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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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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살다 혼자 죽었으면 좋겠다, 가능한 빨리.


그리고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그렇게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 내 절망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그래도 어제 뒷풀이 2차에서 다른 분들과 같이 술 마시면서 그날이 오면 부르던 순간은 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 분은 고개 숙인 채 부르고, 한 분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르고, 나는 천정을 올려다 보면서 부르고... 


ps=전에 반했던 분이 계시면 그냥... 돌아와야겠다 생각하고 모자 푹 눌러쓰고 갔었는데, 안 오셨던 모양이다.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슨 일 있으신가 싶어서 좀 걱정된다. 뭐, 내 걱정 따위 그 분에겐 별 의미 없겠지만.


And

직장 다닌답시고 핼로윈 파티도 못 갔고 SF도서관 휴관 파티도 건너 뛰었는데 이번엔 꼭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영진 인원에 아는 이름이 보인다. 좀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내게 잘못한 게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을 피하고 싶은 이유는... ...내가 그 사람에게 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뿐이면 괜찮은데, 내가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약간 폐를 끼친 적이 있다. 그 사람 입장에선 내가 스토커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젠 시간도 제법 지났고, 난 내 감정을 묻어 놓는데 성공했다. 가능하면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반하거나 하는 일 없이, 혼자 살다 혼자 죽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거야 내 사정이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좀 불편할지도 모른다.


난, 한 때나마 반했던 분이 나로 인해 거북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절대로.



먼 발치에서 보는 것까진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한 피해 다녀야겠다. 



...그냥 가지 말까?



And

내 생일이야 별로 축하할 거 없으니 퇴근길에 어머니 드릴 케잌이나 사다 드릴까 하다가 비가 와서 그냥 왔다. 빵집은 내일 모레도 열 거야.... 쿨.

And

꿈을 꿨다. 옛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노는 꿈이었다. 단편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의 차원이 아닌, 이제는 어떤 감정인지조차 기억이 희미한 깊은 기쁨을 잠시 느꼈다.


그리고 난, 그것이 꿈일 뿐이며 결코 나의 현실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나는 혼자 살다가, 혼자 죽을 것이다. 내겐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



그래도 다들,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좀 마셔야겠다.

And

PC충이 어쩌고 페미가 저쩌고 하는 헛소리는 거른다 쳐도 너무 악평이 많아서 거의 1년을 미루다가 뒤늦게 봤다. 일단 내가 보기에는 2, 3가지 정도의 눈에 확 띄는 결점이 있는데, 그 결점을 빼면 그렇게까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결점 1)포의 선상반란

라스트 제다이의 중요한 테마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가 비극적인 장엄함을 갖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있어 깊이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포 다메론은 핀과 로즈의 개별 행동을 서포트하기 위해서 레아 이후 공식적인 리더로 추대된 홀도 사령관에게 총까지 들이댄다. 이 전개에 있어서는 아무런 불만도 없는데... 핀과 레이가 결국 실패한 이후 정작 포는 큰 처벌을 받지 않고, 게다가 작중에서 홀도 사령관 본인이 나중에 레아에게 그가 마음에 든다고 언급함으로써 감정적인 면죄부까지 쥐어줬다. 관객이 포의 실패와 그 의미를 충분히 곰씹기 전에 작중에서 등장인물들이 'ㅇㅇ 괜찮음' '사적으론 유감 없음'으로 결론을 내버려서... 감정선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영화의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더 힘을 줘서, 정당한 신임 사령관에게 총을 겨눈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의 번민과 결국 자신의 행동이 (최소한 작중 인물들이 느끼기에는) 무의미했음을 깨닫고 괴로워하는 묘사, 그리고 홀도 사령관 역시 그런 그를 이해하면서도 입장 상 포를 처벌하며 씁쓸해 하는 묘사 등이 짧게라도 드러나야 했다. 러닝타임 문제 상 어쩔 수 없다고? 그럼 다른 걸 잘라냈어야지... 카지노 씬 같은 거 말야... 제일 중요한 주제의 연출이 이렇게 설렁설렁해서는 그런 중요한 '실패'의 무게감이 와닿지가 않는다. 


