고 하면 너는 언제까지나 방황을 거듭할 것이고 이렇다할 성취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받았었다.

 

현실의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여러모로 안 좋고, 당분간은 호전될 기미도 안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주님, 당신께 모든 걸 의탁하겠습니다" 라고 기도한다면...

 

그건 신앙이 아니다.

 

신앙의 본질은 '간구'다. 마치 어린 아이가 어머니를 부르는 것처럼 자신의 영혼을 다해 신을 우러르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어머니를 부르는 이유는, 자신의 욕구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다만 자신이 근원을 두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희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돌아봤을 때, 내가 그런 식의 기도를 입에 담는다는 건 정말로 신을 경외해서가 아니라 신이 나의 운명에 개입하여 내 문제들을 해결해달라고 비는- 내가 그토록 경멸해왔던, 기복적 숭배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신앙이 아니다. 지금 내가 神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신앙에 의한 게 아니라 현세의 두려움에 의한 것에 불과하다.

 

비록 내가 '이단'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그렇게만은 할 수 없다. 인정한다. 방황에 지쳤다. 성취는 너무나도 멀다. 난, 두려워하고 있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이 모든 게 당신의 안배냐, 그것들이 결국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원망하기도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거창한 '계시'나 메시지 같은 게 아니라, 단순한 개꿈일 뿐이었을 수도 있고ㅋ

And

늦게까지 도서관에 있다 집으로 돌아온 뒤, 혼자 거실에서 술 마시면서 중얼중얼 기도 겸 술주정을 했다. 대강 내용은.... '시발 주님 제게 바라는 게 뭐에여' '요즘 제가 엇나가는 꼴이 썩 보기 좋지 않으실 거라는 건 아는데, (아마도 나쁜 의도는 그러시는 건 아니겠지만) 원래는 제가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더 실패를 겪고 좌절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해야 하는데 안 그러고 있어서 보기가 안 좋으신 건지 아니면 이제 고난의 시간은 얼추 끝나가는데 PTSD에 시달리는 베트남전 귀환병마냥 웅크리고 있어서 그러신 건지 모르겠음' '대체 내 인간으로서의 삶, 인간으로서 가진 신념, 인간으로서의 명예는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거임' 등등등.

 

알고 있다. 이 지상에 인간이 거의 70억이 다되가는데, 神이 그 중 한 명의 칭얼댐을 일일이 듣고 신경써야 한다는 건 불합리하다.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일망정, 神께선 아마도 인간을 사랑하실 것이다. 그리고 난 인간이다. 무엇보다도, 神은 다만 그 자체로 경외받아야할 존재이지 인간의 셔틀질 따위나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리 만무하고. 神이 인간의 만족(특히 세속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 한, 내가 겪어온 개인적인 불행들 때문에 '신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절조는 잃었고, 신의는 깨졌지만 아직 명예만은 남아 있다. 흔들리는 나 자신과, 변함 없이 빛나는 내 '명예' 사이의 공백에는 神이 존재한다. 그것이 내가 神을 완전히 떠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지독하게 우울하거나 화가 나는 날에는 기도를 하며 불평불만도 좀 늘어놓고 싶은 건 사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좀 하소연을 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대놓고 투덜댄다-_- 어젯밤에도 그렇게하다.... "제게 주어진 잔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겟세마네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적어도 당신의 독생자셨지만 전 70억 인간 중 하나에 불과하단 말입니다!" 로 마무리하고 잠들었었다. 그리고 꿈을 꿨다.

 

깨고서 몇 시간이 지난 지금은 급속도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긴 한데... 일단 비교적 뚜렷하게 기억나는 건 2가지 정도다.

