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평 이후 있었던 간단한 바자회에서 책도 몇 권 샀고, 타로를 칠 줄 아시는 분께 약간 마음에 걸리던 것도 물어봤다. 좋은 대답을 들었다. ...다행이다. 애초에 친구라고 하기도 힘든 관계였지만, 이제 그 사람과 난 아무래도 상관 없는 남이고... 두번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일을 되새기면 여전히 약간은 억울하긴 하지만,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랐던 마음 역시 진심이었다. 인정한다. 오래지 않아 그 사람은 날 잊어 버릴테고, 나는 여전히 때때로 그 때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면 우울해지리라는 걸.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원래 사람 사는 게 그렇다. 견딜 만 하다. 잘 지내기를, 앞으로도.
뒷풀이 자리에서 연평도 포격 이후 정황이 뉴스로 나왔다. 며칠 전, 웃고 떠들고 즐기는 건 좀 자중하기로 했던 걸 떠올리자 자리가 참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과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근본적으로 냉혈한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남아 있건 말건 그건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현상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내가 뭘 어떻게 하건 간에 이명박 정부는 강경을 외칠 테고, 지난 10년 간 대북 관계에 들였던 공은 고스란히 좌빨들의 퍼주기로만 묘사될 것이고, 찜질방에서 불안한 밤을 보내는 연평도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은 이들도 살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한 나는.
중간에 자리를 뜬 이유는 사실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이유이며, 역시 별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나는, '강자'여야만 한다. 하지만 다시 예전과 같은 욕구-예컨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거나-를 갖게 되면 그렇게 되지 못한다. 물론 그러한 감정이나 욕구들은 인간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걸 외면하려고 하는 내 태도가 비정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 1년 동안 간신히 어느 정도 추스렸던 의지는 좌절되고,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난 다시 혼란에 빠지고, 냉정하게 상황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난 이미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 적이 있었고, 몇 년 간이나 그런 상태였다. 그리고 그 결말은 대단히 좋지 않았다. 나는 감정적인 인간이고, 한번 자제력을 잃으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선을 그어야만 한다. 아직까지 내 마음이 내게 속해 있는 동안.
남은 것은... 많지 않다. 절조를 바치고자 했던 상대는 사라졌고, 신의를 나누고 싶었던 상대는 떠나 버렸다. 그러나 아직, 명예만은 잃지 않았다. 그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 오직 그것만이 나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걸 외면하고 포기해야 할까. 강함을 이루기 위해서. 人間으로서 당연히 가져야만 할 연민이나 동정 같은 것들마저 버려 가면서, 사실은 그런 것들 역시 갖추고 있어야만 진정한 '강함'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마음 한켠으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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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포스터는 스웨덴 판, 아래 포스터는 미국 판.
이번 미국 판 <렛미인>은 그냥 무난한 수준의 헐리웃 리메이크 작이라는 느낌이다. 영화 자체는 별 것 없되, 원작이 워낙 좋았고 그 원작의 품질을 적당히 답습한 안정적인 노선의 작품이랄까. 작년에 리메이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볼거리 중심의 헐리웃 스플래터 무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는 스웨덴 판의 그것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클로버 필드>를 인상적으로 봐서 좀 더 과감한 재해석이 이뤄지거나 아니면 아예 원작 소설의 노선을 따라가기를 기대했었지만.
차이점 1. 시간적 배경은 여전히 80년대 중반이지만 공간적 배경이 미국으로 바뀌었고, 스웨덴 판에서는 뉴스에서 브레즈네프가 언급되고 동구권의 몰락이 화자되던 것과는 달리 레이건이 연설하는 장면이 있다. 소품이나 음악에 있어서도 당시의 미국 분위기가 잘 반영되어 있는 편.
차이점 2. 뱀파이어 소녀 애비(스웨덴 판에서는 이엘리)가 금발 벽안의 앵글로 계 미소녀로 바뀌었다. 비쥬얼적으로 보자면 일단 이쪽이 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예쁘고 귀엽긴 한데, 스웨덴 판에서는 아랍계 소녀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보다 이질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라는 느낌을 강화했던 것에 비해 너무 판에 박힌 미소녀라 개성이 부족하다. 연기력이나 포스에 있어서도 스웨덴 판의 이엘리가 더 매력적. 웃기도 하고 가끔 신발도 신는 등 '귀여운' 면모를 보이는 건 애비 쪽인데 대체로 무표정한 이엘리 쪽이 더 호소력이 있었다.
차이점 3. 찌질한 미소년 주인공 오웬(스웨덴 판에서는 오스카르)이 스웨덴 판에서는 북구 미소년이었던 것과 달리, 검은 머리칼의 좀 더 어리고 중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소년으로 묘사된다. 둘의 인물상은 거의 유사하지만(학교에서 불량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거나, 거울 앞에서 허세 부리며 화풀이한다거나, 단 걸 좋아한다거나) 미국판은 미성숙하고 나약한 이미지를 좀 더 부각시킨 느낌. 스웨덴 판에서는 후반에 불량아들의 리더를 까 버리고 '성장'하는 부분에서는 오스카르가 보여주던 썩소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데 비해 이 쪽은 그 이후에도 별 차이 없어 보인다. 보기에 따라 호오가 갈릴 만한 부분.