결점 2-1)핀의 카미카제

....그 상황에서 꼭 포구를 향해 직접 개돌해야 돼? 여럿이서 포구 안 쪽으로 미사일이나 레이저 쏴 넣어서 내부 폭파를 시킨다거나 하면 안 되는 거야? 원래는 감동적이어야 하는 타이밍인데 너무 작위적이어서 짜식기만 한다. 게다가 카미카제로 비장함을 끌어내는 수작, 21세기 영화에서 써먹기엔 너무 촌스럽지 않아?


결점 2-2)핀과 로즈의 뜬금포 로맨스

ㅅㅂ

남초 사이트 등지에서 로즈 티코 발암이라고 쌍욕하길래 큰 삽질이라도 하나보다 생각하면서 봤는데 진짜 의외로 그런 쪽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짜증이 솟구쳤다. 이놈의 헐리웃은 그 놈의 억지 로맨스 좀 못 때려 치우냐. 



PS=제다이의 귀환에서 "It's a trap!"이란 명대사를 남겼던 아크바 제독이 대사 한 마디로 사망처리된 건 굉장히 아쉽다.    


PS2=고뇌하는 루크를 보면서 '요다나 오비완은 어디 갔냐'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포스의 영으로 요다가 나타나서 놀랐다. 요다가 나온다는 걸 전혀 모르고 봤던 터라 깜놀 2배. 타이밍 보소....


PS3=루크가 허무하게 죽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어서 걱정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작품 외적으로도 미국에선 신화적인 위치의 영화 시리즈의 주인공이고, 작품 내적으로는 전설적인 대영웅이다. 그런 그가 전면에 나서 버리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타워즈 트릴로지의 주역들이 묻혀 버리게 된다. 그런 걸 고려하면 화려하게 퇴장할 필요가 있긴 했는데, 그 마지막은 무척 좋았다. 그나마 아쉬운 부분은 '요다 보니까 포스의 영 상태에서도 포스 능력은 쓸 수 있는 모양이던데 헉스가 끌고 온 공성포나 AT AT 좀 화끈하게 때려 부숴주지.... 안 그래도 액션 분이 부족한데...' 싶은 정도. 

And

별로 생각 없다, 때 되면 하지 않겠냐고 웃어 넘겼다.


난... 결혼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애도 하고 싶지 않다. 난 평범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기에는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결함이 많다. 


내 안에는 '사려 깊고 다정한 여인이 나를 내 그 숱한 절망과 고통들로부터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있고, 동시에 그 욕구가 부당하다는 걸 자각하고 있다. 그런 건 굉장히 힘든 거고, 자신의 삶과 자신의 신산이 있을 상대방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 세상의 그 누구도 내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의무는 없다. 뭣보다 이 나이씩이나 먹고 구원을 바랄 수는 없다.


제대로 된 관계는, 서로 믿고 버팀목이 되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분명히 내 고통과 절망에만 눌려서 상대의 감정과 입장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할 것이다. 난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는 반드시 뭔가가 엇갈리게 되고 결국 뒷맛은 결코 좋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만에 하나, 상대가 그걸 이해해준다고 해도 내 인간불신이 결국 벽이 될 테고.


그렇기에, 나는 혼자 견디며, 혼자 살다가 혼자 죽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렇게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난 그래야만 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정도 뒤에는, 그저 '오늘 저녁은 입맛이 없으니 먹지 말자'고 생각할 때와 비슷한 심정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And

괜히 쓸데 없는 소리를 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야 뭐 그 사람에게 배울 게 많다고 여기고, 호감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그 사람은 아닐 수도 있는 거고... 사실 그 사람과 그렇게 절친한 것도 아니겠다, 그 사람 입장에선 뜬금 없다고 여기거나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내가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내가 그렇게 되기 전에 호감을 갖고 친해져보고 싶었던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 때의 감정의 잔영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게 남아 있기 때문에 알아서 잘 할텐데도 괜히 신경쓰이는 거지. 말하자면, 사람이 싫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옛 친구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시린 것과 비슷한 거다.


이런 하찮은 미련만 완전히 떨칠 수 있다면 좋을텐데.







And

자살이었다.


