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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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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만나고 오면 늘 기분이 복잡하다. 

And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등의 말들이 개소리만도 못한, 아무 의미도 없는 공기의 진동에 불과하다는 걸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삶이 좀 덜 고통스러워진다. 물론 삶의 기쁨에도 둔감해질테지만, 기쁨을 느끼지 못해도 견디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고통이 너무 크면 그렇지 않다.

 

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And

당연히 스포 많음.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거나 한 요소들은 가급적 언급 안하고, 확고한 장단점 위주로 쓴다.

장점:
1)라이트세이버 검술과 포스가 조합된 멋진 전투씬. 특히 초반 레이와 카일로 렌과의 1차전은, 둘이 물리적으로 다른 장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깨어난 포스부터 강조된 둘 간의 강한 포스 연결에 힘입어 마치 한 장소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처럼 공방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특이점을 굉장히 멋지게 시각화시켰다. 그저 정신적인 대결이 아니라 전투에 휘말려 상대방 주변의 기물이 파괴된다거나 하는 요소가 잘 살아 있어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라제 때 스노크 앞에서 싸우던 장면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2)과잉되지 않은, 자연스럽게 나타난 '올바름':라제에서 짜증났던 게, 원론적으로는 옳은 주제를 너무 촌스럽고 직설적이며 교조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런 거 자체를 'PC주의(엄청 웃긴 표현이다)'라고 부르며 ㅂㄷㅂㄷ거리거나 '대중 영화에 사상 담으면 안 된다' 같은 병맛 넘치는 소리를 늘어놓는 얼간이들의 광광거림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다. 하지만 라제는 그냥 수준이 너무 형편 없었다(카미카제 씬을 떠올리면 지금도 빡친다.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하는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훨씬 절제된 방식으로,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고 그를 보여준다. 츄바카가 메달을 받는 장면, 마지막에 레즈비언 커플로 추정되는 두 여성이 키스하는 장면 등.

3)전체적으로 깨알 같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추억팔이 꺼리들:랜도 칼리시안의 재등장과 반가워하는 츄바카(에피 5에서는 츄바카가 랜도의 팔을 뽑으려 했었지ㅋ), 엔도 행성에 추락해 있는 데스스타2의 잔해, 포스의 영이 된 루크가 레이 앞에서 띄워 올리는 엑스윙, 다시 얼굴 비친 이워크 등등.      


단점:
1)너무 뜬금 없는 팰퍼틴의 재등장 및 레이와의 관계. 사실 깨어난 포스 때부터 레이가 팰퍼틴이나 아무튼 시스 쪽 네임드와 뭔가 연관이 있으려니 싶긴 했다. 스토리 내적인 근거보다는 그저 '카일로 렌이 한과 레아의 자식이라는 '빛'에서 태어나 '어둠'을 지향하는 인물이니 그 대극인 레이는 반대로 '어둠'에서 태어나 '빛'을 지향하는 인물로 설정되어야 아다리가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결국 그 추측이 들어맞긴 했는데 전혀 감흥이 없다. 이 스타워즈 시퀄 3부작은 구 6부작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타워즈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라제에서는 그걸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무리수를 많이 둔 데다가 너무 터무니 없는 초전개가 많아서 문제였을 뿐 그러한 근본적인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얌마. 


팰퍼틴은 옛 은하계를 어둠으로 뒤덮으려고 했던 절대악으로, 결국 다스 베이더는 스스로를 희생해 그를 제거함으로써 포스의 균형을 가져올 자라는 예언을 실현시키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구원하게 되었다(클래식 3부작의 주인공은 루크고, 이 과정에서 루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결국 개심하고 최종보스에게 막타를 친 게 베이더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 전까지 보여준 최종보스다운 사악한 카리스마는 물론 강렬하기 짝이 없었지만, 상징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팰퍼틴(나아가 시스 세력)은 노골적으로 나치를 모델로 한 악역 집단으로써 21세기에는 안 어울린다(물론 나치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임팩트 있는 개새끼들이 표방했던 잔인한 배타성과 선민의식, 차별주의는 현대에도 세계 각지에서 건재하지만, 그게 나타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상징성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깨어난 포스와 로그 원을 통해 처음 스타워즈 시리즈를 접한 젊은 관객들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그래서 팰퍼틴이 누군데 십덕 새끼야'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쌍제이는 앞서의 두 작품에서 언급 한 마디 없었던 팰퍼틴을 뜬금 없이 되살려내서 다시 최종보스로 삼았다. 아니 그럼 베이더의 그 장렬했던 희생은 뭐가 된 건데 응응응? 


주절주절 말이 너무 많다는 문제도 있다. 팰퍼틴은 레이에게 "나를 죽여라, 그럼 네가 팰퍼틴 여제가 될 것이다"라고 대놓고 말해 버린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면 레이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으니 한 소리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자신의 의도를 그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밝힌다는 게........ 어............ 음........넹...............................................-_-  

2)엑세골에 대충 데굴데굴 굴러 다니고 있는 신형 스타 디스트로이어:확 깨는 설정. 영화의 내용으로 봤을 때 이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은 사실 살아남았던 팰퍼틴이 재기를 꿈꾸며 총력을 동원해 다시 모은 한타 병력이다. 물론 그만큼 강하고 임팩트 있게 나와야 맞긴 하다. 하지만 하나 하나가 데스스타급 파괴력을 가진 주포를 상비하고 있는, 설정 상으로는 역대 최강의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얼핏 보기에도 100대 넘게 날아오르는 건 너무 오버 밸런스다. 분명 '와 씨 개쩐다' '전례 없는 위기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장면인데 '이런 깡촌 변두리 행성에서 저 정도 함대를 꾸릴 수 있는 자금과 자재, 인력은 어디서 나온 거지?' '이 정도 대공사를 치르는 게 티가 안 날 리가 없는데?'라는 생각부터 든다.


말하자면... 깨어난 포스에서 퍼스트 오더라는 듣보잡 집단이 겨우 수십 년 사이에 신 공화국 내부에서 세를 불려왔고 영화 시작부터 이미 강력한 적대 세력이 되어 등장하는 거 보면서 '저게 말이 되나?' '초기 상황 세팅일 뿐이니 그러려니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너무 신경쓰이는데?' 생각 들었던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하나 하나가 데스스타나 다름 없는 이 전례 없는 막강한 함대는 레이가 포스 라이트닝 받아치기살법 한 방으로 팰퍼틴을 물리치는 순간 너무 허무하게 무너진다. 에피 4의 데스스타는 영화 절반이 그걸 파괴하기 위한 과정으로 채워졌고, 훗날 나온 로그 원에서 진 어소 일행이 그 설계도를 빼돌리기 위해 희생하는 과정을 보여줘서 비장함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스타 디스트로이어 함대의 경우는 '뜬금 없이 갑툭튀한 지나치게 강한 적이, 또 너무 뜬금 없이 전멸했다' 싶어서 감정적으로 따라갈 수가 없다. 야임마.