차이점 4. 오웬의 부모가 별거 내지 이혼 상태라는 설정은 스웨덴 판과 동일. 그러나 미국판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아버지의 친구 캐릭터 때문에 스웨덴 판에 쏠렸던 '오스카르 아버지 게이 떡밥' '아버지 친구가 매의 눈으로 오스카르를 노리는 것 같더라' 의혹은 이 때문에 안 나올 듯). 어머니가 종교에 심취하여 오웬을 소홀히 한다는 묘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에게서 충족받지 못한 모성을 애비를 통해 찾으려 한다는 코드로 읽혔다.
차이점 5. 오프닝부터 '피를 뽑아 가는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던 경찰 캐릭터가 등장하고(영화에서 직접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그 경찰은 어느 정도 애비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으며 젊은 시절부터 내내 추적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후반에 이 경찰 캐릭터가 애비에게 살해당하며 엔딩에 대한 복선이 된다. 스웨덴 판에서는 엔딩의 개연성에 대해 약간 설명이 부족했다는 느낌이었는데 미국 판에서는 경찰이 애비에게 피를 빨리며 오웬에게 손을 내밀고, 오웬이 그를 외면하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보다 엔딩의 개연성을 강화시켰다. 설명이 보강되었다는 느낌. 보다 대중친화적인 헐리웃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점 6. 스웨덴 판에서는 이엘리의 사회적 보호자 겸 피셔틀(...) 역할이었던 호칸(미국 판에서는 토마스)이 어렸을 때는 오스카르의 위치였다는 게 간접적으로만 암시되는데 비해, 미국판에서는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애비의 집으로 간 오웬이 토마스가 어린 시절 애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차이점 7. 애비가 인간의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묘사. 스웨덴 판에서는 오스카르가 준 과자를 먹었다가 토하는 것 뿐인데 미국 판에서는 그 전에 함께 데이트를 하며 약국에서 오락도 하고(아타리의 팩맨이다) 과자를 사는 장면이 추가로 삽입되었다. 둘 간의 감정선이 평범한 연애 감정이라기보다는 동경과 육욕 등이 뒤섞인 보다 복잡한 것으로 묘사되었던 스웨덴 판보다 좀 더 단순해지고 이해하기 쉬워졌다. 둘 간의 성적 긴장감도 보다 완화되어 묘사된다. 뱀파이어 물도 피해가지 못하는 쌀나라 아동 보호법의 위엄.
차이점 8.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수영장 씬이 좀 다르다. 전후 사정이나 맥락은 스웨덴 판과 동일하다(오웬이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아 리더를 까버렸고, 그 형이 복수하러 왔다). 그러나 좀 더 유혈이 낭자하고, 오웬이 물 속에서 괴로워 하는 동안 애비가 초음속(...)으로 날아 다니며 학살을 벌이는 게 좀 더 직접적으로 부각된다. 비명 소리, 신음 소리, 뼈 부러지는 소리 등.
차이점 9. 흡혈 시 애비의 눈동자 색깔이 바뀌고 표정도 더 험악해진다. 일본 만화 같은 느낌이 들었음.
차이점 10. 스웨덴 판의 이엘리가 입에 담던 시적이고 함축적인 대사("빛이 사라지면 너에게로 갈께" "내가 되어봐" 등)들이 왕창 짤렸다. 그 대신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런 명쾌한 쌀국놈들.
차이점 11.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스웨덴 판에서는 초대 받지 않은 채 집에 들어왔다가 전신에서 피를 흘리고, 얼굴이 순간적으로 늙어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뱀파이어의 비극성이 드라마틱하게 부각되는 명장면이었는데 미국판에서는
그런 거 없어
걍 피만 좀 흘리고 만다.
차이점 12. 스웨덴 판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메인 테마와 함께 스탭롤이 다 올라가고 나면 검던 화면이 천천히 붉게 물드는 연출이 있었는데 미국 판에서는 그냥 끗.
전체적으로는 스웨덴 판이 좀 더 나았다. 똑같이 눈 내리는 겨울인데도 애초에 추운 나라인 스웨덴에서 찍어서 그런지 스웨덴 판 쪽이 그 특유의 스산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훨씬 더 잘 살렸다. 미국 판도 나쁘진 않고, 제법 선방했다 싶은 부분도 있는데 원작에 비해 다소 밀린다는 느낌이다. 스웨덴 판에는 그런 분위기를 극단적으로 끌어 올렸던 요한 소더크비스트의 OST 빨도 있었고.
