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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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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복절이다. 되도 않는 건국절이 아니라!

사실 개인적으로는 광복절에 대해 커다란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독립군의 희생이 덧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해방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덕택에 이뤄진 것이었으며 조선인들이 스스로 이뤄낸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인 민중으로 거듭날 기회를 갖지 못한 이 나라의 국민들은 미소로 대표되는 두 이념 간의 대리전을 수행하기 위한 일종의 용병으로서 분열을 요구당했다. 그 이후로 60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남쪽은 탐욕과 천박함으로 얼룩졌고, 북쪽은 공포와 무자비함으로 뒤덮였다.

외세에 의존한 해방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이후 수십년간 공화국 대한민국을 지배한 근대화라는 이름의 개발독재의 기틀이 놓였다는 점에서 마냥 오늘의 의미를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민중의 것이어야 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독점하고서 친미 독재자 하나의 위업으로 종속시키려고 하는 짓거리는 못 봐주겠다.        
And
어떤 이유가 있어서, 내 주변에 '친구' 내지 '친인' '지인'이 얼마나 있는지 머릿속으로 정리를 좀 해봤다.

군대를 갔다 오자마자 알바 자리보다 먼저 구한 게 trpg팀이었고, 거기서 알게 된 형들과 6년 째 교분을 이어오고 있다. 완전히 터놓고 격의 없이 지내는 건 아니지만, 꽤 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터놓는 건... ....하고 싶지 않다. 안 좋았던 일을 이야기했다가 중2병 취급 당했고, 그 이후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 싫어졌다. 딱히 실망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보일 만한 여지가 있기도 했고, 꼭 자신의 치부라거나 트라우마 같은 걸 드러낼 수 있어야만이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난 그걸 깨닫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하지만, 두번 다시 그 형들한테 내가 진정으로 절실하게 고민하는 것이나 두려워하는 것, 갈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견뎌야 했던 시간들은, 중2병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렇게 간단히 소급될 수 있을 정도로 하찮은 게 아니었다.

지금도 그 형들과 친하다고는 생각한다. '먼저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여러 번 시도해봤었고, 대개 실패했고, 그 중 몇 번은 매우 나쁘게 끝났다. 하지만 성공한 경우도 있었고, 그 형들과의 관계는 제법 성공적인 축에 든다. 

그러니 괜찮다. 이 정도 관계만 유지할 수 있어도,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한 거다. 그리고 이 정도 관계만으로도, '만나서 딱히 뭔가를 하지 않은 채 농담하고 잡담하면서 적당히 노닥대기만 하더라도 즐거운' 정도는 된다.


......... 

문득 지금 반한 상대가 떠오른다. 그 분이 받아들인다면, 난 다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고, 주의깊게 거리를 재고, 이해받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 모든 것들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나는 또 다시 갓 제대했을 무렵, 6년 전 당시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절한다면, 나는 최소한 인간 관계 같은 것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고민하지도 우울해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 타인에 대한 인정이나 배려 같은 것은 거의 신경쓰지 않은 채 오직 나 자신의 충동에만 이끌리며 나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인간이 될 것이다.


...내가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건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니고,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경우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 하나로 사람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 같은 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에 대한 이 감정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흐르냐가 내게 있어 결코 작지 않은 하나의 '계기'가 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

...라고 생각하고 잠들었는데 이날 밤 오랜만에 그 분의 꿈을 꾸었다.


   
  
And

  그녀는 첫눈에 반할 정도의 미인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화장기 없는 얼굴에 가는 눈썹과 쌍꺼풀 없는 속눈썹, 아몬드 형의 눈은 얼핏 보기에 약간 쌀쌀 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인상을 완화시키는 것은 동그란 얼굴형과, 그 얼굴 주변으로 흘러 내리는 숱 많고 부드러운, 살짝 굽슬거리는 갈색 머리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생동감이 넘치는 그 눈빛, 목소리, 말투, 그리고 웃음 소리다. 그녀의 눈동자는 울창한 숲 속에 고인 작은 샘을 떠올리게 한다. 조용히 물줄기가 샘솟고, 낙엽 몇 개가 떨어져 작은 파문과 함께 그 위를 떠돌고, 오직 새들과 작은 동물들만이 목을 축이는 샘과 같다. 마냥 맑기만 한 샘은 아니다. 가끔은 흐려지기도 하고, 가끔은 작지만 격렬한 파문이 일기도 한다. 그녀가 미소지으면, 섬세한 윤곽을 지닌 아몬드 형의 그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구부러진다. 그 다갈색 눈동자는 따스하고, 머리칼이 가볍게 얼굴 주변으로 나부낀다. 미간이 살짝 보기 싫지 않을 정도로 찡그려지고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 아래 보일락 말락하게 보조개가 파인다. 적당히 보기 좋을 정도의 높이를 가진 콧날 아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중과 그 아래 자리한 그렇게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분홍빛 입술 양쪽 끝이 들려 올라가고 뾰족한 송곳니가 살짝 드러나 보인다. 그녀가 웃는 모습은 물론, 찡그린 표정도, 화내는 표정도, 투덜대는 표정도, 슬퍼하는 표정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지상에 속해 있으며, 지상에 속한 그 모든 번잡함과 너절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 더럽혀지는 법 없이 '그녀 자신'으로 남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한 '인간됨'은 누군가가 한때 간절히 추구했던 것이며, 이제는 거의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좋은 쪽으로도 아마 나쁜 쪽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인간다우며, 인간성에 속한 그 모든 것들을 긍정하면서 꺾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누군가가 한 때 동경했던 것이며, 필사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는 그 때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 앞에 있다면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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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 버릴 뻔 했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연애 문제는 아니었지만, 전에 내가 결국 실패했던 이유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오직 내 감정에만 충실했기 때문이다.