3)헉스의 뜬금포 배반과 사망:권력욕에 눈이 멀어 정치적 라이벌일망정 어디까지나 같은 편인 카일로 렌을 제거하기 위해서 명백한 적인 저항군과 손을 잡는다는 거 자체는... 뭐, 현실 역사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깨어난 포스에서 묘사된 헉스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적대 세력 중에서도 신비주의적, 초월적, 영적 성격을 띄는 적인 '시스'와는 대비되는 물질주의적, 세속적, 현실적 성격의 적인 '제국의 부와 군사력, 직접적인 억압성'을 상징한다(클래식 트릴로지에서는 다스 베이더와 타킨 총독이 각각 그 역할을 맡았다). 그걸 명백히 드러내는 장면이, 의지의 승리를 패러디한 그 연설 장면이다. 그런데 라제에서는 비중이 폭락해서 카일로에게 충성충성충성거리는 개그 캐릭터가 되었다가, 이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뜬금 없이 죽어 버린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습니까 쌍제이? 라제 감독은 라이언이었으니 댁이 직접 책임은 없긴 한데, 그래도 정말로 이런 식으로 수습하는 게 최선이었냐니깐?  

4)레이-카일로 러브라인 극혐:솔직히 인정한다. 나 원래 로맨스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공정하게 못 보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둘의 러브라인은 도대체 이해해먹질 못하겠다. 카일로는 둘째치고, 레이 입장에서 카일로는 단순한 적일 뿐 아니라 지 애비를 찔러 죽인 패륜아고 자신에게도 잔혹한 고문을 가한 상대다. 옘병 장난하냐? 
주관적으로는 이 둘 키스 씬 보고 라제에서 핀과 로즈가 뜬금 없이 키스하는 장면을 봤을 때랑 똑같이 빡쳤다. 그리고 객관적으로는 그보다 더 질이 나쁘다고 본다. 게다가 이후 카일로는 포스의 영으로 승화한다. 저기요, 포스의 영 바겐세일 기간입니까 요즘? 포스의 영이란 거 원래 최고의 제다이 중에서도 한정된 극소수만 될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총평:
미친 듯이 욕을 먹은 라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결국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스타워즈를 포기하고 억지로 추억팔이용 옛 소재들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던 쌍제이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래도 그런 영화 외적인 이유로 실드쳐주기엔 너무 눈에 밟히는 문제점이 많다. 좋게는 평가 못하겠다. 

And

바로 엊그제 혼자 술 마시면서 '요즘 너무 많이 마셨어' '오늘까지만 마시고 당분간 좀 자제하자' '다른 문제도 많은데 알콜 중독까지 추가하고 싶지 않아' 생각했는데 역시 좀 마셔야겠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취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지쳤고, 정떨어진다. 아주 오래 전부터,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한 때 소중히 여겼던 모든 것들이 이제 묘비에 새겨진 낡은 흔적이 되었고, 끝없는 안개 속에서 그 수많은 차디 찬 묘비들만이 날 둘러싸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저 빨리 죽어서,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And

아마도 나만 일방적으로 '그리운 옛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고, 정작 그 '친구'들은 나에 대해선 거의 잊어 버리고 각자의 삶을 사는데 바쁠 거라고 여기며 내 그리움을 억누르곤 한다. 

 

그런 이유도 있고, 내 감정이 진짜 옛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은 아마도 아닐 거라고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겠지. 이젠 나도 아저씨라고 할 만한 나이가 됐는데 아직까지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구나 싶어서 스스로가 약간 한심하다.   

And

코로나 진단 예약을 해놨다. 사실 난 지금 그냥 죽어도 별 상관은 없다만... 전염이 문제지. 

And

난 대학생이었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착잡한 심정으로 검은 정장을 꺼내 입고 수업에 들어갔었다. 하루 종일 멍했다. 같은 기숙사에 살며 종종 마주치던 교환학생 하나가 썸 스페셜 데이냐고 묻길래 서툰 영어로 "ex-president was die" "it's suicide" "i admired him" 등의 대답을 힘겹게 꺼내놨다. 

사실 '존경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했다. 이라크 파병과 노동 문제 때문에 난 노무현 대통령을 썩 좋아하지 않았고, 그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를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죽어선 안 될 사람이라고 여겼기에, 살아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극복하기를 바랐기에... 그런데도 그가 그렇게 죽었다는 것 자체에서 배신감을 느꼈기에 난 슬퍼하면서도 교내에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의견에는 반대했었다.

 

그렇게 죽어선 안 될 사람이었다. 그렇게는.

11년이 지난 오늘, 그저 그립다. 

And

내 절망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And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오직, 나만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정작 그들의 이미지는 오직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고 현실의 그들은 각자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텐데.

 

그들이 한 없이 그리우면서도, 내 그리움은 그저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것일 뿐이라는 걸 안다. 

 

내가 얼른 죽어서, 가능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And

지난 인연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그립다. 하지만 막상 그 사람들을 만나면 내 그리움은 경계심에 뒤덮여 버리곤 했다. 이제는, 내 그리움과 경계심이 뒤섞인 태도에 그 사람들도 질렸으려니 싶다. 

 

..........

난, 어떤 기억들 때문에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싫다고 내내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이나 그리움 비슷한 감정은 끝까지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다들 잘 지내세요, 그리울 겁니다. 안녕히.

 

And

이 공식 만화를 보고 삘 받아 쓴 것. 본문에 언급되는 '사막의 나라와의 전쟁'은 당연히 십자군 전쟁. 이 외에도 성전사 역시 이 때 참전했다거나, 중보병 역시 용병으로 고용되어 참전했었다거나, 본문에 언급되는 흑마법사는 핫ㅅ... ...신비학자의 스승이라거나, 괴인은 흑마법사가 관련된 인체실험의 희생양이었다거나, 야만인의 고향에도 다키스트 던전 지하의 '그것'과 비슷한 악마의 전설이 있다거나 뭐 그런 망상을 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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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질 않나 보구나, 얘야. 뭐? 또 그 꿈을 꿨다고? 땅 아래, 끝없는 어둠 속에서 끔찍한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는 그 꿈? 울지 말거라, 걱정할 필요 없단다. 그렇지, 오늘은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마.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무 걱정도 들지 않을 거다.