다른 데서 좀 찾아보니 원작 소설에서는 호칸이 그냥 아동 성애자였으며 오스카르와 이엘리의 관계 같은 정서적이고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다-즉 오스카르는 나이를 먹어도 호칸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하던데, 이에 대해서는 영화의 해석이 여운도 강렬한 게 더 나은 듯 싶긴 하다. 하지만 미국 판에서는 원작 소설을 재해석하는 것도 좋아 보였는데 너무 안전하게만 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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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처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냐를 떠나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우선 충격을 받고 슬퍼해야 하는 게 정상적이다. 당장의 감정에 휘둘려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건 경계해야 하나, 그와는 별개로 수십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는 일단 그에 걸맞는 정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 움직임이 항상 긍정적이지는 못해도, 그것은 인간다움의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내가 그 소식을 들은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동정심이나 분노가 아니라 '분석'과 '아젠다'였다.
종종 가던 네이버 쪽 카페에서 그 사건을 두고 미투데이에 축포 어쩌고 하는 글을 생각 없이 쓴 사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걸 보았다. 그러나 난 그 사람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한동안 웃고 떠들고 즐기고 하는 건 좀 자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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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이상한 소리에 창을 열어 하늘을 보니
수 많은 달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어느새 곁에 다가온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속삭이듯 내게 말했다. "그들이 돌아왔다"고...
왜 모두 죽고 나면 사라지는 걸까
난 그게 너무 화가 났었어
남몰래 그누구를 몹시 미워 했었지
왜 오직 힘들게만 살아온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끝에서
어딘가 끌려가듯 떠나는 걸까
살찐 돼지들과 거짓 놀음 밑에
단지 무릎 꿇어야 했던
피흘리며 떠난 잊혀져간 모두
다시돌아와 이제 이 하늘을 가르리
(짓밟고 서있던 그들 거꾸러뜨리고
처음으로 겁에 질린 눈물 흘리게 하고
취한 두 눈으로 서로서로서로의 목에
끝도 없는 밧줄을 엮게 만들었지...)
자 일어나 마지막 달빛으로 뛰어가봐
(모두가 반길 수는 없겠지만 그자신이 그 이유를
제일 잘 알겠지만...)
날아와 머리위로 날아와
검은 하늘을 환히 비추며 솟아
모두 데려갈 빛을 내리리
이제야 그 오랜 미움 분노 모두 다 높이
우리와 함께 날으리
저기 하늘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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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지금 쓰고 있는 단편에 영감을 준 것들 중 하나다.
사진은 에우로파에서 바라 본 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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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대북 외교에 있어서 강경책으로만 일관하면서도 국방 예산은 예산대로 감축하더니 꼴좋다'
'본격적인 전쟁이 된다면 희생이 얼마나 나건 간에 미국 지원을 입은 한국이 결국 승리할텐데, 그럼 이명박은 통일 대통령이 되는 건가'
'그걸로 영구 까방권 얻고 4대강으로 안식원 만들고 재벌 기업에 몰아주기 하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 최악 테크인데'
'일단 일어날 일을 생각해보자면, 주가가 폭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르르 빠져 나가겠군'
'어차피 전작권은 미국에 있고 미국은 지금 전쟁을 할 입장이 아니니 전면전 까지는 안 간다. 이명박이 똑똑하게 대처할 리는 없으니 정보를 모아둬야겠어'
......같은 것들이었다.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이등병과, 말년 휴가를 눈 앞에 두고 있던 병장이 죽은 데 대한 충격이나 슬픔이 아니라,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난 이성적이고 강한 인간이 되길 원했지, 기계적이고 냉혹한 인간이 되고자 한 적은 없었다.
새벽 2시 반이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야 할 듯 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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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정리 겸 슥슥.
1)메모리즈
<그녀의 추억>, <체취 병기>, <대포의 거리>라는 독립된 세 에피소드로 구성된 단편집.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추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 의외로 로맨티스트 맞나 보다(...) SF적인 기술적 배경과 19세기 공포 소설을 연상케 하는 서사 전개가 잘 맞물려 있다. 체취 병기는 독특한 설정을 흥미롭게 풀어낸 재미있는 소품이다. 대포의 거리는 설정만 봤을 때는 가장 기대돋았는데 막상 보니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다. 대포가 설치된 거대한 보루에서 내려다 보는 황무지의 풍경 등 미장센은 그야말로 쩔어주긴 하는데... 다소 단선적인 느낌. 단편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2)잠입자
오오 타르코프스키 오오...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잠들어 버려서 마지막 부분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재도전했는데... ...이번에는 중반 부분에 잠들어서 마지막 30분 정도 남았을 때 깨버렸다...... ....지루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 전날 밤 잠을 적게 잤기 때문이다! ...음, 이래저래 재미있는 부분도 좀 있긴 했는데 아직은 내가 소화할 레벨이 아닌 것 같다OTL
3)메트로폴리스
비디오 테잎으로 갖고 있긴 한데, 짤린 버젼이라서 풀버젼으로 재감상. 지상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삶을 사는 부자와 권력층(머리), 지하의 컴비나트에서 혹사 당하는 노동자들(손)이라는 이원화된 세계와 두 세계를 하나로 잇고자 하는 처녀 마리아(심장)... 음, 대단히 성서적인 느낌이다.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마리아가 하던 이야기는 세례자 요한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인공 프레더가 예수 그리스도인 셈인가? 무성 영화인 대신 상영 시간 내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한 연주자 분께 감사.