 

1)인간 비슷한 두 형체가 내 앞에 서 있었다. 한 쪽은 왠지 모르게 위엄 있는 노인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 노인의 왼 편에 있는 쪽은 좀 더 젊고 기운찬 장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神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전에 몇 번 느낀 적 있는 초월적인 경외감은 이번에는 들지 않았다). 노인 같은 느낌이 드는 쪽에 상처가 아프다고 호소하자 그 쪽은 도자기로 된 작은 약병 같은 걸 내게 건네주었다. 그걸 받아든 채 내가 그간 견뎌야했던 고통을 상기하며 "이 잔, 제게서 거둬 주시면 안 됩니까?"고 묻자 그 쪽은 "그렇게 하라."라고 즉시 대답했고, 동시에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두 형체가 떠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자, 나는 그 둘을 급히 불러세워서는 방금의 그 노인 같은 쪽에게 "잠시만요, 좀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해보고 싶습니다." 라고 부탁했고 난 다시 내 안에 무언가가 깃드는 느낌을 받았다-그 전에, 왠지 약간 망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2)어머니를 만났다. 하지만 겉모습만 어머니를 닮았을 뿐 사실은 다른 그 무언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내게 말한 내용을.... 기억나는 한도 내에서 적어보자면 이렇다. "너의 운명은 신에게 속해 있다. 그를 거부하고 바깥에서 진리를 찾으려고 하면 너는 언제까지나 방황을 거듭할 것이고 이렇다할 성취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신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 전에 만난, 예지의 은총을 가진 수녀님이 너를 두고 그리 말하셨다."

 

깨고 난 뒤, 멍하니 앉아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 모든 운명들이 오직 신에게 속한 것이라면 내 인간으로서의 신념, 자존, 의지, 자의식, 그것들은 어떤 의미가 있지? 눈꺼풀 안쪽에 신의 영광을 새기고서 그 눈꺼풀을 꿰메어 버리라는 요구와 이것이 뭐가 다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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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머리가 좀 차가워진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하찮은 꿈일 뿐 어떤 종류의 계시 따위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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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포스트 제목은 드립이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 발표 이후,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말라키의 환시와 관련짓는 글들이 여럿 보인다. 저 예언 자체는 몇 년 전부터 돌던 거였는데, 나도 이런 분야의 음모론이나 예언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믿지는 않는다, 다만 재미 있으니+소설 소재로 괜찮은 게 많아서 이것 저것 찾아볼 뿐)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았는데 이번엔 솔직히 좀 움찔했다(...) 피우스 10세 전 교황이 "마지막 교황이 자리에서 내려올 때 사제들의 시신을 밟으며 바티칸을 떠나야 하는 모습"을 환시로 보았다고 이야기한 것도 생각나고, 파티마의 마지막 예언 떡밥도 떠오르고.

 

 

머리가 좀 차가워진 지금 생각해 보면 역시 인류 멸망 어쩌고는 지나치게 오버고.... 일단 말라키의 환시 마지막 부분은 익히 알려진대로, "로마의 베드로가 마지막 목자가 될 것이며 그의 양떼들을 많은 환란 가운데서 먹이게 될 것이다. 그 후 일곱 언덕의 도시가 무너져 내릴 것이며, 무서운 심판자가 그의 백성들을 심판하리라." 라는 귀절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신임 교황 후보로 지목되는 추기경의 이름이 '베드로'를 영어 식으로 읽은 Peter이며 일곱 언덕의 도시는 로마를 가르킨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웹을 좀 더 돌아보니 마지막 교황이 될 '로마의 베드로'가 고유 숫자가 주어져 있지 않으니(비오 6세, 요한 바오로 2세라는 식으로)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의 적통을 잇는 진정한 '교황'이 아니라 세속적인 정치력을 통해 지명된 가톨릭의 '수장'일 뿐이며 그로 인해 가톨릭 최후의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 해석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저 마지막 구절은 다만 객관적 상황만을 묘사한 것일 뿐 그가 무슨 거짓 예언자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하는 건 너무 멀리 나간 거라는 해석도 있고. 환단고기랑 엮는 해석도 있더라-_- 찾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교황이 사실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친구도 있을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전대갈도 가톨릭 세례명이 베드로였지(........)