비록 비뚤어졌을 망정 여전히 신을 섬기는 입장에서, 어떤 이유로건 자살을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앙인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 지독하게 가슴이 쓰라리다.


불만스러울 때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미쳐 온 진보 인사로서 지금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의 부음을 접한 순간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충격이나 슬픔 같은 게 아니라 철저히 정략적인 '일베를 비롯해 극우 계열 벌레놈들이 뭐라고 쓰레기 같은 드립을 쏟아낼지 알만하다' '좌파로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뭐가 필요할까' 등등의 생각이었다. 나 역시...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거나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는 대신 진영논리에 기반해 적을 꺾기 위한 정략의 일환으로 이슈를 이용하려 드는 경향이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다.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건, 연평도 포격 때 이미 자각했었다. 그 때 느꼈던, 지독한 자괴감이 다시 느껴진다.



얼마 전에 핸드폰을 잃어 버렸다. 폰에 저장된 옛 친구들의 연락처들도 같이 전부 잃어 버렸다. '끈'이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아팠지만... 내가 이런 인간인 이상,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And

통합진보당은 내란 음모죄로 얻어맞고 정당해체 당했다. 이제 구 새누리당의 사람 모양 쓰레기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매우 궁... ....금하진 않다. 저 놈들 뻔뻔한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나라의 구체제는 끝나가고 있다.

And

일 관련 해서 영 찜찜한 짓을 했더니... 별로 즐겁지가 않다. 


이번에는 그래도 무난하게 끝났지만, 과연 다음에도 그럴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주여, 저를 악에서 구하소서.

And

'남들에게 해도 상관 없는 잡담' 같은 건 그 쪽에, 비교적 속내에 가까운 건 블로그에 쓰게 되는 느낌이다. 물론 여기 쓰는 글이라고 해서 필터링 안 하는 건 아니지만.

And

사실 좀 그립고 쓸쓸하긴 하다. 아직까지도.

And

일하는 걸 듣더니 "그러다 죽어요" 하더라. 


걱정해줘 고맙다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난 빨리 죽어도 별로 나쁠 건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And

옛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연락 정도는 하고 싶기도 한데 마지막으로 본지 너무 오래 된데다 나 자신이 그 때와는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그 친구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텐데... 나만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하찮은 새벽감성일 뿐이다. 알고 있다. 


난,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는데도 가끔은 그립다. 많이.



....이 미련만 완전히 떨칠 수 있으면 적어도 실패한 삶은 아니다.

And

'이러다 오래 못 살겠다' 싶은 생각도 좀 드는데, 이내 '오래 살아서 딱히 좋을 것도 없지 뭐' 싶기도 하다.


And

큰 걱정거리 하나는 일단 덜었다. 통근 시간도 무난한 편이고, 페이도 괜찮은데... 감정노동에 시달릴 생각하니 걱정이다. 으으 감정노동 개극혐.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쉬는 날이 불안정해서... 플레이하던 rpg 팀도 잠정적으로 활동을 관두게 됐고, 소설 합평 모임도 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 


'끈'이 또 하나 줄어드는구나.



혼자 살다 혼자 죽는 게 내 운명일 거라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그걸 미뤄왔을 뿐이다. 이젠 때가 됐다.


한 잔 해야지.

And

불현듯, 옛 기억이 떠올랐다. 이젠 시간도 꽤 지났는데 여전히 그 날의 절망이 뼈저리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 사람이 일부러 날 속이고 이용한 거였다면 난 분노했을망정 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처음엔... 그 사람도 나름 진심과 선의로 날 대했겠지.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잘못한 것도 있고, 그걸 알기에 굳이 그 사람에게 해코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절대로 용서하지도 못한다.



난 사람이 싫다.

And

1)로란:검을 휘두르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짧게 다듬은 붉은 머리. 다갈색 눈동자(계약 당시 화룡이 가져간 쪽 눈은 로란이 용의 힘을 쓸 때마다 붉게 빛난다). 웬만한 남자들만큼 큰 키에 잘 짜여진 근육질. 굳은 살이 박힌 손. 강인하고 당당한 인상의 30대 초반 여성.