4)단편선1
6개의 저예산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선2도 있었는데 그건 패스. <화성이 아프다>는 화성 무인 탐사장비를 쏘아보낸 나사의 과학자들과 화성인들의 이야기. 대사가 전혀 없어서 내용 해석에 있어 혼란의 여지가 있다. 화성인들은 사실 대단히 유쾌한 친구들이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아닌 척 한다는 의미인가?; <기억의 여신:므네모시네>는 우주 통신 중계소에서 홀로 일하는 인간의 고독과 그리움이라는 다소 낡은 테마를 다루고 있다. 중간까지는 썩 훌륭했는데 결말이 지나치게 성급해서 주인공의 감정이 잘 와닿지 않았다. <데브리스>는 우주 주유소에서 혼자 일하는 남자의 고독과 권태를 감각적인 연출로 묘사했다. 그런데 좀 지나치게 감각적이라서 MTV 뮤직 비디오 보는 느낌이다(...) <No. 1009>는 인간처럼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로봇의 자기 복제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흔하지만, 음악과 풀 CG로 만들어진 영상은 꽤나 훌륭했다. <솔라트리움>은 설정은 그럴싸 했지만 자체적으로 완결된 서사구조를 가진 단편이라기보다는 해당 설정을 기반으로 한 짤막한 영상 모음집에 가깝다. 구성이 전체적으로 망했어요 수준. 설정 안 읽어보고 이것만 본 사람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 면접>은 10급 공무원 면접을 보러 간 두 남녀의 이야기. 설정도 흥미롭고 연기도 연출도 이야기를 푸는 방식도 중간까지는 대단히 좋았는데... ...처절한 조루 엔딩이 뷁끼. 더 잘 주물러서 1시간 정도 길이의 중편으로 만들어도 좋았을텐데.
5)제로 시티
뭐 하나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는 러시아의 시골 마을에 출장을 간 주인공을 통해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풍자한 영화. 곳곳에 깔려 있는 블랙 유머에 쿡쿡대면서 보다가 문득 마음이 싸해진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그런데 이건 SF가 아니지 않나?
6)2010 우주 여행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후속작. 보고서 감동했다. 할은 나쁜 놈이 아니었어, 흑. 다만 프로그램대로 행동해야 하는 인공지능으로서 모순된 두 명령 사이에서 가장 나은 결과를 위해 행동한 결과였을 뿐이지. 보통 '컴퓨터의 반란'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자주 언급되던데 그건 좀 에러라고 본다. 그리고 충격의 엔딩. 이거야! 이런 게 SF지!
7)아엘리타, 로봇들의 반란
2차 세계대전을 앞둔 소련에서 스크리아빈 음악 담당(!!!) 그리고 무려 알렉세이 톨스토이 원작(!!!!!!!!!!)으로 만든 선전 영화. 내용 자체는 비교적 단선적이고 평이하다, 프로파간다 물이 그렇지 뭐. 하지만 화성인들의 복장이라거나 건축물 같은 미장센은 대단히 독특하다. 그 시대 미국인들이 보던 '화성인'과 소련인들이 보던 '화성인'의 관점 차이가 드러난 듯해 흥미로웠다. 그나저나 톨스토이 선생, 정치 선전물을 썼다는 건 대단한 흑역사에 스스로도 엄청 치욕이었을 텐데(......) 후반부 들어 갑자기 서사가 폭주하는 걸 보면서 톨스토이 선생이 원작을 쓰던 중 "ㅅㅂ 내가 이 따위 선전물을 써야하다니!" 절규하면서 대충 마무리하는 모습이 연상되서 좀 웃었다. 상당히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화했다던데... 원작이 한국에 들어왔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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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들고 있는 깃발은 오스트'레일'리아인데 입고 있는 옷은 오스트'리아' 전통복장이다!?
+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date=20101111&rankingSectionId=101&rankingType=popular_day&rankingSeq=1&oid=008&aid=0002426849
후속기사가 뜨긴 했는데... 변명이 좀 쩌는 듯.
앞서 서울시청 관광과 관계자는 "나뭇잎으로 만든 옷이 호주의 전통의상으로 알고 있는데 총리에게 그 옷을 입힐 순 없었다"며 "오스트리아와 호주가 같은 유럽권이라 생각해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했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호주는 남반부에 위치한 오세아니아주다.