 

 

옛날, 어떤 왕국이 있었단다. 왕국은 한 때는 강성했지만 오랜 기근과 역병으로 점차 쇠락해가고 있었어. 게다가 왕가에는 오랫동안 후사를 이을 왕자가 태어나지 않았었지. 한 때는 강하고 부유한 나라였으니만큼 그럭저럭 꾸려나가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 보이고 있었지. 왕과 왕비는 왕국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멸망해가고 있다는 걸 짐작하고는 그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매일 정무가 끝나고 나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기도실에 틀어박혀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위대한 빛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 결국 빛조차 그 정성에 감동했는지, 왕자가 태어났어. 어린 왕자는 영리했지만 몸이 무척 약했단다. 그래서 왕과 왕비는 왕자가 잘 자라서 왕위를 이어 받는 그 날을 기다리면서도 혹시 큰 병에 걸려 죽지나 않을까 걱정했단다.

 

 

왕자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서 의식을 찾지 못한지 열흘째 되던 날, 왕과 왕비는 근심을 억누르다 못해 결국 빛께서 금지한 수단에 손을 대기로 결심했지. 광활한 대사막 건너 동방에 신비한 사막의 나라가 있었는데, 사막의 나라는 빛을 섬기지 않았기에 왕국을 비롯한 서방 대륙의 나라들과는 오래 전부터 적대관계였어. 그 사막의 나라에서 온 흑마법사에게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으니 왕자를 건강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야.

 

 

흑마법사가 대가로 무엇을 요구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하지만 왕자는 기적처럼 건강해졌어. 몇 년 뒤 왕과 왕비는 승하했고, 왕자는 젊은 나이로 왕좌에 올랐어. 그 후 수십 년 동안이나 왕자는, 아니 이제는 왕이지. 왕은 현명하고 자비롭게 왕국을 잘 다스렸고, 몇 번 정도 사막의 나라와 전쟁도 벌어졌지만 모두 승리했단다. 모든 이들이 왕의 이름을 칭송했지. 왕국의 역사, 나아가 서방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그만큼 만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왕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거야.

 

 

그러면서도 세월이 흘러, 다시 사막의 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어. 이번엔 몇 년이나 이어지는 큰 전쟁이었지. 서방 대륙의 나라들은 연합군을 결성해 동쪽으로 파견했고, 이제는 나이가 든 왕도 그 일원으로서 군대를 이끌고 참전했단다. 하지만 큰 전투에서 패배하고, 왕은 소수의 친위대와 함께 고립되었지. 그 때 전장에 흉측한 악마들이 나타났고, 악마들은 끔찍한 힘으로 양 세력을 모두 공격하기 시작했어. 왕은 지금까지 싸우던 사막의 나라 군대 지휘관에게 특사를 보냈고 급히 악마에 대항하는 임시 동맹이 맺어졌단다. 처절한 싸움 끝에 전장에 남은 건 오직 왕과 우두머리 악마 단 둘 뿐이었지. 우두머리 악마는 결국 왕이 휘두르는 육중한 대검의 칼날 아래 쓰러졌지만, 마지막 순간 왕의 이름을 부르며 비웃었지. 우두머리 악마는 바로, 어린 시절 죽을 뻔한 왕을 살려낸 그 흑마법사가 섬기던 존재였던 거야. 악마는 선왕과 왕비가 치렀던 끔찍한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밝히며 너의 존재 자체가 빛에 대한 끔찍한 죄악이라고 왕을 조롱한 뒤 사라졌단다.

 

 

사막을 헤매던 왕은 그를 찾아 헤매던 정찰병들에게 발견되어 간신히 주둔지로 돌아왔지. 기나긴 전쟁에 양 세력 모두 지쳐 있었고, 곧 휴전조약이 맺어졌지만 ‘성지’는 사막의 나라가 가져갔지. 말이 좋아 휴전일 뿐 사실 패전이나 다름없었어.

 

 

사랑하는 왕국으로 돌아 온 왕은 전처럼 낮에는 국정에 전념하고 밤에는 책을 읽었지만 내심으로는 결코 자신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 왕의 명민하던 눈은 총기를 잃었고, 고뇌와 절망으로 흐려졌어. 게다가 왕의 육체까지 더럽혀지기 시작했단다.

 

 

문둥병, 위대한 빛께서 내린 천벌. 피부의 감각이 없어지는 걸로 시작해 산 채로 몸이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병. 왕은 그 병에 걸렸어. 요즘은 몇몇 의사들이 문둥병도 그저 병일 뿐 천벌이나 저주 같은 게 아니라고 조심스레 주장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만, 왕은 의심을 떨칠 수 없었어. 이 병은 위대한 빛께서 내린 벌이 아닐까? 아니면 이 역시 선왕 폐하와 비 전하가 치러야 했던 그 대가의 일부일까?

 

 

처음에는 두꺼운 화장과 의복으로 충분히 증세를 숨길 수 있었지만 잠깐 뿐이었어. 외국의 사절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실수로 나이프에 손을 크게 베었는데도 고통을 느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는 것부터 해서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 왕은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이 악화되어 공식석상에 나갈 수 없다고 선포하고는 장막 뒤로 물러나 통치를 계속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단다. 자신의 병이 퍼져나갈 가능성, 권력 불안정으로 인해 신하들 사이에 암투가 생길 가능성을 걱정한 끝에 결국 힘든 결단을 내렸어. 건강이 나빠져 왕위를 친척에게 양위하고는 요양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날 것을 선언한 거지.

 

 

아끼던 검을 차고, 붕대를 새로 감고 가면을 고쳐 쓰고, 왕자 시절부터 아끼던 주석 플루트와 즐겨 읽던 시집들 몇 권만을 챙긴 왕이 수도를 떠나는 날이 왔어. 수천, 수만에 달하는 백성들이 거리로 나와 꽃을 뿌리며 눈물을 흘렸단다.

 

 

국경까지 마지막으로 왕을 전송했던 수행원이 왕께 청했지.

 

 

“제가 섬길 분은 한 분 뿐입니다. 어디까지고 함께 가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경의 봉사는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백성에게 바쳐져야 하네. 왕은 그를 위한 도구일 뿐이지. 허락하지 않겠네.”

 

그 분은 고개를 들어 한 때 자신이 왕으로서 다스렸던 나라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말씀하셨단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으로군. 이 풍경을 지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바칠 때가 왔네. 난 행복했었어.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로군, 마치 기나긴 밤이 끝나고 아침 햇살이 내리쬐면 밤의 어둠과 함께 사라져야 할 새벽이슬처럼."