..........
그래도, 사실은 보고 싶다. 고백했다 차이는 건 괜찮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표현조차 못하고 포기해 버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And
  *SF나 판타지가 아니라서 끝까지 읽었을 때 조금 당황.
  *원전에 비해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음. 나름의 주제 의식을 통해 잘 필터링된 느낌
  *이야기가 허리 부분에 잘려 끝나 버리는 느낌. 서론이 너무 길다
  *희곡으로서는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 거울을 표현하는 부분의 설명이 부족. 그 부분에서 소년이 독백을 하며 뒷모습을 보이는데, 희곡에서는 뒷모습을 보이는 게 금기에 속함. 희곡적 장치에 대한 연구가 부족
  *이야기가 확확 진행되지 않고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어 다소 지루하다. 행동으로 보여줄 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대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큼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2222 반드시 필요한 장면도 아닌 듯 한데
  *남자들의 캐릭터가 불분명하다. 몽매한 대중들이라는 건 전달되지만 그에 비해 극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
  *2장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리와인드를 너무 많이 한 듯.
  *기자의 캐릭터가 미묘. 역할 자체는 분명한데 비해 기자 본연의 정체성인 기사를 쓴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교활한 인물상에 가깝다. 소년을 죽인 것은(혹은 죽게 한 것은) '기자로서의 그'인가?
  *신사가 기자에게 그렇게 피를 봤으면서도 왜 기자에게 사건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가?
  *신사가 소년을 죽인 거라고도 볼 수 있다.
  *시장의 짓일까.........................??????????????????????
  *추리물 같은 제목과는 달리 누가 '진짜 범인'인지가 불명확하고 책임 소재가 분산되어 있어 찝찝하다. 그것이 작가의 주제라는 건 알겠지만 독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비해 마무리에 강렬한 임팩트가 부족하다.
  *착실하게 사건들과 갈등들을 쌓아 올려가긴 하는데 마무리가...:Q22222222
  *약간씩 변주가 있어야 하는데 배경만 바뀌고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루한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인물 소개 부분에서 익명화된 '신사'나 '기자'보다는 구체적인 이름을 주는 게 나았을 듯.
  *대사가 전반적으로 너무 길다.
  *이 작가가 쓴 작품 답다. 정치덕후 냄새가 킁킁.
  *시대상이 눈에 안 들어온다.
  *정치덕질이나 카스파라는 개인의 이야기 중 하나에 무게를 실어 무게를 줬다면 어땠을까?
  *이야기를 좀 더 고도로 압축했거나 아니면 아예 장막극으로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주제가 아무래도 낡은 느낌.
  *신사의 캐릭터가 다소 애매... 주제랑도 관련이 있는데, 아무래도 역시 애매미묘하다.....:Q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개성이 뚜렷한 기자인 듯.
  *계속 나오는 이야기지만, 1장의 스케일이 커서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 막판에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다.
  *소년의 '타락'이 너무 무난하고 밋밋하다. 죽음 역시도, 자살로 보건 타살로 보건 설득력이 부족한 감이 있다.
  *뒷배경에서의 정치적 움직임이나 그런 종류의 맥락은 잘 쌓여 있는 편인데 서사로서의 매력은 별로
  *대사가 종종 부자연스러움. 소년이 꿈 이야기를 하는 부분 등.
  *이런 풍자적인 작품은 좀 더 세련되게 가야할 필요가 있다. 풍자 대상과 작품의 거리가 너무 가까움. 박민규의 <지구영웅 전설>도 거리 조절을 잘못해서 비판이 많았는데 그건 재미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못하다.
  *연극을 전제로 쓰인 희곡이라기보다는 읽히는 걸 전제로 쓰인 희곡이라는 느낌.
  *주로 정치적인 화두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쓰는데, 진지하게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자세는 좋지만 어떻게 해야 그걸 서사로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듯.
And
조갑제(이하 조영감님)의 주장을 (짜증을 억누르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의외로 논리정연하다. 사람이 아무리 망가져도 평생에 걸쳐 익힌 가락은 어디 안 가는 법이고, 조영감님은 한 때나마 개념 기자의 본좌였다. 지금까지도 그 간명한 논리와 알기 쉬운 문장은 여전하다(국한문 혼용 주장은 논외로 한다). 그러나 문제는, 논리와는 별개로 그 근본적인 사고 방식 자체가 낡은 데다 그 구조 역시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영감님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저는 "북한 정권은 사악한 것"이라는 명제다. 이 명제 자체는 말할 것 없이 참이다. 그러나 조영감님은 그 명제가 참이라는 것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다른 모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그 한 가지 사실에 종속시켜 버린다. 북한 김씨 왕조의 악랄함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정도가 좀 덜하고 양상이 달랐을 뿐 무자비한 독재 정권이기는 마찬가지였던 한국의 군사 정권에 대한 비판 역시 그 자체로 온당한 것이다. 그러나 조영감님은 "북한 정권의 사악함"이라는 그 명제 하나에만 매몰되어서는 반대급부로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치며, 누군가가 그 점을 지적하면 "북한 정권이 악하지 않다는 거냐, 이런 빨생이 새퀴"라고 반문한다. 조영감님의 글 여럿을 두고 교차 검증을 해보면 명백히 드러나는 특유의 이중잣대와 흑백논리는 여기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 이중잣대와 흑백논리는 친북은 친일보다 나쁘다는 병맛 넘치는 주장으로 이어지기에 이른다. 

조영감님이라는 인물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결코 악인이 아니다. '공화국 대한민국의 청산되지 못한 부정성의 총화'인 이명박에 비하면 순수하기까지 하다. 그의 이상은 뚜렷하고, 신념은 단호하다. 그가 주장하는 북한 정권의 사악함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이 그의 눈을 멀게 한다.


조영감님의 행보를 지켜보자면,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당시의 입장, 그리고 그를 둘러싼 당시의 조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절감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나는 전쟁의 참상을 겪어보지 못했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지켜보지 못했다. 대신 나는 그러한 외형적인 급성장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어둠 속에서 태어났고, 그 그늘 아래서 자랐다. 나는 그렇게 좌파가 되었고, 스스로의 편향성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그를 고칠 생각은 없다.

스스로를 성찰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내 명예를 위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그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조영감님도 자기 성찰과 회의를 거듭한다고 한다, 그래봤자 결론은 '역시 난 틀리지 않았어'로 수렴되긴 하는데-_- 조영감님은 그의 한 저서에서 '기자는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자성과 회의를 끝없이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의 몫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아마 이 역시도 언론이 통제되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진실에 접근할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있던 7~80년대 군사 정권 하에서 가질 만한 기자로서의 엘리티즘의 발로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이들 속에서 나 자신과 비슷한 어떤 면모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ps=그러고 보니 곶감 정동영 선생이 '노인 분들은 선거날 나오지 말고 쉬시라'소리를 해서 감 까듯이 까일 때도 나는 반사적으로 거기에 공감했다가 다음 순간 그런 자신을 깨닫고 식겁했었지, 젠장-_-
And
같이 소설을 쓰는 한 동료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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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가 책을 덮고 정신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키득키득 웃거나 유쾌한 기분이 든다면야 금상첨화겠지요. 소설 뿐 아니라 결국 세상의 모든 표현 예술이 결국에는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방면에 있어 앞으로는 더욱 '사람 냄새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 '흥미진진한 줄거리'에만 매달려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진정성을 쏟아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 냄새'는 달리 말하면 '인간적인 인물이 등장하는'이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틈은 존재하며 그것이 또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라는 뜻이었는데요. 고뇌없이 행동하고 신념에 따라 나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종횡무진 달리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밝은 감정만이 아니라 질투나 분노 같은 감정도 당연 제 관심사지요.."