....그냥 "일정이 바빠서 서두르다가 옷을 잘못 입혔다, 죄송하다"고 했으면 최소한 무식한 티는 안 났을 거 아냐 볍진아, 니들도 시장 닮아가냐?+
http://kr.news.yahoo.com/service/cartoon/shellview2.htm?linkid=series_cartoon&sidx=9994&widx=74&page=1&seq=0&wdate=20090130&wtitle=%C0%CC%B8%BB%B3%E2%BE%BE%B8%AE%C1%EE
이말년의 본격 G20만화. 어류겐에서 빵 터졌다가 "국민이 쪽팔리냐?"에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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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 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헌널 사랑타령
나이값도 못하는 게
골방 속에 쳐 박혀
뚱땅땅 빠바빠빠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 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 게 다 절룩거리네
3.
내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코리아
내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20승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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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 님이 뇌출혈로 인해 투병 중이라고 한다. 빠른 쾌유를 바란다.
몇 달 전, 무릎을 다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약간씩 절룩거린다.
몇 년 전, 술을 잔뜩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친구와 함께 학교로 올라오며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제, 그 친구는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오늘, 술을 마시고서 다시 이 노래를 불러본다. 이제는 나 혼자서.
절룩거리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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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4:00 메모리즈
20:00 잠입자
11/2
14:00 패트레이버1
17:00 패트레이버2
20:00 메트로폴리스
11/3
11:00 단편선1
14:00 제로 시티
17:00 2010 우주여행
11/6
11:00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14:00 아엘리타 로봇의 반란
총 10작품. 가격대가 생각보다 싸게 나와 다행이야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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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tears in rain. Time to die...."
..."난 너희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아 왔어. 오리온 성좌의 어깨에서 불타 오르는 공격선단들. 나는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의 어둠을 밝히는 C-빔도 보았어.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나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대단히 불신하는 편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주제에 사람이 모여서 이루는 민주주의를 꿈꾼다니, 웃기지도 않는 모순이다.
...뭐라고 길게 글 쓰고 있다가 저런 생각이 들어 전부 지워버렸다, 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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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며칠 지난 기사지만 몇 줄 적는다.
저 기사는, 경향 신문이 논설을 통해 '민노당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째 권력 세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라고 요구하자 현 민노당 당 대표인 이정희 의원이 경향에 대해 보낸 답신이다.
이정희 의원의 논리는 이러하다. '대외적으로 우리가 진보임을 드러내는 것에는 관심 없다.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며, 그를 위해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겠다. 이미 북한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충분히 많으며, 우리까지 그에 끼어들 이유는 없다.'
얼핏 보기에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그러한 주장은 크나큰 약점이 있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난 10년 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그토록 노력해 왔고 비록 아쉬운 점이 많을 망정 어느 정도 성과도 일궈 낸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지 민주노동당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두 전 대통령은 확실히 우파였고, 보수의 스펙트럼에 속하는 인물들이었다. 그 둘은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 세력으로부터는 빨갱이라고 비난받고, 강성 노조나 사회 단체로부터는 FTA나 이라크 파병 결정 등을 이유로 비정한 신자유주의자라고 비난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은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일궈오고 있었다. 민노당은 평화와 협력을 이야기하면서도 그에 대해 실질적으로 공헌한 바가 거의 없다. 물론 민노당은 작은 군소정당에 불과하며, 대북 관계에 있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폭이 극히 작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노당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 내내 당위만을 교조적으로 외쳐 왔을 뿐 작지만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태만히 해 왔다는 점이다. 난 최소한 대북 문제에 관련해서는, 민노당을 한나라당 만큼이나 신뢰할 수 없다.
이번 권력 세습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며,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북한과 대화의 길이 아예 막혀 버리는 건 아니다. 물론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치의 기술이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도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는 와중에도 필요하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아예 입을 다물겠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정희 의원은 북의 권력 관계를 언급하는 게 남북 관계 악화로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를 취하면 취할 수록 북한에게 계속 우선권을 내주고 끌려 다니게 된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혹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번 세습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지속적인 연락 채널을 열어둘 수 있도록 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대신 일부는 비판하고 일부는 침묵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괜찮은 접근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도 나름 설득력은 있다. 김정은의 세습이 성공한다면 그를 비판하던 한국의 정당들은 접촉에 난항이 생킬테고, 실패한다면(개인적으로는 성공적으로 권력이 이동하리라고 보지만) 침묵하던 정당들이 대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만 보자면 나쁜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역할을 맡을 수 없다. NL과 PD의 통합을 위한 권영길 의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가고 종북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NL파가 민노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민노당은 결코 올바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 해도 민노당은 야당 중에서도 마이너한 소수 정당에 불과하며, 그러한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책을 취할 입장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단지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침묵하는 걸로 끝낸 게 아니라 '침묵하겠다'고 당대표가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사실이다. 대표의 말인 이상 이것은 반쯤 민노당의 공식 입장으로 봐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대표씩이나 되 놓고 할 말 못할 말 안 가리는 이정희 의원은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봉건 왕조나 다름 없는 북한 체제 아래서 고통받는 하층민들을 외면하고 북한의 지배계급 눈치만을 보겠다는 말과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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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내 혼을 팔아 버렸어다시 난 고약하게 변했어
캄캄한 밤에 나는 누군가에게 길을 묻다가
내리쳤어 그 안개 속을 나는 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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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처음 들은 지도 거의 20년 전이구나.
