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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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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난 스님이 되어 있었다. 

 

깊이 명상에 잠기면 동네 잡귀들이 지나다니다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평소 존경하던 사람이 자신이 잘못됐다고 꾸짖는 것에 이르기까지 온갖 심마가 꼬이고 이것은 마음이 닦일 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내용의 설을 방장스님(이던 듯)께 듣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 상황에서는 뭔가 볼 일이 있어서 나와 다른 스님 세 분이 고속버스를 타고 어딘가 갔다와야 할 일이 생겼는데, 버스가 휴게소에 잠시 멈췄다. 나와 다른 스님 1명(좀 마르고 안경을 썼다는 것과 '지행'이라는 법명이 깨고 난 지금도 기억난다)은 속세의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작당을 했고 나는 아무거나 뭔가 달달한 거, 지행 스님은 햄버거를 각자 몰래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잠시 뒤 나는 결국 신앙과 양심에 찔려서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왔고 지행 스님도 돌아왔다. 

 

나:그래서... 그거 드셨습니까?

지행 스님:천상의 맛이었어...(황홀)

나:그래도 고기 패티는 빼고 드셨겠죠?

지행 스님:치즈도 뺐다....(서운)

 

하지만 결국 난 아무 것도 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스님 한 분이 묵묵히 나서서는 와플 반 쪽을 구해와서는 나한테 주더라. 다른 두 분께 조금씩 떼어주고, 내친 김에 우리의 파계행을 눈치채신 듯하던 방장스님께도 뻘쭘하게 한 조각 권했다가 거절당했다. 나는 남은 와플을 입 안에 밀어넣어 우걱우걱하며, 그 달콤한 맛이 너무 가슴아프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날라리 여고생들이 우리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냥 남은 길은 서서 가자 싶던 참에 잠에서 깼다.

 

깨고 나자 잠시 혼란스러웠다. 난 중인데 왜 이런 침대에서 자고 있는거지? 내 법명이 뭐더라? 몇 초 정도 그러고 있다가 간신히 나는 스님은 커녕 불교 신자조차도 아니라는 게 기억이 났다. 

 

내가 불교에 호감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꿈 내용 자체도 뭔가 굉장히 현실감이 있어서 블로그에 적어둔다. 그러고 보니 난 전에도 이런 식으로 '현실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일상을 대리체험하는 꿈'을 몇 번 꾼 적 있었지 아마. 

 

어쩌면 '현실의 나' 역시 누군가가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이것도 묘하게 불교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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