2)케인:매우 짧게 다듬은 갈색 머리칼. 명석하면서도 고집스러워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다리 부러진 안경. 전체적으로는 평범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인상. 비교적 작은 키에 깡마른 체격을 가진 20대 초반 남성.

3)아리엔:목을 좀 넘는 아마색 단발 머리에 해맑으면서도 당돌한 느낌을 주는 푸른 눈동자. 약간 젖살이 남은 통통한 얼굴, 희미한 주근깨. 꽤 미소녀지만 계속 들려오는 엘드레드의 목소리 때문에 평소엔 늘 살짝 찌푸리고 다닌다(이후 마음의 방에 클레톤을 들이면서 표정이 풀린다).


번외-

유마:새카만 장발 머리에 검은 눈동자, 가는 눈매에 짧은 콧수염을 기르고 판초를 두른 동유럽 풍 중년 남자.... ....라고 상상했었다(............)

And

꿈 속에서 난 남성이었다가 여성으로 전환 도중인 트랜스젠더가 되어 있었다. 어떤 남자에게 강제로 당할 뻔 하던 중 그가 꿈 속의 내 가슴팍을 더듬대더니 "너 여자냐?"하길래 꿈 속의 나는 "솜이다 ㅄ아, 내가 좀 변태라서." 라고 대답하고는 때려서 벗어나려던 순간 깼다.


깨고 나서도 잠깐 동안 분노와 수치심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는데... 간신히 그건 꿈일 뿐이고 그 꿈 속의 나는 현실의 나와는 무관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꿈의 내용을 반추해 보니... 묘하게 트랜스젠더의 고충을 좀 알 것 같기도 했다. 


쓰다가 보니 전에 꾼 다른 꿈이 생각났다. 트럼프가 막 당선되었을 때였는데, 나는 꿈 속에서 미국의 어떤 대학에 다니는 동양인 유학생이 되어 있었다(현실의 나는 미국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백인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인종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는데, 나름 꽤 친한 편이라고 생각했던(물론 꿈 속에서) 그 친구들이 '그 동안 적당히 어울려준 것 뿐' '너희 나라로 가라'고 비웃는 걸 보다가 깼다. 그 꿈 속에서 느낀 분노와 모멸감이 엄청나게 생생했다. 진짜로 미국 어디선가 그런 경함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튼 나는 잠 다 깨버렸다...


And

이영도 소설(특히 폴라리스 랩소디를 거쳐 눈마새, 피마새)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관념은 니체식 허무주의다. 니체의 허무주의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원래 철학이란 게 이런 식으로 요약하면 안 되는 거긴 한데).


1)이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보편적으로 '위대하다'거나 '고귀하다'거나 '선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 역시 외부의 권위에 입각한 것이기에 허무주의자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

3)개인이 철저하게 자신의 자유 의지로 '나에게 의미가 있다' '내 욕망의 대상이다'라고 결정한 제일가치만이 유일하게 중요하다

4)도덕이 되었건 종교가 되었건 사회적 합의가 되었건 모든 종류의 관념적 권위(그의 저서에서 신, 우상이라고 계속 비유하는 그것)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자신이 제일가치로 삼은 그 무언가를 위해 살고 죽을 수 있는 인간이 바로 초인(위버멘쉬)이며, 모든 인간은 그러한 초인을 지향해야 한다

5)초인이 발견한 자신의 제일가치가 결과적으로 기존의 도덕이나 진리와 비슷할 수는 있어도 그저 권위에 맹종해서 그걸 따르는 것과 초인이 주체성을 갖고 제일가치라고 판단해서 따르는 건 완전히 다르다  

6)각자의 제일가치가 충돌하는 두 초인이 만나면 높은 확률로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산 쪽은 계속 살아서 자신의 제일가치를 추구할 수 있으므로 좋고 죽은 쪽도 죽음을 통해 자신의 제일가치가 그만큼 의미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했으므로 


결과적으로 허무주의자(특히 니체식 허무주의자)는 극한의 개인주의자가 된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제일가치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지만(물론 타인을 존중하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제일가치는 오직 그만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이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특히 신이나 도덕, 전통, 충성 등을 이유 삼아 그렇게 하는 것)을 철저히 거부한다. 그리고 그 제일가치를 위해 남에게 위해를 가해야만 한다면 거리끼지 않고 그를 행한다.  