"...어느덧 XX님과 제가 안 지도 2년이 다 된 것 같은데, 그간 여러 모습을 보아온 것 같아요. 소설적인 면으로는 제가 정말 지겹도록 많이 말씀을 드렸으니(힘을 풀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보세요) XX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있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풀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키워나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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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터뷰를 한 게, 재작년이었던가.

그 사람의 소설과 내 소설을 비교해 보면 빛과 그림자를 보는 느낌이 종종 든다. 그 사람의 소설에서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찬란해지는 순간'이 등장한다. 내 소설에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타락하는 순간'이 등장한다. 세상에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없으며, 두 가지 면모가 어느 정도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는 평범한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소설에서 '밝은 면' 내지 '선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내 소설에서는 '어두운 면' 내지 '악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이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저 때와 비교해 보면... 나도 꽤 변했다. 저 사람이 지적했던 대로, 당시 난 사람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 필요 이상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경직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것은 거기에 익숙해지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포기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고, 몇 번은 시행착오도 겪지만 주변 친구들 덕에 그 노력이 보답받아 그럴 수 있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이제 질렸다.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내 앞에 있다면 주먹으로 한 대 갈겨줄 거다. 그 뒤에는 술집으로 데려갈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은 비웃으면서 패기부터 할 거다.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게 유감스럽다.

....

소설을 마지막으로 쓴 지도 거의 반년이나 지났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내키지 않는 글들만 억지로 써야했다. 지금 내가 새로 소설을 쓰면, 어떤 글이 나올까.
And



...Not begging you
I'm telling you

You won't break me
You won't make me
You won't take me,
Under blood red skies

You won't break me
You won't take me
I'll fight you under
blood red skies...



And
꿈을 꾸었다. 악몽이었다.

꿈을 꾸고 있을 당시에는... 행복감이라고까지는 하기 힘들어도, 분명히 즐거웠다. 그 꿈 속에서는 내가 한 때 간절히 원했던 것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악몽이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고 난 뒤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끝나버린 꿈에는 의미가 없다. 예전에도... 비슷한 꿈을 몇 번 꿨었다. 그 때는 깨고 난 다음에는 한없이 우울해서...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억눌렀지만 이제는 비교적 덤덤하다. 나는 그 때와는 다르다. 난, 강해졌다.

그런 꿈을 꿨다는 것 자체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직도 여전히 그 꿈 속의 풍경을 바라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 무의식까지 통제할 수야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예전의 그 한심한 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한참동안 아팠다. 지금도 여전히 상태가 썩 좋진 않지만, 정신적으로 약간 우울하고 침체되어 있어서 그렇지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정도가 극단적이지 않은 한은, 대개의 경우 몸의 고통보다 정신의 고통이 더 견디기 쉽다. 정신의 고통이 몸의 고통보다 힘들다는 주장은 한심한 투정인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메일을 확인해 보니 거울 쪽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그간 연락을 못한 것도 있고... 어떻게든 오늘 중으로는 쓰던 원고 완성해서 보내야겠다. 이미 많이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몸 상태가 회복되어 다행이다.
And
...한달은 쓸모가 없겠지만 뭐.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대강 예상.

예상 반응:
1. 승락한다.
단번에 승락할 가능성은 사실 매우 낮다. 높게 쳐봐야 20퍼센트. 그 사람은 밝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성격이고, 대체적으로 누구한테나 그렇게 대하는 편인 듯 하다. 딱히 그 사람에게 내가 특별한 대상이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2. 거절한다.
안지는 제법 되었지만 사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거나 할 정도로 친밀하지는 않다. '친구로 지내요' 정도의 완곡한 거절이 돌아올 가능성도 상당하다.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서는 이 가능성이 가장 바람직한 걸지도 모른다. 이 가능성은 대략 35퍼센트 정도.
3.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답이다. 가능성은 약 45퍼센트(생각해 보겠다고 한 후 연락이 끊긴다거나 하는 건 거절이라고 봐야 할테니 2에 포함).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답인 동시에, 그 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가장 애매한 대답이기도 하다.

각 반응 별 대처:
1. 승낙한다고 해서 전부 끝나는 건 아니다.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고 해서 오래 간다는 법도 없고. 서툴게나마... 연애 심리 관련 서적 같은 것도 찾아보고, '이런 종류의 지식은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닐텐데' '그래도 아예 헛소리는 아니겠지, 참고 정도는 해보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데이트 코스 같은 것도 뒤져보고, 공통된 화제 거리도 찾아보고, 소소한 선물이라도 해주기 위해 알바도 구하고... 하게 되겠지. 그 다음은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연애하기 즐거운 상대는 아닌 쪽에 가깝고. 사귄다고 주변에 일부러 알리고 다니거나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2. 나는 한번 거절당한 상대 주변에서 맴돌며 계속 기회를 노리거나 하는 짓거리가 싫다. 그 사람이 어장관리하면서 적당히 원하는 것만 취하는 유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그런 짓 자체가 싫다. 그러기엔 난 너무 자존심과 자의식이 강하다. 그 사람과는 다른 인간 관계를 통해서도 엮여 있는 게 있고 앞으로도 만날 일이 있겠지만... 가능한 거리를 두고, 필요한 이야기 외엔 하지 않고, 뒷풀이 같은 데도 안 가고... 하는 게 가장 무난할 것이다. 그 사람은 그냥 부담가지지 말고 예전처럼 지내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보다 보면 나 자신이 내 감정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주변에 티를 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부담스러워 할 테고. 나는 그런 짓 못한다.

그런 생각도 든다. 이번에 거절당한다면 나는 앞으로 한참 동안, 최소한 몇 년 간은 고민하는 법도 슬퍼하는 법도 없이 오직 내 '강함'이라는 이상만을 쫓을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에고이스트고, 이런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걸까, 그게 과연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내내 고민해왔다. 하지만 거절당하면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묻어 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그건 좀 무리다. 꿈에까지 나타나면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차라리 거절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돌아오는 길에 술이나 한 잔 하고, 며칠 정도 좀 풀죽어 있는 선에서 마무리되겠지.    
3. ....어렵다. 사실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처 방안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난 그 사람에게 반한 게 맞고, 그 사람이 요구하는 거라면 불합리하거나 크게 어려운 게 아닌 이상 가능한 그에 맞추는 걸 우선한다. 그 외에는 불편해하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서 상황을 본다는 게 그나마 유일하게 도출 가능한 결론이다. 너무 애매한 방침이긴 한데,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 상황이 되어 봐야 할 것 같다.