생일이다. 뭐 별 거 없다. 별 일 없이 산다. ...다리 다쳤던 게 아파서 오늘 수영을 안 갔다는 거랑 출판사에 소설 보낸 거 답이 아직 안 와서 슬슬 포기하고 다른 거 써볼까 고민 중인 거 빼면.
요즘 같아서는 별 일 없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던가. 요즘은. 이명박이 대통령인 이 21세기의 한국에서는.
약속 같은 거 잡지 말고 조용히 보낼까 올해 생일은.
PS=스물 아홉... 이라.
PS2=출판사에 보낸 원고는 아무래도 역시 심사에서 떨어진 모양이다. 다른 거 쓰지 뭐...'_`
5년차 예비군 훈련 종료. 전투복 입고 있으면 체력이 빨려 나가는 기분이 드는데, 6시 다 되서 끝나고 수영까지 하러 갔다 오니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이제 1년만 더 받으면 된다-_-
2)
며칠 전... 그날 따라 유달리, 미치도록 간절히 옛 일들이 생각나길래.... 오랜만에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마셨다. 계산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기억은 있는데 정신 차려 보니 현관을 들어서고 있었고, 다시 정신 차려 보니 밤 12시였고, 다시 정신 차려 보니 다음 날 낮이었다. 그 날 하루 종일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퍼마셨더니 그 이후 며칠 동안 옛 기억이 별로 떠오르질 않는다. 술로 힘겨운 기억을 씻어내는 건 보통은 썩 바람직한 일이 못되지만, 이번에는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훨씬 기분이 낫다.
3)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해줄 수 있는 '충고'는... 왠만하면 거의 다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불과하다. 내 문제는 내게 속한 것이며, 내가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난 그걸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고, 대체로 그렇게 해 왔다. 나는 강하며, 그토록 많은 노력을 통해 이뤄 온 내 '강함'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도저히 견디기 힘들 때가 있고, 실질적으로 상대가 내게 도움이나 유익한 충고를 해 줄 수 있건 없건... 누군가가 옆에 있어 줬으면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 들이지 않은 적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괜찮다. 난 '강자'다. 견뎌 왔던 게 쌓이고 쌓여서, 어느 한 순간 더는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가득 찬 물통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이 뚝, 떨어지는 듯한 그런 순간들은 결코 많지 않다. 1년에 단지 두세 번, 그런 순간들만 어떻게든 견디면 된다. 그러고 나면 그 물통은 더욱 크기가 커지고, 다시 몇 달을 더 묵묵히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견디고, 물통을 키운 적이 몇 번이나 있다. 지금껏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4)
레지던트 이블4 평이 시망이던데... 이번이 마지막 시리즈인 듯 하니 속는 셈 치고 보러 갈까.
5)
출판사에 단편 보냈던 것 평이 통 안 온다. 짤린 건가... 요즘 각 잡고 소설 쓰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는 느낌인데, 쓰기 쉬운 종류로 해서 다른 거 하나 쓰면서 기다릴까, 쯥.
6)
모 웹진에 넘긴 리뷰 조회수가 대략 시망인 듯. 역시 너무 낯선 주제였나, 크헉. 이번 달부터는 그냥 얌전하게 소설 리뷰 같은 거나 써서 줄까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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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irror.pe.kr/webzine3/29819
...그러고 보니 스티'브' 잭슨 게임즈인데 '븐'이라고 쓴 부분이 있구나;;; 아마존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 캡처를 쓴 게 몇 장 있는데 저작권 크리 맞진 않으려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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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런당 안상수 원내대표, "DJ 노무현 능력으로는 선진국 못 가"
그는 또 “그 좋은 경기 호황기에 현상 유지 정도밖에 못해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머물고 말았다”며 “그때 우리가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했다면 지금 우리는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황천모 부대변인이 전했다. 안 대표는 또 “한나라당이 아니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시킬 수 있는 정당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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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킬 때마다 한개 씩 올라오는 막장뉴스 시간입니다. 막장뉴스 카테고리 업뎃이 안 된지도 꽤 지났는데 슬슬 재개해야 할 듯.
안상수인지 Ass인지가 저런 헛소리를 하면... 아니 굳이 안상수가 아니어도 퍼런당에서 저런 말이 나오면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기사 댓글란이나 기사가 퍼날라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그 대상을 성토하기 바쁘다. 그리고, 금방 잊혀진다.