“어디로 가실 것인지, 그것만이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 정하지 않았네. 다만, 전쟁 도중 어떤 영지의 소문을 들었지. 왕이었던 자가 죽어 묻힐 곳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

왕이셨던 분, 또한 여전히 왕이신 분은 슬퍼 흐느끼는 수행원에게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는 빛의 경전 구절과 더불어 마지막으로 축복을 내리시고는 어둠이 내리는 머나먼 땅으로 홀로 떠나셨단다.

 

 

편히 잠들거라, 얘야. 그 분은 지금도 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싸우고 계시단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

 

 

+

 

 

젊은 가주는 집무실에 앉아 눈 밑에 낀 검은 기미를 쓸어내렸다. 눈꺼풀 안쪽에 모래알이 가득 낀 듯했다. 선조의 편지를 받고 이 영지에 도착한지도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필사적으로 일한 결과 산적 여단이 장악하고 있던 옛 길의 안전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고, 그를 통해 외부의 용병 및 상인들도 왕래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주엔 폐허 깊은 곳에서 시체를 되살리고 있던 사령술사를 쓰러뜨렸다는 낭보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영지를 둘러싼 숲에는 독기가 어려 있었고, 저택 지하에 펼쳐진 광대한 폐허에서는 생명 없는 백골들이 헤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으며, 버려진 사육장으로 이어지는 지하도에서는 악취가 풍겨 나왔고, 굳게 입구가 걸어잠긴 안뜰 너머에서는 요사스런 핏빛 안개가 맴돌았다. 해안을 적시는 파도소리는 불길했고, 반쯤 무너진 방앗간이 버티고 선 황폐한 농장에서는 밤마다 섬뜩한 녹색 광채가 일렁거렸다. 선조가 편지에서 경고했던, 가장 어두운 던전 속의 형언할 수 없는 악마를 상기할 때마다 모골이 송연했지만, 해내야만 했다.

 

 

가주는 책상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품위 있는 동작으로 계약서를 집어 꼼꼼하게 읽었다. 문득, 피로한 와중에도 가주는 남자의 말투나 태도가 굉장히 정중하면서도 고풍스럽다고 느꼈다. 용병은 거칠고 상스런 자들이고, 글 같은 건 아예 모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시스터 주니아나 파라켈수스 양처럼 돈만이 아니라 도덕적 대의나 종교적 신념, 희귀한 지식 등을 원해 영지로 온 이들도 가끔 있었지만, 이 남자의 분위기에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독특한 데가 있었다. 이제는 몰락했지만 아직 찬란하던 과거의 잔광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이 영지의 저 까마귀 문장처럼.

 

 

천천히 저무는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집무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남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남자는 ‘볼드윈’이라는 이름을 계약서 서명 란에 적어 가주에게 돌려주었다. 힘차면서도 유려한, 서명한 자의 지성과 교양이 묻어나는 필체였다.

 

 

“볼드윈 씨라고 부르면 되겠군요. 혹시 예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 그저 개인적 흥미일 뿐이니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영주님. 전 죽을 곳을 찾아 온 병든 떠돌이일 뿐입니다. 예전에는 어쨌건, 지금의 저는….”

 

 

가주는 순간 가면 너머에서 남자가 빙그레 미소 짓는다고 느꼈다.

 

 

“…아무 것도 아닌 자에 불과합니다.”

 

And
And

술 마시면서 개표방송 보쟈........

 

내일부터 여전히 불만족스럽지만 그럭저럭 납득한 채 다시 내 남루한 일상을 이어가게 될지, 분노와 투쟁심으로 싸우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And

난, 내가 진정 원하는 게 결코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괜찮다. 

 

....15일날 개표방송 보면서 한 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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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진당과 그를 계승한 민중당의 이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민중당이 공식적으로 "김씨 3부자 개새끼!" 안 하는 것도 나름 일리는 있다. 한국 사회에서 레드 컴플렉스는 뿌리 깊고, "네가 북한 체제까지 옹호하는 건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라는 외부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건 빨갱이 놀음 프레임에 갇히기 쉽다. 김씨 3부자 개새끼라고 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 않으면, 역시 빨갱이라고 욕할 것이다. 결국 빨갱이라는 단어에서 비롯한 부정적 이미지만 고착된다. 

 

그래도 나는 그걸 감수하고 외쳐야한다고 본다. "김씨 3부자 개새끼!"

 

또 다른 이유로, 민중당의 경우 그런 경향이 희미한 편이지만 그 전신인 통진당은 민족주의 경향이 강했다는 것도 있다. 나는 '민족'이란 개념 자체가 사회적 발명품이고, 나름의 효용은 있지만 그 자체가 그렇게까지 가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하나된 순수한 우리 민족' 같은 것에 매달리다 보면 나치 새끼들이 되기 쉽다. 독일처럼 전쟁은 안 할 수도 있지. 하지만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들은?

지금 민중당이 그런 경향이 약해 보이는 건 그저 전략적으로 우선순위를 미뤄 놓은 건지 아니면 민족주의와 결별한 건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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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빗방울이나, 모래알 같은 걸로 태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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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끊을까. 평소엔 잘 누르고 있다가도 술이 들어가면 자꾸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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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하게 노동자를 탄압하는 냉혹한 자본가' 라는 이미지도 지금의 현실에는 별로 부합하지 않는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삶에 그냥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저냥 사는 한국의 서민들이 전쟁과 기아가 횡행하는 아프리카 소국에 대한 기사를 읽고 막연히 불쌍하다는 생각 정도는 하지만 어차피 나와는 다른 세계 이야기로 치부하고 곧 잊어 버리듯이. 그런 자본가처럼 되고 싶어하는 노동자들이 서로를 죽인다. 그리고, 죽은 이들은 귀신으로써 자본가의 햇살 가득한 정원과 화려한 거실 주변을 떠돈다. 이 영화는, '시체들의 새벽'의 21세기 한국 버젼으로도 볼 수 있다. 

만일 내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썼다면 기택 가족은 영화보다 더 필사적으로 박사장 가족에게 기생하려고 하는 한편 박사장 가족도 몰락하기 전의 기택 가족과 같은 서민들을 후려쳐서 돈 모은 또 다른 종류의 기생충으로 묘사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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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스포 많음. 전에 이미 재미있게 봤었지만 아무래도 좀 의아한 구석이 많았는데, 어젯밤에 OCN에서 틀어주길래 재주행하고 생각을 정리해 봤더니 이제서야 아다리가 좀 맞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불교에는 악이 없다, 파순이니 마라니 하는 건 인간의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형상화한 것 뿐"라는 대사였다. 불교 교리에 비쳐보면 그 대사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김제석이 처음에는 진짜 성인이라고 할 만한 존재였다가 타락한 것이었다면 그 이후에 김제석이 하는 일들 역시 불교 교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악행이라기보다는 그저 인간의 깨달음을 방해하는 다른 무언가여야 앞뒤가 맞는다. 