And
기말 과제 하나 처리하고... 그거 끝내자마자 또 시험공부 하기 싫어서 웹서핑질하다 발견.

기억을 더듬어 몇 년 전에 했던 걸 다시 짚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ABACC
무미건조한데다 근엄하고 올곧은 타입


▷ 성격
재밌지도 그렇다고 이상하지도 않은 사람의 전형입니다. 사회질서나 도덕관념에 절대적으로 충실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넥타이를 매고 부인과 잠자리를 가질 정도의 타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머 같은 것은 손톱의 때 만큼도 없어 은근히 무례한 인상을 온몸으로 풍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이런 타입은 놀이를 죄악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놀이와 즐거움을 부정할 뿐 아니라 배우자나 아이들, 심지어는 친구들에게까지 그런 생각을 강요하려고 합니다. 때문에 주위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꺼리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피해를 줍니다. 주위에서 볼 때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아가는지 신기한 생각이 들 정도인 타입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이 절대로 알 수 없는 도원향과 같은 것이 마음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이런 타입과는 가정생활을 해봤자 무미건조함의 반복일 뿐입니다.

거래처고객 - 목적지향과 사리분별은 지나칠 만큼 가지고 있지만 융통성이 없는 타입이라 당신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상사 - 농담을 하며 장난이라도 치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상대입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그저 순응하고 있어야 합니다.

동료, 부하직원 - 성희롱 사건만큼은 일으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일이면 능숙하게 잘 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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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랬었지. 최근의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시 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BCACC
냉정한 현실지향 타입 3

▷ 성격
완전히 자기 갈 길로 가는 타입입니다. 정도욕망도 없고 배려 따위는 알지 못한다는 식입니다. 그러니 스트레스 같은 것과는 평생 인연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일절 감정을 섞지 않고 1+1=2라는 식으로 정리해 버립니다. 어떤 일에도 거의 동요하지 않기 때문에 표면상으로는 도라도 깨친 승려와 같이 보입니다. 다만 번뇌와 형식을 초월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나 본능에 워낙 강약이 없어 그저 번뇌를 느낄 일도 없다는 것이 둘 사이의 차이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엉망인 삶을 살아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은 지극히 납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주위가 이러쿵저러쿵 평판을 하는 것은 오히려 월권을 휘두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위로부터는 외로운 삶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본인은 가장 즐겁고 편한삶인 경우도 있는 법입니다. 어쨌든 따뜻한 마음씨나 풍부한 감정을 늘려간다면 손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일반사회의 상식에서 꽤 동떨어진 상대방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앞으로 계속해서 용인해 줄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거래처고객 - 상대방의 자유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상사 - 이치를 모르는 상대는 아니니까 평상심으로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타입의 상사와 만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동료, 부하직원 - 인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기회라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비난을 하거나 푸념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아니 주변 사람들에게 쓸데 없는 기대를 걸거나 희망을 가지는 경우도 확실히 적어졌고, 난 역시 사회적 정의나 질서 자체보다는 그를 구하는 자기 자신의 태도나 결의 같은 것에 더 애착을 갖고 있는 모양이고, 그 외에도 이래저래 전보다 더욱 '나 자신'에 집중하게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 이 정도로까지 쿨하진 않은데.

이렇게 되고 싶기는 하다. 이렇게 된다면, 여전히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지금과는 달리, 오직 '강함'만을 쫓을 수 있을 듯 하다.

...그 전에,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곧 어떤 식으로건 결말이 지어지겠지. 
And
매주 금요일마다 인턴십으로 논술학원을 갔다 왔다(어제로 끝났다). 후배 하나가 있는데... 애가 SF도 좋아하고 웹진 거울도 드나들고 있어서... 학기 초부터 종종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인턴십을 다니면서 친해졌다. 성격도 좋고 예의 바르고 다 좋은데... 애가

건강









없어

늘 감기를 달고 살길래 몸 관리 좀 하라고 타박을 줬는데... 한번은 그 녀석이 조금 이상한 말을 했다. 자기 가문이 꽤 명가인데, 대대로 자기 가문에서 태어나는 남자 두 명 중 한 명은 일찍 죽는다고. 명가인만큼 원수도 많고, 조상들이 못할 짓 한 것도 많은데 아마 그 벌을 받는 모양이다, 남자 친척 한 명은 매우 건강한데 자신 몸은 이 모양이라서 자신도 오래 살 것 같지 않다고 쓰게 웃어 보였다. 그 때는 '어휴 중2병 냄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하고 타박을 줬지만 왠지 좀 마음에 걸려서... 돌아와 녀석 본관으로 구글링을 좀 해보니 확실히 약간 꺼림칙한 이야기가 몇 가지 나왔다.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으니 부정확한 사실도 섞여 있긴 하겠지만.

정말로 무슨 초자연적인 저주 같은 것 때문에 단명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가닥 했다 하는 가문 출신 양반치고 손에 그 정도 피를 안 묻힌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기도 했을 테고. 그런데 그 녀석이 우울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답답하고 열받았다. 젠장. 좋은 놈인데.

.....

사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 녀석과 그렇게 오래 알아왔다거나 절친한 사이거나 한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거나 해도 한 동안 좀 우울하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종강하기 전에 그 녀석 데리고 밥도 사주고 어디 놀러라도 갈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그런 자신을 깨닫고 약간 놀랐다. 나는 그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상대도 성인이고, 스스로가 정한 삶의 방식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도 딱히 나나 남들에게 심각한 민폐를 끼치지 않는 이상은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그 정도로 절친한 사이인 것도 아니고. 순간적으로 '이 놈도 삶을 좀 즐기면 좋을텐데'싶었지만 정작 나 자신부터가 그런 성격이 못 된다. 게다가, 나는...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신뢰하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리다시피 한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더 이상 깊이 연관되지 않고 지내다 때가 되면 졸업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선택이다.

.......

썩을-_- 그럴 수 있을 리가 있나. 망할.

다음 주에 연락해봐야지. 같이 한 잔 하면서... 아니 그 놈은 술 못 마시지. 밥이라도 먹으면서 소설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고 그래봐야지 쩝.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불합리해, 비논리적이야, 난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 젠장...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가 않다.

........

진심과 선의로써 타인을 대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거지만... 그와는 별도로 대단히 무력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내가 왜 그렇게 그 녀석을 신경쓰는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그럴 뿐이다. 상대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만 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나도 내 판단을 재고하고서 그 녀석이 원하는 쪽으로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녀석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말한 적이 없고, 그걸 모르는 이상 난 거기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 녀석이 나를 더 멀리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씁. 