나는 안상수를 비롯해서 헛소리 하는 정치가들이 정말로 제 정신이 아니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점을 약간 바꿔 보면, 그들의 그러한 뻔뻔함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저런 발언이 기사화된다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 하는 작자들이 다 똑같죠 뭐, 저는 관심 없어요."라고만 말할 뿐 거기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냉소와 무기력이 21세기 한국인의 정치적 정체성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거기에도 지나치게 빨랐던 근대화를 비롯해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란 귀찮고 껄끄럽기만 한 문제로 여긴다. 물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다른 떡밥들도 얼마든지 있다(그런 사람들도 이쪽 저쪽 전부 다 묶어서 까기만 하다가 제풀에 지친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에서는 정치가들이 국민을 두려워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이유도 없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두번째 이유는, 저런 말을 하는 본인도 스스로의 말을 믿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정치는 퍼런당과 민주당의 양강 구도로 나눠져 있으며, 둘은 서로를 배제하고 '승리하는 것'이 목적일 뿐 정치적 이상이나 소신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다.진보신당이나 사회당, 혹은 국민참여당과 같은 군소 정당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정당이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고 여긴다(그들이라고 해서 딱히 더 크게 순수하거나 결백한 건 아니기도 하고). 혹은 서로를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유지하며 각자 이익을 취하고 제 3세력인 군소정당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하는 '적대적 공존'관계라고 보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간에 두 세력은 섞일 수 없고, 규모 차이는 있지만 각자 고정적인 지지 계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년은 실패한 세월이다'라는 식의 논리를 편다고 해서 상대를 설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부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동요 계층의 관심을 모으는 효과는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얻어지는 효용이 일정 이상이라면 충분히 저런 말도 할 수 있다(그런 방식이 도덕적이냐... 라는 문제는 차지하고). 그들은 '진실'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만 어느 방식이 더 유리한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을 뿐이다. 퍼런당이 사회주의를 마치 악마를 섬기는 사교집단의 교리인양 몰고 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ps=어제는 예비군 훈련이었다. 훈련 끝날 때쯤 동대장이 무슨 서류를 들고 오더니,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이적단체 활동을 제한하고 벌금을 물리는 국보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니 찬성하는 사람은 서명해 달라'고 했다. 내가 피식피식 웃고 있자 동대장이 내 기색을 눈치챘는지 반대한다면 굳이 서명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토록 국가 보안에 신경쓰는 심재철은 퍼런당이고, 안상수는 그 퍼런당 원내 대표다. 안상수는 무려 '행방불명'으로 병역을 뺐다. 그리고 나는 말로는 그토록 절절히 안보를 부르짖는 퍼런당이 병역 비리에 연루된 내부 의원들을 자체적으로 걸러냈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안 좋은 일이야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거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기쁨'이라고 할 만한 감정을 느낀 지 아주 오래 지났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괜찮다. 소소하게 즐거운 일들도 있고,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
2)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남들은 다 하는 취직 고민이나 결혼 생각 등 '미래에 대한 세속적인 예정'을 거의 하지 않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라는 것도, 어쩌면 내가 그토록 경멸해 왔던 타성에 젖은 의존이 아닐까. 내가 그토록 많은 걸 포기할 각오까지 하면서 간절히 꿈꿔 온 '강함'이라는 이상은, 사실 애초부터 잘못된 게 아니었을까?
3)
둘째 조카가 태어났다. 직접 보지는 못했고 면회실에서 스크린으로만 봤을 뿐이지만 두 살 더 많은 자기 형을 꼭 빼닮았다. 행복하게 잘 살려무나.
4)
<반미 교과서>를 조금씩 다시 읽어 보기 시작했다. 그 오만하고 거대한 제국이 행하는 패악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결코 좋게 보이지 않지만, 겉멋도 섞여 있던 예전과는 달리 보다 넓은 시야에서 균형 감각을 가지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적어도 미국 내에는, 미국이 하고 있는 짓이 옳지 않음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도 결코 적지 않으며 부족하나마 그런 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구심점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과연 그러한가?
5)
단편선 원고 보낸 거 답신이 언제쯤 오려나... ....기준 미달이라면 답신이 아예 안 오는 수도 있긴 한데, 크헉. 거울 쪽 리뷰 원고나 쓰면서 기다릴까.
6)
의사가 뛰지 말라고는 했지만 다른 말은 없어서... 재활 겸 수영을 하러 다니고 있다. 낮에는 아직도 더운데 시원해서 좋긴 한데, 아직도 가끔씩 쑤신다. 뭐... 곧 낫겠지.
7)
30일날 예비군 훈련 일정 잡혔음. 아오샹, 이번에는 절대로 산 안 올라간다.
8)
문득 생각나서 옛 친구 블로그를 둘러 봤다. 살다 보면 사이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고, 사소한 계기로 다시는 보지 않게 되는 일도 있을 수 있긴 하다. 그거야 당연한 거긴 한데. ...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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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내미 낙하산 인사를 비꼬는 내용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의 장면 중 일부에 자막을 새로 입혀 만든 패러디 물. 대사 하나 하나가 주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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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미진하긴 한데, 계속 고치고 있자니 마감 못 지키겠다 싶어서 일단 질러놓고 봤다. 1차 마감일 뿐이니, 미흡하다 싶으면 첨삭해주겠지(...)