불교에서는 '부단한 수행을 거쳐 올바른 깨달음을 이룸으로써 속세에 대한 모든 미련과 집착을 떨쳐내고 윤회전생과 생노병사의 고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의 핵심은 저 '속세에 대한 모든 미련과 집착'은 재물욕이나 권력욕 같은 건 물론 부모에 대한 효도나 이웃에 대한 친절, 친구 간의 우애, 사회적 정의 같은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가치 역시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만일 내가 시나리오 작가였다면 네충텐파의 예언을 듣고 타락한 김제석이 그런 긍정적인 가치를 행함으로써 세간에서 존경받지만 그를 통해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오욕칠정과 속세에서의 삶에 집착하도록 만들었다는 식으로 묘사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스토리는 아니긴 하다-_-) 정작 작중에서 김제석은 사천왕의 이름을 가진 네 제자들을 시켜 자신이 태어나고 100년 후 영월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을 다 찾아 죽이라고 명령하고 그것이 악을 물리치는 방법이라고 정당화했다(즉 누가 봐도 명백한 악행을 저질렀다).

처음엔 그게 혼란스러웠는데, 다시 보니까 김제석이 처음 귀의했던 밀교 종파에서는 '불로불사를 이루는 것을 성불로 취급했다'는 대사가 있었다. 그걸 보니 비로소 뭔가 아귀가 맞춰지는 것 같더라.

불교의 모태가 된 힌두교에서는 아무리 사악한 존재여도 올바른 방식에 따라 길고 고통스런 수행을 하면 강력한 힘을 얻는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신들의 왕 인드라(한자로는 제석천, 또는 제석신왕이라고 쓴다. 김제석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따온 걸로 보인다)가 그 권위에도 불구하고 수행으로 강한 힘을 얻은 아수라에게 패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그래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인드라가 승리한다). 불교에서도 수행을 쌓는 과정에서 타심통이니 천안통이니 하는 초능력을 얻는다고 가르친다. 다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올바른 깨달음을 이룬 정각자, 부처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일 뿐이므로 초능력 자체에 혹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할 뿐이다. 하지만 애초에 김제석이 따랐던 밀교 종파에서는 초능력 자체가 목적이었기에 김제석은 수행을 통해 손가락이 6개가 되고 불로불사를 달성한 순간 자신이 중생을 제도할 미륵이라는 오만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천황의 스승으로서 권세를 누린 동시에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한 모순된 행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아무 의문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작중에선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기며, 이것이 없어지므로 저것이 없어진다'고 표현되는 우주의 섭리에 따라 그런 김제석을 멸하기 위해 태어난 카운터 파트가 바로 금화의 쌍둥이 언니다(후술하겠지만, 후보가 몇 몇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 즉 김제석은 애초부터 잘못된 신앙을 따랐고, 혹독한 수행으로 초능력을 얻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깨달음을 이루지는 못한 것이다. 네충텐파의 예언은 그걸 지적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때 김제석은 자신이 미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네충텐파가 예언을 들려주는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고 언급하는 건, 그 순간 김제석이 타락한 게 아니라 자신이 처음부터 그릇되어 있었음을 자각했다는 의미라고 본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헷갈린 이유가 이거였다. 난 처음에는 김제석이 진짜 부처나 아라한 바로 아래 정도의 경지에 이른 성인이었다가 타락한 거고 그를 통해 원래는 김제석을 죽이는 뱀이었던 금화의 쌍둥이 언니가 부처가 된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이미 자신이 성취한 경지에 홀려 버린 것에 더해 작중에서 나한이 말하는대로 그저 오래 살고 싶다는 한없이 세속적인 욕망에 빠진 김제석은 그를 무시하고 금화의 쌍둥이 언니를 '악'으로 규정한다. 원래 불교에는 악이 없지만, 상술한대로 김제석의 신앙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기에 그게 가능했다. 

한편 금화의 쌍둥이 언니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금화의 다리를 물어 뜯어 절름발이로 만들어 놓고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도 자살했다는 언급이 있다. 그저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감독의 페이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서사작법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런 건 별로 세련된 방법이 아니다. 개인적인 가설은 금화의 쌍둥이 언니는 처음에는 원래부터 사악한 괴물이 맞긴 했지만, 진짜 뱀인 김제석을 멸할 '짐승'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는 거다. 즉 금화의 쌍둥이 언니는 처음부터 악으로 태어났다는 나한의 대사도 어느 정도는 진실을 내포하고 있되, 김제석이 네충텐파의 예언을 듣는 순간 자신의 악성을 깨달았듯이 금화의 쌍둥이 언니는 평생 그녀를 두려워하고 미워해오던 금화가 그녀를 죽이려고 농약 섞은 밥을 먹이려다가 마지막 순간 자비를 베풀어 대신 스웨터를 벗어주고 떠나자 창고 바닥을 파헤쳐 라이터(즉, 자신의 불성)을 찾아내고는 부처로 거듭나 예언을 실현시키게 된 것이다. 금화의 쌍둥이 언니를 지키던 뱀은, 석가모니가 수행을 하는 동안 그의 곁을 지켰다는 나가의 왕 무찰린다를 의미하는 거고. 그리고 김제석이 죽은 순간 그의 카운터 파트라는 자신의 숙명적 소임을 다했기에 스스로도 최후를 맞이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김제석 같은 존재가 나타나 번뇌에 빠져 세상을 어지럽힐 테지만 비천하고 사악한 존재가 올바른 깨달음에 도달해 부처가 되는 일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다만 지금도 유감스러운 건... 정작 나 자신은 이 해석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 깨놓고 말해 김제석이 믿었고 나중에 자신의 동방교로 발전시킨 예의 밀교 종파가 처음부터 글러먹었다고 보기보다는 한 때 김제석은 진짜 부처나 아라한의 경지 바로 아래 단계에 도달한 성인이었다가 예언(황야에서 기도하던 예수 그리스도가 마주한 최후의 유혹 비슷하게 올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걸 가로막는 최후의 시험)을 계기로 오만과 아집에 빠져 타락했으며 금화의 쌍둥이 언니는 금화의 자비(=불교 최고의 가치)를 통해 부처가 되었다고 보는 쪽이 더 극적이지 않나 싶다. 위의 해석은 그 자비의 의미를 좀 축소시킨달까... 결정적인 역할이라기보단 예언 실현의 트리거(그것도 하찮은 건 아니지만) 정도 역할로 격하시키는 것 같다.           