...이전과는 다르다. 그 때의 난 진심과 선의로 타인을 대하는 게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일지는 몰라도, 별로 쓸모가 있는 경우는 적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 때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비웃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나쁜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 녀석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고 멀리하게 된다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
.........
...........

새삼 나 자신이 얼마나 지독한 에고이스트인지를 느낀다. 

이런 나 자신이, 과연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_=  
And
공동창작과 공연
다다음주 주말이 기말 대체 과제 데드라인이다. 일단 거의 다 써놨고... 저번에 교수가 태클 넣은 것에 따라 좀 고치기만 하면 된다. 훌륭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잘 뽑혀 나왔고, 교수 반응도 괜찮았고, 과제 한 번 안 낸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엔 대체로 수업도 잘 듣고 과제도 잘 해간 편이니... A0 정도는 나올 듯.
독서 세미나
과제 한 번 안 낸 거 있고, 지각 몇 번 있고... 다른 것들은 괜찮게 잘 해 간 편이니 대충 B0~B+ 정도 무난히 예상 중.
전쟁사
시험도 잘 봤고 지각도 없고... 왠만해서는 A+ 나올 듯. 결석 한 번이 좀 걸리긴 한데,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전공 소속인 학생들에게는 교수가 추가 보정을 좀 줄 듯 하니 못해도 A0 정도는 나와줄 듯. 다음 주 시험이긴 한데... 하루 날 잡아서 빡세게 공부하면 별 문제 없을 듯 하다.
인턴십
...이번 주면 드디어 끝난다, 만세! B+~A0 정도 무난히 예상 중.
과학 기술의 역사
다 좋은데 이번 주는 몸 상태가 개판이었던터라 결석. 게다가 그 날 발표 있었는데OTL 시험은 잘 봤으니까 다음 주에 결석계 들고 가서 어떻게 교섭을 잘 해보면 B+ 정도는 줄... ...까.....?
매스컴과 현대 사회
그냥 F를 받고 만다 아오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대중 문화와 인간 행동
교수하고도 말이 잘 통하는 편이고, 수업 자체도 흥미롭고 해서 잘 들은 수업. A+은 무리겠지만 A0 정도는 나와줄 듯 하다. 
And
컴퓨터 상태가 안 좋아 백신 정밀검사 돌리고서 피시방 가서 마저 하려다가 결국 2시간 동안 놀기만 하고는 돌아오던 중 불현듯 또 옛 기억이 떠올랐다.

인정한다. 난 그 사람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 희망을 가지고서 노력했고, 그 노력을 보답받을 것 같았고,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사람을 증오할 수도 없다. 한 때나마 친구라고 여겼고, 나름 그 사람 덕에 위안을 받은 것도 있었고, 그 사람도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그 모든 게 아무 의미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다. 그 사람은 가끔씩 나를 떠올릴 일이 있다해도 기껏해야 약간 미안하다는 마음 정도밖에 없을 텐데 나는 몇 년이 지나도록 악몽을 꾸니.


나는... 썩 관대하다거나 한 성격이 못 된다. 그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서 날 배반한 것이었다면 거리낌없이, 내 온 마음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사람을 거꾸러뜨리려고 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 역시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고, 그걸 알면서 그렇게 하기에는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하겠다. 그건 불명예스러운 짓이다.

......

가끔 기도한다. 그 사람의 평안과 행복을 빈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다. 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그 기도는 다만, 명예마저 잃지 않기 위한 내 나름의 발악에 불과하다.   


그 사람은 내게 '강자이기를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포기했다. 과 후배 놈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전라디언 드립을 치고 좌빨 드립을 치고 민주화 드립을 치는 걸 곁귀로 들어도 나는 무시한다. 나는 그들이 '진보'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속으로 경멸한다. 

그 대신, 나는 강해졌다.

.....

이런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것일까?
And


목요일이다. 참다 못해 결국 그 교수에게 '빡쳐서 도저히 님 수업 못 듣겠음 수업 거부할거임ㅇㅇ'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는 주려고 했는데 아침에 가보니 아직 안 왔길래... 그냥 책상에 올려놓고서는 몇 부 더 뽑아온 걸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생각 있으면 돌아가며 한번씩 읽어보라고 하고서는 나눠줬다.

그 교수가 저 편지 한 장 읽고서 스스로의 사고방식을 고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같이 수업 듣던 학생들도 저거 읽어보고서 무언가 영향을 받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알량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기대를 가질 만한 시기는 지났다. 교수는 그냥 '얘가 좌빨이구나' 내지 '건방진 새퀴' 해버리고는 F를 띄울 가능성이 높고, 다른 학생들도 대충 읽어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아 ㅅㅂ 조낸 잘난 척하네 어쩌라고'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내가 손해볼 건 없다. 어차피 이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오직 그 교수만 알고 있는 특별하고 독보적인 지식인 것도 아니고, 책 좀 읽고 뉴스만 꼬박꼬박 챙겨봐도 익힐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 정도 지식은 이미 가지고 있다. F가 뜰 게 거의 확실한 학점은 좀 문제긴 한데, 그래봤자 교양이고 이번 학기에 듣는 교양은 그것 말고도 많다. 학점 포기 하고서 다음 학기에 교양 하나 더 들으면 된다. 그래도 교수인데 너무 무례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건 좀 마음에 걸리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단지 교수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아무 말도 않고 그걸 계속 듣고 있기에는 내 정신 건강에 미치는 해약이 너무 심각하다.


내가 좌파인 진짜 이유는, 그 좌파로서의 이상이 정말로 실현될 것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다만 눈 앞의 현실에 굴복하지 않은 채 불가능한 것을 끊임없이 꿈꾼다는 자기만족을 위해서일 뿐이다. 나의 그러한 에고만 충족된다면 사실 굳이 '정치적 지향점으로서의 좌익'이라는 정체성을 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이념을 떠나서, 진정으로 순수하고 고귀한 인간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상을 믿으며 타자와 연대하는 게 아니라, 다만 나의 그 에고만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거기서 만족하는, 그런 인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원래 교수한테만 쓸 생각이었는데, 나 자신도 확실히 특정할 수 없는 어떤 충동 때문에 여러 장 뽑아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나눠줬다. 돌아오며 속으로 자문했다. 어차피 이 수업을 듣는 40여 명의 학생들 중에 이 편지에서 내가 쓴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은데 나는 왜 공연히 돈 들이고 종이 낭비해 가며 여러 장을 뽑아간 걸까. 