편집장님께 원고 보내놓고, 컨셉을 따 온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다시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ㅅㅂ 김승옥이 존잘은 존잘이구나 확실히, 학교 다닐 무렵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는데 여전히 새로운 데가 있으니. 내가 저거 초안 쓴 1년 전에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오마쥬를 쓰겠다고 했나 몰라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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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재벌 교회의 폐단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었다. 불교가 그런 말썽을 일으킨 적은 없다, 차라리 스님들이 훨씬 더 낫다고 강변하는 내용이 우선 귀에 들어왔다. 말하고자 하는 바 자체는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불교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접근한다는 인상이 강해서 전적으로는 신뢰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앞섰다. 물론 그 목사님이 불교의 예를 드신 건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기형적 대형 교회 체계의 악습과 비교하여 그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부적절한 접근법이었다고 보인다. 물론 불교는 훌륭한 종교고, 수신과 절제, 자비를 말하는 그 교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판타지를 갖는 것은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불교에 대해 별로 이해를 갖지 못한 신자들이 저 설교만 듣고 '불교는 성직자가 타락하는 경우가 없거나 극히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로구나'라는 막연한 인식만을 가지고 있다가 역사적으로 불교라는 종교 안에서 나타난 악과 타락을 접하게 된다면 목사에 대해 불신하게 되는 정도를 떠나 신앙 자체를 회의하게 될 수 있다. 그것 자체는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개신교는 천주교에 비해 목회자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지금껏 유지해 온 목회자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성실성을 지키기 위해 그러한 사실 자체를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그 신자는 맹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맹목은 악을 낳는다.
반복된 회의와 성찰은 정-반-합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신앙을 성장시킨다. 그것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며, 멈추지 않음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나의 '믿음'이 그런 식으로 자랐다. 부정적인 형태로는 물론 긍정적인 형태로라 해도, 사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언제나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 목사님의 설교를 처음부터 주의깊게 들어본 건 아니지만, 일단 첫 인상은 썩 긍정적이지 못했다.
두번째는,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거듭된 강조였다. 사실 이 지상에 속한 인간의 삶은 한 순간에 지나치는 짧은 순간에 불과하며 진정한 신자이기 위해서는 이 지상이 아니라 하늘에 속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천주교와 개신교는 물론 동방 정교회를 포함하는 기독교 전반에서 공히 나타나는 사상이다. 그리고 세속적인 부와 권력을 탐하는 재벌 교회에 대한 강한 비판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고. 사실 신학적으로는 정말 경건한 목자다운 태도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인간이 이 지상에 속해 있는 존재인 이상, 적어도 죽을 때까지는 人間으로서 살아가는 게 온당한 이치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지상에 속한 것들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은 지금 인간이 속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어둠에 대한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도 있다. 박정희의 압제를 피해 명동 성당으로 피신한 이들 앞에서 전경들을 막아선 채 그들을 꾸짖던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한 일이 무엇인가? 김용철 변호사를 삼성 공화국의 권위로부터 피신시키고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정의구현 사제단 신부님들이 보여준 것이 무엇인가?
.........
일단 어머니가, 내가 걱정했던 것과 같은 망가지고 뒤틀린 형태의 개신교에서 '희망'을 발견하신 것 같지는 않다. 일단은 다행스럽다. 아무튼 그 설교하시는 목사님도...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00909023409562&p=hankooki
...이런 작자보다야 나아 보이고 말이지(ㅅㅂ 벌금 50만? 까구 있네, 장난하냐?)
하지만 지금의 이 세상은 '악'은 뚜렷하되 '선'은 희미한 곳이다. 여전히 약간은 우려스럽다, 후우.
다시, 꿈에서 그 분을 보았다. 그 분은 날 밀어내고 도망치려고 하다 넘어졌고, 난 그 분을 부축해 그대로 끌어 안고는...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울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는 그 분을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
깨어난 꿈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오래지 않아 잊혀져 버릴 미망 따위에 의존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단지 지나간 것들만을 끝없이 반추하며 그에 기대서만 살아가려고 할 때에나 그것이 '미망'이 되는 것이지, 그를 잊지 않은 채로도 현재의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그 역시도 가치 있는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내게 남겨진 것은 결코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역시 별로 내게 남은 '줄'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작년 겨울,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에는 내게는 오직 과거만이 존재하며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여겼다. 지금도 여전히 그 때의 좌절감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때에도 언젠가는 견디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리라고도 여겼던 것 같다.
그 '언젠가'가 곧 올 것 같기도 하다.
......"살아 있다는 것에는 의문이 따르고,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그 의문을 가슴 속 깊이 안고 살아 간다. 어떤 사람은 그 의문을 깨닫지 못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 의문에 직면해 방황하면서, 그리고 의문을 지닌 채 생을 마감한다. 그 의문은 답을 구하는 자에겐 저주이나, 행동하는 자에겐 축복이다. 어떤 권력가도 그것을 정복하지는 못한다..."....
물론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 역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같다.
누구한테 편하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객관적으로 나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고 할 만한 사람들도 주변에 있고... 무엇보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일은 종일 도서관에라도 가 있을까...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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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이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