And

완성을 미뤄뒀던 소설을 마저 쓸까 싶어서 한글 창을 켰는데 더럭 겁이 나는 건 서글픈 노릇이다.

And

비둘기 아줌마 대사 보며 좀 울컥했는데 이제는 괜찮다. 좋은 일이다. 

 

이런 삶도 있는 거다. 

And

생각해 보니까, 별로 취향이 안 맞는데도 굳이 그 팀에 붙어 있었던 이유는 오랫동안 알아왔고 일정 이상 친분을 유지해 온 사람들이 있어서였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이상을 원했달까... 그러한 친분에 기대어, 그 사람들에게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을 내 개인적인 감정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으며 찌질댔던 듯하다. 

 

전에도 술김에 전화해서 한참 동안 아무 말이나 늘어놨었고, 다음 날 후회했다. 그런 건, 스스로가 견딜 수 없다. 그 사람들도 각자의 삶이 있고 그에 따른 신산이 있을 텐데 거리조절을 잘못했다 싶었거든. 

 

 

난 혼자 살다가, 혼자 죽을 거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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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라그나

종족:하프엘프(남성)

연령:18

레벨:오라클(사이클로피언 시어) 17

가치관:N

EXP:

 

STR:21(+5)

DEX:25(+7)

CON:25(+7)

INT:21(+5)

WIS:23(+6)

CHA:36(+13)

 

우선권:+16

HP:208+임시 HP 100

AC:43(아머+6, 아머 인핸스먼트+5, 덱스+5, 실드+1, 실드 인핸스먼트+5, 닷지, 디플렉션+5, 인사이트+1, 내추럴 아머+5) 터치 23(덱스+7, 닷지, 디플렉션+5, 인사이트+1)

BAB:+12/+7/+2(+19/+14/+9, +21/+16/+11)

(숏스피어 +24/+19/+14)

피해:숏스피어 /roll 1d6 +10

CMB:+17(디스암과 페인트에 +2)

CMD:+36(디스암과 페인트에 대해 +2)

 

내성:+19/+19/+25

종족 특성:저광 시야, 요정 혈통, 마법적인 잠에 면역, 엔천트먼트 주문 및 효과에 대한 내성+2, 킨 센스(퍼셉션+2)

언어:커먼, 엘븐

 

미스터리:타임

오라클의 저주:Haunted(악령이 쫓아다니며 소소하게 괴롭힘. 몸에 지닌 물품을 꺼낼 때 최소 스탠다드 액션이 필요하고, 들고 있던 물품을 떨어뜨리면 항상 10피트 밖에 떨어짐)

리빌레이션-

어슘 페이트(su):1일 카리스마 수정치 횟수만큼 다수를 목표로 하며 내성 굴림이 필요한 효과의 대상이 되면, 시야선 내의 같은 효과에 걸리는 목표를 이미디어트 액션으로 선택. 그 목표는 4레벨 당 1d4+1 만큼 페널티를 받고 자신은 그만큼 보너스를 받고 내성 굴림 가능

브루털 트랜스(su):11회 스탠다드 액션으로 자신의 오라클 레벨만큼의 라운드 동안 트랜스 상태. 이 동안 혼란 상태가 되며 매 라운드마다 1회 씩 커뮨 주문을 쓰는 것처럼 질문 가능

둠세잉(su):1일 카리스마 수정치 횟수만큼 스탠다드 액션으로 30피트 내의 적에게 저주를 내려 스킬 체크, 명중, 내성 중 하나에 자신의 오라클 레벨만큼 페널티. 해당 판정에 실패할 때까지 또는 1분 간 지속

템포럴 셀레리티(su):우선권 굴릴 때 3번 굴려서 가장 높은 걸 선택 가능. 기습당하지 않은 이상 서프라이즈 라운드에도 통상적으로 행동 가능(기습당했다면 라운드 마지막에 행동)

타임 홉(su):무브 액션으로 오라클 레벨 당 10피트만큼의 거리를 텔레포트(나눠서 사용 가능). 기회공격 받지 않음. 자발적인 크리처와 함께 이동 가능(단 그 숫자만큼 거리를 소모)

플래시 오브 인사이트(su):11회 이미디어트 액션으로 자신의 다음 번 주사위 값 결과를 마음대로 지정 가능

타임 사이트(su):1일 오라클 레벨만큼의 분 동안 트루씨잉 또는 모먼트 오브 프리션스 효과(나눠서 사용 가능)

마인드 어펙팅 이펙트 면역

11, 메탈 관련 3서클 이하의 아무 메탈 관련 디바인 스펠을 su로 사용 가능(상대가 금속 무기를 쓸 때 한정 버닝 디스암 또는 히트 메탈을 주로 사용)

독 면역

75%로 스닉과 크리티컬 무효화

능력치 페널티와 데미지 저항 6, 능력치 드레인 저항 3

아웃사이더, 컨스트럭트, 애버레이션에 대해 AC +2

아웃사이더, 컨스트럭트, 애버레이션에 대해 DR 2/-

DR 10/아다만타이트(최대 100점 흡수)

화염 저항 30, 냉기 저항 30, 전기 저항 30, 산기 저항 30, 음파 저항 30

에너지 드레인, 즉사 효과, 기타 음에너지 기반 효과에서 12회 보호

네크로맨시 계열 주문과 효과에 대해 내성 +5

지속 주문 또는 효과에 대해 내성 +5

템으로 사용하는 약화판 플래시 오브 인사이트. 18회 이미디어트 액션으로 자신의 명중, 내성, 스킬, 능력치 체크 주사위 값 결과를 마음대로 지정 가능

임프루브드 이베이전

프리덤 오브 무브먼트

 

피트:

스킬 포커스:유즈 매직 디바이스

임프루브드 이니셔티브

우선권 +4

엑스트라 리빌레이션*2

리빌레이션 2개 추가

하이튼 스펠

해당 스펠 준비/임의시전 시 서클 뻥튀기. 원래 슬롯보다 1서클 증가 당 1서클 높게 취급

퀴큰 스펠

해당 스펠을 스위프트 액션으로 발동. 원래 슬롯보다 4서클 높게 취급

리치 스펠

해당 스펠의 사거리 카테고리가 1단계 증가. 원래 슬롯보다 1단계 증가 당 1서클 높게 취급

 

스킬:

크래프트

디플로머시 16(31)

링기스틱

날리지(아카나)

날리지(던저니어링) 17(24)

날리지(엔지니어링)

날리지(지오그래피)

날리지(히스토리)

날리지(로컬) 17(24)

날리지(네이처)

날리지(노빌리티)