아마도 중2돋는 허세일 거다. 나는 내가 저 편지에서 틀린 이야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들이 그걸 알아줄 거라고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나는 사람을 너무나도 믿지 못한다. 게다가 나 자신이 그렇게까지 정의롭고 고결한 인간일 리도 없다.

의식적으로는 '내 에고만을 만족시키면 되니까 남들이 다들 절망하고 포기해 버리건 말건 나는 저항을 계속할 거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내 안 깊은 곳에서는 남들에게 인정 받고, 그 가운데서 돋보이고 싶다는 욕구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내가 다른 학생들에게도 저 편지를 나눠준 건 아마도 그런 이유... 일 거다.

.........

이런 내가 과연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것일까. 
   
And
난 그 사람에게 반한 게 맞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예전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을 때처럼 오직 상대방만 떠오르고, 모든 것을 상대방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럴 나이는 지났다.


하지만... 그 사람이 취해서 다른 분 팔에 매달린 채 횡설수설하는 건 썩 보기가 좋지 않았다. 취해서 그런 건 괜찮다. 나도 취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수한 적이 몇 번 있다. 상습적으로 그러거나 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그렇지만 다른 분 팔에 매달려 거의 껴안다시피 하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난 그 감정이 어떤 건지 이해한다. 질투다, 이건.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돌아오며 괜히 애꿎은 벽만 한 번 걷어찼다, 쳇-_-

......

내가... 왜 그 분에게 반한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과연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건 원래 완전히 분석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내 감정에 대해서는 확신하게 됐다. 그러나 그 분이 내 마음을 받아들이냐는 별개 문제다. 받아 들인다해도 과연 얼마나 갈 것인지도 알 수 없고. 하지만 지금은 그것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다니, 모르는 새에 나도 꽤 변한 모양이다.


조만간.... 적당한 기회를 봐서 내 마음을 밝혀야겠다. 승낙한다면 그걸로 된 거고, 거절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봐야겠다고 하면 기다릴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거절한다면, 나는 언젠가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 결코 짧지 않을 시간 동안 '강함'이나 '명예' 등과 같은 내 이상을 돌아보지 않고 쫓으며, 내가 나 자신으로서 존재한다는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승낙한다면 그것 역시도 재고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강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 되었다.

그것도 썩 나쁘진 않을 것이다.

난, 强者다.


And
목요일날, 이 블로그에서 몇 차례 투덜댄 적 있는 예의 그 교수 수업이 있었다.

이전 수업 시간에 민노당과 무려 민주당을 놓고 '둘 다 좌파 정당임ㅋ' '한국 사회의 분열은 북한의 음모ㅇㅇ' 같은 소리를 할 때부터 이미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라갔다. 참다 못해 몇 마디 했지만 '니가 어려서 뭘 모름' '훗 하여간 철없는 이상주의에 쩐 대학생이란' 식의 소리만 들었다. 

그 교수의 정견을 수정해 놓겠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나 자신도 올바름으로 이뤄져 있다거나 한 건 결코 아니고, 나이가 들고 젊은 시절부터 보고 들은 게 전부 그런 식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그것이 개인의 정견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진실인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문제다. 

지각이나 결석 등 이래저래 교수한테 안 좋게 보일 거리도 좀 있고, 저번에는 내가 좀 무례했다는 생각도 들어서 왠만해서는 참으려고 했는데.... 목요일날 유성 기업 자동차 노조 파업 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거기 노동자들 연봉이 대단하거든요? 그런데도 야근이 끊이질 않으니까, 그 돈 안 받고서라도 좀 쉬고 싶다고 파업한 거에요. 물론 힘들기야 하겠죠. 하지만 그 직장도 없어서 고생하는 실업자들이 한 둘이 아니거든요? 여러분들 취직 고민되죠? 여러분들이 보기에 좀 그렇지 않아요? 게다가 유성 기업에서 생산하는 피스톤링이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 공급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파업 때문에 현대 같은 기업들이 큰 손해를 봤어요. 거기 노동자들이 죽창이나 쇠파이프 같은 거 안 휘두르고 드러눕는 정도로 평화시위한 것까지는 높게 평가해줄 수도 있지만 국익이 훼손된다고요. 여러분들도 노동자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기업주 입장도 좀 헤아릴 수 있는 '폭넓고 균형잡힌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상급식 같은 파퓰리즘에 휘둘리지 말고."

플러스 알파.

"여러분들도 정치나 사회에 관심 좀 가지세요, 늘 멍하니 학교에서 시간만 때우다가 수업 끝나면 술 마시러가고 피시방 가고 하지 말고. 그런 식으로 살면 루저 밖에 못 되요. 승리해야죠, 안 그래요? 인생의 패배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말이 좀 지나치긴 한데, 충격 요법을 좀 써봤습니다. 정신들 차리라고."

아아, 그러쿠나... 노동자 관점에서만 보면 편향적이니 기업주 입장도 헤아려야 하는 것이어쿠나.... 인생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되는 것이어쿠나......

...........

내가 왜

-_-

이미 안드로메다에 가 있던 어이가 다시 시동을 걸더니만 급가속해 전력으로 오리온을 천원돌파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태클 걸 곳이 많아서 어디서부터 걸어야할지 모르겠어, 이건 뭐 총체적 난국이군요?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웃을까? 웃어야 하는 건가? 응응응?

....경쟁 체제는 그 정의 상 본질적으로 '승자'는 소수이며, '패자'는 다수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출발선의 위치 자체가 너무나도 현격히 차이가 나면 그 가능성은 더욱 감소하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은 이미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승자는 패자가 존재하기에, 자신이 쌓아온 희생자들의 시체를 딛고 있기에 그 승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삶의 목적은 고통과 희망으로 가득한 삶 그 자체를 누리는 것이지 승리가 아니다.

기업주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라, 국익이라. 그 노동자들도, 그리고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도 명백한 '약자'다. 이건 뭐 쥐가 고양이 생각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 고양이가 최소한 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가능한 생존을 위해 최소한만 쥐를 먹으려고 하고, 쥐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예컨데, 이웃집의 사납고 그저 재미삼아 쥐 사냥을 하는 고양이와 맞서 싸운다거나- 그럴 수도 있다('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가 아무리 관대하다 해도 그 고양이의 새끼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익을 내는 것이 존재 의의인 기업이 퍽이나 그러겠다. 게다가 뭐, 국이익? 그 알량한 국익이 국민들한테 얼마나 돌아갔는데!? 양극화만 심화됐을 뿐이지.