 

 

그리고 내가 보기엔 그런 건 다 가당찮은 소리다. 당장 역사적으로만 봐도 동 시대에 세 명씩 교황이 존재하며 서로를 이단으로 지목하고 파문 선고를 내린 막장 시절도 있었고, 막장 분야의 레전드로 길이길이 손꼽히는 알렉산더 6세 같은 케이스도 있다. 신께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상에 스스로의 영광을 드러낸다. 가톨릭 교회도 다만 신의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며, 교황 역시도 '베드로의 적통을 이어받은 하늘 열쇠의 수호자' 같은 게 아니라 인간들이 모여 세운 종교 조직의 수장일 뿐이다. 가끔 기도 드리며 불평도 하고 화를 낼 때도 있지만........ 어...... 음...-_-... 난 신은 믿지만 종교는 믿지 않는 입장으로써, 적어도 아직까지는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방식일망정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싶고, 알렉산더 6세나 그 아들내미 같은 친구들이 진정한 사제라면 존내 눙밀이 처흐를 거 같다(...)

 

 

굳이 억지로 신비주의적 해석을 하지 못할 건 없긴 한데... 만일 정말 말라키의 환시 그대로 가서, 가톨릭 교회가 종말을 맞이하고 '무서운 심판자'의 집행이 이뤄져서는 남은 성직자들이 수많은 교파로 갈라져 이합집산한 끝에 결국 완전히 사라진다 해도 내게는 별 의미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한 때나마 스스로를 가톨릭 신자라고 규정했고, 지금도 일종의 버릇 비슷하게 꼬박꼬박 식사 전 기도를 하고 가끔 성경도 꺼내 읽는 입장에서.... 이래저래 꽤나 복잡한 감상이 들긴 할 것 같다...

 

사임 연설 직후 성 베드로 대성당에 떨어졌다는 낙뢰. 사진 멋있다...:Q

 

PS=내가 오컬트나 음모론 같은 걸 좀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이번 일을 두고 인류 멸망 어쩌구로는 도저히 연결을 못 시키겠다. 말라키 대주교는 중세인이었고, 당시 중세 유럽인의 사고방식으로서는 가톨릭의 종말이 곧 세계의 멸망처럼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 거기서 살았다면 나라고 해서 달랐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거야 그 때 사람들 관점이고.... 정말로 이게 인류 멸망 내지 세계 종말로 이어진다면 오늘 낮에 잠깐 낮잠 잤을 때 내 꿈에 나타나서 엄청 시무룩해 보이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하고 화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수염난 아저씨가 예수 그리스도고, 내가 봤던 풍경들이 천국의 모습이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멸망'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대로... 전쟁이 되었건 환경 격변이 되었건 운석 충돌이 되었건, 그런 물리적인 형태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무언가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일종의 '특이점'이 오고 있다는 막연한 예감은 든다. 그 변화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그치겠지만, 아주 거대한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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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짜는 걸 도와 드렸다.

 

어머니의 종교에 간섭하고 싶지는 않지만, 각본 내용 상 목사와 신을 동일시하는 듯해 미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어머니는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쓰신 걸테고, 지금까지 어깨 너머로 본 바로는 그 목사도 제법 개념이 잡힌 편이다. 요란한 교회 건물 대신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목회하는 것도 일단 호감이고. 하지만 목사 자신은 개념이 있다 해도 장로니 집사니를 비롯해 그 신도들까지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내가 '종교 조직'으로서는 개신교보다 가톨릭을 더 신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가톨릭은 대교구의 명령에 따라 주기적으로 사제가 순환 근무를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목회자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정도가 개신교보다 훨씬 덜하고, 개인보다는 교리와 시스템이 중시된다.

 

나야 뭐 종교 조직에 속할 생각이 없으니 별 상관 없지만, 어머니가 괴랄한 목사한테 낚이는 건 보고 싶지 않다. 그 목사한테 한번 연락을 해볼까... 다음 주 화요일 공연이라고 하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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