폴랩의 경우, 데스필드가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말하는 건 좋아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고 말하는 건 꺼려한다, 그런 건 불한당의 화법이라고 여긴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상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고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휘리 노이에스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내내 괴로워하다가 파킨슨 신부와의 고해성사, 율리아나 공주와의 만남을 거치며 그러한 컴플렉스와 죄의식에서 해방되어(니체 식으로 표현하자면 노예의 도덕을 벗어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군사적 재능-증오하는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동안 억눌러 온-을 마음껏 발휘하게 된다. 눈마새의 주퀘도 사르마크가 갈로텍에게 하는 "도덕을 요구하는 나약한 것들의 천박한 투정 따위 무시해. 그것들은 도구인 도덕을 삶의 목적으로 만들고 삶을 도덕의 도구로 바꾸지."라는 조언에서 그러한 주제가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한 니체식 허무주의가 싫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영도의 소설들을 꼼꼼하게 읽어 보면 이영도 스스로가 작가로서 그러한 허무주의를 긍정 내지 옹호한다고 볼 수 없다. 그의 소설 대부분이 허무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허무주의자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하지만 그 중 특정 캐릭터가 이영도의 사상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드래곤 라자부터 피마새(약간 확장해서 보자면 오버 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오버 더 호라이즌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에서 내내 가장 직접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한 초인의 위대한 여정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교류와 이해, 변화의 중요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교류와 이해, 변화가 다만 긍정적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 피마새에 이르러선 작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쟁 장면을 통해 그러한 '교류와 이해, 변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정적인 면면'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독자를 마음 편하게 하는 일차원적 해피 엔딩'으로 결말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영도의 독보적인 점이다. 


만일 이영도가 그런 작가였다면 퓨처워커의 미 그라시엘(주연급 캐릭터 중 하나로서 많은 비중과 매력적인 캐릭터성으로 독자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한 캐릭터)은 자신의 비참한 미래를 알면서 세상의 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를 담담히 받아 들이는 대신 어떤 식으로든 미래가 바뀌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캐릭터가 되었을 테고, 눈마새의 케이건도 작품 최후반 나가에 대한 증오를 버린 이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묘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영도는 그렇게 하는 대신 쳉이 (돌아온다 해도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지는 못할) 미를 기다리며 오두막을 짓는 모습, 폴라리스가 멸망하는 모습, 나무가 되어 버린 륜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깊은 여운을 남긴다. 새 시리즈를 벗어나, 이영도의 작품세계 한 축을 지탱하기도 하는 오버 더 시리즈의 주인공 티르 스트라이크는 허무주의를 배격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오버 더 호라이즌에서 티르와 루레인이 대화하며 티르가 "그 때문에 사람이 죽습니다, 그런 악기는 입다물어야 합니다"라고 단언하는 장면을 상기하라). 


그러한 철학이 이야기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상화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이영도의 소설을 비판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영도가 같은 주제만 반복한다'는 식의 비판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가 내내 하고 있는 주제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것은 평생을 바쳐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미흡했던 드래곤 라자부터 시작해 피마새에 이르기까지 내내 그가 다루는 세계는 넓어지고 있다. 


이영도 비평 관련해서는 거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영도의 문장력도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눈마새를 거쳐 피마새로 오면서 점차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퓨처워커나 폴랩에서는 굉장히 시적이고 유려한 미문들이 많다. 피마새의 전쟁 묘사는 그 반대로 지극히 담담하고 건조하다. 그토록 메마르게 온갖 참상을 독자의 하트에 직격으로 쏟아 부을 수 있는 작가는 잘 없다.



  

  


        

And

예전의 나를 보았다. 그 때의 나는 절망하고, 허무해하면서도 증오는 품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불안해했다.


그리고 결국 한계에 이르러서 죽으려고 했을 때,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전까지의 나는 그 때 죽었었고 지금 남아 있는 '나'는 그 잔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나름 아끼는 것도 있고, 즐거울 때도 가끔이지만 있고, 사랑하는 것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내 증오는 그런 걸로 덮이지 않는다.