폭넓고 균형잡힌 시야, 물론 중요한 거다. 하지만 그게 적절한 사안이 있고 아닌 사안이 있다. 교수의 논리는 전제 자체가 글러 먹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빡치는 건, 취직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학생들에게 자신의 논리를 강화시키기 위해 '너희도 취직하고 싶은데 고액 연봉받는 노동자들이 파업 같은 거 하면 아니꼽지 않냐'라는 식의 비겁하고 교활한 화법을 씀으로써 학생들이 그 노동자들에게 공감하고, 약자로서의 연대를 이룰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했다는 거다.


더 이상은 못 참아주겠다. 학기도 거의 끝나가고, 조금만 입다물고 있으면 교수가 내게 괘씸죄를 적용하지 않은 한에야 그럭저럭 B정도는 받고 마무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그 교수가 오직 그 교수에게만 배울 수 있는 독보적이고 특별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작자하고 한 강의실에 있다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이 짜증난다. 차라리 학점 포기를 하고 다음 학기에 교양 하나 더 듣고 만다 썅. 또 그런 교수를 만난다면 대략 시발 망했어요 되는 거지만 이번 학기 참는다고 해서 그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게 만일 회사였고, 인사권을 쥔 상사가 저런 소리를 했다면 나 역시 참을 수 밖에 없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아직 대학생이고, 교양과목 교수가 내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F를 띄우는 것 뿐이다. 받아주지 망할, 알량한 학점 몇 점 때문에 신념을 팔아치울 것 같냐. 아니, 이건 신념 이전에 내 자존심의 문제다. 자기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렇게 비열한 화법까지 쓰는 상대에게까지 굽신거리고 싶지는 않다.


    
And

교양 과목 레포트로 쓴 것. 원래 이 정도로까지 각잡고 쓸 생각은 없었는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주제기도 하고 전에 교수와 이것 관련해 좀 언쟁을 벌인 것도 있고 해서 다른 거 할 것도 많은데 일주일을 꼬박 때려 박았다. 그런 것치고는 좀 더 부연해야 할 부분을 안 하고 넘긴 부분도 있고 후반부에 들어 논리가 좀 널 뛰는 부분도 있고 특히 결론 부분에서 좀 오글거리기도 하는데... 몰라 젠장-_-

주석 단 것도 이거저거 있는데 복붙이 안 된다, 전에는 됐던 거 같은데...?

And
아프네.................

1교시 수업이었는데 못 들어갔다. 눈떠 보니 11시 반이길래 기왕 수업 못 들어간 거 좀 더 잘까 싶어서 내내 자다가 저녁 때 일어났더니 머리는 좀 맑아진 것 같은데 몸에 힘이 없다.

요즘 피곤했던 데다 정신적으로도 좀 부담이 쌓여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마음 같아선 좀 더 쉬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내일은 약이라도 받으러갈까, 학교 의무실에서 약을 공짜로 지어줘서 다행이다.

+

코피가 나왔다. 뭐...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And




1.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 향기 머무는 날
묘비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2. 이렇듯 봄이 가고 꽃 피고 지도록
멀리 오월의 하늘 끝에 꽃바람 다하도록
해 기우는 분숫가에 스몄던 넋이 살아
앙천의 눈매 되뜨는 이 짙은 오월이여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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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잔인하리만큼 맑기만 하다.

And

"...우리는 세계가 더욱 웅장해졌음을 선언한다. 새로운 아름다움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속도의 아름다움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경주용 자동차, 그 강철 차체는 굵은 파이프들로 장식되어 있고, 이 파이프들은 폭발할 듯 숨을 내뿜는 뱀을 닮았다. 이 포탄을 타고 달리는 듯 포효하는 경주용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니케>보다 더 아름답다. (...) 투쟁이 없으면 아름다움은 생길 수 없다. 공격적 성격이 없으면 걸작이 될 수 없다. (...) 우리는 전쟁을 찬미할 것이다. 이는 세계를 건강하게 하는 유일한 위생학이다. (...) 우리는 박물관, 도서관, 모든 종류의 아카데미를 파괴할 것이며 (...), 도덕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다. (..) 우리는 노동, 놀이, 반란에 흥분한 위대한 대중을 찬양할 것이다. (...)"

And
하나가 아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괜찮다.



And
희곡적 연극                                                   서사적 연극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구현'한다.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한다.
관객을 사건 속에 몰아 넣는다.                         관객을 관찰자로 만든다.
관객의 능동성을 소모시킨다.                           관객의 능동성을 일깨운다.
관객의 감정을 일으킨다.                                 관객에게 결단을 강요한다.
관객에게 체험을 전달한다.                              관객에게 지식을 전달한다.
관객은 줄거리 속에 감정이입한다.                    관객은 줄거리를 마주 대한다.
극적 환상이 주요 도구.                                   논증이 주요 도구.
감정의 축적.                                                 인식의 단계까지 몰고 간다.
인간은 이미 알려진 존재로 전제된다.                인간은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변화 불가능한 존재.                             인간은 가변적이고 변화시키는 존재.
결말에 대한 긴장감.                                       사건 진행에 대한 긴장감.
다음 장면을 위한 장면.                                   장면 마다 독립.
직선적 사건 진행.                                          곡선적 사건 진행.
진화적 사건 진행의 필연성.                             사건 진행의 도약성.
현존하는 세계.                                              변화되야 할 세계.
인간 행위의 필연성.                                       인간이 해야 할 일.
충동(본능).                                                  행위의 동기.
사유가 존재를 규정.                                       사회적 존재가 사유를 규정.

희곡적 연극의 관객:"그래요, 나도 그런 걸 느꼈습니다. 난 그래요.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요. 항상 그럴 거에요. 이 인간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빠져 나갈 길이 없으니까요. 그것은 위대한 예술입니다. 너무 당연한 일들이에요. 나는 우는 사람들과 같이 울고, 웃는 사람들과 같이 웃습니다."

서사적 연극의 관객:"나는 그럴 줄은 몰랐는데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요. 모두가 다 이상한 일이에요.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일이 더 계속되어서는 안 되요. 이 사람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달리 방도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건 위대한 예술이죠.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나는 우는 사람을 보고 웃고, 웃는 사람을 보고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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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브레히트 연극론-서사극 이론
And
자기 전에ㅇㅇ...

고대 국어에서 '사랑하다'는 현대 국어로 치자면 '계속해서 생각하다'의 의미에 해당한다고 한다.

.....

아닐 수도 있다, 음음.......

곧 알게 되겠지. 몰라 쳇-_- 맞건 아니건, 그 때 가서 판단할 문제다.