날리지(플레인) 17(24)

날리지(릴리전) 17(24)

프로페션

센스 모티브 17(25)

스펠크래프트 17(23)

--------

퍼셉션 17(24)

유즈 매직 디바이스 17(35)

 

 

하루 당 주문 사용 횟수-

0서클:무한

1서클:10

2서클:9

3서클:9

4서클:9

5서클:9

6서클:8

7서클:8

8서클:6

 

아는 주문-

0서클:크리에이트 워터, 디텍트 매직, 디텍트 포이즌, 가이던스, 라이트, 멘딩, 퓨리파이 푸드 앤 드링크, 리드 매직, 스태빌라이즈, 메이지 핸드, 고스트 사운드

1서클:블레스, 인퍼널 힐링, 리버레이팅 커맨드, 생츄어리, 센스 얼라인먼트, 스톤 실드

2서클:애드모니싱 레이, 버스트 오브 래디언스, 커뮤널 프로텍션 프롬 굿/이블/로우/카오스, 그레이스, 하이튼드 어웨어니스, 아이언스킨, 스피리츄얼 웨폰, 레비테이트, 마이너 이미지

3서클:어큐트 센스, 커뮤널 레지스트 에너지, 큐어 시리어스 운즈, 멘탈 블락, 파라곤 서지, 실드 오브 윙즈

4서클:블레싱 오브 퍼버, 커뮤널 프로텍션 프롬 에너지, 퍼시스턴트 비거, 프레이어, 리스토레이션, 쌋 센스

5서클:엔젤릭 어스팩트, 브레스 오브 라이프, 플레임 스트라이크, 헌터스 블레싱, 트루 씨잉, 월 오브 스톤, 텔레키네시스

6서클:안티라이프 셸, 블레이드 배리어, 체인 오브 라이트, 마인드 쓰러스트6, 그레이터 디스펠, , 히어로즈 피스트

7서클:비스토우 그레이터 커즈, 디스트럭션, 졸팅 포텐트, 리버스 그래비티, 스펠캐스팅 컨트랙트, 웨이브 오브 엑스터시

8서클:디바인 베슬, 나인 라이브즈

 

장비:잔금 250000000GP

+5 매뉴얼 오브 게인풀 엑서사이즈

+5 매뉴얼 오브 캄 리플렉션

+5 매뉴얼 오브 바딜리 헬쓰

+5 툼 오브 클리어 쌋

+5 툼 오브 언더스탠딩

+5 툼 오브 리더십 앤 인플루언스 총 825000

+5 듀얼링 가디언 라이프서지 디파이언트 숏스피어 206000

네크로맨시 계열 주문과 효과에 대해 내성 +5, 일시적 HP를 얻으면 무기 인핸스먼트 수치만큼 추가 증가, 지속 주문 또는 효과에 대해 내성 +5

+5 애로우 디플렉션 아웃사이더&컨스트럭트&애버레이션 디파이언트 버클러 110015

라운드 당 1회 통상적인 물리적 사격을 튕겨냄(리플렉스 DC20+발사체의 인핸스먼트 보너스), 아웃사이더와 컨스트럭트와 애버레이션에 대해 AC +2, DR 2/-

+5 그레이터 파이어&콜드&일렉트릭&애시드&소닉 레지스턴스 디터미네이션 헤비 포티피케이션 미스릴 브레스트 플레이트 464200

75%로 스닉과 크리티컬 무효, 모든 속성 저항 30, 11HP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즉시 스스로에게 브레스 오브 라이프

사이클롭스 헬름(7개는 프리슬롯)*8 82320

18회 이미디어트 액션으로 자신의 다음 명중, 내성, 스킬, 능력치 체크 중 하나의 주사위 값을 마음대로 지정 가능

+5 클록 오브 레지스턴스 25000

스캐럽 오브 프로텍션 76000

SR 20. 에너지 드레인, 즉사 효과, 기타 음에너지 기반 효과에서 보호. 남은 차지 12

+5 아뮬렛 오브 내츄럴 아머(프리 슬롯) 88800

+5 아뮬렛 오브 불렛 프로텍션(프리 슬롯) 75000

브레이슬릿 오브 세컨드 찬스 11750

크리나 스닉에 맞았을 때 7번까지 무효화

스펠가드 브레이서(프리 슬롯) 10000

수세 시전 시 집중 체크에 +2, 13회 수세 시전 시 집중 체크를 2번 해서 높은 결과 선택 가능

+6 헤드밴드 오브 멘탈 슈페리어리티 108000

그레이터 링 오브 이너 포티튜드 66000

능력치 페널티 또는 데미지를 6점 줄여주며 능력치 드레인을 3점 막아줌

링 오브 딜레이드 둠 45000

내성굴림으로 저항할 수 있는, 몸이나 정신에 유해한 효과에 대해 내성 실패 시 이미디어트 액션으로 이 반지의 효과를 쓴다고 하면 1분 씩 그 효과를 지연(원하면 1분이 지날 때마다 1분 씩 추가 지연 가능). 착용자가 기절하거나, 이 반지를 잃거나, 마지막 차지가 사용된 이후 지연된 효과 적용. 쓸 때마다 1차지 소요. 남은 차지 9

링 오브 프리덤 무브먼트(프리 슬롯) 80000

링 오브 이베이전(프리 슬롯) 50000

+5 링 오브 프로텍션(프리 슬롯) 100000

+6 벨트 오브 피지컬 퍼펙션 144000

벨트 오브 스톤스킨(프리 슬롯) 120000

DR 10/아다만타이트 제공. 피해 100점까지 흡수. 24시간마다 리필

크랙트 더스티 로즈 프리즘 이온스톤 350

우선권 +1 컴페턴스 보너스

더스티 로즈 프리즘 이온스톤 5000

AC +1 인사이트 보너스

페일 그린 프리즘 이온스톤 27200

명중, 모든 내성, 스킬, 능력치 판정에 +1 컴페턴스 보너스

오렌지 프리즘 이온스톤 30000

캐스터 레벨 +1

감보지 노듈 이온스톤 54000

독 면역

에메랄드 엘립소이드 이온스톤*10 200000

개 당 임시 HP +5. 24시간마다 리필

비드 오브 카르마*2 40000

1210분 간 캐스터 레벨 +4

그레이터 퀴큰 로드*3 510000

131~9서클 스펠을 퀴큰으로

그레이터 맥시마이즈 로드*3 364500

131~9서클 스펠을 최대화

그레이터 엘레멘탈 로드*1 24500

13회 해당 주문의 속성 변경

익스텐드 인퍼널 힐링 완드(30) 3150

핸디 해버색 1400

80파운드 분량의 백 오브 홀딩 백팩. 무브 액션으로 소지품을 꺼낼 수 있고 원하는 물건이 바로바로 잡힌다(기회타 맞지 않음)

엔들리스 밴돌리어 1500

리무브 패럴라이즈 스크롤*2 300

리저렉션 스크롤*1 공짜

피클 윈드 스크롤*1 2250

미라클 스크롤*40 191250

타임스탑 스크롤(캐스터 레벨 17)*17 76500

컨팅전시 스크롤(캐스터 레벨 15)*20 33000

안티테크 필드 스크롤(캐스터 레벨 15)*7 16500

클래싱 락스 스크롤(캐스터 레벨 17)*19 76500

리스토레이션 포션*1 공짜

듀오머즈 에센스*50 24000

 

선택한 중2병 요소:강력한 뭔가가 몸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힘을 주지만 봉인이 풀리면 망합니다.