만일 내가 잔해에 불과하다면, 언젠가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할까 하다가 간신히 억눌렀다. 난 홀로 견디다, 홀로 죽을 거다. 그래서 애초에 있었던 적도 없었던 것처럼 될 것이다.


And




I follow the Moskva 
Down to Gorky Park
Listening to the wind of change
An August summer night, 
Soldiers passing by
Listening to the wind of change
모스크바에서 고리키 공원을 따라 내려가
변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8월의 여름밤, 군인들이 지나쳐가고 있어
변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The world is closing in.
Did you ever think
That we could be so close, like brothers
The future's in the air,
I can feel it everywhere
Blowing with the wind of change
세상은 가까워지고 있어, 생각해 본 적 있어?
우리는 형제들처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미래는 대기 속에 있고, 난 모든 곳에서 느낄 수 있어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걸
 
Take me to the magic of the moment
On a glory night
Where the children of tomorrow
Dream away
In the wind of change
영광의 밤, 찰나의 마법으로 날 데려가 줘
내일의 아이들이 꿈꾸는 곳
변화의 바람 속에서
 
Walking down the street
Distant memories are buried in the past forever
I follow the Moskva
Down to Gorky Park
Listening to the wind of change
그 거리를 걸어 내려가
오랜 기억들은 영원히 과거로 묻고서
모스크바에서 고리키 공원을 따라 내려가
변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Take me to the magic of the moment 
On a glory night
Where the children of tomorrow
Dream away
In the wind of change
영광의 밤, 찰나의 마법으로 날 데려가 줘
내일의 아이들이 꿈꾸는 곳
변화의 바람 속에서 꿈꿀 수 있는 곳으로 
 
Take me to the magic of the moment 
On a glory night
Where the children of tomorrow
Dream away
In the wind of change
영광의 밤, 마법의 시간으로 날 데려가 줘
내일의 어린이들이 꿈꿀 수 있는 곳으로
변화의 바람 속에서 
 
The wind of change blows straight 
Into the face of time
Like a storm wind that will ring 
The freedom bell for peace of mind
Let your balalaika sing 
What my guitar wants to say
변화의 바람이 이 시대에 정면으로 불어
마치 마음의 평화를 위한 자유의 종을 울리는 폭풍처럼
내 기타가 말하고 싶은 걸 너의 발랄라이카로 연주해줘 
 
Take me to the magic of the moment 
On a glory night
Where the children of tomorrow 
Share their dreams
With you and me
영광의 밤, 마법의 시간으로 날 데려가 줘
내일의 아이들이 꿈을 나누는 곳으로
너와 나와 함께 
 
Take me to the magic of the moment 
On a glory night
Where the children of tomorrow 
Dream away
In the wind of change
영광의 밤, 마법의 시간으로 날 데려가 줘
내일의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곳으로
변화의 바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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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며, 많은 이들이 희망을 꿈꿨다.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를 서로에게 겨누고서 두려움에 떨던 나날들은 이제 지나갔다고 여겼다. 스콜피언즈는, 그 희망을 잔잔히 노래했었다.

그 이후로 약 30년이 흘렀고, 세상은 여전히 혼탁하다. 부와 권력에 대한 갈망은 이념을 떠나 모두에게 평등했고, 양대세력이 조장했던 민족과 종교 분규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서아시아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오늘에 대단히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난, 인간이 사는 곳은 결코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And

https://www.dropbox.com/s/7kyopd3cypsa296/%EC%B4%88%EC%97%AC%EB%AA%85%20RPG%20%EA%B0%80%EC%9D%B4%EB%93%9C.pdf?dl=0


다운로드 링크. 초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베테랑들도 곰씹을 만한 조언이 풍부하다. RPG인들은 목욕재계한 뒤 초여명 사옥 방향을 향해 3번 절하고 경건히 클릭할 것!

And

뭐, 태어난 이상 누구나 다 그렇지. 방식 차이만 있는 거고... 내 방식은 좀 안 좋은 거 같지만.


혼자 견딜 수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해서 죽은 뒤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으면 한다.

And

그것이 '유일하게 올바른 가치'까지는 아니어도 이 사회를 보다 낫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긍정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나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