...에이.
And




결코 시간이 멈추어 줄 순 없다
요!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 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환상속엔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그것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아무도 그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나 둘 셋 Let's go!
그대는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될 거라고 큰소리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세상은 요!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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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일부 평론가들은 '환상 속에 그대'를 꿈꾸는 대상을 사회적 부조리와 불평등에 각성하지 못한 노동자로, 그들이 꿈꾸는 '환상'을 현실의 온갖 부정과 불의를 외면한 채 장미빛 미래만을 꿈꾸는 무책임함과 무사려함의 상징으로, 서태지를 그런 이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메신저로 해석했다. 그 자체로는 물론 지나친 비약이지만, 그러한 성격의 의미부여가 '아이돌 가수의 댄스 가요 가사라는 철저히 하위 문화적인 존재를 통한 한국 사회의 모순과 병폐에 대한 고발이라는 존재론적 각성'으로 이어지는 창구를 대중들에게 제공한다는 데는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저 노래의 가사가 사뭇 다른 의미로 들린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훨씬 더 일반 국민들의 현실적인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인 금산분리법 완화가 묻혀 버렸다(BBK는 이미 상한 떡밥이고). 이를 통해서 대기업은 금융 자회사를 몇 년 내로 팔아야 한다는 제한에서 자유로워졌고, 멀지 않아 대기업 산하의 은행도 설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기업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큰 돈을 자유로이 끌어다 쓸 수 있게 될테고, 한국의 기형적인 경제 구조는 공고화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인터넷의 진보 경향 블로그나 언론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 공중파에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자 하지 않는다.

한국 대중 문화 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 중 하나이며, '정말 중요한 다른 문제들'을 덮어 버리는 스캔들의 중심인물이 젊은 시절 그러한 미망을 비판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재미있는, 그러나 씁쓸한 아이러니다. 

서태지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위원회라는 게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실이 아니라 가십거리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국개론의 덫에 걸리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특별할 것 없는 국민의 한 사람이며, 국민의 눈으로 국민을 비판해봤자 그다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모른 척하지도 못하겠다.

알고는 있다. 이것은 모순이다. 나는 나의 이상이, 대의가 실현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렇게 하고 싶기에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역시 큰 관점에서 보자면 그 환상 속에 매몰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해도 그것이 환상이라는 걸 확실히 알고는 있어야 한다.  

훨씬 더 길게 주절주절 썼었는데 논리 구조가 취약해서 전부 지워 버렸다. 시험기간이니 잉여력이 쩌는 듯.

And



Ariel, listen to me
에리얼, 들어봐
The human world, it's a mess
인간세상은 엉망이야
Life under the C is better than
C이하 받는 게 저기 있는
anything they got up there
어떤 것들보다 편해

The seaweed is always greener
남의 떡이 항상
in somebody else's lake
더 커 보이는 법이야
You dream about going up there
위로 올라가겠다는 생각은
But that is a big mistake
큰 실수라고-_-;;

Just look at the world around you
여기 주위를 둘러봐
Right here on the ocean floor
이 밑바닥 생활을 말야-_-
Such wonderful things surround you
이렇게 재미있는 일들을 두고
What more is you looking for?
더 이상 원하는 게 뭐야?

Under the C, under the C
C이하 받기, C이하 받기-_-
Darling it's better down where it's wetter
진땀나지? 얼마나 좋아-_-;;
Take it from me
내 말을 믿어봐

Up on the shore they work all day
쟤네들은 하루종일 공부해
Out in the sun they slave away
태양아래 뼈빠지게 일하지
While we're devoting full time to floating
우린 하루종일 C이하에서
under the C, ha ha ha
헤엄이나 치고 있잖나? 하하하

Down here all the fish is happy
여기 밑바닥에서 멍청이(=fish)들은
As after the waves they roll
흘러가는 대로 살며 행복해-_-
The fish on the land ain't happy
옵세들은 그렇지 않지-_-;;
They sad cause they in the bowl
어항에 갇혀있어서 슬퍼해

But fish in the bowl is lucky
그래도 어항에 갇힌 게 그나마 낫지
They're in for a worser fate
더 나빠질 수도 있어
One day when the boss get hungry
언젠가 조교-_-가 배고프면
Guess who going be on the plate?
접시에 올려질지 누가 알겠어?

Wo-oh, under the C, under the C
워우워~ C밑에서 C 밑에서
Nobody beat us, fry us
싸울 필요가 없어
and eat us in frickazee
겁낼 필요도 없고-_-;
We what the land folks loves to cook
조교들이 싫어하는 우리는
Under the C we off the hook
여기 아래서는 안전하다고
We've got no troubles
아무런 문제가 없어
Life is the bubbles under the C
C이하 받으면 걱정이 없어!

Since life is sweet here
여기선 삶이 달콤해
We got the beat here naturally
자연스런 음악이 있으니..
Even the sturgeon and the ray
심지어 철갑상어나 가오리도
They get the urge and start to play
충동을 느끼*-_-*고 놀기 시작하지_-_
We've got the spirit
우린 활기에 차있어
You've got to hear it under the C
C밑을 한번 받아 보라고-_-;

The lute play the flute
루트는 플룻을 연주하고
The carp play the harp
잉어는 하프를 연주하고
The plaice play the bass
가자미-_- 는 베이스를 연주하는데
And they sounding sharp
아주 빈틈이 없어

The bass play the brass
농어는 금관악기를 연주하고
The chub play the tub
쳐브는 통을 연주하는데
The fluke is the duke of soul
그 중에 넙치가 단연 최고이군

The ray, he can play
가오리는 수염대구를 현처럼
the lings on the strings
만들어 연주할 수 있어
The trout acting out
송어는 연기를 하고
The blackfish he sings
블랙피쉬는 노래를 해
The smelt and the sprat
빙어와 청어는
They know where it's at
자기 임무를 잘 알고 있지
And oh, that blowfish blow
오우~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군



Yeah under the C, under the C
예에~ C 밑에서 C밑에서~
When the sardine begin the beguine
정어리가 비긴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It's music to me
그게 내겐 음악이야

What do they got, a lot of sand?
위에서 가진 건 뭐지? 모래?
We've got a hot crustacean band
우린 열정적인 갑각류밴드가 있어서
Each little clam here know
C이하 받는 작은 조개들도
how to jam here under the C
어떻게 잼을 하는지 알아!

Each little slug here
C 밑에 있는 작은 민달팽이도
cutting a rag here under the C
어떻게 춤을 추는지 알고
Each little snail here
조그만 달팽이들도 어떻게
know how to wail here
소리지르는지 알고있어
That's why it's hotter under the water
그래서 여기가 더 활기찬 거야
Yeah, we in luck here down under
그래 우리가 C도 못 받는 건
the muck here under the C
행운인 거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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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 ㄳ

문득 생각나서 선사시대 자료 하나 재발굴.
And