 

배경:

라그나는 평범한 농부인 인간 부모 사이에서 하프엘프로 태어났다(조상 중에 엘프가 섞여 있었고, 그 혈통이 격세유전으로 발현한 희귀한 케이스). 부모는 놀라긴 했지만 곧 적응하고는 애정을 기울여 라그나를 키웠지만 사춘기가 오면서 자신의 혈통을 의식하게 된 라그나는 괜한 말썽을 부리고 불량한 또래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내심 부모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걸 확인받고 싶었고, 흉년이 이어지고 가세가 기울어 끼니를 걱정할 지경이 되자 가족들은 라그나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었다. 그는 걸핏하면 심술을 부리며 부모에게 반항하고 동생들을 괴롭혔고, 습관처럼 언젠가 이 망할 집구석을 떠날 거다고 말하곤 했다. 사실 그건 오라클로서의 힘이 발현되는 과정이었고, 어느 날 모험가처럼 차려 입은 엘프들 한 무리가 찾아와서는 엘프들의 미래에 위기가 닥쳤는데 라그나에겐 특별한 힘이 잠재되어 있고, 우리에겐 그 아이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물론 상당한 액수의 돈도 함께 제시되었다). 라그나는 내심 부모가 거절하기 바랐지만 그들의 얼굴에 잠시 고민의 기색이 어리는 걸 보고 자존심이 상해 충동적으로 어차피 난 인간도 아니지 않냐’ ‘사실 나 같은 놈 하나 없어지면 다들 편할 것 아니냐등의 막말을 퍼부은 뒤 이별 인사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엘프들과 함께 떠났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삶도 행복하지는 않았다. 엘프들은 녹슨 강철과 독무의 거인이 도래할 것이며, 그 눈 멀고 굶주린 거인들은 모든 숲을 파괴하고 엘프부터 시작해 모든 자유로운 종족을 질식시킬 것이다’ ‘넌 그를 막기 위해 선조와 신들이 선택한 도구이며, 그를 막고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라그나를 엄격하게 가르쳤고, 사람이라기보다는 강력하고 민감한 아티팩트처럼 다뤘다. 라그나는 엘프들의 대사원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뒤 한쪽 눈에 힘의 폭주를 막는 봉인(엘프 장로들이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대략 알 수 있는 마법적 탐지 장치도 겸한다. 평소엔 앞머리 일부를 길러 가리고 다닌다)을 받고는 힘을 제어하는 훈련을 겸해 인간 왕국으로 돌아와 모험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동료들을 만났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힘과 경험을 쌓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엘프 대사원을 찾아가 봉인 상태와 오라클로서의 능력을 점검 받고 있다.

 

내부 설정:엘프들은 예의 녹슨 강철과 독무의 거인이 가진 신성력을 빼돌려서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고, 라그나는 그 신성력의 생체 수신장치로 선택된 것. 봉인은 그 힘이 폭주하는 걸 막는 용도. 자드키엘이 속한 뉴 월드 오더에서도 독자적으로 해당 연구를 진행 중이었고, 한 섬에서 그와 관련된 모종의 마법적 실험을 하다가 대규모의 사고를 일으킨 적 있다(어쩌면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 그 섬은 전체가 금속화되었고, 섬의 거주민들은 자아를 잃은 기계인형으로 변했으며 지금도 생명체의 접근을 불허하는 독무로 둘러싸여 있다.

 

성격:

이번 플레이에서 별로 써먹힐 거 같지는 않지만 대충...

한 줄 요약하자면 본성은 나쁘지 않지만 허세가 심하고 망상벽이 있는 청소년. “” “크큭하고 웃거나 뾰족뾰족한 장식이 달린 검은 옷을 고집하거나 본인도 잘 이해 못하는 어려운 단어를 섞어 말하거나 그저 있어 보이기 위해 독한 술을 억지로 마시는 등 멋있고 쿨한 어른처럼 보이려고 애쓰며 겉멋을 부린다(예쁜 여자 앞에선 좀 더 심해진다). 남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서 영웅 대우를 받고 싶어 함. 철없던 시절 가족들을 상처 입힌 것에 대해선 후회하고 있지만 자존심이 앞서서(사실은 겁이 나서) 가족들을 다시 만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나름 양심이나 도덕성은 있고 모험가로서 실력도 뛰어나지만 근본은 아직 스물도 안 먹은 애다 보니 어떨 때는 남들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 쓰고 어떨 때는 충동적으로 굴기도 하는 등 머리가 덜 여문 상태.

 

시작부터 마스터가 대놓고 '다양한 중2병 컨셉을 pc들에게 1개씩 배분하고 그 컨셉에 따라 추가 장비나 유니크한 특수능력을 주겠다'고 공언했고, 주사위를 굴린 결과 강력한 힘이 몸에 봉인되어 있다는 컨셉이 나와서 대놓고 '진지할 때 가장 웃긴' 개그 캐릭터로 갔다. 이름도 모 갤러리에서 악성 트롤 플레이어의 대명사처럼 취급되는 칭호에서 따왔고. 왠지 모르게 내 캐릭터 말고는 전원 여캐들이라 '전지적 라그나 시점'으로 보자면 하렘 파티라는 두려운 결과가 나왔고 내 캐릭터도 꾸준히 찝적댔지만 결국 어정쩡하게 끝났다.

 

오라클 자체가 썩 강한 클래스가 아니라서 개중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아키타입인 사이클로피언 시어를 잡았지만 내 운용 미숙에 더해 캠페인 환경 자체가 사이클로피언 시어가 썩 빛을 보기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 임팩트 있는 활약은 못했다. 뭐 힐과 버프를 통한 파티 기여도는 제법 높았지만 옆의 몽크가 너무 시선강탈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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